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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캐서린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제목이 특이하게 다가온 작품-

 

이미 국내에서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으로 유명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와 함께 존 그린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라는데,  2014년도에 <이름을 말해줘>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을 다시 새롭게 선보이면서 출간된 책이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살의 주인공 콜린은 이성에게  차인 것만 해도 이번이 19 번째다.

그것도 캐서린이라는 이름만 가진 여성에게 차이다 보니 아무리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라 해도 자존감이 떨어진 것은 당연할 듯도 싶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명색 한 뇌를 갖고 타고난 콜린, 영재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 그에게 가장 취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성과의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지 못한 것, 특히 캐서린에게 차인 후 의기소침에 빠지게 되는데. 이를 보다 못한 친구 하산이 하나의 제안을 하게 된다.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자고 하는 제의는 콜린에게 있어 하나의 기분전환이 될 수도 있었을 터, 이들은 자동차 여행을 떠나면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새로운 환경 속에서의 또 다른 인연은 두 사람에게 뜻깊은 감정을 선사한다.

 

 

책의 거의 대부분이 차를 타고 다니는 여정을 그리는데, 특히 린지라는 여성과의 만남은 콜린에게 다른 새로움을 선사하고, 콜린이 드디어 깨달아가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연애라는 감정이 상대적인 것이고 그 어떤 것보다 쉽게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콜린이 당하는 처사가 이해가 안 되기도 하겠지만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서는 콜린의 방식은 사뭇 엉뚱하게 다가온다.

 

즉 사랑의 감정, 연애라는 것을 감성이 아닌 통계에 의해 의지한 ‘유레카의 순간’을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요소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들을 보인 장면들,  수학 시간을 연상하게 하는  , X축과 Y축, 그래프와 도표, 함수(아~ 머리가 아프오지만^^)를 통해서 대화를 분석하고 있는 것들을 보면 작가의 위트를 짐작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자로 잰듯한 통계의 획일성도 좋지만 때론 감성에 어린 사람 간의 느낌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책이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곳곳에 위트가 넘치는 부분들은 자칫 엉뚱함이 지나쳐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는 생각도 들게 하지만  작가의 노련함 속에 귀엽고 가벼움을 느끼며 읽을 수 있게 한다.

 

 

 

사랑이 이제부터 시작~하고 끝나는 결승점이 정해져 있다면 위의 통계수치 시도에 대한 부분들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기에 콜린의 노력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로맨스에 대한 성장소설을 읽고 싶다면 콜린이 선사하는 사랑스럽고 유쾌하면서 엉뚱한 모습을 통해 잠시 기분전환을 해보는 것을 어떨까?

 

네 번째 원숭이

 

 

 

 

 

 

 

 

 

네번재원숭이 네 번째 원숭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9
J. D. 바커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20년 2월

제대로 독자들과의 게임을 즐기는 책을 만났다.

그동안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 속에서 추리와 액션을 겸비한 장르의 내용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의 처음은 범인이 자살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다가오는 버스에 자신의 몸을 던진 자, 아내를 잃고 홀로 살아가는 형사 포터에게 연락이 닿고 그는 현장에서 자신이 그토록 범인 찾기에 매달렸던 연쇄살인마 4MK란 것을 느낀다.

 

범인의 실제 이름조차 모른 채 불린 4MK-

 

네마리원숭이유래

 

 

 

이름의 유래처럼 납치한 사람들의 귀, 눈, 혀를 차례로 배달하며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고 끝내 시체로 발견이 된 채 사건은 오리무중, 그런데 범인이 뜻밖에 자살이라니…

 

그런데 범인의 손에는 기존처럼 납치한 가족에게 보낼 상자가 있었고 그 속엔 누군가의 잘린 귀가 들어 있었으며 범인이 남긴 모든 것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자, 이제부터 납치된 그 누군가는 누구이며 한시라도 빨리 구조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는 수사팀의 모습이 펼쳐진다.

 

범인이 납치한 자는 누구인가부터 시작되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여정은 범인이 남긴 자신의 성장을 담긴 수첩을 토대로 형사 포터와 그 외의 수사팀 활동과 범인이 수사팀을 요리해가며 사건의 현장으로 이끌기까지를 번갈아가며 보인다.

 

그동안 추리 스릴러의 전형처럼 보인 흐름의 역발상을 보인 책이다.

흔히 말하는 인간 내의 본성을 토대로 그린 악마의 기질과 함께 실제 범인은 살아있고, 그 범인의 계획된 설정에 따라 포터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모습들이 악과 선의 대결을 촘촘히 그린다.

 

인간의 타고난 성정을 선인가, 악인가를 묻게 되는 책, 책 홍보처럼 세븐과 한니발의 교집합을 총동원한  설정들은 참혹한 장면들과 함께 이를 즐기고 시종 경찰들을 우롱하는 듯한 범인의 말과 행동을 통해 제대로 그려낸다.

 

세상의 선한 자들의 마음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목적을 취하고 부를 이룬 자들을 처단한다는 범인, 그 가족의 구성원 중 한 사람을 납치, 참혹한 형태로 버린 행동들이 기하학적으로 시종일관 초조함과 긴박한 호흡을 유지한다.

 

추리 스릴에 있어서 반전이 없다면 재미도 없지만, 이 책에는 특히 이러한 반전과 반전의 기막힌 내용들이 충격으로 다가오기에 쉴틈 없는 스릴을 자랑한다.

 

기존에 보아왔던 새로운 형태의 범인 출현, 아니나 다를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마크 웹 감독 연출로 드라마화가 결정되며 곧 만나기를 기대해보게 한다.

 

철저하게 농락당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애를 쓰는 포터의 활약, 범인이 제시한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을 벌써부터 다음 시리즈가 나오길 기대하게 만든 작품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여지들은침쿡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하루에 단 100 단어만 말해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게 될까?

 

수다스럽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막상 이러한 제도가 시행이 된다면 그동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말들이 갑자기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공포의 분위기로 살아갈 것 같은데, 이러한 설정 자체를 다룬 책을 만났다.

 

근 미래의 어느 미국이 배경이다.

자신의 말을 신처럼 믿는 국민을 바라는 대통령, 성경의 교리를 토대로 생활의 전 부분을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 목사가 미국이란 나라를 장악한 시기를 다룬다.

 

아들 셋과 딸 하나, 남편과 살고 있는 신경학과 언어학자인 진은 정부가 실시한 ‘순수 운동’이라 불리는 정책으로 인해 자신과 딸의 팔목에 팔찌를 채우고 살아간다.

 

남성들을 제외한 여성들이  하루에 100 단어밖에 사용할 수 없는 정책에 따라 자신과 딸 소니아에게 할당된 단어, 100 단어만 넘어가면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하는 시스템 속에 남편과 아들들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내지만 정작 자신과 딸은 단어와 문장 사이의 모든 것을 최대한 간략하면서도 의미를 전달해야만 하는 처지다.

 

이런 그녀에게 아들과 딸의 성장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아들 스티븐이 정부의 정책대로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 분리되어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 딸 소니아의 학교 생활을 통해 오로지 글과 책은 저 멀리, 재봉과 요리를 배우는 과정들의 설정은 과거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어느 날 정부로부터 대통령 형의 뇌 사고의 치료를 위해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된 진은 정부가 주도하는 교묘한 정책의 실체를 통해 동료들과 함께 결정적인 일을 결심하게 된다.

 

과거처럼 느껴지는 설정, 여성과 성 소수자를 억압하고 다루는 정부의 정책은 인간다움은 무엇인지, 진의 대학 동료가 제안했던 그 시절, 동참했더라면 이런 일들은 좀 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착하지만 유악한 남편이 정부의 정책에 동조하는 모습은 유약함이 어떤 것인지를 보이며, 이 책을 통해 보인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결정권이 중요함을 느끼게 해 준다.

 

 

– 자유로워지려면 뭘 해야 할지 생각해봐.
어쩌면 이 지경이 된 지금, 무언가 시작하기 좋을 수도 있겠다.- P34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기 위해, 더 나아가 인간다운 삶을 찾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향해가는 진의 모습은 자신의 대를 이은 딸 소피아를 위해서, 더 나아가 남, 녀의 성 차별이 아닌 오로지 인간이란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자체임을 일깨워 준 책이다.

 

저자의 전공분야를 십분 이용해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린 책, 기존의 디스토피아를 다룬 책의 또 다른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해러스먼트 게임

해리스먼트

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드라마 <하얀 거탑>의 작가 이노우에 유미코의 첫 소설 데뷔작이자 동명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는 해러스먼트와 게임이란 조합이 뭔지 궁금했었고 이 내용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들을 읽다 보니 저자의 의도를 짐작할 수가 있게 한다.

 

우리나라에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 중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인간관계란 것을 떠날 수없고 특히 하루 생활중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직장 내에서의 동료들이나 부하, 상사와의 관계는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해러스먼트는 저자의 인간관계나 인간 본성 안에서 품고 있던 것들이 드러냄으로써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아키쓰 와타루는 원래 전국에 슈퍼마켓 체인을 두고 있는 마루오 홀딩스 본사 소속이자 회사가 점포를 늘리는데 공헌한 일등공신이다.

그런데 7년 전 부하의 파워 해러스먼트라는 이름으로 고발당하면서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소도시에서 점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그의 위치는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

그런 그에게 느닷없이 본사에서 컨플라이언스 실 실장으로 임명한다는 인사이동 통지를 받고 바로 도쿄로 올라오게 되는데 자신이 왜 컨플라이언스 실장으로 일하게 된 경위가 궁금하기만 하다.

 

이곳 부서에는 여직원 한 명과 자신 둘 뿐인 곳이고 회사 내의 고발 문제는 물론이고 전국 체인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부서인 만큼 일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 보니 해러스먼트의 용어도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을 뜻하는 ‘파워 하라’, 성희롱을 뜻하는 ‘섹슈얼 해러스먼트’,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을 뜻하는 ‘파워 하라’, 성희롱을 뜻하는 ‘섹슈얼 해러스먼트….

 

이런 위의 종류를 대표하는 각기 다른 입장에서 오는 불만사항을 해결하는 모습의 아키쓰와 여직원, 변호사의 활동들은 갑이 을에 대한 해러스먼트, 반대로 을이 갑에 대한 해러스먼트에 이르기까지 여러 상황들을 보이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직장 내에서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를 받는다면 그것 또한 해러스먼트에 해당되는 각기 다른 상황들을 읽다 보면 서로 간의  배려와 의견의 부합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외에도 자신이 당한 하라의 이유를 듣는 장면은 믿었던 부하의 배신의 씁쓸함, 경쟁사회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겨야만 살아남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실제처럼 다가오는 부분들이 많다.

 

드라마로도 나온 원작 소설인 만큼 시사성과 재미를 모두 보인 책이다.

 

살인자에게

살인자에게서명

살인자에게 – 김선미 장편소설
김선미 지음 / 연담L / 2020년 2월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제3회 추 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2019)’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미 많은 호응을 얻고 있었던 작품이었기에, 더군다나 오랜만에 접해 본 한국문학 추리 미스터리라 궁금했다.

 

 

10년 전 사업 실패로 인해 동반자살을 결심한 한 아버지가 있다.

아내와 아들 둘, 그리고 자신마저 생을 끊으려 했지만 실패, 아내만 죽고 자신은 10년형을 받는다.

큰아들은 또 다른 누명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고 할머니와 작은 아들만 살게 된 풍비박살난 집-

 

그런 그 집에 아버지가 복역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서먹서먹한 감정을 지닌 채 모두 모인 가족들, 성묘들 다녀오면서 작은 아들의 학급 반장이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아버지가 신고를 했지만 전력이 있는 만큼 경찰의 용의자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된다.

 

책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이 누구인지가 밝혀지기까지 총 5일간의 일들을 큰아들, 작은 아들, 아버지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바라본 그들의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얼마나 실 생활이 참혹하고 견디기 어려웠으면 동반 자살이란 것을 결심할까? 하는 사회적인 이슈는 이슈에만 그칠 것이 아닌 정작 죽으려고 결심한 사람 외에 자신의 분신이자 자식이란 것 하나만으로 동반자살을 하게 만든 부모의 입장을 물어보게 된다.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이런 동반 자살 소식의 원인을 접할 때면 아무것도 모른 채 부모의 의지에 따라 생을 저버린 어린 생명들에 대한 삶에 대한 권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하는데,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읽으면서 좀체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긴장감이 몰입도를 높인다.

 

 

제목에서 오는 ‘살인자에게’는 그래서 더욱 많은 것을 시사한다.

 

서로 다른 비밀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한 부분들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책이었다.

 

– 오죽했으면 같이 죽으려고 했을까, 라는 동정에 앞서 이 세상의 어떤 부모도 자식의 생명과 기회를 빼앗을 권리가 없다는 걸 인지했으면 한다. 그리고 벼랑 끝에 내몰린 부모에게 부디 사회가 안전망이 되어주어 그들이 진 무거운 절망이 희망으로 변하길 간절히 바란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거기있어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작가, 기욤 뮈소의 작품이다.

작가의 특허 전매라고도 할 수 있는 시간 공간 여행을 소재로 삼고 있는 이 이야기는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이들이 펼쳐질까? 에 대한 상상력을 부여한다.

 

신비주의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내용은 주인공이 캄보디아에서 적십자사 의료봉사에서 만난 기인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기인이 건네 준 알약을 먹고 잠들면 과거로의 시간이 이동이 된다는 것인데 주인공은 자신의 연인이 자신 때문에 사고로 죽었기 때문에 그녀를 한 번만이라도 만나보기 희망한다.

단 기인은 전제조건을 다는데, 알약으로 인한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20여분에 불과하다는 것과 절대 과거의 일에 개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치 과거의 일을 바꾸게 되면 현실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어떤 변화로 바뀌게 되는지를 경고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과거의 연인을 살리기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독자들로 하여금 한번 손에 쥐면 빨려 들어가듯 몰입도를 선사하는 저자의 작품은 사랑과 사랑 후에 남겨진 자들의 아픔, 과거로 돌아가 원래대로 돌리려는 행동의 결과가 어떤 모습을 초래하는지에 대한 상상을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독자들의 바람을 알고나 있듯 과거의 사건을 어떻게 함으로써 현재의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극적으로 보임으로써 행복함을 선사해 준다.

 

비록 소설 속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만약 나에게도 이런 조건이 주어진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가장 원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한 책이다.

 

빠른 스피드급의 전개와 완급조절의 글 흐름은 여전히 저자만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만족도를 선사할 작품이다.

 

 

메모리 익스체인지

메모리익스체인지메모리 익스체인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2
최정화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 작품이다.

먼 미래라는 가상의 현실도 지금은 어느 정도 현재의 실 생활에서 이뤄지고 있듯 SF형식을 빌려 작품을 쓴 이 내용들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소설의 배경은 생명체가 살아가기 희박한 화성으로 지구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총 3부로 이뤄지는 구성은 1부에서는 화성에 도착한 기죽인 니키의 이야기, 2부에서는 화성에서 살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교환한 화성인들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계급으로 구분된 반다가 제로화 구역에서 수용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3부에 이르러서는 도라라는 이름을 가진 반다가 화성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구인 니키를 만나 서로의 기억을 상호 교환하는 이야기다.

 

지구인으로서 화성에 정착하려는 모습이 흡사 이방인에 대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다른 환경에 정착하기 위해서 선택한 어쩔 수 없는 기억 제로를 통해 메모리 익스체인지르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가상의 세계를 다뤘지만 지구촌 곳곳에 있는 모습들을 보인다.

차별, 의심, 경계…

저자는 제주도에 난민으로 온 정착민들의 소식을 듣고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의 세계를 빗댄 내용이라  많은 것은 느끼게 한 책이다.

 

 

책 속에 니키의 삼촌이 니키에게 해주었던 말, ˝사람들이 널 어떻게 대하든 간에, 넌 자유롭고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야.(38쪽)˝ –

 

책을 덮고서도 가장 강렬하게 와 닿은 문구가 아닌가 싶다.

사랑 없는 세계

사랑럾는세계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제목에서 언뜻 연상되었던 것은 사랑에 대한 어떤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떠오르게 했다.

 

전 작품을 읽어본 독자라면 책 표지에서 보듯 많은 풀잎들과 꽃들을 봄으로써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될 텐데, 참으로 잔잔함 그 이상의 무언가를 던져준 책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자신만의 요리사 길을 선택한  후지마루-

긴 시간 끝에 자신이 일하고자 했던 도쿄도 분쿄구(區) 혼고의 높은 지대에 자리 잡은 양식당 엔푸쿠테이에서 조수로 일하는 건실한 청년이다.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사장님과 단 둘이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스승의 요리 세계를 배우고자 하는데 지리 특성상 가까운 곳에 T대학교가 있다.

 

가끔 점심때가 되면 서너 명의 남 녀가 모여서 점심 식사를 하러 오곤 하는데 알고 보니 식물을 연구하는 곳의 교수 및 그 밑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학생과 박사들이다.

 

그들 중에 모토무라라는 여인을 짝사랑하고 있는 후지마루는 점심 배달을 하게 되면서 그녀로부터 그녀가 연구하고 있는 애기장대에 대한 성장과정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왜 하고많은 것들 중에 식물을 연구하느냐는 궁금증에 이렇게 답한다.

 

– “식물에는 뇌도 신경도 없어요.  그러니 사고도 감정도 없어요.  인간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환경에 적응해서 지구 여기저기에서 살고 있어요.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

그래서 저는 식물을 선택했어요.  사랑 없는 세계를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누구하고 든 만나서 사귀는 일은 할 수 없을 거고, 안 할 거예요

 

이 말 한마디로 축약된 그녀의 식물 사랑은 남녀 간의 애정에는 관심조차 없을뿐더러 후지마루의 고백을 거절한다.

하지만 성실한 청년 후지마루는 그녀에 대한 의중을 알게 되면서 전처럼 친한 이웃처럼 지내게 된다.

 

책의 내용 초반부터 애기장대라는 식물이 나온다.

식물에 대해 그다지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식물 연구에 얽힌 다양한 용어라든가 실험의 연구과정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렵게 다가오기도 하면서 저자가 혹시 이 분야를 전공한 것을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

 

식물학 로맨스라 소개된 이 책은 식물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진 개인 한 명 한 명에 대한 여러 캐릭터를 보여주고 그들이 추구하는 식물의 애정에 대한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거기에 두 남녀 간의 가까울 듯 말듯하는 설렘이 보태지고 식물에 대한 애정도만큼 후지마루에 대한 생각도 한 번 더 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인간처럼 인지가 없는 식물에 대한 애정을 가진 모토무라,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식물 분야에 자신도 연구를 하는 모습의 후지마루의 모습은 잔잔한 일상의 생활 속에 커다란 변화는 없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껴주게 한 책이었다.

 

박식한 식물에 대한 세계를 알려줌과 동시에 독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작품, 가까이에 있는 식물을 한번 더 들여다보는 계기를 준 책이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창업가이드표지;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
김란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1월

직장인들이라면, 굳이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생각하는 창업-

 

쳇바퀴처럼 위. 아랫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오로지 나가 주체가 되어 결정하고 즐기면서 생활할 수 있다면 직장을 그만두고라도 선뜻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 창업이 말이 창업이지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창업 중에서도 공간 창업이란 것에 주목해서 창업에 관한 여러 가지 경험과 기억, 그리고 실제 이런 창업을 하고 있는 분들이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이다.

 

사람들의 다양성 추구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대가 되다 보니 막상 나가 생각했던 창업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지, 그렇다면 진정으로 나가 원하는 콘셉으로 방향을 맞춰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과 처음 준비를 하려는 분들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회상일에 치여서 자신만의 창업을 꿈꾼다면 무턱대고 퇴사하기보다는 먼저 철저한 조사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사란 말이 주는 낭만적인 꿈과 편리함만 추구하다가는 창업도 하기 전에 이미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자리가 차지하기 때문에 저자는 우선 급한 것이 공간에 대한 홍보 활동이라고 말한다.

 

요즘은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를 충분한 타깃으로 여기고 좀 더 세심하게 업체를 통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홍보로 이어질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히 직장인 A 씨의 경우를 통해 창업 여정을 살펴보는데 그저 창업이란 것에만 꿈을 꾼 채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없었던 대표주자로서의 고민을  사례로 꼽아가며 보여준다.

 

회사와 자영업이란 두 길에는 장.단점이 분명 있다.

이런 장 .단점을 잘 생각해 진정으로 자신이 자영업을 꿈꾸고 있다면 입지 조사부터 시작해 창업에 필요한 인테리어, 영업신고, 그 밖에 손님이 들어오게 만드는 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가게 문을 여는 순간부터 문을 닫을 때까지의 자영업자로서 느끼는 세세한 면들을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창업1

 

그래서 저자는 “자영업은 힘들고, 공간 창업은 더 힘드니, 말리고 싶다”라고 이 책을 시작하지만 만일 창업을 생각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자세한 충고를 들려주고 있다.

 

실제 이런 창업에 성공한 분들의 사례도 보여주고 있는데, 그림 가게인 강릉 뮤지엄 홀리데이, 여행자들의 아지트인 강릉 희나리, 동해 묵호 사진관, 서울 도시 서점, 서울 부쿠 서점, 속초의 고구마 쌀롱과 동아서점, 제주 북살롱 이마고, 춘천의 춘천 일기까지, 더러는 이름이 익숙한 곳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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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에필로그 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결국 공간 창업의 준비물은 하나밖에 없다고.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이다. ‘

이런 의지를 갖고 창업을 한다면 어떤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그 고비는 넘길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막연히 언젠가는 나만의 공간인 창업을 꿈꾸는 모든 분들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살인자의 사랑법

살인자사랑법살인자의 사랑법 스토리콜렉터 81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2월

첫 장면부터 시각적, 청각적인 모든 처리를 집중하게 만드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살인자의 마음과 행동을 통해 미지의 여인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묘사는 점점 진화하는 살인의 수법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

 

FBI에서 자문으로 일하는  범죄심리학자 조이 벤틀리와 FBI 요원 테이텀 그레이의 콤비로 이루어지는 사건의 해결을 다룬 이 책은 살인자의 내면을 그리면서 동시에 조이의 개인적인 어린 시절의 후유증을 함께 보인다.

 

시카고에서 연이어 발견되는 여인의 시체들, 특이하게도 방부 처리된 채 각기 다른 모습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손을 얼굴에 묻고 울고 있는 듯한 모습을 비롯해 다리에서 물을 바라보는 듯한 형상을 취한 시체…

사건의 발생 시점도 점차 빨라지고 이 사건에 대한 도움을 주고자 파견된 두 사람은 이 사건의 범인의 행동 파악을 이해하기 위해 프로파일러의 직업적 특성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특정 직업여성들, 평범한 대학생 등 구분 없이 타깃을 삼은 범인은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 아래 한 두 명씩 죽은 모습으로 발견이 되고 만들고  이는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시점까지 이어진다.

 

여기엔 14살에 겪었던 조이의 악몽 같았던 과거 일들이 겹치면서 범인을 쫓기 위해 애를 쓰는 조이와 자신에게 갈색 봉투를 보내는 미지의 인물, 하지만 누군지 알고 있는 조이의 행방을 쫓는 인물까지 겹치면서 사건은 점차 커다란 폭풍 앞에 다가선다.

 

책의 내용은 스릴로써 갖춰야 할 모든 것들을 제대로 갖춘 책이다.

한발 나아간 듯했던 범인의 정황이 다시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되는 과정과 함께 조이가 생각하고  있었던 범인의 실체는 반전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서늘함이 그려진 책이다.

 

그릇된 사랑의 실체에 대한 망상,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곁에 두고두고 보고자 했던 범인의 행동은 방부제란 것을 이용함으로써 더욱 악랄하게 이어지는 패턴들의 연속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어린 시절부터 프로파일러로서의 자격을 갖춘 듯 보인 조이의 말을 어른들이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고향에서의 살인 사건 범인을 잡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온전한 가정을 가져보지 못했던 범인의 허상과 판타지에 속수무책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완급조절의 맛과 두 콤비의 불협화음 속에 이루어지는 동료애가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가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