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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그 섬에서

그여름그섬에서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책의 표지가 무척 신선하고 시원하며 푸르름을 연상시킨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름, 어느 섬에서 간직된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다.

 

저자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취재기자 다이애나 마컴으로 취재차 캘리포니아에 외곽에 정착하고 살아가는  아조레스 이민자들을 만나면서 아조레스에 대해 알아 간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제도는 많지만 아조레스라고 불리는 제도는 대서양 한 복판의 아홉 개의 9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역사적인 이동으로 인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나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고향을 잊지 않고 그리워하며 제10의 아조레스 섬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저자는 이 섬을 세 번째에 찾아 들어가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

자신이 살아온 가정환경, 일, 그리고 진정으로 원하는 사랑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여정 속에는 아조레스 이민자들 특유의 낙천적이고 유쾌하며 그들이 누리는 삶의 방식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원치 않지만 누구나 이민의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들 아조레스 제도 이민자들 또한 자신의 고국을 떠나오면서 그들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우다지(saudade)를 간직하고 있는데 어느 나라 말이나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고 어떤 해석이나 단어조차도 그 의미의 이상을 표현할 수 없는 것들,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말에도 그런 의미들이 담긴 것들을 이해한다면 쉽게 수긍할 수 있으리라.

 

이렇듯 고국은 떠나왔지만 투우를 좋아하고 기억해야 할 일들에는 모두가 동참하며 기리는 의식들 속에 그들만이 지켜갈 수 있는 전통적인 모습들을 통해 저자는 오히려 그들을 통해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달아 가는 여정이 잔잔하게 흐른다.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생각할 때 우선순위를 무엇에 두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벗어나 자신들만의 고유한 정서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책을 읽다 보면 문득 그곳으로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은 하나의 섬이라고 불릴 수도 있는 존재, 그 섬이란 존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면서 자신의 섬 안에서 더욱 행복한 일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기쁨도 클 것 같다는 생각을 준 책이다.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전화하지않는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이혼을 앞두고 있는 실제 별거 상태에 들어가 있는 사라는 37살, 곧 마흔을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자선 사업가로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개인적인 삶에서는 이혼녀, 게다가 다른 사람과의 데이트조차도 성공률이 희박한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한순간에 사랑에 빠진다?

첫사랑과의 결혼과 이혼을 앞둔 시점에 과연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을까 싶지만 책 속에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부모가 살고 있는 영국으로  잠시 온 그녀는 숲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영국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런던 외곽 숲에서 목수로 일하며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남자, 그런 그가 그녀와 일주일을 함께 하며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지는데, 그 이후 그들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제목에서 의미하듯 전화하지 않는 남자 에디 때문에 그와 사랑에 빠진  사라는 그가 약속을 잊어버렸는지, 아니면 혹시 무슨 사고가 생겨서 피치 못하게 전화를 하지 못한 것이지,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연락할 길은 막막하다.

 

사랑에 빠지는 계기도 다양하지만 이들처럼 한순간에 진실한 짝을 만났다는 설정 자체가 로맨스 소설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이들의 사랑을 위태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사건을 등장시킴으로써 그들의 사랑을 추리라는 형식으로  잠시 빌려 궁금증을 일으킨다.

 

책 속의 내용은 현재 사라가  에디와 연락을 하기 위해 노력을 쏟는 과정과 그 속에서 19년 전에 감춰진 진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자신의 분신처럼 사랑했던 동생의 일이었던 과거의 일들, 사라가 몰랐던 에디의 행동이 실은 에디가  사라의 페북을 통해 어떤 사실을 알고 자신의 사랑을 접어야만 했는지를 이어가는 이 책은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다가오는 사랑 앞에서 진실된 감정을 유지하며 어떻게  역경을 이겨내며 이루어나가는지를 색다르게 표현했다.

 

 

서로가 사랑한다고 확신했던 만큼 사라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언질도 없이 행방을 감춘 에디를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라가 보인 행동은 어쩌면 절박한 심정과 함께 서로가 서로에게 미처 털어놓지 못했던 과거의 일들로 인해 오해와 진실이 감춰진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부분이 조마조마했다.

 

동생과 에디를 사랑하는 사라, 그런 사라를 생각하는 에디, 그들에게 행복한 사랑의 결실은 이루어질 것인지, 가슴이 아파오면서도 뭉클했던 로맨스 작품이다.

 

소호의 죄

소호의죄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리처드 바인 지음, 박지선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예술계의 추악한 면을 밝혀내는 이야기들은 스릴과 추리를 접목해 재미를 준다.

 

특히 소호라는 거리를 배경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예술계의 보이지 않는 면모들을 보인 작품이기에 남다른 느낌을 준다.

 

미술계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는 미술품 컬렉터 부부인 필과 맨디중 맨디가 자신의 로프트에서 얼굴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된다.

 

정작 살인범은 쉽게 자백을 하는데, 다름 아닌 남편인 필이다.

자신이 부인을 죽였다고 하는데 필은 치매성 뇌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빙성에 의심을 하게 되고 이 사건을 두고 미술품 딜러 잭과 사립탐정 호건이 진범을 찾기 위해 수사에 나서게 된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소호라는 거리에서 예술활동을 하고 예술가라고 자칭하는 그들, 그들 곁에 미술품 딜러란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작품을 어떻게 포장하고 거래를 하는지를 보인다.

 

죽은 사람 곁에 주변인들을 만나면서 진범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사건의 결말은 반전의 맛을 주고 저자는 범인임을 밝혀내기까지 여기저기 장치를 해둔다.

 

 

실제로 미술 매거진인 <아트 인 아메리카>의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이력을 되살려 미술계의 감춰진 내밀한 면들을 밝혀내는 이야기들은 그 속에서 배신과 사랑, 음모, 창작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그려냈다.

 

한때는 할렘가처럼 형성됐던 소호란 곳이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점차 예술의 거리로 명성을 날리게 된 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진실들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인 작품, 만약 영화로도 만난다면 추리 스릴의 맛을 제대로 살린 멋진 영상이 될 것 같다.

                                                                                                                                

사냥꾼의 수기

사냥꾼의수기사냥꾼의 수기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39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9년 8월

오랜만에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접했다.

 

유명한 작가 중 한 사람인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가 그린 이 작품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총 10편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러시아의 신분제도를 그려볼 수 있는 책이자, 지금은 모두가 같은 인간이란 생각이 당연한 시대지만 여기 보인 내용들은 계급이 존재했던 시대를 보인다.

 

우리나라도 양반과 다른 계급들이 존재했던 시대가 있었듯 저자가 그린 시대도 화자인 귀족의 눈에 비친 농노 제도의 실상, 즉 러시아 농부, 지주, 영주 관리인이란 사람들이 엮이면서 그린 이야기라 신선함이 다가왔다.

 

화자인 귀족은 ‘나리’란 칭호로 불린다.

사냥을 하러 떠나는 여정 속에서 자신과 다른 계급의 사람들인 농노들에 대한 관찰, 그리고 연민을 느끼게 되는데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인 사람들도 등장하는데서 미국의 노예제도를 연상케도 하고, 그렇다고 귀족은 자신이 나서서 저지를 하지 않는 자세를 취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농노에 대한 연민은 있으나 확실한 자신의 신분을 각인한 채 그저 한 사람의 인간 존엄이 아닌 관망의 자세를 취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신분제도에 대한 인식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때론 귀족에게 감동을 주는데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감사함을 갖고 있는 카시얀에 대한 자세는 기타 주변 사람들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생각이 보여 다른 분위기를 이끈다.

 

특히 ‘호리와 칼리니치’에서는 다른 별개의 생각을 갖고 있는 두 농부의 삶을 보인다.

현실적 합리주의인 호리와 낭만주의자 칼리티치의 대비를 통해 농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계기를 주고, 같은 신분의 처지지만 자신보다는 더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 농부를 놓아주는 비류크의 산지기는 같은 인간으로서의 동질감과 연민 성을 느끼게 해 준다.

 

또한 계급 차이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두어야만 한 했던 사연, 고귀한 신분과 천한 신분을 떠나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오는  죽음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시대를 떠나 동질감을 갖게 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통해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신분을 떠나 농노라는 신분을 차별해서 볼 것인 아닌 나와 같은 인간임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삶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

 

로맨틱 상실사

로맨틱               로맨틱 상실사
청얼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중국의 천재 영화감독이라는 칭호를 받은 청얼 감독의 작품집이다.

 

요즘 중국 문화권의 출간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감독이 쓴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총 7편의 글들은 1930년대 일본과 중국의 관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근대를 넘어  현대를 배경으로 한 4편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도 연관성 있게 이루어진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로맨틱 상실은 시대를 구분하지 않는 인간들이 본성에 가장 진실된 모습들을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청얼 감독이 연출한 영화 <라만대극소망사>의 원작 소설인 「로맨틱 상실사」「여배우」「영계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연관이 되어 있으면서도 각개 독립적인 한 개인의 상실과 아픔을 다루고 있다.

 

자신의 남편을 구하기 위해 특권층에 다가서는 여배우, 그런 여배우를 특권층은 어떻게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며 여배우는 결국 남편이 자신을 떠나버리고 어떤 비운 한 운명을 맞는지를 그린 내용과 함께 자신의 사고 난 몸을 돌봐준 매춘 여인을 매몰차게 버리는 비정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계, 그리고 이들의 등장인물들이 역사 속의 실존 인물이었던 다이 선생, 두 선생의  이야기와 함께 허구와 실제를  적절히 섞이면서 그린 작품이 씁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두 선생의 매제인 일본인 와타나베란 인물에 대한 묘사는 이 책에서 보인 이중성의 면을 제대로 드러낸 인물이 아닌가 싶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4편의 이야기들도 낭만이 사라진 여운을 깊게 남긴다.

인어의 치장을 하고 사람들 앞에서 물속에 잠긴 모습을 보이며 살아가는 여인, 그 여인은 왜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잠잘 곳을 헤매는지, 몸에 난 상처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사연이 찡하다.

 

한편 은행원이란 직업에 안주하면서도 무료하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남자, X로 칭하는 인물의 세 번째 남자의 자살은 왜 해야만 했는지를 상실이란 단어에 맞게 그린 작품들은 과거의 이야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근대와 현대를 교차적으로 그린 책의 내용은 중국의 당시 역사적인 배경을 알고 읽는다면 분위기를 더 사실적인 감각으로 읽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감독이 그리고자 한 인간 본성의 낭만 상실, 그리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정하게 이용하고 버리는 냉철함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다면 더 좋을 책이다.

                                                                                                                                

 

하우스 오브 갓

 

하우스오즈가ㅏㅅ

하우스 오브 갓 – 그 의사는 왜 병원에서 몸을 던졌을까?
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남궁인 감수 / 세종서적 / 2019년 8월

가족이나 지인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존경심과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의 죽어가는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차례대로 의료 치료를 행하는 것을 볼 때면 의사나 간호사라는 직업을 지닌 그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데 이 책을 처음 선택했을 때는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나 [닥터 후] 같은 연장선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접하고 난 지금은 과연 의술을 시행함에 있어 저자가 말하고자 한 훌륭한 의사와 인간적인 삶에 대한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의 자서전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라 시대적인 배경은 1970년대를 그리고 있다.

지금처럼 많이 발전된 의료기계 장비는 없었지만 당시의 의료계에 몸담고 의사가 되는 과정을 거치는 인턴들의 삶은 사실적이다 못해 정말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주인공 로이 바슈의 눈을 통해 의료 실습의 과정과 시스템에서 부딪치는 인간이되 점차 비인간화되는 모습들이 ‘고머’라 불리는 환자를 대하면서 더욱 실감 나게 그려진다.

 

병을 너무 방치해서도 안되지만 툭하면 크게 아프지 않아도 병원을 집 삼아 오는 사람들, 만성질환과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을 부르는 용어인 ‘고머’는 아직 초보 의사의 단계인 인턴들에게 맡겨진다.

 

의사를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보이는 환자들의 입장에선 하나의 구세주처럼 보일 수 있는 시점에서 의사들은 치료를 하되 치료를 하지 않는 행보, 자신에게 몰려드는 많은 환자들을 다른 과로 전과시키는 한계들, 이들 환자 중 정말 자신의 손에 맡겨져야 할 병명이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걱정이 앞서게 만든다.

 

당시의 의료 여건상 의료진들의 힘겨운 의료과정을 거치는 모습을 통해 저자는 자신이 의료를 전공한 당사임에도 상당한 진실성을 통해 의료계의 세계를 보임으로써 보다 나은 의료진으로서의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를 보인다.

 

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의사라는 직업, 전문으로 거듭나기까지 그들이 겪어야 하는 과정 속에 환자, 성을 이용한 부분들, 윗선에 잘 보임으로써 피라미드의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들이 살아남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갈림길을 통해 사실성을 부각한 책이다.

 

요즘 안락사나 존엄사, 생명연장 거부에 대한 생각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는 시각으로  종종 기사로 떠오르곤 한다.

 

책 속에서도 이미 고령인 아흔인 환자를 두고 치료라는 명목 하에 모든 검사를 실시하는 행위를 두고 과연 환자인 당사자에겐 어떤 처방이 가장 좋은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한 책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주인공의 성장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하는 책, 일반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의료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악어 노트

악어노트

악어 노트 – 움직씨 퀴어 문학선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19년 5월

요즘 퀴어 문학이나 영화들이 많이 출간되거나  상영이 되곤 한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동성애나 사회적인 인식들 사이에서 동성애라는 주제는 여전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대만 문학의 모던 클래식이자 대담한 작가라고 알려진 구묘진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대만 소설들 중에서 이렇게 퀴어 문학을 대한 적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실제 자서전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읽은 이 책은 퀴어라는 범주에 머물기보다는 보다 넓은 차원에서의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를 생각해보게 한다.

 

내용들은 단순하다.

주인공 라즈는 자신의 일기를 통해 마음 상태를 적어놓는데, 자신 스스로를 악어로 규정한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악어는 태어날 당시 환경 수온에 따라서 수컷이 될 수도 있고 암컷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악어라고 자칭 칭하는 라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사회규범적으로 정해진 틀 안에서 결코 화합하지 못한 자신의 성 혼란 때문에 오는 저항했던 날들을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그려낸다.

 

라즈는 같은 여성을 사랑하지만 그녀를 밀어내면서도 가슴 아파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타고난 성 정체성으로 인해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적인 편견을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이 나란 사람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는 한 여자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 비친 한 사람의 환영이며,

 이 환영은 그들의 범주에 든다. 하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그리스 신화 속의 반인반마 괴물이다.”

 

만약 정말 그렇고 싶진 않았지만 타고난 성 정체성이 그러하다면, 그래서 결국 사회가 인정하는 범주 안에서 살아가기가 힘들다면, 억지춘향식으로 맞춰진 규율 안에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살아가야만 한다면 인공 리즈처럼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가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내용은 라즈 본인 자신의 이야기 외에도 다른 커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고 이는 연결된 형식이 아닌 드물게 붙여서 이어지는 형식처럼 보이기도 해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이 그러한 사회의 갇힌 자신의 마음을 절망, 때론 슬픔을, 고독을 통해 드러낸 부분들은 오히려 스스로 자신을 혐오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  “사람이 받는 가장 큰 고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잘못된 대우에서 오는 것이다.” -p 74

 

그래서였을까?

26살의 짧은 생을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마감한 그녀의 삶이 라즈라는 분신을 통해 더욱더 안타깝게 그려보게 된 책이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 이분법적으로 구분 지어진 성별, 자본주의, 가부장제에 대한 솔직하고도 대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젠더 바이너리 문학의 화제작이요, 대만에서 동성혼 허용을 법으로 통과하게 한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를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징구

징구징구 – 로마의 열병 / 다른 두 사람 / 에이프릴 샤워 얼리퍼플오키드 2
이디스 워튼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7월

‘순수의 시대’의 저자로 알려진 이디스 워튼의 단편집을 접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떠오른 생각은 징구? 중국의 어떤 한 장소를 말하는 것인가?

사람 이름인가? 아니면 어떤 특이한 조합의 단어를 뜻하나?

 

 

하지만 모두 땡!

독자들이 허를 이리도 찌른 소설의 제목을 취한 저자의 센스에 박수를 친다.

 

 

 

어떻게 보면 장편보다는 단편이 훨씬 쓰기가 어렵다고 생각되기도 하는데 저자의 글은 읽으면서도 여전히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매끄러운 일침, 실상을 드러내 놓고 싶어도 사회 속에 묵인 시 되어 온 여성들의 허상과 허망, 욕구의 불만 표출조차도 표현해내지 못하는 모습들을 맛깔스럽게 그려놓았다.

 

총 4편의 단편들은 모두 저마다의 개성 있는 여성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당시 시대상에 흐르고 있는 보편적인 여성에 대한 시각, 여성을 바라보는 견해와 관점들이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징구’ –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벨린저 부인, 음~ 아마도 현대에 태어났더라면 영화 관람조차도 혼자서는 못할 위인(?),  아무튼 그녀는 런치 클럽이란 독서모임을 만들고 그곳에 모임에 동참하는 여인들과 함께 독서 토론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이다.

그곳에는 로비 부인처럼 솔직하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는 만큼 오히려 로비 부인은 그 모임에서 되려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 이하를 갖춘 여인으로 인식한다.

 

어느 날 유명 저자인 오즈릭 데인이 방문하게 되고 그때 작가조차도 성의 없는 태도와 물음과 답변을 이어가는데 작가가 질문을 하게 된다.

당신네 클럽에서는 어떤 심리학을 공부했느냐? 였는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로비 부인이 징구를 가지고 주제를 삼게 된다.

 

아무도 징구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거나 어떤 내용이냐는 물음조차도 하지 못한 채 서로 눈치를 보며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이 얼렁뚱땅 맞춰주는 시추에이션을 통해 인간들의 본질, 허식과 조롱의 대상에 대한 얄팍한 수준, 그럼으로써 결국 모두가 로비 부인에게 당했다는 결정타는 웃음과 함께 저자의 톡 쏘는 듯한 상쾌함마저 준다.

 

두 번째 이야기인 로마의 열병은 뜻밖의 결말을 읽은 후에 서늘함이라고 해야 할까?

같은 여인으로서 한때는 친한 듯했지만 시간이 흘러 무덤덤해진 두 여인이 딸들과 함께 로마로 여행을 오면서 우연히 마주치고 각자가 상대를 바라보는 생각들이 대화를 통해 과거의 일들이 재조명되는 이야기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벌였던 과거의 일들은 독자들도 생각지 못했던 결말의 결정타 대사를 통해 두 여인들도 결국은 상처를 받았고, 심리 스릴처럼 읽힌 내용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세 번의 결혼을 통해 전 남편 둘과 현재의 남편을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가는 여인의 노련미, 세 번째 남편이 말했던 “아내는 오랜 신발처럼 쉬웠다. 수없이 많은 발이 심어서 편해진 신발.” 무슨 말인가 싶으실 거예요”라고 했던 의미가 남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그 시대상으로 비춰볼 때 상당히 자신의 의지가 뚜렷했던 여인이 아닐까 하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루어 나간다는 생각이 강한 여인처럼 비침과 동시에 특히 역자 님이 말씀하신 진화적인 관점에서 본 글들이 인상적이었다.

 

네 번째 에이프릴 샤워는 귀엽고도 안쓰럽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하는 내용이다.

17살의 네오도라는 집안일, 동생 돌봄까지 하면서 자신만의 글을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는 것으로 소설가로서의 꿈을 꾸는 소녀 이야기다.

결코 쉽게만 이뤄지지 않는 소설가로서의 당선이 아쉽게도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족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되는 진행이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태어난 가정의 분위기상 당시 상류층에 속하기 때문에 글을 통해서 읽는 느낌도 자신이 직접 겪어보고 느껴온 세계를 제대로 그려낸 것이 아닌가 싶다.

 

여성으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시대의 분위기가 몰고 온  여성에 대한 인식, 더 나아가 허위와 그릇된 비판의 자세, 사회적인 분위기와 억압이 여성들을 어떻게 옥죄고 숨죽이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인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짧은 글 속에 담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오늘날의 여성들 모습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지혜의 서

지혜의서지혜의 서 (스페셜 에디션) – 영혼의 순례자 칼릴 지브란
칼릴 지브란 지음, 로렌스 알마-타데마 그림, 강주헌 옮김 / 아테네 / 2019년 7월

‘예언자”라는 책의 저자로 이미 유명한 저자의 새 글을 접한다.

 

20세기 단테라는 칭호를 받는 사람, 레바논 태생인 칼릴 지브란은 어린 시절 자신의 고국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이민, 그곳에서 공부하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여행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 대한 다양한 명칭은 그가 활동했던 그림, 글들을 통해 지금까지도 전해져 오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제자인 알무타다라는 사람이 지브란이 죽으면서 남긴 말씀을 연구하여 편지 형식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명상에 잠기기 좋은 말들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우선 책 사이즈가 무척 아담하다.

한 손에 쏙 들어갈 만큼의 크기는 유명 화가의 삽화가 곁들여져서 고전의 책을 보는 듯한 느낌과 함께 한 구절 한 구절 읽을 때마다 절로 많은 공감을 일으키는 책이다.

 

즉 인생에서 살아가는 의미, 명상, 결혼, 사랑과 평등, 이성과 지식들 다양한 소재를 주제로 삼고 있는 글귀들은 그가 오랜 시간 동안 탐구하며 터득한 진리를 깨닫게 해 준다.

 

살아가다 보면 많은 고민과 이해타산, 그리고 관계라는 속에서 힘겨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 책은  좀 더 나은 시각과 관점을 가질 기회를 주기도 한다.

 

많은 글귀가 들어있는 문장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함축된 의미가 들어있다는 느낌도 받게 되고 그중에서 여러 글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의 여러 부류 중에 어제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말_

 

과거에 집착하는 나머지 미래의 보다 나은 설계를 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예언자와 같은 20편의 삶의 지혜를 성찰 깊고 뜻있게 담은 곳곳의 구절들은 여전히 심금을 울리게 한다.

 

 

특히 종교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이미 시대를 뛰어넘은 그가 가진 혜안이라고 할까? 결국 모든 종교의 뿌리는 같은 곳에서 나왔음을, 방식과 설교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종교가 지향하는 바는 같은 곳으로 향한다는 그의 지침이 시간은 흘렀어도 그가 전하는 말은 유효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은 글귀들,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차분히 들어다 보면 좋을 책이다.

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

사기꾼

세기와 세상을 풍미한 사기꾼들
이윤호 지음 / 박영스토리 / 2019년 7월

순박한 것인지 순진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세상의 일이란 것이 이 책을 통해서 읽다 보면 이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기꾼들은 겉으로 나는 사기꾼이다~라는 표시를 하진 않지만 이 책 등장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속임수들이나 그 속임수에 깜빡하고 넘어가 자신의 이미지와 명성에 먹칠을 당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읽노라면 세상사는 참으로 정말 요지경이란 말이 생각난다.

 

천부적인 두뇌가 뛰어난 사람들이 저지른 사기도 있지만 꾸준한 노력(?)의 끝에 세상 사람들을 속이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 모습까지를 엿보게 되면 사기꾼도 그냥 되는 것도 아닌가 싶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이야 파리의 명물이 됐지만 한때는 쓸모없는 고철덩어리로 생각됐던 에펠탑을 팔아넘긴 빅토르 뤼스티그, <catch me if you can>의 실제 주인공의 사기행각,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유유히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듯했던 사기꾼, 다단계의 시초로 알려긴 폰지 사기의 원조인 찰스 폰지의 이야기는 지금 읽어도 정말 이렇게 속아 넘어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된다.

 

설마 하니 그렇기야 하겠어?라는 무의식 속에 감춰진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든 사기꾼들의 이야기들은  전 세계적인 경제 딜레마에 빠지게 만들었던 미국의 사기꾼 버나드 매도프, 백스트리트 보이즈를 세계적으로 키워낸 사기꾼의 이야기, 립싱크로 인해 하루아침에 스타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가수들의 이야기까지 사기꾼들의 다양한 수법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책 속에는 이밖에도 역사적인 배경을 이용한 러시아 마지막 황제의 딸이라고 주장했던 여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종횡무진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고 나면 결코 손해보지 않을 일들이 이렇듯 비일비재 허무맹랑하게 사기꾼들에게 당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속이려 들면 정말 한순간에 깜박하고 당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느낌이 많이 들게 한 책이다.

 

특히 원초적인 욕망과 부에 대한 환상들,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닌 한순간의 투자심리로 한몫을 챙겨보려는 인간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한 그들의 빈틈없는 전략은 어쩌면 당연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다양한 사기꾼들의 인생살이와 종말들을 다룬 책답게 주제별로 구분해 다뤘기 때문에 각 파트별로 특징적인 재미를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