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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롱웨이다운 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독특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이런 종류의 추리와 스릴을 느끼는 책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신선함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책, 바로 롱 웨이 다운이다.

 

15살의 주인공 윌의 형 숀이 어젯밤 살해당했다.

엄마의 약을 사러 이웃 동네에 갔던 곳에서 형을 죽였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에게-

 

이 동네의 특이한 룰이 있다면 바로 세 가지가 있다.

 

No. 1: 우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No. 2: 밀고하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No. 3: 복수하는 것
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윌은 위 규칙대로 따르고자 한다.

바로 형의 원수를 죽이는 일, 형의 방에서 감추어둔 총을 꺼내 들고 슬픔에 젖은 엄마를 뒤로하고 집을 나선 윌, 7층에서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은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들을 연상하게 한다.

 

책은 7층에서 시작되는 숫자를 보인 챕터를 시작으로 벨이 울리고 1층으로 내려가기까지 총 60초가 걸리는 그 시간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이 열리면서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윌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란 사실.

 

형의 친구, 어린 시절 첫 입맞춤 대상이었던 대니, 삼촌, 아빠, 연이어 계속 만나는 사람들 속에 형까지 모두 만나는 윌의 당혹감과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 속에 뜻밖의 사실들을 알게 되는데….

 

마치 한층 한층 문이 열릴 때마다 이번엔 누구일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 도대체 죽은 사람들이 왜 나타나는 것인지, 윌은 형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여려 가지 궁금증을 유발한 채 진행이 된다.

 

긴 문장의 호흡이 아닌 짧은 운문 형식을 취하면서 드러내는 장면들은 작가의 영리하고도 이색적인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롱웨이1

 

 

틀에 박힌 이야기의 범주이되 그 범주를 전혀 다른 뒤틀림의 세계 속으로 던져 넣은 글의 호흡들, 그리고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어두운 세계의 돌고도는 복수와 원한의  세계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그려놓은 한정된 엘리베이터란 장소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반전의 한마디는 영화 식스센스를 연상시킬 만큼 소름이 오싹 돋았는데, 아마 이렇게 짧은 두 단어로 인해 이렇게 강렬하게 다가온 책도 오랜만이었다.

 

읽으면서 영화를 연상시켰듯 아니나 다를까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폐쇄공포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좁은 공간의 엘리베이터, 담배 연기가 피어나고 그 속에서 차례차례 만나는 사람들, 상상만으로도 어떤 결말이 이어질까 궁금하지 않은가?

 

 

폭력과 정의

폭력과정의

폭력과 정의 –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안경환.김성곤 지음 / 비채 / 2019년 12월

 

 

서로 상반된 단어의 느낌이 강렬하게 와 닿는 두 단어의 연결고리는 과연 무엇일까?

 
법의학자 안경환, 영문학자 김성곤, 두 분이 대학에서 다룬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것인 만큼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이라고 생각되는 책이다.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이란 장치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옳은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이에 연관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심이 깃든 체계이다.

 

그런데 저자의 말들처럼 법이 내린 판결이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지는 않는다는 현실 앞에서 이 책에서 보인 다양한 문학과 영화의 내용들을 토대로 다룬 내용들은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특히 재밌게만 봤다고 생각했던 영화의 한 장면, 한대사 부분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떤 의미로 들리는지, 등장인물들의 동작과 대사가 메타포적인 의미로 어떤 부분들을 드러내는지를 보인 글들은 새삼 다시 보게 된다.

 

책은 총 3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법의 이면, 정의와 편견 그리고 사회와 사람으로 나누어져 각 파트에 해당되는 영화 이야기나 문학작품을 토대로 미국의 건국 토대부터 시작한 법의 체계서부터 어떤 사건에 이르러 법으로 통과되기까지의 과정, 유머로만 기억됐던 한국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 같은 경우도 눈여겨 다시 볼 영화들이었다.

 

특히 그저께 오랜만에 방영된 ‘프라이멀 피어’란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서 저자가 다룬 법과 그 법의 토대 안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또 다른 법의 허점과 인간의 마음을 이용하는 범인의 섬뜩한 이면들, 이를 다른 폭력의 형태로 자신의 승소를 이끌어낸 변호사의 좌절감을 보인 명장면들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물음은 여전히 꾸준한 질문이다.

 

자신의 주장이 정의란 이름으로 주장하고 이에 반한 이견을 낸 사람들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결정지어버리는 세태, 정의 실현을 위해서 가해지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는 면들을 볼 때 이 책에서 보인 여러 작품들은 예술적인 장르로만 느껴볼 것이 아닌 무엇을 의미하면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뜻을 부여한 책이기도 하다.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을 부제로 달고 있지만 꼭 법에만 국한되지 않은 넓은 의미의 법 이야기를 통해서 작품을 볼 때 시야를 넓혀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딱딱하다고 생각했던 책이 의외로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편집된 부분도 좋고, 특히 문학과 영화를 다룬 것들이라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이라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거짓말을 사랑하는 여자

거짓말사랑거짓말을 사랑하는 여자
오카베 에츠 지음, 민경욱 옮김 / 달다 / 2019년 11월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어.” –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면 둘 사이만의 특별한 공간과 기억과 추억들이 있기 마련이다.

타인들이 아무리 의구심을 갖더라도 당사자인 나가 아니라고 믿는다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이 없겠지만 만약 이 모든 것들이 전부 거짓이란 사실로 드러난다면, 더군다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순리대로 모든  절차가 이루어지리라 믿었던 상대의 모든 것이 거짓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

 

 

대기업 식품 회사에 다니면서 나름대로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여성 유카리, 나름대로 모범 여성으로서 인정을 받고 있는 그녀는 동거한 지 5년이 되는 남자 친구 깃페이가 있다.

대학병원 연구의란 직업을 갖고 있는 그는 결혼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이 없다는 말로 유카리를 기다리게 하지만 그녀의 믿음은 언젠가는 결혼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엄마에게 소개를 하고자 서로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깃페이를 두고 문자 연락을 시도하지만 무응답,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그가 길거리에 쓰러져 지주막 하혈이란 증상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병원을 찾아간 그녀는 그가 가지고 있던 직장, 이름, 신분증까지 모두 거짓임을 알게 되면서 도대체 나는 누구랑 살고 있었던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휩싸인다.

 

 

이에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자 결심하고자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람을 고용하게 되고 그에 대한 다각적인 여러 가지 방면으로 파헤쳐보기 시작하는데….

 

 

 

책의 진행은 유카리가 갖고 있던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나가 사랑하는 남자는 누구였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흐른다.

처음엔 배신감으로, 주위의 시선으로 볼 때 의도적으로 돈을 목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는가에 대한 의문부터 시작해 정작 둘 사이에서 오고 가던 말들을 곱씹어 보면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단 결론에 이른다.

 

유카리가 정작 믿었던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깃페이란 대상이 아닌 ‘사랑’이란 감정에 흠뻑 빠져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당시의 환경 탓이었을까? 깃페이가 도대체 왜 이런 자신의 모든 것을 숨겨야만 했을 무언가의 사정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책은 전반부에 유카리가 갖고 있던 감정의 선을,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혼수상태의 깃페이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때론 알면서도 모른 척, 모른다면 그저 넘어가는 것도 괜찮을 때가 있다.

유카리 또한 이런 상황을 넘어갔다면 깃페이와의 사랑은 어떤 식으로 이어나갔을까?

 

– “가와하라 씨, 고이데 씨에게 속았다고 하셨는데, 그게 아니라 고이데 씨가 뭔가를 숨겼다고 생각하진 않으세요?”
“뭐가 다른가요? 속인 거나 숨긴 거나.”
“그럴까요?”
“마찬가지예요.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는 변함없으니까요.”
“뭐…… 그런가요.”
가이바라는 천장을 노려봤다.

 

가이바라의 말처럼 유카리를 생각해서 숨겨왔다면 그 또한 깃페이 나름대로 배려와 차선의 사랑방식을 나름대로 선택한 것을 아니었을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후의 유카리가 깃페이에게 말한 대사는 그래서 더욱 아픔이 전해져 온다.

 

각자의 뜻한바대로 이루어진 절차였다면 유카리는 깃페이를 용서했을까?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썼다고 하는 이 책의 내용은 진실한 사랑이란 이름 앞에서 나는 상대를 얼마큼 진실성 있게 사랑하고 있는가? 에 대한 물음, 사랑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던진 책이기도 하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나티투바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마리즈 콩데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2월

 

 

 

올해 노벨 문학상에는 두 명의 작가가 선정이 되었다.

작년의 한림원 성추문 사건의 여파로 수상자 선정이 없는 관계의 결과물이기도 하고 그 대안으로 만들어진 것이 2018년 노벨문학상 ‘뉴 아카데미 문학상’ 수상이다.

 

이 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가 마리즈 콩데이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란 작품은 유일하며 단 한 번에 그친 수상작품, 즉 세상에 단 한 번 존재하고 단 한 번 수여된, 대안 노벨문학상인 ‘뉴 아카데미 문학상’ 수상작이란 이름에 걸맞은 인상적인 작품이다.

 
주인공 티투바는 바베이도스 출신의 엄마가 선상에서 백인 선장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결과물로 탄생한 여인이다.

배에서 내린 후 자신의 몸속에 잉태된 아이와 암울한 자신의 삶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엄마를 두고 선장은 같은 노예 출신 남자에게 이 여인을 줘버린다.

 

출산을 했지만 결코 모성애로써 아이를 바라볼 수 없었던 엄마, 그런 아이에 대한 사랑은 양부가 모든 정성을 들여 키워나가지만 엄마가 백인 농장주인에게 겁탈을 당하게 되자 이일로 엄마 아베나와 양부 야오는 죽게 된다.

 

홀로 남겨진 그녀를 거둔 것은 숲 속에 살던  야야라는 노파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야야에게 모든 것을 배운 티투바를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지만 티투바는 야야가 죽고 난 후에 자신의 능력을 좋은 곳에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백인 남자들과의 거리를 두면서 살았던 티투바는 유일무이하게 사랑하던 남자를 만나고 그를 따라 스스로 노예의 신분으로 돌아가면서 인생은 180도로 바뀐다.

 

바로 마녀사냥의 대상자로 낙인이 찍히면서 다른 백인 여성들과 재판에 회부된 것-

 

이 작품은 실제 마녀 사냥에 티투바란 실제 여인이 있었지만 노예, 흑인 여성이란 사실로 제대로 된 결과는 알 수 없는 상태의 자료를 갖고 저자는 나름대로 그녀의 삶을 사실과 상상력을 더해 인상적인 작품을 쓰게 된다.

 

 

이 책은 실제 저자 자신의 삶에서 느꼈던 경험이 들어있다.

작가 개인적인 삶은 프랑스령과 과들르프에서 태어났고 부유하게 자라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현실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들(백인들)의 시선과 실제 유학생활 중 미혼모가 된 이후   가족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이 끊기게 된 생활, 뒤이은 가난이란 삶이 동반된 사회적 약자란 입장에서 다시 아프리카로 들어가 그곳의 모습을 깊이 알게 되면서 작품을 쓰는데 영향을 받은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노예의 삶을 그린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뿌리’에서도 그렇지만 그들의 삶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참담하다는 표현이 생각나지만 그들의 원천적인 생각은 살아있다는 사실,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 책의 티투바는 이런 점을 뛰어넘어 살아있다는 사실 외에도 삶을 보다 풍요롭고 아름답게, 인간답게 살고자 했던 욕망이 더 잘 그려내고 있다.

 

성별의 차이, 피부 색깔의 차이를 누가 더 낫고 부족한지를 결론 낼 수 있을까?

이 점을 염두에 둔 저자의 이 책은 그녀에 대해 어떻다는 것을 결정짓는 한계를 깨고 싶었던 실존인물 티투바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인생에 대한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빛을 발

하게 된다.

 

실제 저자는  “티투바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성은 역사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피부와 성별 때문에 거부당한 인간적 권위를 그에게 꼭 회복해주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집필 동기를 발히기도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그 누구도 간섭할 수없다는 당당함과 그 한계에 대해서도 결정할 수 없다는 티투바의 강인한 삶의 진취적인 자세를 통해 많은 것을 들려주는 책, 아프리카에 대해 묘사한 부분들이 체감 있게 다가오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우아한크리스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어린 시절에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은 흥분과 산타할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소망, 그런데 할아버지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채 선물만 주고 가셨다.

 

실망감과 함께 이내 선물에 대한 관심으로 눈을 돌리던 그때 그 시절의 크리스마스가 이제는 눈이 내린다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오지 않는 눈을 기다리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눈이 내리질 않네~하고 그 생각만 할 뿐 동화 같던 설렘과 두근거림은 사라졌다.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방송마다 단골손님처럼 방영되는 영화들이 줄줄이 시간대별로 보인다.

‘나 홀로 집에’ 케빈은 어느 적 케빈이냐, 나만 나이가 들었네~ 하며 다시 보게 되는 영화는 여전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풍긴다.

 

악당과 함께한 캐빈이 있다면 여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풍기면서 미스터리를 가미한 책을 만나보자.

어느 때와는 다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것 같다.

 

제목에서 나온 것처럼 모두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조합, 2018년에 나온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와 함께 이 책으로 엮어서 출간이 되었다.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때론 일상의 삶에서 부딪치는 뜻하지 않는 사건에 연관되어 겪는 이야기들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한다.

 

15편의 이야기 속에는 크리스마스란 분위기에  복권에 얽힌 이야리로  행복감을, 반대로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건으로 경찰서 조사실을 배경으로 그린 해프닝,  병으로 아픈 아들을 위해 크리스마스가 빨리 왔으면 바라는 아버지의 심정을 담긴  안타까운 사연, 장발장을 연상시키는 신부님의 지혜로운 이야기가 담긴 도둑과 연관된 일, 여기에  아내를 위해 살인을 마다 않는 남편의 이야기까지,,,,

 

알고 보면 실 생활에서 얼마든지 닥칠 잔잔한 일상의 하루를 크리스마스를 매개로 하여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허구로만 여겨지지 않는 진실성이 보인 글로 이루어져 있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평범하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감사한 일인지를 느낄 때가 점점 많아짐을 느낀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의 시점보다는 보다 경험의 시간이 쌓이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삶의 의미라고 한다면 거창하겠지만 이 책에서 보인 미스터리들은 어쩌면 허구의 삶이 아닌 다양한 인생의 삶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올해는 불황 탓인지  집에서 지내는 크리스마스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끼리 오붓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좋고 여기에 덧붙여 뭔가 크리스마스에 작은 의미를 느끼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이 책으로 멋진 크리스마스를 느껴보면 어떨까?

 

당신을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세계로 초대한다.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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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뜻하지 않게 선의의 행동이든 의식적으로 악의적인 행동이든 뒤 결과에 대한 섬뜩함을 들려주는 이야기, 4개의 단편집을 읽었다.

 

신인 작가라는 말이 의심될 정도의 탄탄한 글 구성력을 지닌 이 작품집은 생각지도 못했던 사소한 일들이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아니 나가 관계하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그 피해를 입게 된다면….이라는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첫 번째 이야기인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은 의도치 않게 행동했던 경솔함이 재앙으로 불어닥친 이야기다.

 

자신의 딸을 유괴했다는 남자의 전화를 받은 아버지가 범인이 따르는 대로 행동에 옮기는 과정에서 자신이 행했던 과거의 자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자살  시도자를 만류하지 못하고 부추겨 사망하게 했던 그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숨 막힘의 싸움으로 진행된다.

 

두 번째 이야기 [밤에 깨어나]는 어느 알바생이 당하는 이야기다.

 

여성들만 노리는 범인과 용모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의 곱지 않은 의심과 시선 속에서 나름대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를 쓰지만 한번 인식된 사람들의 의심은 쉽게 벗겨낼 수가 없는 갑갑한 상태를 드러낸다.

이에 더해 감시 속에서 행동한 분풀이 행동들은 결국 병실행, 뜻밖의 진범의 고백은 읽는 내내 정말 단순한, 꿈일 것이란 악몽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지니게 한다.

 

만일 누구나 이런 알바생처럼 억울한 일들이 발생한다면, 더군다나 의심만으로도 충분히 진범일 것이란 확신에 찬 주위의 차가운 시선들을 어떻게 바꿀 수는 없을까? 에 대한 생각들, 군중들의 편협한 이기적인 시선들이 한 인간을 어떻게 망쳐놓는지를 그린 공포를 그린 작품이다.

 

세 번째 [복수의 꽃은 시들지 않는다]는 25년 전 학창 시절 세 친구가 범죄를 모의하고 그 결과물로 왕따를 당한 친구가 자살함으로써 이에 복수를 결심한 친구 외삼촌으로부터 당하는 이야기다.

 

자신이 아닌 자신의 가족들에게 위협을 하는 외삼촌의 의도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들이미는 상황을 그린 긴장감 최고조의 이야기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이 바뀐 이 상황에 대해서 과연 외삼촌은 조카의 죽음에 한을 풀었다면 그 원한의 감정을 쉽게 풀어질 수 있을까?

죄도 없는 당사자의 가족들은 이런 일을 겪어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끝도 없는 이런 복수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네 번째[ 계단실의 여왕]는 같은 층에 사는 여자가 층계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갈등하는 이야기다.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 119에 신고를 하자니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타인들이 발견한다면 신고를 할 것 같은 생각, 귀찮다는 생각, 주위의 도움을 생각하지만 이마저도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쓰러진  여자의 스토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상황이 크게 번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네 편 모두 사소한 일상의 작은 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말함으로써 자신에게 그 결과물의 피해가 돌아오는지를 단편의 문학 안에 짧고도 굵직하게 그려냈다.

 

나 자신의 위주로 생각하고 결단하는 행동들이 어떤 경우에는 선의에 의해 행동했다 할지라고 결과는 악의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은 추리 스릴러의 맛깔스러움과 함께 누구나 이런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등이 오싹함을 느끼게 된다.

 

나가 바라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는 세상, 누구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지만 결과물은 엄청난 파국의 끝을 향해간다는 점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 행동과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작품들이다.

 

간결함 속에 드러내고자 한 내용들이 확실하게 그려지는 이야기 흐름은 차후 이 신인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표지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화이야기~~~

 

내일모레면 크리스마스, 해마다 점등과 각 교회나 성당에서 축하의 메시지와 의식들이 치러지고 있지만 이 책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이면 소설, 에세이면 에세이, 거기에 영화와 마라톤, 음악까지, 이번엔 동화란다.

 

짧지만 그 안에 펼쳐진 이야기의 진행은 소설의 전형을 따르고 있지만 한층 가벼우면서도 유쾌하고 잠시나마 양들의 세계로 빠져버린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크리스마스에 공연할 성聖 양 어르신님을 추모하는 음악 작곡 의뢰를 받은 양 사나이는 수락하지만 좀체 음악을 만들 수가 없다.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려 해도 하숙집 아주머니의 잔소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알고 보니 정작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구멍 뚫린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저주에 걸렸다는 양 박사의 충고대로 이의 저주를 풀기 위해 애를 쓰는데, 이후의 이야기는 다른 등장인물들과 이어지면서 진행된다는 이야기, 그런데 하루키의 작품에 그림을 전담했던 그분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이우일 님의 그림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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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하와이 하다’의 작품에서 보인 그림도 좋았는데 외국 작가의 작품에 이우일 님의 특징이 드러난 간결하면서도 특징이 잘 드러낸 그림의 세계가 한층 글의 맛깔스러움을 더해 준다.

 

저주를 풀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뒤의 결과는 당연히 해피한 걸로! 왜냐하면 크리스마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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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엔 모든 것에 감사와 축복이 있길, 그래서 더는 양 사나이처럼 고생하지 말길, 그렇다고 구멍 뚫린 음식을 보게 된다면 생각 좀 해봐야 될 것 같다.

특히 양 사나이처럼 도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조심, 조심하세요~~

 

나도 모르게 저주에 걸릴지 모르는 일이니까^^

 

모든 등장인물들이 한데 모여 즐겁게 즐기는 크리스마스의 이야기,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이 모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검은 얼굴의 여우

검은얼굴의여우

검은 얼굴의 여우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도조 겐야 시리즈를 기다려온 독자라면 이번에 새롭게 탄생한 시리즈 인물에 대한 새로운 작품을 반갑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미즈치럼 … 이후의 차기 작품을 기다려온 만큼 저자의 말처럼 실망하지 않을 거라는 이 작품의 새로운 등장인물은  주인공인 ‘모토로이 하야타이다.

 

만주에서 건립된 건국대학을 나온 엘리트였던 그, 그는 패전 이후의 일본에서 무작정 기차를 타고 내리게 되는데 마침 기차역에서 탄광에서 일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사람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떠나려 하던 차,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하야타는 이내 거부하지만 험악한 분위기를 이길 수 없는 위험에 처한다.

 

이때 그를 구해준 사람이 미노루, 알고 보니 그는 전직 탄광부를 모집하던 일을 하던 사람이었고 하야타를 본 순간 자신이 징집했던 조선남자를 연상시켰기에 위기를 모면하게 해 준 것이었다.

 

현재 그는 탄광부로 하야타는 그를 따라 그가 일하고 있는 탄광에 취직을 한다.

때는 일본이 패전한 직후였고 탄광은 조선인들이 일하던 곳을 일본인들이 차지하는 분위기였다.

어디나 그들만이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모시는 신이 있듯이 그곳 역시 탄광부들이 모시는 신당이 있었고, 하루하루 힘겹게 탄광부로서의 생활을 이어가던 하야타는 탄광에서 검은 얼굴의 여우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정체는 여우 가면을 쓴 아름다운 여인으로 마이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런데 탄광에서 갱도가 무너지면서 아이자토가 나오질 못하는 상태에서 시간은 흐르게 되고 여우 신을 모시는 사당에선 금줄로 목을 맨 남자들이 발견이 된다.

 

안에서 문이 잠긴 채 벌어진 죽음의 시체, 일명 밀실 살인이라 불리는 이 사건의 중심을 하야타는 추리의 꼬리를 물듯 그곳에서 벌어진 실체를 쫓기 위해 탐정 역할을 하게 된다.

 

책의 첫 배경이 일본의 침략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읽는 독자의 입장에선 우리나라 징용의 대상들과 그들이 물건처럼 이용하고 버려지는 참혹한 현장의 이야기와 함께 보기 드물게 일본인으로서 자국의 이러한 전쟁의 실상을 침략으로 그린 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아타가 느낀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한 생각은 자신들이 행한 행위에 대해 깊은 반성보다는 분노를 느낀 장면은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보다 폭넓은 생각의 깊이가 부족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기존의 민속과 호러를 겸한 추리 미스터리의 세계를 그린 작가가 이번엔 배경을 옮겨 패전을 주 배경으로 석연치 않은 죽음과 마주한 새로운 인물의 등장 서막을 알림으로써 기존의 도조 겐야와는 다른 또 다른 시리즈물을 탄생시켰다.

 

마물의 장난일지, 아니면 귀신의 장난일지, 여우를 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처럼 실제는 인간이 저지른  살인인지,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밝혀나가는 주인공의 발전된 사건의 전개와 그 실체를 탐하는 모습은 탐정의  모습을 베대로 보여준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차기 작품이 새로운 작품과 함께 새 시리즈물 주인공 소개의 서막을 알림과 동시에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만난 느낌이 참신하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다음에는 어떤 사건으로 하야타의 활약이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빅엔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70세의 빅 엔젤은 엄마의 장례식에 지각을 했다.

 

첫 문장부터가 눈길을 끄는데 기발한 설정의 이야기 속에 담긴 흐름이 궁금했다.

 

빅엔젤은 70세의 암환자다.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는 별개로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 일주일 전 100세 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에 그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과  모이는 기회를 자신의 생일과 장례식을 함께 지내기로 하고 엄마의 장례일을 일주일 뒤로 미룬다.

 

여전히 자신의 큰 목소리로 인한 집안 어른의 자격으로 있는 빅 엔젤, 그의 어린 시절과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결혼생활, 의붓아들과의 충돌, 자신과 배다른 동생과의 불화까지…

 

사실 이야기는 미국 내에 살고 있는 멕시코 가족들의 삶을 통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나이듬과 병들어가는 과정 속에 자신의 신체의 힘겨움을 딸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몸속에 내재된 멕시코인이라는 생각은 미국에 정착하면서 미국 내의 멕시코인으로 살아가는 다른 가족들과의 모습을 통해 미국인으로 살아가야 할지 멕시코인으로서의 자부심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대화를 통해 엿볼 수가 있다.

 

콩가루 집안으로 인식될 만큼 자유분방하다고 해야 할까?  한국이라면 이해할 부분의 범위를 넘어선 부분들의 대화들과 생활양식은 빅 엔젤의 복잡한 가계도를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부분이라 조금은 헷갈렸다.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모습들, 그 안에서의  추억들과 배다른 동생과의 마지막 일들은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독자들의 웃음을 예상치 못하게 터트리는 빅 엔젤의 가족들,  이국땅이라는 곳에 정착한 이민자들로서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삶은 여전히 긍정적인 것이란 것을 느끼면서 읽은 책이다.

 

실제 저자가  형의 죽음을 앞두고 떠오른 생각을 소설로 그린 작품답게 부부 간의 사랑과 자식들과의 사랑, 그리고 화해를 적절한 유머를 통해 그려 재밌게 읽은 책이다.

                                                                                                                                

내 어머니의 이야기(큰 활자본/송년 에디션)

나의어머니표지

어머니전체

내 어머니 이야기 세트 (큰활자본/전용박스 + 2020 벽걸이 달력 포함) – 전4권 – 송년 에디션
김은성 지음 / 애니북스 / 2019년 12월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으로 tvN ‘알쓸신잡’을 통해 관심을 받으며 절판된 지 4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온 책, 이번엔 큰 활자본으로 다시 출간된 책을 만나봤다.

 

한국의 가요 중에 이미자란 가수가 부른 ‘여자의 일생’이란 노래가 있다.

듣다 보면 우리 할머니 세대나 엄마들의 세대들이 겪어 온 인생의 고달픈 이야기를 담은 듯한 가사 내용이 아픔을 전해주는데 이 책에서 보인 엄마의 일생 또한 다르지 않다.

 

마흔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저자는 10년에 걸친 시간 동안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녹취해서 그림에 녹여냈다.

 

정교하고 섬세한 그림의 선이 아닌 투박하면서도 보면 볼수록 정이 드는 그림의 세계, 엄마의 얼굴도 딸의 얼굴도 집 밖에 나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들이다.

그런 딸의 그림과 이야기는 엄마의 인생 이야기이자 한 개인의 역사면서 한 시대에 녹아들며 살아간 이야기다.

어머니가계도

 

 

 

북청 물장수란 말이 유명하듯 저자의 엄마 고향은 이북이다.

놋새라는 애칭을 가진 엄마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일본군 위안부 징징을 피하기 위해 누구나 그러했듯 서둘러 원치 않은 결혼을 했다.

6.25 전쟁으로 이북을 떠나 남한에 정착하고  굵직한 한국 현대사의 역사를 관통하고 살아온 이야기는 무심코 던지는 이북 사투리를 살려낸 저자의 노력으로 한층 독자들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어머니1

어머니2

 

 

드라마나 소설에서 나올듯한 한 개인의 삶을 그려낸 듯한 인생의 이야기는 모녀간의 대화를 통해서 실제 생활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그 차지한 부분들 속에 차곡차곡 쌓인 그리움이 존재한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너무나 많은 부분들이 겹쳐 놀랐다.

비단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 할머니, 어머니의 이야기로 집약될 수 있는 이 책은 다시 재조명되지 않았더라면 어쩔뻔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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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도착되자마자 펼친 큰 활자본 또한 톡톡히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엄마 곁에서 같이 보면서 때론 한 장면을 두고 한 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할머니가 그리워졌기도 했던 시간을 갖게 한 책, 어찌 보면 역사란 것이 이런 한 개인 개인들의 삶이 모여서 역사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했다.

 

더함도 모자람도 없는 담백함 속에 수묵화의 농담을 연상시키는 그림과 더불어 오늘도 여전히 그리운 ‘엄마’란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 책,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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