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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7

조선톡조선왕조실톡 7 – 안녕, 조선 패밀리 조선왕조실톡 7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이마 / 2017년 8월

벌써 마지막 권이라니!

읽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조선 패밀리’란 이름으로 붙여진 조선시대의 마지막을 다룬 이 책, 참 아쉽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던 추억을 떠올려보게 한다.

 

처음 만화로 된 ‘톡’을 차용한 책이란 점에서 역사를 다루는 분야라면 유행의 흐름도 좋지만 제대로 된 정석의 느낌이 드는 역사서를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했던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게 한 책이란 점에서 쉽게 떠나보낼 수가 없음을 느낀다.

 

사실 조선왕조가 지금의 시대 전인 마지막 왕조이다  보니 여러 가지 역사에 근접한 사실들이 많이 알게 되고, 또 기타 다른 왕조 시대보다는 피부로 느끼는 생활 주변의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볼 때 우리의 아픈 역사를 들여다보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

 

 

정조부터 시작해 대한제국 말기까지 그려낸 이 책은 여전히 그 매력을 발산한다.

유행의 흐름에 따른 간단한 ‘톡’을 설치해 그 안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 당시의 사정과 행간의 흐름을 통해 전달해주는 역사에 근접한 노력들, 특히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발랄하고 유쾌하면서도 때로는 그와 연관된 여러 가지 당시의 모습들을 참작해 볼 수 있는 글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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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들인  이한의 ‘실록 돋보기’는 역사의 보충 설명식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당시의 각 권력층의 당권 다툼이나 사회적인 상황을 다뤘다는 점에서 역사서를 대하기보다는 간단하지만 요점만 콕 집어 알려주는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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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선의 시대를 공부하면서 뒤에 갈수록 힘없이 열강의 세력들에 치이고 끝내는 제국의 말로를 보는 부분들이 역사를 공부하면서 부담감을 느끼기에 조선 중기까지만 그려낸 부분들을 더 좋아했지만 역사란 과거를 되짚어 봄으로써 또 다른 발전의 가능성을 알아간다는 데에 우리들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지에 대한 공부를 더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의 마지막 권이자 ‘조선의 패밀리’ 시리즈란 이름으로 출간하면서 나온 전 7세트를 통해 좀 더 우리나라의 근대로 넘어오기까지의 우여곡절들이 곁들인 열녀문이나 효자비, 천한 성(姓)으로 알려진 이야기의 부분들은 잠깐 쉬어갈 수 있는 부분이면서도 다른 관점으로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해 주기에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더욱 이끄는 부분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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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아이들에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취지로 만든 책,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역사공부 시간이 될 것 같다.

 

 

결혼이라는 소설

결혼소설결혼이라는 소설 1.2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흔히  2의 출발점으로 향하는 것들 중에는 결혼이라는 것을 포함시킨다.

시대가 변해서 이제는 꼭 결혼을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동거하는 남녀들의 생활이나 독신들의 생활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결혼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책이요, 나의 인생의 삶에서 차지하는 그 어떤 비중에 대해서 우선순위는 무엇일까를 생각도 해보게 되는 책을 접했다.

 

처음 제목 자체가 왜 하필이면 결혼이라는 소설이란 명칭을 부여했을까였다.

결혼이면 결혼이지 굳이 소설이라는 말을 붙여야만 했던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를 두고 읽고 싶었던 책, 아마도 이 책을 접하는 20~30대의 분들이라면 공감을 할 수도 있을 이야기들을 저자의 글을 통해 한 번 들여다본다.

 

주인공은 세 명이다.

일명 아이리그에 속한다는 브라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메들린, 아버지가 대학  총장 출신인 중상층의 가정에서 자라난 그녀는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려 빅토리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류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고 그녀들이 쓴 작품 안에서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특히 롤랑 바르트가 쓴 책을 통해 더욱 결혼과 사랑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둔 학생이다.

 

4학년 마지막 학기에 들어간 기호학 수업에서 공대생 레너드를 만나고 이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레너드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대학 진학에 따른 여러 가지 돈이 들어가는 상황이 좋지만은 않은 실정, 더군다나 조울증과 우울증을 함께 앓고 있다.

여기에 종교학을 전공하는 또 한 사람이  메들린을 향한 사랑을 하고 있으니, 바로 이민자 출신 가정의 자제로 이름은 미첼이다.

 

책은 세 남녀의 졸업식을 앞둔 상황에서 벌어지는 세 사람의 동선과 생각들과 행동을 보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각각 어떤 대학 시절들을 생활했으며 이내 졸업 후에 대학원 진학에 떨어진 메들린이 졸업 후에 레너드와 함께 레너드가 인턴 자리로 가게 된 곳으로 함께 가게 되고 동거를 하는 생활, 미첼은 자신의 종교적인 의구심과 끊임없는 자신의 실험을 모색하기 위함, 메들린에 대한 사랑을 멈추기 위해 유럽과 인도를 향해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같이 그려낸다.

 

메들린은 결혼에 대한 생각, 즉 자신이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이나 에밀리 자매가 쓴 소설을 통해 그려진 빅토리아  시대에서 보이는 여성들의 당찬 모습들을 비교하면서 자신이 쓰는 논문의 주제와 함께 결혼에 대한 생각, 특히 레너드가 더욱 심해진 조울증으로 인해 서로의 힘든 생활과 여건을 이겨내고자 결혼을 감행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결혼에 대한 실체를 더욱 실감있게 느끼게 된다.

 

– 소설이라는 장르는 결혼 플롯과 함께 그 절정에 도달했으며, 결혼 플롯이 사라지면서 다시는 원래의 위치를 되찾지 못했다는 것이 손더스의 견해였다. 인생의 성공이 결혼에 달려 있고 결혼은 돈에 달려 있던 시대에 소설가들은 글을 쓸 만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던 셈이다. 장대한 서사시는 전쟁을, 소설은 결혼을 찬미했다. 남녀평등은 여성에게는 이롭지만 소설 장르에는 해로웠다. 게다가 이혼은 소설을 완전히 망쳐놓았다. 에마[제인 오스틴의 소설 ‘에마’의 여주인공]가 법적으로 별거를 신청할 수 있다면 그녀가 누구와 결혼하든 무엇이 문제겠는가? 이저벨 아처와 길버트 오스몬드[헨리 제임스의 소설 ‘여인의 초상’의 두 주인공]의 결혼은 혼전 합의서의 존재에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결혼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으며 소설 또한 마찬가지라고 손더스는 우려했다. 오늘날 결혼 플롯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단 말인가?-  p.61

 

책의 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위의 대목을 통해 기존의 결혼관에서 많이 변화된 결혼의 실체와 이에 근접하는 사람들의 변화는 특히 1980년대라는 시기를 관통하면서 당시에 벌어진 다양한 사회적인 변화들과 같이 메들린이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변화를 같이 보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책의 결말, 레너드와 맞지 않는 결혼을 느낀 메들린이 결국엔 자신의 곁에 최후까지 남아준 미첼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다시 재결합을 한다는 통속적인 결말을 기대한 독자라면, 특히 나의 상상력이 그렇기도 했지만 저자는 이에 같은 동조를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흔히 말하는 결혼이란 단계를 거치기까지의 변화된 세태를 주목하면서 결혼을 최우선시했던 시대를 벗어나 시대의 흐름으로 인한 졸업생들의 취업 난항과 결혼에 대한 부담감, 특히 메들린처럼 레너드를 사랑하기에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문제점들을 과연 시간이 흘러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는 점들, 레너드와 미첼이 생각하는 관점들을 통해 결혼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란 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메들린, 그 품을 벗어나서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생활을 하고 싶지만 못하고 있는 여건의 불리함, 자신의 병이 쉽게 낫지 않으리란 불안한 심리의 기저를 깔고 있는 레너드, 사랑과 결혼이라는 문제를 두고 다른 길을 선택한 미첼의 행보를 보면서 독자들은 깔끔한 결말을 원할 수도 있겠지만 세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 나름대로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과 결말을 통해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를 연신 묻게 되는 책이다.

 

여기에 시대는 1980년대를 통해서 그리고 있지만 실제 여전히 지금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일 수도 있기에 저자가 그린 이야기는 소설을 통한 젊은이들의 생각과 결혼이란 제도가 주는 여러 면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빛나는 자유와 평등을 향해!

언더그라운드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처음 책 출간 소식을 접하고서 소재가 무척 흥미를 이끌었다.

미국의 인종 문제는 항상 들끓고 있는 잠재적인 용광로란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미국 내의 소수 인종들에 대한 편견, 특히 흑인 노예제도의 해방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읽었지만 이처럼 절묘한 조합의 구성은 확실히 모든 상을 휩쓸만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할머니 때부터 농장의 노예로 살아가는 코라라는 소녀의 탈출기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어떤 역동성 있는 극한대의 활발한 활동이 겹쳐 보이는 것이 아닌 흑인이 살아온 역사, 원하지 않았지만 저마다 다른 부족들 출신들이 모여 그들의 언어와 풍습, 노래를 통해 나름대로 인생에 대한 희석을 섞어 살아가는 묘사 장면들은 여전히 울림을 준다.

 

할머니 우지라가 살아왔고 자신의 어머니 메이블이 살았던 랜들 농장에서 코라는 태어났다.

노예들이 살고 있는 오두막 안에서도 벌어지는 땅이라고 해봐야 땅이란 용어 자체도 불리기 애매한 조그만 텃밭을 지키고 가꾸어 온 할머니의 죽음 뒤에 자신을 버리고 탈출한 엄마, 그런 환경 속에서 코라는 할머니와 엄마가 지킨 텃밭을 지키며 살아가는 노예 소녀다.

 

어느 날 새로 들어온 노예 시저라는 남자 노예로부터 탈출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지만 단칼에 거절한다.

인간의 근본적인 태생 속에 갇혀있는 속박되고 한정 지어진 곳에 살다 보면 그 먼 어느 세상 밖으로 나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결국엔 탈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치자 시저와 함께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자신의 계획을 알고 쫓아온 친구 러비, 그렇지만 숨 막히도록 뛰어 달려온 지점에서 부딪친 백인들의 만남은 러비와 헤어지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둘은 자신들을 도와주려는 사람의 집에 무사히 도착하게 된다.

 

책의 제목은 진짜 지하철도가 아닌 흑인 노예들을 탈출시키고 자유인의 신분으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을 돕는 비밀 단체 조직 이름이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도 작가와 마찬가지로  19세기 노에들의 탈출을 돕는 이런 노선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생각했지만 실제 존재한 단체는 아니고 여기에 착안한 저자의 상상력이 노예의 탈출을  이야기의 설정으로 함께 끌어들임으로써 대단한 하나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방불케 하는 문학작품으로 탄생이 됐다.

 

코라와 시저, 그들을 돕는 노예제도에 대한 반대를 품고 도와주는 백인들과 자유인 신분을 가진 흑인들의 도움은 지하철도의 명칭처럼 역과 역장이란 용어를 함께 사용하면서 비밀의 활동을 개시한다.

 

숨 막힐 듯 추적해오는 노예 사냥꾼 리지웨이의 추적과 함께 책의 공간 이동은 조지아에서 몸담아 살아온 두 사람이 그곳을 떠나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시작으로 한 때 다른 이름으로 정착할 수도 있겠다는 꿈을 무참히 저버린 리지웨이로 인해 또 다른 역 출발을 향해 가야만 하는 여정을 그린 이 책은 당시 각 주(州)마다 다른 법 적용과 흑인들을 대하는 태도와 제도적인 방침, 같은 백인이라 할지라도 탈출에 동조한 같은 인종을 색출해 죽이는 장면들과 붙잡힌 노예들의 처형 방법의 묘사들은 흑인 노예제도의 역사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느끼기에 아픔을 느끼게 한다..

 

코라는 묻는다.

 

– 자유인 신분이 된 흑인들이 제 주인들을 피해 달아났듯이, 백인들 역시 그들 주인의 폭정을 피해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이 땅에 왔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이상은 다른 이들의 이성을 부정했다. 코라는 마이클이 랜들 대농장 뒤편에서 독립선언문을 암송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중략)

 

코라는 그 말들을 거의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말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정말로 모든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면 그것을 쓴 백인들 역시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흙처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든 자유처럼 그렇지 않은 것이든, 그들이 다른 사람의 것을 강탈했다면, 아니었다. 코라가 경작하고 일했던 땅은 인디언들의 땅이었다. 코라는 백인들이 여자와 아이들을 죽여서 그 종족의 미래를 씨앗부터 말살해버리는 대학살의 효율성을 자랑스레 얘기한다는 것을 알았다. -p 136

 

백인들의 머리에 새겨진 흑인들에 대한 각인, 멍청하고 자신들의 터에 또 다른 인종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생각의 뿌리 원천을 저자는 흑인 노예 소녀의 시선과 탈출을 통해 백인 사회가 이루어 놓은 역사의 허점을 비판하고 있다.

 

하류층 백인들의 이주로 인해 또 다른 일자리를 빼앗기게 된 흑인들, 자신들의 의지대로 정착하고자 했지만 결국 같은 부류의 인종들이라도 또 다른 생각들의 이견으로 인해 큰 아픔을 경험하게 되는 코라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의지는 결코 무너질 수가 없음을, 그래서 여전히 자신이 정착할 또 다른 새로운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서는 그녀를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미 150여 년 전에 해방이 된 흑인들의 이러한 아픔이 있는 제도는 청산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비단 흑인 노예제도뿐만이 아니라 기타 다른 부분들에서도 완벽한 평등과 자유를 누리고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을 버린 엄마를 원망하고 그러한 엄마를 그리워하는 코라의 여정은 저자의 탁월한 역사를 관통해나가는 필치로 인해 기존의 다른 흑인 작가의 작품들과는 다른  문학작품을 접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자유와 평등에 대한 귀중하고 고결한 기쁨, 자신의 진정한 권리를 찾아가는 코라 라면, 아니 그 누구라도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그런 가운데 진정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란 점에서 많은 울림을 주는 책이란 생각을 해 본다.

 

24년 만에 나온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동시 수상작으로 기타 여러 부분에 걸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작품답게 과연 이 책이 맨 부커상 수상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드라마로도 만날 수 있다니 영상을 통한 기대도 해 보게 되는 책이다.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시간과공간정지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표지의 촉감이  곱게 만져진다.

푸른 청색의 색감이 다시 책 속에 펼쳐진 이야기와 함께 더욱 빛남을 느끼게 해주는 책, 오랜만에 다시 접해보는 작가의 글이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처음 방송에서 아픈 상태와 그 후에 다시 모습을 보인 방송을 통해 잘 이겨냈구나 하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이 책을 통해 그간 저자가 살아온 작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오게 만든다.

 

이외수 하면 같이 따라오는 분, 정태련 님의 그림은 역시 복잡한 마음을 다시 숨 고르게 해 주는 기쁨을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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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자신이 아파오면서 느꼈던 부분들이나 다시 시도해서 먹게 됐다는 김치에 대한 애정, 여전히 세태에 대해 쓴 날카로운 시선들은 그만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감성마을의 분위기 또한 다시 느껴볼 수 있는 계절상의 변화와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아닌 것은 아니란 생각을 짧은 글 속에 던지는 글은 여전한 필치를 뿜어낸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불운한 일상들, 정치권이나 일반 세상이나 힘들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서로가 서로를 믿고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힘든 세상에 단비처럼 뿌리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는 글들이 그림과 같이 여전히 풍성한 마음을 지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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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에 기상해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는 자자의 소소한 일들을 엿보는 기분은 작가로서의 글 쓰는 책임감이 어떤 것이며 철학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같이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부분들이기도 했다.

 

누구나 체질이 다른 관계로 벌어지는 체중의 늘림과 줄임의 상반된 관계, 저자는 살 찌우기 위해 노력을 하고, 누군가는 과체중이라서 빼야 된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웃음을 짓게 하기도 하지만 수술 후에 가지게 된 긍정 마인드는 읽는 이로 하여금 다시 작은 것 하나라도 가볍게 여길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지금도 여전히 활발한 글 쓰기에 대한 창작열과 감성마을이 주는 계절의 만남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때론 응원을, 때론 공감을 같이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 차분히 들여다보면서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암막의 게르니카

암막암막의 게르니카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7년 9월

학창 시절 미술 책에 당연히 빠지지 않고 나오는 그림들, 특히 입체파의 대표 격인 피카소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설사 직접 그림들을 보진 못했어도 적어도 책을 통해서 간접으로나마 접해 보는 그의 작품 세계는 이미 여러 평론가들에 의해, 보통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 중에 하나일 것이다.

 

어린 시절 그가 그린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당기는 듯한 빨려 들어가는 색채와 조합들 때문에 미술에 관해서 모르고 봤지만 표현할 길 없는 강한 인상적인 만남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책이다.

 

아트 서스펜스를 지향하고 있는 책이지만 생각할 부분들을 건드리는 책, 큐레이터 경험자답게 미술의 세계를 흥미롭게 그린다.

 

게르니카-

 

온갖 군상들, 특히 인간들의 울부짖음과 짐승들 그것을 내려다보듯 하는 눈동자의 색채감, 특히 이 그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고는 더욱 그 아픔을 느끼게 되는 몇 안 되는 그림이기에 이 이야기의 진행을 이끌어나가게 하는 구성의 흐름이 각인되기 쉽게 한다.

 

왕정 국가인 스페인의 역사에 공화정이 들어서면서 반대파인 프랑코 장군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얻고서 내전을 일으키게 된다.

 

책은 이 시점의 분위기 시대인 1937~1945년까지를 드러내면서 피카소와 그의 한때 연인이었던 사진작가이자 작가인 도라의 이야기와 현시점인 2001~2003년도의 뉴욕과 마드리드를 주 배경으로 이야기를 다룬다.

 

파리에 머물던 피카소는 당시 1937년도 벌어진 스페인 내전으로 자치주의와 독립국가를 외치는 바스크 지방에 있는 게르니카 지방에 무차별 폭격을 퍼부은 독일의 만행에 대한 그림인 게르니카를 그리게 된다.

 

게르니카란 제목 자체도 피카소가 붙였을 만큼 피카소 자신이 혼혈의 힘을 기울여 그린 이 그림은 전쟁의 잔혹함과 비극, 고뇌를 모두 그려냄으로써 당시 스페인 공화파 정부의 의뢰로 파리 만국박람회 스페인관에 출품하기 위해 그려진 사연이 깊은 그림이었다.

 

하지만 막상 전시를 하고 보니 분위기는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모든 사람들의 긍정적인 눈길을 받기는 생각보다 어려웠고 이는 곧 유럽의 각국을 전시함과 동시에 이를 끝으로 미국의 현대 미술관 MoMA에 전시되는 것을 기회로 스페인이 민주사회로 돌아오게 되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올 것을 조건으로 전시하게 된다.

 

한편 어린 시절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본 이후 미술사를 전공하고 MoMA에 근무하고 있는 야가미 요코는 피카소의 전시회를 목적으로 기획하고 있던 중 남편이 9.11 사태의 희생자로 남게 되면서 더욱 게르니카에 대한 전시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스페인으로 간 이후 한 번도 타국에 전시된 적이 없는 게르니카-

당시의 분위기는 이라크 공습을 천명한 미국의 발표가 이뤄진 시점이었고 그 발표는 공교롭게도 UN 본부에서 발표하게 된다.

유엔 본부에도 게르니카 그림을 바탕으로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고 그 자리 뒤에서 발표를 하는 미국 장군, 그러나 그 태피스트리는 암막이 걸쳐진 채 방송이 나가게 되고 이후 세간의 이목은 과연 누가 이 태피스트리에 암막을 걸치게 했는가로 쏠리게 된다.

 

미국 정부일까? 아니면 남편을 잃고 반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르니카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 요코의 짓일까? 그렇다면 요코는 정말 이 사건의 주범일까?

 

책은 한 미술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국의 이익과 그에 상응하는 보복과 오래된 전쟁과 역사에 맺힌 한(恨)을 풀어 보고자 하는 세력의 이입을 그리면서 전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미술  고위 관계자와 요코의 주된 활동을 그리고, 과거의 피카소가 그 당시 겪었던 예술인으로서 느끼는 고국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고뇌를 그림을 통해 보이는 과정을 교차하면서 그려나간다.

 

여성편력이 유명했던 피카소, 게르니카가 그려질 당시에 연인으로서 함께 했던 도라의 시선으로 보는 피카소란 인물의 예술적인 영감,  미술에 대한 애정과 피카소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파르도 이그나시오의 활동, 그 이후 노년에 이른 그와 요코의 만남을 통해 또 다른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전쟁의 아픔을 느껴보게 하는 흐름으로 그려진다.

 

가공할만한 괴력의 무기를 앞세워 지금도 현재의 세계는 서로의 이익 앞에서 한치의 양보를 이루어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기에 피카소가 바란 마음을 대변하는 게르니카란 미술 작품을 통해 전쟁의 진정한 피해를 입는 보통 사람들의 애환과 절규, 그리고 이념에 의해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고국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예술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를 생각한 점을 그린 저자의 시선이 새롭게 다가온다.

 

 

– 이것은 검이 아니다. 그 어떤 병기도 아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어두운 색의 그림물감을 칠한 캔버스. 단순한 그림 한 장일 뿐이다.
하지만 검보다도, 그 어떤 병기보다도 강하게, 예리하게, 깊게 인간의 마음을 도려내는.
세계를 바꿀 힘을 가진 한 장의 그림- p 133

 

 

펜은 무기보다 강하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 책은 예술적인 저항은 실제 이념을 넘어선 진정한 화해의 장으로써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각인을 심어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아트 서스펜스를 그리는 장치로서 유엔 본부의 태피스트리의 암막 실체를 지시한 주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 뒤에 전쟁의 아픔과 야코의 진실된 바람을 함께 그리면서 게르니카가 과연 미국의 전시회에 걸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중의 설정을 통해 독자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저자의 충실한 미술사에 대한 접근 방식을 결합한 책인 만큼 미술의 도구로서 사용되는 용어와 피카소가 어떻게 그렸을지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 스페인 내전에 대한 역사를 알고  함께 읽어나가면 미술사 공부와 생생한 역사의 현장도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책이란 이점도 누려볼 수 있는 책이다.

 

다만 같은 반복적인 내용들이 중복되어 나열된 점이 읽는 흐름이 끊기는 점으로 아쉽지만 바람둥이 피카소에게 이런 면도 있었다는 점, 실제 국내에도 게르니카가 전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작가의 이번 작품은 제155회 「나오키상」 후보작, 2017년 「서점대상」 후보작, 제9회 R40 서점 대상 수상, 슈칸분슌(週刊文春) 「2016 미스터리 베스트 10」, 「다 빈치」 플래티넘 서적 BOOK OF THE YEAR 2016까지 두루 석권한 책인 만큼 읽어보면 미술과 전쟁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두루두루 알아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오드리 앳 홈

오드리 표지오드리 앳 홈
루카 도티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7년 8월

 

 

만인의 요정으로 수식되는 배우, 깜찍한 인형 같은 외모와 비쩍 마른 체형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지던 배우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릴 적에 무앗인지도 모르고 봤던 영화, 알고 보니 그것이 ‘로마의 휴일’이란 제목을 달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는 사실들을 접하고는 어쩌면 같은 인간인데도 이런 사람이 존재하다 싶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특히 가장 깊이 새겨진 위의 영화 말고도 ‘티파니에서~,의 기타 치는 모습과 함께 ‘마이 페어 레이디’ 같은 영화,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표현했던 영화 속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될 때면 아깝게도 생을 일찍 달리 한 그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큼직한 미소에 피어나는 그녀의 삶, 말년에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빈곤국을 다니면서 행한 모습들이 각인되었기에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쁨을 느끼게 한다.

 

오드리추억옛날1

시대적인 전쟁의 반발 상황 때문에 배고픔의 원천적인 아픔이 무언인지를 아는 그녀, 때문에 그녀의 삶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비록 자신의 식성에 맞지 않는다 할지라도 결코 불평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소양분이 되는 계기가 됨을 알게 해 준다.

 

책은 오드리의 두 번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 오드리의 자식으로서는 둘째 아들(첫 번째 남편 사이에 장남을 두었다.)에 해당되는 루카 도티의 기억과 자료수집, 그리고 처음으로 공개되는 사진들과 레시피 소개를 통해 그녀만이 생각한 인생의 철학과 일과 결혼, 엄마로서의 삶들을 모두 보여주는 책이다.

 

2

 

영국인 귀족 출신의 아버지와 네덜란드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오드리, 세계전쟁의 여파는 그녀의 성장 과정에서 영양부족과 황달, 천식, 부종, 빈혈을 겪게 했고 이는 평생에 걸친 그녀만의 음식 취향을 가지게 한다.

 

흔히 말하는 여배우들의 기본적인 식단이라고 하는 음식들을 생각하기 쉽지만 오드리 헵번은 스파게티와 초콜릿에 관한 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한 사람의 보통사람이었다.

 

어릴 적 발레를 했지만 포기하게 됐음에도 여전한 그녀만의 남다른 일찍 일어나는 습성은 헐리우드에서 발견되는 약물 의존에 살다가는 기타 다른 배우들과는 구분되는  철저한 인식의 행동들이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만은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촬영 때문에 다른 장소에 가게 되었어도 스파게티에 대한 것만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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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남은 마지막까지 소울 메이트로서 관계를 갖는 로버트 월더스의 관계는 40이 넘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자녀에 대한 양육과 가정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녀만의 행보가 이례적으로 보일 정도다.

 

오랜 소원이었던 가정 주부로서의 철칙을 지키면서 스위스에 자리를 잡기까지 그녀만의 감각과 동물에 대한 애정, 이탈리아 음식의 변형과 기타 주위의 절친들만의 모임을 통해 작은 기쁨을 누리고자 했던 소박한 여인의 결실이 행복함을 느끼게 해 준다.

 

와인이나 과일, 채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들은 그녀가 겪었던 상황에 맞춰 벌어진 파티들과 모임들의 모습들이 아들의 기억 속에 간직한 추억들을 통해 꺼내어봄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색다르게 접근할 수도 있겠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문득 오드리의 집에 초대를 받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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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 자신이 어릴 적 겪었던 기아에 가까운 배고픔에 대한 잔상이 초콜릿을 준 미군들에 대한 기억과 함께 그 이후 초콜릿과 케첩 펜네에 이어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아이들을 봄으로써 또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는 사실이 새삼 일찍 영면한 점을 거듭 안타깝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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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이 스타라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천들을 통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은막의 스타로서만이 아닌 진정한 따뜻함을 선사해 주고 간 사람이란 사실이 감동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괴담의 테이프

괴담테프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미쓰다 신조의 현대적인 괴담을 담은 수록집이라서 그런지 옛 일본의 정형화된 표현들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무더운 계절에 읽으면 더욱 등 뒷골이 서늘함을 느끼게 되는 뭔지 모를 실체에 대한 느낌들, 저자가 그리는 불가 사해 한 일들의 나열들을 읽노라니 더욱 깊은 밤에 읽기가 꺼려진다.

총 6개의 이야기들을 수록해 놓은 연작 형태의 출판사 관계자들과 엮인 이야기들을 토대로 저자가 또 새롭게 이야기를 그려나간다는 형식을 취하는데, 현재인지 상상에 그치는 허구에 해당되는 이야기인지를 도통 감 못 잡게 하는 흐름은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그중에서 아무래도 책의 제목인 괴담의 테이프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죽기 직전에 녹음한 테이프 안에 세 개의 이야기들을 듣고 이야기를 읽게 되는 형식들인데, 마치 죽기 전에 무언가를 본 듯한 장면들과 숨 막힐 듯 다가서는 숨소리들의 장치들은 그것의 존재는 무엇인지에 대한 상상을 더욱 키워나가기에 끔찍함을 더한다.

 

빈 집을 지키던 밤-  아르바이트로 집을 지키게 된 한 여대생의 상상을 초월한 극 체험에 해당한다고 할까?

도망치면서 곧 자신의 등 뒤에 바짝 다가와 무섭게 잡을 듯하던 존재의 무시 못할 기괴한 현상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산행에 초대를 하고 정작 본인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인솔자로 나선 사람과 나머지 세 사람의 산행을 통해 전혀 예기치 못한 풍경과 비밀에 감춰진 듯한 돌의 존재를 통해 현실적으로는 증명할 길 없는 상상에만 의존하는 사연을 들려준다.

 

시체와 잠들지 마라- 요양원에 모신 엄마를 뵈러 오는 주인공이 엄마 옆에 새로 들어온 한 노인의 불가사의한 정체를 듣게 되는 사연을 그린다.

과연 노인이 말하는 그 정체는 무엇일지….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는 비가 오나 비가 오지 않거나 항상 노란색 우산과 우비를 입고 말없이 바라보는 여자를 보게 됨으로써 그 이후 계속 불길한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스쳐 지나가는 것- 항상 같은 시간대에 출근을 하게 되면 마주치면서 오고 가는 익숙한 사람들을 보게 되는 유나의 기이한 체험을 그린 이야기다.

어느 날 검은 형체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친구까지 연루되어 그 원인과 해결을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진행이 숨 막히듯 숨조여오는 상황을 그린 일들을 통해 결국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려준다.

 

각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지만 공통적으로 흐르는 ‘물’에 연관되어 있는 이야기들은 자연의 기이한 조화와 인간관계의 불합리한 조합을 통해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풀 수없는 체험담들을 통해 저자 특유의 신비한 글들이 더욱 체감을 실제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역할을 하게 한다.

 

더욱이 호러와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내용들을 접하다 보면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죄를 짓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 시원스럽게 그  해결의 제시 방안이나 결정적인 단서들이 나오지 않는 답답함 때문에 활자로 접하는 소름 끼치는 이야기들이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겨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전 작품들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들 또한 그런 범주에 벗어나지 않는 저자의 특징을 발휘한 작품이라 두 가지의 결합된 이야기들을 통해 등골의 시원함을 느끼길 원한다면 읽어도 좋을 듯하다.

 

 

                                                                                                                          
                                            

레오나

레오나

레오나 – 주사위는 던져졌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7월

 

 

 

흔한 스릴러의 전형적인 범주를 벗어난 글들을 더욱 원하는 독자들의 성원 때문일까?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읽었을 때의 상상은 틀에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여성 수사관의 독특한 활약을 그린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이력에서 나오는 경험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읽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읽어나가기는 어려웠던 책이다.

 

아내, 경찰관, 엄마란  세 가지의 역할에 완벽함을 이행하면서 충실하게 살아가기란 정말 어렵다치더라도 이렇게까지 치달은 삶을 선택할 만큼 캐릭터의 형성은 충분한 설정 자체에 대한 배경이 약간 부족함을 느낀다.

 

대략 7세 정도의 여아가 온몸에 피범벅인 채 나체로 은행에 들어간다.

곰 인형을 안고 나타난 여아는  녹음테이프를 틀어 놓고 테이프에 담긴 음성대로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에 꼼짝 못하고 당한 은행 직원들을 뒤로하고 목적을 달성하며  유유히 은행을 빠져나간다.

 

아이의 행방은 오리무중, 그 지역 일대를 샅샅이 뒤져도 흔적조차 찾을 수없는 상태. 스톡홀름 경찰청 강력 범죄 수사과의 레오나 린드베리 형사가 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된다.

 

책은 레오나 라고 하는 여주인공의 행동과 그녀의 성장을 통해서 극단적인 삶을 대비시켜 그려 나간다.

온라인 포커 게임에 빠져 중독에 허덕이는 여인이자 부모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자랐던 그녀의 삶은 사회에 적응을 제대로 하고자 하나  못하는 사람, 아이에게만은 엄마로서의 감정을 느끼지만 결혼이란 자체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루어나가기 위한 방편이었단 사실들은 도대체 이 여인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 어떤 지향점을 향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이용했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연이어서 벌어지는 은행사건을 통해 그녀의 또 다른 비밀을 옥죄어 오는 기자, 정치 스캔들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목숨 건 정보 빼내기들을 통해 또 다른 사건을 저지르는 레오나란 인물의 캐릭터는 기존의 일반 상식을 넘어선 경찰 신분을 가진 여인의 모습으로 대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범행의 진행 과정이나 수사과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자신 스스로가 범죄에 뛰어든 여인, 막판에 또 다른 반전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미완의 해결처럼 보이는 것으로 책은 끝을 맺는 만큼 시리즈물답게 차후에 나올 이야기들은 그녀가 어떻게 이 순간을 헤쳐나갈지, 법대로 제대로 된 형량을 받을 수는 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게 만든다.

 

경찰이지만 제복만 벗으면 하나의 평범한 여인인 레오나란 인물의 통제할 수없이 빠져드는 도박 중독 현상과 공감능력이 결여된 성격을 보이는 캐릭터 창조라는 소재를 가지고 전혀 다른 모습을 만든 저자의 글은 북유럽 소설의 또 다른 면을 읽어보게 됨으로써 상상력을 초월한 이야기의 대비를 읽는 즐거움을 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감대 형성에 대한 부족함을 조금만 채워진다면 뛰어난 한 편의 스릴러물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

비허아

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 ” – 벤자민 프랭클린

 

 

보통 책의 첫 장을 펼치게 되면 짧은 문구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고 그것을 넘기고 나서 본격적인 이야기의 동선을 따라가게 되면서 점차 작가가 왜 이런 문구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느끼는 내용을 접할 때면 뒷골이 서늘할 때가 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고 작가의 첫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첫 스릴러라는데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없었던 책이었다는 점, 더욱이 그렇다는 것을 느낄 때 모처럼 이런 류의 스릴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남편과 이혼한 후 아들 애덤과 지내는 이혼녀 루이즈-

그녀는 파트타임으로 정신 병원에서 일하는 싱글맘으로서 어느 날 술집에서 만난 남자와의 대화를 생각하면서 짜릿했던 그 순간을 간직하고 있는데, 아뿔싸! 그는 다름 아닌 자신의 새로운 상사였단 사실에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길에서 우연치 부딪친 여인은 알고 보니 그의 아내, 아델이란 사실에 더욱 놀라게 되지만 영화배우처럼 아름다운 그녀와 친구처럼 지내게 되면서 루이즈는 그녀의 남편이자 상사인 데이비드와 사랑에 빠지는 불륜을 하면서 동시에 연약하고 가녀린 아델에 대한 친근감을 동시에 간직하면서 살아가는 생활을 겪게 된다.

 

한쌍의 아름다운 부부, 그런데 그녀가 보기에 어딘지 모르는 아델의 그늘이 져 보이는 것은 자신의 그릇된 행동에서 오는 죄책감인지, 아니면 정말 자신이 느낀 그대로 그들 부부 사이에 어떤 말 못 할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혼동을 겪으면서 루이즈는 둘과의 관계를 끊어낼 결정을 못 내린다.

 

책은 아델의 과거와 지금의 현재 부부 생활을 그리는 부분, 아델의 현재 시선, 그리고 루이즈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그녀가 느끼는 부분들로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큰 별장의 소유주였던 부모의 돌연 화재로 인한 사고와 데이비드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된 아델의 과거의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같이 있었던 롭이란 동료이자 아끼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가 스스로 겪었던 야경증에 이은 또 다른 현상의 체험을 들려줌으로써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왜 그 부부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수시로 이사를 하며 새로운 직장에 몸 담고 살아가는 것인지, 데이비드는 하루에 아델에게 확인 전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많은 약 처방은? 또 내치기만 하는 냉혈한의 모습만 보이는 것인지, 책은 둘의 대화를 통해 그들 사이에 암묵적인 어떤 돌이킬 수 없는 비밀로 인해 헤어 나올 수 없는 암시를 보이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독자들의 상상을 한층 부추기는 역할을 하게 만든다.

 

아델이 준 한 권의 공책을 통해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 루이즈, 아델은 왜 그 공책을 통해서 어떤 비밀을 루이즈로 하여금 알아내길 원하는 것이며, 자신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어떤 결정적인 비밀에 대한 것을 루이즈와 데이비드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내려고 한 것은 무엇인지를 도통 감을 잡을 수없는 글의 흐름을 보이는 행동을 통해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책의 제목처럼 루이즈가 보고 느꼈던 그 부분들에 의한 실체적인 것들이 책의 종반부로 넘어가면서 걷잡을 수없는 반전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놀람을 전해 준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인간은 자신과 친근한 존재에 대해 한없는 애정과 굳건한 진실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아델과 데이비드 둘 중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루이즈가 그녀의 눈을 감고 그녀의 눈 저편을 통해 경험한 그 모든 것들은 실제적으로 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 주된 결정적인 부분들을 이루고 있지만 독자들은 읽으면서 정말 실질적인 것인지, 환상에 그친 것인지를 혼동하게 된다.

 

 

스릴의 소재들이 정신적인 분열이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의 구성을 다루고 이를 통해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심오한 세계를 느끼게 해 주는 역할들을 많이 느끼게 해주고는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는 그동안 읽었던 책들에서 나오는 정신의 세계 속에 또 다른 체험을 읽게 한 책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처음의 시작점인 문구와 첫 장면과 뒷 장면의 문장을 비교해 보는 맛, 글의 화자가 처음 읽은 시점의 그 사람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읽어가는 느낌이 전혀 다른 새로운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이중적인 글의 흐름과 장치들이  속임을  당하면서 읽었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저자가 그린 이 책의 내용들을 총제적으로 다시 되돌려 기억해 보면서 비밀에 대한 문구가 절묘하게 들어맞은 글이 이렇게 흥분과 재미를 주는 것도 꽤 오랜만에 느껴보는 책이었다.

 

비밀이란 것-

그렇지, 적어도 그 비밀이란 것이 지켜지기 위해선 오로지 한 사람만이 필요할 뿐이란 사실, 이것이 정말 실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경험에 속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책 속에서 저자의 상상으로만 그려진 한계성에 그쳐진 이야기일까를 생각해 볼 때 섬뜩함이 느껴지는 내용들….

 

–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

 

절실하게,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행한 그 모든 일들의 결과물들을 헉! 하면서 느끼게 되는 그 장면의 부분들, 심리 스릴의 맛을 천천히, 그렇지만 뒤편에 마지막 크게 한방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이 몰고 온 반전의 결과는 상상컨대 영화로 보게되면 또다른 서늘함을 선사해 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힐빌리의 노래

힐빌리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미국의 대선 결과의 통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요인들 중에 러스트 벨트란 말이 나온다.

우리에겐 생소했던 이 말이 미국의 대통령을 뽑는데 왜 그리 중요한 표를 차지했을까?

바로 선거의 주요 공략이었던 정책과 시기가 맞물린 점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러스트 벨트에 살고 있는 백인이되 중상류층이 아닌 하류층, 그것도 쇠퇴해가는 공업지역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우리나라 말로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인물이다.

1984년생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30대 중반인데, 그가 펼쳐낸 자신의 이야기는 사뭇 나이에 비해 많은 것을 느끼고 살아온 전력이 들어있다.

 

책 제목인 힐빌리는 백인 노동 계층, 특히 소작농과 광부를 거쳐 기계공이나 육체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한다.

이 명칭에 해당되는 지역인 러스트 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난 저자의 삶은 애팔래치아 지역인 켄터키주 잭슨 지역을 오고 가며 살아온 저자의 성장환경과 이어진다.

 

그 지역 사람들의 대부분이 가정생활이란 자체가 건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 이를테면 저자의 아버지는 일찌감치 양육권을 포기한 채 집을 나갔고 마약진통제에 길들여진 엄마는 헤로인까지 손을 대며 살고 있으며 익숙하다 싶으면 갈아치우는 새아버지를 맞아들이기 바쁜 인생, 그런 가운데 그를 지탱해준 주위 사람들은 배다른 누나와 할보와 할모라 불리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들이었다.

 

저자의 삶에 전철 된 구렁텅이, 일찍 배우는 담배와 술, 총기 소지, 학교의 결석은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평온한 기운이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할 정도의 분위기를 지닌 지역의 분위기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사실적인 표현에 힘입어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저자의 동네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은 없을 정도의 침착한 생활의 패턴들은 그 자신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 복무를 지원하면서 서서히 다른 삶에 대한 시선을 돌리게 된 삶을 통해 또 다른 도전의 실험을 해보게 된다.

 

4년의 복무를 통해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정보나 생활의 패턴들을 익히는 과정, 오하이오 주립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기까지 그가 노력한 행동과 자신이 지녔던 계층 간의 이동의 경험을 통한 이야기들은 한 개인의 성장일기를 읽는다는 느낌 외에도 다른 문제점을 시사한다.

 

자신의 살아온 지역을 벗어나고 이런 생활을 탈피하고자 했던 그가 다른 상류 층격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겪은 경험담들은 때론 이질적이고 가식적인 면도 느꼈으나 그가 지냈던 지역 사람들의 고질적인 생활과 기타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 점들은 미국 안에서의 백인 노동 계층이 겪는 어려운 상황들과 교육적인 해결 방안 제시, 탁상공론에 치우치는 대부업 문제 같은  장. 단점들의 제시를 통해  그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알게 해 준다.

 

비단 미국뿐만이 아닌 한 지역의 거대한 업체가 도산됨에 따라 발생하는 그 지역 사회의 경제활동의 연쇄적인 반응들은 어느 나라들이나 겪을 수 있다는 생각들과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다시 되짚어 보게 하는 책인 것과 동시에 그가 여전히 자신이 살아온 고향에 대한 생각과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낙관’이란 마음가짐을 통해 역경을 이기고 나아가기 위해선 주위의 탓만 할 것이 아닌 스스로의 자신감이 필요하단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지금도 여전히 예전의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성격을 지닌 나와 자신을 이해해주고 다듬어주는 사랑하는 아내의 말에 경청하는 나란 인물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다는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통해 빈곤은 왜 여전히 탈출할 수 없을까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교육적인 모든 단면들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