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에게

할머니 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어린 시절의 할머니는  한복 차림에 비녀를 꽃은, 그야말로 천생 여자란 말이 나올 정도의 단아한 모습을 지닌 여인이었다.

 

당신이 낳은 자식들 중 여자로는 막내였고 형제간에 나이 터울이 컸던 엄마를 두고 항상 막내, 막내 하며 수시로 결혼한 딸네 집에 오셔서 우리들을 거의 키우다시피 하셨다.

 

큰 사촌오빠와의 터울이 근 20년 차이가 나다 보니 같은 또래의 친구들 할머니라도 나의 할머니와는 또 세대의 차이를 느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일어나셔서 머리를 감고 가지런히 머리를 땋고 정리해 쪽을 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동화책 속에서 나오는 한 장면처럼 떠오르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기억 속에 묻고 살았던 할머니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한국 여성작가를 대표하는 6인 6색( 윤성희,백수린,강화길,손보미,최은미,손원평)의 저마다 다른 할머니에 대한 생각을 다룬 소설집은 다양한 삶 속에 그녀들이 견디고 살아왔던 시절을 통해 지금의 우리들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꿈이란 것을 통해  여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야기 속에는 첫 결혼 후 자식을 두고 나온 자신이 다시 재혼하면서 거둔 두 아이들과의 원만치 못한 관계, 죽은 남편의 기억을 떠올리고 사이가 멀어졌던 동생의 손녀를 보면서 느낀 할머니란 명칭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

 

 

각 파트마다 저자들이 그린 섬세한 여러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고른 이야기를 담고 있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읽을 수가 없게 한다.

 

엄마, 딸인 나, 그리고 손녀이자 자신의 딸까지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는 이야기는 흔히 말하는 엄마처럼 살지는 않겠다는, 그 흔한 말들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딸에게 그대로 답습하듯 반복되는 말들을 하는 장면이 현재 그 누구라도 할 것 없는 평범한 모녀 사이를 드러낸다.

 

할머니란 칭호만 불렸던 그녀들에게도 한때는 ‘사랑’이란 감정과 자신의 것은 없었던 삶에 있어서 흑설탕 캔디에 얽힌 의지를 드러낸 대사는 인상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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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미래의 우리들 모습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아리아드네 정원’은 저출산의 정책으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면서 생긴 세대 간의 마찰과 노년이란 것을 생각하는 타인들의 시선, 나가 생각하는 노년의 쓸쓸함과 정신과 육체의 서로 다른 동상이몽에 대한 현실, 등급을 매겨 A부터 F에 이르는 죽음에 다가서는 제도들의 상상은 현재의 모습 뒤에 과연 미래의 모습들은 어떨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거의 우리들 할머니 모습부터 현재의 할머니 모습들 내지는 우리 엄마들의 모습들, 미래의 가능할 수도 있는 노년의 모습들을 통해 ‘할머니’에 대한 각기 다른 색깔로 오마주를 드러낸 작품들이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이었다.

 

 

 

 

 

공화국

공화국

공화국
요스트 더프리스 지음, 금경숙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4월

 

자신을 이끌어 준 스승이자 그 스승에 대한 모든 것들, 일테면 그가 쓴 글들의 초고를 처음으로 대하는 사람은 나, 프리소 더포스다.

 

히틀러를 연구하는 독보적인 권위자인 요시프 브리크는 ‘몽유병자’ 편집장인 나에게 어느 날 칠레에 히틀러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취재해 보란 말을 하게 되고 곧 나는 칠레로 간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병에 걸린 프리소는 칠레 병원에 입원해 있게 되고 본국에서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추락사하게 된 요시프 브리크의 사고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귀국 후 브리크의 정통 후계자임을 자처하던 프리소 더포스는 실의에 빠지게 되지만 정작 더 충격적인 일은 학계와 언론에서 브리크에 대한 업적을 재조명하게 되면서부터다.

 

자신이 정통 후계자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필립 더프리스라는 청년이다.

질투에 사로잡힌 프리소는 전 세계 히틀러 학자들이 모이는 학회 ‘역사의 종말’에서 본격적으로 필립을 공개망신시키기로 결심하게 되고 이는 뜻하지 않게 우연히 더욱 커지는 사건으로 번지게 된다.

 

히틀러를 다룬 책들은 인문에서부터 소설까지 두루 다양하다.

저자는 서양에서 생각하는 히틀러에 대한 이미지를 다분히 소설적인 창작에서 그린 것만이 아닌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히틀러에 대한 연구를 하는 모임에서 여러 지식인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사소한 히틀러의 콧수염의 생김부터 그의 죽음을 다룬 과정에 이르기까지 분야별로 각자 자부심을 갖고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학회를 통해 프리소가 행한 필립 행세는 다분히 한 개인의 복수만이 아닌 그 복수를 통해 히틀러를 다룬 지식인 사회의 이중성과 비판들을 꼬집는다.

 

스승의 죽음을 둘러싼 유품에 대해 접근하는 이스라엘 첩보기관의 접근부터 실제 필립을 만나고 그가 묵고 있는 숙소를 비밀 방문해 스승의 유골을 보게 된 프리소의 행동은 스승의 그늘에서 벗어나 비로소 스스로 우뚝 서게 된 과정들이 스릴을 겸비해  그려져 제목 공화국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공화국, 그 말은 어제 들어도 서글픈 구석이 있어. 무언가가 지나가고 그 뒤에 오는 법이니까. 왕조의 뒤에, 황조의 뒤에. 공화국은 절대 저절로 존재할 수 없지. 도대체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야.”- P 341

 

너는 나의 도팽인가, 아니면 로베스피에르인가를 질문했던 스승 브리크의 제국은 이제 없어진 상태, 그 뒤를 잇는 프리소의 공화국은 이 모든 것을  기꺼이 감수하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자신만의 공화국으로 첫 발을 내디딜 것을 다짐하는 모습들이 한 지식인의 고뇌와 발전을 다룬 책이라 신선했다.

 

각 파트마다 저자의 예술분야  편집장으로서의 솜씨를 발휘한 영화 속 장면이나 차용들이 있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이해하기 쉬웠던 점도 인상적인 책이다.

 

뮬란 새로운 여정

뮬란 (3)

뮬란 새로운 여정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엘리자베스 림 지음, 성세희 옮김 / 라곰 / 2020년 4월

뮬란 영화를 본 독자라면 새로운 발상의 전환으로 전개된 책을 접하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다.

 

뮬란이란 여성은 중국 남북조시대의 시가인 「목란사(木蘭辭)」에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연로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전쟁에 참여한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를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났다면 이번엔 산유와의 전투에서 뮬란의 전략이 실패하고 샹이 부상을 당했다면’ 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자신의 상사이자 사랑하는 사이인 샹의 부상은 죽음에 가까워지고 샹을 살리기 위해 방법을 알아보던 중 뮬란은 염라대왕을 찾아가 내기를 벌임으로써 샹의 영혼을 찾아나서게 된다.

 

 

 

 

저승을 벗어나기 위한 염라대왕과의 대결은 지옥을 그리는 장면장면들 속에 죽은 동료들, 수많은 훈족들을 만나게되는 등, 여러 사연들이 깃든 각 장면들마다 뮬란의 용기를 시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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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디즈니표 애니메이션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뭣보다 서양인들의 인식에서 바라 본 동양 여성의 용맹무쌍하고 대담한 결단력,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지옥 끝가지 가서 여러 고난을 물리친다는 설정들이 모두가 즐겨 볼 수 있는 소재로써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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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의 영혼을 찾고 샹, 쉬쉬와 함께 탈출에 성공하는 뮬란, 다른 가상의 발상으로 이어진 이야기인만큼 전작에서 보인 뮬란과는 또다른 느낌의 뮬란을 만나볼 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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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이 곁들여져 한층 애니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드는 책, 영상을 상상해가며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이 깃든 책이란 생각이 든다.

 

플로리다

플로리다플로리다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플로리다 하면 떠오르는 몇몇 장면 중에는 강렬한 햇빛,  비치가 있는 곳, 날씨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기억되는 곳들 중  하나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번 작가의 작품에서 보인 플로리다는 어쩐지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플로리다를 그린다.

 

저자가 실제 십여 년 이상을 살면서 느낀 감정들을  문학적인 장소로 표현해 낸  이 작품은 11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두 평화롭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인공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다른 느낌의 플로리다를 연상케 하는데 어린 소녀는 물론 홀로 사는 여성, 빚에 빠진 대학원생과 외로움에 빠진 채  닭을 키우는 여성…

 

그들의 이야기들은 마치 호러처럼 이어지기도 하는데 머리를 다쳐 외딴 숲 속에 어린 아들과 고립되거나 비가 많이 내려 숙소까지 가지 못한  채 음흉한 분위기를 풍기는 현지인과 지내는 험난한 밤, 어른들이 사라진 무인도에 자매들만 남은 상황들까지…

 

각자가 어떤 공통점은 없지만 모두 플로리다와 연관되어 있다.

 

플로리다가 고향이거나 성장했고, 다른 주에서 태어났지만 이주해 온 사람들, 아니면 이곳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여전히 정신적으로는 플로리다와 관련되어 있다.

 

처음 이야기부터 시종 불안하고 섬뜩한 장소를 연상시키는 플로리다는 막상 그곳의 분위기 때문에 벗어나고 싶어도 정작 떠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그림으로써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낸다.

 

환경에서 오는 불안감, 등장인물들의 심적 불안감과 두려움이 함께 폭발하면서 극대화된 이야기의 흐름은 모두 ‘불안’이라는 단어를 통해 제각각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각 이야기마다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전체적으로 볼 때 하나의 완성된 합체된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 점은 저자의 필력이 주는 힘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쉽게 읽었던 작품은 아니지만 마지막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도 여전히 플로리다 한가운데에 남겨진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은 뭘까?

 

전 작품인 ‘운명과 분노’, ‘아르카디아’를 재밌게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에 실린 단편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시어니 트윌과 거울 마법

거울마법시어니 트윌과 거울 마법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2
찰리 N. 홈버그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4월

전 작에서 주인공 시어니 트윌이 스승의 심장을 구하는 액션과 로맨스를 탄 판타지를 그린 작품에 이는 2부 격인 거울 마법 이야기다.

 

어느덧 20 살이 된 시어니는 여전히 스승인 에머리 밑에서 종이 마법사가 되기 위한 견습 과정을 이루어 내고  있고, 종이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의 필수인 종이접기 뿌리를 배우기 위해 제지 공장에 견학을 가게 된다.

 

하지만 방문한 제지 공장에서  갑자기  공장이 볼타면서 시어니는 탈출하게 되고 이는 곧 에머리의 전 부인인 리라와 같은 신체 마법사  그래스, 시라즈와의 대결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리라의 마비된 신체를 풀기 위해 시어니의 도움이 필요했던  신체 마법사들의  사투는 전작에서 시어니 단독으로 진행된 활약이 돋보였다면 이번 작품에서 시어니와 에머리의 시점으로 그려진 내용들이 훨씬 박진감 있게 그려진다.

 

리라와는 또 다른 차원이 강력함을 자랑하는 신체 마법사들과 대결을 벌이는 두 사람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판타지의 요소를 고루고루 겸비해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 시어니가 스승 에머리를 향한 심쿵한 사랑의 감정은 짝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발전될 수 있을지도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알게 모르게 의미 있는 행동들을 보인 에머리의 진심은 시어니나 독자들로 하여금 콩닥콩닥하게 만드는 말과 행동들 때문에 오히려 더욱 로맨스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차후 다음 시리즈에선 두 사람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질까에 대한 상상력을 더하게 만든다.

 

마법 거울을 이용한 시어니의 활약과 에머리 스승의 이야기는 전 작품에 이어 더욱 긴박감과 통쾌하고도 시원한 과정을 그리고 있어 대미의 장식인 마지막 시리즈에선 시어니의 성장이 더욱 기대감을 충족하게 하는 책이다.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물고기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오늘도 식탁에 올라오는 음시들 중 하나인 생선-

 

생선의 종류도 많아서 다양한 요리법과 조리에 의한 음식의 미각에 대한 느낌을 주지만 어떤 특정 물고기가 인류사의 영향을 끼쳤다면?

 

사실 역사를 돌아다보면 예기치 않은 발견이나 발명으로 인류사의 큰 발전과 영향을 끼친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책의 내용들은 한층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사를 보게 되면 중세 유럽사를 빼놓을 수가 없게 되는데, 바로 생선에 얽힌 세계사 또한 이 시대와 맞물린다.

 

중세 유럽의 기독교에서는 육류를 뜨거운 고기라고 하여 먹는 것을 금지했다.

 

오늘날 서양인들의 주식이 된 육류도 알고 보면 그렇게 오랜 역사의 시간을 두고 발전된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즉 고기를 먹을 수 없는 방안으로 생선을 택했고 일 년 중 거의 절반이나 되는 기간을 ‘단식일’로 정해 엄격히 시행한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은 차선책으로 생선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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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고많은 생선들 중 유럽과 북미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없는 두 마리의 대표적인 생선이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두 마리의 생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오늘날 식탁에 오르는 생선에 대한 역사와 인류의 발전사를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가끔 여행 프로를 볼 때면 북유럽 사람들이 청어 캔을 즐겨먹는 모습을 보거나 책 속에서의 표현에서도 자주 등장할 때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냄새가 고약하다고 하는 청어, 그 청어가 유럽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니 신기하게 다가온다.

 

아직까지도 산란장소와 회유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청어가 유럽에 발견이 되면서 한자동맹으로 발전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이 청어로 인해 발트해 연안의 발전이 있게 되지만 역으로 산란과 회유 장소가 바뀌게 되면서 네덜란드가 청어 무역 주도권을 장악한 헤게모니 국가로 성장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는 곧 다시 바이킹인들이  청어 이동경로를 따라가는 계기가 되었고 우리가 아는 바이킹의 침략시대와 맞물린다.

 

한편 15세기 말 황금 섬으로 알려진 지팡구(일본)를 찾아 떠났던 존 케벗의 실수는 거대한 대구 떼를 만나면서 북미의 역사를 바꾸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 독립 전쟁의 자유정신의 상징이 된 대구, 지금도 대구 상이 있는 곳도 있다는 것을 보면 생선의 움직임의 변화가 어떻게 인류사와 함께 발전되고 퇴화되었는지를 재미와 흥미를 함께 느끼면서 읽어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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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먹게 되는 생선에 얽힌 이야기 속에 담긴 역사의 흐름을 알게 해 준 책, 책 속에 담긴 두 마리의 생선에 관련된 37가지 이야기가 담겨있어 유익한 정보를 준 책이기도 하다.

권력의 가문 메디치 3

메디치권력의 가문 메디치 3 – 프랑스를 지배한 여인
마테오 스트루쿨 지음, 이현경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4월

유럽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지 못하는 가문이 있다.

 

르네상스의 불을 지피운 가문, 막강한 유럽 왕가와 경제, 예술, 종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속속들이 참여한 그들은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을 말할 때 대두되는 인물들이 여럿 있지만  저자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총 3부작에 이르는 한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책은 그중 3부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메디치 가문의 이름을 날리고, 유럽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한명인 여인, 카테리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탈리아인으로서 먼 이국땅, 프랑스로 시집 온 카테리나는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주위의 시선들, 남편인 국왕 앙리 2세의 부인이란 신분이었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을 받지 못한 국모요, 이방인이자, 외로움을 함께 한 여인이었다.

 

더군다나 왕 곁에는 왕이 총애하는 애첩 디안 드 푸아티에가 있었기에 그녀와의 사랑 쟁탈권은 물론이고 자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필두로 무언의 위협과 권력의 왕궁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그녀의 자리는 불안하다는 것은 기정사실화_

 

그런 그녀가 오로지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보전하고 다른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기필코 자녀를 낳아야만 하는 상황은 언뜻 보면 마치 우리나라의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듯도 하는 데자뷔를 느끼게 된다.

 

그나마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며느리 사랑에 대한 시아버지의 마음과  레이몽 드 폴리냐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외지에 홀로 남은 그녀에겐 무척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들이 눈에 띈다.

 

다행히 그녀는 프랑수아 2세,  샤를 9세,  앙리 3세를 왕위에 올리는 목적을 달성한 여인이 되지만 한 개인적인 여인의 삶으로 보면 그다지 행복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운명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사랑 대신 권력을 택했고 그 권력으로 자신의 후세들은 권력의 정점에 오르게 한 힘도 대단하지만 역사적으로 본 관점에서의 여인이 아닌 한 여성으로서의 고뇌와 사랑에 대한 갈구, 그러면서도 권력의 힘을 이용해 유럽 왕가의 영향을 끼친 부분들을 섬세하게 그린 점이 다르게 다가온다.

 

 

권력이 주는 힘의 매력을 일찍이 알았던 여인, 남편과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폴리냐크도 죽었지만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도 권력을 놓지 않았던 카테리나의 삶을 재조명해 보는 책이라 한 인간의 삶을 재조명해 볼 수도 있는 책이다.

 

다만 그녀가 지닌 한(恨)이라고 할까?

진정으로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살았다면 오늘날 유럽사의 역사는 어떻게 변해있을지, 새삼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을 대표하는 메디치 가문의 여인을 다시 돌아보게 한 책이기도 하다.

 

실제 역사 속의 인물을 소설적 장치로 다룬 책이라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척도

인간척도

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인류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하고 천재적인 업적을 이룬 사람을 말한다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이룬 업적의 토대가 지금의 과학에서부터 각 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용이 될 만큼 그에 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그의 사후  500주년 기념작으로 출간된 이 책은 다빈치의 노려한 눈썰미와 그가 이루고자 한 일을 함께 그리면서 추리 스릴러의 지적 세계로 초대한다.

 

이탈리아가 통일되기 전 지금의 유명한 도시들은 하나의 독립적인 도시국가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밀라노의 통치자인 일 모로의 지원을 받고 있는 레오나르도는 그가 약속한 일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바로 서자 출신으로 밀라노를 통치하고 있는 일 모로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과 출신 성분에 대한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방편으로 레오나르도가 제안한,  자신의 아버지로 인식된 스포르차 가문의 불멸의 명성, 영원한 영예를 기리는 청동 말을 만들겠다고 한 다빈치의  제안을 수락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한때는 다빈치의 제자였으나 행실이 나빴던 옛 제자인 람발도 치티가 밀라노의 군주인 루도비코 일 모로의 성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사건이 벌어진다.

 

그 어떤 타살의 흔적조차 없는 시신을 두고 사건의 해결을 풀어보라는 일 모로의 명을 받은 다빈치는 살인에 의한 사건임을 알게 되는데…

 

역사 추리 미스터리의 특성상 실제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적절히 배합이 된 이야기의 구성은 그 당시 밀라노와 나폴리의 아라곤 가를 물리치려는 프랑스의 속셈,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빈치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던 공책 안에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내용이 있다는 설정 하에 이를 빼앗기 위해 접근하려는 첩자들이 이야기가 함께 등장한다.

 

가짜 은행 신용장을 만든 재주를 부린 람바도 치티는 누구에 의해 죽었을까?

왜 무슨 이유로 그를 죽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범인 추적을 다룬 내용은 추리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추리만이 아닌 당시의 시대 흐름의 역사와 맞물린 이야기로 독자들을 이끈다.

 

저마다의 이익 타산을 계산하는 사람들, 본처를 두고 정부(情婦)를 둔 당시의 사회적인 모습,  본 책 제목이 의미하는 내용을 두고  범인과 다빈치가 벌이는  설전은 종교와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뜻하지 않은 범인의 존재가 밝혀진 점도 스릴이 주는 묘미지만 책 말미에 다빈치가 생각하는 인간의 척도에 대한 글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정도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 책이다.

 

 

***** “사람은 자연과 다른 사람들을 관찰함으로써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믿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예상하는 것을 비교해보지 않으면 사람의 지성과 판단력이 건전하게 자라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실수에서 깨달음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 그 자체를 척도로 삼아 자신을 비교하는 것뿐입니다. 사람과 달리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p 346

 

걸리버 여행기

걸리버여행기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요즘 책을 읽는 패턴들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눈으로 읽는 전형적인 책 읽기서부터 오디오북, 그리고 이제는 방송에서 같이 보고 듣고 패널들과 강사가 전해주는 대화들을 통해 다시 책을 만나보는 시간들이 대세라면 대세다.

 

그런 가운데 ‘책을 읽어드립니다’란 프로에서 나온 ‘걸리버 여행기’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향수에 젖게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다.

 

흔히 알고 있었던 동화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두 편에 속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재밌었다는 느낌이 다시 든다.

소인국과 대인국의 정 반대 상황에 걸리버가 행한 모습들은 어린 눈에 맞춰서 그렸지만 알고 보니 이 책은 성인용(?)이란 점에서 다시 읽게 된 책-

 

총 4부로 구성된 책의 내용은 알고 있는 대로 릴리펏이란 소인국,   브롭딩낵이라는 거인국, 여기에 라퓨타 등으로 불리는 일본 여행, 말의 나라로 불린다는 후이늠국 여행기가  포함되면서 저자가 당시 영국의 현실을 비판한 책으로 그려졌다.

 

걸리버가 여행한 곳에서 겪은  반대 입장에 처했을 때의 피지배자와 지배자의 위치, 당시 정치제도에 대한 비판을 풍자 형식으로 다룬 내용들 외에  전제 국가 시대는  흘렀어도 책의 내용을 통해 전제 군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계기, 여전히 존재하는 보수와 진보의 관계들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린 시절의 행복한 결말을 이룬 걸리버가 있었다면 성인으로서 만나는 걸리버 여행기는 또 다른 세계의 탐험을 보인 것이라 다시 읽어도 재밌고 시대를 앞서간 저자의 글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게 한 시간이었다.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누구도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20년 4월

저자의 이력이 참 화려하다.

 

 

20대 젊은 기업가로서  베스트셀러 작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LGBT 인권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가 자신의 내밀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감동이 벅차게 다가오는 책이다.

 

저자가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에세이면서 일기장을 형식을 갖추고 있다.

유명인사로서 명성을 갖게 됐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 하기까지의 고뇌와 담담히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를 알고 지냈던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은 자신만이 안다는 사실, 무엇보다 자신을 잃지 말라는 말을 들려준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하기까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거치면서 점차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과정 속에는 사회 속에서 비주류로 인식되는 자신의 상태를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인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 우리는 화해와 화합이 아니라 반목과 분열의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보다는 약점이나 잘못을 찾으려고 한다. 참 피곤한 세상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열린 마음과 선의로만 대하기에는 무서운 세상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우울의 땅굴 속으로 파고들려고 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친절이나 배려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조금은 긍정적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고 쉽게 적응한 것은 아니었기에 커밍아웃 후에 얻은 자유로운 마음, 우울증, 힘들어할 때 자신의 주위에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사람들이 있었음을 고백하며 여러 가지 일들을 들여준다.

 

비단 성소수자로서의 체험이 아닌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부딪치는 어려움을 자신은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며 극복했는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사진을 전공한 이력을 토대로 예쁜 작품집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 인생은 얄궂게도 빙 돌아가더라도 결국 제자리를 찾는 법이다. 인생은 우리를 가야 할 방향으로 밀어준 뒤 때가 되어야 열매를 맺는 씨앗을 심어준다.

 

 

이야기와 함께 담겨있는 산문, 시, 사진들까지 고루 들어있는 책은 내용과 함께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저자의 재능이 부럽기까지 했다.

 

누구나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혼자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책,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 번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차분히 내면의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매력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