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캐피칼

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그들에게 닥친 한 통의 편지는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평화롭던 런던의 부자 동네 사람들을 동요시킨 한 통의 편지를 토대로 일상의 변화를 그린 작품을 접했다.

 

2019년도 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던 저자의 작품은(이 작품은 아니다.) 비단 영국을 배경으로 한 것만으로는 생각되지 않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심경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영국 런던 피프스 로드는 중산층이 몰려들면서 부유촌으로 인식이 되어 온 동네다.

특정 지을 수 있는 집의 형태는 바로 이곳의 사는 레벨을 특정 짓듯 드러나는데, 이곳에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이 있다.

 

그곳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로 가진 자란 인식으로 바뀌게 되어버린 그곳에는 82세의 토박이 피튜니아, 핑거 로이드 은행에서 일하는 로저와 아내, 세네갈 출신의 축구 영재인 17 살의 프레디 카모와 그의 아버지, 파키스탄 출신의 상점 주인 아메드 가족이 대표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비친다.

 

어느 날 그들에게 한통의 엽서가 배달이 되는데,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란 문구와 함께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받게 된다.

 

별생각 없이 받아들인 엽서는 그 이후 그들에게 서서히 불안과 공포를 떨게 하는데 그런 가운데 집주인들은 집값에 연연하며 필사적으로 경쟁하듯 집수리, 재건축을 통해 부동산 가격에 신경을 쓰게 된다.

 

 

책은 어떤 큰 흐름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통해 그에 적응해가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는데, 2008년 금융 사태 이후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던 그 당시의 모습들을 재조명해 보게 한다.

 

무리한 대출을 통해 집을 사고 그 집을 팔게 되어 남는 이윤을 생각하며 무리하게 대출과 대출을 해준 은행들의 정책들이 어떻게 몰락의 길을 걸어가게 됐는지를 생각해  볼 때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어떤 상황을 입게 되는지를 잘 그려내 보여주고 있다.

 

추락과 비관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는 상황을 통해 경제의 위기가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흐름이 유머스러운 문장을 통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누구나 더 잘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타인들의 삶에 미친 경제적인 여유에 관심을 보이는 정도 또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기에 이 책에서 보인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독자들 또한 소설 속의 일이 아닌 현실 속의 우리들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 책이다.

 

돈이란 것 자체가 삶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인 만큼  돈이란 자본이 어떻게 인간들이 삶과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드러내 보여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복수해 기억해

복수해기억해복수해 기억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8
섀넌 커크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정해진 패턴대로 다룬 정형적인 스릴의 맛도 좋지만 이 작품처럼 허를 찌르는 통쾌한 스릴 작품 읽는 재미를 준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선을 넘지 않는 글을 써서 인상을 남긴 작가는 현직 작가이자 변호사다.

자신의 주 전공을 이점으로 삼아 이런 글을 절묘하게 썼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한 흥미를 주지만 여주인공의 당찬 행동과 말들은 기존의 캐릭터를 깨부순다.

 

16 살의 임산부 소녀 리사 일랜드는 등교하던 길에 밴을 탄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는 차지하고라도 보통의 사람들로서는 가히 생각할 수도 없는 면모를 보인 이 소녀, 저자는 이 소녀의 캐릭터를 이렇게 설명한다.

 

 

***** 감금 생활을 하면서 나는 한 가지 재능을 갈고닦았다. 그 재능이 신의 섭리로 주어진 것인지, 엄마의 강철 같은 세계 안에서 살면서 체득한 것인지, 아빠의 호신술 교육으로 얻은 것인지, 아니면 내 신체 조건에서 비롯된 자연적 본능인지는 몰라도, 그건 전쟁터에서 위용을 떨치는 장군들의 자질과 유사했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만족하지 않고, 계산에 능하고, 복수심을 품고, 차분하게 행동할 줄 아는 재능.  –  p.19

 

이쯤 되면 자신의 불러오는 배를 감싸 안고 살려달라며 애원해도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염려는 저 멀리~~ 독특하게도 처음부터 괴한이 어떤 길로 가는지, 발자국 수를 세면서 목적지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기억은 물론이고 감시자의 발폭과 걸음수, 시간에 맞춰 음식을 주는 패턴까지 모두 기억 속에 남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주인공의 탄생은 괴한과 어떻게 부딪칠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단지 소녀라는 목적만으로 납치를 하는 것이 아닌 임신한 소녀를 대상으로 납치를 하고 아기가 태어나면 원하는 사람들과 거래를 하고 산모는 죽여버리는 냉혹한 인간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설정은 끔찍함을 넘어서 분노를 일으킨다.

 

책은 소녀와 리우 특별 수사관의 관점을 번갈아가며 그리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리우 수사관이 소녀를 찾는 과정이 아닌 다른 소녀를 찾는 과정을 그리면서 이어지는 관계가 이어지면서 책은 통쾌함 그 자체를 선사한다.

 

악인을 물리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제시 방안이 있지만 이 책의  원제인 ‘Method 15/33’처럼 감시인이 갖다 준 연필깎이에 번호를 매기고(15번) 납치일을 (33)을 조합하면서 탈출을 모색한 작전명을 통해 소녀의 과감한 행동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급박한 시간의 다툼 속에 벌어지는 납치법과의 대결은 소녀이자 임산부로서의 생각에 생각을 하는 모습은 기존의 소녀란 이미지를 벗어난 한풀 벗겨낸 독특한 캐릭터의 탄생이자 악인을 물리치는 데에 있어 조금도 용서란 없다란 것을 보인 당찬 여주인공의  활약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시원한 액션 스릴을 읽고 싶다면 새로운 주인공 탄생의 이 책을 읽어보시길~~~

                                                                                                                                

 

캣퍼슨

캣퍼슨

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요즘의 출간되는 책들의 계기를 보면 매년 정해진 문학 수상대회에 응모해 당선되고 출간되는 경우도 있지만 SNS에서 활발하게 인기를 끌면서 출간되는 경우들도 많다.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를 끄는 소재이고, 그 안에 내포된 문제점들의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다.

 

이 작품의 저자에 대해선 처음으로 알게 됐는데, 신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여러 느낌의 단편들을 펴냈다.

 

책 제목에 나오는 캣퍼슨이란 작품으로 인해 미국에서 입소문을 타고 의견들이 많았다고들 하는데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선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20살의 마고와 34살의 로버트는 마고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만난 관계, 누구나 처음 상대를 만났을 때의 호기심과 상대를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선들이 첫 데이트를 하면서 발전하게 되는데 영화를 보고 그의 집으로 가는 것 자체가 바로 그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깊은 발전의 단계를 의미한다고 독자들은 같이 공감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생각했던 로버트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면 마고의 입장, 아니 여자의 입장에선 그 자리에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해도 되지만 정작 마고는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그 이후 그와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상상이 아닌 현실적인 고민과 원만한 이별의 방법을 생각하는 고민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누구나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거절할 수 있는 표현들이 왜 정작 마고에게는 힘들었을까?

 

첫 데이트라서? 적어도 자신이 기대했던 어떤 이상향의 과정이 결여돼서?

 

책은 저자가 실제 경험했던 일들의 영향을 바탕으로 이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 동상이몽처럼 남녀 간의 생각 차이와 틈새의 보이지 않는 미세하게 결렬된 감정선들의 표현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 외에도 11편의 단편들은 동화 같은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공주의 이야기, 현실적으로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어도 여러 여건상 말하지 못한 부분들을 시원하게 행동으로 보인 딸(정어리)을 그린 작품, 캣퍼슨과는 반대로 그려낸 좋은 남자의 이야기, 신화적이고도 몽환적인 이야기를 그린 한밤에 달리는 사람, 무엇보다도 캣퍼슨에 이어 인상이 깊었던 세 사람의 관계를 그린 나쁜 아이는 비정상적인 종속관계를 그린 흐름이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과 자신보다 못한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행하는 행위들에 대한 모습들이 편하게 읽을 수는 없었던 부분으로 남는다.

 

 

총 12편의 이야기 속에 담고 있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합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심경과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환경 조성을 통해 저자는 약자와 강자의 관계를 그려낸다.

 

 

현실적인 부분에서부터 동화 같은 판타지, 신화적인 몽롱함의 표현들까지, 저자의 다방면에 걸친 여러 작품들을 한 번에 읽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던 책, 캣퍼슨에 담긴 이야기는 국적을 떠나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라서 한번쯤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소원을 말해줘

소원 말해줘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SF계의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작가가 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먼 미래가 아닌 영화에서나 책에서 다루는 디스토피아 색채가 짙은 내용들은 현실에선 그렇게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발달된 과학의 진보도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동물원 사육사인 그녀는 파충류를 다룬다.

석 달 전 동물원이 산사태로 무너지면서 그 여파로 동물원이 문을 닫게 되고 실직 상태가 된 그녀는  발꿈치에 대수롭게 생각지도 않았던 따끔하게  찌르는 통증이 허물로 이어지면서 가려움과 홍반으로 인한 회갈색 딱지는 허물로 굳어버리게 됐다.

 

노숙자로 전락한 그녀는 D구역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한 사람이며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방역센타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병을 고칠 수 있는 전설의 뱀 롱롱이가 궁의 아궁이에 숨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뱀의 존재에 대한 생각이 뱀의 실체가 연상이 되면서 자신의 병이 낫길 원하는 사람들의 소망과 소원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거대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익의 타산에서 벌어지는 여러 소문들의 실체가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약 선전에 열을 올리고 인체실험을 실행하면서 개발해 놓고도 사실을 숨기는 이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오직 살기 위해 이에 응하는 모습들까지…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에서 보인 롱롱이에게 소원을 말하는 대목은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혼동하게 만들지만 결국 작은 불씨의 희망들이 모여 하나의 목적을 이루려는 모습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느끼게 된다.

 

 

허물과 뱀과의 조화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사투를 그린 작품, 제13회 김유정 소설문학상 수상 작가로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형 SF의 이야기를 접해본 느낌은 차후 다시 만나게 될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마인너리티[세트]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2 세트 – 전2권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매해 수상 발표가 되는 맨부커상 작품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수상작에 대한 기대감. 저자에 대한 작품의 세계를 두고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 작품은 책 띠지에 소개된 바와 같이 2019년도 부커상(올해부터 후원하던 맨 그룹이 빠지면서 부커상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작품이다.

 

그런 만큼 쟁쟁한 후보작들 가운데 단연코 뛰어난 작품이란 생각이 든 것은 물론이다.

 

1. 2권을 통해서 그린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아프리카, 특히 저자 자신이 태어난 나이지리아의 신화를 토대로 차용한 이야기 설정은 그동안 접했던 아프리카의 문학과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어느 나라나 신화가 있고 조상 대대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 속에 담긴 삶의 철학은 이 작품 속에서 주인을 대변하는 화자 ‘치’로 대변된다.

 

나이지리아의 전통적인 우주론에 신과 인간 사이에 중간 역할, 인간 본인의 육체만이 아닌 정신적인 지주이자 수호령 자리에 임하는 것이 ‘치’란 설명과 함께 신 앞에 ‘치’는 자신의 주인인 치논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찍 돌아가신 엄마, 나이 많은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간 누이,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모든 것에 의기소침하던 치논소는 자연과 새를 사랑하는 청년이다.

 

이런 조카의 생활을 더 이상 볼 수만은 없었던 삼촌의 권유로 결혼을 생각하던 차, 시장에서 돌아오던 길에 다리 위에서 자살을 하려던 한 여인의 행동을 저지하게 된다.

 

이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그 여인은 자신을 은달리라고 소개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약혼자의 배신으로 자살을 시도하게 되었단 사연을 말한다.

 

치논소의 조건 없는 순수함과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두 사람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결혼을 생각하게 되지만 집안의 격차가 심한 빈부의 차이, 배움의 차이는 은달리 가족의 격렬한 반대와 모멸감을 동반한 말들을 듣게 된다.

 

그녀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치논소는 친구 자미케의 충고대로 아버지가 물려준 집과 땅을 팔아 키프로스로  유학길에 오른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주위의 반대에 힘든 사랑을 하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보통의 인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차이가 나는 결혼의 방식과 선택의 기로에 선 남녀들 앞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치’가 신이라 불리는 다양한 이름들을 부르면서 자신의 주인인 치논소의 행복과 불행을 이야기하는 흐름은 안타까움이 우선 앞서게 된다.

 

유일무이하게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하기 위한 선택은 치논소의 발목을 잡는 불행이자 미래의 희망이고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는 희망이었다면 은달리가 행한 그 결정은 치논소에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물을 낳는다.

 

읽는 내내 아프리카의 낯선 풍토와 자연, 익숙지 않은 신의 이름들의 생소하게 다가왔지만 이 모든 것을 걷어내고 오로지 두 사람만의 이야기로 압축한다면 국적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사랑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1권에서의 아프리카적인 분위기를 만끽하고 2권에서의 치논소와 은달리, 그리고 치논소의 인생에 악과 선의 역할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달리 바라보게 되는   자미케의 행동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치’의 주인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보인 열린 결과란 장치는 읽는 독자들의 생각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미로 속 남자

미로속 남자

미로 속 남자

도나토 카리시 저/이승재 역
검은숲 | 2019년 10월

 

 

 

첫 작품인 ”속삭이는 자’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저자의 신작이다.

 

처음 ‘속삭이는 자’를 대할 때의 스릴 만점의 충격과 그 연장선에 있는 차기 작품인 ‘영혼의 심판’,’ 이름없는 자’, ‘안개속 소녀’의 이야기들은 저자의 실제 취재 경험담과 허구의 상상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작품들이었다.

 

 

이에 덧붙이자면 이 작품 또한 저자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공포와 스릴, 추리의 재미를 모두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13세의 사만타는 학교 최고의 인기 남자 학생인 토니로부터 만나자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 등굣길에 가던 중 주차장 차유리로 자신의 모습을 살피던 중 ‘토끼’의 모습을 한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이후 15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사만타는 알몸으로 숲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다.

 

 

한편 시한부 삶 선고를 받은 사립탐정 브루노는 15년 전 자신에게 딸을 찾아달라는 사만타 부모의 부탁을 받고 조사하던 중 찾지 못한 미지의 사건이 그녀가 다시 나타나면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책은 사만타가  프로파일러인 그린 박사와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그녀가 있었던 장소, 범인의 실체를 찾는 과정 속에 성장했던 미로 속의 공포와 범인과 끊임없는 게임을 하면서 삶을 연장해갔던 회상이 실제의 기억인지 허구인지를 헷갈리게 하는 모습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킨다.

 

왜 범인은 토끼 가면을 쓰고 이런 일들을 벌였던 것인가?

 

버니 맨이라 불리는 그 사람은 어떤 일로 인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책은 버니가 실린 책을 필두로 사이코패스의 후계자를 길러낸다는 설정 하에 이런 일들이 정말 벌어질 수도 있을까에 대한 상상 내지는 실제의 감정까지 동반하게 되면서 읽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브루노에 의해 집중적으로 범인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한순간의 방심이 어떻게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 있는지를 적절하게 독자들과의 밀당을 통해 긴장감을 끊임없이 조여 온다.

 

 

저자가 그동안 그려왔던 이야기 속에 담긴 인간의 안에 숨어든 본성 속엔 과연 선과 악이 같이 공존해있는지, 범인이 자라온 환경 속에 벌어지는 선과 악의 다양한 모습들은 자의적 사이코패스를 선택함으로써  동전의 양면처럼 보인 인간의 심리를 철저히 파헤친다.

 

 

종교, 사회적인 문제들, 어린 나이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아픈 상처가 어둠의 심연 속으로 잠재해 들어가 자라남으로써 벌어지는 공포 조성은 끊임없이 돌고도는 미로 속의 길을 극대화한다.

 

 

처음부터  진행이 사만타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독자들의 허를 찌른 뒤 부분의 반전이 있음으로 해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읽게 만드는 저자의 노련한 글이 스릴의 맛을 제대로 이끌어냈다.

 

 

곧 영화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만큼 이런 긴장감 있고 스릴을 즐기길 주저하지 않는 독자라면 읽어도 실망하지 않을 책이다.

 

 

 

 

숨겨진 삶

숨겨진삶숨겨진 삶
실비 제르맹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독특한 서사로 이야기를 이끄는 실비 제르맹의 신작이다.

 

발표 연도가 2008년이라고 하는 이  작품이 이제야 국내에서 출간된 시점이 늦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다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을 것 같다.

 

68 혁명의 그림자가 드리운 시대에 우르푀빌이란 곳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삶을 조명한다.

 

17살에 결혼해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배랭스 가문의 며느리 사빈은 남편 조르주의 교통사고로 인해 미망인이 된 여인이다.

 

크리스마스 날 시댁에서 모임을 갖는 연례행사를 앞두고 백화점에서 산타클로스로 분장해 일하고 있는 피에르와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그를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직원으로 채용하게 된다.

 

언뜻 보면 평범한 가문의 여타 다른 집안사람들처럼 보인 분위기지만 각 개인들이 가진 말 못 할 비밀들은 한두 가지씩 있는법이다.

 

남편 조르주가 자신이 직접 운전해 몰던 차 사고에는 복권 당첨으로 인한 부부간의 싸움이 발단이 있었고 막내딸 마리가 탄 줄도 모른 채 운전하던 그 자동차 안에서의 마리의 비밀은 결코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진 바가 없는 사실이 있다.

 

그 사고 이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마리의 입장, 피에르가 점차 그들 가정에 사적이든 공적이든 간에 연관되어지면서 배랭스 가문은 피에르와 관계를 끊으래야 끊을 수가 없는 사이가 된다.

 

전통적인 시대가 요구했던 절도와 절제, 몸에 밴 삶의 철학을 지닌 시아버지 샤를람이 바라보는 피에르에 대한 좋지 못한 감정은 며느리 사빈과의 사이를 의심하고 손자 손녀에게 경고성을 날리는 말들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샤를람의 여동생이자 쉿 왕고모로 불리는 에디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조카 조르주에 대한 사랑의 비밀들까지 한두 가지씩은 자신들 마음속에 간직된 들추어내고 싶지 않은 비밀들을 간직하고 있는 배랭스 가문의 사람들은  베랭스 군단 일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야회에서 피에르에게 결정타의 모습을 보인다.

 

참고 참았던 샤를람이 피에르에게 했던 모욕, 사빈과 마리의 잊지 못한 것들을 당한 피에르는 종적을 감춘다.

 

이후 배랭스 가문은 그가 있기 전과 후로 나뉘어 버린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주듯 각자 자신들의 유년을 거치면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은 피에르와의 연계를 통해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전반부가 이렇듯 배랭스 가문의 이야기였다면 후반부는 피에르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왜 사빈에게 자세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 정신병원에서 입원해 있던 피에르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는 전율을 일으킨다.

 

결코 여자를 사랑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첫사랑에게 고백을 하지 못한 채 엄마와 결혼을 통해 안식을 취하고자 했고 이후 피에르가 태어나면서 더 이상 남녀 간의 사랑은 할 수 없는 부부였다.

 

그런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시대는 제2차 대전이었고 전중에 독일 병사 요한 뵘란트와 사랑에 빠진 후 배다른 여동생 젤리를 낳는다.

 

한 개인이 전쟁 중에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수 그 자체의 사랑을 했다면 죄일까?

 

적국과의 불륜을 했다는 죄목으로 엄마는 삭발과 옷을 벗긴 채 모욕을 당하는 조리돌림을 당하게 되는 일들이 이루어졌을 때 피에르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책의 배경이 60년대부터 80년대를 흐르면서 보이는 과정 중에 배랭스 가문과 피에르의 관계를 통해서 보인 각자가 지닌 삶의 무게들은 저마다의 아픔이자 감추고 싶은 상처였다.

 

 

피에르의 엄마가 당한 일들을 읽으면서 영화 ‘라이언의 딸’과 같이 교차해 생각나는 것은 국적을 막론하고 당시 서구에서 이런 일들이 당연시했다는 생각, 그 가운데 피에르 입장에서 결코 말하고 싶지도 않았던 숨겨진 삶의 이야기는 비단 이들 등장인물들만이 아닌 누구나 살아가면서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치 연극 무대처럼 연상되는 문장의 끝마침, 은유와 색채의 표현이 전체적으로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주된 이야기들 속에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그럴싸한 요리책

쉽고요리책

 

세상에서 가장 쉽고 그럴싸한 요리책 – 파워블로거 벨루가가 알려주는 간단하고 맛있는 레시피
최해정 지음 / 미호 / 2019년 10월

인기 있는 블로거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면 그들이 지닌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책들이 출간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

 

이미 파워블로거로 알고 있는 저자의 초 간단 음식 만들기 노하우를 담은 책을 만났다.

 

바쁜 하루 일상 중에 유일하게 제대로 한 끼 식사 개념으로 먹는 것은 어느 때인지도 모를 정도로 지내게 되는 일들이 다반사인 일상에서 이런 초간단 요리 만들기 정보는 그야말로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는 셈이다.

 

결혼 전부터 요리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저자의 요리 공개는 우선  요리에 걸리는 시간, 재료, 양념을 확인한 후, 요리에 필요한 도구를 살펴보기로 시작한다.

 

음식 보관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같은 음식이라도 좀 더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도 호강할 수 있는 플레이팅 팁, 사용하고 난 후 버리게 되는 병을 이용한 장식하기 방법, 그리고 반죽과 발효를 제대로 하는 방법들까지 들어 있는 내용들이 벌써부터 눈길을 자극한다.

 

 

음식보관

 

가장 기초적인 첫 순위를 염두에 두었다면 다음은 맛난 음식을 더욱 잘할 수 있는

가열 도구인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그리고 오븐 요리를 통해 저마다의 개성 있는 음식 만들기 공개가 무척 인상적이다.

 

한 가지 재료를 두고서 다른 음식의 변화를 통해 변주한 음식 만들기는 기존에 인식되어 있던 음식의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해봄으로써 더욱 알차고 맛난 음식으로 거듭나게 됨을 느끼게 된다.

 

이는 비싼 음식이 꼭 맛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집에서도 얼마든지 간단하면서도 영양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요리합체

 

특히 제대로 양식을 갖춰 음식을 하는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시판제품을 이용해 만들어 먹을 수있는 음식 소개코너는 아주 유용할 듯 하다.

 

 

갑자기 냉장고를 부탁해 란 방송에서 이런 요리를 선보인 김풍 작가가 생각나는 것은(^^)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닐 듯 하다.

 

이외에도 간식과 안주, 믹스를 만들 수 있는 홈베이킹 파트는 천천히 따라 해 가면서 만들어 볼 수 있기에 큰 부담 없이 도전해 볼 수 있는 요리법 소개가 눈길을 끈다.

 

 

 

요리에 자신 없는 사람들, 자취생, 신혼부부는 물론이고 가족들의 하루 한 끼만이라도 색다른 음식으로 먹이고 싶은 주부라면 이 책에 소개된 음식 만들기에 함께 따라 해 보면 어떨까?

배드…매드 시리즈

배드

배드 매드 시리즈
클로이 에스포지토 지음, 공보경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8월

총 3부작 시리즈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전편의 제목이 ‘매드’ 말 그대로 정말 미친 듯이 질주하는 개성 있는 여 주인공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마지막 챕터가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찾아내려 결심한 것이 끝이다.

 

 

이 책의 제목인 ‘배드’는 제목에서 느끼는 것처럼  돈을 갖고 튄 남자를 찾아내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일란성쌍둥이로 자랐지만 언니 배스와는 전혀 다른 상반된 삶을 살아가던 앨비나, 그녀가 언니를 우연찮게 죽이고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죽이면서 도망자의 신세로 언니 행세로 살아가려던 계획이 막판에 자신을 배신한 남자, 언니 배스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일이 꼬이게 된다.

 

 

믿었던 유일한 파트너이자 한평생을 같이 살 생각까지 있었던 만큼 남자의 배신은 그녀를 복수의 화신으로 변모시킨다.

 

 

전문적인 킬러가 아니기에 서툰 행동과 말들로 인한 진실의 발각 위험까지 처해지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묘하게도 그녀를 다른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데, 마약과 거침없는 욕망의 행동들은 끝까지 그녀의 질주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에 옮기는 그녀의 본성은 어디까지 행진을 이어갈지, 그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살인범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세상에서 하찮은 인간처럼 취급당했던 그녀는 과연 자신만의 복수를 감행할 수 있을 것인지, 마지막 시리즈가  궁금해진다.

배드시리즈

 

영화화 확정이 되었다고 한 만큼 이렇게 과감한 행동을 보일 여배우는 누가 캐스팅이 될지, 그것 또한 궁금해지는 책이다.

                                                                                                                                

 

 

쌍둥이

쌍둥이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한날한시에 같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부르는 말, 쌍둥이-

 

세상에는 실제로 쌍둥이는 아니지만 생각과 행동의 공유를 통해 쌍둥이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 누군가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마음을 나는 슬픔이라고 불렀다.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지만 그 누구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하는 비참함을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여겨지고 싶어서 나는 울었다. 그래서 그때, 눈물을 흘릴 만큼 간절하게 바라던 말을 해준 쓰키시마를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네가 있을 곳은 내가 만들 테니까, 울지 마.” (p22-23)

 

어린 시절부터 친구가 없던 나쓰코에겐 한 학년 위 선배인 쓰키시마와 친하다.

친하다고 하는 감정에는 나쓰코가 쓰키시마에 대한 감정이 이성에 대한 좋은 감정으로 느끼지만 쓰키시마는 나쓰코를 자신과 같은 쌍둥이처럼 생각하길 원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시작한 피아노 외에 유일한 친구인 쓰키시마와의 교류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녔음을, 같이 서점이나 영화를 보면서 속을 터놓는 친구로 지낸다.

 

나쓰코가 보통의 평범하면서도 성실한 학생이었다면 쓰키시마는 정 반대의 아웃사이더다.

공부는 왜 하는지, 학교는 왜 다녀야 하는지, 중학생 신분으로 머리엔 노랑물들이고 앞날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권유로 인해 학교마저도 그만두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학생이다.

 

미국에서의 적응조차도 원만하지 못해 한 달도 못돼 공황장애와 ADHD의 증세로 인해 다시 일본으로 오게 된 남자 주인공의 행동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드러내는 인물이다.

 

이런 두 주인공들의 밴드 결성을 통해 차츰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되새겨보면서 이루어지는 이야기 흐름은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면서도 쓰키시마를 대하는 나쓰코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내 주위에 쓰키시마 같은 인물이 있다면 쉽게 사귀지는 못했을 것 같은 인물이라 읽으면서 나쓰코의 행동이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은 일본 음악 뮤지션으로 밴드에서 피아노와 라이브 연출을 담당하면서 곡을 만드는 4인조 밴드 SEKAI NO OWARI의 멤버 Saori의 데뷔 소설이다.

 

첫 데뷔작이 제158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만큼 화제를 모은 책이라서 그런지 저자의 실제 성장 경험담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 책의 두 주인공들을 통해 잘 드러난다.

 

 

누구나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성장하지만 이 둘의 묘한 조합의 이야기는 음악과 밴드 결성,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지닌 주인공들의 성장을 통해 잘 그려졌다.

 

밴드 결성의 결과가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는 드러나진 않았지만 읽으면서 두 사람의 미래에 응원을 보내게 되는 책,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