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단 4개의 작품으로 그 이름 자체를 알린 작가, G.W 제발트의 개정판이 나왔다.
처음 그의 작품을 대한 것이 ‘현기증, 감정들’이란 작품이었으니 이번에 만난 이 작품으로 인해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다른 느낌을 갖는다.
개인적으로 그가 다룬 문체나 글의 흐름이 쉽게 읽히진 않는 편에 속한다.
처음 대한 작품이 쉽게 읽히는 작품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런 이미지가 강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생각했던 것보다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세계화가 지구촌 안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형상이고 이 가운데 이민이란 형식은 여기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게 결정지을 수없는 사안이기에 이 책에 보인 네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대적인 배경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작품 속의 화자가 만난 네 명의 사람들은 자살하거나 자살의 형식처럼 취해 죽음을 맞는다.
단편 형식을 취하되 연작 형식으로 이어진 글들은 짧은 단편이 있는가 하면 단편이라고 하기엔 긴 이야기의 중편에 속할 수도 있는 사연들이 담겨 있어 그들의 인생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사뭇 다르게 받아들여지게 한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가 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인 헨리 쎌윈 박사다.
의사로서 생활하다 이제는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자처하는 그, 유대인이란 신분이 드러나면서 부인과 소원해지고 그런 그가 그려본 이민자로서의 고뇌와 고향에 대한 향수는 인생 후반부에 이르러 자살에 이르게 한다.
두 번째 주인공은 ‘나’의 초등학교 은사인 파울 베라이터 선생님이다.
부고 소식을 접하고 고향을 찾은 ‘나’가 선생님의 자살을 계기로 그의 인생 발자취를 찾아가는 형식은 한 인간의 인생의 흐름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한다.
교사로서 좋은 선생님이었지만 그가 겪은 개인적인 아픔은 아내의 강제수용소 이송 후 최후를 맞은 일, 자신의 핏줄 중에 4분의 1이 유대인의 피가 섞였다는 것 하나로 교사직을 그만두게 되었던 일, 그러면서도 또 다른 혈통의 아리안을 갖고 있었다는 것 하나로 전쟁에 참여한 일들은 그가 독일이면서도 독일 안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에 대한 딜레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번째 인물은 유대인은 아니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해 이민을 간 친척 할아버지 암브로스 아델바르트에 대한 이야기다.
유대인으로 이민을 온 집안의 집사로 일하면서 집주인을 모시고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놓은 글들을 통해 할아버지의 인생을 추적해 나가는 형식은 말년에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소, 1950년대 유행했던 전기충격 요법을 스스로 자진해서 받으면서 신체, 정신적인 소모를 감행하고 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연을 다룬다.
네 번째 인물은 유대인 화가 막스 페르버의 이야기다.
유대인으로서 그가 겪어내아만 했던 이민의 사정, 그가 그림을 통해 펼쳐 보였던 감정의 파고, 그의 부모의 사연들은 역사적인 사건과 당시 독일인들이 행했던 행동의 결과로 탄생한 이미자들이 아픔을 대변한다.
총 네 개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실제 인물들을 만나보고 사진을 곁들여가며 이야기를 취하는 형식을 그렸다는 이 작품은 이민, 즉 디아스포라에 대한 각기 다른 사연들을 들여줌으로써 역사 속에 살아간 사람들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향수, 그 이면에 펼쳐진 때론 증오와 회한의 감정들이 모두 묻어나 있다.
실제인 듯 아니면 허구인듯한 모호한 경계성의 글들이 제발트의 감각적인 능력이라면 이 작품 또한 이러한 범주에 충실한 면을 보인다.
실제적으로 만난 사람들이긴 하지만 화자인 ‘나’가 제발트인 것처럼 보였다가도 단순히 작품 속의 등장하는 제삼자의 화자처럼 보이는 형식, 이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삶의 또 다른 희망적인 채집하는 사람들의 등장을 통해 그나마 일망의 위기 순간 모면이나 짧게나마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처럼 보인 장치는 저자만의 관찰능력이 빚어낸 글이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유대인들이 겪었던 이민자들의 생활만이 아닌 다양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 모습들을 대변해주는 듯도 한 이 작품을 통해 한층 저자의 작품을 가깝게 느껴보게 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