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갇힌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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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에이머스 데커는 고향인 오하이오주 벌링턴에 돌아와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그 장소, 그 집, 그 모든 사람들이 있었던 곳, 일 년에 한 번씩 찾은 고향엔 여전히 죽은 아내와 딸, 처남이 있기에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그 일 이후 과잉기억 증후군과 공감각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그가 사건의 해결을 한 이후에 해마다 찾는 무덤가-

 

그런데 그를 찾아온 한 남자에 의해 걷잡을 수없는 과거의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경찰 초년생 시절 처음 맡았던 살인사건, 그 현장에서 식당 주인인 데이비드 카츠, 그리고 은행에서 대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도널드 리처즈, 리처즈의 아들과 딸이 모두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그 사건에서 모든 결과는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었으니 바로 자신이 감방에 넣은 메릴 호킨스다.

 

그런 그가, 감방에서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할 그가 에이머스 앞에 나타나 자신은 무죄라고 말하며 이미 죽음을 목전에 둔 자신이기에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진실을 밝혀달라며 말한다.

 

당시의 기억을 되새기며 함께 사건을 해결했던 랭커스터와 이 사건에 대한 전모를 살피기 시작하려던 그때 누군가에 의해 호킨스는 살해된 채 발견이 된다.

 

그저 흘려들었던 그 당시 사건이 더 이상 간단한 사건이 아님을 느낀 데커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이 사건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뛰어드는데…

 

 

아픈 과거의 기억 외에 또 다른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 에이머스란 주인공을 내세운 ‘남자’~시리즈의 신작이다.

 

여전히 과거의 고통 속에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려는 주인공의 모습도 여전하지만 과거에 이미 밝혀지고 그 결과로 감옥에 들어간 죄인이 자신의 무죄를 밝혀달라는 점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독자들은 당시 사건 현장에서 벌어졌던 증거물과 죽은 사람들의 관계, 그 이후 남겨진 그들의 아내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함께 살펴보게 되지만 정작 왜 그들이 죽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보다 원점에 다다르기까지의 여정은 쉽지만은 않게 그려진다.

 

한 남자의 아내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되고, 연이어 계속 이어지는 의문의 주위 사람들의 죽음과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수순들은 에이머스가 겪는 개인적인 고통과 함께 진실이란 이름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 가볍게만 여길수 없었던 사건의 본질을 알게 된 후의 폭풍을 더욱 놀랍게 그려냈다.

 

“진실이 늘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건 아니에요. 때론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될 수도 있죠.”

 

어쩌면 호킨스도 그렇고, 리처즈나 카츠의 아내, 호킨스의 딸도 이러한 생각들로 묻고 지나왔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진실이 무조건 좋은 것만이 아닌 양 갈래의 선택의 갈림길에 섰던 사람들의 심정이라면  그들이 내린 결론이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내용상 무거움을 던진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들이기에 에이머스가 겪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은 왠지 그동안 시리즈를 읽어왔던 독자로서 마음 한구석에 애잔한 감정이 스며드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동료애와 그들이 겪는 애환들이 결코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게 느껴지는 데커의 변화된 모습이 다음 시리즈에선 어떤 발전된 감정의 이입으로 변해있을지도 궁금하고, 전작의 주인공인 마스의 출현은 반가움마저 들게 한다.

 

 

 

단순하게 끝낼 수도 있었을 사건의 전말 뒤에 감춰진 무섭고 치밀한 계획이 밝혀지는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기는 한편 다음 시리즈에선 보다 밝은 에이머스 데커를 기대해보게 한 작품이었다.

 

 

 

 

비틀거리는 소

비틀거리는소비틀거리는 소
아이바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0월

경시청 수사 1과 소속 다가와는 수사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형사로서 한동안 일을 쉬다가 복귀, 그 이후 미해결 사건들을 전담 맡아 일하고 있던 중 2년 전에 있었던 ‘나카노 역 앞 선술집 살인 사건을 배당받게 된다.

 

2명의 피해자가 생긴 이 사건은 산업폐기물 처리업자와 수의사가 살해되었고 현장에서는  강도짓에 의한 강력사건으로, 당시 범인이 외친 “머니, 머니”라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의 소행으로 여겨 수사를 진행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 뚜렷한 결과물이 없는 종결로 마무리된 사건이었다.

 

단순하게 보면 그럴듯한 시각으로 여겼을 이 사건의 실체는 무엇일까?

죽은 두 사람의 직업이나 연관성은 어떤 면에서도 매치가 되지 않았던 만큼 다가와는 선배로부터 배운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을 지키면서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한편 인터넷 미디어 <비즈 투데이> 기자 쓰루타는 옥스 마트를 표적 취재하면서  옥스 마트의 기업형 박리다매의 선점 공략에 이은 지방 소형업체와의 경쟁에서 경쟁을 다투고 임대료 매장을 통한 수익을 통한 영업전략을  쓰는 업체로써의 부당한 점을 알리기 위해 기사를 올린다.

 

이 와중에 옥스 마트가 미야기 현에 대규모 쇼핑센터를 건설함에 있어 미트 박스와 연관성이 있다는 제보를 통해 이들의 관계엔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한 취재를 하기 시작하고 이와 관련된 자료를 전 미트 박스에서 근무했던 고마쓰 다카시 생산과장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다.

 

범죄 중에 가장 나쁜 범죄 중에 하나가 우리들이 먹는 음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포함된다.

 

건강과 직결되는 음식인 만큼 무엇보다도 양심을 걸고 운영해야 할 업체들의 비양심적인 행태의 범죄가 벌어졌단 소식을 접하게 되면 분노가 일어나기도 하고, 자신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했다면 과연 이런 일들을 벌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아주 심각한 범죄란 생각이 든다.

 

이미 음식으로서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판정이 된 소의 신체 일부를 각종 첨가물을 더해 일반인들이 구매해 먹을 수 있게끔 만드는 이러한 행동들은 거대 기업인 옥스 마트와 옥스 마트가 거부할 수 없는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하는 미트 박스란 업체의 모습들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취재 덕분에 더욱 실감 있게 느껴진다.

 

소의 비정상적인 비틀거림의 양상을 통해 인간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일반인들을 속이고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증대한다는 비양심적인 모습, 양심적인 수의사와 옥스 마트의 약점을 거래로 이용하려 했던 산업폐기물업자의 양심 없는 행동들은 결국 살인이라는 과정에 이르게 만들었지만 결국 이 모든 과정들을 들여다보노라면 일반 독자로서 느낀 배신감은 소설이었지만 현실감을 느끼게  했다.

 

이런 식품에 얽힌 비일비재한 사건사고들이 발생할 때마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결과물로써 받아들이는 감정들은 정부와 고위 경찰, 대형 기업과 사회 저변에 퍼지는 위기 심각에 대한 모면을 통해 일반인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마저 느끼게 하며, 사회파 미스터리로써 유통과 식품에 얽힌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소’를 통해 그려낸 작품이라 더욱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 작품이었다.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미술관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의사와 미술의 관계라고 하니 궁금증이 생긴다.

 

이 책의 저자는 진료실과 미술관을 오고 가면서 의학과 미술의 관계를 글을 통해 그려낸다.

 

근 20여 년 동안 각국의 유명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들을 통해 직접 감상하고 그에 관한 기록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안내서로써도 손색이 없는 책과의 만남을 선사한다.

 

눈에 비친 그림을 그냥 보는 것과 그림에 담긴 색채와 당시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실제적인 사연을 함께 알고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 책에서 보인 여러 화가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읽고 그에 얽힌 그림을 함께 보노라면 마치 당시 그 화가가 겪었을 고통을 함께 느낄 수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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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경우도 그렇고 차이콥프스키의 동성애에 얽힌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지만 특히 당시 시대의 흐름과 사회 저변의 인식에 깔린 시선들을 통해 죽음을 어떻게 맞았는지에 대한 설명 부분들은 한 편의 미술사학을 보는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런가  하면 의사로의 본분인 가슴에 청진기를 대는 그림이나 엄마가 아이의 머리에 이를 잡아주는 모습들을 통해 당시의 위생에 얽힌 이야기를 그려볼 수 있게 하고 의사로서 의술에 전념하는 것과의 연관성이 있는 그림 설명 부분들은 하나의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시간을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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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퐁피두 부인의 인생에 얽힌 병이나 안톤 체호프에 얽힌 일화들은 의학 속에 담긴 인물들의 개인 역사이야기는 물론 당대의 유명인들이 살아왔던 시대 흐름까지를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은 의학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사연들을 함께 읽을 수 있어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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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의학이라 하면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게 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림 속에 담긴 의학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는 세련되고 풍부한 재미, 특히 무엇보다 역사와 의술, 그림에 담긴 의미를 모두 알 수 있는 책이라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여자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2019 부커상 수상작. 흑인 여성 최초의 부커상 수상이자 마거릿 애트우드와의 공동수상이라는 타이틀, 출판사에서 출간 예정 목록에 올라있을 때부터 관심을 두던 작품이었다.

 

 
첫 등장인물인 앰마-

 

그녀가 쓴 희곡 [다호메이의 마지막 여전사]  첫 공연이 내셔널 시어터에서 열리는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녀를 둘러싼 혈연관계, 친구, 그 친구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을 통해 그려낸다.
앰마는 순수혈통 영국인이 아니다.

오십 대의 여자, 아니 정확히는 레즈비언이다.

가나 독립을 위해 활동했던 기자 출신 아버지가 영국으로 도망치면서 엄마와 만나 결혼해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영국인이다.
일찍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고 같은 레즈비언인 도미니크와 함께 연극극단을 만들게 되는데 부시 위민(bush women)이란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도미니크가 미국인 레즈비언 응징가를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되면서 그녀는 프리랜서로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그녀의 딸 야즈는 게이 커플인 롤런드 박사의 정자를 기증받아 태어난 아이다.

부모 사이를 오고 가면서 성장한 그녀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자신의 진로와 자신의 성장배경을 통해 미래에  대한 걱정을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대학생으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여기엔 야즈 외에도 이슬람을 믿는 친구, 잘난 아버지를 둔 덕에 호화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친구, 다양한 이야기들이 또한 엮인다.

 

 

한편 미국으로 건너간 도미니크는 같은 레즈비언들이 사는 공동체에 들어가 살지만 모든 일에 편집증으로 자신을 가두는 응징가로 인해 스스로의 자각과 기대치를 넘어선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나가다 탈출에 성공, 제2의 인생을 찾는 노력을 한다.
캐럴-

고국에서의 엘리트로 인정받은 아버지와 엄마였지만 이민 온 영국에서의 삶은 운전기사와 청소부로 삶을 이어나가는 부모 밑에서 13살 집단 윤간을 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여성이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열심히 공부한 덕에 유명 은행에 취업, 백인 남성과 결혼한다.

 

이들 외에도 작품 전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순수 영국인이 아닌 부모세대나 그 훨씬 이전의 세대부터 거슬러 올라간 조상들이 백인들과 연관되어 있거나 결혼을 통해 태어난 사람들이다.
처음 등장하는 앰스의 커밍아웃인 레즈비언의 삶을 필두로 그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들의 삶은 과거의 할머니, 엄마 세대를 거쳐 자식으로부터 한물간 구세대 인식으로 여겨지는 시간의 흐름들이 서로 연관성을 보이면서 풀어나간다.

 
영국 안의 영국인이되 같은 백인인 영국인으로부터 차별 어린 시선을 받으며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성장의 기억들은 비단 이들 여성에 한해서만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이민세대들의 아픔들이 함께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았다는 것은 인종의 색깔을 넘어선 차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물음, 더 나아가서 부모들이 힘들어도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던(캐럴의 엄마 버미) 여인의 삶이 있다는 사실이 이민 1.5세대에 해당되는 캐럴의 인식과 대비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그려진다.

 

 
이런 부모의 바람대로 같은 혈통인 아프리카인과의 결혼을 거부한 채 사랑하는 사람인 백인 남성과 결혼한 캐럴의 경우 자신의 피부 색깔과 어려운 환경을 탈피하고자 기를 쓰고 공부에 매진한, 그러면서도 아픈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여성의 모습을 통해 기성세대와는 다른 또 다른 인생관을 보인다.
책의 첫 흐름인 앰마의 레즈비언의 삶은 기존의 사회에서 인식되는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에 반하는 모습과 사회 인식에 반하는 삶, 규정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의 기조에 반발하는 모습들은 그녀의 친구인 셜리와는 우정을 이어나가되 셜리가 생각하는 앰스의 레즈비언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임으로써 같은 사회 안에서의 우정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엿보게 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여자1

 

셜리 또한 같은 피부색을 지녔지만 학교 선생님으로서 살아가는 모습 속에 중산층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은 앰스와는 다른 생활의 이면을 보이는 여성으로 그려지며 교육이란 것을 통해 그녀 자신의 성공 성취도와 그럼에도 여전히 불운한 환경으로 인해 그곳을 타파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처벌들을 통해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셜리의 엄마, 윈섬은 읽으면서 이해를 할 수 없었던 인물이었다.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통해 두 손녀까지 본 할머니가 사위와의 불륜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그것이 사위가 딸의 곁을 떠나는 것보단 낫다는 자신 스스로의 핑계 내지는 사위가 먼저 자신과의 사이를 통해 욕구 해소를 발산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할머니이기 전에 한 여자로서의 사랑의 또 다른  행동을 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 인물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저자는 성 정체성에 대한 페미니즘의 변화와 여성들의 적극적인 행동과 모습들을 그리면서 메건이 모건이 되는 과정, 레즈비언이 아닌 좀 더 확장된 성의 구분을 드러내는 젠더 확정, 젠더 프리를 통해 또 다른 그들만의 삶 모습, 인종 간의 차별은 물론 남녀 차별, 같은 젠더 안에서도 차별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과감하게  표현한다.

 

모건의 할머니 해티의 숨겨진 아픈 자식의 비밀, 그녀의 엄마 그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해 그녀의 자식이 만나러 오는 장면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12명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린 그들만의 사연은 여성이란 이름으로 구분된 성에 대한 의미, 여성, 남성이란 이름으로 구분 짓고 그 안에서 사회의 인식대로 살아가는 통념적인 의미, 그에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성 정체성을 통한 사회의 차별을 견디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소외된 여성들의 삶을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장대한 서사로 그려냈다.

 

어린 시절 소녀로서의 삶, 성장한 뒤의 여자로서 불리는 시기의 삶, 여기에 그녀들과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 같은 여성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으며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 비 혈연이지만 가족이란 개념으로 맺어진 관계, 퍼넬러피의 경우를 통해 그 자신이 백인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 또한 흑인의 한 뿌리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아가는 과정은 저자의 글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다.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바라보는 차별 섞인 시선과 고정관념들, 야즈의 친구 와리스가 한 말은 현재의 우리들 모습 속에 감춰진 부끄러움을 드러낸 대목이 아닌가 싶다.

모슬렘 한 명이 총기 난사를 하거나 폭탄을 터뜨려 사람을 죽이면 그는 테러리스트라고 불리지만, 백인 한 명이 똑같은 일을 하면 그는 미친 사람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흑인 남성들은 안전한가?
셜리의 오빠들이 겪고 있는 생활 속에서의 행동 다짐은 그 또한 다르지 않다.

 
-셜리는 오빠들 역시 어릴 때부터 경찰에게 괴롭힘을 당해 오래전부터 오빠들 편에서 분노를 느꼈다.

모든 흑인 남자는 이런 일에 대처하는 법을 알아야 하고 모든 흑인 남자는 거칠어져야 했다

경찰은 누군가를 죽이거나 구타하고도 자체 조사를 받거나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마치 지금의 미국의 어떤 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은  운문 형식이라는 것을 빌려 내용 전체를 마치 긴 시처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긴 문장의 호흡을 통해 이야기의 끊임없는 궁금증 유발을 유도하게 만들기도 하는 독특한 장치를 이용해   읽은 후에도 여전히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는 작품 전체를 통해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종, 피부 색깔, 국적, 혈연도 아닌 인간 그 자체의 본모습인 존재의 가치를 그려낸 것이란 생각에 공감을 느끼게 한다.

 
앰마를 통해 저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듯한 모습도 보이고, 각기 개성이 뚜렷한 여성들의 삶을 통해 진지한 토론을 해보게 만드는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

 

이 작품이 왜 그토록 많은 찬사를 받았는지에 대한 문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인간 가족에 속한 자매, 여자 형제, 언니 동생, 자매 같은 사이, 여성, 우먼(woman), 위민(womyn), 남성 동지 남성 동포, 남자 형제, 형제, 남성, 남성 친구, LGBTQLI에게 바친다란 책 장에 나오는 이 문구로 모든 것을 표현한 책이다,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캐슬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귀하를 블랙히스 하우스의 가장무도회에 초대합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숲 속에 있는 나, 에이든 비숍은 기억을 잃은 채 초대받은 블랙히스에 발을 들인다.

그곳은 피터 하드캐슬 경과 그의 부인 헬레나 하드캐슬 부부가 초대한 가장 무도회장이었고, 그들 부부에겐 19년 전 살해된 막내아들 토마스를 기리기 위한 모임이었다.

 

숲 속에서 한 여인의 죽음을 목격한 그는 블랙히스에 도착해 도움을 요청하게 되지만 타인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비숍이 아닌 세베스찬 벨이라고 불리는 나 자신은 얼굴도 목소리도, 행동도 모두 자신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곳의 딸인 에블린 하드캐슬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는 흑사병 의사로 불리는 자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다.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야만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블랙히스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게임, 단 주어진 시간은 8일, 같은 하루가 8번 반복됨과 동시에 그때마다 다른 호스트의 몸으로 깨어난다는 설정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마지막 호스트가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비숍의 기억을 전부 지워버린다는 것이다.

 

자신이 왜 이곳을 방문했으며 애나라고 불렀던 미지의 그녀는 자신에게 어떤 대상인지, 에블린을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시간의 다툼은 자신이 무도회에 초청받는 호스트의 몸속으로 들어가 하루의 일을 통해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면서 사건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을 그린다.

 

매일 밤 11시의 총성, 에블린이 연못 쪽으로 다가가 총으로 자살하는 모습은 자살을 위장한 살인 사건인가, 아니면 어떤 사연에 얽힌 협박에 의한 자살인가?

 

책의 띠지 문구처럼 애거서 크리스티와 인셉션의 절묘한 만남으로 그려진 미스터리다.

음침하고 칙칙한, 살인사건이 벌어진 블랙히스를 멀리했던 하드캐슬 부부가 왜 이곳으로 사람들을 19년 전 벌어졌던 그 장소로 사람들을 불러들인 것일까?

 

비숍은 한 사람의 매번 다른 호스트의 몸속으로 들어간 자신의 생각과 호스트의 생각과 행동을 제어하면서 사건의 해결을 풀이해야만 하는, 그러면서도 같은 반복의 일을 통해 호스트들의 감춰진 비밀들을 알아가고 그에 덧붙여 혼돈의 미로를 탈출해 진정한 자신의 비숍이란 인생을 살기 위해 활약하는 모습이 시종 긴장감을 조성한다.

 

지루함을 동반할 수도 있는 같은 반복의 패턴을 다른 호스트의 몸속으로 환생한 듯한 설정의 그림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사람들의 동선과 말, 그에 담긴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구성을 통해 한 사건에 담긴 여러 단상의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공포가 있고 초자연적인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느낌, 그가 왜 블랙히스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기막힌 반전의 설정들은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촘촘히 엮은 이야기의 토대를 따라가야 하는 집중력을 통해 이야기의 맛을 느끼게 한다.

 

한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제대로 시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중간에 낙오된다면 그 전의 호스트 몸으로 다시 돌아와 다시 겪어야 하는 설정 과정도 기막힌 과정이었지만 하나의 게임 툴 속에 갇힌 인물이 벗어나기 위해 하나씩 장애물을 허물듯 반전의 비밀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추리로 엮은 설정 구도도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비밀과 배신, 사랑이 있고 욕심과 경계, 용서가 있는 복합적인 이야기를 담은 600쪽이 넘는 추리 미스터리라 기존의 어떤 간략한 이야기로 들려줄 수 없는 플롯의 구성이란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일단 읽어보란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특히 사건의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터진 독자들의 허를 찌른 진짜 범인의 실체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끝까지 완독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짜릿함을 모처럼 느껴보게 한 내용이었다.

 

곧 tv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잘 짜인 구성의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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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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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람은 백인 주인 아버지와 흑인 노예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어릴 적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에겐 특출 난 능력이 있으니 바로 초능력 ‘인도’를 가진 점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그에게 자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것에 대한 것을 귀담아듣는 사람, 한번 본 것은 놓치지 않고 ‘기억’이란 것을 통해 담아두는 그,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본질적인 기억이나, 트라우마를 떠올리면, 지금 속한 곳이 아닌 전혀 다른 공간으로 순간 이동을 하거나 사물을 보낼 수 있는 특이한 점을 지니고 있다.

한때는 아버지가 가진 영토에서 주인을 꿈꾸었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백인 형의 시종으로 일하게 된 것일 뿐 그 꿈은 더 이상 현실성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느 날 그가 사랑하는 소녀 소피아가 아버지의 사촌인 너대니얼 노예로서 그의 집에 데려다주고 오길 반복하는 동안 소피아는 탈출 이야기를 하고 둘은 곧 자유 흑인이자 언더라운드 조직원이라고 알려진  조지에게 부탁해 도망을 감행하게 된다.

 

하지만 조지의 배신으로 소피아와 떨어진 하이람은 그 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모진 고생을 한 후 자신을 테스트했던 사람들이 그의 능력을 시험해보고자 한 언더그라운드’의 요원이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가 알고 있던 능력을 이용해 거짓 서류를 만들고 북부의 필라델피아까지 가게 된 그는 버지니아에서 살았던 생활과 이곳의 천지차이인 생활의 모습을 통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고향에 두고 온 소피아의 행적과 나머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었던 하이람은 초능력 ‘인도’를 경험하게 되면서  ‘인도’가 일어나려면 고통스럽지만 자신을 본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과연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소피아를 만날 수 있는 것인지, 고향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인도’를 통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쥐어줄 수 있을까? 에 대한 서사가 이어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남부와 북부에 걸친 흑인 노예제도는 과거의 역사에 속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그리고자 한 모든 내용들은 현재에도 완전한 차별과 자유에 대한 모든 것이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환상적인 소설 장치를 이용해 묻는다.

 

가해자가 기억하는 것과 피해자가 기억하는 것에는 다른 점이 많다.

이 책 속에서는 하이람이 가진 ‘기억’과 ‘인도’라는 능력을 통해 약자들이 겪는 개인의 역사와 그 윗대의 역사들, 인종, 빈부, 성별에 따라 인간의 존엄과 평등이 어떻게 변질되고 감추어지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지에 대한 면들을 그려낸다.

 

소피아처럼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갈 의지를 지닌 대사는 스스로의 속박에서 그것을 뚫고 나가 자신이 꿈꾸던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자유로워지는 건 시작일 뿐이야.
자유롭게 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지.”

 

소설 속에서 여러 사연들을 지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내는지를, 약자에 선 입장에서 그 누구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없기에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역사와 기억을 남겨야 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들이 환상과 실제 역사 흐름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 넌 자유로워진 거야.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사람의 주인이기도 해. 그 어떤 형편없는 노예 주인보다도 완고하고 끈기 있는 주인이지. 네가 지금 받아들여야 하는 건 우리 모두가 무언가에 매여 있다는 점이야. 모두가 자신이 모실 주인을 골라야 해. 모두가 선택해야만 하는 거야. 호킨스랑 나는 이쪽을 선택했어. 우리의 자유란 비자유와의 투쟁에 참여하는 소명이라는 복음을 받아들였어. 우린 그런 사람들이야, 하이람. 언더그라운드. 네가 찾던 바로 그 사람들.”

 

 

엄마가 물 위에서 추는 워터댄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속해서도 안되고 자기의 소유물처럼 착취해서도 안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기억을 통해 남겨야 함을 보인 작품이다.

 

불평등한 사회적인 시선들, 같은 인종이라고 계급 차이로 느낄 수 있는 모습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지닌 ‘인도’란 능력을 십분 발휘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하이람이란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은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도 이런 점들을 간과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던진 작품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란 작품과 함께 읽는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깝게 이해하며 느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워터 댄서

원터댄스1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하이람은 백인 주인 아버지와 흑인 노예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어릴 적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에겐 특출 난 능력이 있으니 바로 초능력 ‘인도’를 가진 점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그에게 자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것에 대한 것을 귀담아듣는 사람, 한번 본 것은 놓치지 않고 ‘기억’이란 것을 통해 담아두는 그,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본질적인 기억이나, 트라우마를 떠올리면, 지금 속한 곳이 아닌 전혀 다른 공간으로 순간 이동을 하거나 사물을 보낼 수 있는 특이한 점을 지니고 있다.

한때는 아버지가 가진 영토에서 주인을 꿈꾸었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백인 형의 시종으로 일하게 된 것일 뿐 그 꿈은 더 이상 현실성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느 날 그가 사랑하는 소녀 소피아가 아버지의 사촌인 너대니얼 노예로서 그의 집에 데려다주고 오길 반복하는 동안 소피아는 탈출 이야기를 하고 둘은 곧 자유 흑인이자 언더라운드 조직원이라고 알려진  조지에게 부탁해 도망을 감행하게 된다.

 

하지만 조지의 배신으로 소피아와 떨어진 하이람은 그 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모진 고생을 한 후 자신을 테스트했던 사람들이 그의 능력을 시험해보고자 한 언더그라운드’의 요원이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가 알고 있던 능력을 이용해 거짓 서류를 만들고 북부의 필라델피아까지 가게 된 그는 버지니아에서 살았던 생활과 이곳의 천지차이인 생활의 모습을 통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고향에 두고 온 소피아의 행적과 나머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었던 하이람은 초능력 ‘인도’를 경험하게 되면서  ‘인도’가 일어나려면 고통스럽지만 자신을 본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과연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소피아를 만날 수 있는 것인지, 고향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인도’를 통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쥐어줄 수 있을까? 에 대한 서사가 이어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남부와 북부에 걸친 흑인 노예제도는 과거의 역사에 속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그리고자 한 모든 내용들은 현재에도 완전한 차별과 자유에 대한 모든 것이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환상적인 소설 장치를 이용해 묻는다.

 

가해자가 기억하는 것과 피해자가 기억하는 것에는 다른 점이 많다.

이 책 속에서는 하이람이 가진 ‘기억’과 ‘인도’라는 능력을 통해 약자들이 겪는 개인의 역사와 그 윗대의 역사들, 인종, 빈부, 성별에 따라 인간의 존엄과 평등이 어떻게 변질되고 감추어지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지에 대한 면들을 그려낸다.

 

소피아처럼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갈 의지를 지닌 대사는 스스로의 속박에서 그것을 뚫고 나가 자신이 꿈꾸던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자유로워지는 건 시작일 뿐이야.
자유롭게 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지.”

 

소설 속에서 여러 사연들을 지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내는지를, 약자에 선 입장에서 그 누구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없기에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역사와 기억을 남겨야 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들이 환상과 실제 역사 흐름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 넌 자유로워진 거야.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사람의 주인이기도 해. 그 어떤 형편없는 노예 주인보다도 완고하고 끈기 있는 주인이지. 네가 지금 받아들여야 하는 건 우리 모두가 무언가에 매여 있다는 점이야. 모두가 자신이 모실 주인을 골라야 해. 모두가 선택해야만 하는 거야. 호킨스랑 나는 이쪽을 선택했어. 우리의 자유란 비자유와의 투쟁에 참여하는 소명이라는 복음을 받아들였어. 우린 그런 사람들이야, 하이람. 언더그라운드. 네가 찾던 바로 그 사람들.”

 

 

엄마가 물 위에서 추는 워터댄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속해서도 안되고 자기의 소유물처럼 착취해서도 안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기억을 통해 남겨야 함을 보인 작품이다.

 

불평등한 사회적인 시선들, 같은 인종이라고 계급 차이로 느낄 수 있는 모습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지닌 ‘인도’란 능력을 십분 발휘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하이람이란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은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도 이런 점들을 간과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던진 작품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란 작품과 함께 읽는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깝게 이해하며 느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고양이를 버리다.

고양이 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무라카미 하루키 하면 생각나는 것이 대표적으로 마라톤, 와인, 음악, 고양이..
특히 에세이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이미지라고 할까 그가 쓴 작품들을 통한 내용들은 유쾌하면서도 찡하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이번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제목이 ‘고양이를 버리다’인데  요즘 말하면 길고양이를 연상하게도 하는 고양이의 등장으로 인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18살에 집을 떠나오기까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보통의 모자간이나 모녀관계보다는 부자간의 관계는 또 다를 것이다.

 

꼬마 남자아이가 성인이 되고 아버지보다 체격이 월등히 커지면서 바라보는 아버지란 존재, 작가는 어린 시절 고양이 한 마리를 버리러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지역에서 가까운 해변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고양이를 버리고 오지만 웬일인지 집에 와보니 고양이가 벌써 와있다는 사실을 그린다.

 

고1

 

이내 아버지는 고양이를 키우기로 하는데, 아버지의 생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 작품은 험한 시대를 견뎌낸 그 시대의 아버지 모습들, 동시대의 우리나라 한국 아버지들도 이렇게 힘들게 사셨을 것이란 생각을 함께  연상시킨다.

 
‘나날의 습관’이라고 붙인 아버지의 하루 일과 중 하나인 불단에 기도하는 행동은 아버지가 겪었던 전쟁의 참상을 통한 위로의 기도라고 해야 할까, 스스로 자신의 위안처럼 보인 행동을 지켜보는 아들로서의 기억을 그린 장면이라 인상적이다.
친할아버지 때부터 절과 인연이 닿았던 분위기는 아버지의 형제가 많음으로 인해 당시에 익숙한 절차처럼 보인 양자로 들어가거나 동자승으로 생활하는 모습, 이후 전쟁의 시대가 되면서 징집을 당하고 태평양 전쟁 전에  제대를 한 시간차의 세월, 이후 아버지가 살아온 삶의 조명들은 작가라기보다는 아들의 시선으로 그렸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자신도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아버지의 삶, 아버지와의 불화는 긴 시간 속에 흘러가게 됐고 이후 병이 완연한 상태에서 마주한 아버지와의 짧은 화해는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연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어린 시절 고양이를 버렸지만 다시 돌아온 고양이를 거둬들인 아버지의 마음은 당신 자신의 유년 시절의 아픔을 상기시키는 듯한 느낌이라 읽으면서 어린 시절 겪었던 어린 아버지의 모습이 상상돼 코끝이 찡하게 다가왔다.

 

고2

 

특히 고양이를 보면서 느낀 저자의 글이 아버지와 작가 자신의 관계를 이어주듯 이어가는 매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이기 때문에, 특히 시대적으로 힘든 일들을 겪은 당시의 아버지들 모습들도 대부분 이러하지 않았을까 싶다.

힘들어도 힘든 내색 없이 자신의 내적인 공간 안에서 삭히며 살았던 아버지의 모습, 비단 작가의 아버지만이 아니라 역사 속에 평범하게 살다 간 인생들의 한 단편을 보는 듯했던 이야기다.

 

작품 속에 함께 그려진 그림들을 통해 더욱 여운이 짙게 남는 이야기…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인간 섬

인간섬  인간 섬 – 장 지글러가 말하는 유럽의 난민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0년 10월

한 대의 관광버스가 크로아티아를 출발해 슬로베니아로 넘어가는 경계선에서 잠시 정차한다.

관광객들의 여권을 모두 걷어들인 가이드는 차에서 내리고 한참 동안 버스에 승차하지 않는 동안 관광객들은 우리나라 고속버스 톨게이트를 연상시킨 그곳에서 여러 무리의 사람들을 창밖으로 볼 수밖에 없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아랍인들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 톨게이트 기둥 구석구석에 군인들 행렬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고 일부는 그 너머 보이지도 않는 까만 점들로 인식될 만큼 모여 있었다.

 

여행용 트렁크를 동반한 그들, 그들은 누구일까?

 

무려 40분~1시간 사이에 관광객들은 내리고 버스 안을 조사하는 군인들(?), 나중에 알고 보니 난민들이 우리들 중 도움을 받아 버스에 있을 경우를 대비해 검사하는 것이란 말에 뉴스에서 보던 기사가 내 눈을 통해 직접 보게 된 이 광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5년 전  당시 기억을 되살리게 한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린 난민 문제-

 

여전히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금 이 시각에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탈출한 그들을 우리들은 ‘난민’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탐욕의 시대』, 『빼앗긴 대지의 꿈』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에서 보인 저자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양심적인 글과 함께 지금의 유럽 난민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게 된다.

 

유럽 난민의 문제는 시간을 거슬러 2003년 이후 이라크 전쟁 이후 계속된 문제였지만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작금의 유럽 국가들에게 닥친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저자는 2019년 5월 유럽 인권 이사회 자문위원회의 부위원장 자격으로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을 방문한다.

 

유럽의 핫 스폿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다섯 개의 섬들 중(레스보스, 코스, 레로스, 사모스 키오스) 하나인 레스보스, 이름은 아름답지만 난민들에게 있어선 유럽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끈인 곳이자 험난한 곳이다.

 

그러나 이들이 여기에 도착하기까지에는 어려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중산층 정도가 되어야 가능한 일인 이 여정은 2011년 아랍권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난민이 생김과 더불어 본격적인 시리아 내전을  통한 시리아인을 비롯해 쿠르드인, 아프리카인에 이르는 긴 난민의 행렬로 바뀐다.

 

 

시리아

(다음에서 발췌)

 

그렇다면 이들은 레스보스 섬에 도착한 이후엔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난민 인정을 받고 유럽의 희망하는 나라로 갈 수 있는 것일까?

 

우선 유엔 난민 망명 지원 사무소에서 1차 심사를 거친 뒤 레스보스 섬으로 이첩시킨 후 자국의 심사에 따른 결과에 따라 난민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3곳의 기관들은 각기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심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난민들에 대한 처우는 인권이란 문제를 대두시키는 문제로 떠오르게 한다.

 

푸시 백 작전을 통한 시초부터 망명 신청을 저지시키려는 목적에서 행해지는 작전은 쇠파이프로 구타하기, 인원 초과의 보트에 있는 난민들 배 주위로 돌면서 난민선 기울기, 포격 가하기, 심지어 고무보트 찢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다.

 

루소

이런 가운데 일단 난민으로 섬에 도착했지만 그들의 끝 모를 여정은 끝은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긴 시간을 요한다.

 

입에 먹지도 못할 식량배급, 컨테이너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인원 초과, 올리브 숲이라 불린 곳에서 변변치 못한 생활로 버티는 그들에겐 이곳이 사각지대이자 희망의 지대란 점은 두 양면성의 유럽 모습을 보는 듯하게 다가온다.

 

이런 틈에 무기 로비스트들의 이익을 남기는 장사, 손이 찢어질 정도의 날카로운 철조망 건립, 보이는 즉시 사살할 수 있는 총기 난사 문제는 1948년 제3차 UN 총회에서 발표한  문구를 묻는다.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할 수 있다”

 

유럽의 딜레마는 솅겐 조약과 더블린 조약에 따른 이중의 잣대를 보임으로써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취약한 여인들과 어린아이들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교육의 문제까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난민의 문제는  각국의 이익과 정치적인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월드비젼                                                             (다음에서 발췌)

 

여기엔 유럽인들이 갖는 종교가 다른 이슬람인들에 대한 생각, 외국인 혐오에 일자리 고용문제와 잠시 거쳐가는 경유지의 유럽을 택한 것이 아닌 정착지로서의 유럽을 택하는 난민들의 문제까지 책 속에 담긴 관계 기관들과 실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실감하게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있다.

 

저자는 난민의 기준으로 또 다른 문제인 기근에 관한 난민 규정이 필요함을 말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수정과 협약을 통한 실천, 난민 신청의 시간 절약과 간소화, 전문인력 보충, 유럽 연합의 그리스 핫 스폿에 대한 지원금의 확실한 사용처에 대한 요구들은 주장한다.

 

부패온상을 이어지고 있는 핫 스폿-

난민 재배치 거부를 하고 있는 나라들에게 주는 지원금 혜택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엔 유럽 국가 간의 협약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지금도 계속 자국을 탈출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몸만 나오는 난민들, 바위틈에 숨어 있는  물고기를 찾듯이 난민들을 찾는 사람들과의 신경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기에 다시 고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나라들, 그들의 마지막 희망인 유럽은 이 문제를 여전히 유지하고만 있을 것인가를 묻는 저자의 글이 잊히질 않는 책이다.

 

제목이 ‘인간 섬’인 것은 이들의 고달프고 긴박한 심정을 대변한 듯한 느낌과 함께 인간이 아닌 마치 바다의 기타 생물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숨어 있는 난민들을 연상시킨다.

 

동일한 인간으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책, “그들의 상처보다 그들의 두 눈을 바라보는 일이 훨씬 힘들다.”는 본문이 잊히질 않는다.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로마사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 1,000년을 하루 만에 독파하는 최소한의 로마 지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로마제국에 관한 글들은 읽어도 지루함을 모를 정도의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분야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을 읽다 보면 로마제국이 지닌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 바, 이 책에서는 음식을 통한 로마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로마인들의 기본 식사는 빵, 죽을 주식으로 하면서 와인, 올리브, 생선젓갈인 가룸, 채소를 곁들여 먹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소박하지만 본토에서 기른 주된 것을 섭취하던 패턴은 포에니 전쟁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영토의 확대를 통한 타국에서 먹는 음식들을 공수해 오면서 식탁에 오르는 다양한 음식들은 로마제국이란 거대함을 더욱 부각하고 강대국으로 나서게 되는 여러 음식들과 연관이 되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로마식량조달

 

흔히 영화에서 보는 장면 중 하나가 누워서 먹는 그들의 식습관이다.

귀족 출신의 남자가 다른 손님들을 초대하고 함께 식사하면서 먹는 형태는 그리스에서 배워왔을 영향성을 고려하게 되며, 이는 곧 승자의 식사 문화란 것을 뜻한다고 한다.

 

이에 본격적으로 이미 우리들 식탁에 오르내리는 음식들은 로마시대에 있어서는 타국과의 전쟁을 통한 공수, 이에 더해 항로 개발과 육로 개발의 일종인 도로의 발달로 인해 더욱 풍성해진다.

 

최초의 도로로 알려진 ‘비아 살라리아’는 ‘소금길’이란 뜻이다.

 

소금이 주는 영향력은 막강해서 당시 로마에서는 로마제국 건설의 원동력이 되는 것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이는 소금을 취하게 되면서 도로와 그 중간에 도시가 들어서고 정치적으로도 소금을 통해 갈등을 푸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샐러리맨의 원형으로 알려진 소금이란 존재를 벗어나면 소시지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담고 있는 로마인들의 식탁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갈리아 지방에서 수출하는 형식으로 식탁에 오른 소시지는 육가공품 식품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으로 무역의 산물임을 드러낸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다양한 젓갈이 있듯이 로마인들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가룸’이란 젓갈이 있다.

지금은 없어졌다고 하는데 이미 가룸을 섭취하기 위해 발달한 무역 네트워크와 암포라라고 불리는 그릇은  금융산업과 수산업, 염장 업까지 발달을 가져온 핵심을 이룬다.

 

로마인들은 빵을 집에서 만들어 먹다 빵가게에서 사다 먹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의 고된 노동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갖게 하는데 이미 손님을 남편과 함께 맞는 형식은 안주인으로서 실제적인 집안의 경제권을 유지하고 늘리는 데에 집중하는 로마시대의 모습을 비춘다.

 

이밖에도 지금의 패스트푸드 격인 거리 음식의 발달, 물이 좋지 않아 함께 섞어 마시는 와인에 대한 확보와 포도재배를 위한 경작에 힘을 쓴 로마 정치가들의 노력은  자신의 정치 능력을 보장하는 역할로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여행을 하거나 피자를 먹다 보면 짜지지 않는 것이 올리브다.

 

서양인들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 중 하나인 올리브는 열매를 짜서 흐르는 기름을 통해 여러 음식과 함께 곁들여 먹거나 목욕 시에도 오일을 이용한다는 점, 여기에 스트리길이란 도구를 사용해 몸의 불순물을 제거했다는 것까지, 올리브는 우리나라가 콩을 갖고 나머지 찌꺼기인 비지까지 이용해 먹듯이 이도 마찬가지로 ‘아무르카’라고 불린 부산물을 이용해 여러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목욕도구

또한 로마인들이 가장 사랑했다는 굴에 대한 사랑은 인공 굴 양식이란 것까지 개발하게 만들었으며 신선한 굴을 운반하기 위한 운송로 개척과 저장창고의 발달 여기에 목욕문화까지 발달하게 한 점은 음식이 주는 무한한 한계의 끝이 없음을 알게 해 준다.

 

굴운반

 

음식의 다양한 맛을 섭취하려면 빠지지 않는 향신료에 대한 로마인들의 관심은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으로 인한 길이 개척됨과 동시에 아우구스투스 초대 황제에 의해 인도양 무역을 통해 귀족부터 중산층에 이르는 계층들이 먹을 수 있게 된 계기를 마련한다.

 

한 나라 또는 제국이 강대해지려면 정치, 경제,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서로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가능하단 사실을 과거의 역사를 통해 배우고 있다.

 

로마제국이 오랜 세월 동안 강대국으로써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근거들이 많지만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통한 발전사는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동방에서 전해오는 계피, 후추, 생강, 정향, 육두구에 이르는 귀한 향신료들을 섭취할 수 있게 한 노력, 이에 따라오는 부산물인 수송수단과 항로 개척, 로마인들이 중국인들처럼 다양하게 섭취했다는 근거인 철갑상어, 캐비아, 송로버섯 트러블, 푸아그라에서부터 달팽이 요리인 에스카르고, 쥐요리, 새 요리에 이르기까지 식탁에 오른 것은 끊임없는 정복과 영토 확장을 통해 신문물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정서에 맞는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음으로써 제국을 이룬 과정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부작용 또한 있었다는 사실은 로마제국이 멸망한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큐라 아노라라고 불리는 공공복지제도에 대한 부분도 다룬다.

원래의 취지인 변동이 심한 곡물값에 대한 해결책이 주된 목적이었으나 나중에는 선심성 제도로 변질되면서 무상급식의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해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나 현재나 좋은 제도의 활용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나라의 근간의 변화가 올 수 있음을 느끼게 한 대목이다.

 

 

로마라는 나라의 시작은 전쟁을 통한 영토 확보로 시작했지만 이를 통한 여러 음식들의 섭취와 이를 유지하려는 노력에 대한 다양한 활로 모색들을 통해  로마사 발전에 대한 색다른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 이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즐기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골짜기의 백합

flqb  골짜기의 백합 을유세계문학전집 4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정예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7월

 

‘고리오 영감’이란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의 다른 작품인 연애 이야기를 그린 작품을 접해본다.

 

발자크의 총서 [인간희극]이란 부분 중에 소개되는 이 작품은 작가의 사랑에 대한 생각과 연애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다각적인 면모를 드러낸 작품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자란 주변인처럼 여겨진 나,  펠릭스가 나탈리라는 여인에게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 서간체 형식을 빌려 들려주는 작품이다.

 

때문에 그가 경험했던 어쩌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찬란했던 ‘사랑’이란 감정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회상이자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식을 갖춘 액자 형식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부모나 형제들 사이에서도 원만하지 못했던 유년의 성장기는 그를 외롭고 고독한 생활, 다른 이들이 겪었던 청춘의 사랑이란 감정을 뒤로하고 학업에 몰두하게 만든다.

 

어느 날 앙굴렘 공작의 도시 환영식인 축제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한 여인을 보게 되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어깨에 입맞춤을 하게 되는 과감성을 보인다.

 

그 후 그녀를 잊지 못하고 휴양차 머물던 시골 어느 성에서 골짜기에서 퍼져 나오는 향기에 이끌려 가게 된 그곳은 백합이 어우러진 곳이었고 그곳에서 자신이 그토록 한 번만 더 만나보길 기대했던 여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모르소프 백작부인, 이미 나이차가 많은 병을 갖고 있는 남편과 아픈 두 아이의 엄마, 자신보다 15살 연상인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녀와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아픈 마음을 이해했던 두 사람은 플라토닉 한 사랑,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녀는 그에게 앙리에트란 이름으로 불러줄 것을 말한다.

 

이어 풋풋한 청년의 가슴 뛰는 사랑과 열정 앞에 그녀는 오로지 두터운 신앙과 사회적인 신분에 갇힌 아내, 엄마, 정숙한 여인으로서의 육체적인 사랑이 아닌 오로지 둘 만의 의미를 담고 있는 백합 꽃송이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간직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그녀가 그토록 그가 성공하길 바라고 사교계에서의 안정적인 이름을 갖기 위한 도움을 주었지만 그에게 다가온 달콤한 유혹은 뿌리치질 못한다.

 

영국 여인 레이디 아라벨의 공세는 정신적인 사랑 앞에 정열적인 육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하는 마술을 부렸고 이는 부인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지금의 빠른 사랑 패턴으로 보면 완전히 은근히 끊어 오르다 못해  애간장이 타는 듯한 연애의 행보를 보는 듯한 내용이다.

 

어린 시절의 불우했던 트라우마처럼 다져진 펠릭스의 외로움은 모성애를 느끼듯 모르소프 부인으로 인해 두 사람 간의 공통분모였던 고독과 외로움이란 동반자가 함께 있음으로 해서 그들의 사랑은 찬란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는 이들을 호락호락 이해하지 않는다.

 

남편의 폭언과 조울증 섞인 행동과 말들로 인한 상처, 펠릭스와는 같은 듯 다른 듯한 친정 엄마의 냉대함, 아픈 두 자녀를 건사해야 했던 그녀가 외부로부터 이 모든 것을 감추고 살아야만 했던 당시의 주변의 인식들, 추락의 날개 직전까지 갔다가 지위와 부를 회복하고 이루면서 막대한 재산을 거머쥐게 된 경위들은 당시 역사적인 흐름과 함께 사회적인 계급층들의 몰락과 부의 상승의 이면을 보인 장면이다.

 

그런 반면 사회적으로 인식되던 여인들이 갖추어야 할 소양이랄지, 내적인  욕망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표면에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정숙을 요하는 흐름은 마지막 모르소프 부인이 보인 글들을 통해  펠릭스로 하여금 그동안 자신이 알던 모르소프 부인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된 부분이지, 아니면 미처 몰랐던 내면의 진실을 보게 된 장면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의 패턴과 펠릭스라는 인물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느낀 순수한 연정을 통해 알듯 모를 듯, 어느 때는 다가설 수 있게 하다가도 이내 정숙함의 부인상을 보인 모르소프 부인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듯한 아나벨과의 욕정에 사로잡힌 사랑의 패턴은 마음속으로는 모르소프 부인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쉽게 연을 끊지 못하는 면을 보인 한 남자의 지지부진한 면을 드러냄과 함께 두 여인을 비교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마음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솔직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랑비교

 

마치 연극무대처럼 느껴지는 대사들의 향연, 그 끈적함의 오글거림을 넘기고 나면 저자가 그려보고자 했던 낭만적인 사랑의 느낌, 첫 만남의 설렘부터 오로지 스킨 접촉이라고는 손을 내밀어 손키스 정도를 허용하는 부인의 모습, 정반대로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아나벨이란 여인의 행동과 말들은 독자로서 비교해가면서 읽는 재미를 준다.

 

사랑맹세

 

사랑의 형태에도 다양함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두 여인의 사랑방식과 그 중간자 입장에 선 펠릭스란 인물의 심리를 통해  작가가 문장과 문장 사이에 드러낸 사랑의 첫 단계에서 느끼는 감정의 시작과 점점 익숙해져 가면서 다른 면들을 보게 되는 과정의 글들이 읽으면서도 전혀 오래된 글이 아니란 생각이 들만큼 솔직하게 다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시대적 배경인 왕정복고란 흐름  안에 각기 정해져 있는 위치에서 그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며 이루어나가는지를 때론 따스함으로 때론 비판의 눈길로 쓴 내용들 또한  인상적이다.

 

끝내 부인의 죽음을 막지 못한 팰릭스의 결단 부족의 결과물인 이런 아픔은 골짜기에 홀로 피다 저물다 간 백합꽃처럼 여인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반전의 내용과 함께 차후 나탈리란 여인에게 들려줌으로써 제대로 당한 또 다른 편지 내용들이 이 작품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당신 펠릭스가 원하는 여인상, 이처럼 둘을 합쳐 놓은 듯한 완벽한 여인은 없을 터, 제대로 정신 차리세요~~ 그런 당신은 완벽한 남자인가요?를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