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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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것들 – 잘난 척 인문학 ㅣ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20년 12월

 

 

 

일상생활에서 가끔 문득 너무도 편리한 점들 때문에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알고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실 생활에서의 센스들이 하나의 생각 전환 발상으로 인해 지금에 이르러서 안착이 되었단 사실들을 알 때면 발명하거나 발전시킨 그 누구는 누구였지? 하는 궁금증이 들 때, 아마도 한두 번쯤은 경험해봄직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열 번째 책으로 ‘최초의 것들’ 이야기를 다룬다.

크게 의. 식. 주를 다룬 분야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듯하다.

최초로 옷(衣)의 탄생은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지, 지금처럼 특별한 날에 입는 웨딩드레스, 결혼반지, 파자마에 대한 어원과 유래, 블루진, 와이셔츠, 수영복, 넥타이, 가발, 구두, 지퍼, 화장까지…

아마 이들을 제외하고 살아야 한다면 무척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부분들이 많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말이 있듯 인류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의 출발은 이렇듯 오늘날의 우리들 생활과 떨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발전까지 이루어냈다.

먹는 부분(食)에 이르면 더욱 배가 고파지는데, 이 또한 뇌 속에 기억된 맛의 느낌과 이미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부분들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란 생각도 들게 한다.

오렌지부터 파인애플, 참깨, 옥수수, 감자, 고구마, 샌드위치, 햄, 라면, 초콜릿 사탕, 술, 커피, 코카콜라에 이르는 부분들을 살펴보자면 군침이 절로 나오게 되면서 인간의 사회적인 편류의 방향이 어떻게 호불호가 가리게 됐는지, 동. 서양(오징어,문어)의 한 음식에 대한 편견을 통해 나름대로 인류의 식 발전사를 함께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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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住)에 이르는 우리들의 고단한 몸을 편안하게 쉬게 하는 안식처 담당 부분에 이르면 건축을 빼놓을 수가 없고 미국의 발전사와 함께 오늘날 대부분의 편리함이 어떤 발전을 이루어냈는가에 대한 이야기들 또한 재미가 있다.

교회와 성당, 시장, 시멘트와 콘크리트, 아파트, 호텔, 백화점, 동물원, 카페, 펍, 도서관, 에어컨, 침대에 이르기까지, 특히 무더운 여름 시원함을 안겨주는 에어컨의 발명은 지금의 지구 환경의 주범 중 하나로 알려진 물질 때문에 환경 보호 차원에서의 노력을 요구하지만 일단 선풍기보다는 시원하고 청량한 그 느낌을 알고 있기에 여전히 여름이면 찾는 제품이란 생각이 든다.

다양한 의. 식. 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인류사의 발전과 역사를 함께 알아가는 시간을 주는 책, 야식이 그리운 밤에 읽는다면 유혹을 참아내며 읽어야 할 책이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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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최신 완역판) – 키케로에서 윌슨까지 세계사를 바꾼 순간들 츠바이크 선집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11월

저자의 글들을 접해오면서도 이번의 책은 개정판으로 접하게 됐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다룬 그의 글들의 총집합체처럼 여겨지는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다른 읽는 즐거움을 준다.

키케로를 시작으로 연대순처럼 생각되는 순서들 속에 다룬 인물들의 인생 이야기들은 제목이 드러내듯 ‘광기와 우연’이란 절묘한 조합의 완성작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책의 구성은 14편의 역사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담긴 글들은 저자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인 만큼 처음 대하는 독자들도 친근감 있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누구나 역사 속에서 한 시대를 살아가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만큼 역경과 고난, 그리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뜻밖의 유명세를 남긴 사례들을 통해 새옹지마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의 키케로부터 시작된 카이사르와의 반목, 그 이후에 은둔을 자처하면서 저작 활동에 여념이 없었던 시기를 지나 결국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진행들은 그야말로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취한 모종의 정치적인 광기와 은둔생활을 통한 저작들이 지금까지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던 우연이란 흐름을 잘 드러낸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 외에도 헨델의 메시아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가 탄생한 비화, 형장의 이슬처럼 사라질뻔했던 도스토옙스키, 괴테의 노년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결과물로 탄생한 이후의 작품들, 톨스토이의 이야기, 남극 탐험에 나섰던 스콧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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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인 성취에 초점과 모험담을 담은 이야기들은 어떤 거대한 힘과 맞물려 시대적인 유명세, 성공, 이후의 몰락을 통한 여러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때론 메시아의 합창 소리가 울리는 듯하기도 하고 키케로의 웅변이 들려오는 듯도 하며 만약 유명 작가들이나 혁명가 레닌, 나폴레옹, 태평양을 발견한 시점의 우연성과 광기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세계는 또 다른 일변도의 현상으로 어떻게 변했을까를 생각도 해보게 하는 책이다.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다른 파트부터 읽어도 좋을 부담 없는 책으로 교양서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니클의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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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 헤드/ 은행나무

2020년도 퓰리처 수상작인 콜슨 화이트 헤드의 작품을 가제본으로 먼저 만나봤다.

인간들의 평등 문제, 우리라는 이름과 함께한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습을 이루기까지를 다룬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도 여전히 불평등한 시대를 보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다.

전 작품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그 후의 이야기처럼 들렸던 것은 아마도 저자의 꾸준한 이러한 문학적인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 ‘니클의 소년들’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본다.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첫 문장의 느낌은 뭐랄까? 기껏 완성해놓은 작품을 다시 건드려 재설립해야 한다는 부담감 내지는 짜증이 섞인 감정이 느껴진다.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고고학을 전공하는 학생에 의해 발견된 시신들에 대한 사인을 밝혀내는 과정 중에 이러한 시신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온 기정사실들로써 당시 니클 아카데미에 있었던 소년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그들 중 한 사람이었던 엘우드는 호텔에서 일하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흑인이다.

시대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들음으로써 미국 내의 흑인과 백인들 간의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설교, 용서와 화해를 듣는 세대, 그 역시 다른 학생들처럼 보통의 삶을 살아가지만 사회에 만연해있는 차별들은 여전한 시대였다.

학업성적이 뛰어났던 우드는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대학에서 하고 있는 강연을 들으러 가던 중 도주 차량에 합승을 하게 되고 이는 곧 경찰의 추격을 받음으로써 죄를 저지른 소년들을 교화시킨다는 명목 하에 운영되고 있는 니클 아카데미에 가게 된다.

그저 자신이 지은 죄라면 도주 차량인 줄 모르고 얻어 탄 죄, 죄라면 그게 다였다.

하지만 법은 그를 청소년 보호감호시설 격인 니클에 보내게 되고 그는 그곳에서도 여전히 같은 죄를 지었어도 처벌에 대한 형량은 그때그때마다 다르다는 사실, 백인과 흑인의 두 구역으로 나뉜 생활 속에서 상반된 생활을 이어나간다.

어느 날 한 싸움을 말리려다 받게 된 처벌, 일명 아이스크림 공장이란 곳에서 가서 받은 채찍질은 영원히 그의 신체에 잊을 수 없는 상처와 모욕을 남기고 침잠으로 빠져들게 된다.

미국의 역사 중에서 노예제는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도 그렇지만 저자가 그리는 이러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통해 지금도 여전한 문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평등과 인권의 문제들, 책의 배경이 짐크로법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불평등한 삶의 조명들은 니클에서 생활하는 엘우드를 위시해 다른 아이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

올바르고 정직한 엘우드가 바라보는 세상의 잣대는 불공평이다.

자신의 피부색이 백인과 다르단 사실, 그럼에도 학교 선생님의 영향과 시위대들과 함께 했던 연대들의 행동양식은 이후 그를 흑인이 아닌 한 인간의 정체성을 통한 삶에 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니클에서의 생활에서 당한 철저한 차별과 혹독한 처벌방식은 그를 타협이란 이름으로 잠들게 한다.

악랄한 스펜서 선생을 위시한 책임자들의 무분별한 착취와 성적 데이트 상대,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양식과 약품 빼돌리기, 자신들의 필요에 의한 노동력을 착취하는 모습들은 어떤 형식으로 연약한 아이들에게 힘을 드러내는지를 현실적인 감각으로 보인 글들이라 읽으면서 아프게 다가온다.

 

***** 법을 바꿀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바꿀수 없다. 니클의 인종차별은 지독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중 절반은 주말에 십중팔구 KKK처럼 옷을 차려입을 것이다. 그러나 터너가 보기에 사악함의 뿌리는 단순히 피부색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스펜서였다. 스펜서와 그리프였다. 아이들이 이런 곳에 오게 만든 그 모든 부모들, 사람들이 문제였다.

 

세상이 결코 자신들을 위협해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용서를 통한 화해를 외쳤지만 여전히 상대성이란 원칙하에 한쪽만 무작정 용서를 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힘들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엘우드 같은 주인공이나 그의 친구 터너 같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픽션 같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과거의 사실들을 드러내 놓고 살지 않았던 사람들, 니클 아카데미에서의 기억은 온통 인생의 트라우마란 상처를 남겨놓았다는 사실은 엘우드와 터너의 탈주 장면을 통한 상반된 인생의 반전을 그렸기에 더욱 놀라운 한편 안타까움이란 감정이 들게 했다.

자신이 아닌 제2의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한 새로운 인생에 대한 삶의 자세, 니클의 아카데미에 얽힌 과거를 밝히고자 하는 용기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자세들이 깊은 잔상을 남겨주는 책이었다.

엘우드가 보인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 그를 통해 남은 자들의 인생 이야기가 많이 기억될 책이다.

블랙 아이드 수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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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과거의 지독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것은 생지옥이란 말로 대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16살의 테사 카트라이트-

그녀는 운 좋게도(?) 텍사스의 어느 지역에서 뼈들이 있는 곳에서 산채로 발견이 된 소녀다.

자신을 제외한 세 구의 유골이 있던 그 장소에는 블랙 아이드 수잔이 피어 있었고 이후 이 사건을 블랙 아이드 수잔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자신이 왜 여기에 버려졌는지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그녀는 정신과 상담을 통해서 당시의 기억을 더듬는 과거의 진행, 법정에서 증언함으로써 한 남자를 살인범으로 지목하게 된 이후 그는 사형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테사는 싱글맘, 딸을 가진 엄마로서 항상 자신의 뇌리 속에 박혀 있는 과거의 잔상이 지워지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의 집이나 주위에 모종삽이 없어지거나 블랙 아이드 수잔이 피어있는 것을 본 그녀는 자신이 증언해 법정 구속된 현재의 살인범이 실은 무고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더군다나 그 살인범이란 자는 이제 곧 한 달 뒤면 사라질 운명이라 더욱 괴롭기만 하다.

처음 제목으로는 주인공의 이름처럼 들렸다.

그런데 꽃 이름, 그것도 번식 성이 강해서 여기저기 만발해서 피는 꽃, 자신의 청소년기의 한 획을 그은 그 사건 현장에서 유일한 생존자란 사실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떨쳐내지 못한 현실의 생활이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여기엔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서로 비밀이 없던 친구 리디아의 갑작스러운 자취를 감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진정한 살인범은 여전히 밖에서 돌아다니면서 그녀의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사실이 정말인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여성 심리스릴러를 생각한다면 긴박한 긴장감 조성이 아닌 꽤 긴 호흡을 요한 작품이었다.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까지 범인의 정체와 그녀가 실제로 보고 느낀 것들이 현시점에서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내적으로 이미 뿌리 박혀 있는 트라우마의 영향 때문인지에 대한 갈림길이 독자의 입장에선 여전히 어떤 언질이나 흐름들을 보인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느림을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기고 난 종반부 끝 부분에 이르면 비로소 밝혀지는 뜻밖의 사실들이 허를 찌른다.

말 한마디로 결정지어진 무고한 사람의 구속일 수도 있겠다는 죄책감을 동반한 사건의 진실은 심리 스릴의 전형을 따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과거 속의 테시와 현재의 테사, 어찌 보면 쌍둥이처럼 여겨질 수도 있었던 주인공의 아픈 상처들은 주위 사람들의 고통과 함께 자신 또한 그러한 모든 것을 담아두고 살아가야 했던 트라우마를 통해 한 인간이 겪어내야만 했던 과정들이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한 작품이었다.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읽을 수 있는 심리스릴러에 올려본다.

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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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최경란 지음 / 오렌지연필 / 2020년 2월

위로를 받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변의 아는 지인들에게서, 친구들, 가족들, 아니면 그밖에 다른 것들을 통한 시청각을 통한 것들을 통해서..

특히 책을 통한 위로를 받은 경험들이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그저 한 권에 담긴 좋은 문구가 적힌 책이 아닌 한 명의 무색무취의 친구, 그러면서도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향기를 지닌 친구를 얻은 느낌이 든 책이다.

총 5파트로 나누어져 1월부터 12월까지 그 안에 다시 소제목을 붙여 적은 내용들은 매일 한 페이지씩 읽어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읽으면서 몰랐던 문장을 통한 메모, 아는 문장을 만나면 다시 그 책을 검색하거나 소장중 인 책을 다시 살핌으로써 과거의 감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시간을 만나게 해 준 책이다.

사실 요즘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있다.

해결(?)이란 말로는 어폐가 있는,  결말이란 말로 대체 사용해야 하나? 하는 갈등 속에 이 책을 통한 나의 심정을 다독여주고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의 말이 적힌 문장들을 접하면서 다른 시선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을 가져보게도 한 책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올 한 해가 이제는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놓고 있다.(달리 말하면 아직도 한 장이 남았네…)

예기치 못한 코로나로 인한 각종 비대면의 시대 도래, 그 안에서 찾아가는 행복의 지수들, 책 속에 담긴 문장들을 통한 소박한 지금의 나의 삶의 소중함이 다른 때보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심어준 책이다.

 

 

***** 갑자기 닥친 큰 사건이나 몹쓸 병마를 이겨내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라 말한다. 소박한 삶의 기쁨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고통과 난관을 이기게 해주는 체감적인 동기가 된다. 산다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 속의 자잘한 행복임을, 큰일을 겪고서야 절실히 깨닫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p 106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매일매일 한순간의 행복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는 삶!

소설, 시, 인문학서, 편지, 영화 등 그동안 저자가 알고 있던 좋은 문장들을 책 속에 담아낸 책이기에 소장용이나 선물용으로도 좋을 책이다.

한 남자

한남자

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사람의 인성 안에 내재되어 있는 모든 것들은 기본적인 유전이란 것을 포함하고 있지만 자라오면서 스스로가 겪는 다양한 경험과 환경요인에 의해 조금씩 그 소양이 바뀌기도 한다.

A가 B를 만났을 때 A가 느끼는 B에 대한 느낌이 다르고 C가 B를 만났을 때의 느낌이 다르듯 우리들은 그때그때마다 거기에 맞는 나의 성격을 드러내 보이곤 한다.

나 스스로 느끼는 싫은 점의 성격도 있게 마련이고 가끔 상상을 통해 이런 점들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그렇다면 만약 하루만이라도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통째로 나와 바꿔 살아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것이 하나의 시험대가 아닌 절실한 현실의 마주침에서 오는 바람이라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내가 얼마 전부터 친밀감을 담아 ‘기도 씨’라고 불러온 인물이다.라고 시작되는 첫 문장은 추리를 연상하면서 읽게 됐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간 ‘나’인 소설가의 입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리에’라는 여성과 ‘다니구치 다이스케’란 인물의 만남을 통해 진행된다.

불치병으로 생을 다한 아들에 대한 아픔은 이혼으로 이어지고 첫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돌아온 리에는 문구점을 운영하는 싱글맘이다.

근처 임업회사에서 근무하는 다이스케란 사람이 문구를 구매하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친근한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이내 한 가정을 꾸리고 딸까지 얻는 평범한 일상을 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임업 현장에서 사고로 다이스케는 죽게 되고 이후 다이스케의 본가에 그에 대한 신상을 알리게 된 리에는 다이스케 형이란 사람으로부터 그가 자신의 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가 사랑한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였던 그는 다이스케가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이혼 조종을 통해 알게 된 변호사 기도를 다시 만나 죽은 남편의 실제 이름과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면서 기도 변호사는 이 사건을 맡게 된다.

그동안 꾸준히 작품을 통해 그려온 ‘나’에 대한 존재에 대한 물음, 제70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한 전력답게 이 책 속의 내용은 아버지가 진 살인이란 죄에 덧입어 자식인 자신이 사회에서도 떳떳하게 살아갈 수없었던 현실적인 한계에 봉착한 주인공의 아픔, 그렇기 때문에 진짜 자신의 이야기와 인생을 감춘 채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길 원했던 한 남자의 아픈 인생 이야기가 그려진다.

여기엔 기도란 변호사의 입장이 같이 덧대어지면서 미지의 인물과 다이스케가 실제 살아있을까에 대한 추적을 통해 제일 3세란 신분을 벗어나 일본인으로 귀화한 자신의 입장, 일본인 아내와 처가, 자신의 아들을 위한 미래의 일들을 그려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과 ‘나’란 존재에 대한 진중한 물음을 던지는 과정이 함께 그려진다.

간토 대지진 사건으로 인한 조선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느끼는 트라우마, 조선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 역사와 사회에 존재하는 느낌들이 기도의 등에서 느끼는 가려운 점들, 특히 책 속에 담긴 신화 ‘변신’에 대한 나르키소스 신화나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복제]란 작품 속의 남자 등을 통해 죽은 진짜 하라 마코토란 인물의 등을 바라보며 이어가는 느낌들이 달리 느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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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복제) :다음에서 발췌

 

한 번뿐인 인생, 자신에게 굴레처럼 씌워진 어둠을 한순간만이라도 밝은 빛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렇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다른 인생으로 건실하게 살아갔던 하라 마코토란 인물에 대한 연민과 기도 변호사가 내적으로 담아온 자신의 존재가 함께 어우러져 그려진 보기 드문 진한 감성을 자아낸 작품이다.

이들의 사연과 리에가 행복하게 살았던 결혼의 시간들을 통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장면들은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가슴 한편이 시림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추리처럼 이어지되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 저자가 쓴 글이 더욱 생각나게 한다.

 

‘책장을 넘기는 손이 멈추지 않는’ 소설이 아니라

‘책장을 넘기고 싶지만 넘기고 싶지 않은,

이대로 그 세계에 깊이 빠져들고 싶은’ 소설을 쓸 수 있기를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작가의 전 작품이었던 ‘마티네의 끝에서’에 이은 이 작품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다.

공정하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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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주어진 환경이 열악해도 자신의 노력만 있다면 원하는바 대로 이룰 수 있다는 성공의 지름길처럼 여겨진 긍정의 문장-

하지만 지금은 이 말이 여전히 효력을 발생한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해 줄 수가 없다는 말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위의 말이 왜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해 버렸을까?

소위 말하는 부자, 가진 자들의 여유를 통한 지원은 그와는 반대인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뒤쫓아 간다고 해도 지금의 시대에선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은 저자의 이번 신작은 자신의 고국인 미국을 위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모습들이 비춰 보인다는 것은 같은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저자가 내세운 이번의 주제인 공정에 대한 이야기, 특히 능력주의에 대한 공정성을 다룬 부분들은 옛 속담에서 보인 말들 속에 포함된 노력과 재능만으로 지금의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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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의 한국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란 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던 대학입시 부정 사건을 통해 보인 일련의 사례들은 부자인 부모들의 열성적인 지원 속에 정문으로 들어가는 앞문이 아닌 뒷문도 아니고 옆문을 건드림으로써 소위 말하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지금의 미국을 상징하던 ‘아메리칸드림’이란 말이 과거형이란 사실을 일깨운다.

미국 대선 당시의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결구도에서 두 사람이 펼친 정책노선을 통한 상반된 이야기들, 기회균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불평등을 다룰 때 더 이상 보상차원의 해결이 없음을, 빈부격차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어떻게 현재 미국의 흐름을 이루고 있는지를 다룬 내용들은 능력주의에 대한 주제를 통해 공정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저자가 말하는 능력주의가 정말 공정한가? 에 대한 물음은 그동안 능력위주의 사회 위주로 성과를 보인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모습들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는데, 공평한 기회 제공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보장장치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에 이르다 보면 여전히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었다고는 말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재산과 소득에서 모두 같은 조건을 지닌 불평등한 두 나라의 예시를 통한 독자들의 생각을 묻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사회는 귀족정 사회로써 소득과 재산이 어떤 집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달려 있으며 이는 대물림되고 반대쪽은 그렇지 못한 전혀 반대의 사회라면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결론은 모두 불평등 정도가 같다는 것이며 이는 빈부의 격차가 두 사회에 모두 심하다는 사실, 즉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른 장점은 없다는 말로 대변될 수 있는 사례는 능력주의가 과연 올바른 공정의 길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되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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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미국이나 유럽 정치인들이 행하고 있는 집권 엘리트에 대한 반작용은 포퓰리즘으로 발전하면서 분노, 양극화에 찌든 국민들의 마음이 겉으로 표현하기에 이르게 만들었단 점을 통해 그들이 주도해 온 기술관료 능력주의는 도덕과 능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 사이를 끊어버리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전 책에서도 말했듯이 저자는 공공의 선을 통해 보다 나은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평등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말한다.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장점들, 여기에 능력주의에 대한 개인의 자만심이 묻어난 자신 스스로가 노력해서 이루었다는 생각에 대한 잘못된 부분들과 함께 실패한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상쇄할 수 있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결혼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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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노르웨이판 ‘부부의 세계’란 말이 어울릴듯한 책을 접했다.

 

부부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과 생각을 던진 책이라고 할까? 암튼 특이하게도 남편의 시선으로 그린 책이라 눈길을 끈다.

 

유부남인 주인공 존이 타미와 만나게 된 일을 시작으로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역순으로 진행되는 형식이다.

 

딸이 아파 병원에 갔던 존은 그곳에서 타미와 만나게 되고 서로 호감을 가진채 산책이란 이름으로 만남을 자주 하게 된다.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낀 두 사람, 존은 조강지처와 이혼하고 타미와 재혼을 통해 새로운 제2의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영원한 사랑이 지속될 것이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탐닉하는 부부의 애정전선에 이상이 없을 듯한 두 사람은 군나르라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깨지게 된다.

 

업무상 만나게 된 군나르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 타미, 그런 타미를 바라보는 존은 처음엔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점차 두 사람의 애정전선에 이상한 균열이 생기면서 부부간의 대화는 살벌을 넘어 전쟁이 터지기 일보직전에 이르게 된다.

 

도대체 어느 순간부터 잘못된 것일까?

 

설마 조강지처가 떠나면서 말한 것처럼 그대로 자신에게도 이런 일들이 닥칠 줄 존은 상상이나 했을까?

 

미세한 균열은 바로 잡는다면 메꿔질 수 있지만 점차 벌어지는 균열, 특히 남녀 간의 이상과 현실에서 오는 차이는 보다 커지게 마련이라, 이들이 겪는 부부의 대화는 현재 실황 중계처럼 다가온다.

 

배경만 유럽이었을 뿐, 비단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라면 아마도 바로 눈에서 바라보듯 이들처럼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을까? 도 싶은데, 부부라는 사이는 화성과 금성에서 왔다는 어느 책 제목처럼 꼭 내 이상의 현실에 맞춰주길 바래서는 안 될, 동반자란 사실을 두 사람은 잊은 듯 보인다.

 

처음의 강한 애정의 탐닉과 갈구가 지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하고 길들여지는 시간이 있고, 그런 가운데 사랑의 감정은 어느새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동반자란 생각, 더 나아가 서로가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사이가 되기 마련이라는데, 이 책에서 보인 두 사람은 이 정도까지의 참을성이 없었는 듯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애정이 식은 후에 남겨진 그다음의 감정선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또 다른 새로운 부부의 세계가 열린다는 사실을 잊은 두 사람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특히 전처, 존, 타미, 군나르, 이들 모두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남았다는 사실, 존이 마지막으로 타미에게 구애한 듯한 행동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단 생각까지 들게 했다.

 

제목 그대로 결혼의 연대기는 두 사람의 대화와 그동안의 일들을 통해 진정한 부부의 세계는 무엇이며 결혼이란 것은 무엇인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부분적으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서명1

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퍼트리샤 포즈너 지음, 김지연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1월

홀로코스트에 대한 많은 실제의 이야기들은 우리들에게 여전히 같은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참혹한 진실에 대한 아픔을 느끼게 해주는 역사다.

 

특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쓴 글들이나 사진들을 보게 되는 경우나  실제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는 아픔들은 여전히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은 기존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로서 살다 간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빅토르 카페시우스-

 

지극히 평범한 제약회사 이게 파르벤이란 곳에서 영업원으로서 근무했던 그가 해온 행적들을 통해 다시금 아우슈비츠란 곳의 악명을 생각해보는 책이기도 하다.

 

루마니아인으로서 전쟁이 발발하자 아우슈비츠의 주임 약사로 발령받아 근무하던 그는 주위에서 평가를 받아온 “약사 삼촌” 내지는 ‘착한 약사”란 명칭이 무색하게 왜 그는 악랄한 모습으로 변했을까?를 추적한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기차에서 내린 유대인들의 생사를 쥐었던 맹겔레를 비롯해 그의 뒤에서 이들의 생사권에 대해 동참했던 카페시우스는 점차 그곳에서의 삶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의약품 조달을 기본으로 고위적으로 수감자들에게 돌아갈 의약품을 주지 않은 행위, 죽은 자들의 치아 중에서 금니를 발치해 뽑힌 치아를 중간에 가로채는 행동, 생체실험

보조까지 스스로도 이를 인지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들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행하는 모습이 경악하게 만든다.

 

여기엔 지금도 유명한 바이엘 제약회사가 포함되어 있던 당시의 파르벤이란 회사가 독일의 히틀러가 세운 제3제국과 결탁하여 모종의 이익을 취하는 행동까지 파고든 사실의 이야기가 담긴 여정은 한 생명의 소중함이 어떻게 물건처럼 노동력에 대한 가치를 계산하는 소모품으로 전락하는지,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세우고 전범기업이란 이름으로 남게 되는지에 대한 흐름을 함께 살펴보게 한다.

사진

 

전쟁이 끝나고 각자 회생의 기회를 삼은 SS친위대원들에 대한 재판과 카페시우스가 벌인 자신 또한 전쟁의 희생양처럼 법정에서 벌인 진행과정은 정말로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 자신도 희생양처럼 여겨진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한 마지막 최후의 진술처럼 여겨 모르쇠로 일관한 것처럼 보인 행동인지를 묻게 된다.

 

여기에 문제는 또 있었다.

연합군이 가지고 있던 전쟁의 주범들이었던 나치 대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독일에 넘기면서 독일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과거는 과거일 뿐,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있지 말고 보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위한 모색을 하자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전범들에 대한 차후 법정 형량은 생각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다행히도 프리츠 바우어 법학자와 랑바인 같은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이 힘입어 ‘살인 가해자’란 명칭으로 일부를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는 점은 거대한 전체주의 조직 안에서 지시하는 대로 해왔을 뿐, 자신들도 희생양이었다는 주장에 일침을 가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자신이 행했던 그 모든 전 과정들을 부인했던 카페시우스란 인물, 만약 자신의 가족이 그런 고통 속에 살았다면 그 자신은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을까?를 묻고 싶어 진다.

 

시간은 흘러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점차 희미해져 가는 역사 속의 진실들, 여전히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은 진행 중이다.

 

블리딩 엣지

블리딩엣지

블리딩 엣지
토머스 핀천 지음, 박인찬 옮김 / 창비 / 2020년 5월

난해하고도 어렵기로 이름난 소설가. 토마스 핀천의 신작이 출간됐다는 소식과 함께 지금까지 출간된 작품들과는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소개 문구에 구매한 책이다.

 

 

뉴욕 어퍼 웨스트사이드에서 두 아이를 기르는 싱글맘인 맥신 터노는 사기 조사관으로 일한다.

두 아이의 등굣길을 함께하는 것을 시작으로 어느 때와 다름없는 자신의 일터를 통해 일을 하는 그녀에게 어느 날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레지 데스파드가 찾아오면서 사건의 실체를 조사하기에 이른다.

 

한때  가까웠던 두 사람은 레지가 맡게 된 , 해시슬링어즈라는 회사의 다큐를 찍는 과정에서 왠지 모를 수상한 컴퓨터 보안에 관한 느낌에 대해 맥신에게 의뢰하게 되는데, 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접근이 필요한 사항이 있게 마련-

 

그런데 이 회사에 접근을 하게 되면 강한 보안의 경고가 뜨면서 더 이상의 접근을 불허한다는 말말을 한다.

더군다나 자신은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큰 일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입장이라 에릭 아웃필드라는 고등학생을 통해 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 한다는 말을 들려준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맥신은 그 후 여러 각도에서 회사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  이 회사의 자금출처에 대한 의심을 하기에 이른다.

바로 비밀리에 중동으로 많은 액수의 돈이 송금되고 있다는 사실, 주변의 인물들을 접촉해가면서 회사의 실체를 밝히려 노력을 하는데 가운데 9.11 테러 사건이 터지게 되는데…

 

 

우선은 저자의 해박한 IT 지식과 이를 연계시켜  추리를 접목한 글이 인상적이다.

 

배경이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한 닷컴 버블 붕괴를 기점으로 2001년 9.11 테러 사이의 뉴욕이라는 대표적인 도시를 내세워 다룬 이야기라 실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가족들의 이야기와 주변의 이야기들이 함께 곁들여진다.

 

억만장자이자 미지의 인물인 게이브리얼 아이스가 운영하는 컴퓨터 보안회사 해시슬링어즈에 대한 조사는 이 회사가 파산한 회사를 통해 자금을 몰래 빼돌리고 이 돈의 행방은 중동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되는 첫 시작은 모종의 거대 조직의 실체와 이를 밝히려는 주인공의 활약과 함께  기존의 추리 소설처럼 양상을 띠지만 여기에는 유대인으로서 겪는 여러 사회적인 경험, 모사드, 미국 중요 정부의 계획, 러시아의 개입처럼 여겨지는 첩보의 세계, CIA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장치를 곁들인다.

 

여기에는 또 하나 맥신과 아는 저스틴과 루커스라는 인물도 대표되는 캘리포니아 출신  IT출신가들이 개발한 ‘딥아처’라는 소프트웨어를 접하면서 겪는 가상의 세계를 체험하는 부분이 곁들여진다.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특히 미국이라는 나라를 통해 발달된 인터넷상에서의 세계는 디지털이라는 문명이 주는 혜택에서의 다양함을 느끼고 있지만 그 안에서는 정작 개개인들의 정보나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그 틀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특히 추리와 사이버펑크 과학소설의 선두주자인 저자의 작품을 통해서 바라본 지금의 세계는 소비주의 중심의 생활, 대중문화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라 이미 기존의 저자의 작품을 대한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수긍이 가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

 

책 제목인 ‘Bleeding Edge’는 ‘최첨단’이라는 뜻으로 이미 책에서도 루커스가 말한 대목처럼 안전성, 유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최신 기술이란 용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고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IT기술을 이용해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음을, 대표적인 닷컴 버블을 통해 그 모습들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렇다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글쎄, 나의 모자란  IT 지식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해 준 책이었다고 생각되는 작품인지라 올해 읽었던 추리 분야에서 가장 읽는 속도도 더뎠고 중간에 포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갈림길에 서게 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내용은 어렵지 않은데 IT소재를 다룬 책이라 이 분야에 익숙지 않은 독자라면 읽는 시간은 걸릴 것 같다.

 

 

특히 미국 대중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뉘앙스적인 느낌을 제대로 알기가 아쉬웠단 점을 꼽을 수 있고, 난해한 그만의 독보적인 작품의 세계는 기존보다는 훨씬 부드러워졌지만 친해지기는 여전히 어려운 작가란 생각이 들만큼 추리소설이되 마치 IT 전문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