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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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이 책보다는 ‘삼부작’ 을 먼저 읽었다.

그 작품에서도 여전히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쉼표 없는 문장, 친절한 대사톤도 많지 않은 여백이 남겨주는 느낌들이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첫 장면인 아기의 탄생 부분에서 작가가 드러내 보고자 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 인간들의 하루하루 삶이 그저 보통의 하루 삶이 아니란 느낌이 절실히 와 닿는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고 자신 또한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어부로 살아가는 올라이는 산통 중인 아내의 소리를 들으며 곧 태어날 사내아이의 이름을 자신의 아버지 이름으로 결정한다.

 

그 뒤에 시간은 훌쩍 뛰어넘어 할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요한네스는 오늘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어나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신체의 변화, 연금생활로 이어나가는 그의 삶은 단조롭다.

 

비싸다고 생각되는 담배를 끊을 수 없는 그의 유일한 즐거움인 담배와 커피를 피우면서 마시고 집을 나서는 그-

 

서로가 도와가며 머리를 잘라주며 생활하던 친구 페테르가 보이고, 그렇지만 이미 페테르나 아내 에르나는 이미 이 곳 사람들이 아니다.

 

같은 듯 다른듯한 모습과 말을 통해 요한네스는 그들과 대화나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한순간에 그들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고는 있다지만 망각의 인간인지라 우리들은 죽음에 대한 그 어떤 심오한 생각을 매일 하며 살아가진 않는다.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이나 친구, 동료들의 어떤 상황들을 통해 비로소  죽음이란 것을 크게 느끼게 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흐르면 또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결코 비범하다거나 특출하지 않은 어부 요한네스 삶을 통해 저자는 탄생과 죽음이란 동반자의 길을  드러내 보인다.

 

살던 곳을 떠나 다시 정착한 곳에서 자식들을 낳아 손자들이 몇 명 인지도 모를 정도의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요한네스 부부, 막내딸 싱네가 가까이 있어 더욱 친근함과 하루에 안부 인사를 하는 생활은 유일한 안식처다.

 

 

아내가 떠나고 자신이 홀로 남은 생활의 연속, 책은 요한네스란 평범한 인물의 탄생과 죽음이 실제 자신에게 오면서 죽음이란 것을 맞이하고, 그 자신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그의 가족이 그에 대한 절차를 마치는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죽음에 대한 것을 실감하는, 존재의 무(無)에 대한 여운을 남긴다.

 

 

한 인간의 탄생과 죽음 뒤에 남겨진 것은 기억이란 것으로 저장이 되고 곧 이 기억은 나 자신을 둘러싼 가족들과 타인들에게 기억 속에 남겨진 존재로 남겨진다는 것, 그렇기에 평범하게 살다 간 요한네스란 인물의 삶은 곧 우리들의 모습이란 사실이 공백이란 여운이 주는 문장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작품이다.

 

 

 

 

찬란한 아침처럼 이 세상에서 태어난 존재, 살아가면서 파도와 잔잔한 밀물과 썰물의 삶을 이어나가면서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고 느끼는 그 누구인  모두에게 저녁에 서서히 지는 일몰의 모습은 또 하나의 우리를 반추하는 듯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란 말이 문득 떠오르게 한 작품이다.

 

 

아침그리고저녁

 

우리가 간직한 비밀

우리가 간직한 비밀우리가 간직한 비밀
라라 프레스콧 지음, 오숙은 옮김 / 현암사 / 2020년 8월

실화와 허구를 섞은 이야기들은 때론 이것이 실화인지 허구인지를 헷갈리게 할 때가 있다.

그만큼 이야기의 구성면에서 착착 들어맞는 재미가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는데, 이 책 또한 그런 느낌이 많이 들게 한 책이다.

 

유명한 작품이자 영화 배경 속의 눈 풍경이 장관인 ‘닥터 지바고’-

이 작품이 출간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스파이 소설이자 로맨스, 당시 타자수란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생활 모습이 함께 그려진 작품이다.

 

책의 구성은 여러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쓴 ‘닥터 지바고’의 실제 뮤즈로 알려진 그의 비서이자 그가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그의 곁에 머물던 사실혼 관계인 올가 프레볼로도브가 그린 시선, 대학을 졸업했지만 같은 졸업을 한 남자들과는 다르게 직업의 한계를 느끼며 타자수란 직업을 가진 여성들, 그리고 스탈린의 체제에서 벗어나 이민을 통해 미국에 정착한 엄마와 미국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친 러시아계 미국인 이리나, 스파이 첩보원의 다른 이름인 제비 출신  샐리의 시선이다.

 

보리스는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일로 만나 올가에게 첫눈에 반하고 두 번의 결혼 생활을 통해 이미 두 자녀가 있던 그녀 또한 그에게 반하면서 실제 부부처럼 살아간다.

 

스탈린의 억압적인 문인 감시 체제하에서 다른 동료들이 모두 숙청당하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보며 죄책감에 젖었던 보리스의 모습은 닥터 지바고를 쓰게 되면서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쏘아 붓는다.

 

그런 그의 곁에서 비공식적 아내이자 그의 작품 활동에 대해선 모든 것을 도맡아 했던 매니저 역할을 한 올가는 당국에 의해 밉보인 보리스를 제제하기 위한 일환으로   수용소에 끌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보리스의 아이를 유산하는 아픔을 겪는다.

 

모진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도 보리스를 보호하기 위한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그녀, 한편 서구 쪽인  미국, 특히 정보국에선 타자수인 여성들의 시선이 제삼자의 시선으로 그려지면서 촉박하게 돌아가는 정보국의 모습을 그린다.

 

알고는 있지만 알았다는 표시나 더 이상 알려고도 하지 않는 자세,  모른 채 살아가야 하는 최첩 보 비밀들을 타자하는 여성들, 그 가운데 이리나의 또 다른 훈련을 통한 배달원의 첩보 생활과 샐리를 만나면서 새롭게 익히는 스파이의 훈련이 그려진다.

 

당시의 동, 서의 시선을 통해 닥터 지바고에 대한 출간을 불허한 소비에트의 정책과 이를 알고도 자신의 작품을 서방국인 이탈리아 출판업자에게 넘긴 보리스, 미국의 문화를 통한 공산주의에 대한 국민의 자발적인 의식을 통해 공산주의의 허상을 고발하고 자유주의의 이해를 돕는 취지의 일환으로 러시아 원본인 닥터 지바고 원고를 손에 넣기 위한 첩보전이 긴장감을 높인다.

 

특히 소련인들을 대상으로 책을 본국에 퍼지게 하는 작전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랑한 남자를 위해 두 번이나 감옥행을 자처하면서도 그의 작품 세계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사랑했던 올가의 인생, 똑같은 고등 교육을 받았지만 승진의 기회나 직업의 선택에 있어 한계를 느껴야 했던 인텔리 여성 집단이었던 타자수들, 레즈비언이란 자신의 성향을 감추고 이리나를 멀리해야만 했던 샐리의 행동반경은 이 시대를 배경으로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게 한다.

 

‘나’가 본 시점에선 ‘나’가 올가가 될 수도 있고. 이리나, 샐리, 그리고 타자수였을 수도  있는 시점의 글들이 실제 미국에서 닥터 지바고 프로젝트를 실행한 암호명 ‘아이다이노소어AEDINOSAUR’ 작전으로 펼쳐졌고 이는 무사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단, 그 이후 보리스가 겪었던 상황은 악화일로였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당시의 관심을 보였던 부분들이 지금에 와서 보면 문학적으로 그린 면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닥터 지바고 또한 그런 시대적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단 점에서 그 당시 이슈화됐던 노벨상 거부는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다행히 그의  사후 아들이 수상했다.)

 

활발한 스파이의 생활이 있는 반면 어찌 보면 가장 먼저 정보를 알고 입을 다물고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타자수였던 여성들의 활발한 대화를 통해 스릴과 로맨스가 있고 자취를 감춘 사람들에 이야기를 독자들은 새롭게 전해 듣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실제 회의록과 자서전을 기본으로 타자수와 연관 지어 당시 소련과 미국의 쟁쟁한 대결의 세계를 그린 이색적인 이 책은 매카시 광풍의 영향으로 자신의 뚜렷한 성 취향을 밝힐 수 없었던 샐리와 이리나의 동성 사랑, 보리스의 죽음에 이어진 올가의 고난과 함께 더욱 생생하게 그려진다.

 

탁탁탁 끊어지는 타자기의 소리가 이제는 컴퓨터, 스마트폰의 흐름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느껴가는 타자수 여인들, 책 제목인 우리가 간직한 비밀들은 올가, 샐리, 이리나, 타자수 여인들, 그들 저마다의 간직한 비밀을 품고 살았던 그 시대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비밀을 유지했기에 자신들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들이 돋보였던 그녀들, 유지했었기에  ‘닥터 지바고’란 작품에 대해 오늘날 더욱 그 출간된 배경이 돋보이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 할머니가 된 그녀들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 그리고 여전히 자취를 감춘 그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이다.

 

 

 

 

지리의 힘

20200825_093007_HDR   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방송 프로그램 중에 주말에 하는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이란 프로를 즐겨 시청한다.

 

지구라는 같은 공통분모 안에 서로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역마다의 특성과 이해, 불협화음의 원인들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여기에 덧붙여  원인의 발생을 찾아보는 패널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여전히 진행 중인 뜨거운 감자들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띄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가 경험한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 기자란 직업은 이 책을 출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이점이 되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인류의 태동부터 함께 해온 지리적인 여건과 환경은 지구 밖의 다른 별들을 개척하고 새로운 정착지로써의 삶이 시작되지 않는 한 여전히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아마도 우주에서도 이런 쟁탈권이 벌어지리란 것도 상상이 되지만…)

 

책 표지의 문구인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라는 말처럼 저자가 그린 내용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세계 각국의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인다.

 

책의 구성을 보면 첫 파트의  주인공인 중국을 우선적으로 뽑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지금의 미중 전쟁을 보는듯한 중국의 야망은 대영제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프랑스라는 유럽 국가가 지향해온 해양대국으로서의 발판을 다지기 위해 어떤 행동과 정책들을 쏟아붓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세계 곳곳에 펴져있는 화교들의 입지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신들이 가진 힘을 이용한 아프리카에서의 선점 공략, 일본, 동남아시아와의 지리적 역사를 이용한 영역다툼은 이미 그들의 선조대부터 시행해온 발자취를 이어가려는 의지로 보인다.

특히 역사에는 ‘만약’이 없지만 만약 ‘정화’가 아프리카까지 정복했더라면 지금의 세계 판도는 어떻게 변했을지를 상상해보는 재미도 느끼게 한 부분이다.

 

이는 육지에서도 마찬가지로  인도와 마주하고 있는 국경에서의 티베트와 산맥이 가로막고 있는 지리적인 영향 탓에 지금은 소강상태처럼 보이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신장지구를 포함한 그들의 소프트웨어 전략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이미 깊숙한 곳에 한족들이 뿌리내림이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이 약소국의 비애와 강대국들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행동이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이 책에선 다루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백두산과 이어도에  대한 영유권 문제는 앞으로 우리들이 어떻게 이에 대응해야 할 지에 대한 생각을 던져보게 한다.

 

 

저자가 두 번째 파트로 다룬 미국 또한 인디오들의 땅을 그들의 땅으로 만들면서 하나의 언어로 통합되고 서서히 세력 확장을 통해 오늘날 미합중국을 만들어간 역사에는 지리적인 영향과 이점들이 고스란히 지금의 초 강대국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

멕시코는 플로리다를, 러시아는 알래스카를  팔고서 땅을 치며 후회를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느 한나라의 한 부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어떻게 타국과 자국에서 끼칠 파급효과가 큰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식민 제국주의 소산으로 지금도 여전히 전쟁과 기아, 폭력과 반정부 세력과 정부의 싸움, 종교적인 이해에 따른 분리주의 주장과 테러의 보복들이 나타나고 있는 아프리카, 남미, 인도와 파키스탄, 중동지역을 들 수 있다.

 

인디아

 

토착민들의 삶을 살펴 특징을 이용해 다스렸던 오스만 제국과는 달리 종이에 선 하나로 쭉 그어 만들어진 중동(이 용어마저도 서양인들이 지은 명칭)의 역사는 지칠 줄 모르는 종교의 불화와 종교적인 색채가 정치와는 분리될 수 없는 한계까지 겹쳐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을 유지해오고 있다.

 

일례로 시리아 내전이나 레바논, 이스라엘과 중동 간의 마찰들은 그 좋은 사례라고 하겠다.

 

한편 역사적으로도 부동항에 끝없는 애착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도 자신들이 처한 지리적인 한계를 벗어나는 방법이 바로 해양으로 항한 이점 때문이다.

 

이런 정책은 크림반도의 합병,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각기 독립한 나라들에 자국민들을 서서히 이주시키는 정책을 통해 차후에 벌어질 영토 다지기에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해양으로 나가려는 의지의 발산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서유럽권의 유럽연합이란 통솔 하에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간의 불균형에서 오는 불만들,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윈윈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한쪽의 탈유럽을 원치 않게 하려는 이해타산과 전략들이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인 듯 보이지만,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에 대해서는 환영을 하지 않는 공통분모의 모습들을 보이는 것 또한 지리적인 영향과 종교적인 영향을 함께 생각해 보게 된다.

 

이밖에 남미의 역사와 함께 하는 줄 긋기 영토 확정은 미국에 대한 불신과 함께 남미 특유의 마약거래, 빈부격차, 인종들 간의 화합들이 지리적인 영향과 정치적인 영향으로 여전히 미숙함을 보이는 곳이다.

 

 

남미

 

 

 

 

 

책이 출간된 연도가 2016년이고 내용 중 저자가 미래의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에 대한 글들 중 가장 확실한 부분 중 하나가  에티오피와 이집트 간의 물 전쟁이다.

 

얼마 전 기사를 보니 저자가 말했듯이 2020년인 올해 그들이 숙원 하던 댐이 완성됐다고 하는 기사 속에 이집트의 불편한 시선이 함께 들어있었다.

 

이집트의 젖줄인 나일강의 발원이 에티오피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에티오피아가 댐 건설 이후 나일강의 흐름이 약해진다는 결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나일강의 흐름은 과거와는 반대로 이집트에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까지 닥친다면 자국들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취할 헹동의 결과물이 지리적인 영향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38선의 경계를 두고 남과 북의 경제상태와 통일 이후의 일들을 그려본 것들은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의 시선들과 함께 각자 이익을 위한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지리적, 정치적, 역사적인 모든 것을 내다보는 현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읽으면서도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생각과 함께 지리란 점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지만 그 안에서 다뤄지는 문제점들이 남의 나라 일로만 생각되지 않았다.

 

복잡해지는 정세 속에 국익을 유지하면서 타국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외교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이뤄질 수만은 없다는 현실 앞에서 보다 부드러움과 강함이 함께 공존해야 함을 느끼게 한다.

 

이외에도 북극의 선점에 따른 자국 영토라 인정하기 위한 발판을 다지기 위해  다각적인 면모들 드러내는 각국들의 발 빠른 행동들은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저자가 지도를 펼쳐놓고 지리의  영향 하에 놓인 각 나라들의 경계선은 지리의 한계를 통해 서로 다른 역사를 보인 점들을 그려놓은 책이면서도 역사, 경제, 인종, 종교들을 함께 알아가는 책이었다.

 

한정된 지리에 수긍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그칠 줄 모르는 영역 확대에 일면에 감춰진 모든 주권 문제는 동일한 욕망과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p358) 말에  동감하게 되고 이는 결국 지리는 인류가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그 법칙들이 우리를 이길 거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P116) 저자의 글로써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함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지구본을 손으로 빙 둘러 돌리고 돌리다 보면 너무도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우리 인간들이 정착하고 살아가는 땅, 넓게는 지리의 영향력 안에서 벌어진  역사까지 그린 책, 여러모로 재밌게 읽은 책이다.

 

 

KBS 황금레시피 플러스

20200824_091848  KBS 황금레시피 플러스 – 매일 저녁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 줄
KBS <2TV 생생정보> 제작진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20년 8월

방송을 통해 접해보는 음식들은 가정에서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빠른 전개의 화면도 그렇지만 방송 시간대가 마침 저녁을 준비하는 가정주부들이라면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을 통해 제대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총 4개의 분류로 나뉜 책의 구성은 일품요리에서 찌개, 국, 밑반찬, 볶음, 별미요리 순으로  되어있다.

요즘같이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위 책에서 보인 일품요리 같은 경우는 지인들이나 집안 행사에도 아주 유용할 듯한 요리 종류로 분류되어 있다.

 

 

일단 요리책인 만큼 계량법에 대한 설명은 기본, 이후 음식을 하기에 황금 팁이 따로 있어 음식 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집어주고 그 이후 순서대로 하는 요리과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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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이용하게 되는 찌개, 국, 밑반찬 같은 경우에는 말 그대로 쉽게  재료를 구해서 즉석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선보인다.

 

꽃게탕, 짜글이 찌개, 콩나물 김칫국… 레시피 순서대로 하면서 맛보는 재미, 특히 식당에서 먹는 맛과 가정에서 먹는 맛의 차이를 조금은 줄여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게 한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별미를 눈여겨봐도 좋을 것 같다.

라볶이, 충무김밥, 빈대떡, 어른들의 안주로도 좋을 소재들이 많이 들어있어 부담감 없이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믐2

 

사진을 통한 음식 만드는 순서를 통해서도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는 책, 방송에서만 빠른 화면으로 인해 아쉬움을 가진 독자라면 이 책 한 권으로 맛난 가정요리를 만들어 볼 좋은 기회다.

 

오후의 이자벨

이자벨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빅 픽쳐’ 이후 국내의 고정팬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영미문학의 대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의 삶을 통해 생각을 던져보게 하는 작가의 신작, 이번엔 좀 파격적이란 느낌을 갖게 한다.

 

21 살의 샘은 대학 입학을 앞두고 파리로 여행을 떠난 풋풋한 청년이다.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던 옆 방 미국인을 통해 책을 통한 만남을  위한 파티에 초대를 받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보다 14 살 연상의 이자벨이란 번역가를 만나게 된다.

 

이자벨을 본 순간 그녀에게 빠져든 샘은 며칠 후 이자벨이 건넨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가게 되고 불꽃같은 열정을 피운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14살  연상의 남편이 있고 한차례 자녀를 잃은 아픔을 지닌 사람, 샘과의 관계는 오로지 오후 5시에 만나 7시경에 헤어지는 것을 요구하며 관계의 지속성을 원한다.

 

가정을 잃고 싶지도 않고 부부간의 합의하에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암묵적인 관계를 허용을 하고 있지만 아내로서의 충실한 역할을 하고 싶은 이자벨의 행동과 말에 샘은 어쩔 수 없는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식을 줄 모르는 형기 왕성한 샘의 첫 강렬한 사랑은 이내 이자벨과 함께 할 수없다는 깨달음으로  결국 이자벨과 헤어지게 되고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후 간간히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두 사람, 이자벨의 출산과 샘의 변호사로서 성공한 미국에서의 생활은 이후  레베카와의 결혼, 아들 이던이 태어나고 이던의 병으로 인한 청력상실, 그 가운데 레베카의 알코올 중독은 이던의 병과 함께 부부의 생활을 파탄으로 이어지게 한다.

 

상실감과 괴로움, 아들 이던에 대한 양육권 전쟁으로 허탈한 심정을 안고 다시 파리로 돌아가 모든 것을 잊고 일에 몰두하는 샘은 다시 이자벨과 연락이 닿으며 관계를 이어가는데….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 안에 사랑이란 감정은 어떤 것을 포함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생각을 가지며  불편한 시선으로 읽은 책이다.

 

이자벨의 이기심이 가득 찬 행동과 말로써 느껴지는 진행,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싶으면서도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 주고 자신 또한 연하의 남성과 사랑을 한다는 흐름의 진행은 샘의 미국식 사고방식과 프랑스식 사고방식이 부딪치면서 상반된 모습을 펼치는 이야기라서 독자로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대목이다.

 

책의 주인공인 이자벨과 샘의 나이차를 넘어선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무려 30년간 이어지면서 그동안 그들의 인생에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과의 관계, 자식의 아픔과 이혼,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 샘의 인생 이야기가 첫사랑인 이자벨과의 해후를 통해 다시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둘의 관계는 이어질 수 없는 현실이 가로막혀 있음을 보인다.

 

 

만일 샘이 요구했던 자신과 함께 떠나자고 했을 때 이자벨이 받아들였더라면 둘은 행복했을까?

반대로 이자벨이 자신의 딸과 함께 샘 곁으로 올 테니 함께 하자는 말을 샘이 받아들였더라면 둘의 인생은 그 후로 행복했을까?

 

인생의 하루하루 삶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선 샘과 이자벨 같은 선택이 주어진다면 우리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사랑이란 이름의 여러 형태를 통해 그려낸 저자의 이번 작품은 불륜이란 소재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물어보고 있는 듯한데 이해를 하면서 읽기엔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다.

 

이자벨의 이기적인 행동과 말은 이후 샘 자신 또한 레베카의 불협화음 때문에 다른 여인에게 빠지면서  자신 또한  가정이 깨지지 않길 원했던 장면에선 이자벨의 마음도 그러했으리란 짐작과 이해를 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인생이란 것이  단순하게 무를 썰듯 뚝딱 잘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연속적인 선택의 갈림길에서 미래의 가능성 타진을 두드려보고 그 문을 열 것인지 닫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후회의 망설임을 보인 작품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원한 타이밍의 어긋남을 통해 이어온 두 사람의 인연을 다룬 이야기는 쓰러지고 무너지더라도 우리들의 인생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책이다.

 

도시를 걷는 여자들

도시걷는여자  도시를 걷는 여자들 – 도시에서 거닐고 전복하고 창조한 여성 예술가들을 만나다
로런 엘킨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7월

출근길에 일부러 걷는 것을 선호한다.

지하철까지 가기 위해선 빠른 걸음으로 20분, 좀 느긋이 걷는다면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기상 시간도 좀 빠르게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우선은 비용 부담이 없는 내 몸을 통한 걷기를 통해 잠깐이나마 에너지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위로를 삼곤 한다.

 

 

이렇듯 매일 출근하다 보면 계절상의 변화, 나무에 달린 잎새들의 색깔, 거리의 휴지가 쌓여있는데 퇴근길에 보면 어느새 깨끗해졌다는 느낌, 무수히 꼭 같은 시간대에 마주치는 직장인들, 그 속에서 하루의 마무리까지 하게 되는데, 누구나 걷는다는 것이 모두에게 통용되지 않았던 시대라면 어떠했을까?

 

 

산보자 란 의미의 프랑스 말은 ‘플라뇌르(flaneur)’라는 남성형 명사다.

 

산보라는 것 자체가 천천히 걷으며 도시를 관찰한다는 의미라면 이를 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남성들, 그중에서 보들레르로 대표되는 여유와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이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는 달리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 수 없었고 오히려 우리나라 양반네 여인들처럼 거리를 나설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시대를 포함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점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관찰함으로써 남성들과는 다른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창조했던 여성들을 살펴본다.

 

작가, 비평가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주 근거지인 파리와 그밖에 다른 도시들을 경험하면서 그 속에서 살다 간 여성들에 대해 그녀들이 그녀들만의 세상을 일구고 세상 밖으로 손을 내밀었는지를 그 장소에 가거나 머물면서 그들과 함께 한다.

 

 

흔히 말하는 페미니즘이란 말, 물론 그 당시에는 이런 방향으로 자신을 인생을 결정지으며 의도적으로 나선 사람들은 없었지만 자신의 활동을 통해 지금의 현대 여성들은 그녀들과 함께 한다.

 

진 리스, 버지니아 울프, 조르주 상드, 소피 칼, 아녜스 바르다, 마가 겔혼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자신만의 캐리어를 쌓은 그녀들의 삶에는 가정에서 안주하기보단 밖으로 나선 것을 통해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자신의 사랑과 경험을 통하거나 실제 직업을 가졌던 것을 통해 문학으로 표현한 여성들, 일례로 진 리스는 댄서로 일했던 경험, 울프는 거리에 산보를 함으로써 창작의 불을 지폈단 사실, 조르주 상드의 경우에도 아내, 엄마로서의 삶이란 가정 울타리를 박차고 파리에 홀로 가면서 자신만의 인생을 펼친다.

 

 

진.버.조

                     (진 리스, 버지니아 울프, 조르주 상드…다음에서 발췌)

 

이외에도 누벨바그의 대표자 여성 영화감독으로서 영화와 말년에 새롭게 도전했던 분야에서도 이름을 알린 아녜스 바르다, 독특한 실험과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작품 활동을 펼친 소피아 칼, 기자로서 글을 통해 세상과의 교류를 했던 마가 겔혼까지, 저자는 그녀들이 머물렀거나 상주했거나, 잠깐 머물렀던 도시에 그녀 자신도 머물면서 그녀들이 생각했던 사랑, 결혼, 창작의 욕구에 대한  생각과 자신만의 생각을 함께 보인다.

 

바,소피

(아녜스 바르다, 소피 칼…다음에서 발췌)

 

산보자‘플라뇌르(flaneur)’에서 자신이 스스로 만든 여성을 뜻하는 플라뇌즈(flaneuse)는 이렇게 탄생했다.

 

 

저자는 길 위에서 당시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과 멸시, 조롱, 희롱을 넘어 남성들이 보지 못했던 미세한 부분들을 관찰함으로써 여성들의 진취적이고 활동적이었던 부분들을 드러냄으로써 도시가 주는 매력과 위험성을 모두 보인다

 

거리여자

단지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안전한 새장의 문을 연다는 것조차도 생각할 수 없었던 시대에 활약했던 여성들의 모습은 특히 조르주 상드를 통해서 인상적으로 남는다.

 

 

남자의 옷을 입고 담배를 거리나 카페서 피우는 행위 자체가 파격적이었던 그 시대, 자신의 연애와 사랑, 창작 활동을 통해 인생의 또 다른 항해를 실행했던 그녀의 모습은 시대가 요구했던 여인들의 모습에서 한창 멀게 느껴질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녀 외에 다른 이들은  모두 여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자신만의 인생길 개척, 특히 도시에서 걷는다는 행위를 통해 무언의 의지를 보였던 그녀들을 통해 걷는다라는 의미를 새롭게 들여다보게 한다.

 

 

 

 

자동차로 다니면서 보는 눈에 들어오는 시선과 걷기를 통해 눈에 들어오는 시선은 분명 달리 받아들여진다.

 

 

걷기를 통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아가는 기쁨, 그런 가운데 한 발짝 더 나가면서 이루어지는 창작의 세계를 탐구한 책이라 눈길을 끈 책이다.

 

이제, 신발끈을 묶고 도시를 나서보자.

 

 

 

 

도시에서 걷는다는 의미를 넘어선 시, 공간과 나의 일체감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 그 공간 안에 나가 있고 나 속에 공간이 차지함으로써 일체감을 느껴볼 시간을 느껴보길~~

 

 

 

 

웃는 남자

웃는남자웃는 남자 (186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월

워낙 유명한 작가가 쓴 작품이란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던 책중에 하나였던 ‘웃는 남자’-

 

 

요즘 유행하는 초판본 ~~ 시리즈의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의 초판본이 정말 마음에 든다.

 

강렬함이 넘치다 못해 검붉은 자주의 빛깔을 띠고 있는 색채의 표지는 초판본이 출간됐던 당시에도 눈길을 끌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의 유명한 작품들인 노트르담의 꼽추, 레 미제라블에 이른 이 책의 이야기는 저자의 작품세계를 접해본 독자라면 역시~라는 말을 담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1690년 추운 1월, 포틀랜드 만의 해변에서 한 소년이 배에 오르지 못하고 버려진다.

일부러 버려진 것인지, 기회를 잃어버려 낙오된 것인지조차 모르는 채, 인간의 생존 본능의 욕구대로 정처 없이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 배회하는 소년, 그 와중에 동사한 여인의 몸에서 아기를 발견하게 되고 자신이 그 아기를 거두면서 함께 머물 곳을 찾아 나선다.

 

 

이윽고 소년이 발견한 곳은 늑대와 살고 있는 우르수스 라 불리는 남자의 집이었다.

그때부터 호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늑대와 우르수스, 그리고 그윈플렌이란 소년, 데아란 이름의 소녀가 함께 가족처럼 살아가게 된다.

 

 

 

당시의 사회적인 흐름 중 하나는 귀족들이  자신들의 취미이자(?) 오락처럼 여겼던 것들 중 하나로  비정상적인 형태의 몸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즐기는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 있었으니, 이런 수요가 있다면 공급도 있게 마련, ‘콤프라치코스’ 또는 ‘콤프라페케뇨스’를 통해 인간의 몸을 훼손하고 흉하게 변형시켜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대상에 해당되는 그윈플렌은 자신의 찢어진 입의 모양, 결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는 얼굴의 형태를 통해 그 자신이  광대가 되어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닌 기이한 모양의 웃는 남자, 슬퍼도 웃는 모양이 되어버리는 기묘한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하게 되고 이는 곧 소문으로 퍼져 조시안이란 여공작의 눈에 들게 된다.

 

 

눈이 먼 상태지만 데아의 순수한 마음과 자신의 용모 때문에 데아 앞에 선뜻 나설 수 없는 그윈플렌의 아련한 마음은 조시안이란 여공작이 등장하고,  자신의 태생 비밀이 밝혀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전개를 맞게 되는데….

 

 

 

 

전체적인 사회적인 분위기, 그 당시의 시대상 흐름에 대한 장면 할애가 만만찮게 설명하는 부분이 길어서 초반부터 읽는 데에 끈기를 필요로 한 책이었다.

작가의 이런 한 템포 고르기를 넘어가면서 이어지는 웃는 남자, 우르수스, 호모, 데아의 운명은 예측하지 못했던 그윈플렌의 비밀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되는데,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스릴처럼 느껴지는 긴장감이 들게 한다.

 

 

같은 인간이되 인간 취급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마치 장난감 오락 인형처럼 여겼던 당시 귀족들의 행태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의식 속에 한때는 장사로 인식되던 시기가 있었다는 점이 그윈플렌이 겪은 생활을 통해 더욱 부각된다.

 

저자의 기존 작품들을 통해서도 그렇지만 이 작품 또한 소설이란 장르를 통해 당시의 인간 이하의 그릇된 행동양식을 보인 귀족들의 행태와 이를 묵인했던 위정자들의 모습, 사회 전반적으로 이어지는 힘든 삶에 몸부림치는 서민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는 주인공인 그윈플렌의 삶과 인간이하의 취급 생활, 하류층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드러내는 상황들을 통해  이런 밑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상류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의 역설을 보인다.

 

 

 

***** “사람들의 인상은 의식과 일상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인상은 신비하게 깎아낸 무수한 삶의 결과이다. 그윈플렌이 본 얼굴 주름 중 고통, 노여움, 모욕감, 절망감으로 파이지 않은 것은 없었다.

 

어떤 아이들의 입은 한동안 먹지 못한 흔적이 역력했다. 어떤 남자는 아버지였고, 어떤 여자는 어머니였으며, 그들 뒤에는 파멸해가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얼굴은 못된 습관에서 나와서 범죄로 들어서고 있는 얼굴이었다. 굳이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알아야 한다면 그것은 무지와 가난 때문이었다. 그들은 얼굴에는 사회적 압박에 의해 삭제되어 증오로 변해 버린 선의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한 노파의 이마에서는 굶주림이 선명하고, 어느 처녀의 이마 위에서는 매춘이 음산하게 드러났다. 어린 시절의 얼굴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소녀에게도 역시 음울함 뿐이었다.

 

이 무리들 속에는 무수한 팔만 있을 뿐 연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일꾼들은 더 나은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일거리가 없었다.

 

가끔은 군인 하나가 노동자 곁에 와 앉았다. 가끔은 부상당한 병사였다. 그리하여 그윈플렌은 이 광경, 전쟁이라는 유령을 보았다.

 

한쪽에서는 실업, 다른 쪽에서는 착취, 그리고 또 다른 쪽에서는 노예를 보았다. 몇몇 얼굴에서는 무엇인지 형언하기 어려운 인간이 짐승으로 돌아가는 퇴행 현상을 보았다. 인간이 짐승으로 퇴행하는 것은 높은 사람들의 행복이 만들어 내는 막연한 무게의 압박으로 인해 아래에서 생겨나는 것이었다. 이 암흑 속에서, 그윈플렌에게는 빛이 들어오는 환기창 하나가 있었다.

 

그와 데아 두 사람은 고통의 날 속에서도 얼마간의 행복을 누렸다. 그것 말고는 모든 것이 저주였다. 그윈플렌은 자신의 위에서 권력자와, 부자들과, 멋있고, 위대한 사람들, 우연의 선택을 받은 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짓밟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가진 것 없는 불우한 사람들의 창백한 얼굴 한 무더기를 구별해냈다. -p 520-522

 

 

 

 

처음엔 너무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데아에게 자신의 용모로 인한 좌절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사이가 신분이 밝혀지면서 더욱 멀어지게 되는 안타까운 이야기 전개는  아픔을 느끼게 했다.

 

 

 

 

냉, 온탕의 인생 경험을 했던 그윈플렌이란 웃는 남자를 통해 시대의 사회적인 생활상과 밑바닥 하층민들이 애환을 그린 작품, 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평등, 인권에 대한 가치를 생각해보게 한  작품이다.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내가여기있나이다.

[세트] 내가 여기 있나이다 1~2 세트 – 전2권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이미 ‘엄청나게 시끄럽고…’란 작품을 쓴 저자의 신작이다.

 

10년이 넘은 세월의 텀을 두고 신 작품을 내놓은 이 작품은  저자의 환경과도 연관이 있는 작품.  그렇기에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 이스라엘의 파괴가 시작되었을 때 아이작 블록은 자살할지 유대인 요양원으로 옮길지 저울질하고 있었다.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위의  아이작은 폴란드 인으로 7명의 형제가 살고 있던 유럽에서 나치의 공습에 동생 베니와 함께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다.

 

그 후 아이작은 미국으로 건너가 성(性)을 미국식으로 블록으로 바꾸고 자손을 이어나가는 한편 베니는 이스라엘로 건너가 자손을 이어간다.

 

아이작의 유일한 소망은 자신이 죽기 전에 증손자인 샘의 바르 미츠바가(유대인들의 성인 의식)을 보는 것, 그러나 하루하루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가 어렵다는 현실 자각에 고민에 휩싸인다.

 

한편 아이작의 증손자인 샘은 인종차별을 내포하는 말들을 적은 종이가 발견되면서 그의 부모인 제이컵과 줄리아를 랍비 앞으로 부르게 만들고 랍비는 바르 미츠바를 치르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 앞에 자신의 잘못을 밝히는 조건 하에 이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들의 필체가 확실하지만 하지 않았다고 믿는 아버지, 아들의 말을 믿지 않는 엄마, 그런 가운데 샘은 가상의 컴 세계로 푹 빠지고, 이들 부부가 함께 해온 16 년간의 부부 생활은 삐걱거리기 시작하는데 결국  제이컵이 몰래 사용해 온 전화기가 도화선이 되어버린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하면서 옆에 있는 팔레스타인들 또한 처참하게 부상을 당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치료를 위해 이스라엘로 몰려든다.

 

이들을 거부하는 원주민들과 팔레스타인들의 다툼, 그 옆의 이슬람 국가들까지 합세하면서 이스라엘은 뜻하지 않게 전시 상태로 돌입하게 된다.

 

이 두 가지 일들을 통해 저자는 아이작의 4대에 걸친 미국계 유대인으로서 살아가는 모습과 이스라엘로 건너가 살고 있는 베니의 후손 타미르의 방문을 통해 서로 다른 유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비교해 보인다.

 

오랜 시간 동안 디아스포라의 삶을 이어갔던 유대인들이 타국에서 그곳에 뿌리내리고 정착하기까지의 애환은 그들의 후손들이 미국식 문화에 젖어 살아가되 유대인들이 지켜야 할 문화적인 양식까지 고수하며 살아가는 두 가지의 생활에서 오는 마찰,  그 안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불협화음, 부부간의 이상기류, 그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원하는 고국으로 돌아와 적국과 싸우자고 설득하는 메시지를 통한 동참 권유까지….

 

제이컵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타미르의 시선은 성공은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아들은 국방의 의무를 짊어져야 하고 미국과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비교를 통해  같은 뿌리, 유대인이지만 현저하게 동떨어진 삶을 비교하게 된다.

 

고국(?), 조국(?)에 대한 의미, 이스라엘로 돌아가 동참하고자 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제이컵, 끝내 아이작은 증손자의 성인식을 보지 못한 일, 부부의 이혼과 성장한 아이들의 독립까지..

 

결국 이스라엘은 사태의 진정 국면을 맞고 제이컵의 가족들은 뿔뿔이 헤어지고 죽음을 맞는 일들까지 그린 이 작품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각자 4대에 걸친 갈등과 종교적인 문제들을 예리하게 파헤치면서도 인생이란 흐름에 그들 나름대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읽으면서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 줄리아의 재혼 결혼식에 전 남편을 초대하고 그 초대에 응하는 제이컵의 행동은 어떻게 봐야 할지…

 

책 제목이 창세기 22장 1절에 나온 구절이라고 하는데, 샘이 말하는 대목이 책의 내용을 의미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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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저자의 언어유희에 대한 느낌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전 작품에 이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택배 아저씨의 한마디

 

책, 정리해야지, 해야하는데…

그러다 책에 쌓여 죽을수도 있단 무언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나 , 드뎌 책 정리에 돌입했다.

책 정리할 때  유기견 협회를 후원하는 카페가 있어 일부를 추려서 보내고 나머지는 온라인 서점을 통해 중고로 처리한다.

온라인  중고서점에 판매를 하면서 , 두군데 서점을 비교해 보니 같은 책이라도 중고 가격이 달랐다.

하여 두 군데 우선 선택하고 책 정리하며 올리기 시작~

한 박스당 최대 20권만 들어가야하고,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박스가 14박스가 나왔다.

이틀에 걸쳐 정리를 시작했는데, 정말 책이란 것이 소중하고 유용하지만 이때만큼은 정말 무시무시한 무게에 압도당할 처지라 다음부터는 전자책을 더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중고 신청하고 기다리니 다음 날 서점에서 지정한 택배 아저씨가 오셨고 모두 보내기 완료!

웬만하면 사흘 안에 중고책에 대한 결과를 통보받고 포인트 적립이나 통장 입금 처리 과정을 통해 해결이 된다.

사건은 바로 이후부터….

다음 날 두 상자가 다시 반송되었다.

분명 중고 처리시 검수 과정에서 다시 재반환 요청은 하지 않는다고 체크했는데 두 상자가 바로 왔으니 얼마나 놀랬는지…

그런데 송장을 보니 이 서점에 보낼것을 다른 서점에 보냈고 당연히 오류배송은 나에게 반송이 된 것임을 알게 됐다.

택배 아저씨한테 전화해 물었더니 화를 내면서 그럴리 없다고! 오히려 내가  착오를 일으켜 그런것이 아니냐고 하길래 컴을 켜고 온라인 서점의 등록 현황과 배송현황을  일일이 사진 첨부해 아저씨에게 보냈다.

아저씨, 왈,

–그럼 다시 중고 신청해 보내세요…..

일단 송장번호가 올라가고 다시 반환됐다면 그 번호를 살리기 어렵다는 말이다.

“아저씨, 다시 올려서 신청하는 것이 어려운것이 아니라 중고가격이란 것이 커서 한 순간에도 금액이 조정되는데 이미 올린 가격에서 차이가 나거나 아예 책 중고 수량이 꽉차 받아주질 않으면  아저씨가 물어주실겁니까?”

아무말도 못하는 아저씨….

총 4상자가 서로 바뀌어서 이틀 연속으로 반송되는데 그 많은 상자 테이프로 붙이고 다시 꼼꼼히 체크한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첨엔 어이없음, 그럴수도 있지 하던 마음이  연속적으로 반송되어 오니 화가 정말 많이 났다.

그중 한 책은 정말 희귀한 책이라 중고 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책정인데 이리저리 다른 상자에 눌려서 아예 찌그러진 채로 왔으니 더 열을 받을수 밖에 ㅠㅠ…

“어저씨, 그러길래 제 말이 맞았쟎아요. 택배회사에서 누가 송장을 붙인건진 몰라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붙이는 바람에 시간 낭비, 중고값 가격 , 어떻게 일 처리를 하신겁니까?”

화를 내지 않다가 폭발한 나를 보고 본인 스스로도 잘못한 것임을 인정한 아저씨가 하신 말,

정말  웃픈 심정이었다.

이틀째, 두 상자 덜덜 거리며 상자를 내리면서 제 눈치보며 왈,

“다음부턴 잘할께요..”

중고책 팔기를 13일 걸렸네요.

담부턴 나를 위한 중고가격이 아닌 택배 아저씨 편의를 위해서 텀을 두고 팔아야할듯….

찌그러진 책, 차마 아저씨한테 배상하란 말 못했다.

고가의 책 값 내시려면 몆번의 힘든 택배를 하셔야 할테니, 내가 걍 참아야지, 별수 있나 ….

한군데만 이용하다 요번에 처음 두군데를 이용해봤는데 이런 실수 연발을 하는 통에 온라인 서점 고객센터에 문의하고 다시 재요청해 박스 보내고,,,

중고 책 정리하다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사악한 자매

사악한 자매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라이플을 들고 어머니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서 있던 나.

딸은 라이플을 발사하지 않았다는 보고서.

 

위의 상반된 문장 속엔 어떤 것이 진실일까?

 

레이첼은 11살 이후 15 년간 정신병원에서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엄마를 죽게 만들었단 사실, 그 이후 아빠마저 그 현장에서 죽음으로 몰아가게 했던 그 사건의 진범으로 죄책감에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던 그녀-

 

어느 날 같은 병원에 있던 환자인 형 후견인으로 온 트레버로부터 자신의 사건의 실체가 담긴 보고서를 접한 후 그녀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

 

자신의 기억 속에 분명 자신이 엄마를 죽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검찰 보고서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범이 아니라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게 그 누구도 이 보고서에 대한 것을 말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그녀는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외면했지만 그리워하기도 했던 그녀의 집이자 부모와 언니 다이애나, 이모 샬럿이 함께 살았던 곳으로 향한다.

 

미시간주 어퍼  반도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숲 속, 부모의 결정에 따라 두 자매가 성장한 곳은 현대의 문명과는 동떨어진 곳이다.

 

책의 시점은 현재의 레이첼과 엄마 제니의 과거 시선이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자신의 아이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녔다는 진단을 받은 부모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딸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모든 것을 접고 들어간 숲에서의 생활은 이후 레이첼이 태어나고 두 자매가 부모, 이모와 함께 살아가면서 그들에게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보인다.

 

뇌의 방어기제 역할 덕분에 진실과 기억의 외면이란 상반된 것을 통해 자신의 청춘시절을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던 레이첼의 진실 찾기는 거대한 미지의 숲을 배경으로 다이내나, 샬롯 이모, 레이첼의 숨죽이기 공방전을 펼친다.

 

자연 속에서 새, 거미, 알비노로 태어난 곰과의 대화를 할 줄 아는 레이첼의 독특한 성장이 숲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면을 선사함과 동시에 그녀에겐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용기를 주는 역할을 한다.

 

다이애나의 타고난 반 사회적 성향을 알게 된 부모의 가슴을 치는 아픔을 동반한 모습들은 스릴을 추구하면서 가족 간의 긴밀한 공동체 생활 속에 어떻게 숨을 고르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물음, 공감능력에 대한 부재, 오로지 자신이 추구하는 것만을 향해 이루고야 마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입장은 다른 자식인 레이첼에 대한 사랑의 모습을 통해 아프게도 전해진다.

 

자신의 유일한 혈육이자 반사회적 성격을 지닌 언니를 대하면서 밝혀지는 진실의 향방은 읽는 내내 조여 오는 숨 막힘, 미로 속을 걷는다는 느낌을 주는 숲이 주는 이미지, 그 속에서 들키지 않으려는 자와 찾아내려는 자의 추격전들은 전작인 ‘마쉬 왕의 딸’에서 보인 울창한 숲의 이미지를 생각나게 한다.

 

오로지 하나뿐이자 유일한 친구였고 동반자였던 두 자매의 사악한 비밀이 밝혀지는 성장의 기억들은 우애와 독(毒)을 함께 한 두 여인의 인생을 보인 작품이다.

 

자신의 기억 오류를 통해 점차 밝혀지는 그날의 사건 현장,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선과 악의 공존성을 모두 보인 작품이라 누가 꼭 나쁘고 착한 사람인지를 말하기에는 너무도 아픈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작품이다.

 

전 작품인 ‘마쉬 왕의 딸’을 재밌게 읽은 독자면 이 책 또한 실망하지 않을 작품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