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날의 일기

또 한 해가 지나가는구나

연말이 되니까 한동안 소식이 없었던 사람들로 부터 만나서 밥이나 같이 먹자는

전화가 자주 걸려 온다.

밥이나 같이 먹자, 우리네 정서로는 정말 정다운 말이다.

밥 같이 먹으면서 밀렸던 얘기도 하고 그간의 안부도 서로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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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더러 내가 사는곳에는 눈다운 눈이 아직 내리지 않았다. 눈은 내릴때는

좋은데 내리고 나서 길 미끄러운건 딸 질색이면서도 겨울에는 어쩔수 없이

눈을 기다리게 된다.

눈 오는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도 없는데눈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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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펄펄 눈이 내렸는데 일어나기 싫어서 좀 미적거리다가 나가 보니

어느새 눈이 녹고 있었다. 녹아버려야 길이 미끄럽지 않아서 좋은데하고 생각하면서도

약간은 아쉬운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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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날, 눈 풍경 보다 구름속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햇님에게 자꾸만

카메라를 들이 대 본다.

이 시시한 카메라에도 햇님이 찍혀질까 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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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늘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다. 양지에는 다 녹아 버렸는데도 그늘에서는

이렇게 눈꽃을 피운 나무들이 눈을 호사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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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달 같이 보이는 햇님.

우리 아파트 위로 뜬 햇님이 보름달 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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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완전 보름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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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운동장을 들여다 봤다.

체육시간일까?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 있다. 눈 쌓인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면

재미있을것 같다.

경주에는 좀처럼 눈을 보기가 어렵다.

그런 경주에 5학년때인가 눈이 아주 많이 내린적이 있었지…

그때 우리들은 선생님과 함께 반월성으로 가서 처음으로 눈싸움이라는것도 해보고

눈사람도 만들어 보면서 얼마나 신이 났던지 반세기도 훨씬 전의 그날 풍경이

저 아이들을 보는 순간 어제 일 처럼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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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돌아 교회앞 찻집으로 오니 문 앞에 장식으로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

트리에도 포인세티아 화분에도 눈이 쌓여 있다. 정말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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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으로 들어 가 차 한잔을 하고 싶은데 아직 문이 안 열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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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

우리 모두에게 평화를 주소서

한반도에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소서 하고 가만히 속으로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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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풍경은 어디서 봐도 그저 좋다.

일어공부 가면서 문화센터의 창으로 내다 본 풍경이다. 노란 유치원 차도 지나가고

아직은 덜 녹은 눈이 제법 운치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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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이렇게 속절없이 저물어 가는구나.

한 해가 가고 또 다른 새 해가 온다는게 어쩜 이리도 빠를까?

여행 몇번 다닌것 외 아무런 한 일도 없는것 같다. 이제는 새 해가 와도

다짐할것도 없고 세울 계획도 없고, 그저 세월의 흐름앞에 나를 내려놓고

세월과 함께 따라 흐르고 싶을 뿐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나 기다려 봐야지 ~~

42 Comments

  1. 가보의집

    2010년 12월 17일 at 8:24 오후

    데레사님
    일기를 보면서 설경이 매우 아름답네요
    찻집에는 열려있다면 혼자서라도 들어갈 용기 있었나요ㅎㅎㅎㅎ

    곧 닥아올 크리스마스 곧 닥아올 년말연시을 ….
    감당 해야할 나이입니다    

  2. 데레사

    2010년 12월 17일 at 8:44 오후

    가보님.
    동네 찻집이고 자주 가는 집이라 열려 있었으면 들어갔고 말고요.
    가서 주인하고 동무하면 되지요. ㅎㅎ

    주말, 편히 보내세요.   

  3. 금자

    2010년 12월 17일 at 9:36 오후

    저는 큰언니의 글이 언제 봐도 정겹고 좋습니다.
    큰언니의 글을 읽으며 미소짓습니다.
    큰언니 사시는 모습이 부러울때가 많습니다.
    큰언니, 늘 건강하세요~~ ^^   

  4. 이강민

    2010년 12월 17일 at 9:54 오후

    데레사님, 하늘도, 땅도, 달같은 해도, 데레사님의 마음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동네가 어디세요?
    앤아버에서    

  5. Celesta

    2010년 12월 17일 at 10:31 오후

    이 곳도 오늘 눈이 조금 내렸는데,
    밤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니 녹지 않고 있어요.

    사실 눈 오면 이래저래 불편한 것이 많지만
    겨울이면 눈이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마음인것 같아요. ^^

    눈 길에 조심조심 다니셔요… ^^

       

  6. 오병규

    2010년 12월 17일 at 10:57 오후

    아이고! 참, 누님도….
    화이트 크리스 마스요?

    지겹습니다.
    제설 작업 때문에……

    옆 집 놈들은 나와보지도 않고…
    이런! c부럴 놈들.

    그래도 요즘은 든든한 사위가
    함께 해 주니 얼마나 힘이 덜 든지…(이런 표현이 맞나?).   

  7. 노당큰형부

    2010년 12월 17일 at 11:00 오후

    정말 2010년도 며칠 안남았군요
    지난온 한해도 대과 없이 잘 지내셨을줄 압니다
    내년엔 좀더 즐겁고 활기차게 보내시기 기원 합니다.
    데선배님 화이팅~~~
       

  8. 이나경

    2010년 12월 17일 at 11:06 오후

    화이트크리스마스가 꼭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을 밟으며 성탄미사를 다녀와도 좋겠네요.
    저도 이젠 눈길에 나서면 왠지 너무 조심하게 됩니다.
    혹시라도 넘어지면 어쩌나 싶어서 초긴장을 하게 되더군요.
    사진이 잘 나왔네요.
    좋은 주말 되세요.   

  9. 배흘림

    2010년 12월 17일 at 11:27 오후

    서울은 눈 구경이라도 할 수있으니 그나마 좋습니다. 이곳은 몇년이 지나도 눈 구경하기가 어려워서..

    경주로 가거나 산에 올라야 구경하니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해도 지나 갑니다. 강건 하시길…   

  10. okdol

    2010년 12월 17일 at 11:30 오후

    내년 계획이 없으시다니 섭섭합니다.
    봄에 청산도 가실 때 모시고 가려던 계획을 그럼 접어야 하는건가요?

    절대,,,!! 아니됩니다. ㅎㅎ

       

  11. 아멜리에

    2010년 12월 18일 at 12:00 오전

    햐 그래도 데레사 님은 부지런히 눈을 담으셨네요. 전 삼실에 있다가 잠깐 허락받고 나갔더니 그 사이 눈이 다 녹고 안보이더라구요. 간신히 한장 찍었죠.

    옥돌 님이 데레사 님 내년 계획을 짜주시군요! ㅎㅎ
       

  12. 데레사

    2010년 12월 18일 at 12:10 오전

    금자님.
    고마워요. 언제나 편이되어 주어서.   

  13. 데레사

    2010년 12월 18일 at 12:11 오전

    이강민님.
    여기는 안양시 평촌 신도시에요.
    서울 사당에서 지하철로 한 20분 걸립니다.

    앤아버는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이지요?   

  14. 데레사

    2010년 12월 18일 at 12:12 오전

    첼레스타님.
    아무리 미끄럽다고 해도 눈 없는 겨울은 너무 삭막할것 같지요?
    이렇게 마음은 아직 안 늙어서 탈입니다. ㅎㅎ   

  15. 데레사

    2010년 12월 18일 at 12:13 오전

    종씨님.
    아무리 눈 치우기가 힘들어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되어ㅑ지요.
    ㅎㅎ
    옆집 사람, 왜 눈 안치우는지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16. 데레사

    2010년 12월 18일 at 12:14 오전

    노당님도
    남은 날들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17. 데레사

    2010년 12월 18일 at 12:14 오전

    이나경님.
    미끄러질까봐 걱정하면서도 눈은 기다려 지네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모든 지구인이 다 소망하는것 아닐까요?

    제주에서의 즐거움 많이 누리고 오시기 바랍니다.   

  18. 데레사

    2010년 12월 18일 at 12:15 오전

    배흘림님.
    경주나 울산이나 다 눈 잘 안내리기는 마찬가지에요.
    우리들 어릴적에는 그때 눈 한번 구경하고는 생전에 못했거든요.

    고맙습니다.   

  19. 데레사

    2010년 12월 18일 at 12:16 오전

    옥돌님.
    그런 계획말고요 일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거에요.
    놀러 다니는거야 계획 세울 필요가 뭐 있어요? 호주머니에 돈만
    넣고 훌쩍 떠나면 되는데…..ㅎㅎㅎ   

  20. 데레사

    2010년 12월 18일 at 12:17 오전

    아멜리에님.
    ㅎㅎㅎ 관악산 쪽으로는 눈이 좀 남지 않았을까요?
    부지런해야 눈 구경도 한다니까요.

    주말, 잘 보내요.   

  21. 寒菊忍

    2010년 12월 18일 at 2:29 오전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수가 있나요~~
    건강하게 여행 다시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지요.   

  22. 최용복

    2010년 12월 18일 at 6:30 오전

    누구나 연말이 되면 무언가 허전한 감정들을 느끼죠.

    보름달의 모습 아름답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눈내린 풍경들 인상적입니다!

       

  23. 해 연

    2010년 12월 18일 at 6:40 오전

    물리치료 받고 와서
    두어시간 늘어지게 잠을 잤네요.
    햇살이 거실까지 비쳐줘서 기분좋게 커피도 마시구요.

    빠른세월!
    데레사님처럼 살면 후회는 없을것 같아요.
    어렸을적 친구들과 좋은시간 보네세요.   

  24. 방글방글

    2010년 12월 18일 at 7:07 오전

    왕언니님 ^*^

    우리 모두에게 평화를 주시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시는
    왕언니님의 간절한 기도에 한 마음을 실어 드리며

    크리스마스에 눈을 기다리시는
    왕언니님을 위하여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빌어 드릴게요. ^ ^

    福된 시간 되시고
    평화가 함께 하셔요. ^*^ ^*^   

  25. ariel

    2010년 12월 18일 at 11:14 오전

    저도 눈 오는 날이 기다려져요. 약속한 사람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데 언제나 눈 오는 날이 좋아요.
    미끄러워도.. 잠시 온 세상이 아름다운 화이트..

    이해도 와이트 크리스마스 기다려요. 아이도 안 오고
    아무도 안 오지만.. 그래도^^

    저도 1월부터 일어 공부하려고요. 알아봐야겠어요.   

  26. jh kim

    2010년 12월 18일 at 11:30 오전

    저두요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기다릴랍니다
    갈등과 분쟁이 물러가고
    반목과 질시 아귀다툼하며 타인을 못살게구는 아주 더티한 버릇들은
    이참에 썩 물러가고
    사랑과 화평
    화목과 나눔
    위로와 섬김의 축제가 펼쳐지는곳
    그곳이 우리 대한민국이었슴 참좋겠는데
    기도드립니다 꼭 그렇게 이루어 달라고   

  27. 풀잎사랑

    2010년 12월 18일 at 11:31 오전

    이 늦잠보는 눈은 못 보공.ㅎㅎㅎ~
    질척한 골목만 봤습니닷.ㅋ
    물론 대문지붕에 약간 쌓여있는 걸로 만족했어요.

    발 시려도 걷고만 싶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에궁~!!!
       

  28. 야탑의 하루

    2010년 12월 18일 at 12:06 오후

    데레사님의 일상은 참 참…평화롭군요…
    그리곤 요롷게 차곡차곡 담아 깨우쳐 주시니…   

  29. 綠園

    2010년 12월 18일 at 12:11 오후

    흰눈이 쌓인 풍경을 보는 것은 환상적이지만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서 살면 참 편합니다.
    제가 살아 본 미국 몬트레이와 이곳 시드니에는 눈이 내리지 않아요.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6시간 정도 차로 가면
    스키장이 있는 이곳의 알프스가 있기는 합니다.

    열심히 활동하시는 데레사님
    년말 마무리 잘 하세요~

       

  30. 데레사

    2010년 12월 19일 at 7:20 오전

    최용복님.
    보름달이 아니고 햇님이에요.
    눈 내린 후의 햇님이 꼭 보름달같이 보였을뿐이에요. ㅎㅎ   

  31. 데레사

    2010년 12월 19일 at 7:21 오전

    해연님.
    동창들 모임에서 이제 돌아왔어요.
    어제 밤 이상은 집으로 가고 몇사람만 겨우 남아서 찜질방에서
    밤을 보냈어요.
    모두가 늙은티를 팍팍 내더군요. ㅎㅎ   

  32. 데레사

    2010년 12월 19일 at 7:21 오전

    방글이님.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하고 말고요.
    우리 함께 기도해요.
    평화를 달라고.   

  33. 데레사

    2010년 12월 19일 at 7:23 오전

    아리엘님.
    1월부터 일어 공부 하실려고요? 열심히 해보세요. 저는 이미 10년 정도
    되었어요. 그래도 서툴지만 어느정도는 가능하거든요.
    특별히 무얼 하겠다는것 보다는 그냥 치매예방용이라고 할까요?
    암튼 뭐든 부지런히 하는게 안하는것 보담은 낫다는게 제 주의거든요.
    메리 크리스마스!!   

  34. 데레사

    2010년 12월 19일 at 7:24 오전

    jh kim 님.
    정말 평화로운 우리나라를 꿈꿉니다.
    다시는 전쟁도 일어나지 말고 폭력다툼도 없어지고…
    그러길 저도 바라거든요.   

  35. 데레사

    2010년 12월 19일 at 7:24 오전

    풀사님.
    ㅎㅎㅎㅎㅎ 자느라 눈도 못봤다구요?
    세상에 이럴수가??   

  36. 데레사

    2010년 12월 19일 at 7:25 오전

    하루님.
    반갑습니다. 잘 계시지요?
       

  37. 데레사

    2010년 12월 19일 at 7:26 오전

    녹원님.
    저도 부산이나 경주에 살적에는 눈 구경을 거의 못했어요.
    눈 내리면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낭만은 눈에서 오는건데 좀
    아쉽기는 하지요.

    건강 하십시요.   

  38. 진수

    2010년 12월 19일 at 1:48 오후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안 춥구로 난방도 잘 때고
    온도 따습게 하이소오.   

  39. 데레사

    2010년 12월 19일 at 6:32 오후

    진수님.
    그렇지요? 세월 너무 빠르지요?   

  40. 揖按

    2010년 12월 19일 at 7:05 오후

    새해엔 온라인 선도로 수련을 하십시오.
    건강하실 때 건강을 지켜야지요 …
       

  41. 데레사

    2010년 12월 19일 at 7:23 오후

    읍안님.
    고맙습니다. 단전호흡을 오래했기 때문에 따라 하기가 많이
    어렵지는 않을겁니다.   

  42. 블로그 관리자

    2015년 12월 29일 at 5:19 오전

    한국인님.
    아직은 걸을수 있는것 만으로도 축복이겠지요.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은 뭔가 잃어버린듯한 기분이 드는것 또한
    숨길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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