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주민센터에서 12년동안 일본어를 가르쳐 주신 아이가와 루리코
선생님과 어제 아쉬운 작별을 했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시간들, 강산이 바뀌고도 남는 긴 시간동안을 우리를
가르쳐 주어서 이제는 왠만한 대화는 거리낌없이 할 수도 있고 사전없이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는데 갑작스레 주민센터의 사정으로
선생님이 그만두게 되어서 너무나 서운하다.
주민센터에서 공부하는 성인이면서도 우리는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일본어능력시험
에서 높은 급수로 합격도 여럿이 했고 안양시의 자매도시인 일본의 도코로자와시의
행사에 참석해서 그곳 시민의 가정에 홈스테이도 했었던 여러 일들이 필름처럼
스쳐지나가는 지난 12년의 세월, 우리는 많은것을 함께해 왔었는데, 옛말에 드는 정은
몰라도 나는 정은 안다드니뭔가 소중한것을 잃어버린것 같은 섭섭함이 가슴에
가득 차 오른다.
퇴직을 막 하고 무얼하며 세월을 보낼까에 골몰하고 있었을 때 마침 주민센터
에서 일본어강의를 한다는 반상회 홍보를 보고 등록해서 학교 다닐때 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하면서 치매예방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한다면서 깔깔거리고
다녔었는데….
물론 새로운 선생님으로 편성된 반에 등록은 했지만 지금처럼 신나게 공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마지막 수업이라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웃으며 포즈를 취해 준 선생님.
12년전 처음 만났을 때는 날씬하고 예뻤었는데 선생님도 어느새 나이가
들고 몸이 좀 풍성해 지셨다.
아이가와 선생님 남편분은 한국사람이다. 한국사람과 결혼해서
아이 셋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안양시의 이곳 저곳에서
일본어를 가르친다. 주민센터나 복지관 같은곳의 일은 솔직히
자원봉사 차원이지 벌이는 되지도 않는데도 정말 열심히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회비를 모아 송별회의 자리를 마련하고 간단한 선물과 함께
각자의 마음을 담은 카드도 건냈다.
선물로 드린 마후라를 펼쳐보이며 즐거워하는 선생님.
우리동네의 툇마루라는 한정식집에서 조촐한 송별회, 막내인
수경씨가 막걸리를 따라 드린다.
11,000 원 하는 점심특선, 값에 비해서 푸짐하다.
들깨탕과 계란찜도 나오고
우리 모두는 오늘은 다이어트 중단이라고 하면서 배터지게 맛있게
먹는다.
밥은 저렇게 한숟갈 정도지만 나물을 넣고 비비니까 그 양이 적지는
않았다.
밥반찬으로 나온 조기구이와 된장찌게도 맛있다.
누룽지와 치자차가 후식으로 나오고…
선생님은 다른 곳의 오후 강의가 있어서 바쁘게 자리를 뜬다.
우리는 왠지 허전하고 아쉬워서 함께 공부하는 경방씨의 집으로
수다를 떨러 갔다.
경방씨는 베란다 가득 꽃을 가꾸고 있는데 예쁜 꽃들이 많아서
사진을 몇장 찍었다.
화분가꾸기를 잘 못하는 내게는 부러운 일이다.
같이 공부하던 일어 고급반 14명중 6명만이 새롭게 편성된 반에
등록을 했다. 나머지 분들은 좀 쉬거나 다른곳을 알아본다고 등록을
안했다.
어차피 나야 뭐 치매예방용 정도로 생각하고 다니니까 멀리 가는건
귀찮고 해서 수준을 한단계 낮추지만 그냥 등록을 했다.
일단 다녀봐야 알것 같아서…
외국어라는게 그렇다. 금방 외웠다가도 금방 잊어버리고….
12년동안 공부했다면 엄청 잘할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그저 일상의 회화나 조금 하는 정도, 책 읽는 정도, 뉴스처럼 아나운서가
빨리 하는 말은 못 알아듣는것도 많고… 그런 수준일뿐이다.
일주일에 두번, 두시간씩… 재미있게 보냈다.
그것만으로도 대만족의 시간들이다.
아이가와 선생님과 같이 공부했던 사람들 모두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옛말 그런게 하나도 없다고 늘 말씀하셨던 울 엄마 말이 딱 맞다.
드는 정은 몰라도 나는 정은 안다고.
너무 아쉽고 허전하다.
선생님 부디 건강하시고 또 만나길 바래요. ^^ ^^
그간 고마웠습니다.
^^ ^^ 잠깐 일본 다녀 옵니다. ^^ ^^
가보의집
2013년 3월 27일 at 8:19 오후
데레사님
12년이면 정말 정이 가득 하지요
너무 섭 섭 하셨겠어요
일본어 제법 하시겠어요 일본여행할때 좋았겠어요
댜행이 다음타자가 대기하니 좋겠습니다
부럽네요 치매 예방 친구 사귀고 넘 넘 좋겠어요
오랫만에 일등 인데요
mutter
2013년 3월 27일 at 8:39 오후
이 음식 가격대비 정말 푸짐합니다.
일주일에 4시간을 공부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는 4시간을 앉아있지 못할 것 같거든요.
허리도 아프고 앉아만 있으면 발이 시리거든요. ㅎㅎ
일본 잘 다녀오세요
미뉴엣♡。
2013년 3월 27일 at 8:49 오후
정말 아쉬운 작별이네요 일본어 선생님과..ㅎ
외국어라는 것 반복이 중요한거니까요 그
선생님과 일본어 공부 좋은시간 보내신듯~
그동안 수고하셨고 테레사님도 애쓰셨어요..ㅎ
오병규
2013년 3월 27일 at 9:47 오후
선생의 남편이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덕성 있게 생긴 선생님인 것 같습니다.
날씬하고 이쁜 것도 좋지만 인격이 묻어나는 그런 모습이
참 보기 좋은 우리네 아줌마 같은 그런 인상이십니다.
데레사
2013년 3월 27일 at 10:04 오후
가보님.
반갑습니다. 일등하셨으니 상 드려야겠어요. ㅎㅎ
고맙습니다.
데레사
2013년 3월 27일 at 10:05 오후
무터님.
일주일에 네시간, 수, 금요일 마다 하루에는 두시간씩이었어요.
그것도 한시간 하고 좀 쉬고요.
우리동네 오시면 이 집에 한번 모실께요.
데레사
2013년 3월 27일 at 10:05 오후
미뉴엣님.
외국어라는게 안하면 금방 잊어버려요.
더우기 나이들어서 배운건 더 심하지요.
탱큐에요.
데레사
2013년 3월 27일 at 10:06 오후
종씨님.
선생님 참 덕성스러워 보이죠?
처음 봤을때는 날씬하고 예뻤어요. 그 모습이 세월이 흐르면
변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좋은 인물이에요.
물론 마음씨도 좋고요.
좋은날
2013년 3월 27일 at 10:10 오후
든 자리는 없어도 난 자리는 있다는 말.
살아가면서 사람들과의 이별이 있을 때는 특히나 서운하더구먼요.
가만 생각해보니
인쟈 새로운 인연을 쌓아가는 일보다 지금 맺어진 인연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 다져갈 일이었습니다.
소일을 하시던 주민센타의 일본어 강의가 없어지는구먼요.
사요나라!~ ㅎ
데레사
2013년 3월 27일 at 10:17 오후
좋은날님.
없어지는게 아니고 세개의 반이 두개의 반으로 편성되는거에요.
그래서 한단계 낮지만 등록하긴 했는데 4월 1일 부터 다녀봐야
알것 같아서요.
뽈송
2013년 3월 27일 at 10:23 오후
12년 씩이나 일어를 공부하셨으니 잘하시리라 믿어집니다.
언젠가 일본 여행중에 마음껏 일본어를 구사하셨던 것도 생각납니다.
전 외국어 잘하시는 분들 보면 부러워서요..
데레사
2013년 3월 27일 at 10:27 오후
뽈송님.
세월이 비해 잘하는건 아닙니다.
열심히 했어도 자꾸 잊어 먹어서요. ㅎㅎ
노당큰형부
2013년 3월 27일 at 11:13 오후
ㅎㅎ 데누님이
카드에 한글로 相川 선생님 에게 쓴 글도 보입니다.^^
고마웠다고요 ^^
모가비
2013년 3월 28일 at 12:34 오전
서운 하시겠습니다…
건강히 잘 다녀 오세요~~
흙둔지
2013년 3월 28일 at 1:05 오전
회자정리란 말도 있듯이 쿨하게 지내시고요…
벚꽃 구경 신나게 하시고 무탈하게 돌아 오시기를…
雲丁
2013년 3월 28일 at 1:17 오전
참 훌륭하십니다. 12년 동안 어학공부를 하셨으니요.
우리는 헤어짐에 익숙치 못한 정이 많은 민족 같아요.
새로운 선생님을 통해 즐거운 시간 지속되시기 바랍니다.
일본여행 잘 다녀오시고요.
한국인
2013년 3월 28일 at 2:53 오전
저 위에 선물로 드린 마후라를 펼쳐보이며
즐거워하는 선생님이라고 하셨는데
선생님의 얼굴이 안 보여서 확인이 안되네요.
진짜 즐거워하셨는지 아니면 서운해서
눈물이 글썽이셨는지… 하하하
그 선생님 한국인과 결혼해서 그런지
전혀 일본사람 같지가 않군요.
퉁퉁한게 꼭 한국사람 같애요.
해맑음이
2013년 3월 28일 at 4:20 오전
그렇군요. 12년… 짧지 않은 시간들인데…
더이상 함께 하지 못하는 섭섭함과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것 같네요.
뭐든 열심히 하시는 데레사님 멋져요^^
일본 가시는군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최용복
2013년 3월 28일 at 4:48 오전
그럼요, 외국어는 꾸준히 공부하고 자주 써보아야
실력이 느는거죠.
반찬들 먹음직스럽고, 아시는분의 화분가꾸는 모습들 작품이네요~~
리나아
2013년 3월 28일 at 5:21 오전
데레사님 글씨, 너무 멋져요… 아주 유연하고 자유로운 필체시네요.
일본여행은 어느쪽으로 갔다오시는 걸까요~~? 궁금해집니다.
벌써 출발..? 도착..?
즐거운시간되시구요…
나의정원
2013년 3월 28일 at 5:51 오전
사제지간의 정이 참으로 아름다워보입니다.
아마 선생님도 잊지 못하실 것 같네요.
일본 여행 잘 다녀오세요.
산성
2013년 3월 28일 at 6:03 오전
여행 잘 다녀 오시고요.
그동안의 일어 공부, 백퍼센트 실력발휘도 해보시구요.
긴 시간동안 변함없이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서로를
감사하며 존중해드렸기 때문이겠지요?
금자
2013년 3월 28일 at 6:10 오전
저도 교회캠프 갔다오느라고 오늘서 뵙습니다.
좋은 선생님과 이별하셨습니다. 일본 잘 다녀오십시요.
풀잎사랑
2013년 3월 28일 at 7:04 오전
오랜 시간 동안 정말 있는 정, 없는 정.
자 드셨을건데
서운하시것습니다.
마후라도 쎄련.ㅎ
잘 다녀 오세요~
좋은 곳 많이 보시고 맛난 것도 많이 드시고요.
해 연
2013년 3월 28일 at 8:39 오전
잘 다녀오세요.^^
페이퍼
2013년 3월 28일 at 9:41 오전
에에~?
일본어 선생님과 헤어지신 마음을 달래시려고 일본까지 가신 건가요?ㅎㅎ
재미있게 잘 다녀오세요~~
12년동안 배우셨으면, 아니 고급반이시면 일어를 꽤 잘하실텐데 겸손이시죠?
저는 초급일어 강의를 한 학기 들었었는데 일본 수녀님이 연세가 높으셔서 강의중에도 틀니를 꼈다 뺐다… 어찌나 발음이 안되시는지 맨앞에 앉아서도 득도하는 마음이었죠.ㅋㅋㅋ; 그후 독학으로 중급까진 했는데 여전히 도돌이, 도돌이~~~ 일어는 처음엔 쉽지만 갈수록 어려워져서 고급과정은 꿈도 못꾸고 있어요.ㅠ.ㅠ
綠園
2013년 3월 28일 at 12:20 오후
12년이면 초등하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마치는 기간이니 긴 시간이죠.
더구나 아주 좋은 선생님이시니 헤어짐이 무척 섭섭하셨을 수 밖에요.
외국어는 강의를 통해서 보다는 외국인과 어울리는 기회를 많이 갖을 때
더 많이 그리고 잘 습득이 되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즉 쓸 기회를 만드셔야 좋습니다.
일본 여행 잘 하시고 무탈하게 귀가하시길 빕니다.
말그미
2013년 3월 28일 at 1:15 오후
정도 많이 드셨지요, 그 일본어 선생님과?
공부도 많이 하셔서 일본 여행에서도
거의 불편이 없으시겠어요.
여행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summer moon
2013년 3월 28일 at 5:30 오후
‘드는 정은 몰라도 나는 정은 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가끔 멈춰 서서 얼마나 정이 들었는지
일부러라도 확인을 하면서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구요.^^
12년이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들인데 정 많이 드셨겠어요.
이번 일본 여행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
아멜리에
2013년 3월 28일 at 8:30 오후
루리코 선생님 인상이 너무 좋으세요!
나도 저런 선생님이라면 즐겁게 일본어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루리코 선생님은 또 어디서 가르치시나요? ㅎㅎ 수소문해서 제자가 되어볼 것이남?
경방님 댁 베란다 우와 온갖 화초들이 만발! 베란다 정원 대단합니다.
또 일본 가시는군요. 좋으시겠다.. 나는 언제 가보남.. 흑,
풀잎피리
2013년 3월 29일 at 7:50 오전
으…군침에 미소가 ㅎㅎㅎ
봄이 왜 이리 빨리 가나요?
김현수
2013년 3월 30일 at 5:29 오전
오랜 시간동안 배우셨던 일본어 강의를 일본에 가셔서 실전에
응용하셔서 완성하시길 바라며 좋은 여행 되십시요.
데레사
2013년 3월 31일 at 9:15 오후
고맙습니다.
3박 4일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어제 돌아왔습니다.
빈 집 방문해 주신 모든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샘물
2013년 4월 2일 at 12:43 오전
아이가와 선생님, 아직도 후덕하고 예쁘신 모습이네요.
일어 이야기라면 언제나 귀가 번쩍 뜨이지요.
12년, 참 오랜 시간이네요. 일본에서 12년이었다면야 일본 사람이 다 되셨을 터인데…
외국어 어려워요. 저는 아직도 일어에 애착이 있는데 영어가 극복이 안 되어 언제까지나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말은 조금 하고 알아듣는 것은 못하지요. 일본에 있으면서
일본 사람들과는 거의 접촉을 못해보고 산 모순 때문에…
일본은 보고 싶은 수녀님들이 계셔서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인데 그도 못하고요.
벌써 다녀오셨군요.
와암(臥岩)
2013년 4월 2일 at 12:44 오후
‘치매 예방차원’이라고 말씀하셨군요. ^^*^^*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으시곤 너무 겸손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주 섭섭하시겠습니다.
상당 기간 말예요.
요즘은 깜빡깜빡하는 일이 너무 잦아졌습니다.
동사무소에 볼 일 보러 갔다가 안경을 놓고 오지 않나~
한전에 갔다가 차 열쇠를 두고 나오지 않나~
.
.
.
아마 치매 초기증상 같습니다.
내외가 다 마찬가집니다. ^^*
섭섭한 마음 접으시고,
더 열심히 공부하시길 빌면서,
추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