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반찬이 좋아 우이동까지 전철타고 버스타고, 서당골

젊은날에는 우아하게 칼질하는 음식점을 가는게 좋았다.

밥이야 집에서 맨날 먹는것이니 굳이 돈주고 사먹을것 까지 없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모일 때 마다 경양식집 같은데서 칼들고 포크들고

함박스틱이나 무슨수슨 까스니 하는걸 먹는걸 즐겨했었다.

이제 칠십도 중반에 접어 든 우리들이 요즘 자주 찾는 집은 멀고도

먼 우이동에 있는 서당골이라는 조촐한 나물반찬이 주로 나오는

집이다. 나물반찬이 고기반찬 보다 손이 더 많이 가고 귀찮아서

집에서 해먹기 어렵다는게 이유중 하나다.

우리 아이들은 말한다.

엄마 그까짓 나물 먹자고 그 먼데를 전철타고 버스타고 두시간씩이나 걸려서

가요? 라고.

그 말에 대한 내 대답은 너도 늙어봐라 다. ㅎㅎ

서당골1.jpg

집앞에서 북한산 인수봉이 보인다. 4,19묘지 두정거장전에서 내리는데

우리집에서 갈려면 집에서 마을버스로 전철역, 4호선 전철타고 수유역에서

내려서 우이동행 버스 또 타고… 많이 번거롭긴 한다.

그럼에도 매월 9일 우리들 경주여중고 친구들은 여기서 만난다.

우리집 보다 더 먼 용인에서 오는 친구들도 있고 모두가 멀리서 온다.

서당골2.jpg

너무 멀어서 오는데 지쳐서 들어올때는 모두들 짜증나는 얼굴이었다가도

음식이 나오면 금방 즐거운 얼굴로 변해 버리고 다음달에도 또 여기서

하는 말들이 나와서 다음달 예약까지 하고는 헤어진다.

서당골3.jpg

우리가 시키는 음식은 언제나 10,000 원 짜리 서당골 정식이다.

여기에 늙은호박전이나 파전을 추가로 시키기도 하고.

어느때는 오랜 단골이다 보니 주인측에서 서비스로 호박전을

줄 때도 있다.

서당골4.jpg

상이 차려지기 시작한다. 우거지무침에 고구마줄기무침, 그리고 명이나물에

들깨우거지탕, 된장찌게…..

서당골5.jpg

상이 다 차려지기를 기다려서는 사진을 못 찍는다.

한가지씩 놓이기 시작하면 벌써 젓가락들고 먹기 시작하니까.

서당골6.jpg

밥이 흰쌀밥이라 좀 거슬리긴 하지만 반찬들은 다 나이 든 우리가

좋아하는것들이다.

블로그 이웃이신 카나다의 이정생님도 친정이 이 부근이라서 한국에 오면

어머님을 모시고 여기 잘 온다고 했었는데….

서당골7.jpg

해물이 듬뿍 든 파전과 늙은호박전이다. 반씩 잘라서 양쪽 상에다

놓았다. 늙은호박전은 우리 고향에서는 자주 해먹는 음식이다.

‘늙은호박을 숟가락으로 긁어서 거기에 밀가루를 약간 넣어서 부친것인데

우리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나이들어 가면서 먹고싶다고 느끼는 음식은 결국 어릴때 먹고 자란 음식들이다.

절대로 곰발바닥요리라든가 제비집요리 캐비어같은 고급 음식은 아니다.

어릴적, 먹고 자랐던 그런 음식들이 먹고 싶은것이지…

6월 9일에도 여기서 만나자고 예약 해 놓고 헤어졌다.

여기서 만나는지가 어언 한 10년 되어 가는것 같은데도 실증이 안나니 우리도

참 괜찮은 단골이다. ㅎㅎ

38 Comments

  1. 오병규

    2014년 5월 14일 at 11:18 오후

    이건희가 저런 영양식을 했다면 저리 아프지 않았을 텐데…
    우와! 정말 대단한 상차림입니다.

    미국에 갔디만, 썰렁한 설렁탕 한 그릇에 15불(팁 포함)이상,
    뭐 시시한 김치찌개 하나도 15-6불 하니….
    우리는 뭐래도 먹거리에 관한 천국입니다.

    느님! 맛 난 거 많이 잡수시고 오래 사세요!   

  2. 데레사

    2014년 5월 14일 at 11:21 오후

    종씨님.
    나도 뉴욕에서 설렁탕집을 갔는데 세상에 먹기도 전에 팁부터
    내라고 하더라구요. 단체손님이라 그냥 가는 사람도 많다고 하면서.

    우리나라 좋은 나라죠.
    팁 안줘도 고맙다고 하고요.   

  3. 雲丁

    2014년 5월 14일 at 11:25 오후

    아침식사 전이라 나물들을 보니 구미가 당깁니다.
    신기해요. 나이들어 갈수록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을 찾게 되더라고요.
    늙은 호박 부침은 처음 보네요.
    맛은 좋을 것 같아요.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4. 데레사

    2014년 5월 14일 at 11:32 오후

    운정님
    우리고향에서는 늙은호박전을 많이 해먹어요.
    호박은 누구나 집에서 심으니까 출출할때 한 덩이 꺼내서
    부쳐주면 달콤해서 아주 맛있었거든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5. 睿元예원

    2014년 5월 15일 at 12:39 오전

    전에 모임가서 먹은 메뉴와 비슷해서 미소가 피네요.
    깔끔하고 신선한 음식은 만족감을 주잖아요.
    데레사님 고우분들의 만남이 더해 더 좋으셨던 것 같아요.
    좋은 음식 좋은 친구분들과 보내셨으니 단연 최고 입니다.
       

  6. 벤자민

    2014년 5월 15일 at 1:14 오전

    메뉴표의가격을보면은
    한국도 여기에비해많이싼편은아니군요
    다만 한국은 따라나오는게 아주화려합니다 ㅎㅎ

    아무래도 미국이나 이쪽은 물가가
    상대적으로많이비싼편이죠
    여긴 팁이 의무적인건아닙니다만
    호주사람들은 택시타고가거나 식당가면은 다어느정도주고가지요   

  7. 바위

    2014년 5월 15일 at 1:41 오전

    나이들어 가니 서양요리보다 우리 음식이 더 땡깁니다.
    상차림을 보니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도 눈에 띄네요.^^
    저는 보글보글 끓는 구수한 된장찌개에 눈길이 자꾸 갑니다. ㅎㅎ

    제 고향에서도 호박전을 자주 먹었습니다.
    의외로 맛이 고소하고 깔끔했단 기억이 납니다.
    물론 요즘은 얻어먹기가 어렵지요.^^
    저도 저 집을 한 번 찾아갈까봅니다.    

  8. 해 연

    2014년 5월 15일 at 2:52 오전

    우리집에서는 버스 한번만 타면 되요.
    형제들 모임에 가야겠어요.

    해물파전, 침넘어 가구요.
    저녁에 뭘할까 생각중이었는데 된장찌게로 결정했습니다.ㅎㅎ   

  9. 좋은날

    2014년 5월 15일 at 2:52 오전

    저도 이런 나물집이 제일로 좋습니다.
    고기반찬은 점점 멀리하게 되네요.

    산채비빔밥이 제일 입에 맞고 맛납니다.

    도심에도 산골같이 나물 푸성귀로 식단을 올리는 집이 많습니다.
    중,장년층의 입맛을 따라가면서
    특화하면 성공하리라 여겨집니다.

    멀어도 맛따라 가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진수성찬입니다.

       

  10. 가보의집

    2014년 5월 15일 at 2:55 오전

    데레사님
    매달모임에 갈만한듯 하네요
    마치 사찰 음식처럼 맛이 좋을듯하네요
    아주 어릴때 우이동 작으마한 절에 가서 먹어본적이 있거든요
    사찰음식 산속에서 재배한것이라서 맛있드라고요
    해물파전도 먹음직 하네요    

  11. 데레사

    2014년 5월 15일 at 6:32 오전

    예원님.
    옛날에는 칼질하는 음식이 좋았는데 이제는 우리 토속적인
    음식이 좋아요.
    저뿐만 아니고 친구들이 다 그래요.   

  12. 데레사

    2014년 5월 15일 at 6:33 오전

    해연님.
    4,19쪽 가는 버스타고 강북성모병원앞에서 내리면 바로 거기에요.
    병원이 크지는 않지만 정류장 이름이 성모병원이에요.

    형제들 모임에 가시면 좋을거에요.   

  13. 데레사

    2014년 5월 15일 at 6:33 오전

    벤자민님
    호주는 그렇군요.
    미국은 아주 의무적이라 안주고 나오면 따라 나와서 달라고 해요.
    자장면 한그릇 먹고 팁 줄려면 좀 아깝지요.

    우리나라는 팁은 안줘도 되지만 어쩌다 주면 서비스가 완전히
    달라지는것도 재미있어요.   

  14. 데레사

    2014년 5월 15일 at 6:34 오전

    좋은날님
    이집도 예약없이 가면 줄서야 돼요.
    사람이 아주 많거든요.

    어쩔수 없이 나이들어가니 어릴때 먹고 자란 음식이 그리워요.   

  15. 데레사

    2014년 5월 15일 at 6:35 오전

    바위님
    경상도에서는 늙은 호박을 속을 긁어내어 전을 부쳤지요.
    명절에 아마 재료가 부족해서 그했지 않았나 싶어요.
    호박 한덩이면 많거든요.

    찾아 가 보시면 후회는 없으실거에요.   

  16. 최용복

    2014년 5월 15일 at 6:37 오전

    우이동에 저런 좋은식당이 있군요^^

    해물파전, 된장찌게 나물들 먹음직스럽습니다~~

    저도 저런 음식들이 좋죠!   

  17. 데레사

    2014년 5월 15일 at 6:38 오전

    가보님
    그렇습니다.
    멀어서 가는게 힘들긴 해도 이 집 음식맛 때문에 여기로
    갑니다.
    그리고 방도 하나 내어주니까 수다떨기도 좋고요.   

  18. 데레사

    2014년 5월 15일 at 6:42 오전

    최용복님
    미국서는 먹기 어려운 음식들이죠?
    워싱턴 부근 애난데일이란 곳에 가면 한국음식점들이 많은데
    그런데 맛이 틀리더라구요.
    여기하고 미국이.

    구경만 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ㅎㅎ   

  19. 미뉴엣♡。

    2014년 5월 15일 at 8:32 오전

    역시 우이동이라 북쪽의 청정
    마을인 듯합니다 상당히 푸짐
    해 보이는데 가격면에선 그리
    만만치는않네요..ㅎ 호박부침
    맛있어 보이는데 좀 탄듯하죠.

       

  20. 방글방글

    2014년 5월 15일 at 10:32 오전

    왕언니님~

    ‘세월가며 입맛이 변한다’고 하시던
    어르신들 말씀에 고개가 끄뎍여집니다.

    한창 활동이 많고 젊은 시절에는 육류를
    많이 찾고 나이가 들수록 생선과 나물을
    가까이 하게 된다고 자주 들었던 얘기도
    함께 생각이 납니다.~~

    10,000원 정식에 푸짐한 나물반찬이랑 생선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해물파전과 늙은호박전에도요.
    에고, 저녁시간이라 상위의 모든 음식이 다 맛나 보입니다. ^ ^

    길은 멀었지만 좋아하시는 음식 잡수시며
    즐거운 시간 되셨으리라 사려됩니다.
    맛난 음식 많이 드시고 건강한 나날 맞으셔요. ^*^ ^*^
       

  21. 데레사

    2014년 5월 15일 at 10:51 오전

    방글이님.
    고마워요.
    정말 세월 흐르니까 입맛이 변하네요.
    이젠 고기는 별로거든요.   

  22. 데레사

    2014년 5월 15일 at 10:52 오전

    미뉴엣님.
    우리는 10,000원짜리 한정식을 먹기 때문에 가격에
    큰 부담 없어요.

    아마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드실려면 좀 비쌀거에요.   

  23. dotorie

    2014년 5월 15일 at 11:42 오전

    에고~~~갑자기 배가 고파집니다.
    한국가면 가볼 리스트에 올립니다.

    "너도 늙어봐라"
    울엄마 18번, 지금은 제 18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ㅎㅎㅎ   

  24. 데레사

    2014년 5월 15일 at 1:33 오후

    도토리님
    그러셨군요. 어머님의 18번이 대물림하네요.
    울 아들도 좀 더 있으면 그 소리할것 같아요. ㅎㅎ

    한국 오면 초대할께요.   

  25. 이정생

    2014년 5월 16일 at 2:27 오전

    ㅎ 오랜 만에 데레사님 블로그 방문하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그 식당에 대한 포스팅을 접했네요. 반가운 마음에 잽싸게 클릭했습니다. 게다가 저까지 언급해주시고… 일단 음식에 눈이 먼저 가 추억에 젖어들었고, 저희도 가면 서당골 정식에 호박전을 자주 먹어 또 반가운 마음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저희는 감자전도, 가끔은 또 조조막걸리도 시켜 먹곤 한답니다. 전 나물들도 다 너무 맛있고, 곰취나물도 맛있더라고요.   

  26. 한국인

    2014년 5월 16일 at 3:08 오전

    태양에 말린 시래기(우거지)가
    정말 정말 좋은 음식입니다.

    요즈음 저는 울 마누라가 만든
    죽순, 풋마늘대, 취나물, 오가피싹, 연근 등
    간장 장아치 맛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역시 우리 음식이 최고여~~~   

  27. 김상수

    2014년 5월 16일 at 3:17 오전

    보약이네요 보약 .   

  28. 샘물

    2014년 5월 16일 at 4:44 오전

    식당 메뉴판을 보니 8도의 음식이 아니라 국제적인 음식이네요. 한식이라도 재료의 본산지는…
    저는 음식을 찾아 멀리 가본적이 없는 것을 보니 식도락과는 거리가 있지요.
    그래도 맛있는 음식은 포식을 하게 되요. 반찬들이 맛있어 보이네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상상을 하는 동안 분비되는 분비물과 걸리는 소요시간으로 시장끼도
    더해지니 멀리 가서 먹는 음식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고 해요.   

  29. 연담

    2014년 5월 16일 at 8:30 오전

    아~~ 아주 맘에 드는 음식들이네요.
    저도 다음에 꼭 한번 가봐야겠어요.
    가격도 마음에 드는군요…ㅎ   

  30. 연담

    2014년 5월 16일 at 8:49 오전

    위치 볼려고 검색했더니 분당에도 있더군요.
    같은 로고 쓰는 걸 보니 아마 분점 , 본점 관계인가봐요.
    저는 분당이 더 가까운데….
    그래도 어쩐지 수유리가 더 진국일것 같네요.   

  31. 배흘림

    2014년 5월 16일 at 8:56 오전

    점점 육식보다는 채식
    복잡한 음식 보다는 간소하고 담백한 것이 좋아지니 나이가 드나 봅니다.
    서울에는 좋은것도 많습니다.   

  32. 데레사

    2014년 5월 16일 at 9:04 오전

    이정생님
    여기 갈때마다 생각해요.
    어머님과 함께 여기 들렸을텐데 어느 자리에 앉았을까 하고요.
    다음 귀국하면 우리 여기서 같이 밥 먹어요.
    호박전도 먹고요.   

  33. 데레사

    2014년 5월 16일 at 9:04 오전

    한국인님
    그렇고 말고요.
    역시 우리에겐 우리음식이 최고죠.   

  34. 데레사

    2014년 5월 16일 at 9:05 오전

    김상수님.
    보약 맞아요.   

  35. 데레사

    2014년 5월 16일 at 9:07 오전

    배흘림님
    네, 서울에는 많이 다양합니다.
    이렇게 시골스러운것도 있고요.   

  36. 데레사

    2014년 5월 16일 at 9:09 오전

    샘물님
    이제는 우리 식재료들이 세계적으로 되어 버렸어요.
    수입품도 많고 잘 안잡히거나 거의 멸종된것들도 있고 해서
    멀리 남미에서 까지 수입을 해요.

    그래도 역시 우리식으로 만드니까 우리음식이죠.   

  37. 데레사

    2014년 5월 16일 at 9:09 오전

    연담님
    마음에 드세요?
    한번 가보세요.   

  38. 데레사

    2014년 5월 16일 at 9:10 오전

    연담님
    판교에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분당은 잘 모르겠지만 체인점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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