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들판을 걸으며 산뜻한 상쾌에 취하다

가을, 단풍구경도 좋고 코스모스나 국화를 보러

떠나는것도 좋지만 이따금씩 나는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벼가 익어가고 김장배추가 자라고 고추잠자리가 날아

다니고 있는 들판을 걸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고향에 온듯한 기분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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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산 가을길에

물마시고 가보시라

수정에 서린 이슬을 마시는 산뜻한 상쾌이리

이 강산 도라지꽃빛 가을하늘아래

전원은 풍양과 결실로 익고

빨래는 기어이 백설처럼 바래지고

고추는 태양을 닮아간다

산은 산대로

들은 들대로

빛도 고운색채 과잉의 축연

그 사이로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은

하늘과 구름과 가즈런히 멀기도 한데….

나는 가을만 되면 한하운님의 국토편력의 이 시를 외우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이 다음은 그분이 한센병에 걸려 소록도를

향하여 가면서 아픈 마음을 노래했기 때문에 눈물이 나서 여기까지만

외우고는 그만 둔다.

아름다운 우리강산의 가을을 노래한 시가 이뿐만은 아니지만

이 강산 가을길을 떠나면 수정에 서린 이슬을 마시는 상쾌라는 표현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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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강산의 들판이다. 어릴적 논둑길을 뛰어다니며

메뚜기를 잡던 생각이 나서 자세히 들여다 봐도 지금은 메뚜기도

방아깨비도 보이질 않는다.

어린 우리들은 나락을 한줄 뽑아서 메뚜기를 잡아 거기에다 꿰어서

집으로 돌아와 소죽 쑤는 아궁이에다 구워먹곤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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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높고맑은 하늘을 쳐다만 봐도 수정에 서린

이슬을 마시는 상쾌함이 온 몸을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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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슨 일로 벼가 누워버렸을까?

저렇게 되면 추수하는데 지장이 올텐데 농부의 마음을 생각하니

나도 안타까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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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가고 벼가 옆으로 누으면 그걸 일일히 손으로

일으켜 세우던걸 보면서 자랐는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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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쳐다봐도 멋진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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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잠자리 한마리가 날아다니다 살포시 앉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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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셔터를 눌러도 날아가지도 않고 폼을 잡아 주는

고마운 고추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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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는 배추,파, 가지, 무 가 자라고 있다.

이 싱그러움을 보는것도 수정에 서린 이슬을 마시는 상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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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가을걷이를 시작하지 않아서 들판은 풍요롭다.

가슴 답답할 때 가까운 곳으로 나가 벼도 보고 배추도 보고

높은 하늘도 보고…..

사람사는게 참 별것도 아닌데, 이런 사소한것에서 잔잔한

행복을 느껴보는것도 참 좋구나.

이 강산 가을길에 물마시고 가보시라

수정에 서린 이슬을 마시는 산뜻한 상쾌이리니…

42 Comments

  1. 미뉴엣♡。

    2014년 10월 5일 at 7:14 오후

    네~ 그래요.. ^^ 가을 들판에
    꽃들도 예쁘지만 연노랑색
    벼가 익어가는 상태, 색상변화
    우아한 노랑색 유화, 대작을
    보는 듯~ 이 때 쯤이면 차창
    으로보이는 명화 한장면이죠..ㅎ

       

  2. 가보의집

    2014년 10월 5일 at 8:16 오후

    데레사님
    지금 한창 가을에 익어가는 벼들입니다
    우리방에서 보이는것 도 나들이 갈때 주위에 벼들이 고개 숙이고 있어요
    농천에 살다보니 게절의 느껴지지요
    고추잠자리 예주예쁘네요

    또 새로운 한주 입니다 즐겁게 지나세요
       

  3. jh kim

    2014년 10월 5일 at 8:49 오후

    풍요로운 가을들판
    나어릴적에 뛰어놀던곳
    소몰고 다니던그길을 다시금 바라봅니다
    데레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4. 데레사

    2014년 10월 5일 at 10:36 오후

    jh kim 님
    그러셨군요.
    저도 소 풀먹이러 다녀보기도 했어요.
    그시절 그때가 그리워 지는건 나이탓인가 봐요.   

  5. 데레사

    2014년 10월 5일 at 10:37 오후

    미뉴엣님
    그래요. 꽃도 예쁘지만 우리들의 먹거리가 익어가고
    자라는 풍경도 아주 좋아요.   

  6. 데레사

    2014년 10월 5일 at 10:38 오후

    가보님
    그곳은 집밖만 나오시면 저런 풍경이죠?
    저는 자동차로 좀 달려야만 만날수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7. 산성

    2014년 10월 5일 at 10:46 오후

    바야흐로 제대로 된,아름다운 가을 풍경입니다.
    고속도로 달리면서 양 옆으로 펼쳐진 노랑 들판에 눈이 가지만
    멈춰설 수도 없어서 마음으로만 누린답니다.
    맑고 푸른 하늘이랑 멋지게 어우러진 가을.

    참,초하루..본명 축일이시구나..했었지요.
    늦었지만 인사 드립니다.
    언제나 밝고 건강 하시기를…!!

       

  8. 데레사

    2014년 10월 5일 at 10:46 오후

    산성님
    고마워요. 자칼타의 다사랑님도 축일 축하해 주었어요.
    이래저래 시월은 좋은 달입니다.

    우리집에서는 차타고 조금만 나가면 이런 풍경을 볼수
    있거든요.
    꽃보다 더 좋을때도 많아요.   

  9. 연담

    2014년 10월 6일 at 12:23 오전

    맞아요!
    저런 풍경이 진짜 가을풍경이죠.
    맨날 코스모스나 국화가지고 가을풍경이라 한 제가 정신이 다 드네요.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10. enjel02

    2014년 10월 6일 at 1:14 오전

    하늘빛이 너무 곱네요

    황금들판도 풍요로운 가을이 보입니다
    오늘은 월요일 이 주일도 보람되게 지내시기를~~~
       

  11. dotorie

    2014년 10월 6일 at 2:31 오전

    오래동안 잊고 살았던 모습,
    고향에 온 느낌 입니다.
    감사 합니다.   

  12. 바위

    2014년 10월 6일 at 3:11 오전

    황금물결이 일렁이는 가을 들판은
    바로 우리들 마음의 고향입니다.
    요맘 때쯤 누런 논둑 사이를 지나가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뭔가 풍요로움이 가슴 가득 쌓이곤 했지요.

    가을 들판과 파란 가을 하늘을 보며 옛 생각에 잠겨봅니다.
    훌훌 털고 돌아가고픈데, 그런 기회가 있을까요.    

  13. 한조각바람

    2014년 10월 6일 at 3:14 오전

    데레사님.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평촌이 예전엔 [달안들]이었답니다.
    말 그대로 벼가 빽빽히 심어진 논이었지요.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차 타고 지나가시다가
    저 드넓은 논을 잘 보존하라 지시하셨다지요.

    배고픈 시절의 슬픔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먹는 문제를 해결하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무한한 존경을 보냅니다.

       

  14. 요셉/김용

    2014년 10월 6일 at 4:02 오전

    구름이 넘,넘. 멋입니다.
    이제 점점,근사한 하늘 만나겠지요.

    4일,5일, 껫나무 베고 땅콩 캔다고 땀좀 흘렸지요,
    농사일 하시는 농부님들을 많이 생각 한 시간들 였습니다.   

  15. 좋은날

    2014년 10월 6일 at 4:49 오전

    한하운님의 싯구를 읽으며 사진속 하늘과
    들판을 바라봅니다.

    참 아름다운 우리강산을 놔두고
    해외로 해외로 뭘보로 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신혼여행이나 회갑여행같은 기념일 말고 무시로 외국산하만 쫒는
    사람들에게 이리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만 다 돌아도
    죽는 날까지 다 못 돌아볼 것을..

    참 아름다운 시와 사진
    고추잠자리입니다.

       

  16. 나의정원

    2014년 10월 6일 at 5:32 오전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사진들로 한 동안 감상하고 갑니다.
    벼의 익는 모습들이 자연의 풍요로움을 연상시키기도 해요.   

  17. 한국인

    2014년 10월 6일 at 6:52 오전

    하늘 색깔이 일품입니다.   

  18.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7:13 오전

    바위님
    고향으로 돌아가기가 쉽지는 않을거에요.
    그저 그리워하다 끝나는건 아닐런지 싶거든요.   

  19.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7:14 오전

    연담님
    네 꽃보다 배추가 더 아름답다고 느낄때가 많아요.
    요즘 들판이 풍성해서 마음도 풍성해 지더군요.   

  20.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7:14 오전

    엔젤님
    고맙습니다.
    월요일부터 나들이가 있어서 막 들어왔습니다.
    오늘날씨도 그야말로 끝내주네요.   

  21.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7:15 오전

    도토리님
    나도 고향에 간듯한 기분을 느꼈어요.
    해외에 계시니 고국의 가을이 더 그리울거에요.   

  22.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7:16 오전

    나의정원님
    지금 우리가을이 이런 모습이에요.
    참 아름답지요?   

  23.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7:16 오전

    한국인님
    네, 우리나라 하늘 정말 멋져요.   

  24.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7:16 오전

    한조각바람님
    우리가 모델하우스 보러 왔을때도 평촌이 다 논이었어요.
    그러다가 신도시 건설이 완성되면 지금의 모습으로 변하는것도
    봤습니다.

    아직도 의왕시쪽이나 시흥시쪽으로 나가면 이런 들판을 봅니다.   

  25.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7:17 오전

    요셉님
    땅콩농사를 지으셨군요.
    농사일이 어디 쉬운가요?
    암튼 부럽습니다.   

  26.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7:18 오전

    좋은날님
    옛시인들의 시는 이렇게 정취가 있었지요.
    현대시는 난해해서….

    저도 올해는 나라안, 그것도 집 가까운곳만 빙빙 돕니다.   

  27. 최용복

    2014년 10월 6일 at 7:27 오전

    가을들판의 모습들 정말 인상적이네요!

    가을하늘은 말씀처럼 보고 또보아도 눈부십니다~~   

  28.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7:32 오전

    최용복님
    지금 한창 좋은 계절입니다.
    시월상달이거든요.   

  29. 풀잎피리

    2014년 10월 6일 at 10:26 오전

    풍요의 계절
    들판은 익어가고
    낮은 부쩍 짧아졌어요.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수정처럼 맑은 이슬처럼
    들판의 향기를 맡고싶어요.

    오랜만에 들려 멋진 시 접합니다.
    감사합니다   

  30. 보미^^

    2014년 10월 6일 at 11:40 오전

    언니가 바로 시인이십니다.
    조블에 마음이 건강한 언니가 계셔서 상쾌합니다. ㅎㅎㅎ   

  31. 雲丁

    2014년 10월 6일 at 2:12 오후

    들판의 가을빛이 유난히 맑습니다.
    시심을 담고 거니시는 마음도 풍요로운 가을입니다.
    사진을 잘 담으셨고요.   

  32.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2:33 오후

    풀잎피리님
    들판이 아주 풍요롭고 좋던데요.
    그래서 한참 동안 걸어봤답니다.   

  33.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2:33 오후

    보미^^님
    고마워요.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좋아해요.   

  34.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2:33 오후

    운정님
    요즘은 휴대폰으로 찍으니까 아주 편하고 좋아요.   

  35. 흙둔지

    2014년 10월 6일 at 8:22 오후

    저도 생각나는군요.
    메뚜기를 잡아 강아지풀에 꾸역꾸역 꿰어 집에 갖고 오면
    어머니가 후라이판에 볶아주던 맛이요…
    요즘도 가끔 술집에 가면 메뚜기 안주가 나오곤 하는데
    영 맛이 예전과 달라 멀리하게 되더군요.
    이제 정말 완연한 가을입니다.
       

  36. 데레사

    2014년 10월 6일 at 11:10 오후

    흙둔지님
    맞아요. 옛날 메뚜기는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맛있었는데
    요즘 메뚜기는 그렇지 않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몇번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못 먹었어요.

    오늘 아침은 홑점퍼가 춥던데요.   

  37. 우산(又山)

    2014년 10월 7일 at 2:32 오전

    참 멋진 시네요.
    아직 여고생 수준의 감성?
    덩달아 시골 들판을 뛰어다니던 소년이 되어 봅니다.

    각박한 도회를 벗어나
    이 가을에는 감성을 되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웃고, 울고 , 슬퍼하면서, 기뻐하면서 사는 게 사람이니까요.   

  38. 카스톱

    2014년 10월 7일 at 5:39 오전

    렌즈속에 자연을 담아내는 솜씨가 이젠 프로 반열에 올랐습니다.
    대상이며 구도며…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모니터 가득 가을 내음이 물씬 전해지네요.   

  39. 말그미

    2014년 10월 7일 at 1:29 오후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
    시골 고향 생각이 납니다.

    ㅎㅎㅎ 메뚜기…
    어릴 때 많이 잡았어요.
    소죽솥에 익혀 다듬어 반찬으로 하지요.
    아주 빨간 색이 났어요, 메뚜기.
    지금은 어릴 때 먹던 그 맛이 안 날 듯해요.
       

  40. 데레사

    2014년 10월 7일 at 1:47 오후

    우산님
    그렇습니다.
    때로는 여고생 시절로 돌아가 보는것도 좋지요.
    비록 몸은 아니지만요.   

  41. 데레사

    2014년 10월 7일 at 1:50 오후

    카스톱님
    칭찬, 고맙습니다.
    그냥 마음내키는 대로 적어나가는것 뿐인데요.   

  42. 데레사

    2014년 10월 7일 at 1:51 오후

    말그미님
    소죽솥에다 쪄서 말려서 참기름에 볶아 도시락찬으로
    넣기도 했었지요.
    그냥 구워서 먹기도 하고.
    물론 옛 맛은 아닐테지만 지금은 메뚜기가 보이지도 않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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