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보다 가을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건 순전히 단풍때문인데
이제 그 단풍들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다.
길거리에 나가 보면 어느새 잎을 다 떨구어 버리고 앙상해진
나무들도 더러 보이고, 아직은 나도 건재하다는 듯이 고운
단풍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나무들도 있다.
스포츠센터 옆에 홍콩반점이 생겼다. 백종원의 중국집은 어떤맛일까
싶어서 운동 끝나고 가서 짜장면을 먹었다. 4,000원인데 값도
싸고 무엇보다 슈가보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그사람의 체인점인데도
달지 않아서 좋았다.
양이 많아서 배도 부르고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 발길 닿는대로
걸어보기로 하고 학의천으로 들어 섰다.
학의천 길을 걷다가 심심하면 또 공원쪽으로 올라왔다가
하면서 한시간 남짓 걸으면 우리집에 올 수 있다.
내마음이니까 정해진 코스는 없다. 그야말로 발길 닿는대로다.
걷다가 이런 지천으로 깔린 낙엽을 만나면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하면서 꾸르몽의 흉내도 내보고
알고 있는 11월을 노래하는 시도 읊어보고, 또 "오늘도
걷는다만은 정처없는 이 발길…" 하면서 유행가도 흥얼거려 본다.
그리고는 낄낄낄 ~~
물론 저 벤치에도 잠깐 앉았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듯 나도 벤치를 보면 못 지나친다.
아마 내 뒷모습도 누가 사진을 찍는다면 저런 모습일까?
아닐거다. 약간 구부러진, 약간 뚱뚱한 할매모습일테지…
버스가 다니는 길 가인데 할머니 두 분이 앉아 계신다.
매연보다 다리가아픈게 더 겁나서일까?
안 들어봐도 오디오?
모두 떠나 가는가
임 영준
텅 빈 하늘아래
추레한 안내만이
선을긋고 있는데
훌훌 털고 사라지는가
아직도 못다 지핀
시(詩)들이 수두룩한데
가랑잎 더미에
시름을 떠 넘기고
굼뜬 나를 버려둔 채
황급히 떠나야만 하는가
11 월
고 은
낙엽을 연민하지 말아라
한자락 바람에
훨훨 날아가지 않느냐
그걸로 모자라거든
저쪽에서
새들도 날아가지 않느냐
보아라 그대 마음
저토록 눈부신 것을
11월의 시
이 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는
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아파트 마당에 아직도 감이 많이 남아 있다.
까치가 한 마리 즐겁게 앉아서 식사중이다. 기교를 부린것도
아닌데 사진이 흑백이다. 이건 순전히 기술부족.ㅋㅋ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정희성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 함께 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 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한 달이 더 남았으니까 모든것이 다 사라진 달은 아니겠지만, 그래서
인디언들이 이렇게 말했고 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겠지만 떠나가는
가을이 많이 섭섭하다. 떠나가는 세월을 공중에 붙들어 맬 수도 없고
고장을 내 버릴 수도 없고….
그래도 11월에게 간절히 바라고 싶다. "떠나가지 말아 다오" 하고.
dotorie
2015년 11월 16일 at 6:30 오후
올해는 단풍이 오래 머무는듯 합니다.
학의천의 단풍을 내년에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만…..
미뉴엣♡。
2015년 11월 16일 at 7:09 오후
흩날리며 떨어져 어느사이 화려한 융단으로
수놓은 가을낙엽 아름답습니다 어디를 보나
가을커튼, 가을카펫 만추의 계절 감동입니다~
벤조
2015년 11월 16일 at 7:14 오후
우리는 ‘떠나지 말아다오’ 하지만,
누군가는 ‘빨리 지나가다오’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 잎새 그려서 나무가지에 매다는 거예요. 그러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데레사님 하나 그리세요, 저도 그리고, 도토리님도 그리고…
번갈아 가며 매어달고…ㅎㅎ
웃음도 나오네요.ㅎㅎㅎ
가보의집
2015년 11월 16일 at 8:13 오후
데레사님
완연한 가을 풍경입니다.
가을의 낙엽 떨어져 잇는곳 너무나 보기 좋아요.
이미 이곳 공주도 생갈이 변해 있어요
그곳도 그렇겠지요
아름다운 가을의 낙엽 밟 고 거닐고 싶으네요
감사 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설매화
2015년 11월 16일 at 8:31 오후
낙엽 !
새옷을 입으려고~~
(헛집 줄께~~새집다오~)
노당큰형부
2015년 11월 16일 at 9:34 오후
임영준의
"모두가 떠나는가"
정말 마음에 닿습니다.
벤자민
2015년 11월 16일 at 10:22 오후
한국은 낙엽이 너무 아름답고 멋집니다
그저께 야구는 봐야겠는데 테레비는 마누라가 차고 앉아잇고
노트북은 자꾸 끊기고 ..
그래 들락날락거리며 뭔 엄마 인지 하는 드라마를
어깨 넘어러 잠깐 봤는데 시골의 단풍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는 그런 단풍이 없습니다
그나마 금년에 좀 늦게핀 자카란트 라는 꽃은 이제 지고 있지만
저런 멋은 없지요
조불 문제는 해외 동포들이 더 허전하고 서운하지요
애당초 안한셈 쳐야겟지요 뭐 ㅎㅎ
떠나 가는 사람들을 어쩌겠습니까
순이
2015년 11월 16일 at 11:05 오후
꽃피는 봄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가을이 이렇게 황홀하게 예뻐요.
요즘엔 어딜 걸어도 낙엽이 카페트처럼 푹신해요.
즐거운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mutter
2015년 11월 16일 at 11:51 오후
형님 글 읽으니
쓸쓸하고 슬프고 ..
인생도, 조블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 알고 있어요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12:19 오전
도토리님
내년에도 꼭 여기서 학의천 단풍얘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빌고 싶어요.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12:20 오전
미뉴엣님
이제 비가 한번 더 내리면 모든 나무잎은 다
떨어져 버릴거에요.
생각만 해도 쓸쓸해 집니다.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12:21 오전
벤조님
그렇게 해야 겠어요.
여기 이 조블 마당에다 나무 하나 심고 잎 하나 그려 넣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재주가 없습니다. ㅎ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12:21 오전
가보님
네, 이제는 가을을 지나 겨울모드로 가고 있는 날씨입니다.
환절기에 몸조심 하셔요.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12:22 오전
설매화님
오랜만이에요.
잘 계시죠?
헌집 주고 새집 얻고 싶어요.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12:22 오전
노당님
아, 그러세요?
시인들은 어쩜 그리 사람의 감성을 잘도 표현하는지…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12:24 오전
벤자민님
해외동포들이 서운해 하고 말고요.
어제 캐나다의 후배가 귀국해서 점심 같이했는데 그 후배,
블로그 없어도 조블 애독자, 특히 벤자민님 애독자에요.
많이 섭섭 해 하더라구요.
알게 모르게 우리가 해외동포에게 많은 위안을 줬나 봅니다.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12:25 오전
순이님
그렇습니다.
어딜가도 단풍이 곱지요. 우리나라 정말 좋은나라 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12:25 오전
무터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이란 노래도 있지만 이제 낙엽따라 가버릴
내인생을 생각 해 보는 나이가 되었어요.
정말 허전하고 쓸쓸하고 힘드네요.
한국인
2015년 11월 17일 at 1:39 오전
금년 11월은 더 씰씰허네요.
계절도 막바지, 블로그도 막바지…
얼마 남지않은 11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바위
2015년 11월 17일 at 2:21 오전
흘러가는 물을 붙잡을 수 없듯이 시간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지나놓고 보면 다 아름다운 추억들인데
막상 그 세월을 사느라고 무척이나 고생했었지요.
지금 이 11월도 우리들 가슴 속엔
단풍 만큼이나 아름다운 기억들로 남게 될 것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뽈송
2015년 11월 17일 at 2:44 오전
요즘 이 아름다운 단풍과 낙엽들이 아쉽기만 하지요.
경비 아저씨들이 열심히 치우고 치우는데 더렵혀지지 않는다면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단 생각이지요.
만나면 헤어져야 하는 것이 늘 아쉽습니다..
선화
2015년 11월 17일 at 3:31 오전
단풍들은 사진들이 멋지네요
흑백사진~ㅎ 전 뭔 말인지 알지요 어느땐 왜 파랗게 나오는지….
어느땐 흑백처럼 나오는지…ㅎㅎㅎ 카치입니다 아직도요~ㅎ
저도 빨리도 지나는 11월을 붙잡고싶네요!!!
김현수
2015년 11월 17일 at 3:48 오전
도심의 단풍도 참 아름답습니다.
단풍놀이 한다고 괜시리 멀리 갈것도 없을것 같습니다.ㅎㅎ,
이제는 한달 반도 못남은 2015년이 저물어 가지만 세월을
붇잡을 수 없음이 안타깝지요.
아쉽지만 갈때까지 가 보는 조선블로그가 될것 같네요.
다사랑
2015년 11월 17일 at 6:46 오전
단풍에 시까지..
감사합니다 단풍에 목 메인 사람에게…
사진은 역광이라서 저리 된 것이지 기술 부족이 아니신데요.ㅎ
가는 세월.. 가을 저도 붙잡고 싶어요.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9:29 오전
한국인님
고맙습니다.
사라져 가는것들을 붙들려고 애쓰다 보니 많이
허전해 지네요.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9:30 오전
바위님
그렇습니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수가 있겠어요?
그래도 붙들고 싶어요.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9:31 오전
뽈송님
오늘은 말끔히 다 쓸어 버렸네요.
어제는 비가 내리니까 그냥 있드니….
치우는 분들은 힘들테지만 우린 그냥 좀 더 두고 봤으면 좋겠어요.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9:31 오전
선화님
카치? 나는 몸치에 음치인데 거기에 카치까지 붙으면
삼관왕이네요. ㅎㅎ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9:32 오전
김현수님
단풍만 볼려면 멀리 갈 필요 절대로 없어요.
봄 벚꽃도 마찬가지고요.
이제 우리나라 어딜가도 공원입니다.
데레사
2015년 11월 17일 at 9:33 오전
다사랑님
역광? 아, 그런가 봅니다.
세월을 붙잡아 줄 누구가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산성
2015년 11월 17일 at 12:20 오후
이외수씨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올려두신 시는 참 마음에 듭니다.
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조블도 끝나가고 가을도 끝나가고
11월도…
좀 쓸쓸해지네요.
enjel02
2015년 11월 17일 at 12:58 오후
데레사 님 아쉬운 11월을 단풍과 함께
차곡차곡 저축해놓은 마음이 슬프게 보이네요
가을은 가고 또 돌아오고 하겠지만
이 가을 또 다른 돌아오지 못할
의미가 다가섬이 슬프기만 하네요
좋은날
2015년 11월 17일 at 4:20 오후
이젠 계절을 가만 보내기로
그리 햐야지 싶어집니다.
아쉽고 쓸쓸하다손 치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연말도
조블도
순연으로 보내얄까 봅니다.
데레사
2015년 11월 18일 at 3:48 오전
산성님
저도 마찬가지에요.
글은 좋은것도 많은데 사람은…..
그러게 말입니다. 조블은 어떻게 될려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데레사
2015년 11월 18일 at 3:49 오전
엔젤님
맞습니다.
이별이란 언제나 마음 아파요.
데레사
2015년 11월 18일 at 3:49 오전
좋은날님
그러긴 해야 하는데 마음은 그렇하질 못하네요.
수정
2015년 11월 18일 at 6:42 오전
떨어지는 단풍을 보고있자니…
이쁘기도 하지만 웬지 쓸쓸함이..
그래도 11월은 아직까지는 더 붙잡고 싶습니다.
그나만 낙엽들이 머물러있던 거리에는,
쓸쓸한 바람들만 있을테니까요.
올해의 낙엽들은 웬지 더 오래 생각이 날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데레사
2015년 11월 18일 at 6:17 오후
수정님
반가워요.
올 해의 낙엽들은 더 깊은 의미로 닥아오는것이 문닫는
조블때문이기도 하죠.
늘 건강하시길 바래요.
염영대
2015년 11월 21일 at 4:53 오전
저는 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군대에서 사격술 할 때의 "숨을 멈추고 2초 이내로 방아쇠 당기듯이 덧취하여도 어땐 땐 떨리는 사진이 나옵니다만 데레사 님은 사진작가보담 더 잘 나와요. 사진을 볼 때마다 님의 기술에 탄복합니다.
좋은 주말되세요.
데레사
2015년 11월 21일 at 6:54 오전
염영대님
고맙습니다.
그냥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찍습니다.
특별히 배워본적도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