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리즈시절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해방을 맞았고 6,25 한국전쟁을 겪으며
‘ 4,19 5,16 을 거친 격동기의 가난했던 대한민국에서 자랐지만
내게도 분명 리즈시절은 있었다.
언제냐고 물으면 딱히 언제라고 대답할 수는 없지만 살아 온
구비 구비에서 짧게나마 환희의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그때 조금만 더 참았드라면, 조금만 더
조심했드라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었던 순간들도있었다.
학창시절 산악부에 들어 갔었다. 위의 사진이 등산가서 찍은 사진이다.
왼쪽의 키가 큰 친구는 부산에서 한때 자갈치아지매로 유명했던
아나운서가 되었고 그 옆의 친구는 왜 지금 이름도 기억이 나질
않는지 모르겠다. 같은 과의 후배였던것 같기도 하고….
밑의 사진은 서울에서 박람회가 열렸을 때니까 62년도인지 63년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무렵 박람회 구경와서 덕수궁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무렵들이 내게는 리즈시절이 아니었나 싶어서….
보릿고개 시절을 겪은 우리들은 늘 먹는것을 탐했다.
뭐든 잘 먹었다. 너무 잘 먹어서 사단을 낸 일도 있다.
졸업무렵 거제도로 농촌운동을 갔다 돌아오는 배속에서 우리는
진주농대생들과 같은 선실에 있었다. 그때 알게된 남학생 중
한명이 자기집으로 놀러 오라고 해서 셋이서 갔었는데
그 집은 부산대학을 지나 외곽지대에 있었다. 그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여학생 셋이서 밥한그릇씩, 감자 한소쿠리, 수박한덩이
그리고 옥수수 까지 말끔히 다 먹어치우고 왔드니 이튿날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우리 엄마가 너무 많이 먹는다고 그 셋중에 며느리감
없으니 놀지 말아라 한다" 였다.
그 일대가 지금은 부산터미널이 되었으니 그집의 논밭이 금값이 되었을
텐데 너무 많이 먹어서 뽑히지 못했던 쓰라린(?) 기억 때문에 지금도
약간 후회하고 있다. ㅋ
그리고 혼자서 남학생 집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다.
이 친구 집은 아버지가 교장선생님이었고 꽤 잘살았던걸로 기억한다.
방문했던날 설 전이었는지 떡국떡을 썰고 계셨는데 떡국을 끓여 주겠다고
하면서 어머니가 부엌에 들어 가시고 나는 마당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가 그만 잘못하여 화장실에 한쪽 다리가 빠져 버렸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겨울인데도 마당의 수돗가에서 다리를 씻고 또 씻었지만
냄새가 나는것 같아서 도저히 집안으로 못 들어가고 그만 우리집으로
와 버렸드니 그 친구왈 "우리 엄마가 무슨 가시나가 인사도 없이 지맘대로
가버리노? 놀지마라" 하드라나. ㅋ
그렇다고 늘 이런 실수만 하고 살아 온건 절대로 아니다.
내게도 따라 다니던 남자들이 없었던건 아니거든.
돌아가신 우리집 양반하고의 데이트시 에피소드 하나.
클래식 보다는 유행가, 연극보다는 영화, 칼질하는 양식보다는 숟가락
젓가락으로 먹는 한식을 더 좋아하는 그런 사람을 데리고 부산의
미화당 뒷골목에 있던 칸타빌레 음악실을 함께 갔다.
마침 운명 2악장이 바바방 하고 흘러 나오는데 이 양반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란다. 그래서 무슨 음악이냐고 물었드니 글쎄 영화 사랑할 때와
죽을때의 주제가란다.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돌이켜 보면 이런 시절이 아마 나의 리즈시절이었던 같기도 하다.
문닫는 조블이 너무 시끄럽고 황량해서 웃자고 해 보는 말이지만
절대로 거짓말이 아닌 참말인데 사람들은 믿어줄런지 모르겠다.
dotorie
2015년 12월 18일 at 3:14 오후
아~ 너무 재밌습니다.
덕분에 오랫만에 웃는 듯 합니다.
운명 2악장 에피소드는 전에도 들은것 같은데
듣고 또 들어도 재미 있습니다. ^^
필코더
2015년 12월 18일 at 3:32 오후
소탐대실…오랜만에 낄낄 웃었습니다.
남기지 않고 싹쓰리한 댓가를 혹독하게 치루셨군요. ㅎㅎ
다사랑
2015년 12월 18일 at 3:35 오후
ㅋㅋㅋ..
자기 전에 웃고갑니다.
좋은 꿈 꾸겠지요?
날씬하고 예쁜 데레사 언니와 데이트하는 꿈…^^*
장앵란
2015년 12월 18일 at 6:50 오후
부산서 오래 사셨나요? 미화당 백화점 이란 말이 나오니까 반갑네요 저두 김해살다 서울 올라와서 살구 있거든요 부산하면 떠오른는 동네 조방앞 문화원 대청동 범냇골 충무동 대신동깡통시장 자갈치시장 등등이지요 버스타면 혈청소란 동네두 있는데 무슨이유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궁금하네요 데레사님 남편은 학자타잎이었을것 같네요 해로를 못하셔서 안타깝지만 그래두 지금 여한이 없이 사시는것 같아 보여서 좋습니다
미뉴엣♡。
2015년 12월 18일 at 7:49 오후
창경궁 나들이 사진은 영화 한 장면인 듯..ㅎ
정말 리즈시절 그립겠어요~ 그당시 먹세
그 정도시면..^^ 언젠가 테레사님 음성을
접한 기억이 있는데 상당히 하이소프라노..
리즈시절모습 보니 그 음성이 이해됩니다~
오병규
2015년 12월 18일 at 10:04 오후
누님도 이런 재담을 하십니까?
요즘 막일꾼 선배님이랑 자주 놀디만 물드른 갑네요.ㅎㅎㅎ…
터미널 옆의 대지주도
교장 선생님댁도 아니시기를 다행입니다.
그렇게 잘 나가셨더라면
쁠라구질 하셨겠어요?
우리로선 큰 다행입니다.
오히려….
mutter
2015년 12월 18일 at 10:36 오후
으흐흐~
믿습니다!!!!!!!!!!!!!!!!
Manon
2015년 12월 18일 at 11:55 오후
흠흠~~~청춘을 아름다워(이런 영화도 있었지요).
데레사 여대생이 교장선생님 뒷간에 빠졌을 때
서울에서도 여대생 3명이 송추에 기차 무임승차로 몰려
파출소에 끌려 갔더랬습니다요.
절대 우리 아니거덩요.
역장이 잘 못 보고 우릴 파출소에 넘겼어요. 억울했지요.
사치하다며 눈총 받던 학교라 더 미웠었나 봅니다.
물론 쎄시봉, 돌체, 르네상스 디 쉐네를 섭렵하고
미국영화에 혼을 빼앗겼구요.
오뉴월 메뚜기 시절 얘깁니다.
오늘 옛날 사진이나 뒤져 봐야지…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1:01 오전
도토리님
좀 주책을 부렸습니다.
요즘 조블이 너무 어둡고 침침해서요. ㅎ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1:06 오전
필코더님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말라깽이 아가씨 셋이서 너무 먹어댔어요. ㅎ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1:06 오전
다사랑님
저때는 아마 40 킬로 보다 조금 더 나갔을거에요.
그런데 지금은 뚱보할매?
ㅎㅎ 세월이 나를 요렇게 만들어 버렸답니다.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1:08 오전
장앵란님
네, 부산에서 학창시절도 보냈고 결혼해서 아이 둘 낳고 서울로
왔어요.
저희는 동대신동에서 수정동 영주동 … 이렇게 살았습니다.
혈청소는 거기가 동물실험소 였던걸로 알고 있어요.
동물실험소 앞 바다가 혈청소라 불렀는데 정확한 뜻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1:08 오전
미뉴엣님
덕수궁에서의 사진, 정말 날씬하죠?
ㅎㅎ
지금 보시면 그 모습 간데 없는 뚱보 할매랍니다.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1:09 오전
종씨님
막일꾼님 닮았냐구요?
ㅎㅎ
저도 이제는 좀 유모어 스러워 질려고요.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1:10 오전
무터님
믿어줄거죠?
나, 옛날에 이런 사람이었어요.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1:11 오전
마농님
그런적도 있었군요.
서울의 돌체는 저도 몇번 가보긴 했어요.
펜팔하던 남학생 만나러 갔었죠. ㅎ
부산에도 음악감상실이 몇군데 있었거든요.
옛날 사진 함 올려 보세요.
주은택
2015년 12월 19일 at 1:30 오전
햐이고! 나보다도 선배님들 이야기네..
돌체는 나도 문전에서 기웃거려 보기만 했지..
데레사님..이제 뒤늦게 슬슬 시동거시는 것 같은데..
기대됩니다..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1:45 오전
주은택님
저의 인생 70여년도 털어놓으면 재미있는 일이 많아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ㅎㅎ
산성
2015년 12월 19일 at 1:48 오전
리즈 테레사~!
확실합니다~
이쁘셔요.
날씬한 다리에 구두 맵씨도 매력적이야요~
순이
2015년 12월 19일 at 2:52 오전
저는 이런 글이 너무 좋아요.
언니는 아직 충분히 젊고 아름다운 분입니다
가보의집
2015년 12월 19일 at 2:57 오전
데레사님
재미 있었던 엣이야기 었습니다
흑백사진 오래된 사진 나도 보면 이름도 기역 안나지요
고교 동동창인도요 인데요
방글방글
2015년 12월 19일 at 3:00 오전
왕언니님 ^*^
에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 ^ ^ ^ ^
‘많이 먹는다’고 -며느리감 없으니 같이 놀지 마라-
대목에서는 크나큰 격세지감을 느낌니다.
저의 친정아버님께서 항상 이르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무엇이건 골고루 잘 먹어야 하며
음식 가리지 않는 사람이 성격도 둥글둥글 좋은 법" 이라고요.
저도
식탁에 오르는 음식 무엇이든 잘 먹고, 음식 가리지 않는
처자를 이다음에 -며느리감 일등 후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화둥이에게 수시로 세뇌(^ ^)를 시켜주려고요. ^ ^
부산 거리를 말씀하시니 저도 이전에 다녀온 곳 인듯 하여
추억이 새롭기도 하며 왕언니님의 진솔하신 이야기에 요즈음
오묘한 분위기의 블로그 분위기가 이 시간만큼은 훈훈하게
느껴져서 많이 감사드릴게요.~~
언제나 많이 웃으시고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셔요. ^*^ ^*^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4:09 오전
산성님
ㅎㅎㅎ
그리운 시절입니다.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4:10 오전
가보님
이제는 옛 사진을 보면 이름들이 생각 안나는 친구가
많아요.
조블의 옛 이웃들도 이름이 생각 안나고요.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4:11 오전
방글이님
그때는 배고프던 시절이라 밥 많이 먹는 며느리는 제외1 호
였거든요. ㅎ
지금 생각 해 보면 격세지감이 있죠.
울산의 하늘은 어때요?
여기는 오늘 청명입니다.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4:12 오전
순이님
좀 주책이지요?
요즘 하도 분위기가 칙칙해서 웃자고 주책 한번
부려 본 겁니다.
뽈송
2015년 12월 19일 at 5:10 오전
처녀 때 많이 이쁘셨네요. ㅎㅎ
그리고 그 때의 추억도 많으셨고요.
그렇지만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평생을 열심히
살아오신 거겠지요.
위블로그에서 다시 만나길 기원합니다.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6:16 오전
뽈송님
위블로 가시는군요.
쟐 하셨습니다.
또 뵙죠.
소리울
2015년 12월 19일 at 9:20 오전
추억이 좋네요
睿元예원
2015년 12월 19일 at 10:20 오전
데레사님은 지금도 요염하시답니다.
날씬하시고요.
ㅋㅋ
제가 뽀록을 냈나요?
음성은 높고 고우시고요.
사투리가 아직 살아계시고요.
리즈시절 아름다운 추억
아주 재미나게 봤습니다.^.^
enjel02
2015년 12월 19일 at 1:58 오후
옛날이야기 너무 재미있게 보았어요
그리고 데레사님 정말 멋쟁이셨네요
지금도 날씬해요 나이 들면 처녀 때같이 말라서는
기운없어 못 살아요 지금도 날씬하신 걸요
얼마 납지 않은 올해 추억과 함께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6:05 오후
소리울님
ㅎㅎㅎ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6:05 오후
예원님
사투리, 이건 죽을때 까지 못 버려요.
서울 아무리 오래 살아도 아무 소용 없는걸요.
데레사
2015년 12월 19일 at 6:06 오후
엔젤님
고맙습니다.
이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노당큰형부
2015년 12월 19일 at 10:32 오후
이글을보니
배고프게 살았던 50년대가 기억 납니다.
저는 대통령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배고픈 사람을
도와주겠다는 꿈이 있었죠 ㅎㅎ
데누님은 처녀시절에도
진취적이시었내요.
데레사
2015년 12월 20일 at 1:35 오전
노당님
네, 그때는 배가 많이 고팠죠.
요즘 사람들은 보릿고개란 뜻도 모르지요.
이렇게 살기 좋아진 나라, 우리는 감사해야 하는데도…
손풍금
2015년 12월 22일 at 2:34 오후
최근 읽어본 글중에 젤 재미집니다.^^
데레사
2015년 12월 22일 at 2:43 오후
손풍금님.
ㅎㅎㅎ
그래요?
막일꾼
2015년 12월 24일 at 8:42 오전
ㅎㅎ 위블이네요.
부산을 환하게 만들었던 리즈+몬로가 아니었나요? ㅋㅋ
막일꾼
2015년 12월 24일 at 8:42 오전
ㅎㅎ 위블이네요.
부산을 환하게 만들었던 리즈+몬로가 아니었나요? ㅋㅋ
막일꾼
2015년 12월 25일 at 11:38 오전
테스트!
막일꾼
2015년 12월 29일 at 11:43 오전
테스트!!!
trudy
2015년 12월 31일 at 6:08 오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막일꾼
2015년 12월 31일 at 1:47 오후
몬로+리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