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둘이 놀러와서 밀린 얘기하느라 정신없는데 갑자기 창밖을 보니
때 아닌 눈이 내린다. 이번 겨울에 우리 동네는 눈다운 눈이 내린적이
없어 환호성을 지르며 내다 본다.
한 친구는 “이런 함박눈은 고향 떠난 후 처음본다” 하고
또 한 친구는 “시집 온 후 처음 본다” 하고
나는 웃기는 말로 “울 엄마 돌아가신 후 처음 본다” 로 대답한다.
하하핳 호호홓…. 이 할매들 웃긴다.
젖거나 말거나 우산 쓰지 말고 밖에 나가자고 셋이서 의기투합하여
엘리베이터로 아파트 마당에 내려왔는데 그 함박눈이 내리면서
녹고 있다. 아까워라. 좀 쌓여 있으면 좋을텐데…..
집 안에서 내려다 볼때는 이렇게 함박눈이 내려서 금방 눈천지로
변할것 같았는데…..
눈 내리는데 물안개 같은것도 곳곳에서 피어 오르고.. 풍경이 완전 짱이다.
서로 재촉해서 우산도 안 쓴채 마당으로 내려 섰다.
그런데 내리면서 녹고 있다. 외출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내리면서 녹아
내리는 눈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여긴 아침수다겸 걷기운동 하는 우리들의 길인데, 여기도 녹고 있다.
아직도 마음은 장미꽃밭이다.
눈 내리면 좋고, 노을이 곱게 물들어도 좋고, 꽃이 피면 더 좋다.
함박눈 내린다고 우산도 없이 세 할매가 나섰는데
어느새 눈은 비로 변해 버린다.
흰 눈 내리는 날 // 이 해인
흰 눈 내리는 날
밤 새 깨어 있던
겨울 나무 한 그루
창문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가끔은 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넓혀야지
이름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 나무 한 그루
enjel02
2016년 2월 28일 at 5:10 오후
서울엔 눈이 온다 하면 금방 녹아버려 볼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아파트 단지 정원수에도 눈꽃이 피고
어린이 놀이터 지붕 위에도 눈이 쌓였어요
눈 오는 날 강아지만 뛰는 게 아니라 눈 오는 모습에
철없이 기분이 좋아 젔습니다
데레사
2016년 2월 28일 at 6:33 오후
맞아요.
오랜만에 함박눈이 내리니 아주 좋던데요.
그러나 금방 녹아버렸어요.
睿元예원
2016년 2월 28일 at 6:40 오후
정말 눈송이가 엄청 크더라고요.
창 전체가 뽀얗게 눈송이로 점점이 장식했지요.
소녀 같은 데레사님, 잠깐동안이나마 즐거우셨네요.^.^
데레사
2016년 2월 28일 at 11:15 오후
아주 잠깐이었어요.
돌아다니는 중에 비로 변하면서 녹기 시작
하더라구요. 아쉬워요.
최 수니
2016년 2월 28일 at 9:38 오후
올 겨울에 눈 다운 눈을 첨 본 것같아요.
저도 함박눈 오는ㄴ 시간에 교회 끝나고 집으로 가는데
기분이 무척 좋더라구요
사진도 여러장 찍어두었어요.
3월이 오고 있네요..
데레사
2016년 2월 28일 at 11:16 오후
네, 어느새 3월이 코앞에 와 있네요.
세월 정말 빠릅니다.
눈 사진 찍어 두어서 좋겠어요.
아마 마지막 눈이 아닐까 싶어요.
나의 정원
2016년 2월 28일 at 9:49 오후
오늘 제대로 눈이 오더군요.
아침부터 음산한 날씨 때문에 뭔가가 올 듯 싶었더니 바로 눈발이 크게 내릴줄은 몰랐거든요.
간만에 보니 기분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도 했지만 놀러온 동생은 바로 집에 갈 생각에 교통이 막힐까봐 걱정하더군요.
지붕에 쌓인 눈을 제외하곤 바로 녹아버린 아쉬움은 남네요.
데레사
2016년 2월 28일 at 11:17 오후
그곳에도 바로 녹아 버렸군요.
우리동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도 뉴스에서 보니 길은 엄청 힘들어 보이더라구요.
동생분 잘 가셨지요?
영지
2016년 2월 29일 at 2:53 오전
재미있게 지내시네요.
데레사
2016년 2월 29일 at 8:14 오전
네, 그냥 이웃들과 어울려서 차도 한잔 하고
그럽니다.
고마워요.
초아
2016년 2월 29일 at 6:59 오전
저역시 아직도 눈내리면
아이처럼 좋아라 합니다.
교통이 불편해서 좋아라만 하면 안되지만,
그래도 좋은걸 어떻해요.
그러나 속으로만 좋아합니다.
행여 누가 뭐라할까봐서리 ㅎㅎ
데레사
2016년 2월 29일 at 8:15 오전
눈 내린다고 눈 맞으며 사진찍으러 다니고…
누가 보면 노망난 할매라고 하겠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