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1 부산일보에 70년대를 바라보는 소망이라는 제목으로
몇몇 사람들의 소망이 실렸다.
그때 나도 평범한 주부의 한사람으로 소망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뜰이 있는 집을 갖고 싶다” 라는 제목으로 70년대의 소망을
짤막하게 기고했고, 저명인사들의 글과 함께 내 소망도 게재가
된 적이 있다.
그로부터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늘 꿈만 꾸었지
한번도 뜰이 있는 집을 가져보지 못한채 현재도 아파트에 살고있다.
이 집은 과천의 한 음식점의 주인집이다.
음식점 뒤로 이 길을 걸어 들어가면 주인이 살고 있는 집으로
마당이 잘 정돈되어 있어서 식사후 이곳에서 잠깐 차를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뜰이 있는 집은 이렇게 근사한 집이
아니어도 좋았다. 그저 몇뼘의 뜰이 있어서 봉숭아도 심고
채송화도 심고 맨드라미도 심어놓고……. 아이들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면서 소박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소박한 꿈을 위해 결혼하고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오기 까지
20여년 동안 열일곱번의 이사를 했었다.
방 두개 짜리 전셋방에서 시작해서 12평짜리 시민아파트를 내집으로
가지면서 팔고 사고, 팔고 사고… 하는 식으로 진절머리 나게도 이사를
다녔다. 그런데 묘한것이 그때는 이사를 한번 하면 집이 커지거나
돈이 조금 남거나 했다.
그렇다고 복부인의 경지에 까지 이른것은 아니고.
그 열일곱번의 이사에서 전세로 산것 외 내집이라고 가져본것에는
뜰이 있는 집이 한번도 없었다. 늘 아파트였다.
부산의 영주동 산꼭대기 시민아파트에서, 서울의 서초동의 아파트에서
여기 평촌으로…. 이렇게 수없는 이사를 거친 끝에 아이들에게 방
하나씩을 줄 수 있는 평수의 아파트를 가지면서 나의 이사는 스톱
되고, 이 집에서 지금 23년째를 맞고 있다.
이제는 그 소박하던 뜰이 있는 집에의 나의꿈은 접어 버린지 오래다.
퇴직후 처음에는 시골로 가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제천의 오병규씨처럼 아예 귀촌해서 살려고 몇 군데 다녀
보기도 했지만 식구가 없고 게으런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될것 같아서 그냥 이 집에 눌러 앉기로 생각을 바꿔 버렸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다 접어버린것 아니다.
이렇게 마당이 멋진 집을 보면 잠시 잠깐 내가 이 집의 주인었으면
하는 공상에 빠지기도 하니까. ㅋㅋ
대리만족, 그렇다 대리만족도 만족은 만족이다.
가끔씩 남의 집 마당을 구경하는 것으로 내 소망을 상상해
보는것도 기분 좋은 일이긴 하다.
초아
2016년 8월 24일 at 9:43 오후
전 사촌여동생이 넓은 뜰을 가진
주택을 구입하여 도심에서 떨어진 시골(?)로
이사를 하였기에.. 아주 가끔 그곳을 들리며
대리만족해 본답니다.
*
꿈은 늘 꾸어보았지만, 현실에 적응하며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지요.^^
데레사
2016년 8월 24일 at 10:01 오후
뜰이 있는 집에서 결국은 못 살아보네요.
아쉽지만 이것도 감사해야죠.
초아님네도 아파트에요?
enjel02
2016년 8월 24일 at 10:21 오후
데레사 님은 아름다운 주택을 꿈꾸셨군요
하지만 나이 들어 살기로는 아파트가 제격인 것 같아요
넓은 집 혼자 살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주택 관리는 힘들 것 같아서요
데레사
2016년 8월 25일 at 7:54 오전
그래서 못가고 주저앉은 거지요.
나는 뜰이 있는 집을 원했지 아름다운
집을 바라지는 않았어요.
어쨌던 다 지난 얘기에요.
enjel02
2016년 8월 26일 at 7:28 오전
뜰이 있고 아름다운 집이 수정이 안 돼서요
수정할 줄을 모르네요 ㅎ 그냥 아름다운 집으로 돼버렸어요
데레사
2016년 8월 26일 at 7:33 오전
위블이 그래서 불편합니다.
ㅎㅎ
벤자민
2016년 8월 25일 at 11:05 오후
집이라는게 크고 좋을수록 좋겠지만
여기는 살던 집 자식들 주고
늙어 부부가 그냥 정부주택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냥 건강하실때 즐겁게 사십시요
오랜 오랜 나중에 넓디넓은 천국 정원에서
사실게 아닙니까 ㅎㅎ
데레사
2016년 8월 26일 at 12:31 오전
밎습니다.
멀지않아 정원이 좋은 그곳으로
가게 되겠지요.
그냥 오랜 꿈을 얘기 해본겁니다.
김 수남
2016년 8월 26일 at 12:40 오전
네,대부분 그런 꿈이 젊은 시절 갖는 것 같아요..아파트가 편리해서 연세드시면 제일 좋은 곳이기도하니 잘 선택하셨습니다.저희는 집 앞 뒤에 작은 뜰이 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잔듸로 그냥 예쁘게 챙겨 둡니다.저는 한국 사람답게 뒷마당은 텃밭으로 만들어서 고향 생각하며 야채를 키우는 즐거움도 갖고 있습니다.아이들 다 출가하고 저희도 나이가 더 들면콘도(한국의 아파트)로 들어 갈 생각입니다.안전 시스템도 좋고 관리가 편하기에요.
건강하신 모습 뵐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데레사
2016년 8월 26일 at 5:52 오전
뒷뜰에다 채소를 가꾸시는군요.
힘들어도 직접 길러서 먹는 즐거움이 아주 좋을겁니다.
아파트가 편하긴 해요. 때론 삭막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편한맛에 좋긴 합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