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먼 친척벌의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촌수로 따지면 아주 멀지만 젊었을 때 한동네서 오래 살았기에
오가며 친하게 지냈던 분이다.
올 해 91세로 요양병원에 계신다고 얼마전에 집으로 전화가 왔었다.
그 이전에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에 계셨는데 이제
몸을 못쓰고 많이 아프니까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고 한다.
수녀원 실버타운에 계실때만 해도 자주 찾아뵙고 밥도 같이 먹곤
했었는데 내가 허리가 아프면서 제대로 못 움직이니까 최근
몇년동안 못 찾아 뵌채로 세월이 흘러갔는데 우연찮게
전화가 와서 근황을 알게 된것이다.
반갑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허리 수술을 해서 못움직
이는데 나으면 꼭 찾아뵐께요” 하고 전화를 끊고
잊어버린채로 며칠이 흘러갔다.
그런데 어제 왠 남자노인이 날 찾아왔다.
마리아 할머니의 심부름이라고 하면서 그 아주머니가 준
꼬깃꼬깃한 오만원짜리 두장을 꼬깃꼬깃한 봉투에 넣어서
꼬깃꼬깃한 노인이 들고 온 것이다. 꿀 한병과 함께.
마리아 할머니라고 부르는 분이 이 아주머니다.
세상에 자기도 기초수급자로 겨우 겨우 요양병원 감당하고
살고 계시는데 내가 수술했다고 맛있는것 사먹고 얼른
회복하라고 10만원을 보내주시다니……
순간 감동스럽기도 하고 이건 아닌데 이걸 내가 받을수야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노인이 일부러 먼 방학동에서
평촌까지 심부름을 왔는데 그냥 보낼수도 없고 해서
고맙게 그 돈과 꿀을 받긴 했다.
이번 수술하고 나서 사실은 수금을 좀 하긴 했다.
그러나 다들 좋은 형편들이라 별 부담없이 받아서
잘 썼고, 지금 만나지는대로 식사대접으로 보답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어렵게 사시는 연로한 분이 보낸 돈을
어떻게 내가 써버릴수가 있을런지…..
아들이 노는날 운전 좀 해달라해서 방학동의 요양병원으로
아주머니를 찾아갈려고 한다. 그 10만원에 조금 더 보태서
드리고 와야 내마음이 편할것 같다.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한다니까 식사대접은 어려울거고 간식거리나 좀 장만해서
찾아 가 봐야지.
세상인심이 아무리 야박하다고 해도 이런분도 계시구나 하고
생각할수록 미안하고 고맙고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 가슴을 흘러간다.
하루라도 빨리 찾아뵈어야지….
초아
2016년 10월 27일 at 10:46 오후
평소에 잘 하셨기 때문일거에요.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하신 금일봉과 선물
감사히 받으시고, 찾아뵙고 그 마음 전달하셔요.
사람에게는 이심전심 서로의 마음이 천리길도 멀다않고 전해지는걸요.
데레사
2016년 10월 28일 at 8:38 오전
네, 그래서 곧 찾아뵐려고요.
형편이 안되는 분인데 고맙ㄱㆍㄷ
마음 아프고 그래요.
나의 정원
2016년 10월 28일 at 8:43 오후
그 분도 데레사 님의 불편하셨던 마음을 십분 이해하셨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마음을 서로 주고 받는 온정이 느껴집니다.
데레사
2016년 10월 29일 at 1:38 오전
그래도 형편이 어려운데 남까지 생각하다니
눈물이 날려교 해요.
말그미
2016년 10월 29일 at 12:46 오전
위블에 오랫만에 들렀습니다.
위 글에 가슴 뭉클했습니다.
이제 허리는 수술 후 첨보다 좀 괜찮아지셨는지
궁금합니다.
빠른 쾌차 빕니다.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데레사
2016년 10월 29일 at 1:39 오전
반가워요.
걷는게 좀빨라졌습니다.
아픈건 수술전보다는 낫습니다만
옛날 같지는 않아요.
바위
2016년 10월 29일 at 2:56 오전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겠지요.
저는 요즘 그런 멋을 잃어버렸네요.
돌아가는 세상 꼬라지하고는.
그래도 데레사 님은 참 행복하십니다.
건강하십시오.
데레사
2016년 10월 29일 at 3:18 오전
정말 돌아가는 세상 꼬라리지하고는 담 쌓고 싶습니다.
이젠 한가닥 희망도 없는것 같아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