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바꿔버렸다.
나의 생활 역시 마찬가지로 모든게 엉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생활이 한 달이 넘어가고 두 달이 채워질려고 하니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적응해가고 있다.
헬스장에서 하던 운동을 동네걷기로 바꾸고, 장보러 가던건
쿠팡에서 배달을 시켜버렸고, 은행업무는 방문대신 모바일뱅킹으로
하고, 자주하던 외식은 집밥으로 먹는다.
좋은점은 이 생활이 두 달 가량 이어지니 통장에서 돈이 덜 빠져
나간다는것, 소비생활이 줄다보니 돈 쓰는것도 확 줄어버렸다.
오늘도 여전히 아침먹고 설겆이 해놓고 10시쯤 집을 나섰다.
피어나는 꽃속을 천천히 걸으며 굳이 꽃구경하러 진해나
구례를 안 가도 되는데, 왜 가서 무서운 코로나를 옮겨오는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집 앞길이 평촌 벚꽃길이다.
이제 1주일안으로 만개할것 같다. 거실 창밖으로도 보이니
꽃놀이를 안가도 좋다.
전에는 친구들 불러서 꽃구경도 하면서 밥도 같이 먹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은 꿈도 못 꾼다.
동네길만 걷는게 처음엔 좀 심심했다.
그런데 요즘은 매일 다르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는 재미가
있어서 그저 좋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사람이 덜 다니는 곳을 찾아
다니기는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이런 자유라도 누릴수
있는 우리나라가 좋은나라다.
프랑스 시골에 사는 지인은 자기집 바로 앞이 바다인데 그 바다로
내려가는 산책로도 폐쇄되고 집 밖을 나갈려면 허가증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네 마당만 뱅뱅 돈다고 하는데 우리는
동네는 마음대로 다닐수 있으니 이제는 우리가 선진국이다.
미국 LA에 손주들 둘이 있다.
작은 아이는 대학생인데 같이 사는 일본인 룸메가 일본으로
어제 돌아갔다고 한다. 미국에 있으면 외국인이라 치료도 받기
힘들테니 일본으로 오라고 하는 부모님뜻을 따라 일본으로
가 버리고 혼자서 독방에 갇혀서 하루종일 게임만 한다나….
큰 아이는 회사근처에서 자취하는데 재택근무로 바뀌어서
자기 방에서 일하다 먹고 먹다가 게임하고 그렇게 지낸다고 한다.
두 아이 다 휴지를 미쳐 못사서 휴지없다고 징징댄다.
휴지없다고 죽는건 아닌데 미국사람들은 왜 휴지사재기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이 없으면 잇몸식으로 휴지대신 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가르쳐 주면서 시큰둥해 하는 아이들과 한참을 웃었다.
텅빈 거리, 출근시간이 끝난 도로가 한산하다.
이면도로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린이 놀이터도 마찬가지로 한산한데 강아지 산보시키는
사람만 보인다.
우리동네 초등학교 앞이다. 입학식도 못하고 현수막만
걸려있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언제쯤이면
들려올까?
이쯤에서 만보계를 보니 6411보다.
요즘은 만보를 거의 못 채우고 6,7 천보에서 끝낸다.
그것도 힘이 들어서다.
비둘기야 너는 코로나도 겁 안나지?
너는 가고싶은 곳 다 가지?
너는 사회적 거리두기 한다고 이웃도 외면하지는 않지?
괜히 비둘기를 보고 투정 한번 부려본다. ㅎㅎ
이렇게 나의 동네한바퀴 걷기운동은 끝났다.
집에서 왔다갔다 좀 하고 쓰레기도 버리러 나가고 하다보면
조금 더 걸어지긴 하지만 굳이 만보 채울려고 애쓰지는 않기로 한다.
주어지는대로, 힘 닿는대로, 편한대로 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