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준 선물, 가족이라도 네 명만 모여야 하는 기막힌 설날이다.
우리집 식구는 아들과 나 둘뿐인데, 한 동네 사는 딸네 식구 셋이 함께
우리집엘 오질 못한다. 다섯명이면 방역수칙 위반이 되니까.
그래서 머리를 짜내서 묘안을 낸 것이 차례를 지낼때는 사위와 딸만 오고
사위와 딸이 돌아 간 오후에 손녀 혼자서 세배를 오기로 했다.
그래도 명절이고 차례도 지내야 하니까 몇가지 음식을 만들었다.
지지고 볶고 종일 걸려서 전 몇가지, 나물 몇 가지, 생선 말려서 찌고
탕국 끓이고 했다.
명절 음식이라는게 해 놓고 보면 별것도 아니지만 사실은 손이 많이 간다.
떡과 과일은 삿지만 전 부치고 나물하고 탕국끓이는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가족끼리, 일가친척끼리 모여서 함께 하는 재미로 음식을 만드는데
네 명밖에 같이 못 먹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콩나물 다듬는데만도 한 시간이 더 걸린다. 시금치도 다듬어서 데치고
물미역도 데쳐서 무치고 도라지와 고사리도 볶았다.
생선은 경상도 식으로 말려서 찐다. 오 갈 사람이 없으니 조기 다섯마리만 했다.
이게 설이냐고 묻고 싶다. 정치인들은 잘도 뭉쳐서 다니드만 어진 백성들은
무서워서 절대로 다섯명이서 같이 가거나 모이질 못한다.
그래도 이웃님들 명절 잘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