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성주산과 양송이 부침개

일주일전토요일(10일)이른아침,
서부간선로를빠져나와서해안고속도로로들어섰습니다.

비봉을지날땐이러다가뭔일나겠다싶었습니다.
아침나절인데도사위는캄캄했습니다.

앞유리창에내리꽂히는세찬빗줄기를윈도우브러시가감당하기엔역부족이었습니다.
그냥비상등켠채아주천천히달릴수밖엔도리가없었지요.
하늘과땅을지그재그로잇는섬광은섬뜩했습니다.
어릴적천둥번개로온마을이화염에휩싸인광경을보았던무서운
기억이아직도뇌리에깊게박혀져있기때문입니다.

천둥소리가싫어라디오볼륨을높혔습니다.

충남보령성주산을가기위해나선길이었습니다.
계속이대로라면산행은힘들겠다고생각했습니다.

출발에앞서머릿속에한분이떠올랐습니다.
조블이웃인양송이님이었지요.
충남보령어느골짜기에서양송이를재배하고계신다는정보외엔
아무것도알고있는게없었습니다.
주소도전화번호도말입니다.
그러나확실하게알고있는몇가지는있었습니다.
물론그의글속에녹아있는정서를제나름대로해석한것입니다.

우선세상어느누구보다도부자라는사실입니다.
‘시골살면서’의문패처럼그저텃밭에나가제철채소를,뒷산에올라산나물을언제든지먹을만큼
구할수있는,그리고욕심부리지않고일한만큼얻는수확의기쁨…
또사고의폭이넓고깊어마음또한바다같을것이란생각에서진정한부자의요소를갖췄다고보았기때문이지요.

과연방향이맞을런지…
또하나,솜사탕처럼부드러운필치로세상아픔을어루만지기도하면서
때로는못된부류들의횡포앞에서는필을곧추세울줄아는분이란사실도분명히알고있습니다.

산행정보를인터넷에서취하면서,보령..양송이주산지..양송이님…으로생각을이어가다가
혹시하며보령에서양송이재배하는어느분의전화번호를검색창을통해메모해뒀습니다.
서울가서김서방찾기나다름없는노릇이겠지만서도요.

당진을지나면서날씨는마치터널을빠져나와딴세상으로들어온것같이
거짓말처럼환하게맑았습니다.
대천IC를빠져나와보령시내를거쳐성주터널을지나성주산휴양림입구로들어섰습니다.
등산화끈을당겨맨뒤화장골을들머리로산행에나섰습니다.

그러나능선에올라서니캄캄한북쪽하늘에서먹구름이금방이라도덮칠듯한기세로
몰려오고있었습니다.걸음을서둘렀지요.
뒤돌아내려가기엔예까지온게억울했던겁니다.
몇몇하산길산행인들이소나기가퍼부을것같은데지금올라가느냐며근심스레걱정을하더군요.
산중은점점캄캄해지면서섬광도뚜렷해지고고막이울릴정도로뇌성도커지고있습니다.
이러다간영락없이산속에서물에빠진생쥐꼴을하게생겼습니다.

성주산일대는폐광된탄광이많아채굴된갱도로인해
지반침하위험이우려된다며산행시주의를요하는안내판이군데군데서있습니다.
팔각정이세워진성주산전망대에이르자10여명의산행인들이자릴펴고앉아
땀을식히며일잔나누고있었습니다.

성주산전망대팔각정

크~으~
십여걸음떨어져있는곳까지동동주의쏴~한냄새가코와침샘을자극합니다.
"저어기~이리와서동동주한잔합시다~"
"아,예많이들드십시오"하면서,이미발걸음은그들쪽으로가고있으니
산중일잔유혹엔뇌조차제대로제어가안되나봅니다.
염치불구넙쭉한잔받아마셨더니두잔이더돌아오더군요.
여기서한방맞았습니다.
"어디서오셨냐"서울서왔습니다""혼자오셨냐?"그렇습니다"
"산을자주다니느냐?""쉬는날이면늘다니는편입니다"
이때한분이나서며하시는말씀,혼자늘산행하는것이자랑이아닙니다.
가족들도생각하셔야지요"
"…."

유구무언,할말없었습니다.
같이도다녔는데..요즘관절에무리가와서..뭐둘러대고도싶었으나
그분말씀이사실인점,부정할수없었기때문이지요.
동동주세잔에쓰디쓴안주얻어먹은기분,그래도괜찮았습니다.

다행히도먹구름은산행내내엄포만주었을뿐쏟아붓진않았습니다.

서울로서둘러올라가기위해성주터널을빠져나와보령시내로접어들때쯤문득생각났습니다.
조블이웃양송이님입니다.
메모지에적어온’서울서김서방찾기식’전화번호를눌렀습니다.

"아,거기양송이재배하는곳이지요?"
"그렇구만유~"
"혹시보령에서양송이재배하시는이아무개란분을아시나요"

절대기대하지않았습니다.그런데수화기로흘러나온대답에사실저으기놀랐습니다.
사실,마늘재배많이한다는단양에가서대뜸마늘재배하는ㄱ아무개를아십니까?
금산에가서인삼재배하는ㄴ아무개를아십니까?
이와별반다를게없는황당한물음이었기에기대를할수었었지요.

"예,농장은알고있으나전화번호는모르겠는데어쩌지유"
기대하지않았던터라어쩌면더욱반가웠는지도모르겠습니다.
속으로쾌재를불렀습니다.
제스스로"넌참,때로는웃기는재주가있어"하며신나게

성주산자연휴양림내숲속의집

그분이알려준대로오던길을되돌아차를몰았습니다.

산허리에너무나아름답게자리한(실제풍수지리상으로도더할나위없다함)집에
연락도없이찾아든불청객을처음맞은분은양송이님의사모님이셨습니다.
참으로곱고단아한모습이었습니다.

마침또한분의블러그이웃께서오셔서성주사지에나가셨다하였습니다.
다녀갔다는사실만전해주십사하고나서려는데
그럴순없다시며연락을취하셨고이내돌아오신양송이님과바깥세상에서의첫만남이이루어진것입니다.
또한분,지금은잠시블로그를닫으신상감마마님과도반갑게인사했지요.

그리고,빗속을뚫어가며대천항에서광어,갑오징어를떠서,대천,무창포해수욕장으로돌아
집으로들어와소곡주를곁들여가며밤을하얗게지새며참으로많은얘기들을나눴습니다.

오랫동안기억에남을뜻깊은여행이었습니다.

덧붙여…

매운탕에연신양송이부침개를만들어내놓으시며함께밤을지새우신

사모님께도다시한번감사의말씀전합니다.
(양송이님블로그글’걸어서바다까지’에잘소개해놓으셨습니다)

오늘,오랜만에검단산을다녀온후일주일전이야기를뒤늦게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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