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雪嶽의 품에…

대청봉에서서…

막중한임무(?)를부여받은대원들,이들을태운차량은23:30,서울을벗어나
날짜를바꿔02:30분,깊숙한산간지역에멈춰섰다.

성에가차창에두텁게얼어붙어바깥을가늠키어렵다.

투입지역의온도는칼바람을동반한영하16도.
산간지역에칼바람에한밤중이라,체감온도는영하25도정도..

"차내에서잠시대기하면서투입신호를기다려라"

대장은목소리낮춰대원들에주문하고선바깥동정을살피러나간다.

투입신호를기다리는대원들의표정은제각각이다.
대부분은이골이난듯무덤덤한표정이나게중엔바짝긴장한모습도눈에들어온다.

칠흙어둠속정찰임무를마치고돌아온대장은접근경로및주의사항을대원들에게주지시킨다.

"아직문이열리지않았다.개문되는03:00전격투입된다.
살펴본바예상대로이동로는초입부터결코만만치않다.
모든안전장비를갖출것을주문한다.
총작전시간은10시간이다.
무엇보다체력소진에유의해야한다.
여명이틀때까지자기체력의30%,그리고30%는고지에올라설때까지,
나머지40%는작전종료때까지분산유지관리토록한다.
이상,각자장비를점검하며다음신호를기다린다."

"여기는드롭존컨트롤/
지상풍180도에서10노트/지상적위협무/최종접근경로190도"

"여기는스카이원/
공중풍15노트/투하고도1200피트/현재접근경로진입/투하신호확인"

"그린라이트(투하)!"

졸다깨다를반복하는사이한계령에닿은모양이다.
비몽사몽간에귓전을노크하는안내멘트는영화속작전명령으로들렸고
실내조명등아래드러난산꾼들은마치적진투입명령을기다리는
수송기내특수요원들처럼보였던게다.


겨울밤,한계령휴게소는깊은잠에빠져있다.
외등이있어건물의형체만은근하다.
조망이뛰어난테라스엔빈의자만이밤을지킨다.

‘빛과벽돌이짓는詩’로회자되던건축가고김수근.
자연과어울림을강조한그의의도대로한계령의지형을그대로살려
건축된운치있는휴게소중하나이나밤이라모습이드러나질않는다.
낮이면북적거릴주차장엔승용차서너대와산꾼을실어온버스두대가전부다.

03:00.
차에서내려아이젠을등산화에건다.
푹눌러쓴방한모와코밑까지깃을세운방한재킷탓에누가누군지구분이안간다.

그러나어둠속에서도유독튀는패션에시선이꽂힌다.
한겨울한밤중한계령의한기를한몸에…
이무슨황당한시츄에이션인가?

살색재킷을입었나눈을의심했다.그게아니다.
소매없는런닝셔츠만입은맨몸으로밤산행에나선사나이가있었으니.
아이젠을신기위해단몇초장갑을벗었는데도손가락마디마디가짲어질듯시려오는데..
그는장갑도거추장스러운모양인지맨손이다.
오로지얇디얇은런닝셔츠한장만걸친채양팔을벌겋게드러내놓고있다.

가죽은온전할지심히걱정된다.

휴게소뒷편으로난가파른계단을올라서자곧바로눈길이다.
동틀때까지줄곧헤드랜턴에의지해야한다.
워낙기온이낮은터라쉬방전이될것을염려해아예새건전지로바꿔넣었다.

들머리서부터신고식이된통호되다.된비알이다.
가쁜숨소리는모데라토,서걱서걱얼음밟히는소리는안단테리듬에실린다.
랜턴이비추는반경2~3미터밖은칠흙같은어둠이다.
초롱한별들이따라나서고하현달이머리위에서마중한다.

1시간30분을올라서니삼거리갈림길을알리는이정표가서있다.
이곳에서부터오른쪽서북능선을타고끝청쪽으로향한다.

수북히쌓인눈은골바람에실려이리저리흩날린다.
흩날리는눈입자들마다랜턴불빛을머금고선
반딧불이로환생하여눈앞에서아롱대다가등뒤로스러진다.

갈림길을지나면서부터완만한능선길이이어진다.
그러나여전히긴장을늦출순없다.
본시는너덜지대인데눈이덮혀있어아차잘못발을놓으면
바위와바위사이홈으로빠져버리기십상이다.
군데군데마치뚜껑열린맨홀처럼입을벌리고있어

한걸음한걸음진땀이바작바작난다.

끝청에서서…

어둑새벽녘끝청에오르자,해오름기운이수평선을붉게물들인다.
막솟아오를듯불기운이사방으로뻗치고있으나
해오름보겠다고미련떨다간동태신세면치못할것같아
육신을보존키위해부지런히중청을향해몸을움직인다.

중청을지나며…

끝청에서중청가는길,
우뚝솟은침봉군과어우러진설악능선들의너울거림이

비로소또렷하게시야에들어온다.
해오름빛은눈덮힌산자락을붉게휘감고장엄한산세는

사방으로파노라마처럼펼쳐진다.
대자연최고의향연에초대된기분이다.

중청에서건너다보이는대청봉비탈은소잔등처럼柔하나
햇살을등진이른아침이라산빛은을씨년스럽다.

일단의산꾼들로중청대피소취사장이시끌벅적하다.
단풍철이곳을지날때시장통처럼북적이던것에비하면야아직도얼마든지널널하지만.

그제서야신호가온다.

한계령에서부터예까지먹은게없다.심지어물한모금조차도…
물론배낭속엔컵라면과쵸코파이그리고물통이있었다.
물통은꽁꽁얼어돌덩이로,쵸코파이역시수분이있어돌사탕처럼얼어버렸으니…

등반대장배낭속엔없는것빼곤다있다?
그가꺼내놓은구닥다리석유버너의화력은대단했다.
모양새로보아귀신(?)스런물건들이밀집해있는서울황학동에서나만날수있는

물건으로보이는데화력만큼은주위어떤버너도감히범접못할정도이니
다들물통들고대장을에워쌀수밖에…

얼큰한라면국물곁들여소주일잔까지,부러울게없다.

중청대피소취사장에서…

중간급유도받았겠다,주거니받거니에열중인일행들틈을빠져나와대청봉을향한다.
사실중청에서빤히올려다보일정도로만만해보이나
한겨울의이른아침대청봉날씨는절대로녹록치않다.

볼살은에일듯이따갑고축축하던장갑은금새얼어뻣뻣하다.
차디찬칼바람은눈물콧물을쏙빼놓질않나,여하튼손님맞이한번고약스럽다.

대청봉에올라…

그렇게용을쓰며오른대청봉(1708m).

너무춥다.그러나아침햇살만큼은눈부시다.
수만형상의암봉들은세안하듯햇살에얼굴을내맡긴다.
그래서인지암봉은늘하얗게빛이난다.

봉우리가높아푸른하늘이손에잡힐듯하고,
멀리서보면아득하고푸르기만하다하여靑峯이라고.
그래서설악산에는청봉이많다.
대청,중청,소청,끝청,그리고귀때기청봉까지.

대청,중청을뒤로하고백두대간의등뼈공룡능선을바라보며,
넘실대는동해를굽어보며소청봉을지난다.

소청봉기슭에는불자라면살아생전에한번은꼭찾고싶어한다는봉정암이자리하고있다.
봉정암은오대산상원사와양산통도사,태백산정암사,백덕산법흥사와함께

우리나라5대적멸보궁(부처님의진신사리가봉안된곳)중하나다.

소청에서바라본…

소청봉에서희운각산장까지는2시간거리의급사면이다.
철계단도,너덜지대도모조리눈속에묻혀버렸다.
계단난간이나안전로프가발목높이에있을정도이니…
스틱을짚으면손잡이까지눈속에파묻힐정도로비탈이심하다보니
아이젠역시제역할을다하지못한다.

내리막눈길은아예봅스레이코스가되어버렸다.
주저앉기만하면아찔할정도로미끄러져내린다.
인간거리20미터이상유지는필수다.자칫추돌하면최소한터지던지부러진다.
산행기를정리하는지금까지도선택의여지없이즐긴눈썰매탓에온삭신이욱신거린다.

봅스레이코스?

희운각산장이내려다보이는철계단은숫제미끄럼틀이다.
계단이눈으로메꿔진채얼어붙어대략난감.
뒤돌아서서얼어쩍쩍달라붙는철제난간을잡으며뒷걸음으로
한발한발,진땀이바작바작난다.

워낙추운날씨탓인지희운각산장은적막강산이다.
매점창틀에턱을괴고박새를불러모이를주고있는산장지기와
쉬어가는두어명산꾼이고작이다.

무너미고개에서왼쪽으로가면마의공룡능선,오른쪽으로내려서면천불동계곡길이다.
겨울공룡능선은군데군데빙벽과맞닥뜨리게되므로전문산꾼들조차

꺼리는코스라하여방향을천불동으로틀었다.

희운각산장에는…

무너미고개를넘어긴내리막길은또한번눈썰매로…

뱀기어가듯꼬불꼬불한눈비탈길에주저앉자이내가속도가붙어

쏜살같이미끄러져내렸다.
이미제동이되질않았고공포를느끼는순간S자코스벽면에부딪치면서

튕겨져나와벼랑끝수미터전에내동댕이쳐졌다
위험천만의아찔한경험이후,

산을다내려설때까지주저앉지않고두발로걸었다.

천불동계곡을지나며…

양폭산장을거쳐비선대,그리고지리한평지길을걸어소공원까지,
한계령을들머리로하여산을오른지꼬박10시간(03:00~15:00),

뜨끈한된장두부전골에하산주일잔씩…크~조옷타!

혹독한추위에떨고

매서운칼바람에울고

또눈길에자빠져가며…
이무슨사서고생이란말인가.

그러나,


돌아서면또山으로내달리고싶으니이또한무슨조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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