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熊山 곰메바위는?

걷고또걸어서…

건너두棟과그사이로보이는얕으막한동네산,
7층내집식탁의자에앉아내다보이는창밖풍경이다.
맨날같은풍경이지만느낌만큼은하늘빛에따라조금씩다르다.
오늘은회색구름이낮게드리워져조금은꿀꿀한것처럼.
창문을열어손바닥을내민다.빗물이조금씩묻어난다.

리모컨을들고선이리저리하릴없이채널을옮겨본다.

드라마에선짜증스러울만치우연도많다.
그래서현실에서동떨어진상황을두고드라마같다고하던가?
또다른채널,빗속을달리는건각들이화면가득싱그럽다.
수영박태환의1500미터아쉬움이자막으로스쳐지나간다.
샛노란비옷차림에우산까지받쳐든기상캐스터도양념처럼끼어든다.
(내가보기엔雨傘이라기보다陽傘같구만서도…)

어제도그랬다.오늘엄청많은비가전국적으로쏟아부을것이라했다.
그러나비는오는둥마는둥,산행발목만잡아놓은꼴이다.
오늘은눈비대신다른메뉴를들고나와공갈(?)친다.

"최악황사,전국기습"

바다가보여야하는데…

황사주의를알리는내용에뻥을보태표현하자면이런식이아닐까싶다.

3월31일00시를기하여대한민국전역에황사특보를발령합니다.
이시간이후황사테러에대비,모든국민들은
외출을삼가고황사재해본부의지시에따라침착하게행동하여주시기바랍니다.
먹고살기위해황사따윈아랑곳하지않겠다는분들일지라도
반드시마스크로코와입을가리고피부노출을삼가토록하여
나중에예보활동에문제가있었다는둥딴지를거는일이없도록합시다.
길어봐야하루이틀정도이니생필품을사재기하는등
상식밖의눈살을찌푸리게하는행동은자제하시기바랍니다.

다시창가로가고갤내밀어포도에고인빗물을뚫어져라응시한다.
고인물의미세한일렁임으로보아여전히조금씩은내리는모양이다.

황사기습에지레겁먹고내일도오늘처럼리모컨껴안고씨름할순없다.

토요일오후,

부랴부랴인터넷에서물색한산행지는경남진해를감싸안은곰메즉熊山.

진해군항제도양념으로끼워넣어무박코스다.
부산으로진해로,만만찮은이동거리이긴하다.
태종대일출,웅산산행,벚꽃놀이…
이거산행이아니라관광?곧장산악회로전화해내용물(?)을확인했다.

"황사때문에태종대일출은어려울것같고,대신산을길게탈겁니다.
애초계획은안민고개에서시루봉까지이나천자봉까지걸을겁니다.
여기가산악회아닙니까?하하하…"

나무계단은끝없이이어지고…

그제서야마치먹이만난들짐승처럼움직임이빨라진다.
늘그러하듯오늘도오밤중에산행위해집나선사람들로
여러집결지중한곳인사당역위는여전히분주하다.
황사따윈아랑곳하지않겠다는부류들이다.

새벽4시반,부산자갈치시장은한산했다.
돼지국밥집아지매는경매없는일요일이라더욱그러하나
실은번듯한시장건물이들어서면서정취가사라져찾는이들의수가
전만못하다고했다.국밥한그릇뚝딱해치우고
휘~한바퀴둘러봤으나국밥집아지매말마따나썰렁하다.

번듯한자갈치시장과허름한자갈치시장이마주보고서…

자갈치시장을뒤로하고태종대로이동했다.
황사실은빗발이간간히날리는이른아침이라그런지인적이뜸하다.
태종대산책길에흐드러지게핀벚꽃도황사탓에빛바랜듯희뿌옇고
발아래펼쳐진바다역시황사에묻혀숨죽이고있다.

해군기지사령부가군항제로개방되고…

진해는은빛천지다.벚꽃하면진해를떠올릴정도로시선머무는어디에도온통벚꽃세상이다.
산행들머리,안민고개에이를때까지벚꽃길은끝이없다.
바람에흩날리는꽃잎은새털처럼가볍고눈송이처럼새하얗다.

벚꽃에넋을놓고있는사이,어느새안민고개다.

안민고개는진해와창원을경계한다.
안민고개에이르는구불구불한포장도로는교행이매우힘겹다.
원체폭이좁기도하나그보다는길옆벚꽃나무가
도로위로가지를뻗어대형버스들이조심조심운행하기때문이다.
이처럼진해의벚꽃나무는칙사대접을받는다.

산불예방을위해닦아놓은넓은방화선을따라오른다.
안민고개에서부터걸음을시작해불모산갈림길,시루봉,바람재,
천자봉을지나대발령까지4시간반코스다.

능선에서내려다보이는진해시가지는여전히황사에짓눌려깨어나질못한다.
산허리를휘감은벚꽃길은설핏설핏하나쪽빛바다진해만은온데간데없다.

황사의정도가여간심한게아니다.
능선바람에실려이리저리흩날리는누런흙먼지로
콧속이답답하고눈자위도따갑다.그래도능선주변에
지천으로피어난진달래내음이콧속을달래고눈자위를씻어준다.
이쯤에서매캐한목구멍도달랠겸걸음을멈춰보따릴끄른다.
열댓명일행들이내놓은먹거리가제법실하다.
복분자주에소주까지없는것빼고다있으니.

저멀리점처럼보이던시루바위가발품판만큼점점다가오고…

두어잔마신술탓인가,저멀리시루봉(653m)이얄궂게아롱거린다.
참으로희한하다.영락없이봉긋한젖가슴에젖꼭지형상이다.

삼거리이정표엔왼쪽으로불모산을가리킨다.송신탑우뚝솟은불모산이지척이다.
오른쪽에진해시가지를끼고서시계가는방향으로원을그리며진행한다.
진해시뒤로는웅산이병풍처럼둘러싸고앞은탁트인바다다.
전형적배산임수의모습을갖춘아름다운도시다.
삼거리를지나면서넓다란능선길은끝나고아기자기한암릉구간도간간히나타난다.

"허어거참요상타!"

조금씩다가서는시루바위를올려다보며누군가감탄사를날린다.
기묘하게생긴탓일까,과거왜구들이노략질할때이시루바위를항해표적으로
삼았다는기록도있다한다.
안민고개에올라서면서부터가물가물눈에들어와이정표노릇을하던
시루봉이드디어눈앞에떠억버티고선다.

병?지그재그계단그리고…

생뚱맞게웬빨간안내판?

시루봉에덩그러니올라앉은시루바위는높이가10미터,둘레는50미터나된다.
명성황후가세자의무병장수를기원하는백일산제를올린곳으로도유명하다.
그런시루바위가지금은나무토막에의해포박된모습이어서안타깝다.
보호한답시고설치한나무이동로와나무계단이정작자연조형물의미관을
상당히해치고있어하는말이다.

멀리서볼때젖꼭지형상이던시루바위를남쪽에서올려다보면곰의형상이다.
그래서웅산(熊山)이라불리우며시루바위를곰메바위라부르기도한다.
아름다운곰메바위에둘러쳐진포박은제거되어야한다는생각이다.

왜둘러놓았을까,나무토막은?

조블이웃느티나무님이소개한바있는MonumentValley처럼자연그대로
바라다볼수는없을까?

지그재그로거대하게설치해놓은나무계단은
시루봉아래바람재를내려서는곳에이르러절정을이룬다.
바람재에서많은사람들이하산했다.
천자봉향하는길은그래서더욱호젓하다.

천자봉에서대발령으로향하는길가엔연분홍개복숭아꽃,진달래,산벚꽃들로
꽃대궐을이루고응달진산자락에도여린잎새들이봄을휘감는다.
황사에소소리바람을맞으며네시간을넘게걸어대발령에서산행을마감한다.

황사속에서도군항제는계속되고…

이후시간,진해군항제차량들로인해꼼짝없이1시간을넘게차안에갇혔다가
군항제기간개방한진해해군기지사령부내벚꽃길을걷기도했으나아!황사…때문에더이상은…

맑은날택해다시한번오고싶은진해웅산을뒤로하고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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