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레일을살짝타고넘어잽싸게숲속으로숨어든다.
가지말라는길인데또간다.법규잘지키는편인데산에서만가끔…
산불방지가이유라면특별히이구간만통제해야하는납득할만한설명이라도…
쓰잘데기없는생각을해가며오르다보니어느새유군치(留軍峙)임을알리는팻말이다.
즉이제부터정상등로에접어들었다는얘기도된다.
9개봉종주의첫봉인장군봉이지척임을가리킨다.
세월이흘러오늘유군치에는일찌감치간이탁자펴놓고
滿山紅葉설악의유혹을뿌리치고찾은내장산은폭풍전의고요함그자체다.
이달말이면넘쳐날단풍행락인파에대비,내공을키우는듯하다.
능선을평정하고골짜기들을접수했으며속도를더해남하중이다.
山紅水紅人紅의三紅을자랑하는내장산단풍은아랑곳않는다.
잎새들은명을다해가는엽록소를부여잡고때를기다린다.
8개봉종주의신고식이라도치를모양이다.
졸병도아닌장군봉인데호락호락해서야어찌체면이서겠는가,
안내판기록으로짐작컨데아마도임진왜란때승병대장인
희묵대사를기리기위해장군봉이라이름하지않았을까,혼자생각이다.
연자봉가는길에만난철계단도,아찔한단애도
앞으로닥칠가파른철계단과암릉에비하면차라리앙증맞다.
연자봉(675m)에올라서니마주한저건너서래봉이더욱우뚝하다
燕子峰역시燕巢에서유래되었음을쉬알수있는대목이다.
단풍시즌이되면케이블카로연자봉,신선봉을오르는행락객들이많아
북새통이라는데오늘이길은더없이호젓하고여유롭다.
잎새들은갈바람에실려바스락대다맥없이떨어져나뒹굴고
갈바람에뒤척이는은빛억새는화사하나허허롭다.
신선봉을오르는길,갈바람이가슴을친다.
내장산국립공원일대가새둥지처럼포근하게조망되는곳.
까치봉,연지봉,망해봉,불출봉,서래봉으로이어지는능선이한눈에들어온다.
넘어야할봉우리들이다.보기만해도가슴벅차다.
산행식한두가지만준비해도몇몇둘러앉으면뷔페식안부럽다.
오늘먹거리으뜸은단연추억의크림빵.
산악회총무가챙겨온생뚱맞은크림빵을긴가민가한입물었더니
아련한추억속의그맛그대로다.
소슬한갈바람도등짝을떠밀며발길을재촉한다.
타고넘어볼까하다가바위너머사정을몰라우회등로를택한다.
초행길,초건방은곧사고로이어질수있기때문이다.
왼쪽소등근재방향은장성백암산으로이어지는종주길목이다.
주위를눈여겨담는다.백암산으로의종주를염두에두고있어서다.
내장산의제2봉으로백암산을연결하는주봉이다.
까치봉을중심으로내장9개봉이동쪽을향해말발굽형으로이어져있다.
겹겹이포개진산능의너울거림은흡사나풀대는장삼자락과도같다.
융단을깔아놓은듯몽실몽실한발아래숲은며칠만지나면
검붉게혹은짙노랗게화장을하고단풍의백미내장산을유감없이과시할것이다.
다시등로가곧추선다.8봉중다섯번째봉인연지봉(蓮池峰,670m)에올라선다.
여기서발원하는물이원적계곡과금선계곡을타고합류하여서래봉을돌아내장호를이룬다.
연지봉정상헬리포트주변억새사이로보이는서래봉은여전히아득하다.
어느봉우리에서내려딛더라도길은내장사일주문으로통한다.
고로종주산행이버거우면중도탈출이용이하다.
연지봉을뒤로하고또다시철계단에매달려한참을허걱대고나서야
암릉위의망해봉(望海峰,679m)안내판이얼굴을내민다.
하늘과맞닿은저어디쯤이바다일터이나가스에묻혀가늠이안된다.
그러나입암산뒤에숨어산봉을드러낸고창방장산은가물가물눈에들어온다.
아찔한낭떠러지를오른쪽에두고뻐근한다리를움직인다.
산비탈을타고오르는갈바람이제법차다.
내장8개봉통틀어유일하게불출봉에만목조전망대가있다.
남쪽으로는내장산의주봉인신선봉을비롯모든봉우리가한눈에들어온다.
그래서불출봉이라고?설명이2%부족하다.
佛出峰이아니라弗出峰혹은不出峰이라면몰라도…
내장8개봉종주의마지막봉,서래봉이손짓한다.
길을잘못들어선것은아닌가?완전하산하는느낌이다.
서래약수터에이르자,오른쪽으로서래봉을가리키는팻말이보인다.
철구조물을부여잡고기어올라야한다.
‘악’소리가절로새어나온다.
발아래숲은起毛잘된융단을펼쳐놓은듯부드럽고
그가운데에벽련암과내장사가사뿐히똬리틀고있다.
중간탈출로로빠져나간탓인지함께한산꾼들,보이질않는다.
바위를몇번끼고돌며철계단도두어번오르내리고나니
지그재그로닦아놓은완만하게등로가이어진다.
내장능선8개봉종주를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