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8개봉을 걷다

내장산8개봉종주를위해꼬불꼬불산길을달려秋嶺(갈재)에닿은시간은11:00분

내장산표시석뒤철망이끝나는지점에서좌우살핀후
가드레일을살짝타고넘어잽싸게숲속으로숨어든다.
가지말라는길인데또간다.법규잘지키는편인데산에서만가끔…

정읍내장동에서순창으로넘어가는추령고개마루는내장산종주산행의

나들머리로접근이쉬워산꾼들이자주이용하는곳인데왜철망을쳐놓았을까?

올라보니위험구간은절대아니고,입장료때문에개구멍단속할일도없어졌을터이고,
산불방지가이유라면특별히이구간만통제해야하는납득할만한설명이라도…

뭐이유가없진않겠으나걸핏하면금긋고벽쌓길좋아하는통제만능주의자들의발상일거라는
쓰잘데기없는생각을해가며오르다보니어느새유군치(留軍峙)임을알리는팻말이다.

개구멍으로올라붙어처음만난국립공원이정표다.
즉이제부터정상등로에접어들었다는얘기도된다.
이정표엔역시나올라온길은’탐방로아님’을가리키면서
9개봉종주의첫봉인장군봉이지척임을가리킨다.

유군치는임진왜란때승병들이왜군을이곳으로유인,크게물리친곳이라하여붙여진이름이다.
세월이흘러오늘유군치에는일찌감치간이탁자펴놓고

막걸리로산꾼을유인?하는자있었으니…가히극과극이로다.

서래봉에서지나온봉우리를카메라에담아이어붙였는데…어설프다

말발굽모양의내장산주능선8개봉종주를위해
滿山紅葉설악의유혹을뿌리치고찾은내장산은폭풍전의고요함그자체다.
이달말이면넘쳐날단풍행락인파에대비,내공을키우는듯하다.

9월말휴전선을넘은단풍은설악대청봉아래사면에진을친뒤
능선을평정하고골짜기들을접수했으며속도를더해남하중이다.

연일각종매체가토해내는설악단풍예찬에도
山紅水紅人紅의三紅을자랑하는내장산단풍은아랑곳않는다.

남하하는天氣를기다렸다가일시에대반전시킬요량으로
잎새들은명을다해가는엽록소를부여잡고때를기다린다.

불출봉과서래봉을건너다보며…

유군치에서장군봉은지척이나가파름이장난아니다.
8개봉종주의신고식이라도치를모양이다.
졸병도아닌장군봉인데호락호락해서야어찌체면이서겠는가,

그리하여발길닿은장군봉(696m).
안내판기록으로짐작컨데아마도임진왜란때승병대장인
희묵대사를기리기위해장군봉이라이름하지않았을까,혼자생각이다.

장군봉을돌아보며…

장군봉의위용은연자봉에올라뒤돌아보았을때비로소가늠된다.
연자봉가는길에만난철계단도,아찔한단애도
앞으로닥칠가파른철계단과암릉에비하면차라리앙증맞다.

우측아래케이블카승강장과벽련암이아스라이눈에든다.

케이블카승강장과벽련암이…

말발굽능선을시계방향으로돌아오를마지막봉,서래봉도저멀리아득하다.
연자봉(675m)에올라서니마주한저건너서래봉이더욱우뚝하다

서래봉아래벽련암을일러제비의보금자리즉연소(燕巢)라한다.
燕子峰역시燕巢에서유래되었음을쉬알수있는대목이다.

연자봉에서30여미터내려서면케이블카갈림길이다.

연자봉중턱승강장에서케이블카를타면5분만에내장사일주문까지내려간단다.
단풍시즌이되면케이블카로연자봉,신선봉을오르는행락객들이많아
북새통이라는데오늘이길은더없이호젓하고여유롭다.


잎새들은갈바람에실려바스락대다맥없이떨어져나뒹굴고
갈바람에뒤척이는은빛억새는화사하나허허롭다.
신선봉을오르는길,갈바람이가슴을친다.

내장산주봉인신선봉(763m).
내장산국립공원일대가새둥지처럼포근하게조망되는곳.
까치봉,연지봉,망해봉,불출봉,서래봉으로이어지는능선이한눈에들어온다.
넘어야할봉우리들이다.보기만해도가슴벅차다.

저봉들을오르고내리자면이쯤에서링거(?)를꼽아야한다.
산행식한두가지만준비해도몇몇둘러앉으면뷔페식안부럽다.
오늘먹거리으뜸은단연추억의크림빵.
산악회총무가챙겨온생뚱맞은크림빵을긴가민가한입물었더니
아련한추억속의그맛그대로다.

신선봉타고앉아가볍게반주까지곁들이니신선이동무하잔다.

마냥신선타령만하고있을순없다.
소슬한갈바람도등짝을떠밀며발길을재촉한다.

신선봉을내려서면또다시암릉구간을맞닥뜨린다.
타고넘어볼까하다가바위너머사정을몰라우회등로를택한다.
초행길,초건방은곧사고로이어질수있기때문이다.

신선봉에서1.2km를걸어온지점,이정표는소등근재갈림길을가리킨다.
왼쪽소등근재방향은장성백암산으로이어지는종주길목이다.
주위를눈여겨담는다.백암산으로의종주를염두에두고있어서다.

갈림길을지나암봉을오르락내리락,숨이턱끝까지차오를즈음,까치봉(717m)에닿는다.
내장산의제2봉으로백암산을연결하는주봉이다.
까치봉을중심으로내장9개봉이동쪽을향해말발굽형으로이어져있다.


겹겹이포개진산능의너울거림은흡사나풀대는장삼자락과도같다.
융단을깔아놓은듯몽실몽실한발아래숲은며칠만지나면
검붉게혹은짙노랗게화장을하고단풍의백미내장산을유감없이과시할것이다.

까치봉에서내려서면서걷기편한낙엽송길이이어지는가싶더니
다시등로가곧추선다.8봉중다섯번째봉인연지봉(蓮池峰,670m)에올라선다.


여기서발원하는물이원적계곡과금선계곡을타고합류하여서래봉을돌아내장호를이룬다.
연지봉정상헬리포트주변억새사이로보이는서래봉은여전히아득하다.

내장사를가운데두고감싸안은말발굽능선이라
어느봉우리에서내려딛더라도길은내장사일주문으로통한다.
고로종주산행이버거우면중도탈출이용이하다.


연지봉을뒤로하고또다시철계단에매달려한참을허걱대고나서야
암릉위의망해봉(望海峰,679m)안내판이얼굴을내민다.

청명한날멀리서해가보인다하여望海峰이라하던가,
하늘과맞닿은저어디쯤이바다일터이나가스에묻혀가늠이안된다.
그러나입암산뒤에숨어산봉을드러낸고창방장산은가물가물눈에들어온다.

방장산은하늘금을긋고…

아득하기만하던불출봉도서래봉도어느새바짝다가선다.
아찔한낭떠러지를오른쪽에두고뻐근한다리를움직인다.
산비탈을타고오르는갈바람이제법차다.

내장저수지가내려다보이는불출봉木데크에서서…

곧추선철계단을얼마나올라야…

철계단을딛고올라선곳은木전망대가설치된불출봉(佛出峰,622m)
내장8개봉통틀어유일하게불출봉에만목조전망대가있다.

북쪽으로내장저수지와정읍시가내려다보이고
남쪽으로는내장산의주봉인신선봉을비롯모든봉우리가한눈에들어온다.

일출만큼은서래봉에가려볼수없다고하는데
그래서불출봉이라고?설명이2%부족하다.
佛出峰이아니라弗出峰혹은不出峰이라면몰라도…

힘내라,힘!
내장8개봉종주의마지막봉,서래봉이손짓한다.

아니,그런데얼마나더내려가야서래봉에올라붙을수있나?
길을잘못들어선것은아닌가?완전하산하는느낌이다.
서래약수터에이르자,오른쪽으로서래봉을가리키는팻말이보인다.

다시올라야한다.계단이라기보다사다리라해야옳을듯싶은
철구조물을부여잡고기어올라야한다.
‘악’소리가절로새어나온다.

어질어질한魔의철계단을오르고또올라닿은서래봉(西來峰,624m),

그래서더욱가슴벅차다.

지나온봉우리들이파노라마처럼펼쳐진다.
발아래숲은起毛잘된융단을펼쳐놓은듯부드럽고
그가운데에벽련암과내장사가사뿐히똬리틀고있다.

암봉아래로내려선다.하산이다.
중간탈출로로빠져나간탓인지함께한산꾼들,보이질않는다.
바위를몇번끼고돌며철계단도두어번오르내리고나니
지그재그로닦아놓은완만하게등로가이어진다.

벽련암을지나내장사일주문에닿은시간은17:00분.
내장능선8개봉종주를마감한다.

추령에서출발,한바퀴돌아일주문까지

빨간선따라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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