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東省 아리랑

칭다오공항

허허롭게흩날리던눈발은이내빗줄기로바뀌어
오후거리를후줄근한모습으로도배해버린다.
눈도비도아닌어정쩡한날씨를혼잣말로탓해가며들어선
커피숍저한켠에서낯익은얼굴이손들어반긴다.

중국청도에서봉제공장을운영하고있는S씨다.愁心이역력하다.
2년전쯤만났을때보다축난얼굴이다.

손을내밀어맞잡은그의악력또한기가빠진듯쇠해있다.
지그시미소한번짓고나선연신담배연기만뿜어댄다.
평소자신감넘치던그의모습과는사뭇달라먹먹하다.
양볼이쑥들어갈정도로마지막한모금까지깊게빨아들인다.
필터가까이까지알뜰하게(?)태운뒤꽁초를비벼끄는그의모습에서
진한회한이묻어난다.

……어디로

그는십수년전왕십리인근에서재킷공장을운영했다.
어려서부터봉제현장에서잔뼈를굵힌터라눈썰미도뛰어났고손재주도남달랐다.
품질만큼은내로라하는지라오더걱정없이70여종업원들과함께
수년간열심히일해어엿한자가공장까지마련하는등
매사에막힘이없어자신감이넘쳐났다.

90년대초,서서히국내생산환경은벼랑끝으로내몰리기시작했다.
일할사람은없다보니인건비는하늘높은줄모르게치솟는데
임가공비는맨날제자릴맴돌고그마저도중국서값싸게만들어들여오니
자연히작업오더는뱀꼬리감추듯사라져만갔다.
주변공장들은하나둘보따리를싸중국행을택했지만
그래도그는국내생산을고집했다.

그러나오래가지않았다.
사력을다해버텨보았으나역부족이었다.
싼임금에인력넘쳐나는중국의유혹을떨쳐버리기란
말처럼쉽지가않았다.
거기다가중국정부마저갖은사탕발림으로
두팔크게벌려반기니이처럼천혜의봉제생산기지가어디또있겠는가,
당시로선누군들혹하지않을수없었다.

결국그도대세를거스르지못한채국내생산을접고
중국행을택했던것이다.

또다시담배한가치를빼어문다.
그새재털이엔꽁초가수북하다.
요즘들어부쩍몸상태가좋지않아검진받아본즉
위장병이도져금주선고를받았다고했다.

그러나위장병보다더욱자신을옥죄는것은올해부터한꺼번에시행되는
중국의각종법규때문이라했다.
노동계약법과토지사용세부과가시행되고
15%만내던기업소득세를25%로올려내야한다.
그밖에도온갖법규를새로만들어옴짝달싹할수없게몰아간다.
한마디로이제알맹이는다발라먹었으니싫으면떠나라는식이다.

이제어디로?

버텨낼방법이없어공장을청산할라치면별의별희한한계산법에
‘으악’소리가절로날정도이니시쳇말로빼도박도못하는처지라했다.
상황이이지경에이르다보니그역시이러지도저러지도못해
속병에마음의병까지얹고산다고했다.

말그대로화장실들때다르고날때다른게지금중국의태도이다.

그새어둑해진창밖은다시진눈개비로바뀌어더욱스산하다.

그는내일다시자신의일터인칭다오로들어간다.
최근일련의한국기업관리자들의야반도주사건으로인해많은한국기업주들이
중국공안들에의해또는현지인근로자들에의해
알게모르게감시받고있는게사실이라안타깝다고했다.

옌타이시가지원경

다음번야반도주관련기사가뜨면자신일수도있다며잘살펴보라농을건넨다.
커피숍에서나와보도를가로질러무리속으로사라진
그의뒷모습이냉큼가시질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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