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장대누각아래,비를피해몸을숨긴사람들로빼곡했습니다.
몇해전겨울,얼어붙은성곽길을따라걸을때도보수하느라
어디선가仁祖의뿔난일갈이들려옵니다.
"그깟비(雨)좀맞는다고죽지않거늘왜들이리호들갑이더냐,
장졸들은누각에서나와몸을사리지말고청군에대항하라!"
인조14년(1636)병자호란때에는인조가군사를이끌고
청태종의13만대군에대항하여47일간을항전하던곳이기도하다.
내부편액은무망루(無忘樓)라이름하였는데이는병자호란때인조의아들효종이
청국에볼모로잡혀갔다8년만에귀국하여복수심으로북벌을꾀하다가
뜻을이루지못하고재위10년만에죽은원한을후세에전하고
그비통함을잊지말자는뜻에서붙여진이름이다.
송파구5호선마천역에서내려남한산성서문을향했습니다.
먹거리가지천인들머리를지나본격산비탈을올라서자,
양동이로쏟아붓듯빗줄기는더욱굵어졌습니다.
비안개는숲속을휘감고,천둥은고막을진동시키고,번개는하늘을가르는,
도깨비나올법한그런음습한날씨였습니다.
하나같이비맞은생쥐꼴이되어허겁지겁산을내려서는데,
꿋꿋이오르는사람,있었습니다.누구였을까요^^
성내로나있는성곽길을따라걷습니다.
수어장대아래너른터엔남한상성축제와관련된공연이있었거나
있을예정인지무대와앰프등이어지러히널려있었지요.
준비한축제안내브로슈어는이리저리비에젖어나뒹굴고있고
앰프등방송장비도달랑비닐한겹만씌워져있어
스탭들이갑자기쏟아진비에허둥댄흔적이역력해보였습니다.
고즈넉한빗속숲길에묻혀그건그리대수롭지않았습니다.
몽환적인분위기를담아보려디카를꺼내들었으나
비가잦아들지않아여러번접었습니다.
부서져내려성곽의형체마저흐릿한곳이여전히많았습니다.
진입금지띠를이어놓은곳이많았는데여태마무리가덜된모양입니다.
보존가치있는역사의현장인만큼철저한고증거쳐해가다보니
물론구간구간끊어공사시작과마감시한을정했겠지만
진척상황을보아하니터무니없습니다.
‘금나와라뚝딱’도깨비방망이가있지않고서야…
공사중인성곽길을잠깐씩비껴걷다보니가파른산비탈과자주맞닥뜨립니다.
빗물에씻겨내린토사로인해산비탈이매우미끄럽습니다.
제아무리고기능성등산화라도속수무책으로퍼붓는비에는기능하지못하네요.
아담한절집,장경사로들어잠시배낭을내립니다.
처마댓돌위에걸터앉아사과한알꺼내한입베어물며
비내리는산사의고요한풍광에잠시넋을놓습니다.
추녀를타고떨어지는낙숫물소리는잔잔한독경소리와어우러져
마치여름을떠나보내고가을을맞아들이는산사의의식으로비칩니다.
바람마저숨죽여풍경소리멈춘젖은산사의가을이
축축하게젖은몸뚱아리를파고들어가슴속을후빕니다.
장경사를벗어나다시원점,서문을향해성곽을따라반시계방향으로돌아오릅니다.
여전히산길엔오가는이가뭄에콩나듯뜸하지만
쭉쭉뻗은장송들과들꽃들이동무를해주어심심치는않지요.
서문을빠져나와마천동방면으로다내려설때까지비는그칠줄모릅니다.
길옆막걸리집으로들어우의를벗고서
대폿잔,그리고비빔국수하나를시켰습니다.
이번엔빈막걸리잔을보시더니서비스라며가득채워주십니다.
4시간의남한산성우중산행을끝내고나서야
한기가스며들어온몸이으스스해왔습니다.
다행히아주머니의급친절에온기모드로빠르게전환하였으니,
친절(칭찬)은고래도춤추게한다지만감기몸살도잠재울수있구나하는
구자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