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때문에 고생 좀 했지요”

"옷때문에고생좀했지요”


남극빈슨메시프봉등정을마치고무사귀환한
불굴의산악인,김홍빈님을환영하기위해
그를아끼는지인몇몇분과자리를함께했다.


그가불쑥던진한마디에모두어안이벙벙한표정들이다.
그도그럴것이,그가혹한의남극에서입고꼈던
방한복과장갑은이자리에함께한스포츠웨어전문패터너가
심혈을기울여특수제작해제공한것이었기에
분위기가일순간썰렁해질수밖에없었던것.


좌중을한번둘러보고선미소지으며하는말,
"남극에서등짝에땀띠나는줄알았습니다"
이것이김홍빈式유머인가,
그제서야모두들한바탕폭소를자아낸다.
재킷과장갑의뛰어난방한효과에대한고마움을그는그렇게표현했다.

인천공항에서…

검게그을린얼굴,대충빗어넘긴장발에
미소가듬직한그에게서산사나이의체취가물씬풍긴다.

김홍빈,그의이름석자앞에늘따라붙는수식어가있다.
‘불굴의산악인’또는’열손가락없는장애인’이다.
1991년북미최고봉인매킨리(6,194m)단독등반은
그의인생을송두리째뒤흔들어놓았다.
조난사고를당해간신히목숨은건졌으나심한동상에걸려
양손가락모두를절단해야만했다.


귀국후혼자힘으로는먹을수도,입을수도없는
고통의나날을보내며극한생각도여러번했다.
그러나어느순간,그는생각을고쳐먹게된다.
‘나처럼어려운상황에있는사람들에게용기를주면서살아야겠다’는
생각이문득들었다고했다.


그즉시각오를온몸으로보여주기위해7대륙최고봉등정계획을세웠다.
그리하여지난1997년유럽의엘브루스(5,642m),

아프리카킬리만자로(5,895m)를시작으로남미아콩카과(6,959m),

북미매킨리(6,194m),호주코지어스(2,228m),아시아의에베레스트(8,848m)까지

6개대륙최고봉을차례차례거침없이올랐다.


드디어남극빈슨메시프봉만더하면7개대륙최고봉을완등하게된다.
그는12년간의꿈을완성하기위해지난해12월11일
마지막남은남극빈슨메시프원정에나섰다.

정상에서…

결국그는새해벽두에해냈다.
현지시각으로1월2일오후3시50분,폭풍설을뚫고
혹한의땅,남극대륙최고봉인‘빈슨메시프’(해발4,897m)에우뚝선것이다.
마침내7대륙최고봉정상을모두오른사상첫장애산악인으로기록됐다.
그는7대륙최고봉완등에만족하지않았다.

이미2006년부터가셔브룸2와시샤팡마남벽,에베레스트,마칼루정상을

차례로오르는등8,000m급히말라야14좌완등도전도이어가고있다.
14좌가운데아직오르지못한10개봉우리를앞으로5년안에
모두오르겠다는게그의또다른목표다.

열손가락이없는그의신체적조건을고려하여방한복과장갑제작은
이랜드아웃도어‘버그하우스’패터너인오태균님이맡았다.
개폐가쉽도록특별히고안된지퍼는지퍼전문가박인철님이맡았다.
방한효과를극대화하기위해오리털은폴란드에서공수해왔다.
그의등정성공뒤엔이처럼보이지않은손들이있었다.

축하자리에서…

바로이들이오늘한자리에모여남극원정에얽힌비하인드스토리에
귀기울여가며그의7대륙최고봉완등을축하했다.
이자리에서그는평소즐겨흥얼거린다는
조용필의‘킬리만자로의표범’을불러화답했다.

♬~바람처럼왔다가이슬처럼갈순없잖아
내가산흔적일랑남겨둬야지
한줄기연기처럼가뭇없이사라져도
빛나는불꽃으로타올라야지
묻지마라왜냐고왜그렇게높은곳까지
오르려애쓰는지묻지를마라
고독한남자의불타는영혼을
아는이없으면또어떠리~♬

뭉툭한양손으로마이크를모아잡고서‘킬리만자로의표범’을부르는

그의모습에서불요불굴의정신을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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