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첫날,지리산이열렸다. 몇번의지리산종주산행은항상1박2일이었다. 지리산산길이열렸어도반드시챙겨야할게있다. 때마침산우C로부터연락이왔다. 불원천리달려온버스는뱀사골입구,반선마을에멈췄다. 버스는다시깜깜한산굽잇길을20여분돌아올라성삼재주차장에 헤드랜턴을머리에두르고바람막이를걸쳤다. 노고단고개에올라서니온통푸른빛이다. 바람을저버리지않았다.순간,둥근불덩이가솟구쳤다. ‘봄은퇴색하고산야는짙푸르기시작한다.’는절기,立夏가엿새앞인데도 돼지령을지날즈음,뱃속이’꾸륵꾸륵’요동친다. 임걸령샘터에이르러수통에물을가득채웠다. 노루목에이르러,반야봉오름길을생각하니,배낭무게가더욱버겁다. 노루목에서반야봉까지는짧은거리(1km)이나 山友S가팍팍한반야봉오름길을눈치챘나?슬쩍꼬리를내린다. 반야봉(1,732m)은지리산의제2봉우리다.설악대청봉보다도높다.
4월끝날까지산불경방(警防)기간으로인해입산이통제됐었다.
이번만큼은쫓기듯걷기보다여유롭게즐기고싶었다.
대피소예약이다.사전예약없이대피소이용은불가하다.
대피소주변에서의비박역시금지다.
그렇다고아무때나예약한다고다되는게아니다.
평일은몰라도연휴나주말,대피소예약은하늘의별따기다.
“네가소원하던2박3일짜리지리산일정이있던데,갈까?”
그렇게하여,산바라기다섯이뭉쳤고,
대피소이용권이확보되어있는某산악회에빌붙었다.
03시30분,이르긴하나산채나물백반으로배를채웠다.
긴산행을위해선뱃심이절대필요하다.
산객을부려놓았다.사방은여전히칠흙어둠이다.
2박3일먹을거리입을거리로배낭무게가장난아니다.
1차목적지는노고단고개다.일출을보기위함이다.
산길개방첫날이라북적거릴거라생각했는데,의외로한산했다.
저벅저벅걸어가는산객들의발자국소리와스틱소리가
고요한새벽의정적을깨운다.
구름바다건너반야봉의교태(嬌態)가매혹적이다.
잠시도눈을뗄수가없을만큼…
반야봉뒤로서서히여명이번진다.
3대가덕을쌓아야만볼수있다는지리산의일출을어쩌면오늘은…
지리산에서의온전한일출광경은처음이다.
넋놓고일출삼매경에빠져있던다섯山友는다시넋을주워담고서
‘지리산종주시점’팻말을지나본격산길로들어섰다.
해발1,200~1,300m의지리산능선은아직도겨울산색을띠고있다.
간간이무리지어핀진달래만이봄임을말해줄뿐.
노고단대피소에들러비워내고왔건만그새또신호를보낸다.
(잡목헤치고최대한깊숙이들어가영역표시하였음^^)
다음물을보충할수있는곳은연하천대피소다.
종주산행시시간이빠듯하면흔히’반야봉’을빼고진행하나,
이번처럼시간이넉넉할때필히접수해야후회가없다.
고도는230미터나높여야할만큼호락호락하지않다.
그래서들배낭을갈림길에내려놓고맨몸으로다녀오기도한다.
"종주거리도만만찮은데,주능선에서벗어나있는반야봉까지…"
이때다싶어山友K가한마디보탠다.
"내가이곳에서배낭을지킬터이니다녀들오게나."
주저앉으려는둘을얼래고달래,함께반야봉으로향했다.
반야봉의능선실루엣은여인의둔부를닮았다.
구름이반야봉허리를휘감아살짝드러난절묘한엉덩이의모습을,
몇해전지리능선을걷다가목격한적있다.
반야봉은이처럼필설로표현못할천혜절경을시시때때로연출한다.
조금전지나온노고단이그새저만치물러나있다.
만복대,정령치로이어지는지리산서북능선이또렷이조망된다.
정상부의겨울산색도더이상버티기엔역부족이리라.
신록은낼모레봄비의도움으로산전체를접수하게될것이다.
<다음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