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넓고 골 깊은 지리산 능선길을 걷다…<上>

5월첫날,지리산이열렸다.
4월끝날까지산불경방(警防)기간으로인해입산이통제됐었다.

몇번의지리산종주산행은항상1박2일이었다.
이번만큼은쫓기듯걷기보다여유롭게즐기고싶었다.

지리산산길이열렸어도반드시챙겨야할게있다.
대피소예약이다.사전예약없이대피소이용은불가하다.
대피소주변에서의비박역시금지다.
그렇다고아무때나예약한다고다되는게아니다.
평일은몰라도연휴나주말,대피소예약은하늘의별따기다.

때마침산우C로부터연락이왔다.
“네가소원하던2박3일짜리지리산일정이있던데,갈까?”
그렇게하여,산바라기다섯이뭉쳤고,
대피소이용권이확보되어있는某산악회에빌붙었다.

불원천리달려온버스는뱀사골입구,반선마을에멈췄다.
03시30분,이르긴하나산채나물백반으로배를채웠다.
긴산행을위해선뱃심이절대필요하다.

버스는다시깜깜한산굽잇길을20여분돌아올라성삼재주차장에
산객을부려놓았다.사방은여전히칠흙어둠이다.

헤드랜턴을머리에두르고바람막이를걸쳤다.
2박3일먹을거리입을거리로배낭무게가장난아니다.
1차목적지는노고단고개다.일출을보기위함이다.
산길개방첫날이라북적거릴거라생각했는데,의외로한산했다.
저벅저벅걸어가는산객들의발자국소리와스틱소리가
고요한새벽의정적을깨운다.

노고단고개에올라서니온통푸른빛이다.
구름바다건너반야봉의교태(嬌態)가매혹적이다.
잠시도눈을뗄수가없을만큼…
반야봉뒤로서서히여명이번진다.
3대가덕을쌓아야만볼수있다는지리산의일출을어쩌면오늘은…

바람을저버리지않았다.순간,둥근불덩이가솟구쳤다.
지리산에서의온전한일출광경은처음이다.
넋놓고일출삼매경에빠져있던다섯山友는다시넋을주워담고서
‘지리산종주시점’팻말을지나본격산길로들어섰다.

‘봄은퇴색하고산야는짙푸르기시작한다.’는절기,立夏가엿새앞인데도
해발1,200~1,300m의지리산능선은아직도겨울산색을띠고있다.
간간이무리지어핀진달래만이봄임을말해줄뿐.

돼지령을지날즈음,뱃속이’꾸륵꾸륵’요동친다.
노고단대피소에들러비워내고왔건만그새또신호를보낸다.
(잡목헤치고최대한깊숙이들어가영역표시하였음^^)

임걸령샘터에이르러수통에물을가득채웠다.
다음물을보충할수있는곳은연하천대피소다.

노루목에이르러,반야봉오름길을생각하니,배낭무게가더욱버겁다.
종주산행시시간이빠듯하면흔히’반야봉’을빼고진행하나,
이번처럼시간이넉넉할때필히접수해야후회가없다.

노루목에서반야봉까지는짧은거리(1km)이나
고도는230미터나높여야할만큼호락호락하지않다.
그래서들배낭을갈림길에내려놓고맨몸으로다녀오기도한다.

山友S가팍팍한반야봉오름길을눈치챘나?슬쩍꼬리를내린다.
"종주거리도만만찮은데,주능선에서벗어나있는반야봉까지…"
이때다싶어山友K가한마디보탠다.
"내가이곳에서배낭을지킬터이니다녀들오게나."
주저앉으려는둘을얼래고달래,함께반야봉으로향했다.

반야봉(1,732m)은지리산의제2봉우리다.설악대청봉보다도높다.
반야봉의능선실루엣은여인의둔부를닮았다.
구름이반야봉허리를휘감아살짝드러난절묘한엉덩이의모습을,
몇해전지리능선을걷다가목격한적있다.
반야봉은이처럼필설로표현못할천혜절경을시시때때로연출한다.

반야봉정상(1,732m)에올라섰다.
조금전지나온노고단이그새저만치물러나있다.
만복대,정령치로이어지는지리산서북능선이또렷이조망된다.

시나브로산자락을타고오른신록은8부능선에이르렀다.
정상부의겨울산색도더이상버티기엔역부족이리라.
신록은낼모레봄비의도움으로산전체를접수하게될것이다.

<다음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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