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날

기분좋은날

姜中九

“선생님,감사합니다!”

환갑을눈앞에둔장년들이대열을갖추고서서큰절을올린다.부산진고등학교제8회졸업생들이고등학교은사님들을모셔놓고인사를드리는것이다.

“그래,고맙구나,세월이40여년이나흘렀는데도잊지않고이렇게찾아주어서.”

선생님들은너도나도기분이좋아서너털웃음을웃는다.제자들이권하는술잔을받아들고보니반갑고고마워서이번모임을누가제안했느냐고물었다.그랬더니ㅎ선생님이이가아파서치과병원에간것이뜻밖에도제자의병원이었고반가운제자는선생님의모습을스마트폰에담아서밴드에올렸더니그것을본동기생들이선생님들을모시자는의견이나와서오늘이렇게초청을했단다.

이들은1978학년도졸업생이니학교를떠난지37년이나되어서모두들나름대로사회의역군으로살아가고있었다.그중에는회사원이많지만사장도있고교수도,의사도,모교에서근무하는교사도있었다.이들의사연을듣고있으려니세월의무상함을실감하게되고고3때이들을가르치던생각이난다.

이들은고등학교가평준화된다음해입학한학생들이라학력차가커서수업을하는데애로가많았다.그러자학교에서는진학률을높이려고우열반을편성하여수업을했다.뿐만아니라아침에는방송수업을실시하고방과후에는보충수업을실시했으며밤에는자율학습을실시했으니교사도학생들도고충이말이아니었다.오죽했으면‘고3은학생도교사도지옥’이라는말이나왔을까.

그런데도‘고등학교학업성적은평생을좌우한다.’고하면서달마다월례고사를실시하여학생들을다그쳤고,학업성적이부진한학생들은몽둥이타작을했으니요즈음같았으면고소를당하고도남을일이었다.

하지만나는우리나라교육이이래서는안된다는생각이들어서일반계고등학교교육의모순점을적어서어느신문사에보낸것이<기계새끼들>이란이름으로신동아(新東亞)수필란에발표되고그것이아시아공론(アシア公論)에번역전재되면서원고청탁이오는바람에수필의뜻도모르면서수필을쓰기시작했으니,이들이고3때인37년전의일이다.

…나는졸업을앞둔고3학생들에게하는말이있다."나는기계이고너희들은기계새끼들이다."라는말이다.왜냐하면,나는이들에게참다운인간교육을한것이아니라대학입시문제를푸는방법만을기계적으로가르쳐왔고,그들도그것만을배워왔기때문이다.

사실요즈음일반계고등학교입시교육은그정도가극에달한것이아닌가하는생각이든다.그래도가끔은호연지기의꿈을심어주어야할고등학생들에게입학첫날부터대학예비고사출제경향이어떻고S대학입시문제가어떻다는것만가지고해를지우니말이다.

아침에학생들이등교를하면방송수업을실시하고산에도바다에도가지말라는금지일색의조례를하고나면7시간동안정규수업을실시한다.그리고방과후에는보충수업을,밤에는자율학습을실시하니,아침7시30분에시작한수업은밤10시가되어서야겨우끝이난다.

그것은기록적이다.교사는하루에수업을8시간이나할수있고,학생들은14시간30분간을책상에앉아있을수있다는결론을얻었으니,그것은분명세계신기록일는지모른다.

정말왜들이러는지모르겠다.학생들이마치장난감으로보이는것일까?도대체교육을어디로끌고가자는것일까?학생들을온종일교실에잡아두고기계처럼읽고쓰고또외우게만하면교육이된다고생각하는것일까?

그런데도나는하나의기계가되어부속품인손으로는깨알같은글씨를내갈기면서입은녹음기처럼입시문제를반복한다.그러면서도마음속한구석에는"이기계새끼들이자라서장차무엇을사고하고판단하며창조할것인가?"를되씹고되씹으면서…….

이렇게한해가흘러가자이들은졸업을하고,나도몇년후에는7년이나근무하던부산진고등학교를떠났다.그리고는장학사와교감을거쳐서교장으로근무하다가정년퇴직을했으니이제는학교와는영원히결별을한것이다.

그런데오늘뜻밖에37년만에제자들의초청을받고보니까마득히흘러버린세월이아련히떠오르고이들을가르칠때의사연들이생각나서감회가새롭다.

나는이들에게인간의본성을추구하는인성교육을한것이아니라오직대학입시문제를푸는지식교육만했을뿐이다.그런데도오늘이들을만나보니나름대로사회의역군이되어열심히살아가는모습이믿음직스러워서고맙기까지했다.그리고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는옛말이있기는하지만내가평생동안걸어온인생길이헛되지는않았다는생각이들어서오늘하루가그렇게행복하고기분이좋을수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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