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70호

한국수필문학발전을위한주춧돌되기를
-<隨筆>창간45주년통권70호발행을자축하며-
회장이해주
우리나라수필동인지의효시라할수있는<隨筆>은올해창간
45주년기념특집으로,마침내통권70호를발간하게되었다.사람으
로치면고희(古稀)를맞이하게된것이니,우리는<수필>에대한
애정과뿌듯한자긍심으로다시한번스스로의자세를추스르지않
을수없다.
수필이문학의한장르가되느냐는문제를두고,문인들간에설
왕설래하며열을올리던1960년대초기에<隨筆>은흔히문화의
불모지라일컫던부산에서그기치를올렸다.처음<隨筆>창간호
는<Essay>라는표제로,수필에뜻을가진사람들이모여서‘수필문
학동인회’를만들어그첫열매를세상에내놓았다.동인은김병규⋅
김일두⋅박문하⋅이남원⋅오도환⋅정신득⋅장성만⋅허천8명이었다.
당시에는회칙이나회장이없고,편집위원으로허천⋅오도환동인이
회무를맡아1963년7월15일발행하였다.
그러다가제2호부터는독자에게더욱친근하게다가서기위해표
30/한국수필문학발전을위한주춧돌되기를
제를<隨筆>이라바꾸고,향파이주홍선생의생동하는표지그림과
산뜻한장정으로1964년3월10일‘수필동인회’의새이름으로발행
하였다.오도환창간동인이타계함으로써김정한⋅김병태⋅박지홍
님이참여하여동인은10명이되었고,이무렵동인들이부산방송국
을통해‘수필릴레이’를하며<부산일보>,<국제신보>등일간신
문지상에많은수필을발표하여독자의저변을넓혀나갔다.
초창기에헌신적으로동인지를이끌어온사람은허천⋅박문하
동인이었다.허천동인은<국제신보>논설위원으로재직하면서문
화계에지인들이많았고,박문하동인은동래민중의원원장으로의
료인이며수필가로서두분이동인회의산파역을했다.
지금쓰고있는제호‘隨筆’은운여김광업(雲如金廣業)님의휘
호로서제4호(1965)부터써오고있다.운여(雲如)는추사(秋史)이
후손꼽히는선묵(禪墨)으로평가받는서예와전각(篆刻)의대가이
며,서체를두루섭렵한끝에‘운여체(雲如體)’라는독창적인서체를
이루었다고알려있다.
<隨筆>이걸어온길은평탄하지만은않았다.1969년1월제14
호까지내고편집,재정난등으로3년간휴간상태에있다가1973년
4월에제15호를내놓게되었다.이때의집필동인은김병규⋅김소운
김일두⋅김정한⋅구본룡⋅박문하⋅박태권⋅박태을⋅송정수⋅이남
원⋅이덕오⋅이종석⋅이해주⋅장성만⋅정신득⋅정화식⋅차동석⋅
최해춘⋅허천19명이었다.(회원주소록에는구철회⋅박기하동인을
포함21명으로되어있음.)
이와같이초창기의<隨筆>은회장을두지않고편집인이발행
이해주/31
해오다가,1979년21호부터모임의이름을‘수필부산동인회’로고
치고정식회장제를채택하여정신득님을초대회장으로추대하였
다.그후1994년4월제2대문인갑회장취임,2003년5월제3대
박홍길회장이취임하였으며,2004년젊은수필가를동인으로맞이
하기위해신인상제도를제정함으로써모임이름을다시‘수필부산
문학회’로고쳤다.
이리하여,2005년박홍길회장이부산수필문인협회회장을맡게
됨으로써필자가제4대회장을맡게되었는데,오랜전통을이어가기
위해부산시에연2회정기간행물등록(2006.8.30.)을마쳤다.
문원각(文元閣)에서펴낸<한국문학대사전(韓國文學大事典)>
의부록편전국동인회일람표에는“Essay,1963.부산.대표자;박
문하김병규이남원오도환김일두정신득장성만허천.”이라고기록
되어있는바,1963년이전의우리나라수필동인지는우리<隨筆>
이외에어디에도없다.그러므로<Essay>는한국수필동인지의효
시라고해도좋다.거기에다<隨筆>은우리나라최장수동인지라
는큰의미를갖고있다.그래서우리회원들은뿌듯한자긍심과한
없는애정을가지고수필문학의발전을위해노력할자세를스스로
추스르고있는것이다.
축하글
32/<隨筆>지창간시절을회고해보며
*평론가
*전한국문협부이사장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임고문
*덕성여대평생교육원교수
<隨筆>지창간시절을회고해보며
이유식
‘수필부산문학회’를이끌면서그동인지<隨筆>지를주재하고
계시는이해주선배님(부산대)께서<隨筆>지제69호를보내주셨
다.그리고금년말에는제70호기념호가나온다는전언도있었다.
우선책부터펼쳐보았다.일단고인이되신문인갑회원에대한
추모특집을제외하고,다시살펴보니36분의55편이,동인지로서는
제법볼륨있게300여쪽에걸쳐아담하게편집되어있었다는것을
확인도해보았다.적어도내가아는한은수필동인지로서는최초요
최장수동인지라는생각이들었다.
문득지난시절이떠올랐다.다시말해이동인지가창간될당시
가생각났다.
1963년7월에<Essay>라는제호로창간호가나오고,그다음
이유식/33
제2호는제호를<隨筆>로개제하여64년3월에나왔던기억이새
롭다.
이동인지가창간될전후,그당시나는부산에거주하고있었기
에,그동인지의발간초창기의사정을관계한동인들을예외로하면
그누구보다잘알고있다.그당시부산의문인이래야20여명안팎
이었고,평론가래야두세손가락을셀정도였다.문협부산지부의
지부장을맡고계셨던김상옥선생과바로그뒤유치환선생께서지
부장을맡고계실때나는평론분과위원장을맡고있었고,그당시
<隨筆>지의산파역을맡았던박문하선생은수필분과위원장을맡
고있었다.우리는회의가있을때마다자주만났고,또서로수필이
야기에서부터기타다른이야기까지나눌수있는기회가있었다.그
당시나는군복무를마치고돌아온새파란신진평론가였을때다.
박문하선생은의사로서약간의재력도밑받침되어있기에수필
에대한열정이대단했다.부산의<국제신보>(현<국제신문>의전
신)의‘국제춘추’와<부산일보>의‘부일살롱’의칼럼단골필자를
합류시켜동인지를내보겠다는뜻도비쳤다.
아니나다를까.63년도에어느모임자리에서직접그책을선물
받았고또그다음해에제2집도선물받았다.
창간호의필자는김일두님(부산지검검사),김병규님(동아대
법대교수),허천님(<국제신보>논설위원),박문하님(의사),장성만
님(목사),정신득님(교육자),이남원님,오도환님,이렇게8명이
각각2편씩50여쪽의동인지를내었던것이다.그리고2호부터는
김정한님(소설가),박지홍님(부산교대교수)등이참여한것으로
34/<隨筆>지창간시절을회고해보며
기억된다.
이시기의나의처지를말해보면,평론활동을하면서별도로수
필에도꽤깊은관심을가지고있었다.62년과63년에<국제신보>
와<부산일보>의외부필자고정칼럼란에두세번참여한바도있
고,더적극적인관심으로는63년도에<국제신보>에테마에세이
‘회색의자화상(한국인의프로필)’을주1회연재하고도있었다.누
구못지않을정도로의욕도가지고수필쓰기에내능력을검증받고
있었던때다.그당시문화부장이었던아동문학가최계락님은나의
연제에세이의반응이꽤좋다고힘닿는데까지써보라고격려도
했다.
그런데혹시어떤분이,왜당신은그동인회에동참하지못했느
냐고의아심을가질수있다면,그이유는있었다.창간호나2호의필
자들과는연령으로보아내가아주아래세대였다.만약내가그당
시30세이상만되었다면필시동참했으리라상상해본다.
아무튼그건그렇다하고,이기회에한국수필문학사의전개과
정이라는맥락에서,이<隨筆>지의위상을한번점검해볼필요가
있을것같다.
한마디로1960년대이전이수필의잡문시시대였다면,1960년
대에들어서야비로소이에대한변화가차츰일기시작했다.1970
년대가수필전문화시대로본격진입한연대였다면,60년대는그과
도기였다.수필독자들이점차두터워지고문학저널리즘이나출판계
에서도수필에대한관심이높아져,점차부속이나부수적인장르란
인식에서탈피하여전문장르라는인식이싹트기시작했다.수필사에
이유식/35
있어서는최초로성장기를맞은연대가바로60년대였다.
첫째,전집과선집류가수필문학사상처음으로기획출판되었
고,공저붐이일었다.1965년에<한국수필문학전집>전5권(국제
문화사)이나왔고,1966년에는<세계수필문학전집>중‘한국편’이
나왔고,또<한국여류수필전집>(동아출판사)도나왔다.선집류에는
<한국여류63인신작수필선집>을비롯하여<현대문학>지에서는
별책부록으로<76인명사수필집>,<비문인생활수필집>,<신작
수필50인집>등을내놓았다.
공저로는,가령65년에서69년까지발간된수필집만도약40여
권에이르고있는데,같은직업별이나아니면직업은다르더라도같
은취미나같은경험(체험)의글을모아출판하는것이큰유행이었
다.가히공저류의붐시대였다.
둘째,수필집의출간도성시를이루었다.특히,비문인의경우는
수기나자전수필,그리고기행문이나직업수필이대종을이루었는
데,50년대에비하여종교인,정치인,학자,의사,교육자,법조인,방
송인등각계각층의지식인이나전문직인사들이유행처럼책을펴
냈다.
이런시기에바로수필동인지가나타나기시작했다.이전에는동
인활동이라면주로시에국한되었으나,60년대에와서비로소본격
적으로수필동인활동이시작되었다.그최초의동인지가바로63년
도에창간된부산의<隨筆>동인지였다.그이후64년도에<문장
가>,65년도에<공론(公論)>과부산의<輪座>가나왔고,경북에
서는69년도에<경북수필>등이나오기시작했다.
36/<隨筆>지창간시절을회고해보며
그런만큼,우리수필문학사에있어서<隨筆>지의탄생은큰족
적이라아니할수없다.뿐만아니라,다른동인지들은반짝하고단
명에그쳤으나,이제70호까지내게되었으니자랑스러운일이아닐
수없다.앞으로세세연년이어져100호,150호로장수하길빌어마
지않는다.
일단은이번에제70호기념호를내게되었다니,현회장이신이
해주수필가님과임원님들,그리고회원님들에게큰박수를보내본
다.
축하글
강석호/37
*<현대문학>수필등단
*<월간문학>평론신인상등단
*월간<수필문학>편집인
*한국수필문학가협회회장
높은지성과정서적창작의욕이꽃피운보람
-<隨筆>誌의제70호발간을축하하며
강석호
<隨筆>誌의제70호발간을진심으로축하합니다.
1963년에창간되어오늘까지45년간의긴세월을온갖장애와
고초를이기고연명하여온과정을생각하면,그간회원들이얼마나
많은인고와끈질긴노력을기울였는지짐작이가고도남음이있습
니다.
45년간70호라면1년에1회씩의발행이아니라더러는연2회,
또는계간도있었는가하면,두차례의휴간도있은과정이그것을
말해주고있습니다.
그결과본지는우리나라수필문학동인지중최고의연륜과지
령을자랑하게되었습니다.현재전국적으로시도마다수필문학회가
구성되어있고,더러는시군단위에도동인회가구성되어,해마다회
38/높은지성과정서적창작의욕이꽃피운보람
지를발간하는한편작품합평회,세미나,문학기행,백일장등관련
문학행사를활발히치르고있는데,그연륜을따져보면<隨筆>이
70회를맞이하여최고령이고,다음은<광주수필>,<영남수필>,
<전북수필>순으로꼽을수가있겠습니다.
<隨筆>이우리수필동인지중최고지령의영광스런위치를차
지하는데는회원들의선구적인예지와철저한문학정신,그리고끈
질긴결속력도크지만,그외에도釜山이라는지역풍토의영향이크
다고하겠습니다.
부산은우리나라제2도시인동시에제1의관문으로일찍이해
양문화를비롯하여다른문화예술도발달하였고,우리나라최대의
국제영화제를개최하는등그이름이빛나고있습니다.특히,문학
의경우많은저명문인을배출했고,수필은그창달의기본인시민
들의지성과정서적의식,그리고창작의욕이잘조성되어전국적으
로수필인들이가장많이배출되는동시에활동도대단하여,수필의
문향이라해도과언이아닐것같습니다.
현재까지부산에존재하는수필동인지수는전국시도중에서가
장많은것으로집계되고있습니다.
주요동인지만거론해도<윤좌>를비롯하여<부산수필>,<부
산수필문학>,<부산수필문예>등유사명칭의동인지가있고,
<길>,<필맥>,<석필>,<청추>,<수필시대>,<수필나무>,<동
백수필>,<부산수필과비평>,<청술레>,<수필문학21>,<에세이
부산>,<수림>,<삼양>,<교목>,<여성수필숲>,<부산한국수
필>등을들수있고,이외에도소규모동인지가있는것같습니다.
강석호/39
이렇게많은동인지가있다는것은그만큼수필인구가많고활동
이크다는것을말해주고있습니다.
그러나한편으로는유사명칭으로인하여혼란을일으키는폐단
도있습니다.<隨筆>지도그題號는보통명사이고,발행문학회의
명칭은‘수필부산문학회’로‘부산수필문인협회’,‘부산수필문학협회’
등과같이부산을강조하고있어혼동을일으킵니다.또한그보급이
나홍보면에서부산에서나오는우리나라최고령동인지라고아는
수필가들이많지않은것같습니다.비교적전국의수필문학활동상
에관심을갖고눈여겨보고있다고자부심을가진필자도그사실을
확연히몰랐음을솔직히고백합니다.
몇년전에는있었던것으로아는데,중간에동인지도보이지않
고지면에소개되는바도별로없어,중간에폐간또는변경되어버
린줄로만알고있었습니다.
그러다지난여름통영에서가진한국수필문학작가회하계세미
나에서,필자가‘한국현대수필100년의회고와전망’이란주제하에
우리나라현재활동중인수필동인지를소개하게되었는데,발표가
끝난후李海珠선생님이저를만나우리나라최고의수필동인지는
<隨筆>이라하면서,자기가그회의회장이라고밝혔습니다.그때
저는퍽당황했습니다.발제문작성과정에서제대로자료수집이미
흡했던것과<隨筆>동인회원들에대한실수를감출길이없었습
니다.
“아,<隨筆>을제가전에는봤는데요즘볼수가없었습니다.지
금까지계속발간되고있습니까?”하고실수를인정하면서,한편으로
40/높은지성과정서적창작의욕이꽃피운보람
는“그러면책을좀보내주시든지…,그리고부산에는<부산수필>,
<부산수필문학>,<부산수필문예>등유사한명칭이많아서….”하
면서이유아닌이유를대기도했습니다.
그리고세미나후사무실에나와가만히생각하니해당회원들과
전국에서참여한회원들께아는척한것이죄스러워,이기회에<隨
筆>을필자가편집하는월간<수필문학>에소개하여독자들에게
확실한정보를보여주자고결심하고,이해주회장께전화를걸어그
뜻을밝히고발자취(연혁)와회원작품10여편을보내주기를원했
습니다.그랬더니이회장은<隨筆>에대한자상한소개뿐아니라
부산수필계의현황까지도잘정리해주었습니다.그내용이<수필
문학>10월호‘동인회순례’란에실려있습니다.
동인지의발간은주의주장을함께하는문인끼리의작품교환은
물론지역사회,나아가전국적인문단에소개함으로써내적으로는
회원간의단합과교유를다지고,외적으로는작품에대한의견이나
비평을듣는데주요목적이있다고생각합니다.그러기위해서는동
인지가출간되면회원들이나지역인들은물론전국도서관,문학지
발간처,교육기관,저명문인,특히문학연구가들에게우선적으로
배포하고,그題號와동인명칭도자주변경하지않고일관성을유지,
역사와전통을수립해나갔으면합니다.
그리고회원들은그동인지와그지역에서만문학활동을할것이
아니라,범위를넓혀전국적인문학지에작품을발표하고문학세미
나나심포지엄에도많이참석해,전국최고동인지회원으로서의면
모를갖추었으면더욱좋겠습니다.비단옷입고밤길갈필요는없다
강석호/41
고생각합니다.
제70호를맞는영광되고즐거운자리에사족만늘어놓은감이없
지않습니다.앞으로본지발전에조금이라도도움이된다면다행으
로생각하겠습니다.
무슨단체든그집행이나운영을맡은임원들의노고는크기마련
입니다.“이세상사는소수자의희생에의해건설돼간다.”는말을다
시되뇌어봅니다.(2008.10.)
특집Ⅰ여명기<隨筆>비화(秘話)
42/허천과<수필>동인들
*경남정보대학장,동서대총장역임
*국회의원,국회부의장역임
*(사)21세기포럼이사장,동서학원설립자,
이사장
*<장성만에세이전집>등20여권
허천과<수필>동인들
장성만
허천은당시<국제신문>논설위원으로있으면서,신문에잡문을
쓰는사람들을눈여겨보고있다가,한분씩만나동인운동의필요성
을역설한것같았다.나도허천의열성에감복되어친구따라강남
간다고뜻을따르기로했다.이것이1963년의일이다.
동인지<隨筆>(첫호는<에세이>로출간)은지금도계속되어
제70호를맞는장수동인지가되었는데,아마이것이전국에서처음
으로발행된수필동인지가아닌가생각된다.
그당시우리는책을내면서인간적인친숙을위해자주만나회
식을했다.김일두씨는부산지검의차장검사,김병규씨는해양대학
교수,박문하씨는의사(동래민중의원),이남원씨는시경찰국의공
보계장,정신득씨는경남교위의장학사,오도환씨는학교교사,그
리고나는교회서목회를하고있었고그후에미국유학을떠났다.
장성만/43
동인지1집과2집까지는오도환씨가편집책임을맡아많은고
생을했는데,그의갑작스러운죽음으로그후에는두사람씩교대로
편집책임을맡아발행했다.2집부터는작가김정한씨,한글학자박
지홍씨가영입되었고,4집부터는김현옥,송정수,차동석,구철회씨
등이참여하게되어책의부피도더해갔다.
우리들은여기에발표된글들을모아공동수필집<씨뿌리는사
람들>을발간하였다(68년12월).여기서나는‘저녁종’등6편의글
을실었다.
그런데박문하,오도환씨등이세상을떠나고김일두씨는서울
로전근하면서동인들의보완이필요했다.그래서우리는좋은분을
영입했다.
최재훈부산대총장,문한규부산대병원장,정재훈고신대의료원
장,주상우부산시교육감,최선호변호사,이해주부대교수등쟁쟁
한분들이다.
허천은한번친구를사귀면애인처럼정과사랑을쏟는사람이다.
특히,그가다섯손가락으로꼽는사람들과는형제이상이고부부이
상이다.그에게서나는우정이무엇인가를배웠다.
필자는학교도경영하고정치에도참여하면서그의비위에맞지
않는일들을많이했다.그때마다그는충고도해주고직언도서슴
지않았다.어떤때는논쟁도심히했고싸움으로발전되기도했지만
우정은변치않았다.그는딱딱한논객이아니다.유머도풍부하고
주변을웃기는일도많았다.그의수첩에는다방마담이나종업원들
의이름과전화번호가빽빽이적혀있었다.심심하면전화를걸어
44/허천과<수필>동인들
진한농을주고받고한다.나중엔얼굴조차잊어버린미지의여인에
게전화를걸어놀러오라고유혹(?)을한다.찾아오면누구시더라
(?)하고웃긴다.
말년에병이위중하여부산대학병원에입원을했는데,이들여인
들이죽을쑤어가지고왔다고나에게자랑을하곤했다.문병가노
라면최재훈총장과문한규병원장이입원비를탕감(실험실습용)해
주셨다고고마워하던모습이지금도눈에선하다.
그의고향은합천이다.듣기로는그곳에절(암자)을지어경영했
다한다.그런데그아래조그만집을짓고뜰에친한친구들에게서
헌금을얻어묘목을사심었다.그리고돈낸사람의이름패를매달아
놓았다.아마노후에그곳에가서여생을보낼준비를했던것같다.
나는그가세상을떠난후제일에동인들과함께그곳을찾았는데,
이정원에팻말이달려있는것을보았다.
허천이간지16년,나는지금도그나무가궁금하다.얼마나자
랐을까.시간이나면한번가보고싶다.제법컸을것이다.그는갔
지만아직도허천과의우정은그나무와함께무럭무럭자라고있는
것을실감한다.
특집Ⅰ여명기<隨筆>비화(秘話)
이해주/45
*본회회장,수필가⋅시인
*전부산대학교상대학장,현명예교수
*한국문협,한국시인협,부산시인협회원
*수필집<여백의자유>,시집<집어등>,전문서
<한일비교경제사론>외다수
우하박문하의수필사랑수필관
이해주
1.나의<隨筆>동인활동과우하박문하선생
내가처음으로수필을일간신문에발표한것은1957년<부산일
보>문화면에‘가을과농촌’이라는제목의글을기고한것이었다.그
후등단이라는요식행위는아예생각해본적도없이,신문이나잡
지에게재되었던글들을모아요산김정한선생과학산김용호시인
의서문을받아첫수필집<덤으로사는인생>(1971년)을출간했
고,그것을우하(雨荷)박문하(朴文夏)선생이<국제신문>에서평
을내주셨다.그리하여당시한국문인협회부산지부장이었던박문하
선생의추천으로1973년봄에<隨筆>부산동인회와부산문인협회
(수필분과)회원으로가입하여오늘에이르고있다.그무렵만해도
수필이문학의한장르냐아니냐를두고제법심각한논쟁이벌어질
정도로,수필이자리매김을제대로하지못하고있었던것으로기억
46/우하박문하의수필사랑수필관
된다.1974년부산문인협회회원록을보면수필분과회원이8명(김
병규,박문하,박태을,유병근,이수관,이종석,이해주,정신득)뿐이
었다.올해의회원명단을보면회원이302명이나되니실로금석지
감을떨쳐버릴수없다.
수필은써갈수록‘쓴이의인품과교양과넓은의미의인생에대
한안목을솔직하게표백하는문학의장르’라는것을실감하게된다.
그러면서도동인활동이나신문,잡지에발표한글들을모아그후
네권의수필집을펴냈으니,자기만족을위한만용이라고해야할지
모르겠다.아무튼나로서는정식등단코스를밟은사람이아니니떳
떳이수필가로행세해본적이없다.그저글을쓰고싶어서썼을뿐
이다.
2.우하의수필문학에대한긍지
박문하선생은‘수필이란무엇인가’에서이렇게말했다.“가슴으
로시를쓰고머리로써평론을쓴다면,수필은두다리로써쓰는문
학이다.수필은인생과생활을단단히딛고선묵직한두다리없이
는써지지않는것이다.생활의바탕이없는수필문학은공허한기
교에불과하다.…나는일찍이내가수필을쓰는이유의하나로현실
생활에대한욕구불만에서오는일종의카타르시스라는말을한적
이있었다.”
그의수필이많은독자층에서애독되었던것도그의다양한취미
와폭넓은교양,그리고휴머니스트로서의양심과인간미때문이라고
나는생각한다.
이해주/47
1968년<부대신문(釜大新聞)>주간(主幹)을맡게된나는‘창
간기념문인초청강연회’에시인김용호선생과소설가전광용선
생을연사로초빙했다.강연회가끝난그날저녁만찬회에는향파이
주홍선생,요산김정한선생,우하박문하선생등이자리를같이했
다.그무렵의사이면서수필가인우하선생의수필집<약손>이출
판계에서대호평이었는데,심지어서울에서는해적판이몇만부나팔
려더욱화제가되기도했다.좌중의화제가<약손>에미치자,우하
선생은우쭐해하면서“엄연히수필도문학의한장르인데항상신변
잡기나부랭이나쓴다고취급하더니그것보세요!”하고평소의불만
을털어놓았다.그러자학산선생은재빨리그말을받아“시시한놈
이시를쓰고,소소한놈이소설을쓰고,수수한사람이수필을쓴답
니다.”하고우하선생을추켜세우는바람에모두들폭소를터뜨리기
도했다.
박문하선생의수필에대한긍지는대단했다.향파이주홍선생이
주관하던<갈숲>8집에실려있는향파선생의문학일기‘경속춘풍
추우점점록(更續春風秋雨點點錄)’1971년12월9일자에는이렇게
쓰여있다.
<여성동아>에원고‘내인생의스승’쓴것을보내고,밤엔이
해주출판기념회에참석축사를하고,돌아오는길엔박태권,박
문하두분과술.축사에서“오늘축하를받는수필집저자는전날
같은의욕의문학가가되기위해<위치>(일기에는내시집<위
치>를<표현>으로착각해서쓰여있으므로필자가바로잡았
48/우하박문하의수필사랑수필관
음.)같은시집을다시내도록힘쓰라.”라고한말이,자신이수필
만쓰는것으로도당당한문학가라고생각해서인지,박문하씨는
왜수필은문학이아니라서그런말을했느냐고몇번이나웃으면
서말을곱씹었다.
이처럼‘수필은문학의부록이아니다.’고믿으며,수필에대한긍
지를가진박문하선생은수필의문체에대해서“글이란참된데서
피어나고만드는데서시든다.”라고하여꾸밈새없는소박하고진실
한수필이라야독자에게감동을줄수있다고했다.이는수필가김
병규선생이‘문체를보면그사람의됨됨이가짐작된다’면서‘글을
지나치게다듬는스타일리스트의글을읽으면피곤해진다.’고지적한
말과일맥상통하는데가있다고생각된다.
3.우하의유머와해학성
향파이주홍선생은박문하수필집<(당신의인생을치료하는
책)인생쌍화탕>의서문에서이렇게쓰고있다.
진료실에서도틈만나면뭔가싹싹쓰고있으므로,뭘이러고
있나하고서들여다봤더니,그것은소담(笑談)꼬투리들인것이
었다.내가<한국풍류소담(韓國風流笑談)>을낸지얼마안되
었던때라,왜남의뒷다리를긁고있는거냐고일전을걸어봤던
것도무색하게,보고서말을하라고보여주는데보니,그것은소
담은소담이면서도행림세계(杏林世界)에서만있는특이한것들
이었다.뿐일까.거기다덧붙여서다른소리는말고책이되거든
이해주/49
표지하고서문이나써달라는반격까지하는것이었다.이사업은
참으로이런저자와같은의사와문필가를겸한사람을기다려서
만가능한일인것으로,이것은여러나라의민속자료라기보다도
차라리하나의학문적인영역이라고까지생각이되는것이다.…
이미웃음을잃은지오래인겨레!이메마른풍토에웃음과더불
어살아가는즐거움을보태어준공적을생각해서라도나는저자
의반격을달갑게받아표지와아울러서서문같지않은글을이
책머리에붙여넣기로한다.
(1963년국추)
그러나그의소담이나해학에는반드시서릿발같은비판정신의
칼날이번쩍이고있었다.책을손에잡으면잠시도눈을뗄수없을
정도의재미있는해학과포복절도할100가지소담이1부‘행림소총
(杏林笑叢)’에실려있고,2부에는‘행림속담’을ᆨᆫ순으로재미있
게풀이해놓았다.그중에서아주점잖은소담하나만인용해본다.
62화.의사의타산
의사가자기병원에새로채용한간호부에게단골로치료를받으
러다니는어떤여자환자를가만히소개해주었다.“저손님은내
가과거에무척사랑하던여인이야.그렇게알고서다른사람보다
특별히대해주란말이야.”“그럼선생님은왜저렇게좋은여성과
그때결혼을하시지않았어요.”“자기병원의단골환자와결혼을
하게되면좋은손님을한사람잃게되는대신에약값을내지않는
무료환자가한사람더생기는셈이아냐?내말알아듣겠지?”
50/우하박문하의수필사랑수필관
더러는외설에가까운것도없지않으나,그정도는독자의정신
건강을위해좋다는사람이대부분이다.아무튼수필독자의저변을
넓히는데박문하수필이큰기여를한것만은틀림없는사실이다.
이처럼서민적인건전한비판정신이그의내면세계에자리잡고
있었기때문에비록소재가섹스에관한얘기일지라도조금도어색
하지않고누구나읽어서즐거울수있었던것이다.그가후기에서
쓴것처럼“웃음이없는인생은마치꽃없는화원과같이삭막하기
짝이없다.우리들은오랜정치악과가난에시달려서그가슴속에는
이미웃음의꽃이시들고가시덩굴과잡초만이무성하게자라나고
있을터이다.‘웃음을빼앗긴겨레’,이말은우리민족의슬픈대명사
이기도하다.웃음을상실한인간은정신적변비증과마음의영양실
조에빠져서여러가지질병을일으키며나아가서는무서운사회악
까지저지르게되는것이다.’라고지적하고있다.
4.우하의수필문학과카타르시스
-물의일으킨‘새벽에돌아오다’
박문하선생은수필을쓰는이유의하나로현실생활에대한욕구
불만에서오는일종의카타르시스를꼽았다.이것은수필만이아니라
문필일반에대해서도해당되는말이라고생각된다.
여기에서박문하선생이화제를뿌렸던그유명한‘새벽에돌아오
다-외박의정신분석-’이라는수필에얽힌얘기를소개하기로한
다.일명<輪座>필화사건의전모를알아보기위해먼저향파가쓴
사건개요부터읽어보기로한다.
이해주/51
우하박문하씨의<輪座>필화사건.<輪座>를내자고뜻을
같이한창간동지는최초박문하,이용기,김하득,박지홍,유치
환,나,그랬다.모의장소는우하의안방.…이들창당(?)성원들
중에서도누구보다도열심인것은우하였는데,그가써온글이
문제였다.왈‘새벽에돌아오다’.불란서영화제명을그대로따서
쓴것인데,내용인즉창녀굴에서자고새벽에돌아오는후련함의
우하특유의솔직취미의흑색풍류물인것이다.원고를읽어보
고나자나는즉시난색을보이지않을수없었다.사석에서라면
그런이야기가얼마든지좋겠지만,일단개인작품집도아닌잡지
에그런외박찬미론을쓴다면,첫째는인간적인대우에있어서
자기부인에대한공개적인윤리적배덕이되는것이고,둘째는
이잡지를고등학교,대학에널리펼작정으로있었던형편에서
그런글은반드시무슨말썽을몰고올터이라한번고려해보는
것이좋겠다고했더니,처음엔웃고서만듣고있다가다음날새벽
에내집으로조수를보내원고를찾으러왔는데,만지장서(滿紙
長書)가아닌만근(萬斤)장서에내말을극구비난한뒤,지금부
터절교를하겠다하고는이삼년간이나내왕을끊었다가처음으
로<輪座>에글을싣기시작한것은제4집이후부터였다.
뿐만아니라<隨筆>의허천창간동인의말도들어보아야이사
건의진상에더다가설수있을것같아그의말을인용해본다.
…‘새벽에돌아오다’라고하는그글은박문하씨의수필집에
실리기전에우리동인지<隨筆>제4호에실렸기때문이다.즉,
박문하씨는그원고를<輪座>에서찾아와서이번에는<隨筆>
52/우하박문하의수필사랑수필관
에돌렸던것인데,우리동인지는그글을그대로내보냈던것이
다.필자는동인지에싣기위해동인이쓴글은그대로내보내야
한다고예나지금이나생각하고있다.글에대해시비가일어날
때에는본인이책임을질문제요,동인은어디까지나같은인격과
권한에있다고보기때문이다.…박문하씨는섹스에관한글이
일종의특기처럼되어있다.언젠가확실치는않지만,필자가이
주홍선생과주점‘대학촌’에서대좌를한기회에,박문하씨와가
깝고박문하씨에게영향력이있는분으로서,그런글을줄이도록
부드럽게한번충고해보는것이어떻겠느냐고이야기한일이있
다.사실나는그야말로진심에서또선의적으로이런소견을말
했던것이다.이자리에는다른한두사람도있었는데,그후이
말이어떤경로로어떻게와전이되었는지박문하씨가필자에게
절교를해와서상당히오랫동안이상한사이가계속되었던것이
다.마침김현옥씨가수필집을출판해서부산시내모다방에서
기념회가있었다.그자리에는박문하씨도나왔기에이주홍씨도
한자리에초청을하여경과를설명하고,그런연후에절교가풀렸
던것이다.
그후세월이흐르고세상도많이변했지만,이처럼물의를빚었
던수필‘새벽에돌아오다-외박의정신분석’을간략하게발췌하여
소개하니,그공개에대한찬반여부는독자제현에게맡기기로한다.
…달리는차속에서새벽의시가지를내다보고앉아있으면마
치오랜여행에서돌아오는사람처럼나릿한피로감속에차분히
가라앉는안정감과만족감같은것을흐뭇이느끼게된다.그것은
이해주/53
오랫동안지고있었던무거운짐을훌렁벗어던지고돌아오는듯
한홀가분한기분이기도하고,또울속에갇히어서고함을지르
며몸부림치고있던사나운짐승한마리를밀림속에다가풀어
주고오는듯한기분같기도하다.나는때때로가슴속이터질듯
이답답하거나,참기어려운울적감으로온몸이뒤틀릴때는밖에
나가서밤늦게까지술을마시고는이렇게다음날새벽일찍이집
으로돌아오는버릇이있다.이럴때나는외박을하고온다는죄
의식보다도도리어새벽기도라도드리고돌아오는것같은맑고
평화스러운심경을맛보게된다.…일년365일을한결같이따분
한병원속에서숙직근무까지해야하는개업의의생활만으로도
가슴이답답하겠지마는,내마음의질식감은이러한지엽적이고
직업적인환경보다도내개인적인특수한처지와가정환경이그
밑바탕을이루고있는것이다.
…내인생의전희망과사랑이었던큰아이의언(義彦)을작년
여름에스물한살의아까운나이로송정해수욕장에서잃어버리
고,그애가생전에다니었던교회에서여러신도들이나와서교
회의식으로장례식을치렀을때,나는죄많은내생애를청산하
고종교에귀의해버릴까하는생각을가져도보았었다.그러나
나같은사람이새삼종교를믿는다는것은도리어위선이며자기
기만일것만같아서단념을해버리고말았다.
…외박이라는말만들어도귀한얼굴에오물이라도튕긴듯기
겁을하고달아나는옹졸한사람이있는데,이러한사람일수록그
뒷구멍을들추어보면별별구린내나는일이많다.굳게자물쇠
를잠가둔서랍일수록때로그속에는비밀과비위가가득차있
는법이다.이러한서랍은때때로한번씩개방하여지저분한것
54/우하박문하의수필사랑수필관
을정리할기회를가지는것이정신위생상으로좋은법이다.
나는이러한‘서랍’에는자물쇠를채우지않는개방주의자다.
섹스에대한문제는북을치고자랑할것도아니지만,그렇다고
그것을도둑물건같이항상‘서랍’속에자물쇠를채워서넣어두
고범죄시할일은더욱아니다.나는이러한점에대해서아내에
게비밀이없기때문에아내는나를믿고,또항상가정에서날카
롭게신경질적인내성격이한번씩외박을하고돌아오면한결
부드러워지기때문에외박쯤‘양념’으로넘기어주는것이다.내
가어지러운나자신을정리하고한편의글을쓸수가있는것도
이러한외박을하고난다음날의일이다.…지금의내외박행위
도어린시절의경기연습처럼어딘지모르게잘못된내인생을
다시길잡아보려는몸부림같은것이아닌가생각된다.
(1965.7.)
유복자로태어나아버지에대한정을그리워하던그가자식에게
쏟은정,더구나의사검정고시로의사가된처지에서,연세대의학과
에다니던큰아이에게걸었던기대가얼마나컸을것인가.졸지에당
한큰아이의죽음은하늘이무너지는듯눈앞이캄캄했을것아닌가.
‘새벽에돌아오다’는그절망감에서탈출하기위해쓴수필이라고이
해하면될것이다.
5.우하의인생역정과수필문학에대한사랑
우하는수필‘첫사랑(수필집<배꼽없는여인>,1960)’에서이
렇게쓰고있다.
이해주/55
‘내가걸어온반생은비운의민족적역사와더불어눈물의점철
이었다.일제가우리조국과민족의손발을꽁꽁동여맨굴욕의
한일보호조약이발표되던날밤,아버지는겨레의앞날을걱정하
는비장한유서한통을써놓고서자결하시고말았다.이때에어
머님은뱃속에들어있는유복자인내위로4남매나되는어린
자식들을생각해차마남편의뒤를따르지못했다.여자홀몸으로
오남매의자식을양육하기란이만저만한고생이아니었다.어머
님은자식들을위해남의삯바느질에젊은청춘을고스란히다바
쳤다.내가겨우철들어초등학교를다닐때는형님과누님들은
모두투옥과망명의길을떠나고나의주위에는외로운어머님혼
자만이계셨다.
당시신간회의중앙위원이던문희(文熺)형님은항일군을모집
하여남경(南京)으로떠나버리고,이십대의처녀로서근우회(槿
友會)의선전부장이던차정(次貞)누님은광주학생사건에연좌되
어서대문형무소병감에서복역중이던것을,북경(北京)에있는
문호(文昊)형님이밀파한동지의힘으로탈옥해상해(上海)에서
약산(若山,김원봉)과결혼을해항일투쟁을전개하고있었다.
이러한이른바불령선인(不逞鮮人)의가족인우리모자에대한
왜경의감시와탄압은이루말할수없었고,이웃사람이며세정
(世情)또한그에못지않게쌀쌀했다.’
‘…나는문호형님과함께용무를띠고상해로나왔다가그곳에
서불행히도일경에게체포되어2년간의고생을하다가본국으로
끌리어왔다.문호형님은일본나가사키형무소로끌리어가서5
년형을치르는동안옥사를하고말았다.조국에돌아온나는의
탁할곳이없어머리를깎고청도운문사로들어가서중이되었
56/우하박문하의수필사랑수필관
다.그러나일년남짓한승방생활에서싫증을느끼고다시속계
(俗界)로나와의학을지망했다.의사라는직업은그래도왜정의
녹(祿)을먹지않고내민족에도움이되고학구적인생활을할
수있기때문이었다.’
이처럼한많은고난의길을걸어온그가몽매에도잊지못하는
첫사랑이바로문학이었다.‘나는앞으로이렇게나의첫사랑인문학
과의밀회를계속할작정이다.의학은나의아내,문학은나의연인
으로….새삼스럽지만한번늦바람을피워볼작정을하고있다.’고
그는말한다.
그리하여수필에대한긍지와사랑은날이갈수록뜨겁게불타올
랐다.누가그의수필문학에대한열정과활동을여기(餘技)라고말
할것인가.심혼을쏟은그의수필에는항시유머가있고,해학이있
고,서릿발같은사회비판이있었다.그러한인생과삶의애환이담
긴글들이메마른서민의가슴을적셔주고,거기에꿈과희망의꽃
씨를심어주었다.
작고회원의글●
특집Ⅰ여명기<隨筆>비화(秘話)
金一斗외/57
제1호맨처음의글
序章*
김일두⋅김병규⋅박문하⋅이남원
오도환⋅정신득⋅장성만⋅허천
‘小說’이란말은글字로따진다면틀림없이‘잔소리’이고따라서
‘小說家’도하나의‘잔소리장이’에不過한것같다.‘에세이(ESSAY)’는
이것도‘에스(獨語Schὅn의頭字로서美人의隱語)’와‘세이(말한다)’
의두마디를合친말이라고한다면,‘女性에對한이야기’나‘女性的
인말’을뜻하지않는가한다.그러고보니小說家나隨筆家란신통한
일을하는사람에屬한다고할수없다.나는남이부르는隨筆家에
들어가지도못한다.다만본대로느끼는대로를日記삼아써보려고
애쓰는者에지나지않는다.나의글은隨筆家에겐부끄러운것뿐이기
는하나,무슨形式이나論法을따질것없이닥치는대로,그리고붓
대돌아가는대로마구쓰는것이‘隨筆’이라고말해주고있는‘隨筆’
이라는이두글字가나에게는千萬多幸의것으로생각된다.
金一斗
*이‘서장’은우리동인지창간호<Essay>의본문맨처음(2~3쪽)에실
은,창간동인여덟분모두의,수필에대한견해나동인결성에따른느
낌을쓴글이다.
58/序章
‘에세’란원래‘시험’의뜻으로,시험삼아생각하는바를적은글
이다.나의경우이시험은먼저‘시련’의미를지녀야겠다.몽떼에뉴
의말을빌리면,내가‘에세’에손대는것이어쩌면‘당나귀의꼬리에
馬具를달려고하는것’이아닐까싶어지기도하는데,‘정말無知란
얼마나부드럽고즐거운베개일까’하고苦笑하는것이다.
金秉奎
文學運動은입으로나政治的手腕으로되는일이아니고,꾸준한
文學作業을통해서만이루어진다는것은새삼말할나위도없지마는,
이러한文學作業이요즘京鄕各處에서意慾的인同人誌活動을통해
서활발히전개되고있는것은참으로반가운현상이다.
비록그것이초라한手工業的대장깐문학운동이라고하더라도,
사람을해치는칼날이아니고우리의文學領域을耕作할수있는호
미를만들어낼수있다면얼마나보람있는일이겠는가.
雨荷(박문하)
‘글은사람이다.’라고말했다.별수없는내가이런모임에끼었다
는것을기쁘게생각한다.마치정에찍혀빗나간부싯돌이어느행
길뒷구석에서뒹굴다가,지나가는손의발뿌리에챈것이親舊를만
난셈되고先輩를만나게된感이다.나는文學을하는사람도아무
것도아니다.그러나이런先輩와親舊들을같이하여‘펜’을通하여
또는무릎을맞대고心情을吐露할수있는機會가마련되었다는것
이어찌기쁜일이아니겠는가.李南垣
金一斗외/59
휘몰아치는비바람,천장모르고오르기만하는쌀값,굶주림,混
亂,政客들의잠꼬대같은空砲!뾰족한것이라곤찾아볼수없을것
만같은不安한상황이기에,산다는것이또한벅차다.그러나어떠
한艱難속에서도살고볼일이다.살아야한다는것이우리네인간
에게주어진至上命題가아닐까.별대단치도않은것이지만,이렇게
감정의언저리를엮고있다는것은조그마한慰安이아닌지모른다.
烏幻(오도환)
동백나무의신록!남국적인정열은호된추위속의붉은꽃에서
만이아니다.오월의정기를혼자만이차지한듯한신록의윤기,빛
깔.붉다,푸르다,누르다,검다,희다,어느말도모두알맞고,또어
느말만으로도표현되지않는그그늘에는,어느처녀의머리카락에
꿈을실은열매가조롱조롱야물어가고있다.정신득
여기병아리의가냘픈울음소리와갓난아기의맥박에서느끼는
고동이있다.내受難의歷史를등진채단잠에취해있을수없기에,
이약한울음과희미한숨소리로서툴고未完成의교향곡을연주하
는어리석은작업을시작한것이다.張聖萬
글도쓸줄모르면서부질없는짓이라생각했지마는,結局모임에
들기로했다.
한편의글을냄으로써다른분의좋은글열편을읽을수있다
면큰得이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許天
특집Ⅱ작고회원의글
60/樂山莊雜記
樂山莊雜記
金廷漢
철조망이싫은집
지금은숫제시가지가운데같이되어버렸지만,내집이처음섰
을때는바로구덕산(九德山)기슭,그러니까벌써옛집이요구식건
물이다.
문명의진도가빨라서어느새고색이깃든이집에서나는그럭저
럭四분의一세기를살아왔다.아니그보다내二○여년의고달픈
생활이집마저겉늙게했다고함이더적절한표현일는지모른다.이
유인즉,남들은여러번손질을하고혹은구식이라해서송두리째
헐어버리고소위‘타일’따위로겉치레를하는현대식건물을덩그렇
게세우기도했지만,나는그러질못했기때문이다.
도둑을막기위한창날같은쇠붙이는커녕그흔해빠진철조망하
나담위에마련하지못해서,때로는소갈머리없는손님이사뭇제
집나들듯훌쩍훌쩍뛰어넘기도한다.
철조망을안두른것은꼭그럴만한여유까지없어서가아니다.
내기분문제도상당히작용한셈이다.아내가투덜거릴때마다“내
金廷漢/61
집이어디동물원인가담위에가시철조망을두르게…?”
아닌게아니라몇몇친구는그러한내기분을알아주어서,“요산
(樂山)집은사람이살고있는집같아.”하고가시철망대신줄장미
를몇줄올려둔것을넌지시칭찬하기도했다.
엉성한집에비해서비교적넓다할만한뜰에도그럴듯한나무라
든가값진화초는없다.기껏해야천리향이나꽃치자,그밖에는아
이들먹잇감으로내가가지를건드리는것까지아내가싫어하는석
류나무댕두나무그리곤패랭이꽃따위,내가가까운산에서아무렇
게나옮겨다심은야생초가많은것이하나의특색이랄까.
이런집에서나는자그마치일곱남매를길렀다.(물론모두가여
기서난것은아니지만…)금년에는겨우막내딸이마지막으로대학
엘들어갔다.일곱이라면많은것같지만나는그들을‘북두칠성’처
럼생각하기도한다.힘에벅찰때도그저하늘이내게주는시련으
로알고….
물론돈에맞춰서변두리짬에구한집이지만,산이가까워좋았고
수원지가있어좋았고게다가학교들이가깝고또공무원(지금은공
설운동장이되었지만)이곁에있어서좋았다.말하자면산보하기나
아이들기르는데는안성맞춤이었다.
해서넷째놈은초등학교에들자마자학교변소가무섭다면서곧
잘집으로뛰어와서일을보고가기도했다.
일제시대의일이지만,애어미가단손에빨래라도많은날은아
직철도덜든것들을억지로공원에들여보내놓고는,마치산에놓
아둔송아지라도찾아가듯이해질무렵이돼서그들을찾아가기도
62/樂山莊雜記
했다.멀리서부를라치면,고라니새끼처럼나무그늘이나풀밭에물
려있다가좋아라고달려오던모습이지금도눈에선하다는제어미
의얘기다.
일요일같은날은아직걸음걸이도서투른것들을데리고산으로
올라가던기억이내게도있다.그러한산길을지금은나혼자서거닐
고있다.그것도옛날과달라서요즘은개똥이마구뒹굴고인간의
오줌냄새까지사뭇풍기는골목길을빠져나가서의일이지만.
‘인생이이런건가!세월이빨라선가?’
때로는이런생각을하면서,옛날과달라서덩그런집채들그늘에
끼어서잘보이지도않는내집짬을산위에서멀리바라다보기도한
다.내가좋아하는뻐꾸기의소리만이예와다름없이울어주는것만
이그래도다행이랄까?
짝짝이
일곱남매가쪼르르자라나는바람에대학에보낼때도그러했거
니와,자칫하면한학교에두셋다니기가예사였다.
그러니까가끔쥐새끼꼬리만한원고료수입이보태어졌을뿐,순
전히월급-그것마저본의아니게나가떨어지는경우가많았으니,그
런수입으로애들학비마련이여간힘들지않앗다.입성같은건아
랫놈이위엣놈의헌것을물려받아입는것이거의가훈(家訓)같이
되어있었다.그래도두어놈은중학교에걸리고서도입학수속을하
다가출석부맨꽁지에겨우이름이얹힌일까지있다.
둘째던가,셋째딸이던가?아무튼지금은어려운가운데서라도
金廷漢/63
모두대학을마치고한사람의성인이되었지만,중학시절에는즈
동무들로부터‘짝짝이’란별명으로불리기도했던모양이다.물론원
인은애비의가난에있다.이윤즉,제언니의헌옷을물려받아서소
매만고칠때그렇게되었던지,혹은옷감을뜰때모자라게떠왔다
가한쪽소매천을잘못떠보태서그랬던지,아무튼한번빨고나
니웬일인지한쪽소매빛깔이희끄므레하게날아서다른쪽과눈에
보이게달라졌기때문이었다한다.소매빛이짝짝인옷을입고다녔
으니까,뒤에따라오던애들이그렇게놀리기시작했던모양이다.
계집애동무들뿐아니라나중에는같은길을통학하던남자중학
생들까지그렇게놀렸다는거다.
“짝짝이라고놀리니까부끄럽던가?”
고등학교엘들어갔을때그렇게물었더니,
“돌아도안보았어요.”라고했다.그러나역시얼굴을약간물들이
던것을보면,그런것을입고다닐때의부끄럽던기억이새삼떠오
르는것같기도했다.
아이가교복소매때문에‘짝짝이’라고놀리었다는얘기를듣고,
애비구실을제대로못했다는것을마음아프게여기다가,생각이
문득내자신에게도미쳤다.
원래문학에뜻을두었던것인데,그러한문학에만전념을해본
일이없기때문이다.일제때는일제치하라그러했거니와,해방된
뒤에도매한가지였으니까.아니많은가족을이끌고나가야되는등
여러가지사정이있었다고스스로변명같은생각도해보지만,아
64/樂山莊雜記
무튼문학에대한정열이줄어든것만은사실이다.문학을쥐고있는
팔과생활을위하는팔가운데서,생활을떠메는쪽에더힘이쏠렸
던것이다.가방속에는강의자료와원고지가공종(共存)을하면서
도,원고지는대개잡문나부랭이를끼적거리는데쓰여지기마련이
었다.
‘아이의교복소매만이짝짝이가아니라,바로내인생이짝짝
이로군!’
이런쓴웃음이절로나왔던것이다.
‘일을해도살기가겨워,물끄러미손을바라보다.’라는어느외국
사람의시구를생각하면서,나도가끔손을내려다본다.20여년을
딱딱한칠판에글을써온탓인지바른편쪽이현저하게거칠다.
‘이것도짝짝이로군!’
혼자서웃는다.
그러나일찍이내아이가짝짝이소매를그다지싫다않고입고
다녔듯이,오늘의나는짝짝이가되어있는노력과손을과히뉘우치
지도않는다.
散兵은굳세었다
명색이신행이라고오자몇달안가서일제관헌이마구안방을
짓밟고,의농을뒤지고,남편이갇히고하는판국이었으니까,아내란
사람은일찍부터가장만을힘믿을수는없게되었다.언제어디서무
슨일이있을지모르는불안속에서,약한대로의어떤각요를해야
했을게고,처신도으레그랬을줄안다.
金廷漢/65
바야흐로일인들에의한우리말과글의말살운동이은근히시작
되던때라,나는교편을들었다가이내붙들리고,일본유학을하다
가도같히고,<동아일보>의지국을맡았다가강제폐간을당하는
바람에결국신문과운명을같이하기도했다.그러는동안에나와내
게딸린가족들은여러번본의아닌이합집산을거듭했던것이다.
쪼르르자라던일곱남매는이런일이외에도일찍부터일종의산
병작전같은훈련을받았었다.그때는부산이도시라해도오늘날
처럼공중목욕탕이흔치않았었다.더구나내가살던구덕산기슭
근처에는한군데도없었고,일본사람이많이살던도심지가가까운
데라야만,그것도일인들이경여하던목욕탕이뜸뜸이있었다.목간
주인인일인들은한국사람들을그리반갑게여기지않았다.게다가
우리의경우처럼애새끼들을많이데리고가는‘요보’(그들은우리
한인을그렇게얕잡아불렀다.)는더욱꺼렸다.한꺼번에여럿을데
리고먼데까지갔다가도자칫하면쫓겨나기가일쑤였으므로,놈큰
애들은그들끼리먼저들어가게하고,나머지조무래기들은아내가
이끌고가서사정사정을하던가,나와나누어서데리고들어가서는
안에서부모와만나게하는그런전술을썼던것이다.말하자면일종
의산병작전이다.글로쓰자니우습기도하나,실제로당할무렵의
일은정말눈물겨운일이었다.
그러나그런정도는,소위저들의대동아전쟁말기에공습이있
을지몰라서좀큰또래들을시골로멀리떼어보내놓고는,애어미
가틈나느대로찾아가보았다는사실과함께,센티멘탈한정도에
불과하리라.(1965.8.1.우리회지제4호에서)
특집Ⅱ작고회원의글
66/구두쟁이영감님
구두쟁이영감님
정신득
과거를더듬어서아름다움을찾아야할형편이되고,지난날의추
억에서마음의위로를얻어야할처지가되고보면이미황혼이요,
볼장을다본인생이리라.
양력설도음력설도다넘기고보니내나이는틀림없이쉰넷!
‘과거를묻지마세요’라는영화제목이생각난다.그내용이어떠
한것이었던가는그영화를보지않았었기에모를일이지만,제목만
으로써생각해보면과거야어떠하였든현실이소중하고미래에꿈
을가지려는그무엇이있을것같이느껴지는제목이다.
그런데나에게는이러한용기도없다.그렇다고해서지난날의이
야기에꽃피울만한재료도자랑거리도없는데구두쟁이영감님의
생각이난다.
해방직후어느여학교에서삼년동안신세를끼친일이있다.교
직원학생할것없이이제부터는내나라내살림을꾸며나갈것이
라는의욕과성의와정열에충만하였던그당시였다.
제욕심을채우고제이익을생각하는눈치란조금도없었고,남
을업신여긴다든가제가잘났다고뻐긴다든가하는추한꼴이란찾
전신득/67
으려해도볼수없는순수한모습그대로들이었다.
그때함께일하던그친구들이지금은모두교육계에서,또학계
나예술계에서,더러는정치계에서커다란활동들을하고있는것을
볼때,그숨김없던정열의시절이떠오르곤한다.
그학교에는해방전부터계속해서일보는사람이라고는구두쟁
이영감님한분이있었을뿐이다.그때이미십여년의단골이었다
고들었다.그러기에지난날의졸업생들이찾아오게되는때이면,교
직원은모두낯선형편이지만,이영감님과는정들고낯익은사이들
이었다.졸업기념사진첩에도이영감님의모습을한군데찍어넣
는것을잊지않는여학생들이기도했다.
얼마전까지만해도‘오지상(아저씨)’하고불러왔을텐데,언제
누구가부르기시작했는지는모르지만‘영감님’으로칭호되고있었
다.
여학생들이나오는날이면,언제나학생들보다일찍나와서학생
들보다늦게교문을나서는것이었다.
강당옆볕바른곳에,여름이면그늘밑에서조그만목은궤짝을
옆에놓고종일여학생들이맡기는신들을꿰매고닦고칠하고하는
것이그직업이었다.하루에벌어들이는돈이몇푼이나되었으며,
그가족이몇사람이나되고,생활이어떤형편이었는지는알아보려
고하지도않았지만,별수없었을것은뻔한일이다.
해방된민족들의가슴이부풀대로부풀어서제각기야단법석인
데,닥쳐오는내일이개고흐리고간에여전한그궤짝과그솜씨로
여학생들의신을만져주고는돈은주는대로받아넣고,그때마다
68/구두쟁이영감님
담배를피워무는것이보통이었다.그럴때누구나가옆에서말이라
도걸게되면이영감님의입에서는언제나같은자랑거리이야기가
나오는것이었다.
“내가비록십년을하루같이이러한구두쟁이노릇을하고있
지만,타고난성은그대로당당한왕손의후예지요.지금도우리
집에는족보한벌을소중하게간직하고있는데이것이보배랍니
다.이것만가지면어디가도나는살수있단말입니다.이래뵈
도우리오대조는무슨벼슬을했고,우리조부는고을을살았으
니나는마음이언제나흐뭇하답니다.나도어릴적에는호강했지
요.골목에나가기가무섭게모두들서로업으려고야단이었답니
다.딱깨어놓고보면나만한사람도별로없을걸요.”
나는이말을몇번이고들어왔다.그후벌써이십년에가까운
세월이흘렀다.
그영감님이지금도여전하게그강당옆에나와서일을하고있
는지는알아보지않았으나,황혼인생의부질없는말로만들렸던그
이야기가,어쩐지동정이가는듯느껴지며생각에떠오른다.
‘과거를묻지마세요’까지할만한용기는비록없다손치더라도,
오늘을발디딤으로한내일의꿈은잊지않아야하겠는데….
(1964.3.10.우리회지제2호에서)
특집Ⅱ작고회원의글
金秉奎/69
壁書大吉
金秉奎
어머님이돌아가신것은해방직후였다.내가일본학도병지원을
피하여만주로도망갔다가해방이라돌아오니,어머닌이미이틀전
에숨을거두셨다.나를기다리다급기야먼길로떠나셨다는데,비
록초상은치르지않았지만,생전에뵈옵지못하였으니지금돌아온
들무슨소용이있으랴.
이런데도일말의희망은있는듯엄연히병풍너머시신을두고
내일아침이면꼭소생하리라고밤마다나는진심으로믿기도하였
다.
삼십을바라다보는나이에미혼인지라나를위시하여큼직한동
생들이따바리를쓰고상여뒤를따랐으니,울음소리가뜨음해질때
“아이구저런,미성의아들을두고서…쯔쯔.”하는아낙네소릴들었
던것인데이것이어제같다.
어머니향년이겨우쉰두살이었으니원통애통할만도했다.잠시
빈소를지키느라고래풍속도모르는터에도형을따라문상객을맞
아곡도제법할줄알게되었고,더러는쌀쌀한날씬데도빈소마루
청에서새끼를말아만든딱딱한베갤베고새우잠도자보는등어
70/壁書大吉
버이를여읜죄값을치르느라내딴엔무진애를쓰기도하였다.
이즈음이었다.시골우리집안채부엌으로통하는사잇문옆그
을린벽지위에서,나는“작몽이극흉하니벽서대길하노라.”라고한
글로쓴붓글씨를발견하였던것은.심란한흔적이없는것도아니나,
달필이었던어머니의운치있는필적이분명하였다.아마무슨흉몽
을꾸셨다가아침에일어나는즉시로입으로붓을깨물고쓰셨음이
리라.나는줄곧타향살이만하느라귀성할겨를도없었으니,언제
이것이씌어졌는지알턱이없다.그저아침저녁넋을잃고그걸쳐
다보면서,그흉몽이어쩌면나에대한것일지도모른다고생각하기
도하였다.
그위또집을등졌기에어머니의벽서를볼수가없었고,가뜩이
나오래된집이라서헐어버렸기때문에이것마저영원히잃고만것
이원망스럽다.
아버지가돌아가신것은삼사년밖에되지않는다.그이의생전에
도난역시타향에서빌어먹는터로방학에나뵈올정도였는데,그때
마다나는몇해전부터그이가거처하는방문옆에쓴것을유심히
쳐다보았다.‘昨夢極凶壁書大吉’이라고두줄로쓴것이었다.내가
중학교에다닐때아버지가보내주신전한문의편지글씨그대로
또박또박쓴것이었다.
그이는천식으로돌아가셨지만,돌아가시기전엔눈감고누워있
으면무엇이가슴을곽누른다고하시며앉아서뜬눈을새우곤하셨
다.한번써놓으면오래그영특한효험이있다고믿어서인지,또는
다시써도별수없이불원저승길로가야한다는체념에서였을까.
金秉奎/71
아버지나어머니나이렇게보면살아생전에꿈을꾸고선여간괴
로워하지않으셨다는것을짐작할수가있다.하기야꿈이란허망한
것이라고해버리면그만이지만,사나운꿈을꾸고서재수좋길비는
그들의안타까운심사를생각할때나는가슴이뻐개지는것같다.
평소엔이렇게꿈에시달렸어도그들의마지막꿈은아름다웠길
빌며,세상없어도요번방학엔시골에가서아버지의벽서만이라도
오려올것을다짐하는것이다.
(1963.7.15.우리회지제1호에서)
특집Ⅱ작고회원의글
72/外道人生
外道人生
朴文夏
“닥터박은外道의大家야.”
“그위에또프로이드와킨세이에못지않은그방면의이론까
지를겸해서가졌으니,學과行을구비한斯界의오소리티야.”
흔히술자리에모여앉으면나를두고이러한농담을지껄이는친
구들이많다.醫師라면마치여학교의선생과같아서,항상그몸가
짐을근신해야하기때문에자기의병원가까운곳에서는함부로술
도마시지말아야한다는處身訓이있기까지하는데‘外道의大家’라
니,이건나에게좀지나친농담이아닐수없다.
내가이러한실없는농담을듣게되는것은아마도지난날에한
두번바람을피운경력이있었던것과,지금도술자리에모여앉아
서여자에관한이야기가나오면가장발언이많은것과性에관한
유머를醫師新聞에連載한일등이있어서,다소그방면에밝다는
소문이있기때문이아닌가생각된다.
부끄러움이많고내성적인성격이강하기때문에,처음으로병원
을개업하였을때는여자들의젖가슴만보아도부끄러워서눈을감
고진찰을하여서환자들의웃음거리가된일까지있었던내가,훗날
朴文夏/73
에그성격답지않게제법바람을피우게되고外道의大家라는농담
까지듣게된것은,그원인이모두불행하였던나의소년시절에부
모와형제들의따뜻한사랑을전혀보지못하고자라났기때문에,
그굶주린愛情의空服感같은것을채우기위한몸부림이아니었던
가생각된다.
다눈치오의作品인‘죽음의승리’라는소설의주인공모양으로자
살을한아버지의피를받고遺腹子로태어난나는위로四남매의
형제들이있기는하였으나,모두가日帝時代에不逞鮮人의낙인을받
고감옥살이와외국에망명을떠나고,단지혼자남아계신어머님마
저남의집품팔이에매여매일집을비우다시피하였기때문에소년
시절의나는동무도없이주림과고독속에서아버지의염세유전이
자磁石같이잡아당기는자살에의유혹과싸우면서자라났다.이렇게
나는이세상에태어나면서부터人生의正道를걸어보지못하고그
늘진뒤안길에서愛情失調症에빠져서자라났다.
남의집품팔이일을끝내고밤늦게야집으로돌아오는어머니는
나를껴안고항상울면서잠이드시었다.내가어머니의사랑을받은
것은잠들기전의이짧은순간뿐이었다.그러기에나는부족한사랑
의갈증을보충이나하려는듯이,나이열살이넘어서까지밤마다
어머니의젖을만지며빨았다.
이러한탓인지思春期에들어서몇번인가나는近親姦의꿈을꾼
일까지있었다.그리고로랜스의아들과戀人과같은오디푸스콤플
랙스의작품에흥미를느끼게된것도이때부터이다.
소년시절의이러한콤플랙스때문인지나는성장한후에도나보
74/外道人生
다나이위인모성애적인애정타입의여성을좋아하게되었다.내가
결혼후에바람을피우게된것은아마내아내에게서이러한모성애
적인애정을전혀느끼지못하였기때문이아닌가생각된다.
세상사람들은外道를하는사람들욕하고천하게보지마는,나는
어쩐지이外道의길에서人生과사랑을배우고또느낀것같다.
어떤분의紀行文속에서“한나라의참모습을알려면은큰빌딩
이나번화한네거리를둘러보는것보다그나라의헙수룩한뒷거리
를찾아가보라.”는글을읽은적이있었거니와,나는이人生의헙
수룩한外道에서보다많은것을배운것같다.
내가따분한開業醫師의생활속에서그래도醫學이외의글을쓸
수있었다는것도이러한生의外道를남보다조금많이걸어온보람
이아닌가생각한다.
차츰겹쳐가는年輪과妻城子獄의속박때인지,이젠外道의정
열도한고비를넘어섰는데,마지막몸부림인지요즘은이상스럽게내
생활에대한人生의질식감같은것을숨가쁘게느끼게되면서文學
이라는새로운外道에또다음이흔들리기시작한다.
어쩌면나는혈통이좋지못한선천적인蕩兒의생리를타고난모
양인지모르겠다.
“그동안바람이좀잠잠하더니,이제또별다른바람을피우기
시작하는군요.당신은바람없이는못살아가는모양이지만,이
제는아이들도大學에들어가기시작하고생활의책임도점점더
무거워가니,아무쪼록잘알아서處身을하셔요.”
朴文夏/75
이말은내書齋안에醫學書籍보다도文學書籍이차츰더많아져
가는것을보고아내가걱정을하여서나에게충고하는말이다.
그러나친구들이나를가리켜‘外道의大家’라고부르는농담이,
내人生의마지막外道가될文學을위하여,이번만은꼭한번만이
라도좋으니진담이되어주기를나는바라고있다.
(1963.7.15.우리회지제1호에서)
특집Ⅱ작고회원의글
76/어머니의體臭
어머니의體臭
文仁甲
밤중에어머님의꿈을꾸고서불현듯어머님의그리움이치밀어,
옆에누운마누라의등에코를대고몇번이나맡아보았으나정녕
어릴때맡던그구수한냄새는아니었다.
어머님의체취는初老에접어든나로하여금아직도이토록몹시
그립게한다.땀냄새인지도모른다.머리에바른동백기름냄새가
함께풍겼는지도모른다.朴家粉이나비누도쓰지않으셨으니물론
화장냄새는아닐터,어릴때는어머님의곁에만가노라면울음도
트집도사라져버리는것은어머님의그훈한냄새때문일까?그리워
라그은은히풍겨주던어머님의냄새여!
母性의향기는어머님의체취라할수있으며,어머님의체취는
자식들의嗅覺에모정의향기로서오래오래되새겨진다.
일제말기인1944년8월일본경찰에검거당하여부산교도소에
수감되었을때일이다.수감된지두달만에처음으로私服이차입
되었다.푸른囚衣를벗고내옷을오랜만에입어보게된것이다.내
가낯익은보자기를조심스럽게푸는순간그그립던어머님의냄새
가푹코를찔렀다.나는그만엉엉소리를내며통곡하고말았다.
文仁甲/77
나는그동안왜놈들의가진고문에도한번도울지않았는데그
만울고만것이다.그것은어머님께서손수짠손주(손으로짠명
주)에풀을세게먹여다듬이질을해서종이소리가나는명주거죽
에다햇솜을두둑이놓은검은색핫옷이었다.그건분명풀먹인새
옷냄새였겠지만,그것만으로는나를그렇게울리지못했을것이다.
울며밤새워어머님이지으신옷이었기에어머님의눈물이솜속에
방울방울스며들어,그눈물냄새가그렇게강하게풍겨나왔을거다.
입어보니오래오래훈훈하였으며,내손이보드라운명주거죽에
닿을때마다어머님의따사로운감촉을느낄수가있었다.거룩하여
라우리어머님의따사로움이여!
엎어져도어머니,넘어져도어머니다.항상어디서나어머니는자
식을가호해주신다.그래서자식들은언제나어머니의사랑의힘을
절대적으로신앙한다.
神의가호보다부처님의자비보다더말이다.8․15해방사흘전
인8월12일나는일년만에처음으로검사국(경찰청)에조사받으
러끌려나갔다.敗戰직전이라놈들은조사할경황이없었던지조사
도없이그냥교도소로돌아오게되었는데,그길에서꿈에도그리던
어머님을일년만에거기서만나게될줄이야!
그때의내행색은생각만해도소름이끼친다.푸른수의인무명
누더기를걸치고머리에는용수를발에는짚신을,팔에는수갑을차
고여러사람이한밧줄에묶여끌려가는광경은아마저사육신이
절룩거리며형장으로끌려가는행렬과흡사했으리라.
교도소에다왔을때다.꿈속인양어렴풋이저쪽에어머님의모
78/어머니의體臭
습이보이는것이었다.한걸음한걸음다가서니분명몽매간에잊
지못한어머님이틀림없었다.나는그만눈앞이캄캄하였다.반갑
기는말할수없지만,이꼴을어머님에게보이고싶지않았으나그
냥지날수도없는일이다.용수를쓰고있으니얼굴은보이지않더
라도당신아들을못알아볼리없다.벌써어머님은알아차리고내
손을덥석잡으려하신다.오만간장이찢어지는순간이었다.
나는용수를들고얼굴을보이고서겨우“어머님!”하고한마디
하는순간그렇게도그립던어머님의체취가물씬내코를찔렀다.
그러자왜놈의간수가채찍을들고“바가야로!”하면서쫒아왔고….
어머님의울음소리는교도소높은벽돌담을넘어감방안까지오
래오래들려오는것같았다.눈물도극에놓이면안나오는법인가.
한참뒤에야제정신이들어그애절한어머님의울음소리와어머님
의체취가자꾸만내전신을휩싸밤새도록울었다.
이세상에서가장슬픈소리는어머님의울음소리다.우리어머님
을그토록애통하게울게한것은그누구였던가?일본제국주의였던
가?이못난자식이었던가?
효자로유명한공자님의제자인增子도孝의要訣로항상부모님
의喜怒哀樂의顔色을살피라는말이있다.어머님의슬픈얼굴을보
면자식도슬퍼지고어머님의눈물을보면무슨영문도모르면서따
라서눈물이나온다.불효자식중에서도부모님을애통하게울게한
자식의불효보다더한불요가또어디있으랴!어머님용서하소서.
우리어머님은강건너마을의朴座首맏딸로태어나부지런하고
착하다는소문이자자하여,당시인근에서제일부잣집이었던우리
文仁甲/79
집으로시집온분이다.그러니까막내둥이인내가태어나기전후해서
가산이기울어져千石가까운부자살림이일조에파산지경에놓이
게되었던것이다.가냘픈여자한사람의힘으로넘어져가는가산
을지탱하기란어려운일이다.
그러나우리어머님은그야말로孤身奮鬪하여겨우倒産만은막
아내었던것이다.그때의고생담은여기에다실을수없다.
세상인심은조석으로변하는법,부잣집이망하면이웃사람도,
심지어일가친척까지냉대하기마련이다.우리어머님은이를악물
고몸부림치면서그고비를이겨내었던것이다.그때만해도농촌
살림으로고등보통학교에아들을보내기란엄두도못했는데,우리
어머님은우리집안을다시일으키는길은아들들을공부시켜야만
한다는굳은신념으로,삼십리길먼부산장에까지걸어다니면서장
(漿)을팔아서우리큰형님과나를동래고등보통학교에공부시겼던
것이다.
이세상일을다잊어도잊을수없는일이있으니,그것은내가
일년이넘도록부산교도소에갇혀있는동안하루도빠지지않고매
일아침밥을내밥그릇에담아두었다는이야기다.그리고매일밤
대문을잠그지않고나를기다렸다는이야기….세상에훌륭한어머
니는많다.그러나우리어머님처럼그렇게한어머니가어디있겠는
가.
우리어머님은賢婦중의烈婦이시다.옛말에‘내리사랑은있어도
치사랑은어렵다.’더니,그렇게하신우리어머님,효도도못하고벌
써저세상으로가신지오래이다.
80/어머니의體臭
樹欲靜而不止하고子欲養而親不待라,나무가고요하고자해도바
람이그치지아니하고,자식이봉양하려하여도부모님이기다리지
않는구나.옛말하나그른말이없다.
부처님이풍기는慈悲의향기는불단에피우는향냄새로써느낄
수있고,어머님이풍기는母情의향기는어머님의체취에서느낄수
있다.요사이젊은어머니들은향수나화장냄새로온통온몸이오
염되어,품에안긴아이들에게진정모정어린어머님의참다운체취
가풍겨질는지걱정이다.과연뒷날아들들이母情에대한그리움을
그구수한어머님의냄새로써상기하여더듬어볼수있을는지….
1973.9.9.
(이글을지하에계신어머님에게삼가바치나이다.)
(1974.7.2.우리회지제16호에서)
특집Ⅱ작고회원의글
金玄玉/81
엽전
金玄玉
常平通寶란네글자가모난구멍을중심하여새겨졌던엽전을한
발씩이나노끈에꿰어둔祖父님은,심심하시면돋보기너머로그重
量을감상해보시곤하였다.내가어렸을때는벌써이常平通寶의
貨幣價値는겨우우리들의제기를만드는데쓰이는것밖엔쓸모가
없게되었었다.
半紙한가운데다엽전을놓고돌돌말아서양쪽끝을모아네모난
구멍으로몰아넣어,그틈을뚫고나온양쪽종이끝을길이대로쪽
쪽째어서제기를만들어즐기는,선머슴애들의장남감으로엽전의
값어치는轉落하고말았던것이다.
동그란놋쇠에때론손때가묻기도하고,때론녹이슬기도하여,
얼핏보기에는그속에서면면히이어져온先朝들의사연들이있었
던것같은엽전꾸러미를바라보는,그때의祖父님은모두합쳐한
창一圓짜리紙幣의價値도없어져버린것이못내아쉬운듯그꾸
러미의重量感을맛보시며어쩔수없는시대의흐름을생각하셨을
것이다.
이엽전은우리가지녔던歷史와더불어녹슬어온우리들의生活
82/엽전
의象徵이다.그러기에이속에서우리는때론우리만이지닐수있
었던자랑도찾아내고,또그숱한黨爭의그림자도,賣官과贈賂의
욕된일들도,고루하고숨막혔던封建의殘骸들도비치어지는듯함을
느낀다.
그래서그런지우리는우리스스로를卑語할때‘엽전’이라고뱉
듯이일컫는다.
“엽전이그렇지뭐!”
“우리엽전들은일본에갔다올때언제나가져오는짐이많대.”
이런말이예사로오간다.
며칠전집에일찍들어가는날아내와함께텔레비를보고있었
다.쇼프로에서어느女俳優가게스터로나왔다.아나운서의소개로
는그女優가곧美國으로가게되어,요즘旅券準備에한창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분명아직은이땅에서발을붙이고있는아가씨이다.그
런데이건어찌된셈인지,인사말이라고하는게말끝이마구감겨져
올라간다.하와이二世가우리말흉내를내는식이다.
세상에이럴수가있단말인가?아무리華麗하게살고流行의尖
端으로만걷는女優라지만,이건너무심하다.아무리사람을그저
즐겁게해주는것밖에세상을향하여아무런責任感도義務感도없
는한떨기花草같은女人이라지만,이건너무기막힌일이었다.旅
券手續中에벌써그렇게혀가짧아졌다면美國에서한두달만살면
이女人은韓國이라는나라가地圖의어느구석에있는지조차모를
것이아닌가싶어무서워지기까지하는것이었다.
金玄玉/83
이런일은또얼마든지있다.
일본에서나서자랐다는우리僑胞二世들이많이거쳐갔다.祖
國에의觀念이가슴속에서가장鮮明히솟구쳐야할젊은나이들인
데도,이들은모두제나라에와서제나라말을못한다.그러고도
그것이부끄럽기는커녕자랑스럽기만한모양이다.
億萬長者의남의어버이보다가난한내어버이가더살뜰한것을,
어째서그들은모르고사는것일까싶어痛憤스러울때가한두번이
아니다.
종잇돈한장이면논을몇마지기씩살수있게된세상을보고,
못내엽전꾸러미를꺼내어무게를만져보시던祖父님의모습이지
금에와서보면더애틋한心懷를자아내게한다.
아무리욕되게살아왔던들어쩌리.아무리가난하게숨쉬어왔으
면어떠하냐말이다.그속에서도우린우리대로의자랑도,기꺼움도,
또앞날도있지않으냐.
엽전이돈으로서쓸모가없으면차라리제기를만들어발끝으로
흐믓하게즐기고놀면된다.보기좋게彩色된종잇돈을쓰는때가
왔다고해서결코그엽전은우리를부끄럽게할아무런건덕지도없
는것이다.
나는‘엽전’이다.그러나그것을,마치나를‘촌놈’이라고말할수
있듯,스스로賤하게自虐하는뜻으로는결코쓰고싶지가않다.
溫故知新하는차분한걸음걸이로살아나가는象徵으로마음속에
‘나는엽전’이란觀念을지니고살고싶다.
美國에가는女優목에,엽전구멍에실을꿰어목걸이라도하나
84/엽전
만들어걸어주고싶다.아니면그알량한外國에서태어났다는젊은
우리同胞들에게,엽전으로곰국이라도끓여시금텁텁한엽전국물로
精神에鐵補를시켜봤으면싶다.
(1965.8.1.우리회지제4호에서)
특집Ⅱ작고회원의글
許天/85
그날의印象
許天
배떠나는時間의船艙이란언제나분주하고소란하다.조그마한
港口였지마는그날의形便도매한가지였다.배가막棧橋를미끄러져
나가는데,中年의婦人이한사람허겁지겁달려와서배의出入門쪽
기둥을잡는것이엇다.왼손에는곡식을넣은듯한麻袋까지도하나
들고있었다.배는徐徐히떠나가고있었다.배의움직임을따라서
그婦人도힘껏잔걸음질을하고있었다.
殘高가끝났다.더나아갈수없는언저리에왔을때中年의婦人
은滿身의勇을다하여뱃전을向하여한걸음크게내디디었다.그
러나다음瞬間풍덩하는물소리와함께婦人의몸은물속으로물
속으로빨려들어가고있는것이었다.
달포쯤前의어느土曜日의이른午後,麗水向배가暫間들른어
느조그마한섬에서의일이다.그때나는홀로二層甲板에서서떠
나는船艙을求景하고있었다.
얼마쯤의時間이흘렀는지알수없다.하여튼무척긴시간이흐
른것만같이느껴졌다.婦人의몸이물위에솟아오르고決死的인
허위댐이始作되었다.그러나그때까지어느한사람도敢히救助에
86/그날의印象
나서지못했고,다만뜻없는高喊과나오는대로의아우성만칠뿐
이었다.
婦人의몸이다시물속에잠기려는瞬間棧橋에섰던한사람이
몸을날렸다.巡察中이던巡警이었다.구두와帽子와방망이를몸에
지닌채,身分證과돈과종이를호주머니에넣은채그대로뛰어든
것이었다.뛰어들기는했지마는,其實그도물에는재주가없었던모
양으로相當한苦鬪를겪은끝에간신히棧橋의언저리를잡을수가
있었다.
그때巡警의帽子가동그랗게물위에떠올랐다.金色이찬란한
한마리의새도담뿍물을머금고있었다.
물재주로말한다면그고장사람들이越等히나았을터이다.하
지만정작뛰어든사람은巡警이었다.人道精神이强해서였을까.幾
千원의俸給이겁이나서였을까.勿論그럴수도있을것이다.그러
나그때그瞬間의切迫相은그런것을생각할겨를이있었다고는생
각되지않는다.
結局巡警이라는身分과保安이라는職責이그를그렇게했을것
이다.대단치도않은身分이지만,身分에대해서는어마어마하게도
큰職責이意識的이든無意識이든그를그처럼勇敢하게했을것이
고,그를그처럼無思廬無分別하게했을것이다.
事不如意했던들그는그婦人과더불어속절없이스크류의犧牲
이되고말았을것이아닌가.그리하여그의아내로하여금限없이
땅을치게했을것이고,그의子女로하여금오래도록외롭게했을
許天/87
것이며,그의老父母로하여금平生의보람을잃게했을것이다.그
러나그는그런것을생각할餘裕도그런일을돌볼틈도가지지못
했던것이다.
身分,職責,그것은이처럼매정하고野蠻스런것이다.貪慾하고
固執스러우며또한驕慢스런것이다.사람이란한번契約이나約束으
로써그의자리가定하여지면,그는그것으로써自己를잃고마는모
양이다.自己로서自己는勿論이지만,家族으로서自己,人間으로서
自己마저잃고마는모양이다.悲劇일지도모른다.하지만살고있는
者,살아가야할者,누구라서敢히이悲劇을悲劇으로서탓할수있
으리.
물위에뜬帽子,짠물을마신새,그것은結局帽子도새도아닌
다른무엇의化身이요象徵일뿐인것이다.設使사람은가라앉아죽
는한이있더라도,帽子와새는언제나물위에떠서사람에君臨하
고사람을支配하면서,그를勇敢하게하고無事慮하게하고無分別
하게할수있을것이다.새歲月이있고,새사람이있는限까지는.
棧橋에되돌아갔던배는아무런일도없은듯이다시미끄러져나
가기始作했다.나는고개를들었다.
瞬間.아,燦爛하였다.온섬을뒤덮은그新綠.雨歇長提草色多라
더니,비갠뒤가되어그런지,참으로華麗하고눈부신新綠이었다.
푸른하늘과푸른섬과푸른바다는서로反射하고照映하면서울리
도록내몸가에서메아리조차치고있었다.
安堵,憂鬱,苦笑,그런것이범벅이된錯雜한내머릿속에지금
도앚을수없는그푸르름들.巡警과新綠은아무런相關이없다.帽
88/그날의印象
子와新綠은더욱相關이없고.
그런데,그때그新綠은어째서오늘날까지이처럼싱싱히,이첨
럼鮮明히내머릿속에남아있는것일까.
(1963.7.15.우리회지제1호에서)
특집Ⅱ작고회원의글
吳道煥/89
綠窓의周邊
吳道煥
이곳K女高正午의스피커에서는요한트라우스의‘푸른도나우
江’의輕快한가락이흘러나오고있다.思春期의少女들은한없이짙
어오는初夏의푸르름을안고제나름으로浪漫을되새기고있다.
敎室앞傾斜진잔디위에비스듬히누워서무언가冥想에잠겨
있는少女가있는가하면,네잎클로바를찾기에餘念이없는少女
도있고,오랜세월을두고숱한少女의感傷을되새기던縢나무茶
房(곧잘少女들은縢나무가얽혀있는이곳을縢茶房이라고일컫고
있음.)에앉아서는다소곳이얘기의꽃무늬를엮는다.그리고어떤
애들은모이를던져주면서비둘기를부르고있다.
이렇게해서활짝갠初夏의하늘아래의이곳K女高한낮의情
景은정녕한폭의그림이며音樂이기도하다.나는初夏의薰風이
그침없이불어오는綠窓에기대서서나대로의想念에잠겨보는것
이日課처럼되었다.
少女의幸運을合掌하여빌어보는내마음의저울은자꾸만슬픔
쪽으로기울어져가는것은어인일일까?
草綠이華奢한饗宴을베푸는첫여름.少女의앳된思念은昇華되
90/綠窓의周邊
어푸른물결을타고玲瓏한꿈을엮는다.三三五五떼지어오가는
少女들의푸른보자기의密語에는꿈이있고浪漫이있고靑春이있
다.
그럼에도나는그저무언가서러움같은것이스며드는것만같
다.괜한感傷일까,四十고개를넘고보면누구에게든이렇게허전
해지는것일까.落照라고하기엔이르긴하지만,요즘에와서는세월
의덧없음을더더욱뼈저리게느끼게된다.이러한버릇이요즘에와
서는固疾처럼되어가고있는自身이서글프다.스피커에서는잇달
아音樂이흘러나온다.챠이코프스키의悲愴이은은하다.한결沈潛
해지는마음을걷잡을수없을것같다.어느상냥한少女가옆에와
서는“先生님!”하고말을건다.내表情을살피면서“우리올드센티
멘털보이선생님,센티에젖고계시네!”한다.敏感한女學生들은나
의닉네임을제법근사하게붙였다.그애들눈에는내가그렇게보였
을는지도모른다.굳이辨明하고싶지도않다.
시장끼드는내젊음을발버둥치며아쉬워해도,까마득사라져
만가는내젊음은되살아날길없고,내瞑想의날개는灰色地帶에
맴돌기만한다.그러나내人生은四十의고개를몇해넘어선圓熟
의季節에접어들고있지않은가.이대로잦아져가서야되겠는가.
第二의靑春을찾아야겠다.저싱싱한初夏의新綠처럼,저그침없는
少女들의表情처럼말이다.
운동장테니스코트에서는白色유니폼을입은選手들이정구공
처럼彈力있는透明한肉體로써젊음을誇示하고있다.젊음을되찾
기위해서는나도부질없는感傷에서脫皮해야겠다.庭球場에서공을
吳道煥/91
쳐본다.한결愉快하다.그래서나는틈만있으면日課처럼테니스
코트에서時間을보낸다.비록潤澤하지못한敎員生活이긴하지만,
初夏의맑은하늘아래서이러한日課를보낼수있다는것만도多幸
한일이아닌가하고自慰하면서살아가는것이다.
新綠은한결같이푸르기만한데….
(1963.7.15.우리회지제1호에서)
초대의글
92/차를마시고싶은곳
*<월간문학>수필당선
*<현대문학>수필천료
*한국문협수필분과회장
*경남문인협회장,경남문학관장역임
*선수필발행인
*수필집<모래밭에쓴수필>외다수
차를마시고싶은곳
정목일
차를마시는데있어서어떤조건이있는건아니지만,마음에드
는곳을택하고싶어진다.차한잔을마시는게무슨의미냐고할지
모르지만,누구와언제어디서마시느냐에따라서의미나품격이달
라진다.
차를마실만한곳으로어떤곳이좋을까.계절,날씨,기분,대상
에따라서달라진다.혼자일때와마시는사람과용무에따라서달라
진다.
언젠가문우들의안내로남한강과북한강이만나한강을이루는
두물머리(양수리)를바라볼수있는곳,운길산수종사(水鍾寺)삼정
정목일/93
헌(三鼎軒)이란차실(茶室)에간적이있다.팔당댐의산수경치를
가장잘내려다볼수있는이곳차실에서추사(秋史)김정희,다산
(茶山)정약용,다성(多聖)초의선사가담소하며차를마시던광경
을떠올려보았다.그들은이곳에서무슨애기를나누었을까.
두물머리물은이제대하(大河)를이뤘지만,한방울의물들이수
없이만나고헤어짐을반복하면서내(川)가되고강이되고,마침내
두물머리에서얼싸안고있다.인간도물처럼어디서온지도모르지
만만나고헤어지는존재가아닌가.
두물머리를보면물결속에만남과헤어짐이보인다.물처럼구름
처럼머물지못하고어디론지떠나며흐르는존재라는것을….수종
사엔물기머금은나무들과한잔의차와물의영혼을느낀다.안개
한알의미립자와만나는듯은밀한촉감이닿아온다.어디서물의
종소리가들려오는듯하다.
인생은만남의연속과이별속에피고지는가보다.물처럼흐르
는가보다.사람의인연이란두물머리물처럼,삼정헌에서차를마시
던추사,다산,초의선사처럼그렇게만났다가헤어짐인가.
삼정헌에서두물머리와산수유꽃을보면서어디선가물의종이
내는소리를들어보려귀를기울였다.나도강물처럼구름처럼흐르
고있었다.어디선가종소리가들리는듯하고,두물머리물들이손을
94/차를마시고싶은곳
흔들며떠나가고있었다.
한가할때라면차마실곳으로정자(亭子)이상의곳이어디있으
랴싶다.정자는인간과자연의거리를밀착시킨가장가까운경계에
자리잡고있다.정자는자연으로열려있는장소이며,삶으로부터의
일탈과자유와해방의공간이아닐수없다.낙향한선비들의사색
공간인동시에학문과정신의집중력을모으는구심처이기도했다.
자연속으로의은둔과명승의경치를즐기는한가한삶의공간쯤으
로생각해선안된다.정자는선비들의마음한가운데세워진사색과
명상의공간으로,깨달음의길목에지어진집이아닐수없다.청한
한바람과하늘과구름과도통하고,산수경치를관망하고감상할수
있는가장절묘한위치에세워져있다.
산능선들이그리움처럼부드러운곡선으로흘러가다,문득고개
를돌려서로돌아보고싶은곳에,냇물이흘러가다눈길을돌려한
번쯤뒤돌아보고싶은곳에,달이뜨면가장오래도록잘보이는곳
에,그냥지나치기가아쉽고안타까운마음이드는곳에정자를세워
놓았다.
정자위에오르면,이곳에지은이치를대번에깨닫고만다.자연
을보는안목이얼마나깊은가에경탄하면서,사방으로펼쳐지는전
망에절로안복(眼福)을누리게된다.벗과더불어정자에서차한
잔을마시는것이야말로청복(淸福)이아닐수없다.바람과새소리
정목일/95
와하늘구름과꽃들을바라보며차를마시는운치를어디다비길수
있으랴.
정자다음으론고가의사랑채나대청이차마실곳으로좋다.전
통한옥의고가(古家)를찾기가쉬운건아니다.문중(門中)종가(宗
家)나재실(齋室)이아니라면옛집을만나기란어렵다.이런가옥은
지방문화재로지정되어보호를받거나민속촌이아니면볼수조차
없다.
옛집의대청마루에앉아보면,우선나무에서풍겨지는느낌과피
부로전해오는촉감이다르다는것을느낀다.오랜나무에서만이풍
겨오는생명의향기와촉감은,아름답고수명이반영구적인현대
건축자재로만든것과는사뭇다르다.시멘트,유리,금속,타일등의
규격에맞춘자재에선매끄럽고우아한분위기를느끼지만,생명체에
서전해오는온기와느낌은들지않는다.딱딱하고차갑고비생명성
을느끼게한다.그자재들은편리한도구일뿐이지더불어삶과생
명을이야기할수있는대상이아니다.대청마루에선오랜세월과비
에씻기고퇴색된자국을나무의나이테가안고있다.집은비록낡
았지만,나무일생의흔적과삶의아름다움을극명하게증언해주고
있다.대청마루에앉으면서늘한감촉으로다가오는나무에게서다정
함과세월의향기를느끼게된다.사랑방과거실,서재에서차를마
시면,방안에있는기물,족자,병풍등그림에서풍기는품격과운치
를느낄수있다.고대와의만남이싫지않다.
96/차를마시고싶은곳
수관(樹冠)이준수한정자나무,노거수(老巨樹)아래서차를마
시는것도좋다.먼저수백년수령(樹齡)의나무에게차한잔을올
리고대화를나누었으면한다.철따라모습을달리하는순리의적응,
수만가지와잎들이펼치는사색과느낌의세심한색깔들을바라보
는데만도미의식의한계를느낀다.차를마신다는것은마음을통하
고대화를나누는일이다.차를통해서나무와마음으로통하고,대
화를가짐으로써땅과하늘과도통하게됨을알게된다.
여행을하다보면,국적불명의건축물들이절경지마다세워져있
고,전통차나음식을파는곳이많아졌다.지붕이버섯모양새이고벽
도황토벽처럼해놓았으나,우리전통가옥과는판이하다.눈길을끌
고있으나,우리멋과맛과품격이란찾아볼수없고천박해보인다.
오늘날엔현대감각에걸맞은전통찻집이선보이고있긴하다.
건축가들에의한전통찻집의실내공간의창출과장식등으로우리
전통미의식의계승을보여주고있는곳도많이늘어나고있다.차
를마시고싶은흥미를유발시키는명소들이많아야만차문화가향
상되고차인구가늘어나는법이다.
대개의경우는차(茶)와다구(茶具)들의진열로말미암아실내
공간이잠식되어,사색과대화공간이좁아져갑갑증을느끼는경우
가많다.다구들의진열장이있어서감상공간을마련하여야하지만,
차를마시는공간과의간격,조화등이이뤄져야하지않겠는가.
정목일/97
좌식(座式)공간과의자식공간과의조화,실내장식에있어서현
대와고전과의조화,조명과음악등이품격과분위기를살려주어야
한다.
차를마시고싶은곳의최상을들자면너무호화사치에빠질우
려가있음을경계한다.또한기교,형식에치우쳐자유분방함과소박
함,즉시성과평안함등더소중한요건을상실하기쉽다.마음이행
하는대로하면된다.불현듯그곳에가보고싶다고할지라도,그것
은오래전부터생각해두었거나그리움이눈짓하는추억의곳이기
때문이리라.
초대의글
98/여체(女體)
*한국문협수필분과회장(전)
*전국PEN클럽자문위원
*한국신문예협회회장
*(전)동국대교수
*수필집<바람밥>외5권
여체(女體)
도창회
조물주가인간의몸을지을때아무나짓지않았다는것이지배적
인견해인것같다.나도같은생각이지만,아무려나그쓰임새에따
라매우조화롭게지었는가싶기도하다.
일찍이어떤시인은인간의육체를소우주에비겼다.어떤생각에
서그랬는지는모르지만,옛그리스의천문인푸톨레미는,우주는분
명질서가있고,우주안에있는만물들은모름지기모두질서있게
만들어졌다고말했다.그런소릴내가믿어서가아니라,인간의단순
한몸뚱이를소우주라고보고서찬찬히각부위를뜯어보면신기하
기가이를데없다.남자는남자대로여자는여자대로그특색이있
겠지만,그러나대체로여자의육체는남자보다는더아릅답게지어
졌다는게통설이다.
도창회/99
그림속의나부(裸婦)를가만히지켜보면,나는어느새탐혹(耽
惑)되어야릇한감흥에젖는다.
나는하릴없이어느무료한날무료한시간을빌려,여체의전라
(全裸)부분부분에상상의나래를펴나름대로느낌을글로적어보
기로했다.
여체의부위중맨윗부분은분명두발이될것인즉,거기서시작
해보기로한다.
널따란지표(地表)는천연숲그대로였다.거기는나무가빽빽이
들어찬원시림으로바람기가조금만있으면출렁거림이있다.이천
연숲위에태양이뜨면금빛화려한출렁임이있고,달이뜨면은빛
신비스런출렁임이거기에있는것이다.
촘촘히불모지를메운이수림에바람이불때엔,흡사모두가모
여이구동성으로내지르는아우성의광장일수도있지만,다시불던
바람만그치면고요한대화의광장일수도있다.벌목을해버리면
산토끼한마리숨길수없어,눈이내리면하얀설원으로변해평화
의광장이되기도한다.내보기에이천연숲에는고요속에자유분
망한변화가늘있는성싶다.원래이원시림에인적이라고는발견할
수없었으나,인간이지(知)가깨이고부터이곳을개간하여가시덤
불을헤치고가르마길을틔워놓았다.원구(圓球)배면의너른땅도
같은수림으로덮여있어나는길찾기가어려웠고,간신히숲가운
데난가르마길을좇아곧장직하했다.
숲을나서니목전에뜻밖에나타난것은풀한포기없는망망한
100/여체(女體)
붉은황토벌이었다.동서로가로누워있는이황색들판은아침햇
살을받아눈이부시다.이광막한황야에는늘바람이불어고적감
마저서려있다.이황야도원래는원시밀림으로덮여있는듯보이
나,어느때산불이났거나아니면화전민들이농사를지어먹을요
량으로풀을뽑고나무를베어내어개간해놓은곳같기도하다.지
금은황토의생땅이지만,두엄을내고가꾸기만하면비옥한농토가
되어작물이잘자랄것도같다.
여기서부터두개의여우굴이뚫린산정까지는아직먼거리지만,
들판중간양쪽에억새풀이무성한논둔덕이보인다.그둔덕아래
두개의천연웅덩이가나란히있어,이소(沼)의맑은수면은낮에
해가뜨고밤에는달이비쳐그풍광이아름답기로소문이나있다.
소에고인물도세월이흘러나이를먹게되면소의물빛이흐리다.
흐린수면에비친보름달이실바람에어른거려그모습이선명하지
못하다.나는물위에뜬보름달을한참완상(玩賞)하다산줄기를타
고언덕을향했다.
등성이를타고조금씩오르다보니산언덕은점점높아져서어느
새마루에이르게된다.정상은언제나그렇듯사방이두루보인다.
높은곳에선평지에서못보던정경들도보인다.아하,저런곳도있
었구나싶다.
산정이란동쪽하늘에태양이뜨면언제나맨첫번햇볕을받는
곳이라,세상기별에는가장귀가밝은곳이기도하다.높은곳은두
루내다보여좋기도하지만,그러나사방이드러나있어된바람맞기
가일쑤다.고지란언제나누군가에정복의대상이고,그래서그높
도창회/101
이만큼이나고독하고불안하고바람이드세다.
산꼭대기에부는바람을잡아들이키니막혔던가슴이펑뚫린다.
문득발밑을굽어보니심연이하늘을마실듯입을벌리고기다리고
있어,아찔한현기증에눈을꼬옥감고말았다.높은벼랑에서내려
다보이는심연은너무나깊어끝닿는바닥을헤아릴길없다.이심
연을중심으로해서양편에바람을막는바람막이를세워놓았다.언
뜻보면뭔가좀인위적인데가없지않다.바람막이의존재는오직
거기에부딪는요란한바람소리가있음을전제로만들어진것이아
닐까.그런점으로바람막이란모름지기세상시끄러운소리에견디
기괴롭고고적하다하리라.하나괴롭다하여모면할수없는게또
한바람막이가아니던가.
오밀조밀군데군데볼것많은세상을등지고못내떨어지지않는
발길을옮겨아래동리를향했다.
번뜩내리막을타고미끄러지면서곧바로,전혀상상치못했던신
천지가지척으로달려든다.나는별유천지에들어선듯초입에서부터
가슴이마구설렜다.베일에싸인어떤신화의줄거리가밝혀지려는
듯가슴이서서히조이는순간이다.내가처음이두거봉을바라보
는순간나는내눈을의심하였다.안개속에묻힌채끝만뾰족내민
쌍산봉을보고놀라한참동안흥분을감추지못했다.만시지탄의격
세지감마저느꼈다.
나는언제나비경을보고있으면나도몰래마음이급해진다.뭔
가다급한상황을맞은듯쫓기는기분이다.나는쿵덕쿵덕뛰는가
슴을간신히누르며마음으로나마바삐봉우리를오르는기분은몹
102/여체(女體)
시부드럽고묘한거였다.
비경(秘境)은비경(悲境)이라고했지만,조물주는양쪽알맞은
거리에다어쩌면그렇게도닮은두개의산봉을세워그사이깊은
골을파놓았으니,실로재주가용타는생각을떨어버릴수없다.사
실우리가사뭇평평한평원을만나면구경거리가없다.막막한사막
은하다못해돌무더기라도있어야눈요기가된다.
높은뫼가있으면깊은바다가있듯,조물주가이단조로운지형
에다나란히두개의거봉을세워그사이깊은골을내어조화를꾀
했나보다.히말라야산정은항시흰눈으로덮여백두(白頭)가되었
다지만,여기이쌍산봉은엷은안개로둘러져있어보일락말락보는
이로하여금은실발에가려진신비한모습에서한껏풍만한시정(詩
情)마저돋우게된다.비경은사람의족적(足跡)이없어야신비를더
하는법,아무도정복하지못했을그정상을쳐다보며꿈속에서나마
발길이잦던유년시절을잠시떠올리고있었다.그러나거기그곳엔
분명히썰렁한바람이불고있을거란게내느낌이고추측이다.
나는이별을주저하며내키지않는걸음을재촉하여남으로향했
다.눈에아른거리느그비경의환상을억지로지우려애쓰며묵언
행보하는도중,멀리전방둥근호수가운데떠있는섬을발견했다.
그생김새가하도유별난데가있어잠시멈춰나의기묘한상상
력을억지로유발시켜보았지만,그러나갈길이멀어눈을돌리고
말았다.길은계속남으로이어졌고,나는그길따라마음을모으고
걸었다.내가걷는이길은광대무변한평야한가운데나있는유일
한간선도로다.이길이끝날쯤에서낮은구릉으로미끄러져내리면
도창회/103
별안간하늘이어두워지면서안전에큰솔밭이나타난다.다복솔들로
채워진잔솔밭이긴하지만,제법밀렵꾼이끼어들정도로으슥한곳
이다.아스스한기가돈다.
태고의정적을고스란히간직한채고요히잠들어있는영구의천
년숲이다.나무들이나서서길을막으니자세한지형은알길이없
지만,얼핏보아삼각주모양으로이루어진오지인것같다.이삼각
주꼭지점부근은낭떠러지로발의전진이전혀불가능했다.벼랑끝
에분명신기한구경거리가있을성싶은데,‘접근절대금지’라고주
서로쓴위험표시의팻말을보고나니호기심이싹가셨다.
전진불능의만부득이한사정이고보면,빨리우회로를찾는수밖
에없다.숲속골짜기에난우회로는지세가험난해발바닥의수고
로움을피할길이없게되었지만,그러나그길밖에없으니딴궁리
가있을리없다.삼각주꼭지점언덕에서다시자세히지형을탐색
해보니비슷한길이동서로갈라져있었다.나는일단서쪽으로난
우회로를택해조심스레발걸음을옮겼다.줄곧뻗은골짝길은험하
고멀어나의숨은턱에닿고,나의안색은노랗게되었다.천신만고
끝에겨우고갯길을벗어나막산모퉁이를돌자마자돌연거대한두
개의민둥산이시야를가렸다.마치서울근교에자리잡고있는불암
산에솟은쌍유봉을연상시킨다.하늘을배경으로유형선으로휘어진
능선이몹시부드러운서정을가져다준다.둥그스름히휘인민둥산
의곡선을눈길로점차좇다보니어느새나는잠결에아내의뒷부분
을더듬는착각에헤맨다.민둥산굴곡을좇아서좌우로빨리눈을
회전하여번복하면어느덧어떤윤무(輪舞)가시작되고,나는그가
104/여체(女體)
운데어떤황홀감같은것을맛보게되는것이다.뫼가높아야골도
깊어,이두개의민둥산에낀깊은골짝에서는맑은개울물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상상력은사람마다다르겠지만,다시찬찬히민둥산이그은곡선
을따라눈길을보내면거기움직이는어떤율동이보인다.마치산
들바람에물결치는보리이삭들의춤사위가보인다.부드러운맥무
(麥舞)가나를유혹한다.
치키고뻗은산이남성적이라면,순하고야트막한산은여성적이
라고하리라.높은산은높은산대로아름답지만,야트막한산은낮
은대로앙증스런아름다움을간직하고있다.야트막한민둥산에무
에그리아름다움이있느냐고하겠지만,그러나보는사람의안목에
따라다르리라본다.치솟은산이고답준려(高踏俊麗)라면,야트막한
민둥산은후정다감(厚情多感)하리라.
비록민둥산에나무가벗겨져헐벗은모습이남루하고따분하지
만,그러나그따분한가운데먼훗날푸름으로채울여유를느끼게
된다.
민둥산을기어오르고내리는매끄러운굴곡은차라리내겐화려
한촉감이고유희다.정체된어떤공간에감도는아늑한분위기가나
를싸안는듯,나는그몽롱한분위기에몰입하여넋을놓았다.직립
한두개의민둥산이더욱내맘을사로잡는것은,무엇보다도그산
먼발치어디쯤에낯익은안태고향이있을거란막연한생각때문이
다.우직스레하늘을떠받들고솟아있는그아둔한모습에서나는
무거운어떤뚝심같은걸발견하게된다.어머니의모성애같은뚝
도창회/105
심으로버티는그런.
발길가는대로맡겨놓아예까지다다르고보니,다시길은쌍갈
래로쪼개져흡사한쪽은경상도로,다른한쪽은전라도로뻗은길
같더라.심신이피로하고서산에일락하니,갈길이막연하여나는
그만이쯤에서금일관광을끝내고,노숙을청하여남은곳은다음날
가보려한다.
우리회원들의글
106/붓세의눈물
*<한국시>등단
*한국문인협회회원,현대수필문학회회원
*시집<종심>,<흰구름산마루에흐르고>
*수필집<산너머남촌>,<남촌의달빛서정>등
붓세의눈물
윤용흠
산너머저편하늘저멀리
행복이있다고들말하지만
아,남따라행복을찾아갔다가
눈물만머금고돌아왔다네,
산너머저편하늘더멀리
행복이있다고들말하지만.
독일시인칼붓세(CarlBusse,1872~1918)의시이다.교과서에
실려서널리퍼졌고많은사람들에게애송되었다.나도20대부터즐
겨읊으며그의낭만과꿈을선망하게되었다.
행복은몰래스쳐가는한줄기바람,결코한곳에오래머무르지
윤용흠/107
는않는다.보일듯이보이지않고잡힐듯이잡히지않는요사스러
운신기루같은것.오직핑크빛심안(心眼)으로만볼수있고따뜻
한가슴속에만깃드는신기로운파랑새이다.그러나행복은멀리산
너머어딘가에숨겨진금괴가아니라,우리발밑에바닷가모래알처
럼지천으로흩어진에메럴드보석같은것이다.
칼붓세는그눈물의대가로해서파랑새의유인법을옳게체득하
게되었으리라고믿어진다.
행복이란무엇인가?그것은인생이란무엇인가만큼이나난삽(難
澁)하고심오한명제이지만,양자는앞뒤를이루는유사개념이랄수
도있다.
인생의의의나행복의참모습을밝힘에있어서분명한것은객관
적논리보다주관적심리와서정성(抒情性)에보다무게를두어야
한다는점이다.
내가생각하는행복은1)물질적,사회적(자유,인권)기본욕구
가충족되어,2)심신의안전과평화를누릴수있고,3)자아실현
(自我實現)을이루면서삶의희열을느낄수있는상태를말한다.1)
은행복의기초단계,2)를행복의증진단계라면3)은행복의완숙
단계라고말할수있다.첫번째,두번째까지는웬만하면누릴수있
지만,자아실현을이루면서삶의희열을느끼는행복은여간해선접
하기어렵다.우선자아실존의의의를자각해야하고,감사(感謝)와
사랑을생활화해야하며,인생을달관하는슬기를갖추어야하기때
문이다.게다가예사로운사물에서도심오한철리(哲理)를투시할수
108/붓세의눈물
있는혜안(慧眼)과,흉흉한상황에서도따뜻한서정(抒情)의흐름을
탈수있는기질을아울러갖추어야한다.
여기서또하나제기되는것은,돈과행복은상승적(相乘的)일까
상극적(相剋的)일까의문제이다.상극적이랄수는없지만,노상상승
적이랄수도없다.언젠가보도되었던‘국민행복감조사’에서조사
대상54개국중국민소득이최하위권에속하는방글라데시가톱을
차지했다는것은우리에게시사하는바매우크다고하겠다.돈으로
왕관을머리에얹을수는있어도행복을살수는없다.유물론자인
오스카와일드조차도“보통의부는훔칠수있으나진정한부(행복)
는훔칠수없다.그것은영혼의창고에깊이간직되어있기때문이
다.”라고했다.행복이야말로그사람자신의삶과삶의태도에서빚
어지는[釀成〕생명수라고할수있다.
감사란혜택이나은총을받았을때생기는보은심리를말한다.
진정감사하는심정이가슴을적실때사람들은가장겸손해지고가
장순수하고선량해진다.감사하는마음이우러날때인간들은자기
실존을자각하게되고삶의보람을느끼게된다.감사는행복으로직
통하는길이다.
우리는무생물아닌생물로,동물이아닌인간으로태어난것을
감사해야하고,푸른하늘우러르며두터운대지에굳건히몸을의지
할수있음을감사해야한다.꿈꾸는달빛을즐기고속삭이는별들과
노닐며시원한산들바람을벗할수있음을감사해야한다.생명의원
천인산소와태양에너지를마음껏무상으로받아들일수있음을감
사해야하고,황막한사막지대가아닌,금수강산삼천리에터잡고
윤용흠/109
있음을또한감사해야한다.심야에멀리산너머에서가녀리게들려
오는대지의숨결을들을수있어야하고,봄비가병아리들처럼속삭
이는밤,구중심처에서공주가막침소에들려는행복한모습을그려
볼수도있어야한다.
‘사흘만볼수있다면,ThreeDaystoSee’,이는<리더스다이제
스트>가20세기최고의수필로선정한헬렌켈러의작품명이다.촉
감만으로도자연과균형을이루려는나뭇잎의변화를느낄수있었
고,호흡하는공기의차이만으로도교회로들어가는길목을알아낼
수있는영감을지닌그녀였다.그러나죽기전에한번만육안으로
세상을바라보고싶은절절한염원을담아낸글이다.그녀는만일
눈을뜰수있다면자기에게친절을베푸신분들의얼굴을그윽이바
라보며,일출과일몰의장관을살필것이며,새들노래하는자연의
생태와밤이낮으로변하는신기한광경을보고싶다고했다.‘사흘만
볼수있다면’에는간절한염원뿐아니라운명에의항의와삶의고통
과비명이함께응축(凝縮)되어있음을감지하게된다.나는여기서
하염없는연민과죄송함을금할수없다.그녀의고통(삼중장애)을
헤아리는연민이요,80년간이나눈을번히뜨고살면서도그녀의촉
감만도못한,무딘관찰력을탓하는죄송함이다.그러나그녀의초인
적삶의의욕과놀라운사회적공헌에대해선만강의경의와갈채를
보낸다.이와유사한많은장애인에게보내는것처럼.
나는평생근시와시력부실에시달리면서도스탠드를가까이하
110/붓세의눈물
면아직신문을읽을수있고원고를쓸수있음을감사한다.세번이
나크게보철을했으나아직은김치를씹을수있어서참즐겁고,20
년간이나중이염을앓았으나지금은정상화되어음악을들을수있
어서참행복하다.나는‘전원교향곡’의평화로움도좋아하지만‘유
모레스크’의낭만성을더좋아한다.나는홍난파곡‘봄처녀’의애틋
한춘정에매료(魅了)되지만,김대현곡‘들국화’에선소슬한애수
(哀愁)를즐긴다.국악은국악대로,엔까(일본대중가요)는엔까대로
좋다.최근엔장윤정의앳된목소리로듣는가요곡‘첫사랑’에푹빠
져있다.은근한곡에직감적가사가일품이다.이들음악이선율을
타고클라이맥스에이르게되면나는오금이저리고숨결이멎는듯
하다가그만황홀경에빠진다.음악은바로행복이다.
나는10년째수면제를,5년째심부전증약을복용하면서도체육
공원까지왕복4㎞의보행과20분간의운동을90분동안감행해도
체력에큰부담이아직은없다.체력이라고할것까지야없지만,남
에게의지하지않고움직일수있으니얼마나고마운일인가.지난6
월에결혼50주년을맞았다.저녁에광어회에청주곁들인자축연을
열었다.아이들의배려로아내가마련한것이다.따끈한정종(백화수
복)이목젖을스쳐식도를지나는짜르르한쾌감은절정에이르고점
점오르는도취감은그저그만이었다.쫄깃한회맛은또말해뭐하랴.
세상엔굶는사람,노숙하는사람도많고,심신의장애로고통받는
사람도많고많은데,내무슨복이많아서이런호사를누리는가.내
게는‘과분한행복’이라는느낌이들자문득눈물이핑스쳤다.
윤용흠/111
깊숙한행복은자연의순수성,생명력,그리고자연과의교감을
통해서얻어진다.지난청명(淸明)날해뜰무렵,춘천공원(옛대천공
원)숲속길을청청(淸淸)한기분으로장산(萇山)을향해걷고있었
다.아침이슬로촉촉이습기를머금은산책길을사뿐사뿐걷고있었
다.막트기시작한나무들의싹이새생명의정기를뿜으며파릇이
윤기를자랑하고있었다.개울가양쪽으로낙락(落落)이가지뻗은
장송(長松)들,그윽한솔내음으로봄빛을한결돋우고있었다.바위
틈을스며흐르는물소리,산새들이지저귀는봄의찬가와어울려새
봄의찬란한향연이바야흐로대자연속에벌어지고있었다.
물아일체(物我一體),내가자연이고자연속에내가있다.세상의
근심걱정간데없고삶의긍정,삶의희열만이샘물처럼솟는다.
하느님하늘에계시니
온누리가평화로워라.
(R.브라우닝)
이시구를읊조리는내입가엔회심의미소,삶을긍정하는그회
심의미소를가녀리게띄우고있었다.
112/일흔고개청춘아
*한글학회평의원,외솔회이사,윤좌동인
*한국문협회원,부산수필문인협회회장
*<우리말어휘변천연구>,<달빛그혜안>등8권
일흔고개청춘아
박홍길
일흔고개를두어해나넘긴노인들의모임,앞에는그리좋아하
던술상이놓여있고,제법조촐한안주가차려졌건만,태반이술을
못먹는다며손사래요,젓가락질손놀림도매우느리다.
“니거들뭣이먼저가더노?”
“나는맨먼저이가가더라.”
“나는귀가….”
“너거들아직눈은괜찮나?”
“몰러,백내장수술다받았을걸.”
허무러지는몸뚱이,주절거리는얘기,모두가물러빠진과실처럼
힘이없다.
박홍길/113
“이거한번찍어봐라.맛있는거앙이가.”
“요새는맛도잘모르겠고,코도상했는지냄새도잘못맡는다
앙이가.”
“간기어디그것뿐이가.곧산에있으나집에있으나마찬가지
신세가될긴데.”
“문딩자식들전부죽는다는소리고.일마(임마)들아,그래도우
린선배들에비하면행복한놈들이란말이다.술밥간에한가한소
리나하고있네.”
그렇다.
일정시대,긴미숫가루자루를둘러메고보국대며징용,그리고
강제징병⋅학병에끌러가던마을장정들,처절하게뭄부림치던아주
머니들의절규가귀에쟁쟁하다.누런군복의헌병,칼찬순사들이
쏘다니며부리던행패,놋그릇도뺏기고십릿길공출벼가마니져
나르던우리아버지들의모습도눈에선하다.그러나우리들은어렸
기로그통곡,그아픔을피부로느끼지는못했었다.
광복의기쁨도우리는몰랐으나,만주나일본으로떠나가살던동
포들의귀향,그처참한몰골,아침마다저녁마다사립문안으로밀
고들어와밥한술달라던걸인들의행색만은우리어린이들의지울
수없는아픔으로각인돼있다.
호열자로죽은시신들의진동하는냄새가채가시기도전에,이른
바‘빨갱이’들의,더러는애걸하고더러는협박하던모습과,밤이면
봉홧불올리는데석유와짚단을날라주고,낮이면경찰지서에가
114/일흔고개청춘아
서돌담을쌓던형들의고뇌에비하면,우리는용하게염병도피했고
좌충우돌에서도안전할수있었으니얼마나다행한일인가.
그뿐인가.곧이어터진6⋅25,우리형들은빠짐없이강제모병
에걸려총쏘는훈련도받을겨를없이전선으로전선으로끌려가
“빽!”하며죽어갔으니,우리나라어느마을이나서너집은‘전사통
지서’를받고울부짖었던것이다.
비록피보리보따리를짊어지고소몰고피란은했어도,그리고학
교는군대에뺏기고야산소나무에칠판을걸어놓고받는공부였으
나,툭하면사열이니뭐니하면서‘학도호국단가’를부르며실총을
들고훈련을받았어도,4,5학년선배들은학도병으로지원해갔으나,
그리하여그들은꽃다운청춘을초개처럼버렸으나,우리들은그래도
어려서입대는피했었고목숨은건진것이다.
전쟁은끝났어도통일은끝내없고,엄청난회오리를겨우넘긴
형들이라하더라도,형들의손발은성한데가없어팔에는쇠고챙이,
다리는목발이었으며,몸가릴옷치장도,허기채울밥상도,몸누일
집도없이,언제나가난과억압만이지천으로덮쳤을뿐이었다.고무
신,비누가난무하는선거가판을치고,올빼미식⋅피아노식부정
투표와개표로얼룩진세월이었으나,우리선배들은끽소리도못해
보고죽은체살았었다.그래도우리들은판잣집가교사에서나마‘민
주’니‘자유’니를배운탓에4⋅19를터뜨렸고5⋅16에도저항할줄
알아,이제는제법딱대기없는투표지로선거다운선거를할수있
게됐으니오래산보람을느낄수있지않은가.
부모님에게손목잡혀내려온어린이들,그이산가족들이이제
박홍길/115
늙어얼마남지않았다한다.고향잃고헤매던사람들이어찌이산
가족뿐이랴.행방불명된그날의청년들,겨우음력구월구일에제삿
밥만얻어먹는우리형제들이얼마나많은가.
흘러간아픔들이그립다고도한다.그아픔들이디딤돌이되어지
금의삶이튼튼한행복으로되기때문이리라.
조류인플루엔자니소발굽병이무엇인가.광우병이시위에물러
갔는지요즘은멜라민이라해도촛불하나까딱않는다.병들어죽은
소를묻어놓고,지켜보던순사가사라지기바쁘게그것을파서온
동네사람들이달게나눠먹던그시절을생각하면눈물이난다.밥
없으면라면끓여먹으라는아이들의얘기는우스개가아니라,매일
쏟아지는음식쓰레기가현실임을말해준다.
누런콧물을달고있는것은감기예방신호라는얘길들었다.어
디콧물뿐인가.마른버짐,진버짐은물론사흘이멀다하고다리깨를
달고다녀야했고,온몸엔부스럼이요,겨울이면손이얼어요강단지
를끌어안고오줌으로손을씻던그날들이아련하다.이젠언청이도
볼수없고커다란혹을단사람도,하얀명씨눈으로흘겨보는사람
도구경할수가없다.
여름밤바깥마당,모깃불피워놓고길쌈하던어머니들,겨울밤
모여앉아수틀들고골무낀손가락으로민첩하게베개모수놓던
누나들의한숨소리도,부잣집의유성기에서울려퍼지던타령조노랫
소리도,징징징돌아가던재봉틀소리도이제는들을수없다.
사라진풍경이어디이것뿐인가.윷놀이,널뛰기,연날리기,그네
타기도보기어렵고,제기차기,자치기,홈패치기,구슬치기,딱지치
116/일흔고개청춘아
기,살구받기,꼰두기,땅따먹기,돌차기,썰매타기,낫꽂기,고방놀이,
뜀뛰기,술래잡기,도둑잡기,어사놀이등온갖풍속이사라지고없
다.
할아버지들의티전(투전)놀이는옛날에없어졌으나,국방색미군
담요위에다내리치는하투놀이는전통을이어여전하다.다만그방
법상의변화는매우심하여,쪼개진하툿장에서횟가루가펄펄날던
민화투를비롯하여,짓고땅,모이쪼,섯다,육백등으로이어오다요
새는고스톱(행지)판일색이다.
절구통이나디딜방아,연자방아,물레방아를비롯하여챙이(키),
도리깨,훑개,베틀,가마니틀,새끼틀,신틀등도민속박물관에나가
야볼수있게됐다.집집마다방마다라디오며전축,텔레비전은물
론,세탁기에냉장고,전기밥솥이집안을차지하고있다.책상위에
는벼루나붓은물론만년필이나펜대,잉크병도없어진지오래다.
연필대신색색의볼펜,사인펜,플러스펜들이즐비하게꽂혀있던
것도늙은이들의한시절풍경일뿐,이제는컴퓨터로두들기다가잠
깐멈추고는손전화로화면을보아가며손가락으로콕콕찍어끝없
이시간을보내고있다.사정이이러하니,모든사무실에서줄판이나
등사기는말할것도없고,코를새까맣게만들던,납덩이무겁게쌓
여있던활자인쇄소도사라진지오래됐다.
변해도변해도너무변한다.극과극을헤매다보니도무지적응
하기가힘겹다.
전철‘경로석’이‘노약자석’으로바뀌어도언제나만원이다.고혈
압이니당뇨니,관절염에다전립샘증등으로한두가지약을늘호주
박홍길/117
머니에넣고다닌다해도,심근경색증을당하지아니한한지하철공
짜(지공)타는것만으로도호강을누리는셈,아직정정한노인들이
여,줄곧서서버티는자신의건강을기뻐할일아닌가.환갑잔치는
전설처럼되었고,고희잔치도쑥스러워얼버무리는우리노인들,구
구팔팔이삼사(백수까지팔팔하게살다가두어날앓고죽다.)는자식
들소원이아니고은근히기대하는우리들욕심이지싶다.
지겹도록먹어댔던쑥밥이나밀겨떡은사라져도떡국이나수제
비는요새도팔고있고,동지팥죽이나보름잡곡밥,그리고호박범
벅은시도때도없이뷔페에서마음껏먹을수있어배부르다.
음식얘기가나와서하는말이지만,의식주가운데서입맛만은가
장봉건적이어서그런지별로변함이없다.보리밥은오히려고급스
레팔리고있고,김치와된장국은영원한동반자로밥상을차지하니,
영양실조시대에살았었던우리들이지만,햄버그나피자로말미암은
영양과잉시대의저뚱보어린이들보다더활발하게움직이고있는
것이다.오랫동안기다려야하는발효식품,건강식품처럼,극과극
으로달려온일흔고개노인들아,그래도우리들은옛날의그쓰라림
을밑천삼아이정도나마초현대를누리고있으니얼마나다행한가.
온고지신,옛것을익혔으니새것인들못해내랴.
모두가그렇지는않겠지만,우리모임노인들,넉넉지는않으나
그래도연금혜택누리면서자식눈치보지않고살수있으니복되
도다.꿈에도그리던비행기도타서국내외여행도즐겼으며,마음만
먹으면언제든지등산이나낚시도할수있고,바둑도화투도마음대
로할수있으니이런호강어디있는가.모두가우리아버지들과형
118/일흔고개청춘아
님들덕택이아닌가.이분들이흘린피와눈물과땀을무엇으로보답
할것인가.경건한자세로고마워하는마음을가져야한다.
이쯤에서생각해볼일이있다.
세계에서가장비참하게사는나라사람들일수록행복지수가높
다고한다.그래서그런가.최근신문에서보니,통계상으로한국노
인이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간운데‘상대적빈곤율’에서가
장비참하고불행하다고한다.그런데그가장큰원인이가족해체
란다.여남은명이좁은집에서모여살던시절,그때의예순노인은
완전한군왕이었다.그러나배부른흥정이다.어디옛날의노인들과
오늘날의우리들과비교가되는가.식솔들의고통을눈으로보고느
끼는옛집안군왕들의마음아픔에어찌비교하겠는가.비록우리들
은연배들께꿇어앉아술잔올렸으나,그래서요즘젊은이들의술잔,
기다리고가디려도돌아오지않으나,그리억울해할일이아니잖은
가.
해체된가족,과학화한생활환경,모두가축복할만한일이아닌
가.다만옛날의그아름다운마음씨만을가르쳐야한다.책도읽고
글도써서자식들에게깨우침을주어야한다.건강한역사가되게해
야한다.그래야만사는맛이있다.
일흔고개청춘아,옛날에감사하며남은세월부디보람되고행
복할지어다.
송두성/119
*<시와의식>지로등단
*한국문인협회⋅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필맥동인
*<인생의꽃으로남아>,<구가되지않은영웅>,
<화려한반납>
내탓이오
송두성
꽤오래전에친분있는관상가에게서이런말을들은적이있다.
거리를지나다보면‘머지않아비명횡사(非命橫死)할상(相)을지
닌사람을볼수있다.’는것.그런데이를면하는어려운비방(秘方)
이있긴한데,당사자에게직접말할수없어안타깝기이를데없다
는것이다.그말을듣고난후론조간신문에서‘오늘의운세’를챙겨
읽는버릇이생겼다.
오랜만에벗들과함께일일관광에나선그날의운세는‘마음이
허전하여어디로떠나고싶다.’였다.
중학시절부터60년넘게우의(友誼)를다져온친구끼리통영시
를1일관광하기로약속한날아침,서둘러짐을챙겨나선나는,지
120/내탓이오
하철장산역을출발하여수영역에서3호선으로환승한다.약속장소
인<국제신보사>맞은편까지가려면,연산역에서다시노포동행1
호선으로환승하여교대앞역까지가야한다.
연산역에서내린나는서둘러에스컬레이터를타고위로오르니,
방금도착한1호선노포동행전동차에서승객들이하차하고있었다.
순간놓쳐서는안되겠다는생각으로뛰어갔다.그런데이상하게도
평소와는달리몸이앞으로잘나가질않았다.마음과상체는달려가
려고하는데두다리가무거워뜻대로따라주질않았다.급기야앞
으로기울어진몸이바닥에나자빠지고말았다.마치도루하는야구
선수가슬라이딩하는자세로양팔을앞으로쭉뻗고는.그것은본능
적으로머리를보호하기위한자세이기도했다.
이러는동안노포동행전동차는출입문을닫고떠났는데,나는한
참동안을그런자세로꼼짝없이있었던것같다.간신히일어나다
친데를살펴보았다.손가방을든왼손은외상이없는데바른손가운
데손가락이찢겨피가흐르고있었다.얼른손수건으로감아지혈하
곤일어서려는데,다리무릎이오므라지지않았다.바닥에부딛칠때
다친게틀림없었다.사람들시선이두려워어정어정걸어서잠시벤
치에서쉰다.크게다친데는없는것같았으나패잔병같은심정으
로간신히약속장소에닿았다.무거운마음을겉으로나타내지않으
려고애썼다.
한산한변두리길가에있는약방에서외상용약품몇가지와밴
드,소화제와박카스를구입한다.8인승차뒷좌석에서눈치채지않
게약을바르고손가락엔밴드를감았다.
송두성/121
통영시에도착한일행5명은부둣가횟집에서점심을시켜먹고,
금년4월18일에오픈한국내최장운행길이1,975m인미륵산케이
블카를탑승하여‘한국의나폴리’라는통영항과한려수도의비경을
한눈에조망하니,마음속에묵었던부정적인기운들이싹가시는듯
하여모두들탄성을질렀다.매점에서차를한잔씩마시고미륵산
정상을산책하다가매장에서막내아이에게선물할기념품을구입한
후일행은귀로에올랐다.
고달팠던하루가지나고다음날아침에살펴보니양쪽다리무릎
에시퍼런멍울이서있고,바른손가운데손가락이퉁퉁부어있다.
며칠약을바르고쉬는동안에불편한점은거의나았는데,갑자기
목이뻣뻣해지면서아파왔다.아래위로굴신하기가곤란하고,좌우
운동은고통스러워할수가없었다.소위‘관광후유증’이라는것이구
나하는생각이든다.목어깨근육통은쉽사리나아지질않는다.더
운물로샤워를하고파스를매일갈아붙이는데도신통치않다.아
내에겐말도못하고혼자끙끙거릴수밖에.
우울한열흘을보내는동안상처는아물고통증도거의사라졌는
데,새삼스레두가지의혹이고개들기시작했다.하나는‘오늘의운
세’가맞지않았다는점이고,다른하나는내가연산역바닥에쓰러져
한참동안꼼짝않고누워있을때,내곁을지나는많은사람가운데
아무도관심을가지고다가와서묻거나일으켜세우려고하지않았
다는점이다.생각할수록기이하게여겨질뿐이다.정말이럴수있
는일일까?만약그와같은현상이,단지귀찮은남의일에간섭하고
122/내탓이오
싶지않다는의도에서나온것이라면,정말그런이유에서였다면,아,
이부산이란도시는너무나살벌한고장이아니겠는가.따뜻한피가
순환하는‘사람이살고있는도시’라고할수있겠는가?기막힐일이
다.소름끼치도록무서운비정의땅에내가현재살고있구나.정말
무서워,부산이라는도시가무서워,인간이란게무서워….
하나누굴탓하랴.이모든것이기민하지못한내탓인걸.그러면
서나는다른곳에서구원의손길을더듬는다.얼마전부터내자가
‘천지팔양신주경’을하루에세번씩낭독하고있는데,그공덕으로
내가크게다친데없이무사했구나하고….
(2008년10월)
안태경/123
*한국현대시인협회회원
*시집<겨울에내리는비>,<투명한눈>
*수필집<이어둠속에작은촛불하나로>,<월급
봉투를태우며>등
봄꽃이허전한까닭
안태경
봄이라기엔날씨가너무더운4월말경의어느날이었다.시가지
를걷다가뜻밖에나비한마리를만났다.자동차의배기가스에취
했는지힘없이너울거리고있었다.아니!이런콘크리트계곡에웬
나비일까?이상한생각이들어휘둘러보니길가에놓여있는화분
에팬지꽃이시들시들피어있었다.
활기를잃은꽃도꽃은꽃이라나비가올수도있겠지만,귀를멍
하게만드는소음과매캐한공기와길바닥이뿜어내는복사열,무엇
하나나비와걸맞지않은이런험한곳으로어쩌다가날아들었을까
?질주하는차량에부딪히기라도하면어쩌나조마조마하지않을수
없었다.그래도이런곳에서나비를만나다니신기하고반가웠다.오
랫동안보지못했기때문이다.
124/봄꽃이허전한까닭
요즘은부산시내에도봄마다많은꽃이피어난다.웬일인지금년
에는목련․진달래․개나리․벚꽃이거의동시에저마다의교태를
자랑하고있었다.특히,벚꽃은간데마다흐드러지게피었었다.벚꽃
으로익히알려진모아파트단지에는가보지않았지만,금련산청
소년수련원부근의벚꽃은가히장관이었다.
그벚꽃구름밑을황홀하게걷고있던나는뭔가허전하다는생
각이들어,찬찬히살펴보니벌이나나비가한마리도없지않은가.
설마싶어기를쓰고찾아봐도한마리도찾아낼수없었다.그러고
보니어린이공원벚꽃길에서도벌은보지못했다.
내가다녔던초등학교(그시절에는보통학교라고했다.)에는단
층목조건물앞뒤로아름드리벚나무가빽빽하게늘어서있었다.봄
이와꽃이피면학교는온통벚꽃구름속에묻혀버린다.쉬는시간
마다그꽃구름밑을서성거리던그때,나는이승의아름다움에눈뜨
기시작했었지싶다.
지금도눈을감으면뇌리에선명하게떠오르는그곳엔꽃만있었
던게아니다.꿀을찾아날아든수많은벌들의잉잉거리는날개짓
소리가나지막한울림이되어내안으로스며들고있었다.그래서내
가간직하고있는영상속의벚꽃에는항상꿀벌들의날개소리가들
린다.
그럴리야없겠지만,꽃이사람들의눈을즐겁게하기위해핀다
고착각해서는안될것이다.벌과나비를불러들이기위해꽃을피
우고꿀을만든다는것은삼척동자도아는사실이지만,난만한꽃들
을보면서즐길줄만알았지,나비나벌이보이지않는다는사실을
안태경/125
알아채고안쓰럽게여기는사람은많지않을듯싶다.
미국농무부의발표에따르면,2006년하반기에꿀벌개체수가
25~40%감소했다는데,우리나라의경우는양봉농가는약4만가
구,벌통수는약200만통으로세계11위,면적비율로는세계1위
라고한다.투입된자본이나노동력에비해수익률이높기때문에벌
통수가점차늘어나는추세이며,말벌등야생벌도개체수가늘어
나벌초하던사람이쏘여사망한사례까지있다는데,내눈앞에벌이
보이지않는다고흐들갑을떨일은아닐지모르겠다.
그렇다하더라도,대도시등특정지역에서벌이거의자취를감
춘것은사실인데,그원인이,전자파에노출되면벌들의생리적항
법장치에혼란이생기므로,각종전자파가방출되는지역을회피하
기때문이란다.또다른설에의하면,공해때문에꽃향기가멀리번
지지않아벌들이찾아올수없다고한다.전자파때문이든공해때
문이든꽃을위해서는안타까운일이아닐수없다.
아무튼,꽃을보면서이따금은꽃의마음이되어보는것도꽃을
사랑하는또하나의방법이아닐까싶다.처녀들도사랑을하면더
예뻐진다고하지않는가.꽃도벌이나나비를만나면더생기가돌고
고와지리라는것은짐작하기어렵지않다.정답게말을걸거나아름
다운음악을들려주면서가꾸면훨씬아름다운꽃이피고과일도탐
스럽게열린다는데,하물며벌이와서수분(授粉)을해주는데어찌
꽃잎에희색이돌지않겠는가.
그아우름을통해서열매를맺고씨를퍼뜨려야생태계가올바르
게유지될성싶다.여인이곱게단장하고임을기다리듯,고운색깔
126/봄꽃이허전한까닭
로꽃잎을펼치고향기를풍기면서달콤한꿀을준비해놓고,이제나
저제나기다려도벌이오지않아,자신의유전자를후세에전하기위
한거룩한의식을치르지못하고있으니얼마나쓸쓸하겠는가.
박우야전/127
*수필문학등단(1985년)
*한국수필작가회원
*영호남수필문학협의회원
*가톨릭문인협회원
*<징검다리>,<달같은인생길>,<찔레꽃>등
나의고향
박우야전
산세가좋아인물이많이배출되고,바다가맑고깨끗하여맛있는
생선이많이나며,기름진땅에곡식을가꾸고살던소박한인정이
서려있기에인심좋은고향인지모른다.
찬란한역사를꽃피웠던가야의수도로서천혜의절경과고사가
번성했던과거를말해준다.
저녁연기가산마루에깔리면산사의밤은독경소리와함께내린
다.도립공원인개천면연화산중턱에자리잡은옥천사는신라시대
의상조사에의해창건된유명한사찰로서,울창한수목아래새소리
물소리가찾아드는이로하여금무아지경에서속세의티끌을벗어나
게하고,심도한진리의설법을듣는엄숙함에젖게한다.
고성읍에서진주방면으로10km에이르면무이산문수암이화랑
128/나의고향
도의용맹과기개를간직한채말없이손님을부르고있다.삼국시
대해동의명승지로이름높고,국선화랑이무예를닦으며심신을
단련한곳이다.한려해상청정해역을굽어보면비단에수를놓은
듯한많은섬사이로무희가춤을추듯배들의항해가보이고,괴암
절벽이풍치림처럼둘러싼암자가나온다.거기서자연의경관에취
해있노라면시인이아니라도시를읊을수있고,고갈된정서에낭
만이용솟음치는충동을가눌길이없다.
그뿐인가.고성읍에서버스로30분,삼천포에서10km거리에위
치한상주암은태고에선녀들이하강하여방직기를차려옥황상제에
게바칠금의를짜던곳이라전해온다.
굴밖의암반에는공룡발자국이있어고고학자의연구결과지금
으로부터2억3천만년전중생대초에지구상에처음모습을드러낸
공룡은그로부터약1억6,500만년동안지구의지배자로군림했다
가백악기가끝남과동시에멸종을맞이하여,지금은지구의어디에
서도공룡을찾아볼수없지만,이곳의지층속에서오래도록잠자고
있던화석이발견되어다시금우리앞에그위용을떨치고있다.우
리나라에서가장쉽게공룡의흔적을만날수있는곳이바로고성
이다.
온화한기후와천혜의자연경관이어우러진살기좋은내고향고
성군은국내최초로공룡발자국이발견된곳이다.군내전역에걸쳐
거의모든곳에서약5천여점의공룡발자국화석이발견된곳이다.
1982.1.고성군덕명리해안일대에서우리나라처음으로공룡
박우야전/129
화석발견
1999.9.천연기념물제41호로지정됨
지방문화재보물61호인괘불이보존되어있는운흥사는임진왜
란때사명대사가승병6천명을거느리고왜병과싸웠던곳으로,고
성인의불타는호국애를엿볼수있는곳이기도하다.독메처럼서
있는고분,다첩식석축,거류산성,말없는수호신석마가2천년의산
증인으로인내와슬기를지닌채보존되어있다.
어머님품속같이따스한고향,해마다중추절을기해개최되는가
야문화제가군민의조화와슬기속에풍성한수확을찬미하는고향
이기에,풍염이담긴물씬한그곳이우리를부른다.
‘고성의노래’가사와같이소가야조상님의정기를타고,면면히
살아온2천년역사가우리고향의자랑이다.지금도더없이복된인
심을자랑하며,복스런삶을위해부지런히힘차게전진하고있다.
130/어른이존경받지못하는이유하나
*월간<수필문학>천료
*수필문학추천작가회,부산수필문학협회회장지냄
*한국수필문학가협회부회장,재부산청문우회회장
*수상한국수필문학회수필문학상,부산문학상,
연암수필문학상등
*수필집<생존신고>등6권
어른이존경받지못하는이유하나
이병수
시대의변천에따라어른의가치가추풍낙엽처럼떨어지고있으
니안타까운일이다.자라나는세대들이부모와어른을존경하며이
를본받아올바른인간으로성장해가는것은매우바람직한일이라
할것이다.
그런데도오늘날우리사회에서는어른공경풍토가무너져가고
있으니,그원인이어디있을까?거기엔과학문명의급진적발달에
따른가치관의변화가큰몫을하고있다고할것이다.사회가우선
눈에보이는것만중요시하고,당장눈에안보이는정신문화같은
것은아주소홀시하고있다.그리하여단시일내에가시적인효과가
나타나는과학문명쪽을지나치게중시하고경제성을따지는경향
으로흘러가고있다.몇년전에노령교사한명을퇴출시키면젊은
이병수/131
교사두명을채용할수있다는경제논리를앞세워교원정년을한
꺼번에62세로단축,강행함으로써갖가지부작용을초래한일이있
었는데,이는그단적인예라하겠다.
어떤이가,어른공경풍토가급격하게무너지게된것이그때불
도저식으로밀어붙인정년단축정책으로,학부모와아이들이함께
원로교사들을푸대접하게된데에서비롯되었으며,이것이결정적인
원인이되었다는지적을한바있었는데,나도거기에동의를하고
있다.교육에는눈에안보이는경험과노하우가크게작용하는것인
데,이를무시하면인간성교육이소홀히된다는것을무시한것이다.
요즘와서젊은이기세가등등해지고,노인세대가풀이죽어심
지어는깔보임까지당하고있으니,그원인을꼼꼼이생각해보아야
하겠다.그렇게된가장큰원인하나를나는컴퓨터의출현에서찾
고싶다.컴퓨터가나오기전에는어른들이모든면에서많이알고
있었기에젊은이들로부터존경을받았었다.그러나컴퓨터가출현하
면서판도가바뀌었다.
젊은세대들은컴퓨터를배워일상에생활화하고있는데,어른들
은이를익히지못함으로써서로간갭이생겨거꾸로젊은세대가
우위에서게된것이다.젊은세대들은무궁무진한인터넷세계를훤
히들여다볼수있는데,어른세대는여기에까막눈이되어버렸으니,
옛날과는달리오히려젊은세대가어른세대보다더많은지식소유
자가됨으로써어른들이기를못펴게된것이아닌가?
원래존경심이란,상대편나이가많다고무조건우러나는것이아
니라,존경할만한요소를지녔기에우러러보게되는것이아닌가?지
132/어른이존경받지못하는이유하나
난날엔어른이유식하여배울점이많았기에존경을받았는데,지금은
젊은이들이오히려어른들이모르는컴퓨터까지를앎으로써우월감을
갖게된것이아닌가?새로운‘지식무장’을갖춤으로써어른들을능가
하는상황이되어버렸으니,결국컴퓨터가들어젊은이가어른을존
경하지않게된하나의원인제공을하였다고할수있다.
그러니어쩌겠는가?‘알아야면장한다.’고,어른대접을받으려면
젊은이처럼능숙하게컴퓨터를다루지는못할지언정,완전컴맹은면
해야깔보임을면할수는있지않겠는가?
그래서나도수년전팔순직전에인터넷세상에발을들여놓아보
았다.우선글을쓰는사람으로서의당면과제인‘메일주고받기’라도
할수있어야하겠기에이를할수있기위하여워드치기를배웠다.
서너달열중해학습한덕분으로요즘은비록느리지만워드도치고
메일도보낼수있으며,간단한검색도해볼수있게되었다.
그러나인터넷세상은무궁무진하게넓고깊다.암기력이극도로
소진되었기에자판기를외지못해속타를하지못한다.간혹여기저
기지도도받아보지만,막상해보니잘되지않아안타까울때가많
다.그래도‘완전컴맹’을면할수있게된것만으로도감사하고싶다.
오늘날마땅히존경을받아야할어른이공경을받지못하는원인
중하나가컴퓨터에있다고한다면,모름지기어른들이늦게라도인
터넷세상에발을들여놓아야하겠다는생각이간절해진다.
정인조/133
*<예술계>지로등단(1986)
*부산문인협회회장
*수필집<멀지않아어느날>
*시집<돌의날개>,<표류하는존재>
*시와수상집<약창에비친잔물결>
접시꽃을바라보며
정인조
아침산책로길가정원에근사한접시꽃이5월부터빨간꽃을피
운다.싱싱한너댓대궁에꽃봉오리가수십개씩맺혀있고,아래로
부터차례차례피더니유월이되자아래위구분없이피워낸다.한
두달내내피워내도꽃봉오리수는줄어들지않는다.저많은것을
언제다피워낸담.다행이널찍널찍한잎이건강해서큰걱정을안
했으나,7월에접어드니잎이그만한쪽이마르고쪼그라들어아직
싱싱한줄기와수많은꽃봉오리들이안쓰럽다.
군방화(群芳華)그림을안방에걸어놓으면건강과다산(多産)의
상징이된다고들하는데,접시꽃도다산의상징처럼보인다.예부터
접시꽃은양반집뜨락에심어지고첫사랑꽃이라고도하고붉게핀
마음에아린꽃이기도하다.
134/접시꽃을바라보며
우리어머니는자식을열낳았으나다섯만건지고다섯은잃었다.
전염병이온동네를휩쓸고가면한꺼번에둘씩잃어버리기도했다
고한다.그래서내어릴때아명이‘작은짝지’였다.형은‘큰짝지’이
고나는작은짝지인데,정식으로는‘참나무짝대기’이다.참나무처럼
야물어명이나길어라고지은이름인데,‘참나무짝대기’야하고부르
기가너무길어서그냥동네사람들이‘짝지야’하고불렀다.
일곱살때소멕이다가동네형또래들이윗마을에새로생긴국
민학교분교에입학하러가는데따라갔다가나도입학하게되었다.
선생님이성과이름을묻기에내딴에는정식이름을대답한다고“정
참나무작은짝대기입니다”.라고큰소리로대답했다.선생님이꽤
난처하신표정을짓고있었다.그때어디서나타났는지우리아버지
께서먼발치에서넘겨다보면서“니이름은인조다,정인조.”라고하
셨다.‘인조’라는이름은그때첨들어봤다.
어머니께서내명을보전하기위해삼밭골골짜기옹달샘용왕님
께나를팔아그옹달샘을어머니라고부르라고하셔,생일때가되
면백찜떡을쌓아놓고어머니는두손모아정성껏빌고나는그
옆에서옹달샘어머니를부르며수없이절을올렸다.어머니께서크
고작은명절날에도상을차려놓고들릴듯말듯한소리로누구에
겐가늘빌곤하셨는데,재주가있어라,공부잘하라는기원은한번
도들은적없고,늘명만길게해달라고비셨다.여태내가살아있
는건그때우리어머니의‘명만길게해달라.’는염원때문이아닌가
생각한다.10여년전심근경색증으로스러져입원해있을때옛날
어머니의기도를생각하면서,아버지생전나이까지라도살게해달
정인조/135
라고천주님께빌었다.퇴원후삼밭골옹달샘어머니를찾아갔더니
흔적도없고과수원으로변해있었다.그동안무엇에홀린듯너무
정신없이살아오느라옹달샘어머니를소홀히한것같아가슴을쳤
다.
흉년이자주들고그나마농사지어봐야공출로다빼앗기는왜
놈의긴수탈에시달리다해방이되고,6⋅25가터지고,그런세월을
살아오신아버지어머니세월,집구석이빨리망하려면자식군에안
보내려고돈써빼내는일이고,서서히망하려면자식학교보내고
등놈팽이만드는일이다라는이야기를동네어른들께수없이들으
며자라온세월이다.
그래도무작정집을나와도시로,도시로나간청년들,그대열에
나도끼어비빔밥으로학굘마치고군에갔다오고,직장잡는다고
아버지어머니한번옳게모시지못하고돌이켜보면눈물이난다.
아버지어머니,어머니께서그토록기원하던‘참나무짝대기’두
아들은어머니소원대로아직살아있습니다,그러나여태산것이
어머니공인줄모르고저희들이잘나아직살아있는줄로만알았습
니다.
136/약수터의한담
*일본미도(水戸)고재학중징병당해중일전에복역
*한국전쟁문학회이사(전)
*현대문학등단(78),부산수필문인협회고문(현),
불교문협고문(현),시조등단,동협회원(현)
*韓国漢詩등단,동회원(현),교원(전).국민훈장
목련장,동백장수훈.수필집7권,시집3권
약수터의한담
성낙구
이른아침산기슭약수터에낯익은이웃들이모여웅성거렸다.
“내가어찌정치적인간이냐!”서슬푸르게항변한다.
“자네구의원선거때한말을돌이켜보라.그때이샘터를어떻게
한다했나?”고발설자도대응하는우물가공담의한장면이다.아마
도‘정치적인간’이란말이거슬리는모양이다.
여기서우리는‘정치’라는것과,‘정치적인간’이란말을되새겨본
다.처세가능하여여기저기를틈타서손해와이득을저울질하는,신
용할수없다는이미지를풍겨주는말로변한요즘이기때문이다.
가을철이면즐거웠던운동회얘기가오갔다.여기에곧잘‘몽둥이
(俸)눕히기’라는경기가있었다.홍백(紅白)이서로상대편이기둥
처럼세워둔몽둥이막대를먼저눕히기경기였다.여기서연상되는
성낙구/137
것이요즘의여야당의작태다.민생문제와국가건설을외치던그
들이서로헐뜯고상대를깔아뭉개고끌어엎어무너뜨리는양상이
그운동경기와흡사하다.그들은이러한자신들을오히려나라와국
민을위한뜨거운열기탓으로돌리고있다.
뜨거운열기!
이는여름한더위에더할것이있으랴!이여름의열기감각에
대해우리선인들이남긴교훈을생각해본다.
220년(1780)전,연암(燕巖)박지원(朴趾源)은모진혹서를몸
하나만으로견디며대륙을횡단하며겪었던일을열하일기(熱河日記)
에남겼다.열기의계절여름의추이(推移)에서만물의흐르는모습을
담았다.여름이다하여가을이오는것이아니라여름자체가가을기
운을품고그기운을재촉하는것,여름과가을이교행(交行)하는하
늘(行逢天空)에서여름가운데이미가을과상통하는기운을잉태하
고있다고기록하였다.덧붙여인간의삶또한삶(生)의끝이죽음
(死)이아니라살아있는가운데죽음을내포하며살아간다는철학적
사고마저언급하였다.이는삶만을내세워과시하지않고겸손의소중
함을시사(示唆)하였으며,교만한자는오래가지못함(驕者不可久)
을부연한것이다.오늘의우리가음미해볼만한글이라하겠다.
우리가겪은지난10년의정치체제는세계인이폐기한공산주의
를뒤늦게좇은경향의체제였다.여기에신물이난국민들은이를
청산하고자새대통령과여당을선택한것이다.그런데이러한국민
의여망을겸손하게돌보지못하고교만한여당이나,전정권의잔여
정치꾼들의야당이국회개원조차하지않고몇달이나식물국회로
138/약수터의한담
만들어,나라세우기보다상대를잡아삼킬듯무너뜨리는일에만열
중한다는분노를토로하기도하는약수터풍경이다.
국제정세도또한마찬가지였다.
미국의부(富)는세계경제를주무르며군림하는교만한자세도
없지않았다.각국은이미국중심의교역체제를거역하고자국의
경제이익을도모하는나라는존재할수없는오늘의현실이다.그래
서세계일각에는반미감정이있었는지도모른다.
이러한미국의금융업계가복잡한연금술(鍊金術)의체제에맡겨
진결과는대증권회사(證券會社)의증권폭락을불러와마침내파산
을초래하여가공할세계대공황(大恐慌)의직전이다.저지난날환락
의황금시대란호경기가하루아침에기아와빈궁의거리로전락한
80년전(1928년)의세계공황도주가폭락에서시작된것이다.이번
의리만프라자즈가저지른규모는그때의유가아닌억(億)대를넘
고조(兆)의억(億)배(倍)인경(京)하고도6경(京)원의천문학적인
파산이다.세계경제13위의한국의내년예산안이273조(兆)이니그
200배가넘는액수다.그여파는상상을초월할것이다.이는물건너
의불이아니다.곧우리경제도닥쳐올오늘의경제체제다.
미국의이러한궁지를기다렸다는듯,우리의동족북한의동태
또한가관이다.문명의21세기에국가권력을세습하는김일성김정
일일가의한심한독재체제다.이들은옛정치사에나보는마캬베리
의군주론을신봉하듯,국민으로부터‘사랑받는것’보다국민에게‘두
려움을주는편’이훨씬안전한지배원리임을고수하고있는시대의
괴물이란말에폭소가터지는약수터다.
성낙구/139
이들은민생고를외면하고군사대국을구축하여걸핏하면정치
범집단수용소나몰아넣어무력으로국민을지배하고,핵무기를개
발하여동족과인류를위협하고있다.지금이시각에도굶주림을못
참은국민은목숨을걸고제나라를탈출하고있다.국민의이런처
지를우리를비롯한세계인이인류애와인도적인원조로삶을유지
하는북한민이다.이러한참혹하고비인도적인나라가세상에북한
말고어디에또있겠는가?
북한의정보쇄국의작은구멍에서새어나오는김정일총서기의
건강은뇌졸중으로졸도했다는풍문이다.그후의치료과정도불확
실하다.뿐아니라‘김왕국’의후계자문제,권력이행에따른문제,
권력구조개편여부문제,납치국군포로문제등의불확실한추측
만나돌고있다.
이와중에미국의경제파탄을계기로북한은약속했던핵개발
포기를다시재개발한다고표명하였다.동족이나국제신의따위는
아랑곳않는북한이다.하지만독재자의공포지배는오래가지못함
은인류역사의순리다.
다만우려되는것은세계의실상도모르고굶주림과감시자의밀
고에떨고있을북한동포들이다.약수터에모인일행중에월남한
친구는덧붙였다.하루아침에무슨사단이터질때,죄없는생신(生
身)3000만이염려된다는것이다.
이미높이솟은해는아침기운을앗아갔건만,그칠줄모르는약
수터의한담(閑談)이었다.
-무자(戊子)추분(秋分)에-
140/오직부르고싶었던이름이기에
*한국시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회원
*<열쇠를찾습니다>(시집)외13권
*<사랑하므로아름다워라>(수필집)외2권
오직부르고싶었던이름이기에
박송죽
내인생에있어서사무치게그리움으로부르고싶었던애절한이
름은아버지다.마음속깊이깊이얼룩진슬픔으로부르고싶어도부
를수없었던아버지는,내가세상에태어나기한달전에이를빼고
돌아가셨다한다.
갓마흔에뜻아니게갑자기남편을사별하고산고의아픔을혼자
다겪으면서이세상에유복자인나를태어나게하신어머니의그슬
픔은오죽했으랴.위로오빠셋과언니와나와의나이차이가많았던
탓인지,형제모두가눈에넣어도아깝지않다는듯이각별한사랑으
로나를무척사랑하여주었다.
그사랑속에서과잉보호를받으며자랐던탓으로아직도철없는
어린아이와도같은미성숙한인간으로오늘을살아간다.나는자라
박송죽/141
면서다른아이들이아버지에게재롱을부리며아버지,아버지하고
부를때마다,속으로나도모르는희색의슬픔같은이상야릇한감정
에사로잡혀,때때로아무도모르게이불을덮어쓰고아버지라는이
름을울먹이며불러볼때가많았다고기억한다.
그런그리움이늘밑자리하여자라던나는,중학교에입학하여문
학이무엇인지도모르면서국어선생님의권유로전국학생백일장
에나가서‘오직부르고싶은이름이기에’라는제목으로아버지에대
한그리움을적어응모하였는데뜻밖에장원으로뽑혔다.
그이후이곳저곳문예콩쿠르에나가상을받았던덕분으로,미
남으로기억되는P국어선생님은다른학급마다다니며수업시간
에아이들에게나를칭찬하여주었고,홍익대학에미학을강의하시던
K교수님께서일주일에한번씩고등학교에오셔서가르쳐주셨는
데,그교수님께서친딸처럼사랑하여주시면서시론을바탕에둔시
작법에대하여소상히가르쳐주셨다.
이렇게중학교를거쳐고등학교에진학하여서까지재단이사장님
을비롯하여선생님들의총애를받으면서나는시인이되려고마음
속깊이다짐했다.약대를가라는어머니의기대를저버리고국문과
를선택하여지지리도궁상맞은꿈만먹고사는시인이라는칭호를
받으며끈질기게오늘을살아간다.
지금와서생각하여보니내문학의시발점은그리움이라생각한
다.그그리움은이세상에서는풀어질수없는운명적인것이었다면,
돌아가신아버지에대한그리움이결국외롭고쓰린시인의길을가
도록재촉한동기가되었던것같다.
142/오직부르고싶었던이름이기에
나는,아이들이자라면서자기아버지를부르는소리에까지도민
감한감정으로부러움까지가지게되는이상한감정의기류를느낀
다.그만큼아버지에대한그리움은절대적이었다.이토록밑자리하
고있던아버지에대한그리움은내가가톨릭신자가되고부터는소
원성취한셈이다.
30대후반이라생각한다.소화가잘안되어소화불량인줄알고
병원을찾았다가,뜻밖에위벽이헐어이대로두면위험하다는진단
을받았다.메리놀병원의내과과장님이신이장열박사는,내시경을
보고난소감으로,이대로조금만방치하면위벽이헐어서구멍이날
정도라했다.그래서이박사가시키는대로2년넘도록통원치료를
받았고,또오랫동안정성껏치료해주시던이박사님의권면으로영
세를받고가톨릭신자가되었다.
영세를받고가톨릭신자가된오늘까지도깊이있는신앙인은못
되었지만,영세를받기위하여주모경을할때마다“하늘에계신우
리아버지….”로시작되는기도문을외었다.기도문에서아버지라는
이름을마냥내마음대로부를수있게되었다는특권이주어진데
대하여남달리진한기쁨의감동을느꼈다.
그리고그렇게도부르고싶어,어릴때는아무도모르게이불을덮
어쓰고부르던아버지를,이제는내가부르고싶으면마음대로부를
수있다는사실이가슴설레는기쁨으로다가오기도했다.그리고태
초전부터택하셔서나를존재하게하시고자신의목숨보다더나를
사랑하시는분이내아버지라는사실에더더욱기쁨으로감사한다.
허정/143
*<한국수필>로등단
*전해운대문인협회장,한국수필작가회부회장
*한국문협회원,부산수필문인협회부회장
*<인간희극>,<삶의의미를되새기며>등5권
촛불
허정
국민절반이넘는다수가선택한,아니대통령직선제이후지금
까지어느대통령과도비교할수없을다수득표로선출된대통령과
그정부를퇴진시키고,그들의입맛에맞는정부를세우고자적게는
수십에서많게는십만이넘는촛불이몇달째광장에서거리에서요
동치며사회혼란을부추기고있다.
50년전만해도일부도시를제외한농촌지역의대부분은전기의
혜택을못받았기에,석유등잔희미한호롱불밑에서독서도,길쌈도
하며살아왔기에잘보이지않는부분을조금자세히보려다가머리
털을그스르게되는경우도많았고,또밝게하려고심지를돋우면
비례해서그을음도더나기에몇시간등잔밑에서일을하고나면
코밑이새까맣게되어있었던기억이새롭다.이때부잣집에서는
144/촛불
값비싼촛불을환히밝히며살았고,서민들도제사나아주귀한손님
이내방했을때는촛불을켰고,상례의문상(問喪)때도초를구해
가는풍습이있어요즘도부의금을낼때‘향촉대(香燭代)’란이름을
썼다하기에,촛불은나에게부와호화의상징물로기억되고있었다.
이때유머로이런얘기도있었다.전깃불이들어온곳도배전사
정이나빠전깃불이끊기는경우가많아불이켜졌다꺼졌다를반복
했기에,전기수급이불안정하고제멋대로인한전을원망하던청년이
앙심을품고,한전수금원이전기사용료를받으러왔을때전기사
용료를주었다뺏었다를계속하며한전직원을놀리자,수금원이화
가나서왜그러느냐니까그청년의하는말이“당신들도전기를주
었다뺏었다하는데나도돈을주었다뺏었다하는것이형평성에맞
지않느냐?초한자루값이라도주어야하지않겠느냐?”라고항변하
니,수금원도할말을잊고묵묵부답이었다는우스갯소리가당시의
우리사회의단면을대변해주고있다.
이때는초한자루가소모품이라기엔정말귀하고소중한재원으
로생각되었다.전력사정이좋아져촛대가거의잊혀가고있었는데,
2002년6월의정부조양중2년신효순,심미순양이친구생일잔치에
가다주한미군궤도차량에치여사망했는데,10월에미군법에서
가해운전병마크위크병장의무죄가결정되자,언론이대서특필하
며이의를제기하자국민의분노가폭발하게되었다.이기회에반미
단체들이일제히들고일어나미군철수를외칠때,네티즌가운데
앙마란ID를가진청년이미순효순촛불집회를제안하여이것이공
감을얻어삽시간에그해대선정국을뒤흔든태풍으로화하였다.이
허정/145
때부터화촉이란이름으로축복의상징이었던촛불이성난시위의
상징이되었다.
이번쇠고기파동은촛불이공감을얻어활기를더하자처음대수
롭잖게여겼던정부도당황하여대통령이두차례나대국민사과를
하고,미국과는쇠고기추가협상을하여안정을가지는것같았는데,
일부세력은그칠줄모르고계속촛불시위를하고,드디어쇠파이
프등으로무장하여무력충돌마저서슴지않는다.해서이젠광화문
일대의주민들도시위대의행동을더이상좌시할수없다며반기를
들고일어섰다.
지난5월초결성된대책회의는1,700여단체가참여하고있다
지만,사실상수구좌파조직인진보연대가주도하고있다.그중심인
물인오종렬,한상열씨는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맥아더동상철
거,한미자유협정반대같은시위를주도한진보연대공동대표다.
진보연대는작년9월대선을앞두고출범했으며,한국대학총학생
회연합,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범민련남측본부,민주노동당으로
구성되어있다.국가보안법철폐,주한미군철수,한미동맹파기,신
자유주의반대,강대국의제국주의적지배정책으로부터자주권쟁취
등을강령으로채택하고있다.북한의대남적화(赤化)전략을고스
란히옮겨다복창(復唱)하는친북반미집합체다.국민건강을걱정
하는체하며실상은우파정부타도와반미투쟁을주목표로설정하
고있는것으로느끼는경우가많다.
이들이굶어죽는북한주민을걱정한다는소리는한번도들어
본적이없다.이들이단한번이라도북한국민을아사(餓死)상태
146/촛불
로몰아넣은김정일정권을비판하면서북의민주화와개혁을주장
한다면광우병쇠고기걱정을하며촛불을드는것을믿어줄것인데
라고말하는사람이많다.
촛불시위두달여동안지금까지경찰은500여명이다치고전경
버스200여대가파손됐다.차도점거시위로수많은시민들에게끼
친차량통행불편과치솟기만하는유가의추가부담은어쩔것인가.
인근기업및상점들도인내의한계를넘어섰다고한다.서울시청
앞광장의잔디가시위대의발에짓밟혀거의죽는바람에막대한세
금을들여잔디를다시심고있다.
미국쇠고기수입반대촛불시위가두달넘게계속되면서시위
양상이폭력화방향으로심화되는현상이다.경찰이불법시위를차단
하기위해그들의행동을저지하면경찰이폭력을행사한다며경찰
버스를부수고,전진하고방어하는과정에서쌍방간에폭력이일어난
다.사실이런폭력시위가아니더라도치안을유지해야하는경찰은
국민의안전과평온을지켜주어야하기때문에국민생활에불편을
주는단체행동에대하여는제재(制裁)수단을강구해야만한다.
외국대사관이즐비해있는광화문일대에서100일도넘게미국
산쇠고기수입반대를명분으로불붙은촛불시위는그일대주민들
의불편은물론우리법질서를파괴하고국제사회에서도한국의국
가이미지를크게손상시켜놓고있다.
2000여년전중국주나라의전국시대때제자백가중법가사상
가인한비자(韓非子)는“하인이주인을위해일하는것은충실한성
품에서가아니라보수를받기때문이며,주인이하인을보살피는것
허정/147
은친절한품성이아니라열심히일하기를바라기때문이다.수레를
만드는사람이이웃이돈많이벌기를바라는것은착한심성이아니
라돈을많이벌어야수레를많이이용하기때문이며,관을짜는사
람이죽기를바라는것은수레만드는사람보다영악해서가아니라
사람이죽지않으면관이안팔리기때문이라했다.
한로축괴(韓獹逐塊)란고사(故事)가있다.한국이라는사람이기
르던개가흙덩이를쫓아간다는말로,흙덩이를던지면계속물고돌
아오는영리한개에게재미를붙인개주인이지나가는사자에게도
흙덩이를던졌더니사자는자기를해치는행동이라생각하고흙덩이
를던진한국에게달려들어큰상처를입었다는고사에서유래된말
이다.
미군장갑차문제이후재미를붙인좌파세력의터무니없이이어
지는이촛불시위는,이명박반정부시위를넘어자유민주주의와시
장경제를토대로한대한민국의국체를흔드는좌파운동이라규정
하지않을수없다.
시위대는처음부터경찰의공권력을무력화시키기위해경찰의대
응을폭력으로규정하며경찰청장퇴진을외치고있다.지난토요일에
도경고방송과물대포에그친경찰에대해시위대는물대포에최루
탄이섞였다고트집잡아폭력성을부각시키는데혈안이됐다.물대
포와최루탄사용이불법도폭력도아니라고왜떳떳이말하지못하
는가.환자에게칼을사용하여수술해야할급성맹장염을혹시나뒷
날후유증을두려워해칼을잡지않았다면,칼을든강도가상대의목
을찌르려는급박한상황을보고도후환이두렵다는이유로눈을감
148/촛불
아버린다면그의사나그경찰은어떤인간적평가를받겠는가.
잃어버린좌파10년이란한숨섞인어제의평온이오히려그리워
지는사회분위기이다.정당한민의에의해정권을받았다면정당한
법치에의해불법과혼돈을종식시켜야하는것이공권력의임무이
다.무엇이두려워서헌정질서를파괴하는이들에게휘둘리고있는
지모를일이다.
결혼식을화촉을밝히는행사라하여화촉연이라한다.탄일을축
하하여나이숫자의촛불을밝힌다.결혼을축하하는환희와축복의
촛불이규탄과성토의아수라장의성난촛불로변한현실이안타까
울뿐이다.
(2008.9.20.)
강중구/149
*제1회교원학예술상수필부문입상
*<수필공원(현에세이문학)>추천완료
*국제문화예술상수필본상수상
*수필집<산이있기에물이있기에>,외3권
하늘나라신선들이놀던마추픽추
姜中九
내가돌아본세계50여개국의자연과문화유산중에서가장불
가사의한곳은남아메리카페루의마추픽추(MachuPicchu)잉카문
명유적지였다.구름위에솟아있는2,400m나되는높은산봉우리
위에수많은석축을쌓아놓은유적이참으로대단한데도사람하나,
글자한자남아있지않아서어떻게형성되었는지알수가없었으니
말이다.
잉카제국의수도였던쿠스코에서기차를타고114km떨어진마
추픽추를찾아가는길은멀고도험했다.산페트로역에서출발한기
차가스위치백철로를따라서힘겹게고갯길을넘어서더니험한협
곡을내달린다.하늘을쳐다보아도골짜기를내려다보아도천길절벽
뿐인데,기차는그사이로놓여있는험한철길을따라서달려가는
150/하늘나라신선들이놀던마추픽추
것이다.
우르밤바협곡을내달리던기차가수많은역을지나서멈춰선곳
은마추픽추였다.이곳은고도가2,000m지점이라니,오늘은기차를
타고산지를오른것이아니라우르밤바골짜기로1,400m나내려온
것이다.
역에서버스를타고꼬불꼬불급경사의산길을오른다.가쁜숨을
몰아쉬며힘겹게오르는버스가산을오를수록주위의산들이낮아
지는가했더니,걸음을멈춘곳은고도가2,400m지점이라는높은
산정상부근이다.
거기서산모퉁이를돌아서자거짓말처럼나타나는수많은석조
건물들,그것이바로마추픽추유적이었다.유적지가있는산봉우리
는높기도하거니와경사가급해서산기슭에서는보이지않는다고
하여공중도시라고도부르고있다.
오랫동안망각의세계에묻혀있던이유적은1,912년미국인고
고학자하이람빙엄(HiramBingham)에의해발견되었다.그후많
은학자들이연구해왔으나아직은정확한사실을밝혀내지못하고
있지만,유네스코의세계문화유산목록에등록되어세계적인관광
명소가되었다.
마추픽추유적을돌아보니급경사의산지에다주택지와농경지를
쌓아놓은석축이무려109계단이나되었다.거기는신전과궁전,제
단,주거지,밭등을한길높이에서두세길높이로쌓아놓은것이
500여년의세월이지난지금까지도옛모습을그대로간직하고있
었으니이는분명기적이다.
강중구/151
유적지중앙에는둥근왕의무덤이있고,그다음에는왕궁터가
있었으며,제일높은곳에있는태양의신전에는해시계가있었다.
커다란바위를다듬어서만든해시계는지금도그림자를드리우고
있는데,손을가까이대면태양의정기를받는다고해서사람들이둘
러서서너도나도손을내밀고있다.
그주위에있는서민들의집은모두네모가반듯하지만,내부는
각기독특한모양으로꾸며져있고,그중몇채는관광객들을위해
지붕을만들어놓았는데,그것은내부치장만하면사람이살아도될
것같다.
그리고허물어진집을복원해놓은것을보면,아래쪽에쌓아놓
은잉카시대의석축과위쪽에다시쌓은석축은누가보아도뚜렷이
표가난다.아래쪽석축은틈이라고는없는데위쪽은엉성하고틈이
나있기때문이다.그렇다면그때는지금보다도석축쌓는기술이
더발달했다는말인가.
또그들이만들어놓은밭은좁은것은폭이1~2m에불과해서
과연여기에다농사를지었을까하는생각마저들었다.거기에다급
경사의계단을만들고바위에다홈을파서물길까지만들어놓았으
니참으로놀랍다.더구나이것을천길절벽위에만들어놓았다면
믿어지겠는가.거기서일을하다가아차한발잘못디디면천길벼
랑아래로떨어져버리는데도말이다.
그런데정작내가놀란것은밭두렁중앙에또하나오르는계단
을만들어놓은것이다.긴밭두렁을돌아서올라가는불편을덜기
위해밭중간에만들어놓은계단은석축을쌓을때긴돌을몇개
152/하늘나라신선들이놀던마추픽추
순차적으로박아서밖으로튀어나오도록만들어놓은것이다.그것은
단순하면서도실용적이어서올라보니편리해서그들의지혜에탄복
을했다.
유적을한바퀴돌아보고바위에걸터앉아있으려니,이유적은
언제어떻게만들었으며,또이곳에살던사람들은무엇때문에어디
로사라져버렸을까하는의문이꼬리를문다.
학자들은이곳을1,534년잉카제국을침략한스페인군대에저
항하던잉카제국의만코2세이하사이리토파크,티투쿠시,토파크
아마르들이거점으로삼았던성채로보고있다.그런데그들이어느
날어떤이유로이곳을떠나가버려서이곳의역사는단절되어버렸
다고추측하고있을뿐이다.
하지만내가보기에는이곳은사람들이살던곳이아니라하늘나
라신선들이놀던곳이었다.구름위에솟아있는높은산봉우리가
그렇고,바위를다듬어서빈틈없이쌓아놓은석축또한사람들의솜
씨와는거리가멀었다.이곳은어느날하늘나라신선들이놀러왔다
가우연히구름아래인간들의세상을내려다보고는흉내를내면서
소꿉장난을하다가,속세의인간들이접근해오자하늘나라로돌아가
버린것이분명하다.그렇지않고서야어찌이높고험한산봉우리
위에지금사람들도쌓을수없는석조문명을이룩할수가있었단
말인가.
그런데그높은곳에서풀을뜯다가하늘을쳐다보고섰는저알
파카들은어쩌다가하늘에오르지못한신선들의화신인가,오늘도
긴목을빼고서서푸른하늘을바라보고있다.
강중구/153
공중으로사라진도시마추픽추는바위를다듬어서쌓아놓은석
조건물들이참으로대단했다.까마득히높은산위에다어떻게그
큰바위를다듬어서석축을쌓았기에몇백년이지난지금도빈틈이
라고는없을까.그리고문명이발달한지금사람들도그렇게는쌓을
수가없다니,마추픽추는신선들이이룩했던하늘나라도시가분명하
다.
154/화음
*<시조문학>천료(1975),시조시인
*한국문협,수필가협회회원
*96년부산시민헌금으로만든‘시민의
종’종신에시조헌정각인됨.
*시조집및산문집다수있음.
화음
황다연
순금의햇살앞에병아리만한아이들처럼오종종하게앉은작디
작은풀꽃은전생에무엇이었을까.어떤영혼이이유순한초원으로
흘러와별똥별의웃음같은풀꽃으로환생했을까.
마음간지럽히는풀꽃의부드러움이좋아눈웃음지어보이면저
마음과이마음이교감하는행복의진동이조용한파문을짓는다.
사람을기분좋게하는부드러움엔그래서생기가돌고사람을엉
거주춤하게하는경직성엔뻣뻣한죽음의그림자가드리워진다.
평화와안식의빛깔인초록빛생기는모든생명과함께발전하는
삶의로고스이고죽음으로가는뻣뻣한경직성은삶을뒷걸음질시키
는슬픈파토스의길이다.
모든존재는늘시간이내어뿜는먼지속에서자기마음이만든
황다연/155
상황조건따라밝은희망의생기와어두운절망의죽음사이오고간
다.
니체의말처럼인간은신(초인)과짐승사이연결된밧줄이되어
습관따라움직인다.
이렇게움직이는상한선과하한선이서로다를뿐이지만,마음수
양된사람일수록견고한중심철학이있어짐승쪽으로움직이는경
우는거의없다.
동양사상에서인생을달관한경지로보는‘수평을이룬마음’을
획득하자면먼저세상을겸손하게사는자세부터가져야한다.터무
니없는설움도겪어보고높은희망을설정하여뼈저린한계에부딪
혀극심한몸살도앓아보고,또끊임없이그존재를초월하는수행
이쌓여야제대로안목이트이면서,몸과마음을자연의순리와조화
롭게조율할수있는그런힘이생긴다.
결국은삶을깊이인식하는그만큼섭리의이치속으로깊이들어
갈수있고,깊이들어간만큼깊은지혜가생겨그지혜가자기삶을
이끌어주는구원의메시아가되며생애의등불역할을한다.
‘깊이들어가서한말은버릴게없다.’는성인의말씀은,우주의
깊은이치를어느정도맛본뒤라야가슴에와닿는,정신세계를키
우는보약같은글귀다.
어떤전자제품어떤생산품이든자연성에가까울수록완전한기
술일수있듯,사람품성도자연성‘도’에가까울수록완성도는높다.
‘태초에말씀이있었다.’나‘태초에도(자연)가있었다.’는의미의
유사성은어떻든,완전무결한태초신성한환경그대로가존재의근
156/화음
원이며스승임을가르친다.
자연을향해귀열면한결같이어머니목소리로들리는얘기가또
있다.
‘너가겪은고통이너스승이다.가시밭길헤쳐온고통을말없
이끌어안고다둑이며,별빛으로새벽이슬로또햇살로그고통
씻기는자비로운덕성이너의복밭(福田)이다.’
달라이라마말씀에의하면무자각과헛된욕망이고통의원인이
란다.
겸허와관용이라는자연이치와자주부조화를일으키는사람은
회한의눈물흘릴때가되어야삶의방향을바꾸어새로태어나는인
생의봄을맞는다.
숱한빛깔거느리고제왕처럼들어선봄
첫이슬아픔헤치며정성껏몸씻는다.
가볍게출렁이는연둣빛
까치소리눈부신날.
-‘오는봄빛’전문-
“살기가너무어렵구,일두힘들구,그래일하면서노래를했지
만,그게어디노래축이나드나유.그냥힘드니까힘들구지겨운
걸잊을라구노래들을불렀지유.”
이나라대표적인서정시인신경림선생님저서<민요기행>첫
황다연/157
편에나오는양순이할머니목소리엔자연의무구한순리가있다.염
력의끈을잡고의식의사다리타고자비의표상연꽃모양갖췄다는
목숨의근원심장으로내려가면얻게되는값진지혜가있다.
지혜로운사람은원망보다는노래를좋아한다.봄이그리우면봄
노래를부르고,시원하게탁트인저높은곳으로인도하는절대자
‘당신’이절실히그리우면절대자이름수없이부르면서희망의열쇠
를찾는다.
자연처럼편하게다가오는신경림선생님시편들은모든삶의감
정넉넉히발효시켜,존재의최상승의단계자연의철리(哲理)가스
며있어수많은사람사랑을받고있다.
처연한아픔들묵묵히없는듯숨기고,제왕처럼자신의삶귀하
게이끌어가면저절로그윽한향기지니는귀한삶을건축할수있
다.
‘만일깨끗한믿음과견고한마음있어서항상선지식을친근히
하면일체제불께서그에게힘을주시리니….’
화엄경세계성취품이구절은좋은스승만나꾸준히공부하면
큰힘을모을수있는데,그단계가되면그인생길에행복을불러들
이는축복의꽃등을달아주는인연길이열린다는의미리라.
늘마음의속뜰에자비의꽃씨뿌리며사는사람은섭리의그런
뜻을읽을줄도알아,그어떤아픔도눈부시게승화시킬줄아는역
량을가진다.
158/화음
조선조왕세자교육코스최고우등생이었다는정조는아버지사
도세자의비극적생애가골수에피로맺혔지만,아득한그고통을학
문연마의연료로사용하여인생을멋지게승화시켰다.
조선왕조사상가장많은개인문집(184권)을만든것도,세계
문화유산수원화성을축성한것도삶의그릇눈부시게닦아지극
정성으로사용한덕화의결과다.
심성을아름답게만드는비법은마음과몸을괴롭히는‘병’이라는
역설도있는데,삶을어지럽히는우환이큰업적을이루는밑거름이
된다는뜻도된다.
고이기영박사도만물과그스스로를키우는무한한원기가자비
정신에있다고강조했다.삶이발생시킨고통을어떤마음가짐으로
어떻게사용하느냐에따라삶의차원은달라진다.
‘당신이최상의것을세상에주면/최상의것이당신에게돌아
올것입니다.’
매들린브리지스의‘인생거울’이란시구절에도이렇게섭리의
이치명료하게담겨있다.
전희준/159
*부산수필문인협회이사,필맥동인
*수필과비평작가회의회장
*한국도서관협회부산지구협의회회장
*수필집<호박잎과카레>,<세번째삶>
2008년의흑백사진들
전희준
또래의산행동료셋이함께나서면먼산산행을하지만,서로일
정이맞지않을때에는혼자근교산을오른다.주1회평일등산을
빠뜨릴수없어서이다.
처서가까운한여름날이었다.금정산의서쪽율리에서고당봉
(802m)으로올랐다가동녘온천장으로내려왔다.온천욕을하고전
철을탔다.경로우대권을앞뒤로서서뽑았기에노인한분과자리
에나란히앉았다.“등산하고오시는가요?”내등산복차림을보고묻
는말이었다.“예.”“몇시간이나걸었습니까?”“여섯시간걸었습니
다.”“아이구,많이걸었습니다.나는이제그리많이못걸어요.산아
래에서조금걷다가목욕하고가는길입니다.”“올해연세가얼마나
되십니까?”“박정희대통령하고같은해에났습니다.”“박대통령이면
1927년?아니1917년이지요?”“예그렇습니다.”“그러면올해아흔둘
160/2008년의흑백사진들
이십니다.저보다꼭20년위이신데,그연세로는보이지않으십니
다.연세보다는10년도더젊어보이십니다.”“공직에있다나왔는데
같이나온사람이이제는한사람도없어요.친구가없어져갑니다.”
“할머니는같이계신가요?”“예.”“그래서그렇게건강하십니다.”“사
람이오래살아도치매나중풍에걸리지않아야됩니다.”한정거장
은2~3분거리이다.건강하시고,안녕히가시라며인사를드리고버
스환승차먼저내렸다.
처서지난지한달인데도더위와가뭄은계속되었다.과일들은
덜익어골아떨어지는것도있었고,올익어떨어지기시작하기도
했다.늦잠에서깨어마당으로나가보니하늘은잔뜩흐려있었다.
비라도오면반갑기는할것이나떨어지는대추에는허살이많이날
것이었다.아침을들고대추를따기시작했다.산자락평지첫집,앞
의집들이내려다보이는,우리집울안비탈받이에세그루대추나
무가있다.서있기도불편한비탈에서서한손으로는가시돋은가
지를휘어잡아당기고다른손으로는대추를따내고,떨어진것들은
쪼그려앉아줍기도한혼자서의일을마치니오후여섯시였다.8시
간의작업끝에허리가무직하다는느낌이들었다.
지난해이맘때에는또래의일행셋이서백두대간의막바지구간
을걷고있었다.11월1일진부령도착으로,1년반걸려684km대
간종주를마쳤었다.그후로는셋이서함께일때에는1~2박의낙동
정맥산들을타기도하고,당일치기영남알프스의산들을오르기도
하면서,가끔은혼자근교산행을나서기도한다.산행이나모임일
정이외의날에는울안넓은집에서할일이끝이없다.
전희준/161
대추를딴그날이라고하지않던일을한것은아니었는데,전날
인월요일아침,7시에집을나서KTX편으로의서울나들이에서집
에돌아온시간이당일자정이었다.그하루나들이가무리였던지대
추를딴다음날,수요일아침에는일어나려는데허리가영불편했다.
아침을들고신문을뒤적이다가오후에는병원엘가보기로했다.몇
해전어깨통증이있었을때주사를맞고낳았던병원이생각나서였
다.정류장에는키도몸집도작은노파와그녀의딸,도회풍의중년
주부가나와있었다.잠시뒤에150cm정도,키는같으나몸집이굵
은한노파가다가오며말을건넸다.“버스기다리요?”“야,올때됐
소.그런데할매는와그리배가불룩하요?”“밥을많이묵었스이배
가나왔지.배가불러야힘을쓰재.할매는와그리배가홀쭉하요.
할매는힘못쓰지요?올해몇이나됐는교?”“나,90이요.”“아이구야,
나보다열살이나우에네요.어디가면나보다나이많은사람없다
고그러는데….”“어머니는꼭시간정해놓고밥을조금씩만잡수십
니다.”딸이거드는데버스가왔다.세사람이차에오르고아흔노파
는딸을배웅하고돌아섰다.7km,시계(市界)를넘어K전철역에서
내렸다.경로우대권발급기까지의70여m를여든노파는나를앞질
러활기있게걸어갔다.
지난봄에는4월들며연달아영락공원엘다녀왔다.1일에는내
종질의남매중하나아들,대학2년생의장례였다.전경입영을앞두
고서울의한선배가한턱내겠다는부름에갔다가,당일귀가하라는
어머니의영을따르느라열차편이끊어진밤시간,심야버스로N동
터미널에도착했다.우연한동승의수련의가간다는K동경유로귀
162/2008년의흑백사진들
가키로하고,택시도동승했다.오랜가뭄끝의3월그믐께,그새벽
에사장대비가퍼부었다.B동로터리에서그들이탑승한택시가불
법U턴하는택시와부딪혀승객둘,기사둘네사람이불귀의객이
되어서였다.“인명재천.”그런게있는것인가?
5일에는세교(世交)로이어지는친구모친의장례였다.친구의
부친이유도2단의팔팔했던총각적,혼담이오가던처녀집근처에
서몰래색시감을훔쳐보았다.첫날밤의신부는몰래봤던그아가씨
가아니었다.친구의이모는꽤미인이었던가보았다.신랑은밖으로
나돌았고,속이타는새각시는머잖은곳에산다는퇴기를찾아가
“어찌하오리까?”하소연을했던모양.“담배피우나?”“언지예.”“담
배라도피아라.”열일곱새각시때부터아흔일곱돌아가시기서너달
전까지담배를피우셨다.큰아들네가사는아파트단지의부녀자경
로당에서좌장노릇을오랫동안하시다가고종명하셨다.친구의부친
은역사의격랑에휩쓸려일찍이가셨어도3남5녀8남매모두탈없
이장성해노후로들들고있다.
부박(浮薄)해진오늘의세태에우스개소리로1)건강,2)돈,3)
딸,4)친구까지는남녀가공통인데,다섯째가남자는아내가있어야,
여자는남편이없는것이신오복이라고인터넷에떠돌고있다.반가
(班家)에서일컫는전래의오복(五福)은수(壽)부(富)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의다섯이었다.동서고금을막론하
고부(富}를동반한수(壽)여야바라는바오복의첫째로꼽는수
(壽)일것이다.
옛날에나지금이나산악이70%인국토의조건에는변함이없다.
전희준/163
먹을것이지천이고비만이걱정인오늘날에도우리의곡물자급률
은27%에불과하다.“배가고파서….”로시작되는옛날이야기적시
절에는“가난은나라도못구한다.”며방치했으나,이제는백성의가
난을나라가걱정해야하는시대이다.9월이가고10월들며65세이
상노령인구가500만명,전체인구의10%를차지한다는보도가나
왔다.10년뒤인2018년에는우리나라인구가정점을이루었다가
이후감소세로들어2026년에는노령인구비율이20%가된다고한
다.
2005년기준으로생산가능인구(15~64세)7.7명이고령자1명
을부양하고있지만,2050년애는1.7명이1명을부양해야한다고한
다.생산가능인구층의사람들이사회복지비용으로고액의돈이
자신들의수입에서세금으로떨어져나가기시작하면,노인에대한
세상분위기가어떻게변할까?도회의아파트는주부들의가사에는
편리하나답답하기그지없는공간이다.유아기를벗어나면서어린이
집유치원학교학원직장에서활동하는바깥생활이있지만,정작
시간이넘쳐나는고령자들은갈곳이없다.지하철의경로석은아직
고령자들의차지이지만,버스의경로석표지는없애버려야할시기
가지났다는느낌이다.
불편이느껴지던허리는주사한대로낳았다.여전히주1회고
도1,000m급산을오르고모임에나가고,울안넓은집에서부지런
히일을하며지낸다.불편해보이는사람에게는앉았던자리도양보
하는건강이어서내언제까지살지알지못하나,오래살수록노인을
대하는우리사회의분위기는오늘같지않으리란생각이든다.고려
164/2008년의흑백사진들
장이란말이전해내려온다.제부모를그렇게모셨었다.남의부모
를위해얼마만큼부담하러들까?내가진것많은소수의고령자라
고예외는아니다.현대인들은그물같은사회의조직망속에서살고
있다.물한모금마시는것,차한번타는것,길을걷는것까지사
회의조직망속에서이루어져있는것들을받아들이고누림이거늘,
그것을운영하는사람들(생산가능인구)의고령자를대하는눈초리
여하가우리사회의분위기가될것이다.
내혹시타고난명이길어미수(米壽),백수(白壽)를누리게되
면,초등4학년에서이제겨우밥먹기시작한놈까지친손외손다
섯녀석들어떻게커가나보는즐거움외에별다른것은없을것이
다.그리고주위로부터는어떤소리를들을지.2008년,올해에만나
고보낸팔순,구순의고령자들을“그래도그들은행복했던노인네들
이었다.”며낡은흑백사진의인물들처럼떠올리게되는분위기는아
니었으면싶다.
윤옥자/165
*아동문학평론천료,<새교실>천료,문학박사
*사하구한국수필가협회장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여성문학회,
여류문학회,영호남수필문확회,한글학회회원
*현부산교육대,동아대출강
*논저<구연동화의교육반안연구>외2권,
동화집<참새가된할아버지>외다수
독도유감
윤옥자
눈부시게찬란한아침해가떠오를때마다해에게독도안부를묻
는다.내피붙이하나멀리두고있는듯안쓰럽고,동해바다한가운
데우리의수호신처럼외로이우뚝서우리나라에서가장먼저해를
맞기때문이다.
대한민국경상북도울릉군울릉읍독도리산1-96번지,우편번
호799-805.1,500여년(신라지증왕13년부터)동안울릉도어민
들의생활공간인독도.지금도우리조상들의혼이살아,주권이실
효적으로미치고있고,우리후손들이영원히살아갈독도.겉으로보
기엔여의도광장의반정도로187.453㎡이다.그러나그속엔150조
원이넘는‘불타는얼음산’을끌어안고있다.매탄하이드레이트구조
1호는국내가스소비량30년분인6억톤이넘는다.
166/독도유감
독도는450만년전부터울릉도제주도보다먼저태어나바다의
온갖외로움혼자곰삭인참으로장한섬이다.바다속2,000m거대
화산체위의돌출섬의작은점인바닷물위의독도는동도서도와
89개의암석군으로이뤄져있다.독도주변바다속에는거대한해
산이셋이더있어,독도왼쪽엔‘안용복해산’,오른쪽엔‘심흥택해
산’,그옆엔‘이사부해산’이라고2005년한국해저지명위원회가이
름을붙였다.그리고1,800m밑독도심층해류도발견했다.특히,
심층에선독도주변에서최대초속28.47㎝로북쪽을향하는강한
해류가새로발견됐다.독도가얼마나기뻤을까?아마독도는출렁이
는파도마다너털웃음흠뻑흠뻑쏟아부었을테다.
“독도야,이제는대한민국이과학으로너를지켜줄게다.”
왜내눈에이렇게뜨거운액체가맺힐까?
고려태조13년엔울릉도사람들에게벼슬도내리고,의종11년
엔강릉의창고감독관김유림에게울릉도를시찰하게하는등개척
하려고도했다.다만명종때의공도정책시행과태종16년(1416)
에도주민80여명을육지로소환하고,태종18년에도공도정책을
실시했지만고려시대중기까지도울릉도독도를잘다스렸다.고려
말기무인시대와몽골의침공으로국력이어지러워죽을지경에여
진족과왜구들이울릉도에노략질을했다.결국조선시대까지도공
도정책을실시했다.
그무렵,즉1617년조선광해군9년에일본의오오타니,오야가
자기나라로돌아가다폭풍을만나울릉도에표류하게되었다.큰나
무들과짐승들어패류가무진장있는것을보고눈이뒤집혔다.대접
윤옥자/167
만한전복이너무나탐이나돌아가자마자다른선주무라가와와주
인없는섬이니꿀꺽하자는작당을하고,당시일본의최고권력기
관인강호막부무사정권에게도해신청을냈다.도해신청을낸것
은울릉도독도가자기네땅이아님을인정한셈이다.1618년에는
울릉도도해허가를내고,1661년에는독도에갈수있는도해허가
를얻어둘이서1년씩번갈아가며74년간이나재미를봤다.
이렇게오래도록남의것을훔쳐먹었으면부끄러운줄이나알고
미안함이라도느껴야지,배은망덕도푼수가있지,자기네땅이라고
우기다니,이어찌있을수있는일인가?
숙종18년(1692)3월27일조선어민일본어민이울릉도에서
충돌하고,숙종19년(1693)안용복의1차도일로숙종22년(1696)
1월28일일본에도막부에서울릉도와독도에대한도해금지령을
내렸다.안용복이‘울릉도독도는한국땅’이란문서를든동상이부산
수영공원정상에있다.
독도가우리땅인증거는일본지리학자히야시시해이가1785년
에그린삼국접양지도,일본기무라가1882년에작성한동판조선국
전도다.그리고행기라는일본승려가7세기무렵일본열도를다니며
최초의일본지도를만든인물인데,그의지도에“안도(독도-기러기
가사는섬이란뜻)는사람이살지않고,신라땅이며,신라는566국
으로형성돼있다.”는기록이있다.더중요한건18세기일본지도도
독도는조선땅임을인정했다.
일본인이제작한지도는물론이고현종8년(1840)김대건이제
작한조선전도에우산도(독도)가울릉도동쪽에표기되어있다.요약
168/독도유감
하면조선숙종때안용복이일본어민을울릉도에서축출하고,일본
까지가서울릉도독도가조선의영토임을확인시켰다.고종18년인
1881년에독도라는이름으로부르고정부에서울릉도에주민이주
를장려하였고,대한제국시대에울릉군으로승격시켜독도까지관할
하게하여대한제국칙령41호로세계에알렸다.1900년엔우리관
보에개재하였다.그런데러일전쟁시1905년2월에일본은독도를
시네마에편입하고다케시마라는명칭으로자기네땅이라는망언을
하고있다.그래도1945년8월15일일본이제2차세계대전에패전
하여1948년12월12일국제연합으로부터그영토와주권을국제적
으로공인받아독도와울릉도는우리품에돌아왔다.
“일본의독도고유영토론주장은터무니없는속임수.”란나이토
교수의주장은그의10년간독도를연구한근거있는참으로소중한
논문이다.
“분명히에도막부는1696년울릉도와독도를조선영토로확인
해일본어부들의출어를금지했는데,어찌하여외무성은일본에도
막부초기인17세기중엽에다게시마영유권을확립했다고주장하는
지웃기는일이다.”란그의말에큰박수를보낸다.통쾌하다.
메이지정부의최고국가기관인태정관이독도와울릉도가일본
영토인지조사한뒤1877년3월“독도와울릉도는일본영토와관계
없으니조심하라.”고내무성과시마네현에지시한공문서인태정관
지령문의근거도있는데어찌그럴수가있을까?동물세계의약육강
식과인간세상의이웃사촌이란말이오늘따라왜이렇게번갈아가
며씁쓸할까?
윤옥자/169
이진명파리대교수가낸<독도지리상의재발견>개정판에서,
독도가역사적으로우리땅임을입증하는새로운지도4개를국내
최초공개했다.
이4개의지도는1550~1600년제작한것으로추정되는조선전
도,17세기후반제작한것으로추정되는여지도,프랑스라루스출
판사가발간한1959년판세계지도책,내셔널지오그래픽지도중최
초로독도명칭을표기한1971년판아시아지도,모두이진명교수
가프랑스국립도서관과고문서보관소등을뒤져그사본을직접구
입한것이다.제목없는조선전도는초대주한프랑스공사콜랭드
플랑시(CollindePlance)의수집품으로,1911년경매때프랑스국
립도서관(BNF)이구입.현재는BNF의동양필사본부에소장돼있
다.이두섬을육지가까이표시한것도이섬들이한국의영토임을
나타내기위한것이라고말했다.
안용복해양과학기지가울릉군현포리1만2천㎡에480억원을
투입한다는기쁜소식이널리알려졌다.안용복기념관설립,해양자
원산업화타운독도문화관,청소년수련원,해저광케이불설치,안용
복바다학교,전망대,독도관리선건조,독도문학관,독도현지사무소
설치등이꼭이루어짐을입증해더욱기대된다.경북에서1단계로
150억원을투입,2010년까지해양자원연구센터및단지기반조성
을완료하고,2단계로232억원을투입해2011년부터2115년까지
한국해양연구원울릉도독도기지및에코그린타운을조성한다는반
가운소식도있다.그리고산업자원부는생산기술개발에60억원을
투입하는등가스하이드레이트개발2단계사업이시작되는내년부
170/독도유감
터2011년까지850억원의예산을투자하기로했다.3단계사업이
펼쳐지는2012년부터2014년까지생산량평가와생산기법개발을
위해740억원을추가로투자할계획이다.‘독도(Dokdo)’와‘동해
(East-Sea)’라는이름도국제학계와온세계에널리알려지고빨리
튼튼하게자리잡기를빌고또빈다.
이몽희/171
*〈시문학〉추천등단
*〈시집달빛의소리〉외4권
*사진시문집〈내사랑나의부산〉
*시사진집〈그림자에게〉
오해에관한세가지에피소드
이몽희
비가부슬부슬내리는아침,좁은골목길의어떤초라한집대문
앞에서어머니와아들이우산의꼭지와손잡이를마주잡고서로자
기쪽으로당기고있다.우산은한개뿐인데어머니와아들이서로
자기가쓰고가겠다고잡아당기고있는모습이었다.
그때그옆으로한남자가지나가면서이런생각을한다.
“세상참말세로군,어머니와아들이우산한개를두고서로
다투다니….”
그남자가실망스러운마음으로골목길을막빠져나갈바로그
시각에,어머니의목소리가꽃잎처럼빛살처럼날아와어두워진그
남자의가슴에환한등불하나를밝혔다.
“이우산이왜이리안펴지고떼를쓰노,우리아들옷다젖구
172/오해에관한세가지에피소드
만.”
만약그남자가끝내이말을듣지못한채골목길을빠져나갔다
면,세상을보는그의시선에지울수없는그늘한가닥을일생동안
지니게되었을것이다.
이것은내가동래에있는어떤고등학교에근무하고있을때,어
느비오는봄날아침출근길에실제로보았던정경이다.나는그때
얼핏스쳤던어머니와아들의그모습을지금도잊지못한다.
먼여행길인듯싶은50대의한남자가,석양이가까운무렵에북
한강상류에위치한한군부대앞에이르렀다.부대로들어가는길
양쪽에는철늦은코스모스꽃이지는햇살에눈물을글썽이며가는
가을을전송하고있었다.보초가물었다.
“용무가무엇입니까?”남자는한참을머뭇거리다가“그냥와보았
습니다.여기서내가군대생활을했어요.”라고말하면서,감개어린
눈빛으로부대주변을돌아보았다.
하염없이솟은단풍든산,말없이엎드린막사,만추의적막으로
가득찬들판이멀리서온나그네에게낯가림을하고있었다.
더갈수없는경계선앞에서남자가발길을돌렸을때짧은가을
해는산을넘고있었다.고단하면서도아름다웠던청춘시절의한토
막,그잃어버린세월이어떤모습으로든그흔적을남기고있을지도
모른다는아련한그리움을품고찾아온옛부대의자리에서그가만
난한병사,코스모스핀그자리에서보초를서고있는앳된일등병
의얼굴에서,그는30여년전그자리에서있었던자신의모습을
이몽희/173
보았다.
“그래,이번여행은이것으로족하다.”
그는돌아가는발걸음을재촉하였다.내일오후의강의를위해서
는그날밤에춘천까지가야만했다.간혹군용트럭만눈부신전조
등을켜고달리는도로를삼십분쯤걸었을까.옆에서큰트럭한대
가급정거를했다.삼십대의건장한기사가문을열고“타세요.”했
다.조수석에앉아가면서그가물었다.
“방향도안물어보고아무나태우세요?”
“이길이야뻔하지요.곧장가면갈림길이나오고거기서오른
쪽으로가면화천,왼쪽은동촌방향이니까.아까거기서는누구
든그삼거리까지는가는거지요.”
두사람은초면인데도여러가지이야기를했다.
“미안할것없어요.트럭운전,참외로운직업입니다.밤길에는
더욱그렇지요.그래서같은방향이면자주태워줍니다.재수좋
으면젊은여자를태우기도하지요.그럴땐이고물차가막날아
요.”
갈림길에서그는고맙다는인사와함께사례로얼마간의돈을시
트위에놓고내렸다.늦가을어두운들판저멀리마을의불빛이깜
빡이는춥고적막한삼거리에서서혼자좀처럼오지않는버스를기
다리는그동안은참으로피곤하고외로운시간이었다.그렇게얼마
를지났을까,그트럭이되돌아왔다.“타세요.”
그가머뭇거리자젊은기사는“화천에갈일이생겼어요.같이갑
시다.”하면서그의팔을끌었다.
174/오해에관한세가지에피소드
차를몰면서기사는“나이도지긋한분이뭐그리깐깐해요.의심
도많고…,내가깜빡했는데거기서화천가는막차가아홉시넘어야
있어요.”라고말했다.기사는그를위해일부러차를되돌린것같았
다.
그는부끄러웠다.기사를의심했던것,공구함속에서덜컹거리는
공구들의둔탁한울림,기사의억센팔뚝과간혹마주오는차의불
빛에번쩍거리는눈빛,깜깜한산속빈도로위의깊은적막….
화천시외버스터미널에그를내려주면서기사는웃었다.
“그돈으로는기름값도안되지만,오늘1사단대선배님한테
내차로신고식한번했시다.”
차안에서자기도1사단출신이라고악수를청하던그의큰손이
자꾸눈앞에어른거리는화천읍의밤불빛은아름다웠다.
이이야기는어느해가을에있었던나의여행기중의일부를삼
인칭으로객관화해본것이다.
어느해가을일요일,쾌청한휴일을맞아해운대바닷가는꽤많
은사람들로붐볐다.해가거의지는데네댓살쯤되어보이는사내
아이하나가눈물로범벅이된얼굴로엄마를부르면서미포쪽으로
막뛰어가고있었다.산책중이었던나는그아이를붙들어세웠다.
그리고등을토닥여주면서달랬다.
“나하고여기에서있자.그러면엄마가오실거야.내가꼭엄
마를찾아줄게.”
울면서막무가내로엄마가갔다고믿는쪽으로달려가려는아이
이몽희/175
를한자리에서있게하는것은그리쉬운일이아니었다.아이를간
신히달래면서멀리서도잘보이는자리를골라한참동안아이와함
께서있으니까,조선비치호텔쪽에서사람들사이를헤치면서미친
듯이달려오는한여자가보였다.나는직감적으로아이의어머니인
줄알았다.아이를보자어머니는울면서달려와아이를얼싸안았다.
그리고는아이를품에꼭안은채오던길로되돌아갔다.나는보지
도않은채….그때그여자에게는나뿐아니라세상이모두보이지
않았던것이다.
나는혼자걸어가면서생각했다.저젊은어머니의눈에세상모
든것이제대로보이게되었을때아마이렇게생각할것이다.‘어머,
내가그사람에게고맙다고인사하는걸잊었네.어쩌지?’그러면서
퍽미안해할것이다.그리고는곧잊어버릴것이다.그러나어쩌다
가끔그날일을이야기할때이렇게말할것이다.그날어떤사람이
우리아이손을꼭잡고있었다고,그래서내가아이를쉽게찾을수
있었다고.
눈에보이는것만보고귀에들리는것만들어서판단하면오해가
생기기쉽다.그것이보지못하고듣지못하는진실과항상일치하는
것은아니기때문이다.그러나누구나그런줄을뻔히아는데도사람
사는세상에서오해는끊임없이일어나고,그래서누구나다오해라
는칼에찔리기도하고그칼로남을찌르기도한다.
“바람에날리는갈대와같이항상변하는여자의마음….”
이유명한노래가사에담긴남자의여자에대한인식은남자란
176/오해에관한세가지에피소드
종족의집단적무의식이라고해도좋을만큼모든남자들의무의식
속에깊이잠재하고있는‘의식’이다.그래서사랑하는여자가딴남
자와함께걸어가는것만보아도오해부터하게된다.눈으로본현
실이잠들어있는무의식을깨우기때문이다.
이무의식은평소엔온순하게엎드리고있지만,한번깨어나면눈
이먼용과같이엄청난파괴력을가진다.그러기에셰익스피어의비
극오델로의주인공‘오델로’는눈먼오해의회오리바람에휘말려그
토록아름답고결백한아내의목을눌러죽이고결국은자신도죽게
되는것이다.그가만약오해를부추기는현실로부터눈을돌리고귀
를막았다면,보이지않는아내의마음을보고들리지않는아내의
변명을들으려고애썼다면,지나간것을되돌아보고앞으로올것을
기다렸다면모든오해가다풀렸을것이다.그를둘러싼모든상황을
이해했을것이다.
그러나어찌하랴.오해는화살처럼빠르지만이해는먼샘물처럼
더디고,또오해가남긴상처는샘물로는씻지못할만큼깊을때가
많으니….그런줄뻔히알면서도사람이란저도모르게오해란독소
에심신이시달릴때가많은것,그러니나이를먹어오해든이해든
조금씩잊게해주는것도자연이주는축복이아닐까싶다.
허정림/177
*<한글문학>등단
*부산수필문인협회,불교문인협회회원
*부경문학회감사,수필낭송문학회회장(전)
*수필집<‘어머니’하고불러보면>,<어미새의
눈물>등
웅숭깊은만남
허정림
‘수필’부산문학회에들게된것은순전히후배덕분이다.박시
인은나와동문으로,여학교후배이자문단의대선배다.때늦게등
단을하고도어설픈글씀씀이로못내자신이서질않아문협가입을
미적거리고있을때,등단을하면원적에출생신고부터올려야하는
거라고,등떠밀다싶게수필분과에적을올리게한그다.
빛나는졸업장을타신언니께꽃다발을한아름선사합니다.
(중략)
앞에서끌어주고뒤에서밀면우리나라짊어지고나갈우리들….
의식의먼밑바닥으로부터불현듯헤엄쳐떠오른노래의한구절
을읊어본다.그래,그가끌어주지않았더라면어찌내가우리나라
178/웅숭깊은만남
수필동인지의첫디딤돌이되었다는수필부산문학회의일원이될
꿈이나꿀수있었겠는가.철없이열렬하게,목청껏노래부르면서도
코끝이시큰거리도록눈물어린졸업가의깊은속내를터득하게된
다.그리하여영광스럽게도동문의손을잡고,가장오랜역사를이
어오는‘수필’부산문학회에서훌륭하신선생님들을흠모하며수줍
은끝자리에앉게되었다.그게벌써오륙년전일이다.
언제였던가.회장님과직전회장님을비롯하여이사님몇분이함
께한자리에동석하게되었다.그런저런대화끝에회장님께서정색
으로말씀을꺼내신다.그것이우연의자리였는지,아니면내가모르
는예정된만남이었는지는꼭이알수없으나,뜬금없이내게사무국
장을맡아달라고하시는게아닌가.뜻밖이었다.불에댄듯놀란가
슴으로,능력이부족하다는핑계로극구사양하는데,들러리처럼앉
아계시던이사님들도한마디씩거드신다.
마음이영개운치않았다.사무국장을맡고있던글벗이정년퇴
임을하고서울로바삐떠나야할피치못할사정이생겼다는것이
다.젊고유능한회원들도많은데왜하필나인가라고되짚어보며,
모임의회원으로서회를위하여내가할일은무엇일까곰곰생각하
게되었다.무엇보담도존경하는회장님의말씀을헛으로돌릴수가
없었다.
모임에처음참석하였을때,뜻밖에이해주회장님을뵈었다.은
사님을뵙는듯반가웠다.수년전에세상을떠나신시인이며한글문
학회주간이신안장현은사님께서생전에부산에오실때마다그새
일본에가계셨다는회장님안부를몰라걱정하시는것을여러번들
허정림/179
었다.그래그런지,한번도만나본적이없으면서도처음뵙고오랜
만남처럼그리반가울수가없었다.뿐만아니라,알고보니같은해
봄호에회장님은한글문학수필부문본상을수상하셨고,나는그날
수필신인상을받았으니그게보통일인가.
‘에라,모르겠다.이나이에(결코몇살되지는않지만?)누가나
더러국장이란벼슬자리를쉽사리하라하겠는가.’남은임기가10개
월남짓하다니,이참에작은봉사일망정기쁘게하자고마음을다잡
았다.
그랬던것이이듬해,정기총회를앞두고열린이사회에서‘수필’
70호맞이대축제를위하여회장님의유임을적극의결하게되었다.
회장님은만약그리되면사무국장도그대로따라주기를바라셨다.
이를어쩌나싶었다.앞으로도또2년이라니,이젠천천히여유롭게,
살아온일들을정리하고남은앞날을내다보며어디에도매이지않
는바람처럼조용히살리라고작정을한터인데말이다.
꽃피는사월은정기총회가열리는달이다.화사한겹벚이꽃보라
치는꿈결같은낙원농장에서그새노심초사하시던회장님은한마
디군말씀도없이회원들의뜻을수용하신다.그자리에서내자신이
무어라고,회원들앞에나서서구절구절읊겠는가.꽃잎이어지러이
흩날리는창밖을바라보며꿀먹은벙어리가되어냉가슴만앓다말
았다.
시간은쏜살같다고누가말했던가.바라볼땐아득하던세월이감
쪽같이꼬리를감추려는지금뒤돌아보니,그게참잘한일이란생각
이늦게나마든다.내나름의최선을다하면서많이성숙해졌다는것
180/웅숭깊은만남
을깨닫는다.누군가를위하여무엇을한다는일이오히려자신을위
한도전이고보람이고스스로무한한기쁨이된다는사실을새삼확
인하게된다.
멀찍이서바라만보던소중한회원님들의모습을마음속에그릴
수있게되었다.뿐만아니라목소리조차도기억해낼수있다.그렇
게친근한남다른사이가되었다는말이다.한생을교육자로살아오
신근엄하신원로선생님들이그럴수없이사랑스런청소년들로보
이고(실례합니다),현직의지성들또한얼마나순진하신지,사무국장
의말이라면훈육선생의명령(?)처럼잘따라(?)주신다.회원들사
이엔우의도두터워져어디서만나도핏줄같이반갑고정겹다.문단
의오랜지성들이모여일궈내는웅숭깊은‘수필’부산문학회에서사
무국장을지낸다는게사뭇자랑스럽다.
속깊은만남이란까칠한인생에내리는단비인가싶다.
전정식/181
*한글학회회원,부산지회명예평의원
*전부산교육연구원장
*교단수필<교목>동인,영호남수필동인
*<어디서와서어디로가는거야>(시집),<세월
따라바람따라기쁨도슬픔도>,<소리없는
소리>등
역사서를읽고우울해진까닭
전정식
삼십년전에일본에들렀을때,교도의서점에서<일본인을생
각한다>라는책을사서읽다가,진순신(陳舜臣)이란사람을알게되
었다.그는문학가이고역사가인데,일본오사카에서태어나서거기
서대학을나왔다.나는그의<중국오천년사(상하권)>와<중국의
역사(전7권)>,<중국역사기행(전5권)>등그의저서수십권을
읽었다.중국여행시에는그가쓴<중국역사의기행>을가지고갔
다.그런데나는그의덕분에사십여권의중국사를읽게되었는데,
근자에그가집필도하고책임감수도한<인물중국의역사(전10
권)>를읽고는마음이무거워졌다.그책속에는동물보다도더잔
인한행동들이여럿나오기때문이었다.그속의몇사례를들어보
겠다.명(明)나라시대에는다음과같은일들이있었다.
182/역사서를읽고우울해진까닭
천계제(天啓帝)의총애를받던환관위충현(魏忠賢)은젊었을때
에거리의깡패였다.무학문맹인그는도박을하다가빚을지게되
자홧김에스스로거세하여환관이되어궁중에들어갔다.그런그가
환관으로는최고위인병필태감(秉筆太監)에올랐는데,그렇게된것
은천계제의유모객씨(客氏)와사통하여두사람이황제의총애를
독점하였기때문이었다.환관이사통한다는것은우스운이야기이지
만,여러방법으로가능했던듯하다.환관중에는궁중의여관과부
부관계를맺는다든지정식으로처첩을둔자도있었다.위충현은그
런방면에는특출한사람이었다.그로하여금권세를전횡할수있었
던것은명말년의부패한금권정치사회상도한몫하였다.그는남
성기능회복에좋다는속설을믿고는,죄인일곱사람의뇌를생으
로도려내어먹는잔인한사람이었다.
또,명의3대성조(成祖)는사대부대표인방효유(方孝孺)를십
자가에매달아사형하고일족80여명을살해하였으며,같은시대에
요동(遼東)총병이성량(李成梁)은여진토벌시에포로1,400명을
그자리에서모두베어죽였다.
명나라를건국한주원장(朱元璋)홍무제(洪武帝)는집권동안5
만여명을숙청하였는데,동향인으로같이건국에힘쓴동지인호유
용(胡惟庸)이중서성장관이되자,국가전복의모반을꾀했다하여
그의배하에있는관료3만명을처형하였다.그리고사천,운남의평
정과원군과의전투에큰공을세운동지인역시동향인인남옥(藍
玉)도앞의호와마찬가지로무고의죄를씌워그의도당2만여명을
숙청하였다.이러한주원장의피의숙청행위는그가빈한한출신으
전정식/183
로콤플렉스가있어서이다.그대표적인예로,이당시강남의소주
(蘇州)를중심한지역은문화활동이활발하였다.주원장은집권하자
이곳의화가와시인과묵객등문화인들을투옥하고터무니없는죄
명을붙여죽였다.그가일으킨옥사는거의무고라고보고있다.
중국역사에는이외에도후량(後梁)태조주전충(朱全忠)은귀
족,고관30여명을죽여서황하에던져버리었고,환관수백명을살
해하였다.후한영제시에는이용등의제2차당고로100여명이피
살되었으며,북위(北魏)의3대태무제(太武帝)는사도최호의일가
를모두죽였다.역시북위시대에영태후(靈太后)는음탕하여서울
등지에서건장하고잘생긴남자를골라오게하여매일밤즐겼다.
이소문이퍼지자정치부패를일소한다며이주영(爾朱榮)이군사를
이끌고궁중으로쳐들어가서2,000여명을학살하였다.
청(淸)대에이르러서는,1645년에양자강유역으로남하한청군
이이지방의도시가반항하자학살과약탈을자행하였는데,이때양
주(揚州)에서는80만명이죽임을당하였다.명의재건을위하여의
군을일으킨고염무(顧炎武)의고향강소성(江蘇省)의곤산현(昆山
縣)은청군에포위되어4만여명이학살되었는데,고염무의넷째와
다섯째의두동생도피살되었으며,그의생모는오른팔을절단당하였
고,이소식을전해들은양모(養母)왕씨(王氏)는단식자살하였다.
역시청의말년에홍수전(洪秀全)이태평천국(太平天國)을남경(南
京)에서건국하여서울이름을천경(天京)이라부르고스스로천왕
(天王)이라고칭하였는데,휘하의난맥상을보면북왕은동왕과그
일족을살해하고익왕(翼王)까지죽이려하자,그는천경을탈출한
184/역사서를읽고우울해진까닭
후에다시대군을이끌고천경으로오자,천왕은이기회에연왕(燕
王)과북왕을체포하여처형하여반란을진압하였다.이이삼개월
동안에3만여명이죽었다.
중국의여사를읽어가면서절감한것은,인간이권력의마력에
홀리면지옥의악마무리가되어동물도달아날잔인한짓을눈하나
깜짝하지않고자행한다는점이다.중국유일의여황제가된측천무
후무조(武照)는권력의자리를유지하기위하여109명을죽였는데,
그속에는아들도딸도손자도있었음을보아도권력의마력의생리
를알수있겠다.같은인간이저지른이러한잔학함을생각하니우
울해졌다.
이기태/185
*한국문협,부산문협,부산수필가협회회원
*부산⋅대구등지지검⋅지청검사및지청장,대구⋅부산
등지고검검사역임
현변호사이기태법률사무소운영
*수필집<떠날사람남는사람>,<네거리에버려진공>등
방약무인(傍若無人)
이기태
예의바르고남달리이웃사정을살피는정많은백성으로알려진
우리겨레가언제부터이렇게제만알고,제주장만옳고,남의사정
이나의견에귀기울여살필줄모르는독불장군같은사람들로바뀐
것일까.
내가일상을보내는법조언저리야민형사간의시비로독이오를
대로오른사람들만득실대는거리인지라,법정복도나마당할것없
이가끔고성으로시비하고멱살잡이까지벌어지는일이야있을수
있겠지마는,전철이나식당등공중이같이이용하는공간에서의고
성대규(高聲大叫)는고요함을즐기는나같은사람의인내의한계를
넘어선지가오래다.
광복동쪽에볼일이있으면차를가져가지않고전철을이용하게
된다.고유가시절에절약도하고교통체증에시달릴일도없고,전
186/방약무인(傍若無人)
철역까지의적당한보행거리가모자라는운동량의보충이되기때
문이다.머리에백설을인덕으로대체로노약석에앉을수있는게
다행이기는하지만,옆사람의이목을전혀개의치않는승객들끼리
의대화나핸드폰전화소리는정말견디기가힘들다.자연히그대
화나통화의내용을엿듣게되는데,그내용들이너무나치졸한것에
도새삼놀라게된다.
한번은초로의여인두사람과경로석에동석케되었는데,약40
분간의탑승시간중의그들의화제는단하나그날김장담근일에
관한것이었다!
주제를요약하고문장을간결히쓰는데평생을주력해온나로서
는,대화중에제삼자와의대화내용을마치녹음을재생하듯어김없
이되풀어내는여인네들의언어능력의탁월함에매양경탄을불금
해오는처지이기는하지만,그로인해서끝없이이어지는요설(饒
舌)에는진저리를치지않을수없다.
그대화의내용의저속함도그렇지마는,그것이당사자사이의소
근댐이아니고곁의사람이들으란듯이큰소리로떠들어서어쩔수
없이듣기를강요당하는고통이너무큰것이다.
1980년대초청주지검에근무할때의일이다.신록의계절5월
에,명찰법주사탐방을위하여부산서온친구2명과함께보은(報
恩)행버스를탔다.공휴일이어서대부분의승객이같은목적인것으
로보였는데,그중대구에서온중년여인5,6명은과연영남여장부
다웠다.거센대구액센트로쏟아내는그들의고성요설은버스종
착장에도착해서야멎었다.그기세에눌려숨을죽이고있던승객
이기태/187
중한사람이뱉은“에이!경상도여편네들은시끄러워!”라는말은아
직도귀에생생하다.
선진국이된다는것은경제적풍요만으로이루어지는것이아니
다.그나라국민들의공중도덕의질적수준과비례하는것이다.
약30년전에일본의수도동경에서반년간체재한일이있다.출
퇴근시의럿시아워때는,승객을억지로떠밀어올리는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이마에구슬땀을흘려야할만큼분비는동경의지하철
안에서책이나신문을읽지않고무료히졸고있는사람을찾아보기
는어려웠다.동서고전을비롯하여각종취미물에이르기까지문고
판소형책들이쏟아져나오는이유는전철안에서서흔들리면서도
책을놓지않는일본인들의광적인독서열때문이리라.
그래서아무리시원찮은내용의책이라도,초판본10,000부의출
판비를저자가손해보지않는이유는전국의국공립도서관에서의
무적으로납본받아주는대가만으로도출판비를충당할수있기때
문이라는말을듣고,저명한시조시인의시조집출판비를마련하기
위해서화전시회를주재하였던일이상기되어부러웠다.
신간이출판될때마다대중판인지장본문고판이출판되는미국
이나구라파와는달리,한때몇종류발간되던문고판마저자취를감
춘한국적현실은전철이나항공기내에서독서하기보다지인과의
담소를즐기는한국적문화풍토와깊은연관이있을것이다.
대중식당내에서의소란은지하철안과는비교도되지않는다.
옆좌석에다른손님이야있건없건자기일행들과고성으로담소하
거나언쟁하는것은완연히시장바닥같은풍경이다.일행과의정담
188/방약무인(傍若無人)
은고사하고음식맛을제대로즐길수조차없으니,이런해괴망측한
음식문화에언제부터우리가함몰한것일까.
예약하지않은한들어갈수없고,종업원의안내를받아야만들
어가앉을수있으며,분위기를고조하는고요하면서도경쾌한음악
속에서이웃사람에게방해될까봐속삭이듯조용조용대화하는구
미의식당풍경과너무나대조적인우리대중식당문화의방약무인
성.정치적민주화가대중문화의저속화와결코동일시되어서는안
될일이다.이러한공중도덕의상실또는타락의원인은가정교육
의부재에서비롯되었다고보인다.
한때치열했던정부주도의산아제한정책과산업화,도시화의
진전때문으로보이지만,우리의전통적인가부장적대가족제도는
완전히붕괴되고,우리사회는1,2명의자녀만을갖는소가족과무
자녀,또는독신자의가호로철저히분화되고말았다.
하루에한번얼굴보기조차힘든부자간에무슨대화가이루어질
수있으며,오랜미풍양속의전승이가능한교육적환경이갖추어질
수있을까.부모의편애속에서경쟁자가없어형제애를모르고자란
자녀는자신의욕구충족에충동적으로매달릴뿐이며,자기외의남
의사정을돌볼수있는여유가없이자라는것이다.이렇게잡초처
럼자라는자녀에대하여동물적인애정만을쏟을뿐,장래의신사나
숙녀로,또는성실한시민으로성장할수있도록자녀의부당한욕구
에위엄있는충언이나질책으로제동을걸고올바른길로인도하는
적절한훈도를게을리하는부모의비교육적자세가문제라하지않
을수없다.
이기태/189
회초리를아끼면자식을버린다는말이있다.자식의잘못에대하
여충동적으로욕설이나주먹질로대하지않고,그시비를신중히따
져서잘못의정도에따라회초리의수를조절했던옛선인들의가정
교육방식은오늘우리가새로이배워전승시켜야하지않을까.공중
도덕에대한교육은부모만의책무가아니고사회구성원모두의것
이라고생각할수도있다.
나의자녀가어렸을때의일이다.공휴일이라어린이놀이터에함
께갔다가,점심때가되어근처식당에가서음식을주문하고기다
리는중이었다.그때초등학교4,5학년으로보이는여아가배구공을
가지고식탁과식탁사이의좁은공간에서공놀이를시작하는게아
닌가.수많은사람이출입하는식당나무바닥에서먼지가풀석풀석
올라왔다.그여아의부모로보이는젊은부부가바로옆에앉아있
었으나,그들은자기딸의그러한버릇없는행동이귀엽기만한듯
웃으며바라볼뿐제지하지않았다.세상에이럴수가!내가슴속에
솟아오르는불덩이를끝까지참을수있는인내력이내게는없었다.
나는그여아에게“여기는운동장이아냐.네공놀음때문에다른사
람들이먼지를먹게되지않아!”라고꾸짖고,그들의부모를향해서
도자식의잘못을고치는것이부모의책무라고타일렀다.‘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석존께서말씀하셨다고하지마는,유아독존은나만
이존귀한것이아니고남도나와똑같이존귀한존재인것이다.
서로를존중하면서여유있게자기의삶을즐기던우리선조들의
격조높은느긋함을되찾아야만선진국대열의문턱을넘어서게될
것이다.그때가언제쯤일지….
190/어느날갑자기
*<시와의식>수필등단
*한국문인협회회원
*부산여성수필문인협회사무국장
*금정구문인협회회장
*<꽃이말했다>외3권
*점핑논술속독학원원장
어느날갑자기
박희선
친척아주머니가이사를했다는연락이왔다.웅장하게잘지어진
주택만보면떠오르던분이다.그많은살림을어떻게하고이사를
했을까.전화를끊고나서도내내궁금했다.
주변사람들로부터짐을정리해야겠다는말을자주듣는다.나도
그래야겠다고말은하지만실천이잘안된다.방마다짐이그득하다.
이사라도자주하면알게모르게짐이줄어들텐데,한곳에산지수
십년이되었으니그럴만도하다.사진을찍자고하면그것마저짐
이된다고고개를흔드는이가많은데,어쩌자고이많은짐을껴안
고있는지.
찾아간곳은열다섯평도채안되는빌라였다.큰방엔붙박이장
이있고,옥장판이주인인듯누워이불을덮고있다.옆방의숨소리
박희선/191
도들릴듯한공간이다.사시던집이사생활에침해를받지않는집
이라면지금은마루에앉아있어도가족들의드나듦이한눈에들어
온다.아주머니는나를작은방으로데려갔다.분위기좋은전통찻집
이다.벽면이시원하다.아무것도걸려있지않으니마음까지넓어진
듯하다.차탁과누비방석만이사람을안는데포근하기이를데없다.
이사를하셨다는전화를받고무얼사갔으면좋겠느냐고물었다.
나는책서너권을사려고마음먹고있었다.정색을하며사오지말
라는당부가없었다면또짐하나를보태는우를범했을것이다.왜
이렇게좁은집으로이사를했는지물을수없었다.주방에도밥그릇
두벌,찬그릇몇개뿐단출하다.아주머니는흘러가는남의말처럼,
아들이떠난지일년되었다고한다.처음그말을들었을때유학
간줄알고어느나라무슨대학에갔느냐고물을뻔했다.나는마시
던차를놓고그냥있었다.하나뿐인아들이왜그렇게되었을까.
어느날갑자기떠났단다.보통의대학생이그렇듯이늦게들어와
제방으로들어갔는데다음날인기척이없어들어가보니숨져있었
단다.참으로땅을칠일이다.사망원인은심장마비였다.나는어떤
위로의말도할수없어찻잔을만지며차만마시다돌아왔다.
아주머니내외는참좋은분이다.가까운친척들돕는일을즐겨
했다.셋방살이가지겨워평생이사안하고살집을짓고싶다고하
시더니,정말넓고좋은집을지으셨다.찾아오는객들에게넉넉한
잠자리와먹을거리를제공할수있어서행복하다고하신분이다.새
집구경하러오라고해서들렀더니,원대로이루어진것에대해감사
하다는말을잊지않고있었다.품도넓어그집에서공부하고취직
192/어느날갑자기
하고결혼해서나온조카들이한둘이아니다.쌓은공덕만해도탈
없이잘살아야할어른이신데왜그런불행이닥쳤는지.
나는가끔신을생각한다.눈에보이진않지만존재한다고믿는
다.무슨잘못을저지르면사람은모르고지나가도신이벌을내릴
거라는생각이든다.그래서남에게해입히지않고산다면신도내
편이라고믿으며당당하게산다.그런데신은어디에있단말인가.
일가친척잘돌보며살아온세월이얼마인데자식을그렇게갑자기
데려갈수있나.잘못이라면집을너무잘지었던걸까.넓은집이한
때의꿈이었는데이젠그집이걸림돌로남는다.아들의방에서무슨
소리가났는지듣지못한게아주머니의한으로맺혔다.아들이생사
를다툴때손내밀어주지못한아주머니의슬픔이내슬픔으로오
랫동안남아있다.
마루한쪽구석에책다섯권이놓여있었다.그속에나의첫수
필집한권도끼어있었다.불경과성경,다른두권은전공서적인
듯두께가사전만했다.내수필집을꺼내어가방에넣어주었다.차
마버릴수없어서두었다고,이제주인을만났으니돌려주고불경과
성경만남기고저책도아들에게보낼거라하신다.집나갔던첫수
필집은다시내곁으로왔다.색깔마저바랜표지를볼때마다간이
서늘해진다.십육년만에다시돌아온수필집이반가워야할텐데,
막막한사연이배어있어오히려슬프다.
기쁨과슬픔은다정한이웃처럼함께있다.아주머니집엔큰슬
픔이지나갔다.이젠기쁨이올차례다.어떤방법으로찾아올지모
르지만힘든하루가지나면덜힘든날이찾아오겠거니하는희망을
박희선/193
품고산다.어느날갑자기우리에게무슨일이일어날지아무도모
른다.소리없이찾아온기쁨과슬픔을흔들리지않고받아들일수
있는나는어디에있는가.걸린근심을내려놓지못하고가슴떨리는
걸보면아직한참멀었다.
194/루프트한자비행기를타고
*<수필시대>신인상등단
*청하문학회,부산문인협회회원
*부경대학교경영대학교수
루프트한자비행기를타고
최홍석
자식들덕분으로서유럽여행길에나섰다.회갑기념여행이란다.
작년이나의회갑해이고내년에는저들어머니회갑인데,그중
간인금년에두사람을함께외국여행시켜드리자고미리의논이
되었던모양이다.여행목적지와출발일자만정해주면저들이알아
서다하겠다고해서,긴가민가하면서도6월말경과서유럽이좋겠
다고말해준것이지난설날연휴때였다.그리고는어찌하나두고만
보고있었는데,5월초에서울에서막내가내려와서H투어패키지
여행상품을추천했다.
인천에서독일프랑크푸르트를거처영국런던,프랑스파리,스
위스로잔과융프라우,이탈리아의밀라노,피사,로마,피렌체,베네
치아,오스트리아인스부르크,독일의퓌센,로텐부르그,뷔르쯔부르
최홍석/195
크,다시프랑크푸르트를거쳐인천으로돌아오는유럽6개국10박
12일코스다.두사람이의논하여좋다고했더니일사천리로일이진
행되었다.우리는여행가방을챙겨비행기만타면되었으니효도관
광이좋긴좋구나.이코스는1982년겨울에런던에서출발하여11
박12일동안중부유럽을일주하였던토마스쿡여행사의패키지상
품‘이탈리안익스프레스’와비슷하였다.그당시나는영국런던의
동런던대학교(UniversityofEastLondon)에서영국교육제도에
대하여연수를받고있었다.마침크리스마스휴가기간이되어동료
교수두사람과함께유럽대륙여행길에나섰던것이다.그러니나
로서는이번이두번째여행길이지만,아내는난생처음가보는유
럽이다.
6월22일아침,집결지인인천공항으로가기위해서둘러집을
나섰다.김해공항에서서울공항으로가는항공편을예매해두었던것
이다.그러나문제가생겼다.호사다마라했던가.전날저녁까지아무
문제없던날씨가아침이되니짙은안개에다이슬비까지부슬부슬
내리고있었다.비행기가뜰수있을지가염려되었다.아니나다를까,
김해공항에확인전화했더니어렵사리된통화에서서울행첫편은
이미결항예보되었고,우리가타기로한그다음편은아직대기중
이라고했다.평소때보다일찍공항에나가봐야겠다고서둘러집을
나섰는데,문제가생각보다심각했다.빗방울은더굵어지지않았지
만안개가더짙어지고있었던것이다.택시를타자마자우리는김해
공항으로가는것을포기하고부산역으로향했다.집에있는큰딸에
게전화하여항공편을취소시키고서울행KTX표구입이가능한지
196/루프트한자비행기를타고
를알아보게했다.우리가택시로이동중에두가지모두확인이되
었다.휴대폰의편리함에감사하면서부산역구내를뛰어가서표를
사고여행가방을끌며뛰듯이걸어가서가까스로여덟시기차를탔
다.여덟시삼십분출발항공편이여덟시출발고속열차로바뀐것
이다.당연히열시오십분의집합시간은지킬수없게되었다.그러
나오후한시오십분의프랑크푸르트행항공편탑승에는아무문제
가없을것이다.인천에서출발하는단체여행에는부산에서인천으
로이동하는교통편선택에신중을기해야한다는교훈을얻었다.고
속열차는시속290Km를넘나들며빠르게달리고,하늘은점점맑
아지고있었다.그냥공항으로갔더라도아무런문제없었을뻔했다.
청록색녹음우거진차창밖을바라보며유럽의여름도이런색일것
이라고생각했다.여름유럽은내게도첫경험이다.
서울역에내리자마자또뛰듯이바쁘게걸어서인천공항가는리
무진버스를탔다.기다리지않고버스를탈수있었던것은행운이
다.버스안에서여행사에전화하여4~50분늦겠다고양해를구했
다.버스에서내려서집합장소까지걸어가는거리는왜그리도멀든
지.따라오는사람의걸음이늦어서천천히오라하고나혼자먼저
집합장소에갔다.우리두사람을제외하고는모든사람들이다모
여일정설명을듣고여권확인및항공권지급을받은상태였다.체
크인직전에도착되었고다른여행객들은우리의지각을알지못했
으니천만다행이었다.여행사예약담당직원과인솔자를만나항공
권과일정표를받고맨앞에서서일행들보다먼저체크인수속을마
쳤다.비행기출발까지는아직도한시간반이나남아있었다.비로
최홍석/197
소안도의한숨이나왔다.전송나온아들을만나중국식당에서짬
뽕한그릇씩으로점심을때우고는곧장출국수속이다.출국신고와
입국신고카드를별도로작성하여제출하던시절에비하면절차가
너무나수월하다.비행기탑승시간을기다리며여행일정표를훑어
본다.이동거리가너무길어서기차와버스안에서녹초가되지나않
을지걱정이다.그러나빠르게바뀌는환경에긴장하고수많은관광
명소에감탄하다보면신체적피곤함은아무것도아닐것이다.그래
서여행은언제나즐겁고가슴설레는유혹이다.
오후한시이십오분부터탑승이시작되었다.독일국적기루프트
한자에어버스A340-600이다.좌석은일반석맨뒤쪽에서10열정
도앞쪽의창가였다.여행사에서단체관광승객용으로값싸게구입
하였을테니출입구에서멀다고불평할수는없는일이다.외국을다
니며여러나라비행기를타봤지만,루프트한자는이번이처음이다.
처음타보는이비행기에서나는세번이나놀랐다.
처음놀란것은만석에가까운이독일국적선의승객이대부분
한국사람이라는사실이었다.백인들도더러보였지만얼마안되었
다.유럽으로가는한국사람들이그만큼많다는것이다.기내방송
은독일어,영어,중국어그리고한국어순으로나왔다.탑승하고있
는한국인승무원도3명이나된다고기장이소개하였다.20여년전
과비교하면그야말로상전벽해(桑田碧海)요천지개벽(天地開闢)이
다.그당시는유럽으로가는항로도알라스카앵커리지를경유하는
것으로지금과는반대방향이었다.
두번째는기내식으로비빔밥이나오고스낵으로컵라면이나왔
198/루프트한자비행기를타고
다.대한항공이개발하여히트쳤다고알려졌던비빔밥을독일비행기
에서먹게되었으니감개무량이다.좁은공간의비행기좌석에장시
간묶여있다보면소화도잘안되는데,때맞춰나오는기내식을억
지로먹어야한다는것은고역이다.대부분이우리입에맞지도않는
국적불명의기내식이라더말해무엇하겠는가.그러나고추장벌겋
게짜넣고참기름듬뿍쳐서쓱쓱비벼먹는비빔밥은한국사람들
에게는그저그만이다.
세번째가진짜나를놀라게한사건이다.저녁식사가끝나고빈
그릇들을회수한트레이를밀고가던독일인여승무원이통로쪽으
로조금나와있던내오른쪽무릎을강하게친것이다.저녁식사끝
내고느긋하게여행안내서를읽고있었던나는무릎에서전해오는
고통에낮고짧은비명과더불어무릎을감싸안고얼굴을찌푸렸다.
순간적으로너무놀라고아파서잠깐동안그대로있었다.그러자나
보다더놀란승무원은트레이를뒤로밀쳐놓자마자바로내게로와
서미처보지못했다며자신의잘못을사과하였다.그리고괜찮으냐
고몇번이나물었다.내게서아무런대답도듣지못한그녀는조금
뒤에서따라오던한국인여승무원에게괜찮은지물어보라고인계하
고는가버렸다.한국인여승무원이“무슨일이세요?”하고물었다.내
무릎이트레이에부딪쳐서아프다고하였더니“아하!술많이드셨어
요?”하고는빙긋웃으며그냥가버렸다.나는분기탱천하였다.우리
가비록이코노미석끝줄가까이에앉아있는처지지만,그래도거액
(?)의탑승료를지불하는손님이아닌가.더더욱화가나는일은그
한국인승무원의태도였다.이여자는부딪친부위의상태나내기분
최홍석/199
은알려고도하지않고,식사때반주로마신와인때문에다소붉어
진내얼굴만쳐다보고는엉뚱한말로내심기를건드린것이다.그
냥참고넘어갈일이아니다.남들못하는외국어잘해서들어가기
어려운외국항공사에근무한다는자긍심때문일것이라는생각이
들었다.이자긍심이지나치면종종같은한국사람들에게우월감으
로나타난다.외국에있는한국대사관이나한국에있는외국대사관
에근무하는한국인직원들에게서그런모습은쉽게발견된다.끝없
는친절과헌신적봉사라는승무원본연의자세가동족의승객에게
는예외로취급되고있는것같아서화가많이났다.조금있으니그
독일인여승무원이다시와서괜찮으냐고묻고앞을잘보지못한자
기잘못이라며머리숙여사과하였다.나는이제좋아졌다고하면서
조금전에당신과함께일한한국인여승무원을불러달라고했다.
그리고얼마있다나타난한국인승무원에게차근차근그의잘못을
지적하였다.한국인승무원들은이비행기에탑승하고있는한국인
승객들을위하여존재하는것아니냐고했다.그러니한국인승객들
에게더친절하고언어장애로인한의사소통에불편함이없도록해
야하는데,전후사정도알아보지않고어찌그럴수있느냐고나무
랐다.그랬더니자기가아니고다른승무원인것같다고하면서대신
사과하였다.그리고한참후에나를화나게하였던그승무원이와서
사과하였다.시간이제법흐른뒤라내화도가라앉아있었고상황은
종결되었다.그러나나를놀라게하였던그사건은그로서종결된것
이아니었고그후에도계속이어졌다.조금있으니그독일인승무
원이와인한병을들고왔다.조금전에자기가앞을잘보지못해서
200/루프트한자비행기를타고
저질은실수에대하여다시한번사과하고,이조그만것은자기마
음의선물로받아주면좋겠다고하면서내손에와인병을쥐어주고
는,한사코사양하는내말은듣지도않고훌쩍가버렸다.생각지도
못한의외의선물에아내는어서도로가져다주고오라고했다.그
러나선물이라고하는데돌려주더라도무슨이유가있어야하지않
겠는가.한참을끙끙거리며고민(?)하였더니좋은생각이떠올랐다.
나는곧장비행기후미에서대기하고있는승무원들에게갔다.그리
고는영어로설명하였다.“우리는곧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런던으
로가는항공편으로갈아타야한다.다시보안검사를받아야하는데
이정도양의액체는기내반입이안될것이다.그러니내가가져갈
수가없다.이와인병은도로돌려드리고고마운마음만은갖고가
겠다.고맙다.”그러자나이가들어보이는독일인여승무원이투명
한비닐봉투를가져와서그와인병을넣고는봉투를밀봉하였다.
겉면에쓰기를“이술병은승무원이선물로준것입니다.”독일어와
영어로나란히기록하고는밀봉하였다.“보안검사시에이메시지를
보이시면큰문제없을것입니다.”라고하였다.나는짧은독일어로
고맙다고인사하고는,생전처음으로비행기승무원이주는그선물
을감사히받았다.자신의잘못을인정하고어떤형태로든지보상을
해야사건이종료되는독일인들의그철저한합리성이우리를세번
째로놀라게한것이다.
열한시간삼십분이흘렀다.우리는프랑크푸르트공항에내려서
런던행항공기로바꿔타야한다.통과승객임에도불구하고우리들
은모노레일을타고다른건물로가서다시보안검사를받아야했
최홍석/201
다.그런데그보안검사의까다로움에우리는기가막혔다.여성들
은신발을벗게하고구두안쪽까지검사하였다.당연히시간이많이
소요되었고대기자들의줄은한없이길었다.기다리고기다리던끝에
마침내우리차례가되었다.예상하였던대로와인병이문제가되었
다.젊은남자직원이비닐봉투의그메시지를읽고서도단호하게
안된다고했다.나는포기하지않고상급자를불러달라고부탁했다.
나이가좀들어보이는남자직원이왔다.그도이리저리돌려가며
비닐팩에들어있는와인병을살펴보고는,자기들끼리몇마디를주
고받으며의논하는것같았으나통과시켜주지않았다.그들두사람
은조금떨어진곳에있던여직원에게로가져가서내게서들은상황
을설명하였다.나도따라갔다.그분이책임자인모양이었다.그사람
은조금의망설임도없이내게병을돌려주며가져가라고하였다.거
의포기상태에있었던나는너무나쉬운결정에또한번놀랐다.두
사람의남자직원은아무말없이자기자리로돌아가고,우리는연
신시계를보며런던행탑승구를찾으며걸음을재촉하였다.탑승시
간이가까웠던것이다.
독일인들은법과원칙에철저한사람들이다.그래서딱딱하고융
통성이없다.그러나사회는안정되고경제는풍요롭다.독일인들은
개인의이기심을발전의동인으로삼는자본주의의비정함을누구보
다도일찍깨달았다.칼마르크스와프리드리히엥겔스가대표적인
인물이다.그들은자본주의를타도의대상으로삼았지만막스베버는
달랐다.그는정직,근면,검소,박애의청교도윤리를자본주의에접
목시켜이를자본주의정신으로승화시켰다.그것이다함께잘사는
202/루프트한자비행기를타고
유럽식자본주의의이론적바탕이된것이다.
비행기와공항에서만난독일사람들의합리성이새삼가슴에와
닫는다.
(2007.6.)
정약수/203
*<수필춘추>등단
*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부산대학교인문대학장지냄
어머님을닮아가는누님
정약수
어머님이돌아가신지벌써35년이지났다.긴세월이다.세월은
사물의형상에대해서뿐만아니라형상없는사람의기억과마음에
도풍화작용을가하나보다.돌아가신어머님에대해간직하고있던
생생했던기억과애절했던마음도이제는많이녹이슬고퇴색하게
되었다.10년이면강산도변한다는데,35년이나지났으니왜아니그
렇겠는가.
평소에는어머님을거의잊고지내다가,어쩌다고향집에라도가
게되면다시어머님생각을하게된다.어머님께서오랜세월사셨
던집이니,그집이어머님을회상시키는건당연한일이다.어머님
이기거하셨던안방,어머님이사용하셨던장롱,어머님이늦게까지
드나드셨던재래식부엌,어머님이앉아서집안일을하시던마루,마
204/어머님을닮아가는누님
루밑에놓인축대밑으로평평하게펼쳐진,지금은흙이빗물에씻
겨가서그런지군데군데돌무더기가불거져나오고잡초가무성한
마당,마당한귀퉁이에자리잡고있는장독대,처마밑한모퉁이에
아직도놓여있는돌절구통등….어쩌다고향집에가서이런물건
들을볼라치면그것들과관련해서어머님의모습이떠오른다.하지
만,그런것들은어디까지나어머님을연상시키는물건일뿐어머님
의부재의공간을메울수있는대상은아니다.
그런데나에게어머님의그부재의공간을대신메워주고있는
분이있다.누님이다.누님은어머님이돌아가시던그해부터어머님
을대신하여고향집을지켜오셨다.그러니까햇수로자그마치35년
이나되었다.아버지와어머니가함께그고향집에서사시다가어머
니가먼저세상을떠나시자늙으신아버지를모실사람이없어졌다.
아들이3형제가있었지만,막내인나를포함하여모두가고향을떠
나외지로나가서살고있었다.게다가나는아직결혼도못한처지
였다.다들이런저런사정으로아버지를외지로모시고나가기도어
려웠고,그렇다고다시고향으로들어와서살처지도아니었다.여러
사정을감안하여,형님들과나는그때홀로되신누님에게고향집에
들어와아버지를모시고살아달라고사정사정했다.
누님은처녀시절아버지의강권에못이겨마음에도없는사람과
억지결혼을했다.그래서그랬는지,결혼생활이순탄하지못했고,
곧파경을맞았다.그렇게해서친정으로돌아온누님을아버지가곱
게보아줄리가없었다.출가외인이라고온갖구박이뒤따랐다.하
는수없어누님은고향양산을떠나그때만하더라도낯선외지인
정약수/205
부산으로나가이일저일닥치는대로온갖고생을다하며살았다.
그러면서조금이라도돈이생기면그것을자신을위해쓰기보다친
정동생들과가족들을위해서썼다.누님은자신에게딸린가족이없
었으니,가족이라곤친정식구밖에없었다.내가고등학교와대학을
고향을떠나부산에서다닐수있었던것도상당부분누님덕분이었
다.내가대학을졸업하고군복무를마치고처음고등학교교사로
취직을하여겨우자립의길로들어서기전까지나는늘누님의도움
을받아왔다.
그런누님에게이번에는어머님이돌아가시자,그런대로자리를
잡아가던부산을떠나다시고향집에들어와아버지를모시고살아
달라고사정사정했다.사실누님은그때까지도자신을위해살기보다
늘상가족을위해희생을하며살아왔다.어머님이중풍으로쓰러져
돌아가시기까지몇달동안부산의모병원에입원하셨을때도어머
님병구완을맡은사람은누님이었다.어머님이돌아가시고아버지를
돌볼사람이없자이제는누님에게또아버지를모시는짐을떠맡길
셈이었다.그렇게늘자신을희생하는데익숙되어온누님은그때도
오빠와남동생들의간청을끝까지거절하지못했다.
그렇게해서누님은다시고향집으로들어와,별로사이도좋지
못했던아버지를모시고아버지를봉양하며아버지가돌아가실때까
지고향집을지키며살았다.그러다가어머님이돌아가신지9년
후에아버지가돌아가셨지만,그땐이미누님이더이상자신의살길
을찾아나서기에는너무늦어버렸다.누님이지금도고향집을지키
며홀로살고있는이유이다.그렇게누님은한평생을자신을위한
206/어머님을닮아가는누님
삶이아니고,친정가족을위한희생과봉사의삶을살아왔다.그러
다보니지금누님에게남은것이라곤아무것도없고,자신의곱던
얼굴과맵시있던자태마저변하여,머리는희어지고얼굴은주름투
성이파파할머니모습으로변하였다.누님도한땐손톱에봉숭아꽃
물들이던그런곱고아름답던날들이있었지만,이미고희(古稀)를
넘긴지도한참이나지났으니어찌아니그렇겠는가.
그러다보니근래에와서누님의모습이꼭돌아가신어머님모습
을그대로닮아가고있음을나는발견했다.어머니가가신그부재
의공간을지키며지금까지살아오신누님이어느새어머님모습으
로변해있었던것이다.얼굴모습뿐만이아니었다.그렇게홀로있
으면서도잠시도쉬지않고채전을일구어각종채소며푸성귀를준
비해두었다가,동생들이왔다갈때면언제나보따리보따리싸주
시는모습이랑,특히명절때고향집에들르면혼자살면서도푸짐
하게음식을준비했다가어떻게든다들많이먹고가게하려는모습
이랑,함께늙어가는동생을언제나자식처럼걱정하시는모습도영
락없는옛어머님모습그대로였다.또한만년의어머님이그랬듯이,
누님도이제너무나기력이쇠잔해보이고외로워보였다.그누님이
홀로남아서외롭게지키고있는퇴락한고향집을갔다떠나올때마
다뒤에서나를배웅하며홀로서있는누님의잔영이어머님의모습
이되어오래도록내뇌리를떠나지않고있었다.
그러던어느날이었다.난데없이아내가나에게이런말을했다.
“민이네가전세를나간다고하는데,이제저방에다른전세인
정약수/207
들이지말고양산고모를모셔오면어떨까요?”
양산고모는누님을두고하는말이다.순간나는내귀를의심했
다.아내가이런제안을다하다니!우리집은단독주택인데,우리
가족이사는공간외에도약간의여유공간이있어,지금까지전세인
을들여왔던것이다.수시로들고나는것이전세인인지라,지금전
세를들어있는민이네가나간다는거야별일은아니지만,그전세
공간에다른전세인을들이지않고고향에계신누님을모시고오면
어떻겠느냐는아내의제안은참으로갸륵할뿐아니라,가히혁명적
인발상이아닐수없었다.더군다나아내의친정식구도아닌손위
시누이를위해서아내가그런깊은배려를하고있었다니…!그동안
나의고향집행로에아내가종종동행한적은있었지만,내가누님에
게느끼고있던진한연민과애틋한동기간의정을아내도이미속으
로느끼고있었던모양이다.그런아내가어느때보다착하고고맙게
느껴졌다.
그리하여아내와나는곧다음날다시고향집을방문하여누님에
게우리의뜻을전했다.누님은처음에는얼떨떨했던지우리의제의
를선뜻받아들이려고하지않았다.그래서재삼재사여러번설득을
하고권유를해서간신히납득을시켰다.누님이이제너무쇠약하신
것같고,홀로계신모습이너무안되어보인다.언젠가때가되면내
가누님을모실생각을하고있었는데,마침우리집전셋방이비고,
고맙게도아내가그런제의를하게되니,이제그때가된것같다.그
러니누님도우리청을받아들일마음의준비를하시고,준비가되는
대로우리집으로이사를하도록하자고,그렇게누님을달래고설득
208/어머님을닮아가는누님
하여,나중에가서는누님도어느정도수긍하는눈치였다.
이제아내는민이네가나간그전셋방을누님이사용하기에적합
하도록고치고꾸미느라고여념이없다.그방에도배도새로하고,
커튼도새로바꾸고,꼭필요한가구도몇가지들여놓았다.에어컨
은민이네가남기고간것을그대로사용하기로하고,그값을일부
계산해주었다고한다.
나는어머님에게제대로자식노릇을못한것이평생회한으로
남아있었다.내가자식노릇을제대로하기에앞서어머니는너무
일찍세상을떠나시고말았다.뒤늦게아무리애통하고후회해본들
소용없는일이었다.송강(松江)정철(鄭徹)의“어버이살아신제섬
기란다하여라./지나간후면애닲다어이하리./평생에고쳐못할
일은이뿐인가하노라.”라고했던그진부하게만느껴졌던고시조가
어찌그리절절이가슴을저며오던지….
그러나세월이가고어머니에대한나의기억도차차퇴색해갈
무렵,어머니의그빈자리를지켜오신누님이어머니의모습을닮아
있는것을발견했고,어머니의모습을닮은그누님을어머니대신
내가모실수있어참으로감사하는마음을갖게된다.이는외롭게
홀로늙어가고있는누님을위해서일뿐만아니라돌아가신어머니
께내가자식으로서다하지못한도리를누님에게조금이라도대신
할수있는기회를가질수있어정말다행이고감사하는마음이다.
무엇보다도그러한제의를해준착한아내가진실로고맙고사랑스
럽다.
장광자/209
*<한국수필>(1982)천료
*한국문협⋅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수필집<모양없는빛속에서>,<한마디말>
*상담에세이집<나는상위권아버지는하위권>
자유로워지자
장광자
세상과안테나로연결되어있어야안심이되는이버릇은언제부
터생긴것일까.아마도손전화가나오고부터이지싶다.
외출할때는말할것도없고,아침산책이나목욕을갈때도가지
고다녔다.시계차는걸싫어해서더욱그랬을까.그런데요즘나는
되도록핸드폰을집에두고다닌다.무슨사업을해서시시각각으로
보고를받아야할일이있는것도아닌데,손에쥐고살았다는걸알
아차린것은남미여행이준선물이다.
여행을떠날때,우리집아이들은핸드폰을로밍해가라고했지
만,일상을떠나는마당에세상과의연결고리를가지고갈일이아
니라는생각이들었다.잡다한일상을떠나는것이새로운문명과의
해후보다더소중한일인데,아니여행이주는선물인데,굳이살던
210/자유로워지자
세상과안테나를연결할일이아니었다.
그러나여행을가면시계가필요하다.여럿이움직이다보면시간
맞춰모이는일이생기게마련이다.그래서서랍에넣어두었던손목
시계를꺼내갔는데,오래사용하지않다보니약이떨어졌는지바늘
이멈춘채움직일줄을몰랐다.
여행기간내내장님이요령소리를듣고따라가는것처럼,남이
가는대로따라다녔다.그런데의외로편안했다.어차피시차가생겨
서한국의시간과미국의시간이,그리고남미의시간이달랐다.몇
신지알아서뭐하겠느냐는생각이들었다.그리고어떤연락도오지
않고어떤소식도전할필요가없는,세상살이에서놓여난것같은
홀가분한심정이즐거웠다.
그런데여행중에웃지못할일이생겼다.우리를처음에서끝까
지동행하는가이드가없었던탓도있지만,남미는워낙광대한곳이
라여러번비행기를갈아탔다.현지가이드가비행장까지와서전송
하고나면,도착한곳의현지가이드가마중나오게돼있어서비행
기를내리고타는일은우리들몫이었다.
나는비행기에오르면곧잘잠이든다.비행기뿐아니라전철을
탔다가도잠이들어내릴곳을지나치는바람에되돌아오기를수없
이했다.그렇지만,비행기는떴다하면종착지에착륙하니까내릴
곳을지나칠염려는없다.그런데예외가있는줄알지못하고,비행
기가착륙하자잠에서깨어서슴없이내리려고출입구를향해간적
이있다.그런데이상하게도내리는사람보다앉아있는사람이더
많았다.의아하게생각하면서도앞출구를향해나가서,앞좌석에앉
장광자/211
아있던일행에게왜안내리느냐고물었더니,비행시간이다섯시
간이라고했는데두시간밖에오지않았다는것이다.버스처럼사람
을중간에내려놓고승객을다시태워가는비행기가있는줄몰랐
던나는머쓱해져서자리로되돌아왔는데,이멍청한꼴을본장난끼
있는일행이,내리려고나간것이아니었느냐고놀렸다.참으로난감
하고남사스러웠다.시계를가지고있었다하더라도자고있었으니
의심없이내리려고했을테니,덤벙대는내성격탓이지시계탓만
은아니다.다른일행들은중간기착지가있다는걸알고있었는데,
나만모르고있었으니더욱가관이었다.
도대체중간에내렸다떠난곳이어디였느냐고물었더니,브라질
의수도인브라지리아였다고했다.아마존의중심도시인마나우스를
출발한비행기가리오데자네이로로가는도중에그곳을경유했던것
이다.보통다른곳을경유할때는내려서기다렸다가다른비행기를
타고가곤했는데참희한한일도다있었다.
이런우사를하긴했지만,다른사람을졸졸따라다니는여행이
그렇게편할수가없었다.이번처럼예외가있으면창피한경우도생
기지만,신경써야할일이없다는것,살던어떤것에서도자유로워
지는것,이건여행이주는재미고보너스다.시간조차도생각속에
존재한다는사실을깨닫게해준여행이다.내가시간을의식하지않
으면시간은나를놓아주었다.시간에매여지내는것은다분히나
의뜻임을알았다.
그리고집에있었다면분명히여기저기신경써야할일이많았을
텐데,아이들이전화만받지않아도무슨일이있나걱정스러웠는데,
212/자유로워지자
그런모든것에서해방이되었다.그래서더욱홀가분하고자유로웠
다.어떻게보면하지않아도될일을,또공연한걱정을하며헉헉댔
는지도모른다.그렇게사는데적지않은역할을하는게핸드폰이
었지싶다.모르고넘어갈수도있는일,뒤에인사를차려도되는일
까지도굳이제때한다고얼마나수선스럽게살았을까.
등산을갈때도핸드폰을꼭챙겨갔었는데,이번여행이후로는
반드시자동차에두고간다.어차피산에올라가있을때는혼자행
동을하지못한다.시간을다투는일이생기더라도마찬가지다.세상
과의연결고리,그것이있어야만안심이되는것은버릇이고습관임
을이번여행에서깨닫게된것이다.
사람들과의소통에지장을주면소외라도될것처럼초조한마음,
다른사람이가진것을나만갖지않았다는불안감,이런것들이핸
드폰을손에쥐고살게하는마음밑바탕이지싶다.
지하철에앉으면남이다듣도록통화를하는사람들이많은데,
그내용이란것이긴요긴급한것이몇이나되던가.그시간만이라도
고요히앉아갈수있을텐데핸드폰을꺼내어게임을하거나만지작
거리는사람이많은걸보면중독이되어도단단히되어있는것같
다.
그러나예외가있다는사실을알았을때참으로신선한느낌이들
었다.개성적인노래를부르는가수송창식은핸드폰은커녕전화가
없어,섭외할일이있으면그를방문해야한다는말을들었고,나라
가어려울때시국춤을추던이애주교수도전화없이산다는말을
들었다.세태에상관없이자신의시간을온전히가질줄아는사람
장광자/213
들이있음을생각하면존경심이솟는다.
핸드폰이사라진자리에고요가깃들고,그러면그만큼의사색이
자리하여더욱고요해지지않겠는가.
나도점차자유로워지도록하자.
214/귀천(歸天)
*부산문협회원
*현대사문제연구소장
*<일제하강제인력수탈사>,<개항백년>등
귀천(歸天)
김대상
고령에도불구하고,노혼(老昏)의피로한기색도없이노익장을
과시하듯,자주모임에참석해특유의농담으로좌중에생기를불어
넣곤하시던수봉선생의느닷없는부음에어리둥절했던것이연초
였는데,이후어찌된일인지친구나친지들중에서유명을달리하는
사람들이잦아지고있다.거의가겉으로는크게표가나지않았지만,
안으로지니고있던지병들이악화된때문이다.
다소건강이좋지않아도큰탈은없는것으로알고있던사람들
이갑자기별세했다는소식을접할때마다,인생무상이되씹어지는
한편으로“내차례도이제멀지않았구나.”하는서글픔과불안같은
것이느껴진다.
이삼년전에슬그머니병마에휘둘린뒤로,쉽게건강의조화가
김대상/215
이루어지지않아조심조심요양에노력하고있는데서오는나약한
심리가더욱그렇게만드는것이아닌가도싶다.
아무튼그런초조감,불안감같은것이스칠때면,나는“이젠살
만큼살았다고할나이아닌가.쓸데없는욕심이나회한같은것다
털어버리고,언제그순간을맞더라도당황하지않을확신이나굳혀
가자.”고스스로다잡아본다.그러나이것은억지로해보는자기위
로일뿐이지,그런확신은쉽게굳혀질수있는것이아니다.나이만
먹었지독실한신앙같은것도갖지못한속물인내가,어찌생사를
뛰어넘어야가능할그런확신의경지에이를수있겠는가.
산다는것은모든생물의본질적욕구이며,죽음은이것을원천적
으로파괴,소멸하는것이다.그래서사람뿐아니라의식이없는미
물까지도죽음을가장무서워하며,이것을피하기위한온갖노력을
다한다.그러나아무리이것을피하기위한노력을한다고해도,시
간의법칙에서벗어나지못하는한이죽음과만나게된다.그렇다면
죽음이란누구나당연히받아들여야하는필연으로서,무서워하거나
슬퍼하기만할대상이아니라는이야기가된다.
불교의생사관에서는생자필멸(生者必滅)과회자정리(會者定離)
를필연적법칙으로매우강조한다.‘생자필멸’은,이세상에태어난
모든생명은시간의흐름속에서반드시죽게된다는필연성을말하
는것이고,‘회자정리’는같은피를나누고희생적사랑으로맺어진
부모자식간이라도,언제인가는헤어지게된다는법칙성을말한다.
이러한논리는참으로냉정하며얼음장같이차다.그래서사랑과
인정과믿음등으로얽힌인연의고리속에서,희로애락의일상을살
216/귀천(歸天)
아가는범인들로서는그것을쉽게받아들이고순응하기가어렵다.
그런데도지금나는그얼음장같은논리를빨리확신하고순응하
도록절박하게내몰리고있는상황이니앞이캄캄하다.
특별한예외가없는것은아니지만,세계모든사람들은누구나
장수하기를소망한다.그러나그리스에서는오래사는것만이인생을
최상으로잘사는것이아니라는관념이짙다고한다.그리스사람들
의이러한생각은“신의사랑을받는자만이젊어서죽는다.”는고대
그리스신화(神話)에서비롯된모양이다.
신화에따르면,제우스신의본처인헤라를모시는무당(巫女)한
사람이두아들을가지고있었는데,어느날이무당이중요한제례
를지낼시간이다되었는데도,의식용의전차(수레)를끌고갈두
마리의흰소가목장에서도착하지않아큰낭패를당하게되었다.
이를본무당의두아들은자신들이소대신전차를끌기로하고,전
력을다해무거운전차를8킬로가넘는먼곳까지끌고가어머니가
무사히제례의식을마치게했다.
그래서두아들의착한행동에감동한무당은헤라에게,이세상
최고의선물을아들들에내려달라고간청하고헤라는이를승낙했
다.이에따라신전안으로들어가지친몸을쉬며잠들었던두아들
은영원히깨어나지않았다.이때부터젊을때자면서죽는것이신
이주는최고의선물이란믿음이생겨났다고한다.
지금우리는고령화사회,고령사회로의진입속도가빨라지고
있고,이에따라고령자문제,특히가난하고병들고외로운노인들
의보호문제가큰과제로떠오르고있다.이런추세에서그리스신
김대상/217
화에나오는‘최고의신의선물’을부러워하는사람들이자꾸늘어날
것아닌가싶다.
좀피로한몸을병상에기대어정원나무들을바라보고있으니,
나무들도이여름이지나면섭리에따라또낙엽지겠지하는생각이
들면서,문득어느시인의“나하늘로돌아가리라.”는시구와“어디서
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하는구절이떠오른다.
앞의시구는생전에일화를많이남긴천상병(千祥炳)시인이타
계하기얼마전에쓴어느시의구절인데,시제나전문같은것은기
억나지않고,“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는어느시인의무슨
시에나오는구절인지도전혀모르겠다.이런구절들이문득떠오른
것은,처음읽었을때의감동때문일텐데,원시를다시읽어보았으
면하는생각이든다.
그러나시와는먼거리에있는나에게그런자료가있을리없다.
그래서뭔가실마리를갖고있을것같아,서울의새터선생에게요
지전화를했다.그랬더니,새터선생은바쁜중에서도시전공의교
수에게문의하는등번거로움을거쳐자료를찾아바로보내주었다.
이에따르면“나하늘로돌아가리라.”는구절은,천상병이타계하
기직전에쓴시‘귀천’(歸天)의첫구절로,1979년에간행된그의시
집<주막에서>에전문이실려있으며,“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
나랴.”는작고신인김광섭의시‘저녁에’의끝장부분이다.
두시의전문을읽어보니잔잔한감동이새롭게저며온다.“나하
늘로돌아가리라./새벽빛와닿으면스러지는/이슬더불어손에
손잡고/나하늘로돌아가리라.”고읊은천상병의서정이나,“이렇
218/귀천(歸天)
게정다운너하나나하나는/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는
김광섭의서정은같은흐름으로느껴진다.그러나천상병의‘귀천’은
자신이부정되는질서에대한역설적긍정의미학이더한것같다.
두사람의시를되풀이읽어본뒤에,새터선생에게‘귀천’은초탈
의경지를읊은고승들의선시같은격조를풍기기도하여,작은액자
를만들어곁에걸어두고한번씩읽어봐도좋겠다고했더니,서예
가이기도한새터선생은‘귀천’을직접써서작은족자로까지만들어
보내왔다.그래서방한켠에걸어놓고이따금씩읽어보곤하는데,
‘귀천의미학’을강조하는천상병의육성이들리는것도같다.
귀천(歸天)
나하늘로돌아가리라.
새벽빛와닿으면스러지는
이슬더불어손에손잡고,
나하늘로돌아가리라.
노을빛함께단둘이서
기슭에서놀다가구름손짓하면은,
나하늘로돌아가리라.
아름다운이세상소풍끝내는날,
가서,아름다웠더라고말하리라….
-천상병의시집<주막에서>-
이원우/219
*<한국수필>천료,<한글문학>소설신인상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회원
*북구문화예술인협회장,북구문인협회창립회장역임
*수필집6권,논픽션1권,세상풍자집2권,노인
민요집2권,고백록1권
두분스승과<수필>부산
이원우
내가수필을창작한답시고밤낮없이원고지에매달리기시작한
35년전이다.당시<수필문학>이라는,김승우교수내외가발행하
는수필전문월간지의문을거의결사적으로두드렸다.한달에두
서너편,1년에스무대여섯편을들이밀었으니추천응모작심사를
하는차주환교수가혀를내둘렀을것이다.덕분에<수필문학>을
통해서내이름석자가전국에퍼뜨려졌다.글쎄그걸영광이라고
생각했는지지금기억에없다.
76번째작품을보내고난뒤,기쁜소식이날아들었다.초회추
천을받았다는것이다.두편이었다.‘뿍지잡이’와‘자성예언’.뿍지
는물고기의종류다.그녀석들과어울리던추억을그린것이‘뿍지
220/두분스승과<수필>부산
잡이’이고,‘자성예언’은교육단상(斷想)을그린것이었다.지금같
으면쥐구멍에라도들어가려고할터인데,철없는나는그<수필문
학>을들고동네방네자랑하며다녔다.하기야피폐해있던내정신
세계에문학이라는새로운싹이뿌려진셈이긴했다.그럴누가말린
다고되겠는가?아내도그저웃기만하였다.
여담이다.요즈음과는사뭇다른게,당시의등단이라는관문은
무척이나좁았다.<수필문학>을예로들어보자.1년에초회추천
이나추천완료,통틀어서한명이고작이었다.그야말로하늘의별
따기였다.특히,나는그때만해도시골에칩거해있던터라,수필
작법을지도해줄만한스승이없어서곤욕을치렀다.막무가내원고
지축만낸꼴이었다고나할까.
그러고나서제자리걸음을수도없이했다.몇달이지나도희소
식은전해지지않았다.게다가재정난탓이었던가?<수필문학>이
휴간을하곤하더니자취를감추고말았다.그때의허탈감이라니살
맛을잃게하고도남았다.
그러다부산으로전입하게되었다.부산시민이되고나서문인들
과직간접으로교류가이루어졌다.특히,스승인정신득선생님이보
내주시는동인지<수필>을통해배우는게많았다.심기일전,다시
원고지를메우기시작해서보따리로싸서<한국수필>에보낸게
스무남은편일것이다.조경희회장님이내손을들어주었다.추천
이원우/221
완료의소감을적으면서떨리던가슴은아직도진정되지않는다.하
루같이한우물을판결과였다.내인생에있어서가장중요한획은
그렇게그어졌다.
가끔은<한국수필>에서지면을내주었다.속물근성인지모르
지만,전국에내이름을알린다는것은아닌게아니라기분좋은일이
었다.그활자들은내생활의청량제가되었다.하늘처럼높아보이
던문인그반열에나도올라섰으니,아마과거에합격하여지방벼
슬아치가된기분도그와비슷했으리라.‘교원’이‘수필가’의뒷자리
인묘한공생(共生)관계는그렇게시작되었다.
간절한소원이하나있었다.문학장르를망라해서전국에서가장
오래된<수필>부산동인회에가입을할수없을까하는….그러나
글재주도부족하지만,거기엔원천적인장애가있었다.40대초반은
인생을제대로모르니세상을더살다와야한다는공감대가동인들
에게광범위하게형성되어있었다고나할까?애간장이탔다.
그러던어느날은사정신득회장님이날부르신것이다.같이일
하자는말씀과함께.꿈에서도그리던기쁜소식은그러나나를잠시
어리둥절하게만들었다.아무리문학이지만,어떻게스승과한가지
동(同)자를쓰는모임에나가는게가능할까하는우려에휩싸인것
이다.게다가또다른한분의은사문인갑선생님도계셨다.
222/두분스승과<수필>부산
정신득선생님은그눈치를채시고나를격려하였다.동인회에서
나를별도로소개하면서걱정말라고당부하셨다.문인갑선생님도
특유의유머로나를다독여주셨고.그래서수필부산최연소가입
기록(남자)은이뤄지게된다.
일이라는것이내마음에들었다.성낙구교장선생님과함께‘편
집실무’를맡은것이다.원고모아서1차교정을본뒤출판사에넘
긴다.전화로긴급사항을연락하고,회의소집통지서따위를우송
한다.동인지가나오면배송하는것도우리몫이었다.마침딸애가
성낙구교장선생님이계시는구포여중에다니고있었으므로,심부름
은녀석이도맡았다.우린일자체를즐기고있었다.
에피소드도있다.무슨큰직위나얻은것처럼날뛰었으니,원로
들이얼마나고약하다했을까?시도때도없이원고독촉을해대는
바람에어느동인은고개를절레절레흔들었다고했다.고위공직자
인동인을만나러가다가수위로부터거수경례를받기도했다.새해
아침에냉장고가달린정육점차를타고다니며동인지를배달했다.
정신득회장님께는세배대신마당에서서절한번드리고돌아나왔
다.
몇년동안그러다보니가입연도는물론,인생후배들의얼굴을
많이대하게되었다.나자신이추천한동인도적지않다.그렇게오
순도순어울리는모습은참아름답다.금석지감을가장강하게갖는
이원우/223
동인이나라고외람되게자처하기도한다.멀지않아나도원로(元
老)의자리에오를것이다.
그래이쯤에서세월이주는무상함을한번쯤들먹여보자.
정신득선생님도오래전에작고하셨고,문인갑회장님도올해이
승을떠나셨다.내게는그자리가너무나크게보인다.정신득회장
님은선비정신을가지라고강조하셨고(선비는나이들어새로운일
을벌이지않는다고하셨다.),문인갑회장님은품격있는글을쓰라
고하셨다.두분이주신교훈은늘상기억은하지만실천과는동떨
어지게사니부끄럽기만하다.
내나이올해예순일곱,평균수명까지산다하면여생이십년
남짓이다.그기간무엇을갈고닦아소중히간직했다가두분을만
나뵐까걱정이다.부디새로운일을벌이지말고선비정신으로써
한편이라도수필다운수필을빚는게정답인데,글쎄다.이졸고도
마감시한을넘겨보내는처지라부끄럽다.
224/가요와클래식
*한국문인협회회원
*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다스림동인,부산수필낭송문학회회원
가요와클래식
손수영
몇년전의TV드라마‘불꽃’은아직도내가슴속에살아있다.
마치잿더미속에서언뜻언뜻보이는불땀좋은불씨처럼.이루지못
한사랑에대한미련인양수시로되살아나는것이다.드라마의시작
과결말이어떠했는지기억나지않는데도,주인공들의표정과장면
장면은사파의저건너풍경이되어아스라하게떠오른다.
시청률몇십퍼센트의유명한드라마라할지라도일정기간이지
나면제목조차거의잊어가는데,유독‘불꽃’만이생각나는이유가
뭘까.출연진들의연기력이특별히빼어난때문이었을까?불꽃같은
사랑을내가아직도꿈꾸기때문일까?아니면드라마작가김수현의
강렬한카리스마가내게건최면때문인걸까?그모두가얼추맞는
이유이겠으나꼭그렇다고단언할수는없다.가만히생각해보니그
손수영/225
이유는무엇보다도‘불꽃’을관통하던주제음악때문이아니었나싶
다.그리고그당시의내상황이‘불꽃’을기억하게만든게아니었을
까.
멀거니흐르는덧없는세월이목울대에서울컥한번꺾일때,뜬
금없이마음이시릴때라던가,무심히길을걷다가도‘불꽃’선율이
머릿속에서맴도는걸언뜻언뜻의식할때가있다.그리고남자주인
공인이경영의아득한표정을떠올리고나또한아득해지는것이다.
내상황이아득하기만하여‘불꽃’을아프게바라보던그세월처럼.
그당시상황이극한에다다랐다고생각되었을때감정은메마르
고감각은마비되었다.살아갈기운이쭉빠지고누군가에게구원을
청하고싶었다.그러기위해선어떠한방식으로든지내가움직여야
한다는걸차츰차츰의식해가면서음악을듣기시작한것이다.메마
른감정에물기를돌게하고죽은감각을다시깨우는데에는,할줄
아는것이라곤아무것도없는나에게최선의방법이란음악듣기와
사람사랑하기였다.그방법이가장손쉬운까닭이다.
롤러코스터를탄것같이아찔한그협궤를벗어난다는게불가능
하기만하던상황을견디게해준건‘불꽃’뿐만이아니다.FM라디
오가내생활의배경전부를차지하다시피했다.FM에서보내주는
클래식음악은,협궤를결코벗어날수없을것같은롤러코스터속
의나에게평정심을갖도록해주었고,평범한일상을제공해준공
신인것이다.밑바탕없이웬클래식음악이냐고하겠지만,연주는
못해도듣기는할수있지않은가.정말이지클래식음악이없었다
면무작정억울해하고깜짝깜짝놀라며숨죽여웅크린세월들을어
226/가요와클래식
찌견딜수있었으랴.그끝을모르기에영원히끝나지않을것같은
무한궤도를돌고돌아야하는,또하나의시지프스가된나에게클래
식음악은영혼의구원자였다.괴테는‘영원한여성성이우리를구원
한다.’고했던가.음악역시그러하다.‘음악의영원성이우리의영혼
을구원한다.’라고한다면음악에대한지나친아첨일까.지금그세
월을뒤돌아보면,나에대한지인들의관심과사랑은나를지탱하는
지주였고클래식음악은상황을견디게해준영혼의구원자라고할
수있다.
익숙하거나낯선이름의연주가들에게열광하였다.허공을날카
롭게가르는날선바이올린선율의팽팽한긴장감이나,베토벤첼로
소나타의저음부에서묵직하게울려오며내심장저며내는소리에
귀기울이며온통하루를베토벤에게다바치기도했다.비오는날이
아니더라도용재오닐의비올라현은참구슬프지않던가.도르르구
르는투명한물방울같은피아노의청량한소리,관악기들의정직한
음향,그들의삑사리까지도나는사랑하게되었다.그리고어느여름
날이른새벽범어사법당에서내죄많음을빌며엎드려듣던범종
소리처럼,그렇게두렵기조차하던합창교향곡.오케스트라의총주
는악기들의개성적인음색과그웅장한화합으로몰아의지경까지
휘몰아가지않던가.그러하기에클래식음악을듣는순간만은잊고
싶은것들을싹잊고사파의모든속박으로부터자유로울수있었다.
내가받은감동을여느지음과함께듣고느끼고이야기할수있었다
면,아마나는감동의극한에이르고마침내오르가슴에도달하게되
었을지모른다.
손수영/227
책상에엎드려서‘겨울나그네’전곡을들으며내첫사랑,로체스
터를기억해내기도하지않았던가.그뿐인가.‘보리수’의피아노선
율은번번이나를사천중학교어린여학생으로착각하게만들어놓
곤하는것이다.그리움이라는녀석이슬그머니숨어들어와가슴을
온통구수한밥냄새로가득채울때는어느새‘성문앞우물곁에서
있는보리수….’노래를읊조리게된다.이러한몰입은나를걱정모
르는어린여학생으로되돌려놓아행복하기도하다.그렇게음악만
듣고있었는데,어느새골치아픈일은해결의실마리를잡는데까지
이르러있었고,잃고싶지않은것들은현실적으로포기했으나가슴
속에간수할줄도알게된것이다.그리고다른사람을사랑한다는
것이오히려나자신을소중하게여기는일이라는걸알아갔다.음
악듣기는사파의연륜인얼굴주름살과함께내감정의주름살도더
많이생기게하지않았을까.
그동안의경험을되새겨보면,어떤장르의음악을고르느냐하
는건상황인것같다.확연하게구분되는것은아니겠으나,감정에
소요가일어날땐가요를고르게되고,평정심이유지될땐클래식
음악에자연히손이간다.어머니가그립거나남편이생각나는어느
날엔옛날트로트가요가더가슴을파고들기도한다.우리들의전성
기와함께한익숙한가요이며트로트이기에요즘의쿨한유행음악
보다더가슴찡한가락으로나에게다가오는게아닐까생각해본
다.내경우를콕집어내는것같은,절절한노랫말은눈물같은사
람을기억하게하고명치끝까지먹먹하게만들기도한다.장례식장에
서슬픔을당한늙은여인네가구구절절쏟아내는사설이유족은물
228/가요와클래식
론조문객들의울음조차북받치게하는것과같은이치일것이다.여
인네의사설없는장례식장엔마른눈물조차나오지않았었다.
사랑할땐행복해서좋고사랑하지않을땐평화로워서좋듯이,
음악역시불꽃같은사랑을꿈꿀땐가요가가슴에닿아서좋고,구
수한밥냄새가그리울땐클래식음악이마음에닿아서좋다.가요
에푹빠져들다가도불현듯클래식음악에손이갈때는,격한직정
에서놓여나청정해지고싶은심정의작용이아닌지모르겠다.하기
야지독한걱정거리가생기게되면,이것저것다걷어치우고천정만
바라보고멀거니누워있기마련이지만말이다.지금은그감동을누
구와함께나누지못한다해도,물끄러미그리고무덤덤한마음으로
몰입하여음악을들을수있게되었다.
음악은상황과함께온다.그상황을인연이라불러도좋을것이
다.음악에대한호오감정이나어떤장르의음악을선택하느냐하는
것은그사람이처한상황이결정하는게아닐까.
황선영/229
*<문예운동>으로등단
*부산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회원
*동의대학교사학과명예교수
*<산⋅바다그리고친구>,<먼뫼산책>
벼락이치던밤에
황선영
잠결에번쩍하는섬광이느껴지더니얼마있지않아곧벼락치는
소리가난다.“국지적으로천둥번개를동반한호우가내릴것.”이란
일기예보가있긴했지만,근래적중률이그다지높지않아무시되기
일쑤였는데,오늘밤만은용케도잘들어맞는것같다.겨우한잠에
들까말까하는자정무렵부터한바탕장대같은빗줄기가쏟아지는
가운데서연이어“우르르쾅!”하는소리에잠이저만치달아나버린
다.이제자리에누운채하는일이라곤번갯불이번쩍하는순간부터
하나둘셋넷…하고셈을세는것이고작이다.습관적으로,벼락이
얼마나가까이에떨어지고있는지확인하기위해서다.처음에는열아
홉을세었을때“우르르쾅쾅!”하는소리가들렸다.그뒤로점점간
격이좁아지다가이내번쩍하자마자바로“쾅!”소리가나면서지축
230/벼락이치던밤에
이흔들린다.벼락이접근하고있다는기별이다.이소리에나도모
르게화들짝놀라몸을웅크리며마음을졸인다.이제내가표적이
될차례인지도모르겠다싶어가슴이다콩닥거린다.
오늘날천둥이나번개,즉벼락은과학적으로그정체가규명되어
있고,벼락을만났을때대피하는요령도잘정리되어있다.물론중
요한시설이나큰건물에는어김없이피뢰침이설치되어벼락의피
해를막아주고있으니,이제는공포의대상에서벗어나있는셈이긴
하다.나아가“번갯불에콩구워먹는다.”느니,“벼락맞아죽을때는
웃고죽는다.번쩍하는번갯불을카메라플래시인줄알고그순간
‘김~치!’하면서표정을짓게되기때문이다.”는등의농담을즐길만
큼사람들의대응자세도한결느긋해진편이다.
이처럼하나의자연현상으로인식되고있음에도불구하고,아직
도많은사람들은벼락에대해초자연적인의미를거두지않고있다.
바로하늘의징벌이라는생각이다.‘번개같은’순간에엄청난에너지
로땅을공격하는벼락이야말로,인간들로하여금하늘이내리는벌
로여길만큼두려움을갖게하기에충분한것같다.심성이나품행
이그다지곱지않은탓일까,지금처럼가까이에서벼락이치기라도
하면나스스로겁을먹고움츠러드는것이사실아닌가!
잘알려진대로,고대그리스의신화에서벼락은올림푸스신들
가운데으뜸인제우스가갖고있는무기였다.음유시인호메로스는
제우스를,‘구름을모으고번개를던지는신’으로묘사하면서,그의
강력한힘과권위를찬양했다.누구든지그권위에도전하거나명령
을어겼을때는벼락으로응징한다.다만이러한권능의상징으로세
황선영/231
워졌던제우스의신전이이천수백년을내려오는동안도리어벼락
에맞아무너져,지금겨우열다섯개의앙상한기둥만남기고있는
것은역사의아이러니라하겠다.
천인합일(天人合一)을표방하는동양에서도,물론벼락은대표적
인천벌로간주되어왔다.불의나부정에대한하늘의응징이라는것
이다.하나의사례(事例)로,우리나라역사에서고려시대세번째
왕이었던정종(定宗)의죽음은이벼락과깊은관계를갖고있다.
정종은고려태조(太祖)왕건의스물다섯왕자가운데하나로서,
이복형혜종(惠宗)이재위2년도못되어병석에들게된틈을타,
역모를평정한다는구실로쿠데타를일으켜정권을장악한인물이다.
국왕으로즉위한그는처음에선정(善政)을베푸는듯했으나,그것도
잠시였을뿐곧폭군(暴君)으로화했다.그런가운데서도그는왕권
쟁탈을둘러싼태조의스물아홉에달하는후비(后妃)며왕자들간의
세력다툼에서편할날없이불안속에서지내다가,재위4년의어느
날대궐에떨어진벼락을두고‘하늘이자신에내린천벌’이라여기면
서그길로앓아눕게된다.그리고는얼마를못가세상을뜨고말았
다.
왕실조차이럴진대,벼락에대한당시사회의인식은가장확실한
하늘의응징그자체일수밖에….지금도“벼락맞아죽을짓!”이라거
나,“마른하늘에날벼락도유분수지!”해가며그러한관념에서벗어
나지못하고있는것같다.그러니비오는날운수나쁘게벼락을맞
아죽기라도했을때,혹시라도그에게나쁜감정을가졌던사람이라
면속으로천벌이라여길지도모를일이다.이럴경우친지들에게는
232/벼락이치던밤에
비통한마음에더하여,“하필이면벼락맞아죽을게뭐람!”하는안
타까운느낌도떨치지못할성싶다.
이렇듯예나지금이나벼락은누구나피하는현상이지만,여기에
하나의예외가있다.바로꿈속에서벼락을맞는일이다.벼락을맞
는꿈은용꿈이나돼지꿈못지않게,그자체대단한길몽(吉夢)이란
다.바로‘벼락부자’가되거나‘벼락감투’를암시하는징조로해몽(解
夢)된다는것이다.
그러니나로서,지금의실제상황보다는이비가그치고새잠이
든다음꿈속에서벼락을청해보는것이어떨까싶기도하지만,솔
직히생시든꿈이든간에벼락맞고싶은생각은별로없다.진짜‘돈
벼락’이야누가마다할까마는어디까지나꿈은꿈일따름일테지….
그것보다는오는주말에있을인터넷중년방카페의‘번개미팅’에나
가,마음씨곱고참한아낙이나하나새친구로얻게되는것이훨씬
낫겠다.이를목표로,그날까지최신가요몇곡과현대의예절에대
해‘벼락공부’라도좀해서실수를줄여보는작전을이제는짜봐야겠
다.
김상희/233
*<문예신문>신춘현상모집시부문당선(1948)
*월간<수필문학>추천완료
*한국수필학회⋅한국수필문학가협회회원
*<수필문학>부산작가회회장역임
*영호남수필협회회장
*수필집<열매열전>외3권
‘햄릿’짜릿한감동체험
김상희
포도의신,디오니소스의제전(祭典)이뿌리가됐다는연극은애
초신들의행적의흉내였다.‘헤시오드’는이제전이주는기쁨을“새
로운고뇌를마음속에머금고지그시참으면비분(悲憤)이가슴을
찢어도,뮤즈의종(가수)들이인간의행위를그놀이속에녹여넣으
면어느덧슬픔은잊어지고고뇌는자취를감춘다.(神統記)”고했다.
<시학>은한걸음더나아가비극의효용은‘카타르시스’에있다고
했다.미상불예나지금이나예술의효용은카타르시스에있었음은
틀림없다.음악도,무용도,문학도이에서벗어나지않았다.예술중
카타르시스의극대화를이룬장르는아무래도연극이다.사실,대상
행위(代償行爲)에의한정신의고양작용이나감동유발에있어서는
연극,그중에서도비극만큼유효한처방은없다.
234/<햄릿>짜릿한감동체험
소리나영상,그림으로,또는언어를매개로하는여느예술과는
달리,연극은피와살을가진산사람이등장하여생생한육성과표
정으로매개한다.따라서무대와관객의거리는가깝고도친근하다.
극장에들어서면서컴컴한장내는이미현실아닌별천지다.개막의
징소리가울리고조명이켜지면서막이오르면관객은자신을잊고
극중인물이되어간다.그리하여끝내는그들과함께슬퍼하고,한
숨쉬며분노하면서현실아닌환상체험을한다.
나는영화보다연극을기호한다.영화는한번제작해놓으면필름
의복사로시공을떠나연속상영할수있는기계예술이나,연극은
오랜시간과땀을소용하면서도상연하는순간밤하늘에번지는불
꽃처럼일회성에그치고만다.잔치뒤에남는것은오직관객의가
슴속에남아있는인상과감동의보이지않는잔해(殘骸)뿐.그러나
나는연극의그런애련한허무감,바쁘지않은여유로움,기계닮지
못한인간의느슨하면서도따뜻한맛,끝내는무대와관객이혼연일
체가되는카타스트로프가슬프도록좋다.그런감동에홀려나는극
장에간다.
다시보고싶은연극은단연‘햄릿’이다.내가‘햄릿’을처음무대에
서만난것은1951년이었으니어언50여년전의일이다.6⋅25전쟁
이한창이던그해9월,나는대구의키네마극장에서‘햄릿’의공연을
보았다.작고하신이해랑께서연출을,햄릿역은김동원선생께서맡으
셨다.800석좌석에3,4천명이몰렸다는후문이돌았을정도로,극장
을꽉메운관객들은전쟁도삶의고통도근심도모두잊고극에몰입
김상희/235
했다.마지막막이내리자모든관객은20분쯤기립박수를보냈다.
덴마크의왕이살해되었다.어머니는새왕이된숙부와결혼하
여왕비가되었다.살인의증거는남아있지않았다.어느날밤
중,아버지의망령(亡靈)이나타나범인은숙부라고알려준다.
음모와살인,그리고배신…,엄청난비밀을알게된아들은회의
와비탄,절망,고뇌의심연에빠져복수를맹세한다.그리고비밀
을지키기위해마침내미친체한다.
줄거리의서두만으로도극적요소를완벽하게제시한다.칼야스
퍼스는<비극론>에서“햄릿의비극은‘좌절’과‘난파(難破)’에있고,
문제는‘초월’의의지에있다.”고했다.
막이오르면서나는어쩔수없이햄릿이되어가고있었다.귀기
(鬼氣)서린옛성의으스스한공포분위기,자정을넘긴한밤중,불
쑥나타난유령,아버지의망령은햄릿에게‘살인의비밀’을알려준
다.원수를갚을의지를다지는햄릿,나는벌써주인공의무시무시
한전율과공포,복수의의지를함께체험하고있었다.
어느날(2막3장),왕이혼자있는걸보고햄릿은검을뽑았으나
왕은기도하고있잖은가?기도하는사람을죽임은그를천당으로보
내는일이다.원수의혼을어찌천당으로보낼것인가?그는검을다
시칼집에넣는다.“Tobeornottobe.”의회의를되풀이한다.나도
대리체험으로앓고있었다.또이런일도있었다.햄릿을사랑하다
가미쳐버린오필리어는머리며온몸에꽃을꽂고헤매다가결국은
236/<햄릿>짜릿한감동체험
물에빠져죽는다.사랑과아픔과절망을나는지금도내체험의한
부분처럼선명히기억하고있다.
햄릿이무언극‘쥐덫’을공연할때의불안,초조가버물어진야릇
한통쾌감도내몫이되었다.‘쥐덫’을본왕은햄릿이‘살인의비밀’
을아는줄알고,그를죽이려고술에독약을타두었다.그것을모르
고마신왕후는비명에갔다.또왕이레어티스와모의하여햄릿을
죽이려고칼끝에독약을칠해두었으나,결투중칼이서로바뀌어
거기찔린왕도리어티스도,또햄릿도다죽고만다.비극은종말이
났다.인간의배신에대한내분노도모두내체험의한부분이되었
다.
‘난파’에서시작되어카타르시스로막내린이값진체험,‘햄릿’은
나를키운직접체험이었다.
오기환/237
*<문예시대>신인상등단
*한국문협⋅부산문협⋅부산불교문협⋅
부산시조시인협⋅한국가람문학회원
*연산중학교교장
겹벚꽃이핀낙원
오기환
도심의생활에서는항상계절의변화에둔하다.그렇게빡빡한생
활이고보니앞만보고가는것이도회지삶의현실이다.고작살아
야100년을못사는인생살이다.그런데도바둥거리며살아가고있
다.곁눈질하거나뒤돌아볼여유가거의없이살아가는생활의연속,
그것이도심의풍광이다.
지루한일정을잠시물리고눈을들어보면앞산에는신록이사뿐
내린듯이물들어간다.아,어느덧신록이란말인가.이렇게아름다
운계절이다가온것도모르고지냈나싶다.신록의시기가되면언
제나학창시절에읽은‘신록예찬’이떠오른다.신록을대하고있으
면신록은나의눈을씻고,나의머리를씻고,나의가슴을씻는다고
이양하님은말했다.4계절중에서유달리아름다운계절은신록이
238/겹벚꽃이핀낙원
파릇하게물먹어가는이시기임을아는나이가되었다.이시기가
되면왠지마음이흔들린다.어디론지달려가고싶은충동같은것을
느낀다.신록이사람의마음을사로잡기때문인지도모른다.
언제나그렇듯,나는신록의아름다움을만끽하려고장안사를찾
는다.신록의진면목을감상하려면먼저장안사를제일로생각하기
때문이다.겹겹이포개진계곡으로차를몰아가면줄이선능선들이
굽이굽이신록으로물들어간다.차를세우고잠시시선을멈춘다.
능선으로바라다보는신록은나풀거리는여인의치마폭같다.봄바람
이라도불어들면금방이라도수줍어고개를숙일듯연한잎들이다.
더구나이곳장안사는유일하게입장료가없는사찰이다.주차장
도,사찰도모두무료이다.주지스님의배려가뭇중생들이부귀빈
천의구분을없앴다.그래서너도나도이절을찾게한다.주지스님
이중생에게베푼도타운정이중생들을더붐비게하는셈이다.주
위의풍광도일품인데다가,아무런마음의부담이없다는점에서인
근의사찰중에서인기짱이다.도심에서찌든서민들의스트레스를
풀게하고부처님의자비와평화와안식을몸으로느끼며가슴에품
고귀가하게하는곳이기도하다.
겨울추위가걷힌나목에제일먼저매화가봄소식을알린다.다
음으로개나리와벚꽃이다.연한잎이피기직전에피어난벚꽃들이
일제히함성을울린다.모질게차갑고아픈겨울이었다.겨우내참았
던그슬픈한을꽃잎으로토해내는소리가벚꽃들의함성이다.겨
울추위가혹독할수록봄을맞은꽃잎들의함성은더크고요란하게
들린다.아직잎이피어나기전이다.숨었던꽃봉오리들이부풀더니
오기환/239
어느새나목의검은나무가지를온통꽃잎으로감아놓는것이다.
잎이피기전,나목의뭇가지에탐스럽게피는벚꽃의장관으로봄
은비로소무르익는다.그꽃잎이길바닥에꽃비를뿌리면서벚꽃5
막의장관은마침내종말을고한다.
어제는벚꽃이진뒤에새로돋아난잎들이길양쪽으로어우러진
터널길을걸었다.오월의하늘이잎사이에서선명하게푸르다.비
갠직후이기도하지만,연한잎에서품어나는내음이싱싱하고향긋
하다.코끝을스치는싱싱한바람은이시기아니면찾을수없는자
연의혜택이다.항상고마움을안겨주는대자연의위대한겸손앞에
인간의무력함을맛본다.인간들은자기본위로만생각하고계산하고
판단하는것이다.그러나신록은아무런계산이나판단없이주어진
대로이웃에게혹은모든사람들에게자연의혜택을차별없이전하
는것이다
노포동지하철역에서미니버스는양산을향하여달린다.법기수원
지갈림길에서오른편으로조금들어선곳‘낙원’에도착했다.들어선
입구부터겹벚꽃이우리일행을반긴다.단(單)잎의벚꽃만을보아온
속인에게는색다른느낌이다.음식점상호처럼별천지낙원이다.도화
가만발한곳은아니지만가히선경이란이런곳을말하는것인가.
봄의시작과함께들려준벚꽃의함성이사라진뒤에는말할수
없는허전함이도사린다.그런허전함을메우려고가지마다새잎이
돋는다.연두색신록의계절이시작되는셈이다.또하나그진한벚
꽃의함성이사라진뒤에오는아쉬움을달래기위해서피어나는것
이여기이겹벚꽃이다.벚꽃은잎보다꽃이먼저피는것에비해,연
240/겹벚꽃이핀낙원
한새잎을양념삼아가지마다흰겹벚꽃이탐스럽게피어나벚나무
전체를환하게불밝힌다.한떨기마다목화송이처럼풍성하고귀엽
다.저꽃을요염하다고할수없을까.흰옷을입은시골여인의수
수한옷차림이라고해야맞겠다.새로돋은잎사이로가지마다흰
옷을입은꽃무리들이풍성하다.꽃잎이여러겹으로포개져서송이
마다한없이포근하다.멀리서바라보는겹벚꽃이소복한여인들이
도란도란이야기를하는장면이라면,가까이에서바라보는그것은마
치하늘의선녀들이하강한듯하다.이런자연의풍광과겹벚꽃을접
할수있다는것도피할수없는아름다운인연에따른것일까.
이집의주인은조그만화단에는금낭화,할미꽃,매발톱…등등
의야생화를심어놓고있다.언제부터인지몰라도여러그루의겹벚
꽃나무를심어놓고,꽃이피는환상적인풍광으로시인묵객들을
유혹하려는멋진계획을십수년전부터철저하게세운듯하다.풍수
에서는배산임수(背山臨水)를명당이라고했다.철마산을뒤로끼고
계곡으로흐르는물소리가맑다.앞으로탁트인전망이시원하기도
하다.계곡건너평지에는잔디를심어놓고어린아이들이마음껏
뛰놀게배려했다.자연속의낙원임에손색이없다.누가살았다는
낙원이이런곳일까.아니면동양의무릉도원이이런곳일까.
내모습도저겹벚꽃처럼포근하고아름답게남고싶다.오늘은신
록을배경삼고잊어버린자연속에서찾은뜻깊은모임이었다.더구
나겹벚꽃이진한향을풍겨주는신록속에서보낸근래찾을수없
는귀하고아름다운인연이닿은만남이었다.어린아이가도화지에
봄을그린다.그종이에봄을가득채운아이의심정이되어버렸다.
박문자/241
*한국문인협회기획위원,한국수필가협회회원
*부산문인협회이사,부산여성수필문인협회
부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회원
*<꿈항아리>,<이어도를꿈꾼다>,<칠일간의
추억그리고사랑>,<바다,그사랑의변주곡>등
눈밭에나무로서다
박문자
가끔자기밖을빠져나와자신을들여다볼때가있다.자의든타
의든멀리서보는자신의삶이너무나작아보이는때도그순간이
다.지금나는며칠동안머문공간에서빠져나와넓은창에내리쬐
는조각난겨울햇살을아프게받으며마음을열어놓고있다.무엇
이든지열린마음으로들어와다시채워지기를바라면서햇살을받
는다.
하루는그렇게햇살만보았다.이튿날에는겨우일어나창문앞에
섰다.환히트인창밖으로둑이보였다.내시간밖여행은이름도
아름다운여수에서무방비상태로쏟아져내려오는햇살로그려진
한폭의그림이었다.둑끝쯤에는억겁의세월속에갇힌강하나가
도도히흐를지도모른다는상상을해보았다.실제로는바다를낀해
242/눈밭에나무로서다
안도시여서강따위는존재하지않을것이라는생각도들었지만,창
밖으로나갈일이없는나에게그끝은강이라는상상을했다.강주
위로몇그루천년송을놓아보기도하고,포플러와물푸레나무를한
껏심어보기도했다.정말그런나무가있을것같기만했다.
그날밤어둑한먹장구름이깔리면서소리없는눈이내렸다.아
침이되자앙증맞은하얀솜털이세상을다르게만들었다.들판은백
색의절경으로펼쳐져있었다.하얀눈이잃어버린기억처럼아득했
다.당혹스러웠다.내가누구인지반문하고싶을정도였다.언젠가,
아주오래전에그곳을걸어본적이있었다는착각마저들었다.밖
으로나가하얀눈을한입먹어보고싶지만생각만으로도으스스
한기가들었다.아무도걸어가지않은둑에는새몇마리가내려와
앉았다가이내날아가버리곤했다.
오래묵은몇장의사진같은지난세월이떠올랐다.아버지와같
이재를넘어큰집할머니댁에가면마디굵은손으로내손목을꼭
잡곤좋아하시던할머니의웃음.할아버지를일찍여의고오남매를
키우신할머니께소문난효자였다는아버지의얼굴이오늘따라왜
가슴속으로저려올까.어머니의무릎에엎드려엷은잠속으로빠져
들며듣던환청같은파도소리.그리고사진은퇴색되었지만생생히
떠오르는내결혼식광경.아이의웃음소리속에있는나.사업으로
몸은지쳤지만더없이열정적이었던한때.또병실의커다란유리에
비친몇달전의낯선내모습.인생을회고해본게이런짧은순간
순간으로지나가는가싶기도했다.
문득눈앞에있던절경이둑밑으로사라져버린것같았다.참으
박문자/243
로해놓은일이없구나하는자책감과,이제무엇을해야할지조급
해지는무력감만회상의꼬리를물었다.그것은허무의끝이기도했
다.
“저그공좀….”
억만년을거슬러오는종소리같은말이들렸다.음성의주인공
은아이가아니라애를앞세운할머니였다.그렇게나는기억상실증
에서깨어나고있었다.내치마에반쯤가려있는공을보며아이는
숨을할딱이고있었다.보기좋게홍조를띤얼굴이눈이부시다.
“저,그공좀집어주실래요.”
“그럼요,몰랐어요.아이가똑똑하게생겼습니다.”
아이는공을받더니고맙다는인사를남기며제또래들이있는곳
으로향한다.공을찾은아이들의함성이눈위로튀어오르는것같
다.눈발을튀기며노는아이들을바라보던할머니는,아이를데리고
이곳에자주나오는데나를처음본다며,손자녀석이눈이오면밖
으로나가자고보챈다는말을덧붙였다.
“저는여기사람이아니고부산에서다니러왔어요.”
눈은그쳤지만나뭇가지에서눈발이날리고있었다.나는그아득
한시간을기억해내듯처음보는사람에게말을풀어내고있었다.
부산이라면바닷가를아예생각하는지혹시바닷가에사는지,뭔가
끄나풀이라도잡으려는듯물었다.
“예.집은바다에서떨어져있지만자주바다에가지요.”
“그럼혹시김○○씨라고들어본적없으신가요?그사람이
부산바닷가에산다고그랬는데,너무오래돼서잊어버렸어요.”
244/눈밭에나무로서다
나는하마터면크게웃어버릴뻔했다.부산에서,그리고바닷가
에산다고해서몇백명이나있을법한이름을묻는그녀의천진스러
움에기가막혀멍하니쳐다보았다.할머니의깊은눈이아이의눈을
닮았을만큼그녀는진지했다.어쩌면상실하지못한기억한자락을
쫒고있는것이리라.
“글쎄요,제가아는사람중에는그런이름을가진사람은없네
요,그런데그사람이누군데그렇게찾고싶어하세요?”
그는고향사람으로이웃에살고있었는데,어느날부산으로이
사를갔어요.누가그러데요.부산바닷가에살고있다고요.그사람
은이제자신을기억할지모르지만어디사는지알기만하면멀리서
한번보기만해도좋겠다고했다.목소리는눈녹은물기로젖어있
었다.꼭그이유만은아니지만하얀눈이더투영되어왔다.
그래,때로는사랑이무턱대고궁금하고그리워질때가있다.시
간의흐름을극복하지못하거나남은시간이무심하리만큼조급하게
흐를때더욱그럴것같다.
“얼마전그사람과닮은사람을이곳에서보았는데,가슴이철
렁내려앉는게하루종일뜨거운바위덩어리하나를가슴에놓
은거같더라고요.”
그때아이가공놀이를하다가넘어졌는지자지러지게울면서할
머니를엄마처럼부르고있었다.그녀는하얀눈을총총히밟으며아
이에게로뛰어가더니,여윈등에아이를업고나에게눈인사를보내
며눈속으로시나브로사라졌다.그녀의볼이아이의볼과닮아있
었다.
박문자/245
눈발이다시날리기시작했다.눈오는날은오히려포근하다고
한다.이런날에는눈을맞으며마냥서있어도좋을것같다.눈속
에선나무가그럴까.어쩌면그나무도이런날에는초연의외로움
을탈것같다.그러나누구에게도웃음을터트릴수없고,아무나에
게순백의외로움을쏟아낼수는더더욱없다.
기억상실의시간을지나면서나는수없이많은것을그렇게버리
고또버렸다.며칠후면그녀의말처럼나는부산바닷가에가있을
것이다.그곳에가면그녀가그리던사람도바닷가를거닐고있을지
모를일이다.
그러면물어보리라.김○○씨아니냐고.그도나를보며삐죽터
져나오는웃음을참아낼까.나는눈을맞으며긴시간의터널을빠
져나와처음빛을보는사람처럼눈길을걸었다.
거긴정말로겨울나무가눈부시게미소지으며서있었다.
246/왕대포
*부산가톨릭문인협회회원
*부산아동문학인회회원
*부산여성문학인회회원
*금성어린이집원장
왕대포
정재분
추석명절이가까운토요일저녁J선생님을찾아뵈었다.제자들
의모습에흐뭇해하시는선생님을모시고근처주막을찾았다.
‘드르륵’미닫이문을열고들어서니주인아주머니가정겨운목소
리로반긴다.둥근탁자에모여앉은우리는동동주한잔에갓썰어
나온오이,당근만있어도여유롭고풍성함을느낀다.
나무문살이끼인유리문을바라보다문득유년의안타까웠던추
억이떠올랐다.
내가굴다리아래그애집을매일지나다니게된것은초등학교
5학년때이다.학교가는지름길을두고도짐짓약간둘러서그아이
집이있는굴다리길을즐겨이용했다.그애집은유리문이있는작
은가게였는데,어른들만가는대포집이라평소에는근처에가지도
정재분/247
못했었다.
그애집이가까워질때면가슴은어느새콩닥콩닥방망이질치고,
아무도보는이없는데도누가뭐라할까얼굴이화끈달아올랐다.
혹여드르륵미닫이문을열고그애가가방을들고나타나지않을까
기대하는마음에,일부러천천히걸으면서나의즐거운통학길은시
작되었다.
그얘이름은병진이,유난히작은키에새까만피부의그는언제
나당당하고자신감이있어보였다.어쩌다마주칠때면빙긋이보일
듯말듯한웃음을나눈채불쑥던지는한마디는이랬다.
“니들반은어디까지배웠노?”
“우리가더빠르네.”
그다음엔할말이없어쑥스러운얼굴로헤어지곤했다.종종걸음
으로걸어갈때면그애가한말이계속귓전에맴돌고좀더대답을
잘할것을바보같았다고후회한적이한두번이아니었다.
교실유리창밖으로하얀벚꽃이날개짓하며눈부시게흩어져버
리던날,반이바뀌는큰사건이일어났다.학교방침이라는선생님
의말씀따라모든학생들이시험성적대로우열반으로나뉘게되었
다.그런데아무리기다려도내이름은불리지않고드디어“나머지
는제일끝반이야공부좀열심히해.”했다.판결문을낭독하듯휙
날아든선생님의목소리에잡고있던줄을놓쳐굴속에빠지는듯
아득한느낌이들었다.
‘따르릉’수업시작종소리에모두들자기반을찾아가는데,내가
가야할반은전체에서꼴등반이라니너무나창피해서고개를들수
248/왕대포
가없었다.
어떻게된일인지알아볼시간도없이발걸음은옮겨야했고,5반
으로가는복도에서수없이교차되는아이들의시선이따갑게느껴
졌다.왼쪽으로가는아이들은어깨를펴고밝은얼굴로재잘거리는
데,오른쪽방향으로향하는아이들은모두누가볼까두려워하며고
개를숙이거나몸을숨기면서재빨리교실로들어갔다.
5반에가서도성적순서인내자리는맨끝자리로밀려났다.5반
을담당하시는선생님이나를보시더니의아스러운듯
“니는왜이반에있노?”
물으셨지만대답도못하고얼굴만달아올랐다.무언가잘못되었다는
생각에속이상했다.
수업이끝나고선생님을찾아가시험지를확인해보았더니,3등
성적보다2점이부족한4등의점수인데누락이되어있었다.그러나
선생님께서는이미반편성이되었으니다른아이들을모두바뀌게
하기힘들다며한달간어쩔수없이그대로5반에서수업하라고하
셨다.
‘어쩌면선생님은나의자존심생각은저리도안해주실까?’
그러나운명의주사위는던져진채오후만되면열등반으로옮겨
지게되었다.
집에가서말도못한채학교가기도싫었고매일복도에서다른
반아는아이와만나지않아야한다는걱정만머리에가득찼다.우
열반으로가야할시간만되면억지로태연한척하며1반복도를서
성이다가재빨리5반으로뛰어가는필사적인노력을하며숨어다닌
정재분/249
지일주일쯤지났을까?드디어진이와마주치게되었다.
“니는무슨반이고?1반이가2반이가?”
“응나는저어기….”
당황해서뒷말을흐린채무엇을잃어버린것이나있는듯황급히
1반쪽으로피해버렸다.‘아!원망스러운선생님!’가슴이터질듯울
렁거려숨이턱에차왔다.진이가나의반을알고얼마나실망했을
까?나는진짜가아니라착오가있었다고외치고싶은데,그럴수없
는상황이너무억울했다.
그뒤로는진이를만나게되면어쩌나하는두려움때문에,그가
슴설레며좋아했던굴다리길을절대지나가지못했다.시간은흘러
반이달랐던진이를더이상가까이만날기회도없이초등학교를졸
업하게되었다.
지금도‘드르륵’미닫이문여는소리를들으면기차소리요란했
던굴다리옆진이네집가게유리문이생각난다.‘왕대포’빨간페인
트붓으로굵다랗게쓴글씨가그리움으로물결친다.
250/궁둥이에난종기
*월간<수필문학>천료
*부산가톨릭문인협회회원
*수필집<가슴따뜻한세상을꿈꾸며>외
궁둥이에난종기
하창식
뙤약볕이내리쬐는한여름이다.가만히있어도땀이줄줄흘러내
린다.달포전인가.자다가엉덩이가가려워손을대었더니,단추만한
무엇이뿔뚝솟아있는걸느꼈다.뼈가튀어나왔나.1주일쯤지난뒤
다시만져보니,좀더커진것같았다.병원에갔더니‘종기’란다.수
술로없앨수도있지만,가만히두면곪아서저절로터질것이니그
대로두라고한다.필요하면수술해줄수도있다고하면서,그냥가
란다.
주위사람들에게그이야길하니,고약을사서붙이면빨리낫는
단다.해서,고약을사다가붙이기로했다.그런데종기가난위치가
묘해서,거의항문근처궁둥이안쪽이다.아내에게부탁해서매일
그자리에고약을붙인다.더운여름이다보니,조심을해도땀이찬
하창식/251
다.매일샤워를해야하니,아침마다아내는고생이다.새로운고약
을붙여야하니말이다.내가붙이고싶어도,스스로볼수없는위치
에종기가나있으니,아내의손을빌릴수밖에없다.초등학생아들
녀석은엄마손에묻은고약이제손에묻을까봐,고약붙일때면기
겁을하고도망간다.
고약을붙인자리가그야말로항문근처궁둥이이다보니,앉을
때마다고생이다.운전대에앉을때도그렇고,의자에앉아일을볼
때도불편하기그지없다.그냥퍼지고앉아도상관은없을테지만,
궁둥이가눌리면서환부에붙질않고다른곳으로퍼질까봐조심한
다.그러다보니,나머지반쪽궁둥이가내몸무게로짓눌려아우성
이다.궁둥이에힘을주지않으려고다리나허리에힘을주면,때로
는다리에쥐가나기도한다.상처가났을초기에치료했으면간단히
아물었을텐데,그러지못해종기가난부위가많이커졌다.올여름
내내완치가될때까지이고생을해야하나보다.아프지는않지만,
앉을때마다고약을붙인궁둥이때문에고생이말이아니다.
한쪽궁둥이에난,손톱만한종기로말미암아궁둥이의고마움을
새삼스럽게알게되었다.내몸기관중의하나로그냥그자리에있
을때는관심을기울이지도않은부위이다.그런데그곳에난조그
만종기하나로,이렇게더운여름날큰불편을겪고있는것이다.
어디궁둥이에난종기뿐이랴.어금니이빨하나빠져도밥먹기
가여간불편한게아닐것이다.발가락끝에난물집때문에걸음을
걷지못한적도있다.이처럼우리몸어느하나소중하지않은것이
있을까보냐.이만큼만건강하다는것에도고마움을느낄따름이다.
252/궁둥이에난종기
그런데궁둥이에난종기를생각하며세상의이치를둘러보았다.
종기가무엇인가.사전적의미로는,‘피부에난큰부스럼’을말한다.
그런데이종기란녀석은곪아서터진뒤그곳에새살이나야완치
가되는법이다.결코터지지않으면낫지않는다.고약은,그종기란
녀석을하루라도빨리곪아터져서새살이나도록도와주는약이다.
이번여름,궁둥이에난종기는초기치료시기를놓쳐돌곪았기
때문에치료에시간이많이드는것같다.처음엔좁쌀만한크기였
다.그냥모기물린자리로생각하였는데,여름더위와땀으로그곳
이짓물려종기가난것이다.초기에치료를하지않아돌곪은상태
가되었을때야종기란것을알았으니,나도어지간히무딘사람인
모양이다.아픔을느끼지못했으니더욱그렇다.
세상의이치가이런게아닌가하는생각이문득들었다.우리사
회의여러병리현상도처음엔큰문제가되지않는다.그러다가시
간이지날수록그런병폐는점차돌곪게되는것이다.밖으로곪는
게아니라사회내부깊숙하게고름을남기게된다.그게더큰사회
적문제를야기하는데도불구하고,초기의작은종기를깨닫지못하
는경우가허다하다.사회적문제뿐만아니다.개인적인삶에도마찬
가지원리가적용된다.‘바늘도둑이소도둑된다.’는속담처럼,아주
작은잘못과거짓도거듭되다보면나중엔돌이킬수없는큰문제를
일으키게되는것이다.아무리하찮은잘못이나거짓이라도,그크기
가미미할때반성과함께다시는그러지않도록다짐을해야한다.
그런데도그런간단한세상사는이치가잘지켜지지않는경우가의
외로많은것같다.
하창식/253
세상과함께살아가는우리들의역할은어떤가.누구나높은자
리,윗자리에서권력과명예와부를자랑하며,남들에게더많게,더
크게보이는삶을살고싶어한다.하지만모든사람이대통령이되고
재상이되며,재벌기업의총수가될수는없는법이다.국민이있어
야나라가있고,학생이있어야선생이있으며,직원이있어야사장
이있다.궁둥이에난조그만종기하나로온몸이다불편을느끼고,
하는일이다지장을받는다.마찬가지이다.직원한사람의부주의
로온기업이큰곤란을겪을수있다.국가의발전을위해서는정치
인한사람한사람모두의역할이중요한것이다.
세상을호령하는큰사람보다,세상에서없어서는안될사람이
되라는우리네선조들의가르침은하나도틀린말이없다.지위나재
산이나그어떤면에서나보잘것없는자신이지만,내가없으면이세
상이돌아가지가않는다는사실에큰자부심을가져야할것이다.못
난사람이지만,나는대한민국국민이고세계시민인것이다.내가
오늘이곳에쓰레기하나를버리지않으면,그만큼우리땅은물론
이고세상은깨끗해지는것이다.지금내가만나고있는그사람에게
미소를지으면,세상은그만큼더행복해지지않겠는가.작은미소
하나로세상을바꿀수있는것이다.
언젠가‘1분의행복’이라는광고방송을본적이있다.1분만할애
하여노인을위해짐을들어주고,1분만할애하여내직장동료를
위해커피한잔을뽑아주는여유,그작은여유로세상은행복의무
지개로가득빛나게되는법이다.
항상바지속에부끄러운듯감추어져있으면서도,우리에게꼭
254/궁둥이에난종기
필요한휴식을가능하게하는엉덩이며궁둥이다.피로로지친우리
에게앉아서쉴수있도록해주는궁둥이.육중한몸무게를지탱하
게해주면서도우리가편하게일할수있도록음지에서제역할을
다하는게궁둥이다.얼마나고마운궁둥이인가.얼굴도중요하고
팔다리도중요하지만,궁둥이없는육신은생각할수가없다.제모
습을드러내지않으면서도묵묵히제역할을다하며우리삶에여유
와행복을선사하는궁둥이같은사람이‘된’사람이아닐까.‘든’사
람보다더큰역할로세상을밝게해주는‘된’사람,그런궁둥이같
은사람을세상은더필요로할것같다.
궁둥이에난조그만종기하나로온세상의지혜를다얻은기분
이다.그렇지만이여름이다가기전에곪아터져서,그자리에새
살이어서돋아났으면좋겠다.
(2008.8.4.)
심득순/255
*한국경제인연합회‘근로자문학상’2회수상
추억
심득순
추억1.천마산
천마산으로소풍갔던때가40년도넘었다.
산아래서산을볼때는
산꼭대기가송곳처럼뾰족해보여올라가기무서웠다.
산꼭대기가평평하고넓다는것을
천마산꼭대기로소풍가서알았다.
고마운산반가운산그리운시절
천마산이부른다천마바위가부른다.
영도다리를건너고남항대교를지나서
천마산으로달려간다.
시간을잡으러쫓아간다.
256/추억
눈물나도록뛰어간다.
추억2.남항대교
영도와송도를가로지르는남항대교가개통된날이었다.수많은
사람들이몰려나와거대한새다리를구경하느라붐볐다.마른장마
끝자락에단비같은폭우가쏟아졌다.된더위가잠시주춤거리는동
안갈매기울음소리를좇아늦은저녁집밖을나섰더니,때마침남
항대교개통날,붐비는인파속에나도합류하게되었다.
다리위에서는현란한부산항야경을감상하는사람들과우레탄
인도위로운동화를신고조깅을하는사람들,난관아래로낚싯대를
던져놓고대어를기다리는사람들로넘쳐나신대교는벌써몸살을
앓는듯했다.
어둑한밤바다너머로한줄기습한바람이내앞을지나쳐갔다.
하늘높이솟아오른별을보며불현듯아버지를생각했다.오래전
아버지꿈같은말들이문득떠올랐다.남항대교위에서서벅찬감격
에전율하며지난시간으로되돌아갔다.
영도영선동에살던때였다.낮은언덕위에있던우리집안방창
문밖으로저건너편송도가그림처럼눈에들어왔었다.송도는언제
나나에게낯익은풍경이되어주었다.여름방학이면초등학생이었
던동생과나는아버지를따라가끔송도로물놀이를가곤했다.영
도산복도로에서내려오는시내버스를타고영도다리를건너남포동
을지나서송도를찾아갔다.몸이다타도록,뜨거운모래사장에앉
심득순/257
아놀다가지쳐해질녘집으로돌아올때송도앞바다건너영도우
리집쪽을쳐다보며곧잘하시던아버지말씀이었다.“일송도에서
이송도를이어주는다리가하나놓여있다면참편하고좋겠다.다
리만건너면걸어서집으로한번에왔다갔다할수있을것인데.”때
때로집에서저녁을드시고난후창문밖으로고개를내밀고담배
연기를피워올리며송도를건너다보면서똑같은말을되뇌곤하셨
다.그때어린나로서는아무리따져봐도아버지말뜻이쉽게납득
이가지않는먼나라이야기로만들렸다.상상할수조차없는불가
능한일을생각해내는아버지가이상했다.
오랜세월이지나아버지소원대로실현된남항대교가눈앞에있
다.교통쳇증을완화하고부산의새로운명물로탄생했다.영도사
람이송도로가고송도사람이영도로온다.많은사람들에게볼거리
를제공하고남외항을한층돋보이게하고있다.
사람들틈바구니에끼여온몸으로아버지를느끼며천천히다리
를건너갔다.누군가간절히원하면꼭이루어진다는일.7월의여름
밤바다남항대교위에는아버지영혼이별빛속에진주처럼묻어있
었다.
추억3.흰등대빨간등대
부산남항에는흰등대빨간등대가있다.그동안두등대는거친
세월을지나오면서현대식콘크리트구조물로더튼실하게변했다.
예나지금이나항구로드나드는선박들을보호하는파수꾼역할을
변함없이잘수행하고있는모양이다.서구남부민동에있는흰등대,
258/추억
영도구남항동에있는빨간등대.남부민동에서보면빨간등대가잘
보이고남항동에서쳐다보면흰등대가더잘보인다.이룰수없는
사랑처럼서로가서로를마주보고현란한갖가지불빛으로만그리움
을달래고있는연인같은두등대.
흰등대는흰불빛만빨간등대는빨간불빛만쏟아내던지난날이
있다.불빛하나로도오가는선박들좌표가되고힘겨웠던옛시절
해안가에사는이들에게일터나쉼터가되어주던애환을가득담은
사연많은등대였다.먼바다에서갑자기거칠게몰려드는파도를막
아주는방파제로서의기능과이쪽저쪽경계선을나타내는흰등대
빨간등대는나의빛바랜기억속유년의거울이기도하다.
오래전나의유별난기억하나,또다시그때를생각하노라니마
음이바닷물처럼출렁댄다.비릿한바다냄새가코에달라붙은우리
4남매는남항동에서모두태어났다.이곳은8⋅15해방을맞은부모
님이일본에서한국으로건너와첫발을내디딘정착지였다.
아침햇살이눈에부신여름날이다.빨간등대는늘부산하다.철
망에갓잡아온생선을손질해서말리는물때전아낙네들,숯불같
은얼굴로낡은그물을손질하는어부,그사이를벌거숭이코흘리개
아이들이하릴없이헤집고뛰어다닌다.우리들의낙원동산,빨간등
대에서여름한철큰오빠가곧잘헤엄을치던모습은높은망루불빛
같은선연한빛으로내속에깊이들어와박혀있다.
그여름날도4남매는일찌감치더위를피해물놀이를하러등대
로나간다.다닥다닥붙어있는판잣집사이남루한골목을벗어나면
온통짭조름한바다향내가해풍에뭉글뭉글엉겨든다.눈앞이아득
심득순/259
해질만큼윤기나는햇살을담은드넓은바다가눈앞에펼쳐진다.
큰오빠와작은오빠는물속으로거침없이뛰어들고동생과나는
뜨거운등대바닥에쪼그리고앉아눈빛으로그뒷모습을좇아간다.
빨간등대에서흰등대까지푸른물살을가르며오빠들은수면위로
빠르게질주한다.작은오빠가절반도채못나가고돌아나오는사이
큰오빠는어느새흰등대위로올라가서서빨간등대에있는우리들
에게두팔을의기양양하게흔들어댄다.그런오빠를향해마냥좋
아하며기꺼이양손을힘차게흔들어주지못하는나.어린내두눈
에망망대해로보이는두등대사이의바다가한없이넓고깊어두렵
기만하다.흰등대에서빨간등대로다시돌아나와야할13세소년
이혹힘에부쳐그사이다리에쥐라도날까가슴이졸아들고겁이
난다.오빠큰머리가해면위로불쑥솟아올라내시야에잡힐때까
지마음을졸이며긴장한다.그런나를매번완벽한수영실력으로
안심시켜주고탈없이빨간등대로무사히귀환한큰오빠는언제나
등대만큼커보인다.
두툼해진세월을안고남항대교위에서서그날의등대를본다.
이세상어디에도살고있지않는큰오빠를만난다.돌아오지않을
그옛날의애틋한우리들의동화속날들이한편의영화로상영된
다.미아가된갈매기한마리,흰등대빨간등대사이로선회하는
날갯짓이쓸쓸하다.
(2008.7.28.)
260/그리운거짓말
*한국문인협회회원
*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띠풀동인
*동백수필동인
그리운거짓말
황원준
모깃불놓은마당에누워서하늘을보면별이소금을뿌린듯박
혀있었다.여름밤북쪽하늘에는큰곰자리,작은곰자리가있고,서
쪽하늘에는목동자리,처녀자리가있으며,바로머리위쪽중앙에
유난히밝게빛나는별이독수리자리의견우별과거문고자리의직녀
별이라는것은한참을자란후에야알았다.
한참동안올려다보고있으면별들이하나둘씩내게로다가오기
시작했다.수많은별들은구름처럼뭉쳐서삐죽삐죽하더니곧비가
되어내게로쏟아내릴것만같았다.이윽고별은빗줄기처럼사선을
그으며쏟아져내리고,내몸은작은물고기처럼하늘로떠올랐다.
메케한연기를따라모기들은미친듯이춤을추어대었다.모기
들에게는매운연기가아니라더할수없는향훈(香薰)인가보다.어
황원준/261
느무명의옛시인은도무지불붙을기미가없는안타까운사랑을두
고이렇게노래했다.
‘청솔가지야,청솔가지야,매운연기만나고매운연기만나고…’
그러나쉽게불붙지만금방꺼져버리고마는볏짚과는달리,청
솔가지는일단불이붙기만하면화끈하게오래탄다.미물도깊이가
있는사랑을위해서라면맵디매운인내와고통쯤은두렵지않다는
말일까?머리를헤쳐풀고하늘을오르는연기를따라열정적인몸짓
을그치지않는다.
진종일뛰어놀았던끝에쌓인피로와저녁식사후의포만감을
생각하면지금쯤코를골며깊은잠에빠져야할시간이다.그러나
처마끝에매달린전등불밑에서잠시도일손을멈추지않으시는할
머니곁에,아이들은무슨빚이라도받아내려는듯더러는눕고더
러는앉아서옛이야기를들려달라고조르기시작한다.
좀처럼풀어낼기미가없던할머니의이야기보따리도계속되는
아이들의지청구를이기지못하고“옛날옛적에…”하고일단실마리
를풀면밤이이울때까지계속된다.이렇게무더운여름철에는무서
운이야기가제격이다.
아주먼옛날에어느선비가과거길에올랐단다.어느새해는지
고곧칠흑같이어둠속에서산길을헤매게되었다는구나.산짐승들
이울어대고인기척에놀란산새들이바로발밑에서푸드득날아오
르는바람에머리카락이빠삭올라붙는무서운산길이었단다.
262/그리운거짓말
그런데저멀리산기슭에불빛이보이더란다.선비는하룻밤쉬어
가고자발걸음을재촉하여그곳에당도해보니,한여인만살고있
는초가집한채가있었대요.선비가사정을이야기하고하룻밤을쉬
어가기를청했다는구나.그러자그여인은친절하게맞아들이면서
저녁은먹었느냐고묻더란다.선비는이왕신세를지는것염치불구
하고요기할음식을청했다는구나.
여인은잠시기다리라고하더니노란조밥을따뜻하게지어내더
라는거지.산촌이라쌀이귀해좁쌀로밥을했다며많이자시라는
거야.이미때를놓치고배가너무고팠던선비는조밥도고마울따
름이지,허겁지겁맛있게밥을먹었다는구나.
하루종일산길을걷고난뒤끝인데다가배가불러지니졸음이물
밀듯밀려왔다는구먼.쓰러져얼마를잤을까.이상한느낌이들어
눈을떠보니커다란거미한마리가거미줄을뽑아선비의온몸을
칭칭묶고있더라는게지.
그날아침에선비가자기앞을지나가던,알을잔뜩밴어미거미
를밟아죽인일이있는데,지금이거미가아침에죽인그거미의동
생이라는게지.제언니를죽인복수를한다고그러더래.그날밤선
비가먹은밥도조밥이아니고거미알이라는거지.거미알이영판
좁쌀을닮았거든.
선비를거미줄로꼼짝달싹못하게온몸을감고거미독을쐬면곧
죽게될것인데,조밥이아닌거미알들이죽은선비의몸을먹이로
자라게된다는구먼.그러니까너거들은아무리거미같은미물이래도
함부로죽여서는안되느니라.
황원준/263
그러지않아도그동안싸늘해진밤공기가오슬오슬소름을돋우
던차에숨이막히도록무서운할머니의이야기를들으면온몸이오
그라들며소변이마려웠다.친구들과놉을해서야텃밭에다다를수
있었고,행여나거미를밟을새라까치발로서서오줌줄기를냅다
내지르고부리나케제자리로돌아오곤했다.
이제자야된다는채근을네댓번은더듣고서야잠자리로옮겨
눕지만,잠은이미저만치달아나버렸다.말똥말똥해진눈으로몸을
이리저리뒤척이다보면벽에걸린민화속의닭이무섭게쏘아보고
있다.붉디붉은벼슬,푸른발톱,노란눈자위에검은동공이매섭게
빛나는눈.
에고고.무섬증이일어돌아눕지만매서운자태눈에선하다.할
머니의어젯밤이야기가떠오른다.닭은말이다.모이를절대로혼자
먹는법이없단다.구구대며동료들을불러서같이먹지.그래서닭
은인(仁)을상징한단다.어질다는뜻이지.또닭은세상누구보다도
먼저일어나서매일변함없이새벽을깨운단다.그래서닭에게는신
(信)이있단다.믿음이있다는뜻이지.
그리고또닭은말이다.일단적이다싶으면맞붙고본단다.물론
힘이달려죽겠다싶으면꽁지를빼고다리야날살려라도망을치지
만,지레겁을먹어싸워보지도않고도망부터치지는않는단다.그
래서닭에게는용(勇)이있다고한다.용감하다는이야기지.저닭
대가리에있는벼슬을보렴.벼슬아치들이쓰는관모를닮았잖니?그
래서닭에게는문(文)이있단다.저억센발톱을보렴,네발가락과
그위에미늘처럼솟아있는돌기가마치위풍당당한장창을닮았지?
264/그리운거짓말
그런점에서닭은무(武)를상징하기도한단다.
이렇듯닭에게도다섯가지의장점이있는데,너희도그것을잘
보고배워야할것이야.괜히돌을던지거나닭꽁무니를쫓아가며
괴롭히지말고….할머니는닭이천년을살면용이된다고했다.의심
에찬아이들이못믿겠다는듯눈을똥그랗게뜨면닭의다리껍질
은용의몸에있는비늘과비슷하게생겼는데,그것이오래산닭이
용으로변할수있는증거라고못을박았다.그용의이름을계룡(鷄
龍)이라고하는데,닭을자꾸만괴롭히면계룡이내려와너희들뿐만
아니라온마을에혼을내키니조심해야돼.
이제는거미가여인으로현신하여밥을짓지도못하고,닭이오래
살면용이된다는것도모두거짓말이라는것을안다.하지만할머니
는우리들이항상어질고착하게살기를바라셨다.험하고어려운세
상을뱀처럼지혜롭고비둘기처럼양순하게살아가기를바라셨다.그
런가없는사랑의속내라도소리높여나무라시거나매정하게잘라
말하는방법으로우리를가르치진않으셨다.차라리거짓말을섞은
옛이야기를통해서라도늘부드러운목소리로에둘러말하시며우리
들스스로깨닫기를바라셨다.
세월이흘러할머니가돌아가신이후내게함부로거짓말을하는
사람이없다.못미더워대들듯이눈을똥그랗게뜨면,거미알이정
말좁쌀을닮았지않았더냐,닭다리의비늘이정말로뱀이나용의비
늘을닮지않았냐며알량한나의의심을여지없이제압하던그박학
다식의카리스마를이제는만날길이없다.
황원준/265
이제는그누구도함부로내게거짓말을못한다.그누구도나를
쉽게속여먹지못하게끔내가닳아버린탓이다.마음속에는상상의
날개가접혀진지오래고정서의샘이메말라버린지오래된탓이
다.누군가가그옛날할머니처럼제아무리웅숭깊은사랑으로다가
오려해도,어느날부터인지내자신이흉물스런고슴도치로변신한
탓이다.
또내주위의이웃들이비싼밥을먹고실없는사람으로평가받기
싫은까닭일것이다.아니면언젠가는크게한번속여먹기위해잔
잔한거짓말은억지로참고있는까닭인지도모른다.
사는것이힘들고외로워지면뜬금없이“옛날옛적에~”로시작하
는허무맹랑한거짓말을듣고싶다.얼큰하게술이라도한잔취하면
여름밤평상위가아니라도별자리처럼누웠다가비내리는밤하늘
을헤엄쳐다니고싶다.만우절이아니라도좋으니누가내게거짓말
을좀해봐.
266/서쪽하늘
*한맥문학등단
*부산문인협회회원
*송국묵회회원
서쪽하늘
이경자
옥상에오르면버릇처럼서쪽으로시선이먼저간다.
10여년전만하여도가을이면벼가익는들판이보였지만,지금
은계절의감각을느끼지못할정도로개발이되어김해시가지가밤
이면휘황찬란한불빛으로변한다.
낮에는낙동강물에시선이오랫동안머물다가,멀리하늘을바라
보면마음은내고향으로살며시간다.그곳에는어머니도살아서계
시는듯하고나무한그루풀한포기도옛날그대로인듯하다.집주
위의많은감나무마다추억이서려있고,가을이면풍성한감축제가
한달내내벌어져어느대궐집보다마음의부자가된다.뒤란에있
던찰감나무에서리가내리면유난히도속은사근사근하고떫은맛
과단맛이어우러져제일좋은감맛이난다.마당한켠에있는제일
이경자/267
큰가말감나무감은곶감만드는감으로좋았고,물길으러가는길
가의납작감나무는잎이유난히도크고단풍들면고왔다.
아침일찍어머니가깨끗이쓸어놓은길위에빨강노랑초록으
로어우러진크고빛깔고운감잎이뚝뚝떨어져누운모습이어린
시절의추억으로가슴속한켠에얌전히숨어있다.단풍의아름다움이
이렇게오래도록낱낱이기억되는것은,내마음속에는항상어머니
와함께하였기에그러리라.
고향을그리워하는옛시한수가생각난다.
북쪽오랑캐말은북풍을쐬고
남쪽에서날아온새는남쪽가지에집을짓는다.
(胡馬依北風越鳥巢南枝,호마의북풍월조소남지)
여기에사는동안나도모르게시선이그쪽으로향하는것은어찌
할수없는살아있음의본능일까.
오늘도소낙비가오고난뒤,저녁무렵에옥상에올라서니하늘
로시선이갔다.석양이구름으로동양화를그리고있다.내생에이
런환희는처음일것같다.마을이그려지고볏단을쌓아놓은가을
들판이그려지다가호수가되고작은호수가큰호수로변해갔다.
넋을잃고바라보고있노라니,내자신이그곳에이르려고하는순간
어느새석양빛은사라져가고흰구름사이로맑은하늘에초사흘달
이초저녁샛별과함께나타난다.
나에게는언제나앉아서쉬는장소가있다.
268/서쪽하늘
앉아서초승달을보면그달은편안하게보낼수있다는옛말이
생각나기분이흐뭇하다.
실눈썹같은초승달주위로둥글게금이그려져있다.저달에실
려봤으면하는마음이일어나며,자신은한없이작아지는듯하였지
만,깨끗한영혼으로만실릴것같았다.언젠가넋이라도저달에실
려보리라생각하는데,어느덧저리도고운초사흘달은서쪽으로지
고,고향은저하늘밑에언제나자리잡고있다.
허현숙/269
*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부산수필학회회원
*부산여성수필문학회회원
어머니
허현숙
어머니에게는반지가여섯개있습니다.알반지세개와금반지
세개가그것인데,평생멋을부렸던어머니께는턱없이부족한숫자
였을것입니다.그런데그렇게아끼던반지를며느리와딸에게남기
셨습니다.어머니에게는며느리가둘,딸이하나있는데우리모두는
벌써쉰이가까운나이입니다.반지여섯개중에서알반지세개는
큰며느리에게남기고금반지세개는딸에게주었습니다.둘째인저
에게는작은금붙이하나주지않아왠지서운했습니다.아쉬운일
있으면날부르셨으면서내게는작은표징하나남겨주지않은것이
왜그렇게섭섭하던지.
치매요양원에들어가면서정신이오락가락하던어머니는그렇
270/어머니
게큰며느리와딸에게반지를물려주고,둘째인나에게는자신이쓰
던밥그릇을정성스럽게신문에싸서주었습니다.하도오래써서낡
아가져오고싶지않았지만,그것을꼭내게주고싶어하는노인네
마음때문에억지로들고왔습니다.저녁을먹으면서중학교에다니
는딸아이에게할머니가큰어머니와고모에게는반지를세개씩이나
남기시면서나에게는낡은밥그릇을싸주더라는이야기를하였습니
다.딸아이가하는말이,할머니는아마도엄마를가장사랑하셨던
모양이라고합니다.엄마는아무것도아쉬운게없는사람일것이라
알았고,엄마는늘할머니한테넉넉했으니까그러신것이라고해석해
주었습니다.그리고엄마는할머니가반지같은것주지않아도서운
해하지않을것임을알고있었을것이라고합니다.딸아이의풀이가
그럴듯하고,또손가락이붓는바람에반지를뽑아잘잃어버리는나
자신을생각하면서,그반지사건은내마음속에서지우기로하였습
니다.
어머니는정신이오락가락하면서벌써몇년전부터했던말을
수없이반복하는증세가있었는데,최근들어자꾸만배가고프다고
하소연하였습니다.아무리먹어도배가등가죽에붙었다하고,무슨
일이든지금방잊어버렸기때문에병원에모셨더니치매라고합니다.
건강하게잘있는것이도와주는것이라고감기한번심하게앓으신
적이없었습니다.하루아침에하늘이무너져내렸습니다.형제들이
모여이런저런온갖지혜를다짜보아도별수가없는것이그병이
었습니다.살기바빠모두집을비우는우리네로서는아무대책이없
허현숙/271
었습니다.형제들은이런때일수록정신을차리고형제끼리다투거나
흩어져서는안된다고하면서,가능하면서로의의견을존중했습니
다.누구한사람에게책임을지울수도없는문제였고,누구를원망
해서는더더욱안될일이었습니다.
어머니가요양원으로가시는날,모두가말은안해도그렇게마
음이아플수가없었습니다.아들사랑을며느리에게다뺏겨버렸노
라고하시면서심통을피우시던분이었고,며느리때문에행복이다
깨어졌노라고된시집살리시던분이었지만,그래도가슴이아팠습니
다.시설은깨끗하고봉사자들은친절하였지만그곳에어머니를혼자
두고나올때는큰죄를짓는것같았습니다.그리고집에돌아와모
두넋없이앉아그렇게많은날들을힘없이보냈습니다.책속에서
나나오는이야기가우리집안이야기가되었다면서,너도나도마음
이편치않았습니다.자도자는것같지않고먹어도먹는것같지가
않았습니다.아무것도맛있지도않고혹좋은곳에가도죄가되었습
니다.
그리고는내기억력마저도오락가락하였습니다.평상시에자주
쓴언어조차도생각이나지않아한참을헤맬때도있었습니다.나도
모르는새말을더듬고아무것도기억이나지않아머릿속이하얗게
될때가많았습니다.그러면서몇달이지났습니다.어머니가가실
때는초여름이시작될쯤이었는데,벌써무덥던여름이다지나고서
늘한가을이오고있습니다.어머니는잘지내고계시지만정신이돌
272/어머니
아오실때마다‘현대판고려장’이라고자식들을원망하기도합니다.
그러다가도또금방모든걸잊어버리고잘지냅니다.내가한번씩
뵈러가면붙박이장을열고는이것도네가사준옷이고이것도네가
사주었고…하면서옆에계시는할머니들께작은며느리를자랑합니
다.그런데사실은옷장속물건중에는내가사준물건은한두가지
고거의대부분은형님이사준것들입니다.어머니는왜그렇게형
님하고는못친하신것인지모르겠습니다.
집안에큰일이생기니큰아들큰며느리는어디가달라도달랐습
니다.과감한결단력이나추진력이나뭐든지그들은둘째인우리보다
나았습니다.그래서맏이는타고태어나는모양입니다.더러는너무
강하고야박한느낌이라불만도있었지만,친우들에게이런이야기를
했더니아주버님,형님을업어주라고합니다.그런사람들이또있
겠냐면서.그무더위속에이런저런절차를밟는일이라든가힘든
일이란일은자신들이다하고어머니가남긴재산(?)은모두둘째인
우리에게맡겨두었습니다.이담에더큰일이생기면이것으로해결
하자합니다.자신은사업을하는사람이니가지고있으면불안하다
고하면서요.그런사람이어디있냐고나더러복많은사람이라고
친우들은말합니다.힘든일은동생에게다맡기고재산일랑은형이
다가지는사람도많다면서요.
지난추석에는어머니를모시고큰집에서온식구가모여차례를
지냈습니다.차례상에절을한번해야하는지두번해야하는지도
허현숙/273
잊어버리고화장실이어디인지도금방잊어버리지만,그래도손자들
얼굴보며웃는모습이보기좋았습니다.어머니가평안했으면좋겠
습니다.어디에계시든지건강하시면더좋겠습니다.그리고오래오
래사시다가하느님나라에가시는그날에도,아무고통없이자는
잠에꿈결인지잠결인지모를평화속에서가셨으면하고빌어봅니
다.모든걸잊어버리고살면서,문득먼기억이스치면지친날개를
접고절망하며넋놓고앉았을모습이내내마음에걸립니다.그리고
그것은머지않은내모습이기도합니다.
274/‘조상(祖上)’과부산비엔날레
*<문예한국>수필,<새시대문학>시천료
*영호남수필문학회⋅형산수필회원
*해운대문인회회장(전)
*<노란손수건>,<판문점세관>등
‘조상(祖上)’과부산비엔날레
김훈
유유히흐르는좌수영강은10월이되면진가를발휘하나보다.
금정산금샘에서샘솟아흘러내려온청강수가개울을이뤄청룡천.
장전천.신선천과합수되어좌수영강을이루고하루같이해운대바다
로흘러온다.그러나천년을흘러온청강수가80년대산업화도시
화로생활오폐수가유입되면서‘죽음의강’으로변하여시민의품에
서멀어진지오래되었었다.그러던것이몇년전부터뜻있는시민단
체와관계관청이연합하여수영강살리기노력으로이제오수(汚
水)의오명을치유하고,숭어떼가강물을박차고비상(飛翔)하는2
급수로복원된광경을보노라면,우리에게희망이약동하는희열을
느끼게한다.더욱부산시가센텀시티를개발하면서‘APEC나루공
원’으로명명(命名)하고,공원조성을한이후2008부산비엔날레조
김훈/275
각전(BusanViennaleSculpturProject/2008.9.6.~11.15.)을개막
하였다.
그주제가‘낭비(浪費,Expenditure)’이다.낭비는상상을뒤엎는
충격적철학발상의전환이다.낭비는프랑스사상가조르쥬비타이
유(GeorgesBataille)의문화사상에서따온개념이라한다.20세기
를통틀어가장독특하고걸출한사상가중한사람으로,‘생산,절제,
획득,통제.검약’을뒤집어생각해보면이모두가‘낭비’이며무의미
한‘소모,방출,지출,소비’의요소라고본것이다.
남녀간의사랑을하려면데이트가필요하며,데이트를하려면시
간,정력,경제적소비지출이수반하는데,이를뒤집어보면‘낭비’
요소라는것이다.낭비를통하여현대미술의접근방법으로이해하
려는철학적시도로이해가된다
고즈넉하게쌓인낙엽위로석양의붉은노을이촉촉이내려오면,
10월의좌수영APEC나루공원강변에는‘낭비’를실천하는(?)시민
들과남녀데이트족이오고또간다.40여국출품한전시작품중에
서미국출신로버트모리스(R,Morris)의‘조상(祖上.Ancestor.1200
*900*300cm)’이관심을끌어소개하고자한다.
우리민족은조상에음덕을기리는독특한유교문화에뿌리를두
고있다.한가족이돌담을두른한옥에서한우물을마시며조상을
통하여가족화합과대가족제도의한국인전통의삶의문화가전하
276/‘조상(祖上)’과부산비엔날레
여왔다.R.모리스는이모습을형상화하여현대균질화된문명의문
제를제시한고발작품이라고이해된다.
한국의전통가옥인굵은흙돌담으로둘러쳐진울안에는깊은샘
물과감나무한그루가있을법한것이다.왜‘조상’이라는이름을붙
였을까?현대사회가발전하는과정에서광적으로전통은파괴되고
대가족제도가마치구습으로치부되면서,핵가족화와전통파괴와
근대화과정의무절제한윤리도덕의상실로이해하고,이를애석하
게여긴결단에서이를반대하는주장을상징적으로형상화한것으
로판단된다.
이작품의작가R.모리스는1960년대미공군사병으로,당시수
영비행장에서근무하며한국인의전통적인대가족제도와조상숭
배의미덕에감명을받은것이다.그래서한국의전통인‘조상’을형
상화한것이라한다.무너지는전통에대한아쉬움일는지도모른다.
우리의뒷모습을회상하고작품을보면그의미가마음에들어친근
감을느끼게한다.
이가을이면감나무에서홍시가빨갛게익어가고호롱불을밝혀
글읽는낭랑한목소리를그립게한다.현대조각작품‘조상’을부산
시에무상기증해주신R.,모리스씨의‘한국의충,효,예정신과조
상숭배문화’에애정과깊은이해에감사를보낸다.
장미/277
*부산문인협회회원
*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동백수필문학회회원
진흙쿠키
장미
추석이가까워지고있었다.티비에서는힘들다,못살겠다,너무
비싸다하면서도사람들로,물건들로넘쳐나는모습이종일뉴스에
나오고있었다.사다리를타고높다란천정까지물건을던져쌓는대
형마트직원의묘기에가까운모습과,가게마다그득한먹거리들이
제색을뽐내며손님을향해있었다.함께티비를보고있던중학생
인아들녀석이온갖음식들로가득찬화면을보다가,오늘저녁메
뉴가뭐냐고물었다.좋아한다고며칠너무기름진반찬을해준것
에생각이미쳤다.그래서잘익은열무김치에다고기랑버섯을듬뿍
넣어끓인맛있는강된장을넣고참기름을더해서비벼먹으면어떠
냐고했다.때때로그것도맛있다며잘먹는녀석이었는데,오늘은
명절을앞두고여기저기서맛난음식들을하는장면을봐서인지그
278/진흙쿠키
것은별로생각이없다며뭘먹을지를고민하기시작했다.
아들도사실은과체중이다.큰키때문에그저체격이건장한걸
로슬쩍넘어가긴하지만,엄밀히따지면먹은것이쓴것보다남아
도는지경인것이다.그런데도늘반찬이뭐냐고식전에묻는다.작
년여름,아들이체중을줄여날씬해진때가있었다.그런데그식단
이더힘들었다.매일아침칼로리는낮고단백질은공급할수있는
것을고민해야하고,야채를고루고루커다란볼에가득씻어담는
것도일이었다.그리고그냥먹기힘든생야채는또지방이적으면서
맛을낼수있는소스를준비해야되고,이것저것여간신경쓰이는
일이아니었다.먹긴먹는데살이덜찌는음식,그리고입에맛있는
음식을골라먹는것이었다.
나도직접경험을해보지못한일이긴하지만,요즘아이들은보
릿고개를이해조차하지못하는아이들이많다.먹을것이없어배를
곤다는것을모르고사는아이들이훨씬많은게사실이다.그뿐아
니라,너무먹어서탈인아이들이점점늘어나서심각한문제라고떠
들어대고있다.그러다보니다이어트와관련된상품들은여기저기
에널려,우리주변은먹기와빼기가양날의칼처럼우리에게상처를
주고있는지경처럼보인다.
맛있게먹을저녁을궁리하며이리저리티비채널을돌리고있던
우리는,검은피부에환한웃음을웃고있는아이들의모습을보았다.
그아이들은몇명씩모여모두손에뭔가동그란것을베어먹고있
었다.기자는그것이‘진흙쿠키’라고했다.순간나는무슨건강에특
별한효과가있어아이들이먹는줄알고보았다.그런데실상은아
장미/279
이들이먹을것이없어서진흙말린것을쿠키라고밥대신먹고있
었다.그것마저하루에두번정도먹는다고했다.더기가찬것은,
그것도누군가가만들어서파는데,요즘들어값이두배나올랐다는
것이다.어떻게진흙으로쿠키를만든단말인가싶어서보았다.기가
막혔다.그냥집주위에서흔히볼수있는조그만진흙웅덩이에다
조금의버터와소금을넣더니따로그릇도도구도없이그냥손을웅
덩이에다넣고휘휘저어섞었다.그러고는부유물도둥둥떠있는
그웅덩이에서진흙을떠내어한국자씩널따란판에다떠냈다.그것
이마르면‘진흙쿠키’가완성되는것이었다.엄마배속에서부터그
것만먹어온어린아이는배안에혹이생겨서배가올챙이처럼볼
록해져있었다.다른음식은너무비싸서먹을수가없다고했다.티
비를보던아들이멍한표정으로돌아보더니“엄마!저건아니잖아
요.”하며말을잇지못했다.
전세계를통틀어보면생산되는식량의양은지구의모든사람이
먹고도남는다고한다.한쪽에서는과잉생산된식량을바다에쏟아
붓고있는동안,다른쪽에서는먹을것이없어서진흙을말려서먹
고있는것이다.못먹고,못입고사는것이지구저쪽사람들의일
만은아니다.티비만켜면,갖가지귀한음식이나맛있는음식을먹
을수있는곳을보여주는프로그램이부쩍많다.그렇지만우리나
라에도방학이되면학교에서점심급식을못먹는바람에불편을겪
어야하는아이들이저소득층자녀의60%나되는33만명가까이
되는숫자다.내집안도못돌보면서먼남의곳아이들의일에마음
을아파할일이아니라고할지도모른다.그런데사람이사는데가
280/진흙쿠키
장기본적인먹을것이없어서곡식도아닌진흙을먹는다는사실에
마음이아프다.그것도하루이틀이거나어떤기간동안의일도아니
다.그주변마을의모든사람들이그렇게살고있다는것이충격이
었다.
사람은무엇으로사느냐는질문을던진톨스토이는사랑으로산
다고했다.물론사람이사는데사랑이없었다면인류는그존재를
이어갈수없었을지도모른다.하지만진흙쿠키를먹는아이들에게
도그답이사랑일수있을지모르겠다.좀더맛있는음식을찾아먹
는사람들과그사람들에게멋까지얹어서먹거리를제공하는사람
들이사는세상이다.그렇지만아이티의아이들처럼,고픈배를채우
는것이쿠키라고이름붙인말린진흙뿐인사람들도함께같은시대
를살고있다.
그날저녁아들과나는감사한마음으로열무김치비빔밥을배부
르게먹었다.아들녀석은,죄를지어그런것도아니고원해서선택
한것도아닌데,저곳에서태어나서진흙을먹으며늘배고픈아이
들이너무억울하다고했다.그리고그런사실조차느끼지못하고환
히웃고있는것이더마음아프다고했다.과일까지먹고잠들어있
는아들을내려다보며이렇게속으로말했다.‘내배가부를때도배
가고파서눈물을흘리는사람들이있다는것을잊어버리지말자.그
리고내밥그릇에마음을따뜻하게얹어서나누어주며사는것을잊
어버리지말자,아들아!’
정철규/281
*한국문인협회회원
*부산수필문인협회회원
*문창동인
시간을버리다
정철규
야근에,모임에새벽부터시작되는하루들이화살처럼지나간다.
일주일이금방이다.벌써10월,올해의끝이벌써보인다.단풍이살
금살금남하하고있단다.
토요일아침,속이쓰리다.눈을떠보니아무도없다.놀토는아
닌모양이다.덩달아아내까지없다.북어아니면콩나물국이라도좋
으련만,술국을기대한내가잘못이다.식탁에차려진밥상이흐려
보인다.이미식어버린계란국에밥한술말아먹고나니속은조금
편안해졌지만,그래도전신을감싼취기를쉽게떨칠수는없을것
같다.
주섬주섬배낭을챙겼다.김밥,그것도고추김밥으로한줄,막걸
리한통,그리고물한병.나를일상으로부터벗어나게하는유일한
282/시간을버리다
벗은산이다.그리고세상을구경할수있는버스를타기위해준비
된초보산꾼인나는버스정류장으로내려왔다.
목적지를정하는것도아주간단하다.한두시간또는세시간정
도는앞산아니면뒷산이다.하지만반나절이상의시간을버려야할
여유가생기면무조건금정산으로향한다.금정산에는오르고내리는
길이수십여곳이란다.오르는길의결정은먼저도착하는버스에따
른다.동래방향으로가는버스가먼저오면덕천동이나만덕에서내
려산으로향하고,구명역정차버스가먼저오면지하철로바꿔타
고화명동쪽으로오른다.
동래방향의버스가먼저와서덕천동불웅령쪽으로방향을잡았
다.버스에내려서도한참을더올라야산행초입이다.아파트를벗
어나자바로운동기구들이설치되어있다.아직은녹색이더많은
나무들이지만,가끔별난단풍나무한둘이빨간옷으로갈아입고자
태를뽐내고있다.땅이너무말랐다.한걸음씩옮겨놓을때마다먼
지한바가지씩을흩뿌린다.배낭에있는막걸리한잔으로기우제를
지내고내가마실물한병이라도뿌려땅을젖게하고싶은심정이
다.기세등등하던여름풀들도많이여위어나의손사랫짓에금방길
을열어준다.
낙타봉이라고도한다는불웅령은제법가파르다.혼자가는길이
라쉬엄쉬엄갈수도있으련만,난고삐를늦추지않는다.일주일의
흔적을씻어내려는마음과어젯밤의숙취를몰아내려는욕심이앞선
다.하지만금방걸음을멈춘다.가슴이이욕심을따르지못한다.한
적한산길이라뒤따르는사람도마주오는사람도거의없다.내가
정철규/283
쉬고싶은만큼쉬면된다.한참을올랐을까?혼자앉기에적당한전
망좋은바위하나가있다.여기서막걸리를…하고망설이다가참기
로했다.
가지도않고뒤돌아보면그자리지만오르다서서뒤돌아보면내
가온길이보인다.산에서는벌써이렇게나많이왔나싶을정도로
자신을대견하게여길수있다.제일게으른게눈이며손발만큼부
지런한것도없다고했다.나의지쳤지만그래도부지런한발이꾸준
히걸어이곳까지왔지만,나의게으름뱅이눈은아직올라야할불
웅령을바라보고있었다.
내발걸음에놀라는다람쥐가예쁘다.낙엽이부서지는소리가정
겹다.이마의땀은다시눈가로흘러자꾸만나의걸음을머뭇거리게
한다.몇곳바위을타고오르는재미가쏠쏠하다.나뭇가지들이어
울려만든그늘사이로열린오솔길이계속이어지다가낙타의두번
째쯤으로보이는바위산하나를지나니금정산과백양산을이어주
는갈림길이다.여기서백양산은지척이나금정산은멀다.이제내려
가는방향을잡아야한다.백양산은다음으로미루고,일곱시간을
염두에두어야하는금정산방향으로가기로했다.
산등성이길은무료하나좌우로열린도시가심심하지는않다.왼
쪽의낙동강과오른쪽의바다.노루처럼먼곳부터바라보다가갑갑
하게들어선건물들사이로눈길을준다.그사이를곡예하듯쉴새없
이움직이는차량들이살아있음을알린다.시골길같은산길,이제
는그늘도많지않다.나처럼혼자걷는사람들이제법많다.나처럼
시간을버리기위해나온사람들일까?
284/시간을버리다
어린이대공원뒤만남의광장쪽으로내려서는길은한없이내리
꽂힌다.반대로이길을힘들게오르며한여름같은땀을흘리는몇
사람을만난다.세상살이오를때도있었지만지금은내리막도있구
나생각에실소를흘린다.광장엔제법사람들이보인다.거기에머
뭇거릴용기가생기지않는다.산길을걸으며세상일에골몰한탓일
까,잠깐길을잘못들었다가돌아나왔다.그러면서도어차피혼자
나선길인데길을잃으면뭐어떠랴생각하기도한다.
다시만덕쪽으로향하는길은평탄했다.다시제법그늘도생겨
걷기는수월했지만많은사람들이다진길은반들반들했다.만덕터널
위의포장도로를가로지르며산성마을이있는왼쪽길을버리고가
파른오른쪽을택했다.약수터가말라있다.고개끝에올라다시뒤
를돌아보니편안하게내려온길이펼쳐져있고,그뒤로불웅령이
보인다.뒤를돌아보지말아야지,게으르지만보배인눈을들어나아
갈길만봐야지,내발의부지런함을믿고나아갈길에소홀하지는
말아야지하며,그다지중요하지도않은다짐을해본다.산길걸으
며다짐이라니우습다.
가끔씩바위를만난다.모난바위,그늘이드리워진바위,평편하
여오수한숨을때릴수있는바위,그리고숨어있는바위들.케이
블카가있는곳에이르기조금전쯤이라생각되는곳에자리를폈다.
우선식어버린막걸리한모금을털어넣었다.간밤의아련한향이
다시살아난다.비워진몸안으로탄산음료같은액체가전신으로번
져나간다.딱히안주랄것도없어고추김밥한쪽을밀어넣었다.
세상을얻은느낌이다.아무에게도방해받지않고한모금의막걸리
정철규/285
와김밥한쪽으로세상에서가장행복한사내가된다.혹시라도누
군가옆에있다면이행복을나눠야하지않을까해서혼자인게정
말다행이다싶다.햇살도샘이나는지바람을몰아와바위위의그
늘을자꾸만한쪽으로밀어내고있다.
잠깐졸기로했다.눈만감으면되니굳이눕지않아도되고이불
따윈더더욱필요없다.소리만들린다.꼼지락거리는소린불웅령
초입에서만난다람쥐일까?아직햇살의질투가덜풀린걸까,바람
은쉼없이전신을간질이고있다.그렇다고쉽게비를뿌려줄것같
지는않다.
앞으로걸어가야할길을생각하지않기로했다.적어도눈을뜨
기전까지는버리고있는거다.가장행복한사내가,그것도사람들
이제일중요하다고하는시간을버리는것이다.해가지면어떠랴.
그러다가한숨정도지나면또어떠랴자위한다.버리면서만가지
생각을주고받는다.막걸리한통과물한병,김밥한줄을버리고
숙취를버리고산을얻는다.게으른눈을얻는다.
아직햇살은따스하다.내가눈을뜨기전까지는기다려줄거라
믿으며자리를접는다.아직도버려야할시간이많아길을재촉하기
로했다.
기고
286/어느친구의넋두리
*<한맥문학>등단
*한국문인협회⋅한다사문학회회원
*한국수필문학가협회⋅좋은문학회이사
*수필집<하동포구>,<녹색초대장>
어느친구의넋두리
남기욱
지난일요일오후,모처럼친구몇사람이만났는데,헤어지기서
운하여저녁식사나하고가자며식당에들렀을때의일이다.
소주한잔곁들여기분좋게식사를하는도중,한친구가휴대폰
을끄집어내면서“오늘하루종일전화가한통화도안왔네.”라고말
했다.
어디에선가급한볼일이있으면모를까,일요일에누가전화를하
겠느냐,근래에와서는주5일근무제로금요일오후부터는전화한
통화오지않는다고서운하다는듯투덜댔다.
그래도얼마전까지만하여도이렇지는않았는데,금년부터는나
이탓도있지만평소에도찾는사람이별로없다고했다.친구들도
한때는하루라도만나지않으면못사는듯귀찮게굴기도하였는데,
남기욱/287
이제는다어디로숨어버렸는지보이지않고,남아있는것은평생
을함께하며늙어가는마누라뿐이라며입가에씁쓸한미소를지었
다.
그러자다른친구들도다들휴대폰을확인해보았는데,한결같이
전화는오지않았다.혼자만당하는일이아니라,어느틈엔가그런
나이가되어버렸으니마음아파할필요는없을것같았다.
소주한잔에취하지는않았을텐데,그친구의넋두리는계속되
었다.젊었을때밤잠설쳐가며열심히살아온결과로늙어가면서
자식들에게손벌리지않아도될형편은되었으나,주위에있는사람
들이편히살도록그냥두지않을때가있다고했다.
다들아쉬운소리를할때몇번씩도와주기는했지만,주는사람
은크나받는사람은항상부족하기마련이라더큰것을바라면서
서운해하기가일쑤이고,서운한일이한두번쌓이다보니괜히심사
가비뚤어져모르는사람으로바뀌고,그렇게도친하게지내던관계
는돈때문에마음상하는일들도있어기억하기조차싫은사람도있
단다.
사람잃고돈잃어버린꼴이고,혹시라도끈질기게받으려고하다
가는원수지간으로변하는일이허다하단다.그래서돈이란‘줄때는
앉아서주고,받을때는서서받는다.’는말이있지않은가.다들한
번씩은겪어봤을일이라그런지쉽게공감을했다.
소주한잔을더달라며그친구는이야기를계속이어갔다.이제
는그많던모임도차츰줄이고남아있는모임도자주참석하지않
으려고한단다.전에는그렇지않았는데,시간이흘러가면서취미생
288/어느친구의넋두리
활도다르고또가까웠던사이라해도자주만나지않으니,공동의
소재부족으로할말도없고서먹서먹해져어색하기까지하니별로
만나고싶지않다고했다.
어쩌다일년에몇번참석하여회비나겨우내고오는실정이라,
그들과더가까워지기는커녕자꾸만멀어지는처지가되어버렸단다.
친구들도서로비슷한형편이되어야지그렇지않으면따돌림을받
는경우가있다.누구나내가최고이고싶고남잘되는것에배아파
하는것이인간이버릴수없는욕심인지라,나보다잘나가면미움
의대상이되기마련인것같다.
그러다보니돈많이가진친구들은칭찬이나듣기좋은말보다는
입방아의대상이되기쉽고,술을한잔사도너는돈이많아사는것,
별로반가워하지않고고마운마음도가지지않는다고했다.이제는
어릴때만났던친구들과는자꾸만멀어져가고,같은취미를가진
새로운친구들과어울려서지낸단다.많이서운했던일들이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동안옆에서고개만끄덕이고있던또다른친구가맞장구치
며,그것이왕따를당하는것이라고했다.여태껏왕따를당하는지도
모르고돈있고잘났다고뽐내며살고있냐며놀려대니,그도요즘
와서생각해보니그런것같다며웃었다.왕따는아이들세계에서만
있는것이아니고어른들에게도있는가보다.
오랜시간이어진그친구의얘기중에틀린말은별로없었지만,
세상이이렇게인정없이메말라가면숨이막혀사는재미가어디에
있는지모르겠다.
남기욱/289
도움을주고,받지않고사는것이최선의방법이고상처도입지
않는다.하지만세상살이혼자서만살아갈수는없는것,다들부대
끼면서살다보니친구들에게지워지지않는상처를주지않았을까
반문해볼필요는있을것같다.나의진심은그게아닌데,내행동과
말투에서서운함을느끼고속상했을친구는없을까생각해보면솔
직히자신이없다.
사람은자기자신에게는유독관대하지만타인에겐엄격한잣대
를대고인색하기때문에,내가하는일은다옳은일이라고생각하
기가쉽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말이있다.오늘하루만이라도남의처지
에서먼저생각해보고,나는어떤지돌아봐야하는계기로삼아야
할것같다.그러다보면친구들이왕따를시킨다고해도왜그랬는
지생각해보고,그처지를전부다이해하지는못하더라도,그들의
마음을조금이라도헤아림으로해서서운한감정은작아질것같다.
그러다보면살면서사람들과의관계가원만하게유지될텐데라는
생각이들었다.
또서로가서로를조금만더배려하는마음이면좋겠다.한사람,
한사람과의인연이얼마나소중한가.한때는친했던친구들을그렇
게마음속에서지워버린친구의넋두리를들으면서마음이답답했
고안타까웠다.그리고나에게도틀림없이그렇게기억에서지워버
린친구가어디엔가있으면어쩌나하고생각을하니,소름이끼치도
록산다는것이덜컥겁이나기도했다.
기고
290/유월의지리산
*부산대학교대학신문주간교수역임
*현재부산대학교사범대학독어교육과교수
*수필집<맨발로달려라청춘>등
유월의지리산
이상금
1.일상의일탈은자유와자유로움을찾는과정에서겪는새로움
이자낯섬에대한도전이자저항인것을….푸름의물결이산아래
에선이미짙어숙연한녹색이건만,유월의지리산은아직푸름을더
해가는쉼없는계절에파묻혀있다.밤을도와달려온일행들,성
삼재꼭두새벽어둠은어제의비를한껏머금고있다.비릿한풀내음
이빈공간을가득채운채외로운밤을달래고있었다.머리에하나
둘불빛을밝히고달림이들의걸음은어둠속보이지않는목적지를
더듬는다.허나노고단을발아래두는데는한무더기낯선바람만
이애써나의걸음을잠시멈추게했을뿐이다.
노고단에서벽소령으로이어굽이진길은양쪽으로깊은골짜기
이상금/291
를곁에두고만들어진탓인지,대기를나누어가진듯외롭지않다.
불빛과두런거리는사람들소리에놀란것인지,아니면이른새벽을
뺏기지않으려는이름모를작은새소리며종달새가부족한수면을
떨치게한다.영롱한소리가아름답기만하다.북서쪽아래에서부터
이어진임도가밤길에도흙빛으로희미하지만매혹적으로비친다.
얼마를지났는지도모를걸음들은여명의아침,옅은안개를안고
낯선길을하나하나씩헤쳐밝음을맞이한다.헤드렌턴은더이상
자기가할일이없어지자배낭속포근한어둠속으로잠을청하고,
눈빛은녹색의비단물결을주워담기에바쁘다.그간천왕봉을비롯
하여계곡의여러곳을들렀던이전나의지리산산행과달리주능선
에서의첫경험은이렇게시작되었다.내가속한마라톤클럽의산행
소식,등산팀장의수고와준비로기회가주어진것이다.고마운사람,
넉넉함과여유가마음을편하게해준다.덕분에단오날산행은어쩌
면매번이루어질수없었던기회를보상하는것같다.그런탓인지,
익은산행이지만마음은설렌다.
지난길이얼마인지도모를삼도봉에서짧은휴식.행정구역이
전라남도,전라북도,경상남도의경계로나눔과만남을표지하고있
다.천왕봉으로이어지는이정표를따라다시금걸음은아침밥을먹
기전까지이어진다.빠른사람느린사람,일행들간거리는차츰다
른거리를만든다.일정에따라예정된벽소령에서의아침식사는그
래서당겨진다.연하천산장에서각자준비해온아침을거의마칠
무렵,한회원이뒤늦게나타난다.피곤한기색이멀리서도보인다.
모두들박수로응원한다.커피까지마신다음물통에물을다시채워
292/유월의지리산
산행길의목마름을대비한다.다시벽소령을향하는길은이른아침
의신선한바람과푸름으로덮여있다.사이로난길은등줄기의마
디처럼곳곳에표지로지나온거리를자리매김함과동시에남은거
리를알린다.
이미몇번이나적셔지고마르기를반복한등산복윗도리.쉬어
버린보리밥처럼쿰쿰한땀냄새가스치는바람결에코를후빈다.첫
길은늘낯설다.첫길은늘설렘이다.이름하여설악의계곡이며능
선을파고들듯헤매던지난날의산행들이잊혀지고,버려진옛날의
모습으로불현듯떠오른다.하나설악과는다르다.다름과차이는그
러나중요하지않다.어느곳이든지금의걸음과시간이가져다주는
의미가크다.
벽소령으로가는길.토끼봉을오르느라한번숨을헐떡거리고,
완만히이어진길로일행과의걸음은아직여유가있다.연하천을뒤
로하고평평하게이어진길을걷는다.듬성듬성반반한자리만있으
면,등산객들이텐트를치거나비박을하였던곳이눈에들어온다.
아직체력적여유가있는탓인지,마냥걷고싶은충동에쉬어가는
다른산행인들을지나치기도,그들에게길을내어주기도한다.비스
듬한오르막길을꽤오르고,또봉우리를지나다시가파른길을오
르는사이옅은안개의무리들은햇볕에쫓겨흔적조차감춘다.
세석산장으로가는길,꽤나긴시간이었다.빠른일행들과달리
발걸음의속도를낮추고,동행하는회원과이런저런이야기로그간
지친일상의무게를줄이고,기억의찌꺼기를버릴수있어마냥좋
다.계속되는땀은1.5리터물병의물로대체된다.흘린만큼마시는
이상금/293
지,아니면마신만큼흘리는지모를일이다.시야가트이고하늘로
향한바위끝에서기도,그늘을찾아드는바람결에걸터앉아쉬기도
하지만세석은여전히먼나라….
2.먼나라를두고지리산경경에잠시넋을놓는다.녹색의물결
위로뻗은소나무,비자나무,전나무,그리고이름모를거목곁에는
고사목이있어더욱정취가우러난다.마라톤을하면서잊혀진산행,
돌보지않은산행의발걸음이다.못내아쉬워하면서도버려두었던
여유와명상의시간들이새삼아쉬웠지만,오랜만에다시갖게되었
다.산행과마라톤을비교하면,달림은메마르다.인간적인냄새가묻
어나지않는다.효율성때문인지현대인들은효과적인달리기에만매
달리는것같아아쉽다.
우리가월드컵4강에들었다고국민모두의건강이4강이아니다.
관심과흥미로비롯한운동은시간이흐를수록운동만능주의로,운
동중독으로,나아가자만과독선으로자신과다른사람들의일상을
파괴하는건아닐까?왜이런생각이드는걸까?바로내자신이이
런상황에놓여있다는판단이선것은그리오래지않다.적당한운
동,즐기는삶과좋은만남을기대하면서도,정작난무엇을해온것
인가?이는첫지리산종주,거대한척추를따라걷는기회가마련해
준교훈이다.산은언제나올때마다하나의지혜를,물은가까이할
때마다늘감성을일깨운다.그러나그들은말이없다.말이없지만,
계속말을전한다.산행도달림도말이없는시간이더많다.
무엇을위해떠나는지,목적지가어디인지,왜산을오르는지?나
294/유월의지리산
역시알수없는일이다.산길을따라묵묵히걷다보면어느새칠선
봉이나타나고,영신봉을오르고,발아래세석평월이펼쳐진다.북적
이는세석산장.화려한햇살을가득담은검은세석산장은잘꾸며진
느낌이다.12시30분경허기를채우는산행인들의빈틈사이겨우
마련한자리에앉아아침이지난뱃속에점심을밀어넣는다.먼저
천왕봉으로갔으리라생각한일행들이자리너머저쪽에서오순도순
자리를틀고있지않은가.반가운나머지얼른자리를옮겨남은점
심을채운다.천왕봉을향하는돌격팀은무리지어함께먼저자리를
뜨고,‘거림’으로하산할일행은아직도착하지못한나머지일행을
기다리면서휴식을취한다.첫지리산종주이면서근2년간중단된
긴산행으로인해나의남은산행은하산을택했다.다음의기회가
오면,1박2일로느긋하게지리산을함께하겠다는약속을세석에새
겨둔다.
바로앞에솟아있는촛대봉에선세석도,장터목도,천왕봉도그
저한걸음에달려갈작은연봉들처럼느껴질터인데.하나지금은천
왕봉을올라야할의미도목적도없다.이미몇번이나정상을밟는
일을했기때문이다.또한정상에어떤의미를둬야할이유도없다.
그렇지만아쉬움은남는다.미련은잠시,청명한날씨에하산길발
걸음은가볍고,산은더욱싱그럽다.
거림으로내려오는길따라물소리가흥겹다.내리막가벼운발걸
음탓도있겠고,꽤큰물줄기를뿜어내는계곡의골깊은탓이겠지.
그어디쯤발담그고,몸을축이고,자연스레눈이떠질때까지멋들
어진낮잠을청하고싶다.그래서중간지점,거림을약3킬로미터남
이상금/295
겨둔계곡에모두들발을담근다.뼛속까지차가움과시원함이스민
다.피로가가시는상쾌함이발이나다리보다머리로전해진다.따뜻
하게까지느껴지는햇살에모자로얼굴을가리고드러누워본다.편
안하고아늑한기분이전신을감싸는것도잠시,졸음이무겁게밀려
든다.거림까지걷는돌밭길반,흙길반은여태까지의길을모두합
한것보다멀다는느낌에서,마무리발걸음의무게만큼의미가더실
리는것같다.
타고온전세버스로중산리에서천왕봉을등정한팀의일행을기
다린다.하산시간에맞추어도착하였지만,발빠른회원한분이이
내나타난다.달짱의모습으로달리기로박수를받는다.조금의시간
이지난뒤나머지일행은산중택시로,그리고마지막으로한분은
걸어서나타난다.근처작은식당에서파전에막걸리한사발을걸치
고,도토리묵에막걸리한사발을더들이키고,붉은매실주마저나누
어마신다음부산으로향한다.
부산으로향하는차에실린몸은피로가가득하다.차츰멀어지는
등뒤지리산을두고황동규의시‘즐거운편지’가달림과산행을아
우르듯생각난다.그들의태생은같다.원형은하나이므로,사랑하는
임,그대가된다.
나그대를생각함은
항상그대가앉아있는배경에서
해가지고바람이부는일처럼
사소할것이나
296/유월의지리산
언젠가그대가
한없이괴로움속을헤맬때
오랫동안전해오던그사소함으로
그대를불러보리라.
진실로진실로
나그대를사랑하는까닭은….
기고
강정이/297
*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졸업
*<경남신문>신춘문예수필당선
*<수필문학>등단
*수필집<달을찾아나서다>
통각(痛覺)의소리
강정이
마산서서울까지가는데고속버스로너댓시간이걸린다.거의
매주서울을오르내리니일주일중열시간정도는고속버스에실
려한자세로앉아있게된다.그러다보니무릎부분관절에무리가
왔는지오그리고펴는데약간의통증이생기기시작하였다.그래서
주변사람들의권유도있거니와,티브이등매스컴에서도관절에는
걷기가제일이라고하니나도걷기운동을시작했다.
마침가까운거리에무학산이있어아침이되면산에오르면서하
루를연다.햇살이쨍한날엔모자를쓰고,비오는날이면우산을받
고걷는다.그렇게수십일이지나게되니이젠제법산길을익히게
되어,고향집돌담길을떠올리게하는길을발견하여고즈넉한분위
298/통각(痛覺)의소리
기를누리기도한다.
오십센티남짓한폭의오솔길을지나노라면,강아지풀며느리밑
씻개풀별꽃풀이발목을집적대는가하면,아카시아갈참나무비목나
무가얼굴이고목덜미고연신간질이며말을걸어온다.나도풀이
되고나무가되어장난질한다.
그좁은길을벗어나면귀가즐거워진다.졸졸좔좔기분따라리
듬을달리하며흐르는계곡의물소리덕분이다.그냥지나치기서운
하여작은돌멩이도건드려보고,시린물속에손목을넣어이리저
리노저어계곡과손인사도나누며바위를지난다.
지나고보면호젓하면서도편안한오솔길이기다린다.곧게뻗은
벽오동과상수리나무산초나무산오리나무가양켠에사열하듯서서
길을내어주고있는것이다.그곳을지날때는콧노래도불러보고
기지개도켠다.
그렇게오붓한산길을즐기며걷기를하는데,어느날삐거덕삐거
덕마치낡은사립문이여닫히는듯한소리가들려왔다.주변을둘
러보았더니나무에서나는것이었다.
삐익삐익하는소리곁으로다가가보니키가30미터정도는족히
될듯한아카시아나무였다.몇십년은묵은듯둥치도제법굵었다.
뿌리가각각인세그루의나무가마치긴머리채를땋은듯중간부
분이엉겨있었다.
그후로산에오르면삐거덕대는세그루의나무아래오래서있
게되었다.삐걱거리는소리는꼬여서엉긴부분에서나는것이었다.
강정이/299
나무라고엉겨사는일이어찌수월했겠는가.키가비슷한걸보
니거의같은시기에뿌리가내린듯하다.그러자니몇십년을엉겨
서살았나보다.바람이잠잠한데도나무에선간헐적으로삐거덕삐거
덕소리가난다.어찌보면나무들의한숨소리같기도하고,꺾인무
릎뼈를곧추세우느라기지개를켜는소리같기도하다.
그래,엉겨산다는건관절꺾이는일이지.생판남남인사람이만
나아이낳고가정이라는울을지키고살려면제무릎관절을꺾지
않고엉길수있겠는가.무릎꺾이는일이어디한두번이겠는가.
그렇게세월따라흐르다문득뒤돌아보면괜스레눈시울붉어지
기도한다.그때붉어지는눈시울은가을단풍처럼고운빛깔이리라.
시월단풍화사한붉음은가뭄이나홍수,태풍이지나치던통각의빛
깔이리라.관절꺾이는아픔을이겨낸인내의빛깔이리라.
저나무도흐드러지게꽃피우던시간들을지나문득자신을되돌
아보니아릿하니무릎뼈가시린가보다.삐거덕하는소리에나무의
세월,그통각(痛覺)의순간과견디어낸아픔이눈에보이는듯하여
마음이숙연해진다.때론꼬여엉긴자신을풀어벗어나고싶었으리
라.엉겨살아야하는가족이란틀에서뛰쳐나가고싶기도했으리라.
무릎을만져본다.무릎이삐거덕거려오르기시작한산행,나는
무학산중턱에서부딪힌삐걱울리는나무의관절에내무릎을얹어
300/통각(痛覺)의소리
본다.서울서공부하는아이들뒷바라지를하기위해,마산서직장
생활하는남편을위해,엄마와아내의역할에충실하고자,그렇게
엉겨살고자오르락내리락하는동안꺾여야했던무릎을만져본다.
때론서로엇갈리는가치관에갈등도많았지만,엉김을위해견뎌낸
무릎관절이다.
삐거덕삐거덕통각의소리를듣는다.눈시울이붉어진다.내눈자
위도통각의빛깔,그단풍빛일까.
어디선가풍경(風磬)소리가들려온다.아,그러고보니저나무
의삐걱거림은그렇게엉겨엉겨흘러가는것이아름답더라는풍경
소리였다.
신인상작품
최헌/301
*부산매일신문기자활동
*우리들신문발행인
*부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경영기획실장
*부산경제진흥원원스톱기업지원센터장(현)
어느로맨티스트의일상
최헌
1.누가사랑을아름답다고했던가
부산강서구녹산동이근무지였던나는,지난2년여동안대중교
통대신주로승용차를이용해수영동에서녹산까지하루80㎞가까
이되는거리를출퇴근했다.거리도먼데다러시아워시간대라출근
길이1시간이훨씬넘게걸렸고,퇴근길정체는더욱심했다.꼼짝도
하지않는차안에서짜증도많이났지만,그러나좁은승용차안은
아무도침범하지않는나만의작은세계가돼주었다.
아침라디오에서향수어린올드팝스가나올때면짙은선그라스
를끼고태양이눈부신서부의하이웨이를달리는신나는상상을하
기도했다.가랑비오는저녁퇴근길라디오에서들려오는심수봉의
‘백만송이장미’나이문세의‘광화문연가’같은애조어린유행가를
302/어느로맨티스트의일상
따라부르며까닭없이아련한그리움에젖어들기도했다.
출퇴근시간을활용하기위해단단히결심하고마련한영어회화
테입대신,평소들을기회가없던이런저런음악테입을듣노라면
나의차는작은오케스트라가되고,나는파바로티같은테너가수나
쥬빈메티같은명지휘자가되곤했다.
가을농촌들판을비추는황금빛햇살이나퇴근길낙동강강둑너
머로지는붉은노을을보며젊은날의추억을되새기거나,만나고
싶은그리운얼글들을떠올리며이전저런상상의나래를펴는느낌
도솔솔했었다.
어느비오는날밤이던가,라디오에서조용필의‘창밖의여자’라
는노래가흘러나왔다.
‘누가사랑을아름답다했던가.’
순간비내리는공항로에서나는흐르는눈물을주체할수없었
다.아련히떠오른첫사랑때문이었을까.규정속도를잊은채가속
페달을계속밟고있던나의머리위로먼이국을향하는항공기가
물안개처럼피어올랐다.
2.외로우니까사람이다
자동차로집과불과채20분도안되는연산동으로회사가옮긴
지이제석달째다.쓸모없게된승용차는아내의출퇴근용으로바뀌
고,버스나지하철,때론아파트입구에정류소가있는마을버스를
이용해출퇴근하고있다.
요즈음은서둘러야했던아침시간이넉넉해지면서주위를둘러
최헌/303
보는여유를가져본다.출퇴근길이면승용차안에서혼자바라보던
세상대신하루하루등장인물이바뀌는버스안세상을즐긴다.복
잡한출근길속인데도누군가에게문자메시지를보내느라정신이
없는여고생도보이고,예쁘게치장을하고차창밖을유심히살피는
앳된아가씨들도보인다.창밖행인들중에는어디선가본듯한낯익
은얼굴들이매일처럼스치고,그들중에서누군가를기다리는나를
발견하고는쓸쓸한미소를지어보곤한다.
그들중이제50고개를목전에남겨둔우리또래의사람들에게
유독눈길이가는것은나만의동변상련일까.
무표정한얼굴에생기잃은눈빛이지만,두어깨가득저마다의
짐을지고버스손잡이를부여잡고있는아저씨들.짙은화장으로나
이를짐작하기힘들지만,물기없는시선으로정면을응시하거나차
창을물끄러미보며앉아있는아주머니들.그들모두세월의흔적을
담고살지만,오랫동안어디선가똑같은버스를타고하루를시작해
왔을것이다.
때론술기운에볼그레진얼굴로뒷좌석에기대어졸기도하고,
만원버스에흔들리면서도지치고낯선몸들을서로의지해늦은귀
갓길을함께서둘렀을것이다.한때는혈기방장한청년들이었을것이
고,한때는사랑에또는그리움에눈물을흘리기도했을그들사이에
서나를본다.
그렇지.우리는서로다르게,그리고함께이길을걸어왔었지.사
주팔자가서로다르듯이,저마다의운명을지고여기까지왔을것이
다.서로를모르지만같은세상,같은시대에태어난전생의질긴인
304/어느로맨티스트의일상
연이지금그대를마주하게하는것이리라.
‘어이,형씨잘살고있소.그동안힘들지는않았소?’
‘거기아주머니,아직도사랑을믿는지요.처녓적에는참고왔
겠소.’
버스안에서나는가끔씩우리또래의그들모두에게속깊은안
부라도건네고싶은충동을느끼곤한다.
그들도나처럼자녀들이자라손자들의재롱에나이를잊을때쯤
이면할아버지,할머니소리에익숙해질것이고,그손자들마저품속
을떠날때쯤이면,부지깽이같은육신으로하릴없이공원이나텅빈
거리를늙은고양이처럼서성일것이다.그때쯤이면눈물이마르고
보고픈사람도잊혀질까.
퇴근길술에취해버스에올라타자여대생으로보이는젊은여인
이자리를양보한다.순간그여인이읽고있던정호승시인의시집
이눈가를스친다.
‘울지마라,외로우니까사람이다.…(중략)…가끔은하느님
도외로워서눈물을흘리신다.…’
한때즐겨암송했던그시의제목이‘수선화’였던가.
3.화창스런봄바람에환생키를바라노라
직장이가까워지면서새벽에일어나아파트뒤편황령산으로아
침등산을하는날이많아졌다.
여름철이지나면서하루가다르게해가짧아지는요즈음,손전등
을들고새벽산길을오르는것이힘들기도하지만,산중턱에마련
최헌/305
된체육공원에서광안리바다위로떠오르는아침해를맞는기분은
언제나싱그럽기만하다.맑은공기속에서간단한운동을하고나면,
어느새새벽한기는사라지고따뜻한기운이땀방울과함께몸속에
서퍼져나온다.
30년넘게늘새벽산행을하신다는이웃집할아버지는이미칠
순이지났을테지만,오늘도여전히정정한모습으로맨손체조에한
창이다.
지난해할아버지가돌아가셨다는멋쟁이할머니도,여느때처럼
눈부신백발을동여맨채,거꾸로매달리기기구에서노랫가락을흥
얼거리며내려올줄모르신다.
나이는슬픔도앗아가는것일까.40대후반의나는이곳에서는
새내기청춘이다.
여름한철짙푸른녹음을주체하지못하던수풀과나무들이초가
을신선한바람에뜨거웠던열정을식히듯,요즈음아침산행의맛은
그어느삶의계절보다여유롭고감미롭다.
이제아침이슬에꽃잎이지고푸르던잎사귀가붉게물들면겨울
이멀지않았으리라.이름모를몇몇꽃잎들이벌써등산로에흩날리
고있다.산아래로멀리아파트단지들이도란도란휴일단잠에서
깨어나고있다.초가을햇살사이로보이는속세가시리도록눈부시
다.
이런날하산길의아쉬움을뒤로하고발걸음을재촉하면절로가
슴에서새어나오는노래가있다.
‘울밑에선봉선화야내모양이처량하다.…’로시작하는천재음
306/어느로맨티스트의일상
악가홍난파의‘봉선화’이다.봉선화의사계절을통해우리네삶을묘
사한가사중백미는죽음에서삶으로,끝에서시작으로다시이어지
며환생을노래한3절에있다.
‘(중략)…평화로운꿈을꾸던네형체는예있으니/화창스런
봄바람에환생키를바라노라.’
일요일이면늦잠을즐기는아내의얼굴이화창한아침햇살을받
아볼그레하게봉선화로피어난다.
신인상작품
배기형/307
*부산시교육위원회재무과근무(전)
*진주정촌장유우체국근무(전)
*진주부산구치소근무(간부로정년퇴임)
*법무부교정국발간교정지‘현장발언’및수필
15회
*동부화재(주)점프업팀설계사재택근무
눈물젖은도시락
배기형
인생은새로운삶에대한끝없는추구와도전이다.일상생활에서
다반사로야기되는갖가지의어려움에부딪칠때,극기(克己)의정신
이없었다면어떻게견뎌낼수있었겠는가.
1965년의그추운겨울,빨간자전거와동고동락한젊은혈기의
집배원시절을되새김하여본다.
먹구름을가득히머금은하늘에서펑펑쏟아내는눈송이들,지상
에내리자마자곧얼음으로변모하는눈송이의이단아(異端兒)가된
다.매섭게몰아치는바람과진눈개비를흠뻑맞으며나그네의험난
한출발은시작되었다.타향살이선배님의뒤를추적하는견습집배
원업무로,일주일만에배달을시도해보는첫날이다.경남진양군
대평면의낯설고물선산야의외떨어진길을자전거와씨름하면서
308/눈물젖은도시락
한바퀴두바퀴굴릴때마다,끈덕지고집요하게엉켜붙는찰흙을
떨어내지못하고사력을다해싸움을걸고있다.찰흙과의전쟁이다.
집배원을당시에는체부또는우체부라고호칭하며,천직으로받
아들이며멸시하는고정관념이있었지만,오지에있는마을사람들
에게는기쁨과슬픈소식을외부로부터소통해주는유일한사자(使
者)라고나할까?신발은찰흙이묻어지저분하고매끄러운데다가
촌보도뛰지못하는상황이고,눈밑으로흐르는개울물에타이어를
계속씻어가며끈기와집념하나만을의지하며전진을계속한다.찰
흙지대를간신히벗어나니눈도멎고기다려지는마을과초등학교
건물이저만치서가까이다가온다.
긴장감이풀린탓일까?전신으로엄습해오는나른함이추위와
함께잠의수렁으로빠져들게한다.우하며동네꼬마들과마을사
람들이빨간자전거주위로몰려든다.이틀만에,격일제로소식과
해후하는것이무척이나반갑고기다려지는시간인것이다.살얼음이
언신풍강의얕은물줄기를가르며자전거를애인처럼옆구리에끼
고강을건너왔다.살을에는듯한초겨울의차가움이뼛속까지사무
치는것같다.대평교와면사무소를지나수곡면으로향한다.먼산
과들에도하얗게눈이쌓여있어평화스럽고정겨움을느끼게한다.
이고장은내가출생한수곡면효자리다.전생에서부터의인연일
까?불교에서중생들은연기(緣起)와윤회생사(輪廻生死)의사바
세계에서산다고했다.
눈앞에펼쳐져있는순백의극치,한폭의동양화가아닐수없다.
나그네에게는시간이너무나촉박하다.
배기형/309
가장먼여로의구십리길의배달코스가끝이났다.주소불명,
등기우편물의수령증,수취인부재등의정리를끝내고하숙으로향
한다.긴장감이풀리고나니찡해오는격정에못이겨눈물이수없
이떨어진다.이노릇죽어도못하겠다하면서,내일은또내일의태
양이떠오르지않느냐고자위해보는슬픈나그네여!달리는시외버
스승객들이나를자꾸만바라보는것같다.직업에는귀천이있다는
선입감과편견을가지는자신의열등의식이더나쁘지않은가?자루
하고암울했던실업자시절을상기해본다.
체념은금물이며,내가아니면누군가가뒤를잇는것이현실이
고,생존경쟁의삶터인것이다.명석면의비포장국도에는연이은트
럭들이흙먼지를쏟아내며달리고있다.자전거에맡긴얼룩진삶인
데무엇을탓하랴.등기우편물의수취인을한참동안찾아헤매었다.
공교롭게도타이어펑크가났다.수리집까지이십리의길을터벅터벅
걸어간다.연말이다가오면쏟아지는우편물에업무는과중되어내근
직원들은밤샘까지한다.진주국은서부경남의우편물의집중국으
로,이곳을경유하며각우체국으로보내어진다.세찬바람이눈물까
지흐르게하는추위다.손가락부터얼어붙게한다.사천군과이어져
있는나동면으로간다.끝없는자갈길의연속과대한전척에서남강
댐공사의부대시설인사천만으로물을내보내는작업이열기를더
해준다.기계의굉음소리와바위를폭파시키는TNT의찢어지는폭
음소리가귓전을때린다.수많은작업인부들이동원되고모든중장
비가투입되는노동집약적인대역사가시작되고있는것이다.가는
곳곳마다길을물어본다.방황하는나그네는집시의생태를무척이
310/눈물젖은도시락
나닮았나보다.
오늘은어느면으로가야하나?면단위별정우체국이신설되면
하루배달구역이되어,그만큼지역주민들에게매체를통한알권
리와빠른소식이전달될것이며,이틀만에변경되는시외배달구
역의번거러움이해소될수있는것이다.
대지를적시는봄비가포근히내리다가점점세차게쏟아지고있
다.야산의골짝마다여기저기서빨갛게물든진달래가유혹의미소
마저띠고있다.
오미리라는마을어귀에들어서니개구쟁이들이우리집편지달
라고아우성이다.순수한동심의세계가인간의상정을느끼게한다.
산청군으로향하는도로에는차량들이튕겨내는흙탕물과빗물
이전신으로젖어들어자전거와같이무겁고칙칙한우의가더한층
고통을가중시켜준다.
아스팔트의대로를활보하면서시내배달을담당하는선배님들을
얼마나부러워했던가?우체함이있는주인아낙네에게따뜻한물한
그릇을청하며비에젖은도시락을꺼내마루에앉는다.쏟아지는비
에육신은축축이젖어들고긴장감마저풀린다.배고픔이주위의의
식을아랑곳하지않고지붕처마에서떨어지는낙숫물과모자창에서
하염없이낙하하는빗물!가슴깊은곳에서부터북받쳐끓어오르는
진한액체가뒤섞여도시락에떨어진다.나는이때처럼쓰디쓴서러
움을느껴본적은일찍없었다.
나는이극적인순간을초월하여터지는오열을삼키며분연히일
어선다.인생의눈물젖은밥이야말로자신을채찍질하고일깨워주
배기형/311
며성찰할수있게하는자극제인것이다.사람은살기위해서먹느
냐,먹기위해서사느냐,이명제를두고철학자들은심오한설전을
오늘날에도전개하지않았던가?
굽이굽이돌고도는오르막길의형상이말을닮았다하여이곳을
진주사람들은‘말띠고개’라고부른다.면경계에가까이있는시내
변두리지역에서부터배달이시작된다.가수남인수씨의묘지가있
는하촌동을지나집현면으로질주한다.초등학교와약포(약방)을지
나면산골깊숙이국립가축종축장이있다.
평지에위치한응석사의사찰도지난다.불타의길을선택한비구
니들의단아한모습과목탁소리가중생세계의백팔번뇌를대신안
고수행해가는것일까?
산골마을을돌고돌아첩첩산중으로둘러싸여있는이곳이합천
군과경계지점이라는말에머나먼행로라고생각했다.1966년6월
○일정촌별정우체국으로온지한달이지났다.이제는매일배달
코스를밟는부지런한일만남아있다.이곳정촌면개양삼거리는
부산과삼천포를이어주는갈림길에위치하고있어,스츄아르그렌저
와에바가드너가주연한보와니분기점의장면이연상되는고장이기
도하다.가좌리와호탄리를지나면동물리가보인다.친절히길을
가리켜주는댕기맨처녀가오늘도나를반긴다.조그만한야산을
넘나들면작열하는태양이더한층대지에뜨거움을전달해준다.빨
간자전거를야산의오르막길에밀어붙이면등줄기가후덥지근땀에
범벅이된다.자주넘나드는산골길이나아직도낮설기만하다.이름
모르는산새들의지저귐소리에놀란꿩도저만치서날아가앉는다.
312/눈물젖은도시락
벽계수인양흐르는개울물에발을씻어본다.오염되지않은시원한
물이피로를씻어주는것같다.오늘은하이킹하는기분으로도시락
을먹는다.“총각아저씨!월급많이달라고하이소.고생많이합니
다!”촌아낙네가이고개를넘으면서위로의말을던져주고간다.
이곳관봉리는누에치는마을로이름나있으며,주변에넓은뽕나무
단지와담배를심는생산지이기도하다.고색창연한기왓집마당에서
피고지는목련꽃의자태는청초한여인처럼돋보이고있다.
월남전이치열해지고있는지금,남십자성이빤짝이는먼이국땅
에서,참전한아들의애환의사연이전해지면부모형제들의통곡과
눈물겨운정경이벌어진다.
전사통지서를받은부모님의심정은어찌하리!머뭇거리기도하
고대문을기웃거려보기도하며망설인다.이슬픈심부름역할을
하여야하나?목숨과바꾸어지는전투수당의송금은효도를다하려
는아들들의정성이다.월맹군을상대로정글을누비며,자나깨나
부모형제와처자를그리워하는마음이송금에녹아있다.예상리에
서예하초등학교와강주마을을지나진삼국도를달려간다.왠지오
늘은우울해진다.
막걸리술에설움을씻고내일의희망을꿈꾸며잠을청해본다.
지구상에서모래알처럼헤아릴수없이많은사람들과의인연들,많
고도많은직업중에양심을지키고고행을감수하는집배원의끝이
없는나그네의길이길을굳이걸어야하느냐고반문해본다.석양
(夕陽)까지는아직도햇살의따스함이집배원의보람처럼느껴진다.
심사평
최헌글심사평/313
<당선작>최헌의
①어느로맨티스트의일상
②우리는어디에서왔는가,형제의나라터키
◦스스로로맨티스트라면서담담하게쓴‘어느로맨티스트의일상’
을당선작으로뽑는다.
머묾(정체)심했던먼출퇴근길에서의승용차안음악듣기,가
까운거리의출퇴근버스나지하철안에서만나는다채로운사람들
의모습에서발견한나의반추,그리고아침등산길,사계의변화에
서얻는느낌,이런세가지의토막얘기를엮어,평범한일상모두를
즐겁고긍정적인눈으로이해하려는따뜻한마음씨가나타난글이다.
무심히흘려버리는,흔하게접하는소재를붙잡아재치있게표출
한솜씨가예사롭지않다.수필인이갖추어야할예리한눈이다.
◦다음으로,‘우리는어디에서왔는가,형제의나라터키’도가렸다.
터키여행에서,그들이우리나라에대해친밀감을나타내는까
닭,그역사적배경을쓴설명적인글이다.기행문으로서의요건이
충족되지않은다소삭막한글이기는하나,지루하지않게글을이어
나가는솜씨가매끄럽다.
두편모두,글의단락지음에유의해야겠다.너무자주줄을바꾼
다.소주제가바뀔때까지는줄을바꾸지않아야한다.
314/배기형의글심사평
그리고감동을주는글에대해서좀생각해줬으면한다.일상으
로보는무심한사물이라도,거기에자기만이발견한어떤생명력을
불어넣어주어야한다는얘기다.
글을가꾸고다듬는정진을고대한다.
<당선작>배기형의
①눈물젖은도시락
②길을따라
◦‘눈물젖은도시락’을당선작으로뽑는다.1960년대후반기,그젊
은시절에우체부(집배원)로서의아픔을되새겨본글이다.
빨간자전거를타고고향산골구석구석을찾아다녔던기억,눈
내리는찰흙산길,흙탕물넘치는도랑길,비에젖은도시락을눈물
섞어먹던쓰라림등을썼다.월남전전사통지서를전해주던고통
을되살리며,그래도내일의희망을꿈꾸며,석양의따스함을어깨로
느낀다는얘기다.
군데군데감격적인정서를표출하려고마음쓴흔적은엿보이나,
아직도서툰문장력이큰흠이다.
◦다음으로,구치소교정관으로일했던시절을쓴‘길을따라’도선
정했다.
심사평/315
영화에서본인생행로의고독한절규,알파니스트들의도전정
신,그리고산업동맥인고속도로,정서어린근교의오솔길과논길,
추억의철도등에대해그려놓고,마지막엔주제인구치소교정관으
로서의보람을숙명으로소화하여마무리한글이다.
소재가너무번잡하고,내용상의글분량이균형을잃고질서가
없는것이큰흠이다.
두편의글을통틀어,이것저것하고싶은얘기가지나치게많은
것에이끌리다보니,만연체문장으로흘렀다.앞으로,특수한경험을
바탕으로삼아,그것을매력적인문장으로승화시키는연습을많이
해주길간절히바란다.
2008년10월
심사위원:송두성,박홍길,박희선
당선소감
316/최헌당선소감
허공을날아갈꿈
최헌
자신의생각을글로표현한다는것이만만하지도않지만남새스
러운것이라생각했다.
생각이란것이본시부질없는감정의편린이거나잡념,감상,번
뇌에머물다말뿐인것을굳이세상에내보일가치가있는것일까.
치열하지도특이하지도못한범부의삶,그렇다고소박하거나순수하
지도못한세속적인삶을,허망한글로써자위하거나스스로기만하
려는것은아닌지반성해본다.
창밖으로오랜가을가뭄끝에겨울을재촉하는단비가내리고있다.
이비가그치면이제겨울이올것이다.계절의전령이되어대지
를적시는비가초겨울거리를나서는내게‘이제그만항복하라.’고
속삭인다.겨울이오면두터운외투를준비해야하는데,내삶에과
연항복할수있을까자문한다.
황량한사선에혼자서서마지막활시위를팽팽히당겨본다.과
녁은없지만허공속을하염없이날아갈삶을꿈꾸며….
부족한제글을뽑아주신심사위원님과하찮은인연을보살펴주
신이해주교수님께감사드린다.
당선소감
배기형당선소감/317
제3의인생개척
배기형
저의졸작이수필부산문학회의신인상으로선정된다니정말꿈만
같습니다.올챙이가성장하여개구리로변해뭍에뛰어오르는것이라
고할까요?
이제늦깎이로수필문학세계의문턱에들어섰습니다만,평소나
의꿈이이루어지는것같습니다.고희를맞이하여제3의인생을스
스로가개척하고부딪치고가야할길이라고봅니다.
선배님들의격려와따가운채찍질맞을각오로더욱정진하며분
발할수있는계기가될것을다짐합니다.
저의작품을추천해주신심사위원님들께깊이감사를드립니다.
특집Ⅲ수필부산문학회발자취
318/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
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
▷1963.여름.당시주로신문에글을쓰던김병규,김일두,박문
하,오도환,이남원,장성만,정신득,허천님등8
사람이부산시중구광복동‘7커피’다방에서모여
발기총회를가짐.
*결의:①이름을‘수필동인회’라함.②비전문문
학인,회비부담능력자,연로자로함.③계간으로
동인지발간.④무회장제(단,대외적부득이한경
우연장자정신득님이대표),편집자책임제로함.
▷1963.7.15.동인지창간호<Essay>발간.공통주제‘첫여름의
수상’을실음.창립동인8사람모두2편씩16편실
음.그리고첫머리에8분모두가한마디씩,수필에
대한견해나수필모임에참가하는의미를간단히
말한‘序章’을실음.
▷1964.3.10.동인지이름을<隨筆>로바꿔제2호발간.오도환
님별세,김정한,김병태,박지홍님입회.
▷1964.10.5.제3호발간.<국제신보>최계락님(회원이아님.)
이1969년14호까지줄곧출판업무를도와주었
음.
▷1965.8.1.제4호발간.김현옥,송정수님입회.김현옥회원께
서거금을희사함.
▷1965.12.31.제5호발간.차동석님입회.
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319
▷1966.4.20.제6호발간.
▷1966.9.1.제7호발간.구철회,박정관님입회.
▷1966.12.25.제8호발간.
▷1967.5.5.제9호발간.최윤수님입회.
▷1967.10.1.제10호발간.이종석님입회.
▷1967.12.25.제11호발간.
▷1968.5.15.제12호발간.구본룡,박기하,정창선님입회.
▷1968.9.10.제13호발간.
▷1968.12.20.그동안<수필>에발표한회원들의글을모은공
동수필집<씨뿌리는사람들>발간.
▷1969.1.20.제14호발간.요산김정한동인회갑축하호로꾸
밈.김하득,김종출님의특별기고실음.박노경님
입회.
▷1969~1972.편집일을맡았던허천,차동석님의서울근무와
최계락님의타계등의사정으로4년여동안동인
지출간이중단됨.
▷1973.4.28.제15호속간.김문숙,박태을,박태권,정화식,최해
춘,이해주,김소운,김덕오님입회.박철석님도입
회했으나글은1편도싣지않았음.
▷1974.7.2.제16호발간.문인갑,최해갑,최윤수,유병근,윤요
섭님입회.
▷1975.3.31.우하박문하회원별세.
320/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
▷1975.11.5.제17호발간.고박문하동인추도호로꾸밈.이진
우,최영대님입회.
▷1976~77.2년가까이동인지출간이중단상태에놓임.
▷1977.9.5.그동안<수필>과<수필인>으로나뉘어출간하던
것을<수필>로통합하여<수필>제18호통합호
로속간.김현주,문한규,이성실,정재훈님입회.
▷1978.6.5.제19호발간.최선호,조성규님입회.
▷1979.7.5.제20호발간.박송죽,서옥자,이근숙,신중옥님입
회.
▷1979.12.20.제21호발간.이때부터모임이름을‘수필부산동
인회’라고치고,정식회장제를채택하여정신득님
을초대회장으로추대함.조희순,최정환,최재훈
님입회.
▷1980.8.20.제22호발간.노치홍님입회.
▷1980.11.9.쌍계사등지리산일원으로동인야유회를감.
▷1981.1.20.제23호발간.김정자,황정환님입회.
▷1981.4.12.팔공산파계사,은해사등지로동인야유회를감.
▷1981.12.24.제24호발간.이번호부터가로짜기편집.
▷1982.7.31.제25호발간.
▷1982.10.31.경주,감포등지로동인야유회를감.
▷1982.12.20.제26호발간.김동필,박연구님의초대작품실음.
채낙현,한영자님입회.
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321
▷1983.7.15.제27호발간.
▷1983.11.7.기림사등지로동인야유회를감.
▷1983.12.28.제28호발간.
▷1984.6.15.제29호발간.김숙현,김대상,성낙구,심상옥,장광
자님입회.
▷1984.11.25.동인회22년,동인지제30호특집호발간.이주홍,
송지영,조경희님특별기고실음.
▷1984.12.8.서면문화관광호텔에서제30호출판기념회를가짐.
▷1985.8.25.제31호발간.제30호출판축하기실음.이순희님
입회.
▷1985.10.9.경주일원동인야유회를감.
▷1985.12.26.제32호발간.
▷1986.9.15.제33호발간.김태근님입회.
▷1986.12.1.김현주회원별세.
▷1987.3.15.제34호발간.고김현주회원추모호로꾸밈.신택
환,김학,김용언님초대글실음.박복흠,오수용,
김해자,한이조,이몽희님입회.
▷1987.9.1.제35호발간.조성제,최청일,이원우,손순자님입
회.
▷1988.3.3.제36호발간.박홍길,전희준,김토근님입회.
▷1988.8.20.제37호발간.김학,조민식,윤소암님특별기고
실음.
322/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
▷1988.12.20.제38호발간.안태경,김희정,송영기님입회.
▷1989.5.10.최해춘회원별세.
▷1989.5.13.제39호발간.고최해춘동인추모호로꾸밈.이기
태,구자분님입회.
▷1989.11.10.지령제40호기념특집호발간.옛회원김정한님
초대글실음.송두성님기고실음.
▷1989.11.17.동래구연산동목화예식장에서제40호출판기념
회를가짐.
▷1990.7.18.제41호발간.송두성님입회.
▷1990.12.24.제42호발간.박희선,정일야님입회.
▷1991.8.5.제43호발간.李炳壽,이영일님입회.
▷1991.12.21.제44호발간.공통주제‘우리부산’으로엮음.박우
야전,배석권님입회.
▷1992.4.1.김토근회원별세.
▷1992.11.30.제45호발간.고김토근회원추모글실음.오수환,
나갑순님입회.
▷1993.4.21.최영대회원별세.
▷1993.7.25.제46호발간.고최영대회원추모호로꾸밈.제46
호부터동의대김광일교수의표지화장정.
▷1993.12.25.제47호발간.
▷1994.1.20.수필부산동인회회기를만듦.
▷1994.2.26.익정오수용회원별세.
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323
▷1994.3.23.초대회장정신득회원별세.
▷1994.4.27.서면수라집에서정기총회를개최,제2대회장으로
문인갑회원을추대함.
▷1994.7.30.제48호발간.고정신득초대회장및고오수용회
원추모호로꾸밈.전정식회원입회,윤미순,李炳
守님기고실음.
▷1995.2.25.제49호발간.허정님기고실음.李炳守,윤미순
님입회.
▷1995.6.6.고정신득초대회장님묘소참배.이어서청도운
문사등지로야유회를감.
▷1995.10.10.박복흠회원별세.
▷1995.10.27.특집통권제50호발간.
문인갑⋅성낙구⋅한국원⋅조영조님축서,박송죽
님축시,김상훈님축사,작고동인의대표작,회원
들의대표작,고박복흠회원추모글,부록으로<수
필>1호~49호총목차,거쳐가신동인명단,그동
안의해적이등을실음.
▷1995.10.27.부산일보사10층대강당에서제50호발간기념회를
개최함.
▷1996.4.29.구서동골목곰탕집에서정기총회를갖고문인갑
회장유임,전희준회원을새총무로뽑음.
▷1996.5.31.제51호발간.김상희님기고,입회함.
▷1996.6.9.제51호출간자축연겸야유회를전남구례화엄사
등지관광으로가짐.
324/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
▷1997.2.15.제52호발간.강중구,구정숙님기고,입회함.
▷1997.10.28.제53호발간.윤용흠님기고,입회함.
▷1998.8.31.제54호발간.김해영님기고,입회함.
▷1998.11.1.가을야유회를합천군황매산일대를둘러오는것
으로가짐.
▷1999.5.3.제55호발간.
▷1999.11.21.가을야유회를해운대장산일대를등산하는것으
로가짐.
▷1999.12.20.제56호발간.윤옥자님기고,입회함.
▷2000.4.4.김병규원로회원별세.
▷2000.6.30.제57호발간.황다연님기고,입회함.
▷2000.7.7.양정동백조예식장에서정기총회를갖고문인갑회
장유임.
▷2000.12.30.제58호발간.
▷2001.8.30.제59호발간.허현숙,장미님기고,입회함.
▷2002.7.26.지령제60기념호발간.문인갑님축화와회고글,
박송죽님축시로꾸밈.손수영님기고,입회함.
▷2003.4.2.서면급행장에서긴급이사회개최함.
▷2003.5.30.정기총회를서면남대문집에서갖고임원개선,회
비인상,회칙개정등을결의함.제3대새회장에
박홍길님을뽑음.
▷2003.6.12.서면서면집에서새로구성된임원,이사들의이사
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325
회를가짐.
▷2003.7.7.제61호발간.
▷2003.7.9.제61호발간자축연을서면남대문집에서가짐.
▷2003.10.21.가을야유회를산성천하대장군집에서가짐.
▷2004.1.14.서면남대문집에서임시총회를갖고우리모임이
름을‘수필부산문학회’로고치고,신인상을제정키
로함.
▷2004.2.24.채낙현회원별세.
▷2004.4.1.제62호발간.고유정채낙현회원추도문실음.허
정림,홍관옥,박문자님기고실음으로써입회함.
▷2004.4.27.제62호출간자축연겸정기총회를송정구덕포바
닷소리횟집에서가짐.
▷2004.11.14.가을야유회를산성정원집에서가짐.
▷2005.4.22.제63호발간.‘다시읽고싶은작고회원의글’특집
으로꾸밈.
▷2005.4.29.제63호출간자축연겸정기총회를송정바닷소리
횟집에서가짐.이자리에서제4대회장으로이해주
님을뽑음.
▷2005.10.30.가을야유회를산성전원집에서가짐.
▷2005.11.25.우리회지<수필>전회본을이해주회장님이모아
보관함.
▷2005.12.20.제64호발간.정재분님기고,입회함.최홍석님신
인상작품게재로입회됨.
326/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
▷2006.1.24.제64호출간자축연겸2006년신년회를송정바닷
소리횟집에서가짐.
▷2006.7.10.제65호발간.황원준,정철규님기고,입회함.이경
자님신인상작품게재로입회됨.
▷2006.10.15.가을야유회겸신인상시상식을산성정원집에서
가짐.
▷2006.12.17.제66호최종본인교정회겸송년회를남대문집에
서가짐.
▷2006.12.26.제66호발간.정인조,정약수(진농),김훈님기고,
입회함.
▷2007.4.28.봄야유회겸정기총회를기장군철마면낙원농장
에서갖고,이해주회장님을유임시키고임원일부
를개선함.
▷2007.6.2.배석권회원별세.
▷2007.6.13.제67호교정회겸신인상시상식을남대문집에서
가짐.
▷2007.6.30.제67호발간.김혜자(정희)님신인상작품게재로
입회됨.
▷2007.10.21.가을야유회겸신인상시상식을경남양산시천성
산잎새바람집에서가짐.
▷2007.11.21.제68호최종교정회를남대문집에서가짐.
▷2007.12.20.제68호발간.심득순님신인상작품게재로입회됨.
▷2008.1.8.제68호출간자축연겸신년회를남대문집에서가짐.
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327
▷2008.2.17.제2대회장문입갑회원별세.
▷2008.4.20.총회겸봄야유회를철마면낙원농장에서가짐.
▷2008.6.13.제69호최종교정회를남대문집에서가짐.
▷2008.6.30.제69호발간.고수봉문인갑회원추도특집으로
꾸밈.황선영,오기환님기고,입회함.
▷2008.9.24.서면이대감집에서이사회를개최,우리회지제70
호특집출간의일등을논의함.
▷2008.11.3.제70호교정회를남대문집에서가짐.
▷2008.12.1.특집제70호발간.화보⋅축시⋅축화⋅축사⋅회고,
작고회원의글,특별기고,45년간의해적이,거쳐
가신회원의모습,제1호~70호에실린글총목차,
통계등으로엮었음.(2008.12.2.부산시청동백홀에서
출판기념회를가질예정임.)
남기욱,이상금,강정이님기고,입회함.최헌,배기
형님신인상작품게재로입회됨.
328/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
*역대회장:정신득(초대,1963.7.~1994.7.)
문인갑(2대,1994.7.~2003.5.)
박홍길(3대,2003.5.~2005.4.)
이해주(4대,2005.4.~현재)
거쳐가신회원,그그리운모습들
구본룡구자분구정숙구철회김문숙○고김병규
김병태○고김소운김숙현김일두김정자○고김정한
김태근○고김토근김해영김해자○고김현옥○고김현주
김희정나갑순노치홍○고문인갑박기하박노경
○고박문하○고박복흠박정관박지홍박태권○고박태을
○고배석권서옥자손순자송영기송정수신중옥
심상옥○고오도환○고오수용오수환유병근윤미순
윤요섭이근숙이남원이덕오李炳守이성실
이순희이영일이종석이진우장성만○고정신득
정일야정재훈정창선정화식조성규○고조성제
조희순차동석○고채낙현○고최영대최윤수최재훈
최정환최청일최해갑○고최해춘한영자○고한이조
○고허천홍관옥황정환
(이상75분)
<수필>1호~70호/329
그날의印象許天
誤解金一斗
壁書大吉金秉圭
外道人生朴文夏
映晝와女人과나와李南垣
꽃과少女와나와吳道煥
편지공포증정신득
崔君얘기張聖萬
週末旅行許天
Essay제1호(1963.7.15.)
序章
<첫여름의隨想>
고스톱金一斗
허허벌판⋅山⋅양귀비金秉圭
푸른思念朴文夏
綠色의커튼속에서李南垣
綠窓의周邊吳道煥
新綠의醜態정신득
灼熱에의恐怖張聖萬
제2호(1964.3.10.)
沐兩記金廷漢
夜營의밤金一斗
아이러브유金秉圭
눈의哲學金丙泰
十姉妹와잉꼬朴文夏
韓國文學과隨筆박지홍
아내의日記李南垣
또한해는저물어간다故吳道煥
구두장이영감님정신득
금붕어人生張聖萬
非君子의辯許天
제3호(1964.10.5.)
白日夢金廷漢
벌레도살고싶어하는데金一斗
今夜宿誰家金秉圭
내속에살아라朴文夏
야야걸李南垣
七月四題(文珠蘭/애호박
한개/鶴城공원/‘안됩니
까’와‘했습니다’)정신득
弱者의辯許天
二千마일의旅路張聖萬
제4호(1965.8.1.)
樂山莊雜記金廷漢
뜨내기回顧金一斗
黃昏에날아든날개金秉圭
멧새를위한辯金秉圭
선물金玄玉
엽전金玄玉
새벽에돌아오다朴文夏
어느日曜日宋貞守
경상도女子宋貞守
戀愛李南垣
單數와複數張聖萬
家庭이라는것張聖萬
<수필>총목차-제1호~제70호-
330/특집Ⅲ
제5호(1965.12.31.)
강가에살자던金廷漢
東海따라走車看山정신득
裏窓李南垣
거북아거북아金玄玉
웃는돼지許天
겨울이온다宋貞守
나의病床日誌朴文夏
포도주張聖萬
쓴맛속의搜査金一斗
흘러간바보별들車東奭
太平洋의바다金秉圭
투쟁張聖萬
나는덤이다宋貞守
술을하는마음車東奭
餘白의藝術朴文夏
아버지許天
無罪金玄玉
두나엄마?金廷漢
富士딜럭스登山記金秉圭
대추追放論許天
제6호(1966.4.20.)
蘭草周邊金秉圭
不姙의辯朴文夏
四角生活許天
일본사람이온다정신득
친구였기에金一斗
쑥金廷漢
푸른卒業狀金玄玉
晩鍾張聖萬
개小便李南垣
제나름宋貞守
바다에의中毒을車東奭
에티켓선생宋貞守
生日張聖萬
故鄕과죽음과金秉圭
千의얼굴을車東奭
남은二十年許天
書堂친구정신득
어둔세밑에金廷漢
물攻勢金玄玉
봄비내리는날車東奭
옥수수許天
제7호(1966.9.1.)
中古品朴文夏
일번손님金廷漢
農場有感張聖萬
死刑宣告를받은어머니金一斗
봄을소리로金秉圭
非情數題具鐵會
豚性이들어있다許天
이초조를車東奭
暴雨와사랑과決鬪李南垣
韋編三絶정신득
稚氣許天
죽음을기다리던날金廷漢
이름석자金一斗
美人大會有感具鐵會
무취미居士車東奭
기초가단단하여야정신득
아직은잔인한歲月金秉圭
抽象晝/가을유감朴正寬
回答許天
劇場안許天
봄날의晋陽城정신득
아름다운賦役정신득
<수필>1호~70호/331
제8호(1966.12.25.)
愛情테스트張聖萬
네군데의절을찾아정신득
나는恐妻症患者許天
山에미쳐旅愁속에車東奭
롯데朴正寬
고독한희생자金廷漢
반추하는나이송정수
편지와나와金一斗
半쪽발이와朝鮮貴族型李南垣
傍觀者金秉圭
보람金玄玉
담배에세월과무료를車東奭
모르는것이약정신득
냉이김치許天
伏中服金一斗
우리金秉圭
모래가숨쉬다李南垣
事業과音樂朴正寬
失友有感金玄玉
얼간이같은이야기송정수
군밤이있는거리車東奭
民石臺張聖萬
D社長정신득
雜草를든사나이金秉圭
제9호(1967.5.5.)
쓸쓸한사람들金秉圭
鈍筆의辯崔允洙
女人三態朴文夏
길어도백발車東奭
봄에온편지張聖萬
待春賦朴正寬
春分宋貞守
한그루의꽃을정신득
커닝人生張聖萬
가난한呼訴李南垣
마음의成形手術具鐵會
靑馬先生을보내고朴文夏
소니와토마토宋貞守
삶에대한斷想抄車東奭
스승님과스님정신득
君子愛人金秉圭
제10호(1967.10.1.)
녹두미음金廷漢
잘숨는사람만이金秉圭
七月에송정수
공짜漫筆金一斗
康衢에聞童謠정신득
解放20有餘年李鍾錫
商魂張聖滿
라르고송정수
韓國의알바이트홀朴文夏
삶에의意志張聖滿
人生은六百車東奭
이렇게살다가許天
마지막외로움의길車東奭
女性二題(명화에서본
미인상/현대여성의멋)李南垣
韓國版몽도까네具鐵會
마음을숲에묻고車東奭
오리숲정신득
自虐旅行金秉圭
숫자놀음張聖萬
歸路에서金一斗
避暑有感李鍾錫
山頂을지키는소金廷漢
春窮妙方崔允洙
隨筆雜感朴文夏
332/특집Ⅲ
제11호(1967.12.25.)
童心속의映晝史朴文夏
맛具本龍
醫窓隨感崔允洙
못읽는신문을車東奭
趣味漫想具鐵會
獄中葉書李鍾錫
二十年張聖萬
靜과動李南垣
금전문화시대
/월요일의출근정신득
삼천만이다함께車東奭
菊具本龍
제12호(1968.5.15.)
웨딩마치崔允洙
祝祭考具本龍
賭博人生金秉圭
리바이벌붐李鍾錫
반풍수장돌뱅이車東奭
狩獵三題(모순/윤회/학)朴機夏
파고다한갑/矛盾의거리정신득
無子難李南垣
愚父三俯朴文夏
等外品族張聖萬
분수金一斗
고양이宋貞守
토끼를먹은이야기金廷漢
辨明의章鄭昌善
周易을읽으면서許天
어느날마음차동석
冬山江金秉圭
四月바보崔允洙
除夜의鐘具本龍
제13호(1968.9.10.)
綠色地帶二題(푸른화원
/붉은마음)張聖萬
삶에의斷想張聖萬
비내리는언덕길金廷漢
人間쭉정이具本龍
인생은먼지처럼金秉圭
警備艇과自殺未遂李南垣
사랑의뜻崔允洙
돌아와거울앞에차동석
情과恨朴機夏
서울雜感李鍾錫
보살정신차동석
SHAME정신득
호리꾼이야기朴文夏
執念이빚은것具鐵會
獄金一斗
白日夢具本龍
逃亡간産母정창선
물방울崔允洙
창정신득
걱정하는재미로차동석
이하찮은즐거움을金秉圭
제14호(1969.1.20.)
愛石譜金一斗
스튜던트파워許天
餘談具鐵會
이새싹을具本龍
<수필>1호~70호/333
장골목김정한
홀로張聖萬
오나시스와재클린朴魯敬
가을에묻혀李南垣
수필을쓰는마음차동석
<樂山金廷漢同人回甲祝賀>
樂山小傳朴文夏
대쪽같은선비金夏得
樂山과그文學金鍾出
나의孤獨鄭昌善
그물한코정신득
여윈소크라테스李鍾錫
저무는窓가에서崔允洙
한가지정신득
人間的金秉圭
공원묘지에서具本龍
余滴二題(첫째편지
/둘째편지)許天
두꺼비와고바우차동석
만남張聖萬
동끼호테정신득
인심김정한
제15호(1973.4.28.)
時代映晝餘談
건널목의인간
決算/인생공부제1과
사돈과사과함지
死刑囚의눈
印章考
貞操帶이야기

노루
中年紳士
어느젊은이에게
어느僑胞의이야기
걱정도팔자
맷돌
創造하는生을
作品‘小鹿島’
具本龍
金秉圭
金文淑
金廷漢
金一斗
朴文夏
박태을
박태권
宋貞守
李南垣
李鍾錫
張聖萬
정신득
鄭和植
차동석
최해춘
固定觀念
共同湯禮讚
끌뚜기의曲藝
닭을치던무렵
灰色의곡예사
깨뜨려진꽃병
師弟間의情
隨想二題(俗離山有感/物質
文明과幸福)
나무유산
瑞香
죽음의공부를
두字의長
一例
못쓰는回答편지
농촌과교육과문화와
許天
具本龍
金秉圭
金廷漢
박태을
李南垣
李海珠
李海珠
張聖萬
정신득
차동석
許天
許天
金巢雲
李德五
제16호(1974.7.2.)
마지막감한알/有心無心金秉圭
영그는계절/개상사화정신득
세배金廷漢
初秋斷想/師에얽힌妄言數題具本龍
太宗臺頌/개구리소리박태을
어머님의體臭/多趣味문인갑
吐含山의새벽
幸福이란무엇인가/쥐구멍에도볕들
날이
자장가
물레/저어새
追憶의오솔길/신발回想
張聖萬
李海珠
朴機夏
鄭和植
崔海甲
334/특집Ⅲ
鋼錢時代朴文夏
望鄭의노래/美國엿보기
/기도金文淑
二題/漢詩가알고싶어許天
우리의말/多木里의강아지최해춘
어느날의日記抄李南垣
舊聞을읽자/夫婦싸움은
그것으로최윤수
競賣/誕生/손劉秉根
回想一九三○年四月一日尹堯燮
제17호(1975.11.5.)
사람이밉나李珍雨
꼬마의일기장餘題/國境
없는인정의강물李海珠
移民張聖萬
한자(漢字)때문에망신
당한푸념정신득
七面鳥七法/木造人間鄭和植
虛僞와眞實/첫눈에반한
사랑과自己欺瞞/老年斷想崔允洙
期待하는마음/커다란誤解崔榮岱
지독히도재수없는사나이
/「佳里會」三千浦로가다崔海甲
타이페이여름의한주일崔海春
〈朴文夏同人追掉特輯〉
雨荷가없는東萊金廷漢
朴文夏의人間像/한없이달려
와서金秉圭
휴머니즘과隨筆文學-雨荷
朴文夏선생의人間과隨筆-李海珠
幽靈이여가라/한잎의흰소리具本龍
半孝子김문숙
아침登山/마라톤선수시절文仁甲
스위스紀行朴機夏
情과情/괴벽박태을
禁酒以後/暴力時節尹堯燮
吾蛙一無成事不成/죄가밉지
제18호(1977.9.5.)
父子間의거리/조그만
所望하나李海珠
선생님닭기르시렵니까/성품은
가정에/이기는놈이땡이다정신득
曙光의무렵/독서에대하여/幻想의
行程/迷路에의大學門崔榮岱
나그네와觀光客崔海甲
太極旗/어떤弟子/詩에
관한斷想崔海春
臥薪嘗膽鄭和植
期待/時計鄭載勳
落第生엄마/5000$과500$/불
루터스너도/거만도편견/落葉김문숙
그릇된사랑/친구를보내고
/귀로풍경/엄나무의신화金賢珠
立春前夜/설날具本龍
성냥의미신/西洋生活의리듬/
草家三間의참뜻文翰圭
說得의失/半風水/풋고추맛文仁甲
양말세탁/76-A박태을
리포트落穗/時間機械/그여자는
지금어디에/항아리의哲學李聖實
제19호(1978.6.5.)
雜念雜記/素朴한휴머니즘
/他意人生文翰圭
焦燥를느끼는時間/指環
/自然保護에의聯想具本龍
<수필>1호~70호/335
人間思索/人間에너지의절약
/삶의모색/追憶의航海崔榮岱
두女人崔海甲
한그루소나무가있는뜰
/가을의點抽文仁甲
女子考/노랑돈/아리랑에살으
리랏다金文淑

유리人間/어른님生態
/二○世紀孝誠李聖實
수메가깊어야한다정신득
財運/人生의한斷面李海珠
落葉片舟/한국청년의쓸개
/섬놈領朴泰乙
族讀時代鄭和植
旅窓落穗張聖萬
問安電話鄭載勳
내가못났으면/그림자金秉圭
눈崔瑄鎬
눈쌓인밤에/聖和園金賢珠
시골아이들의詩崔海春
5월의하늘에曺性奎
제20호(1979.7.5.)
同人誌〈隨筆〉史解許天
特質考말썽/순금똥통정신득
넥타이값/봄아박태을
觀月村의風景/캐리여용서해
다오/베레모의멋曺性奎
龍에관한雜說/알프스의
放尿記具本龍
스리랑카壯途記/스위치/그
누가나무를金文淑
關東七百里/난초와대나무만
그리는마음文仁甲
人脈波長鄭和植
舊正有感/경희가시집가는날
/追憶의항해2崔榮岱
九德山/韓服崔瑄鎬
女婚이몇이냐/몰라서산다
/木手의콧대崔海甲
광복동거리/年輪의꽃무늬/눈의
素描/마네킹의변/멍게朴松竹
求道者의辯/自由도많더라
/遺言같은한마디李聖實
傷心/白紙의順理徐玉子
이밤을…/어디로가느냐고李根淑
돈뒤에오는것/뿌리깊은
情念鄭載勳
편지金秉圭
목소리/雨中日記/파초나무는김현주
人生의戰友/感謝生活文翰圭
中東으로가는길張聖萬
아그라行崔海春
旅愁愼重玉
귀뚜라미우는客窓에서李海珠
제21호(1979.12.20.)
겨울콤플렉스具本龍
산보/이렇게흘러가다가는金秉圭
친구,그리고友情/부끄러운
어른들/기행문없는여행김문숙
섣달그믐밤에/배님/파도
小傳김현주
智異山禮讚文仁甲
헛所聞의本態/「살롱」심리
/醫窓三題文翰圭
해질녘오후한때/유리반지
/꽈리/바다에오면/마음의눈
/경대앞에앉으면朴松竹
기다리는虛像박태을
늙어가면서徐玉子
도선산(都先山)의전설愼重玉
336/특집Ⅲ
안개처럼/도시의우울/혼례일
아침/凋落앞에서李根淑
客窓有感李聖實
수단방법의가치로움/참으로
시원했다대관령고개정신득
협박전화와아내鄭載勳
藥과效力/외국바람/여론과
실제曺性奎
璧/집趙禧順
안마(按摩)/인간의죽음崔瑄鎬
共生의美/人間思索/聽說
散策/追憶의船海3崔榮岱
男과女/銀粧刀얘기崔正煥
肉林의바다/羊頭狗肉的인
人間과平和村崔海甲
소리없는웃음崔載勳
제22호(1980.8.20.)
목구멍이포도청이라는
漫畵帖具本龍
나혼자의눈물/休戰/그래도
지구는돈다金文淑
볼펜/조용히물결이이는
순간金秉圭
사랑의證明/山情無限金賢珠
桐華寺의밤/어느落伍者의辯盧致弘
독일의교수들/독창과합창
/위탁된生命文翰圭
아내와所望/武陵溪谷의
一夜文仁甲
그날도이렇게가리/故鄕散調
/모르며산다/자물쇠朴松竹
옛친구/부르고싶은이름
/情의날朴泰乙
여상(女像)이사는길徐玉子
四先山省墓記愼重玉
생명/그늘/잘가라李根淑
담배와술/衣食住에대한
나의嗜好李海珠
클라크像張聖萬
찻길⋅사람길정신득
離婚有感鄭載勳
꿈과해몽/숨은성지를찾아
/和光同座曺性奎
바요렛꽃/찻잔위에솔잎을趙禧順
지난일을回想한다崔瑄鎬
追憶의航海-꼭들바위/女運
轉士/五⋅十選擧를回顧함崔榮岱
大衆湯禮讚/담배論崔海甲
小說의妙味崔海春
제23호(1981.1.20.)
머루술과더덕/한밤의妄想具本龍
女社長의四季節金文淑
박새일기/비오는날金秉圭
꽃의殘骸/山寺의想思草
/茉莉香金貞子
여행/가을바람/佛日폭포와
佛日庵金賢珠
폭포로가는길/父母마음
/因緣盧致弘
水濂洞溪谷文仁甲
藥房의甘草/지팡이의참뜻
/조국의첫인상文翰圭
선물/心眼斷章/산이여/石蘭
/차돌속에살고있는석아朴松竹
「波亂歷程記」中에서
/同人團觀光點描/無曜日박태을
방황/보배로운것李根淑
燕岩文學의社會經濟史的吟味
/懶戶內海紀行李海珠
佛日폭포도못본주제에
/옛집터에서서정신득
겨울의창가에서鄭載勳
<수필>1호~70호/337
孤獨/샤르트르의사랑崔瑄鎬
四⋅一九革命과나/술의마력
/秋日山頂/同窓을追幕하던날崔榮岱
茶房出入의辯/女性의힘崔海甲
문타즈마할崔海春
<寄稿〉殘影黃井煥
제24호(1981.12.24.)
평범한人間/自若氏具本龍
대화(Ⅰ)-宗敎-/대화(Ⅱ)
-사랑-용기있는자만이/넘어진
巨木앞에서金文淑
아내를위하여/생활전선金秉圭
철새구경/새벽길金貞子
처녀묘/月下의독백金賢珠
설날아침에/어느학부모의
수기에서/彦陽盤龜臺盧致弘
丹楓八十里/日本에서쓴편지
/民族의大湯藥文仁甲
미인계/고독을대화로써
/골프의공리文翰圭
떠나는연습/터널을지날때마다
모과향기/시집보내는날
/소풍朴松竹
동해안을가다/용두산의아침
/愛鄕犯의苦笑朴泰乙
낙엽徐玉子
旅路愼重玉
아버지의새라디오/안개꽃李根淑
夫婦/후회없는사람李海珠
露天食堂鄭載勳
영원하리라/위로趙禧順
고향길崔瑄鎬
어머니의모습/등산소감
/운명의동경철학崔榮岱
노래의古典/횡설수설崔海甲
미라보다리崔海春
바싹마른갈대밭/못위를
걷다/갯벌黃井煥
제25호(1982.7.31.)
두메서온편지의답서
/새벽산책길具本龍
一九八一유럽特急
/내인생의소중한것金文淑
비탈에선집들의심리학
/난과의해후金秉圭
겨울의山寺/莫逐有綠金貞子
女子의善/古死木의敎訓金賢珠
二流人生을살아오면서
/斷煙記文仁甲
죽음을맞는珍景/살인누명의
비애文翰圭
귀한편지/이季節病과함께
/넥타이의悲話朴松竹
어느섬나그네/편지82-충격朴泰乙
응접실과나徐玉子
흘러간노래의사회적조명李海珠
칼의마음鄭載勳
기다리다/感激의봄崔瑄鎬
더밝고높은하늘을
바라보면서/大監의말/茶房
이야기/石工의幸福崔榮岱
都市속의오솔길/天倫崔海甲
쟈니崔海春
스승의날/변심/노들강변黃井煥
338/특집Ⅲ
제26호(1982.12.20.)
〈招待席〉
市場金東必
20년만의외출朴演求
비를맞으며具本龍
사랑이야기/나의主治醫
/鍍金의同等金文淑
穴居人金秉圭
茶半香初金貞子
바다를쓸어내는아이
/솔바람소리金賢珠
甘浦로가는길/2박3일의
캠핑/세월은흘러도盧致弘
金井山麓訟/頭陀山紀行文仁甲
미신과과학생활/정년퇴직
소고/백원짜리공기文翰圭
躍動하는저소리/눈의素描
/내하루는朴松竹
明月夢朴泰乙
裸木李根淑
隅谷先生과그後孫/흘러간
노래의사회사적조명(下)李海珠
규격인간정신득
비바람이부는날鄭載勳
雨心趙禧順
異質蔡珞鉉
主禮失手記/기분崔瑄鎬
가내동고개
고희기념산문집〈추억의
항해〉발간축하회소감崔榮岱
우울한버스안/한가족九千
洞으로가다崔海甲
祇林寺周邊崔海春
피카소陶藝展을보면서韓榮子
殘照/사랑으로말하게만들다
/古稀黃井煥
제27호(1983.7.15.)
말의機微/春日忘談具本龍
無에의旅路/年年새로워라
/隨筆의홍수속에서金文淑
빗소리金秉圭
共同病室/黃昏金貞子
병아리와나/落花憂心金賢珠
銀海寺⋅把溪寺를찾아서/人生
無常/聖地동박골/배내골盧致弘
이제는그만/향불을바라보며文仁甲
평등과능력/돌쇠의교훈文翰圭
四月이오면/꿈에간고향
/범어사의하루朴松竹
어느후일朴泰乙
꽃과하늘과사람李根淑
젊은이들에게바라는마음李海珠
목탁을잃은스님정신득
넋두리鄭載勳
조용히깊은잠을趙禧順
家族白日場蔡珞鉉
國民學校同窓生들崔瑄鎬
仙遊谷의老人들/主人意識의
발휘崔榮岱
술잔돌리기/同病相憐/봄꽃
속으로가다崔海甲
「속」쟈니崔海春
코스모스꽃길/雨中日記韓榮子
그림자를잃어버린섬
/不老草/破船黃井煥
<수필>1호~70호/339
제28호(1983.12.28.)
뱀사골具本龍
추억의매듭나의전주시대
/合掌南無菩提樹/83년유럽의
가을-스위스에살고지고/風車는
돌고歷史는흐르고金文淑
어두운계절/눈물만흘리던
사람金秉圭
影成三人/장사白書
/뽕나무앞에서金賢珠
방랑5일/山城길盧致弘
新羅湖邊에의招待/아버지의
辭世詩文仁甲
재주는곰이하고돈은…/자나깨나
암걱정/뜻하지않은잡수입文翰圭
안양노동동굴/원색창에비치는
행복/어린강아지의울음朴松竹
그림夫婦朴泰乙
어머니李根淑
孤獨한老人들李海珠
자연그대로가좋아/정구지밭
人情정신득
선물鄭載勳
여자와만추/빈독에물을
채우듯이趙禧順
逆理의現場蔡珞鉉
소크라테스의죽음崔瑄鎬
동문회합/讀書와人間性崔榮岱
待合室/저승에갔다온사람崔海甲
昨年의눈崔海春
구름나들이韓榮子
訪美/雲海/自由의鍾黃井煥
제29호(1984.6.15.)
봄에얽힌멍청이한풀이具本龍
엄마는보물/가을이떠나는
驛에서金文淑
쓴다는것은金秉圭
困而之知/섬에서온동백金貞子
봄비/원고소동/보리밭에서
잃어버린꽃신한짝金賢珠
보리,보리꽃/회수권한장金淑賢
故鄕有感金大商
臨津江나루터/어둡고추운
겨울날에/春情盧致弘
二十日間의憂患/마음의幸福文仁甲
초로와초연/도보와건강
/노년추방文翰圭
마지막타는그눈빛/生命의
아픈반주/잃어버린돈朴松竹
悔恨의辯朴泰乙
통근길과들국화/침묵의
바다속에서자신을찾자
/陳秋의採薇亭成洛九
꽃의餘裕沈相玉
도덕우상(道德偶像)李根淑
나의雅號풀이李海珠
정과정가는길張光子
몽당비녀鄭載勳
자아류적인이야기趙禧順
落花有感蔡珞鉉
曲藝人生崔瑄鎬
愛國愛族의心靈/가을觀光
/섬진강을건너서崔榮岱
交友交友錄崔海甲
全羅道아즈머니崔海春
同壻愛와호박덩쿨韓榮子
油紙/무리/心像의그림자黃井煥
340/특집Ⅲ
제30호(1984.11.25.)
<同人會22年同人誌第30號특집>
〈隨筆〉30號文仁甲
夕陽點描李周洪
섹스피어고향에서宋志英
지령30호,슬기로운民族얼趙敬姬
성하(聖下)/부산맹꽁이
/새재를넘다具本龍
天皇과歷史와金大商
사막을흐르는江/독일에서
배운다/갈매기는나래를접어라金文淑
잡초金秉圭
별과트럼펫과테미와/秋夕餘感
/고물상앞을지나며金淑賢
바보止揚論/모과나무아래서金貞子
감과女心/산속의외딴집
/공간지대의심상金賢珠
獄死한同志의무덤을찾아
가서/막걸리예찬文仁甲
위탁된생명/강제퇴원
/사팔뜨기(斜視)/넥타이小考文翰圭
사랑의송가/에누리人生
/바가지의意味朴松竹
一間斗屋/病床漫想朴泰乙
靑砂浦夜話/因緣有感
/벗,그리고心友成洛九
창조전개/원시인의신비沈相玉
요로야李根淑
경제와스포츠李海珠
祭器를닦으며/어떤깨달음張光子
묵은사진첩/제나름대로
/후회막급(後悔莫及)정신득
잊을수없는휴가鄭載勳
恨趙禧順
괴로운吏道行脚蔡珞鉉
秋色漫想崔瑄鎬
農村의所感/公害崔榮岱
紙上謝禮崔海甲
天啓의노래崔海春
幸福의綠地帶韓榮子
고향의들녘/고개/四角地帶
/煙幕消毒黃井煥
제31호(1985.8.25.)
〈隨筆〉紙齡30號出版
祝賀會記文仁甲
愛德/꼴망태黃井煥
契約小考崔瑄鎬
역마살의여인/樂書亭의봄
/고향의사과꽃이여!金文淑
復活韓榮子
난을바라보는즐거움文仁甲
奢侈와虛榮崔榮岱
女高時節崔海甲
치매의헛소리정신득
모란이지던날/知己知友金貞子
엄마의꿈은뭐였어?/작문교육
/밀방이를미시던어머니金淑賢
고향선영(先瑩)아래서
/고통과죽음成洛九
포트랜드항아리의운명朴松竹
생긴대로살아가야지蔡珞鉉
수필의성격金秉圭
故鄕素描/유행과분수
/일용할양식朴松竹
死守兵의恨朴泰乙
갈매기는다시날고/늘푸른
나무가되어張光子
<수필>1호~70호/341
醫는人生의스승인가/파리의秩序
/보고듣고느낀것들文翰圭
사람소리로변한뻐꾸기金大商
방황趙禧順
他國의친구崔海春
장미와신사李順姬
過程鄭載勳
餘滴李海珠
부처님의눈/이炎天에그
산에철쭉꽃이金賢珠
제32호(1985.12.26.)
꿈을물고나르는새들에게
/제야의밤에/생명보험朴松竹
코스모스길/만년설이있는
피라투스沈相玉
玄冬앞에서/歲暮의러브레터
/오기金文淑
일회용黃井煥
보물단지/믿음의행렬張光子
빈방과空虛感/동료를골탕
먹이던악당들成洛九
제멋에산다/梵魚寺八景崔海甲
靑馬에부치는글/盤龜臺
見聞記具本龍
同窓會의모임-在釜○국민교
/자연을찾아서-百武洞行崔榮岱
어머니崔瑄鎬
나의흘러간옛노래文仁甲
새벽鳥韓榮子
바람이지나가는대숲
/나무보다못한사람金貞子
布帳馬車蔡珞鉉
故鄭/財賦論과商塊의脈絡
/평범한논리李海珠
永久就職/요지경文翰圭
낙수(落穗)모아풍년정신득
또한해를보내면서崔載勳
檀木의길崔海春
막차를기다리며/전화공해金賢珠
제33호(1986.9.15.)
6⋅25揷畵金兌根
꼬시래기제살뜯기/人沒失鄕崔海甲
웃는美德/海上一日觀光文仁甲
소쩍새우는밤엔그리워진다
/九月山눈을밟고…/洛東大橋를
거닐며成洛九
용다리/老人들의卒業式
/江邊마을/마음의양식黃井煥
눈물의美學/사랑의연금술
/봄과더불어朴松竹
微笑의美學/빨간모자할머니
할아버지/바보연습韓榮子
물위에떠있는베네치아
/검은神들/얼굴시리즈沈相玉
이학유우/울돌목에서정신득
오월의어느하루具本龍
就業難/음력四月보름날崔榮岱
國際語/가을을잃어버리고
/남편들의離乳期金文淑
民主주의의내력金大商
어떤만남/옛이야기張光子
총살전의괴로움崔瑄鎬
며늘아기야!蔡珞鉉
그날의비崔海春
안개의昇天/빨간浮漂와
고추잠자리金秉圭
병과싸운다/여성과보석金賢珠
342/특집Ⅲ
제34호(1987.3.15.)
〈故金賢珠女史追慕特輯〉
동인고김여사정신득
사슴처럼살다가신임이여朴松竹
갈숲의女人黃井煥
마지막선물三白草金貞子
억새풀韓榮子
<초대석>
언제다시만나리申宅煥
탁구대의봄나들이金鶴
키티와마이러金容彦
〈기고〉어머니李順姬
故鄕의목소리/그움의변한모습
/빙장님장례를치르면서/사랑으로
살고지고/연초에오간편지成洛九
人生고속도로金大商
손수건의浪漫/선생님을
추모하며崔海甲
짝사랑/귀뚜라미울음소리
/이수확의계절에/무관심
속의방관朴松竹
白衣民族이야기/착각의봄
/스핑크스는웃는가金文淑
고생하는보람/팔자에없는
감투文仁甲
겨울나그네/군불을지피면서
/思母曲朴福欽
웃음을잃지않고살아가는智慧
吳水鎔
배우는삶金海子
저문가을을보내면서具本龍
길과人生韓榮子
제빛깔을잃지않아야정신득
눈물蔡珞鉉
사람기르는일/旅窓斷想韓二祚
渡來地/七去之惡/젊은使徒黃井煥
겨울의戀歌/노래에얽힌
辭緣李夢熙
리마의거리/잉카의기원전
산꼭대기에건설된잉카제국
/돌로쌓아올린쿠스코沈相玉
귀소본능/보람있는삶李海珠
여가와유홍/우리교육의
앞날崔榮岱
제35호(1987.9.1.)
순리(順理)가우습게뵈는
세상/화집(畵集)을받고정신득
정년퇴임을하고나면
/造景記文仁甲
母國語金秉圭
나의社訓/슬픔의섬/택시
속의합창金文淑
窓밖의風景崔海春
1日하와이로가다/六月頌崔海甲
現實을보는눈崔榮岱
看板崔瑄鎬
노동예찬/감사하는마음
/이푸른六月에朴松竹
幻想/목마장면옥/사랑의哲學
/우리는마음에산다黃井煥
移徙온心情/6⋅25의쓰라린
상처蔡珞鉉
노래하는時計/울릉도기행韓榮子
부끄러운隨筆家/동경의
靖國神社金大商
삶의뒤뜰과그여유/맺은단추
지닌뜻은/석류꽃을바라보며
/꿈을머금고살아보자는데成洛九
당고춤/이과수폭포沈相玉
산길에서면/잊었던소리張光子
山居告恨/고혼님여의옵고/移徙朴福欽
땅의가치韓二祚
幸福의넋두리/慾心의限界吳水鎔
<수필>1호~70호/343
精神排泄趙晟濟
잊혀진사람들의이야기李夢熙
공휴일(公休日)崔淸一
세월노래/내소중한토요일
오후/J양로원에서李元雨
아침李根淑
자연석손순자
제36호(1988.3.3.)
가을이남긴소리정신득
비틀거리는지구文仁甲
가을진달래꽃金秉圭
晩秋/老社長/뱃길/波紋黃井煥
고향의추석달아래서/황량
(荒凉)해진인간가치/못다한
인연을돌아보며成洛九
辯護士물러가라崔瑄鎬
어느刀圭家의獨白趙晟濟
진달래頌/落葉지는소리朴福欽
뿌리/또순이/이가을이오면
韓榮子
吸煙의辯蔡珞鉉
술의魅力/主人意識과雇傭意識吳水鎔
두노인/<토토>日記/흰머리
선생李元雨
오이풀(吾亦紅)/바보로살고
지고/꽃이없는季節金文淑
旅路揷畵金大商
靑松에얽힌사연/아버님의
영전에서沈相玉
山有感/말에대한小考韓二祚
眞正한民主政治의발전을崔榮岱
古典을만나고張光子
셈도모르면서/건망증박홍길
가정방문/감포바다의추억전희준
마지막편지/잃어버린조롱박金土根
제37호(1988.8.20.)
허전한어제오늘/인생살이
토막글정신득
속성/그사람/삼악산黃井煥
白狗의母情/그날의邂逅
/보공(補空)이된表彰狀朴福欽
호박잎과카레/’88년4월의
世態전희준
어느일본인收師/부처님
異議書金大商
新羅聖山探勝記文仁甲
五月의추억/재주는곰이
하고文翰圭
시장구경/산신령의약수터
/꿈속의사랑李元雨
五月의하늘에흐르는洛東江
/기린과사슴같은그대여/회색
감옥에서태양을그리워한다成洛九
새벽등산/곰팡이朴松竹
학술기금이아쉽다/오쿠노
망언박홍길
4⋅26국회의원선거를보고崔榮岱
어떤新房과야문이의이야기
/낙원,그탈출할수없는
流配地李夢熙
저절로움직이는社會崔淸一
엄마날/人生의쉼표
/아르바이트글쟁이金文淑
울릉도로가면서/바보이반의
이야기金土根
파르테논신전沈相玉
지난세월앞에/봄韓榮子
손張光子
두對照/空手來空手去崔海甲
‘우리’의말李根淑
344/특집Ⅲ
避暑의原點趙晟濟
길의속삭임金秉圭
그때의눈망울鄭載勳
歸鄕斷想蔡珞鉉
資格없다물러가라崔瑄鎬
壽宴有感李海珠
<기고>
붉은감을바라보며金鶴
사람이짐승만못해서야曺民植
五月의향기尹昭庵
제38호(1988.12.20.)
청령포(淸泠浦)와숙주나물정신득
우산黃井煥
삼신산(三神山)계곡
/피아노의선율(旋律)朴福欽
다섯스승,다섯친구,다섯후배
/비틀거리며/아프리카봉선화金文淑
賣名有感/쇼핑백레이디朴松竹
맛과그리고인간具本龍
해변을부감(俯瞰)하며/그리운
소녀상/산중만상(山中漫想)成洛九
약수터周邊/겨울밤감귤을
먹으며崔海甲
스승께받은感動은永遠하다崔榮岱
무거운겨울나들이金秉圭
손재주/왜이리바빠졌나박홍길
조롱박을심어놓고/꼴꼴이
왕왕/천천히그리고착실히전희준
다시오르는약수터/용천(湧泉)
과노궁(勞宮)/조롱박넝쿨
아래서의사연李元雨
不勝悲感을어이하리吳水鎔
국가의위기崔淸一
어떤겸험/여백張光子
海水洛場과公務員蔡珞鉉
애송이교사시절文仁甲
世代의斷絶/생명수文翰圭
玄海灘과連絡船/사는멋과隨筆
-秀峯文仁甲동인의〈風流에
세월싣고〉를읽고李海珠
소크라테스의사람됨/다시찾아야
할소중한것들/나이든젊은이金土根
가을과思索/꿩도잃고알도
잃고韓榮子
無題趙晟濟
刻苦의보람沈相玉
秋夕의白頭山登頂鄭載勳
會長恐怖症崔瑄鎬
선생질考安泰景
길김희정
오해속에핀꽃宋英基
제39호(1989.5.13.)
〈고최해춘동인추도특집〉
故崔海春同人의靈前에,우리
다시만나그結論을黃井煥
碩學은가도硏究魂은남다崔海甲
종수(種樹)곽탁타(郭槖駝)를
찾아서정신득
겨울산흰구름金秉圭
히스테리선생님/인간상실文翰圭
洛東江/사랑의저편/소망黃井煥
조각을한다/상추/빈뜰에
떨어진씨앗하나朴松竹
봄비가내린다蔡珞鉉
약수터찾아가는길文仁甲
비오는날이면/대춘부(待春賻)
/봄비에꿈을그리는소녀들成洛九
禁煙記/漢詩習作노트李海珠
어떤離婚事由/낭패崔瑄鎬
<수필>1호~70호/345
책으로대신한늦은연하장/
愛犬家의겨울보신탕/나무와
숲을보다李元雨
猫雀圖/뜨게질하는女人
/오하늘이여全喜準
‘한나라’만세/아깝다박홍길
기다리는마음/목각(木脚)을
짚던그날/빈부(貧夫)의하루朴福欽
奇緣崔海甲
기다림의끝/이름의홀로서기
/도배安泰景
빛과만남韓榮子
매화가지네張光子
미리듣는輓歌金大商
혼적시리즈沈相玉
선녀와의대화/다시보고싶은
전우(戰友)/교직(敎職)의보람金土根
수필인가에세이인가金文淑
世界思潮의變遷과우리
民族의앞길崔榮岱
孫子의재롱/蘭의매력吳水鎔
恨,그마르지않는강물李夢熙
우리말오용이대로둘것인가
/人生餘情宋英基
김노인/고향의뜰김희정
어떤保存精神趙晟濟
나나一代記李起泰
흔적具滋粉
제40호(1989.11.10.)
동인지〈수필>제40호를
내면서정신득
〈초대석〉덤으로사는인생김정한
맑은물은숨어서흐른다
/행복의문은마음가짐에서정신득
팔의현주소金秉圭
미꾸라지국蔡珞鉉
菜田을가꾸며/깨끗하게살고
싶다/거지의교훈文仁甲
原爆公園산책/金門島도자기
/山水선생의遺稿金大商
변형의명수/불안속의삶文翰圭
부러운젊은이들/사랑하는막내
務經에게/빛과어둠을누비며
흐르는인정成洛九
모래시계李起泰
龍馬山/보름달黃井煥
기성화(旣成化)시대/세월의
그늘에서朴福欽
공사장의아줌마들/등굽은
비단잉어/한장의사진安泰景
한자에대한미신/즐겁게살고
지고박홍길
無冠의帝王은어디에/수다쟁이
바보친구의착각金文淑
’89년5월의사건/奔忙記
/보람전희준
아,낙동강!/세월의여울목에서李海珠
차(茶)사랑/차(茶)와임종/다이
어트성공예견기(豫見記)李元雨
아들을삶은효도/望鄕歌崔海甲
先賢의遺香을찾아서具本龍
돈쓰는일鄭載勳
욕심을줄일수만있다면
/사랑받는남자/편지친구金土根
안개주의보/달빛소리/길具滋粉
만남의소중함/행복의티켓
/産苦의아픔을겪으며朴松竹
師弟의협동정신이낳은
위대한산물/나의老齡期崔榮岱
호칭유감/사랑의기별張光子
유월이오면/가을과하늘韓榮子
운하의신비沈相玉
비에담은추억/秋夕과膳物吳水鎔
가을새벽,그쓸쓸함/천국
에서사는재미/떠나는이유김희정
孫大德化菩薩李夢熙
346/특집Ⅲ
敎育論小考趙晟濟
어느날/思惟의벽/私念/전통에
관한작은생각崔淸一
생각崔瑄鎬
卒倒공포증金貞子
<기고>
병실과고물수집소송두성
제41호(1990.7.18.)
이제야철이들려는가정신득
내가퇴학시킨弟子/내고향
東來/참벗과좋은친구文仁甲
이숭의집과저승의집/한복을
입으면서/비켜가는인생安泰景
꿈이여,여성잡지/아버지가
아버지가?/三無타령金文淑
별이빛나는밤에蔡珞鉉
봄의鍾소리黃井煥
우람한나무/자유인張光子
죽는다는것/다시찾은베를린文翰圭
다시옮는何日是歸年/새아기와
꽃길을거닐며/병실에누운
아내곁에서成洛九
산울음/식성도色人/석축의
돌하나具滋粉
몸으로오는봄/가정이란영혼의
안식처/마음의밭을일구자朴松竹
잃었다가찾은글李起泰
후회도원망도하지말고
/황량한職場들金大商
諸君들은永久한나의희망이다崔榮岱
4월의그리움/入試文化
/싸리꽃哀情朴福欽
꿈과죽음박홍길
눈물의의족/다시생각해보는
6⋅25/다시찾아야할소중한
것들金土根
傷痕/포니원/조그만기약全喜準
범법자(?)의모금운동/여생
(餘生)관리/개를키우다보니李元雨
老木의눈물韓榮子
어느이용사의죽음
/꺾인생명과지는생명송두성
대륙인기질/삼밭골약수터
風景李海珠
횟김에서방질한다더니崔瑄鎬
전설,어떻게만들어지는가李夢熙
두분의숭고한사랑宋英基
정치의양면성趙晟濟
그대,가술늪지에서만나려나/
밭사이로내다본풍경
/오월에부치는편지김희정
<기고>눈물을감춘결혼식전민인식
제42호(1990.12.24.)
어릿광대판구경만하지말고정신득
名妓芙蓉墓를찾아서文仁甲
巨人/만남黃井煥
저승入門記崔海甲
독작유정(獨酌有情)/사랑도
미움도벗어던지고朴福欽
살맛나는세상蔡珞鉉
안녕,여보/그대레닌그라드를
봤는가/작심金文淑
종교적편견李起泰
차(茶)맛에스민정(情)을
/개성(開成)을다짐하는백양대에서
/혼의울림그억새풀소리成洛九
내인생에머무르는시간들
/보람된삶을가꾸는여성
/기억력상실중朴松竹
養魚記/버려진고양이
/주봉산악회安泰景
<수필>1호~70호/347
우리농업의更生을바라는
心情崔榮岱
인연의자락張光子
양심도보자/복구타령박홍길
기다림/민들레具滋粉
犬⋅猫의母情/殘影전희준
사교춤과김매기/無免許가上策
일진대/사람이개보다못할때李元雨
이가을에송두성
知己의賢明/가치관과욕구文翰圭
가을산책/사철나무/소크라테스는
스승이며참된벗金土根
11月의情感韓榮子
‘新人類’의등장/餘白의自由李海珠
歷史앞에서鄭載勳
애원(哀願)김희정
似而非聖人崔瑄鎬
가까이있는가을/진정한
교육열崔淸一
멋대로그려본농촌청사진趙晟濟
숨은뜻흙에묻으며박희선
길정일야
제43호(1991.8.5.)
두꺼비교장의逸話記文仁甲
안개비黃井煥
人生無常/새벽에만난사람朴福欽
작은뜨락의共生者틀/回歸의
季節/앵두를따면서安泰景
다행찾기/다시화개에서/對比具滋粉
마음눈의돋보기/辛未年의달력전희준
노을빗긴하늘에서타는그리움
/사랑의둥지를틀며/예와서
돌아다보니朴松竹
나는오래살지않으리…
/세심(洗心)의원천,그짝사랑
/검진결과를기다리며成洛九
의사(醫師)의눈물文翰圭
사월이되면/소망정일야
60번째의생일송두성
어머님제삿날에蔡珞鉉
고산족(高山族)원주민과결혼하다
/우리집싱거운딸애후로다
/내가아는K장군은李元雨
느낌표를찾아서/동무야,너
어디로가느냐박홍길
이무리나루에서/具現되지못한
龍華世界,運舟寺李夢熙
본동과새동네/運轉박희선
永生水韓榮子
회갑기념패/인간회복을위한
序章李海珠
오월에부치는노래⋅4/암탉과
양계장김희정
無意味의취미/반세기만의
親日謝罪金大商
무심한치장張光子
지난날을回想하면서/入試
敎育의反省을崔榮岱
국산(國産)/행복만들기金土根
아직도새벽길희미한데宋英基
재상이받은밀가루세례趙晟濟
꿈을심던시절吳水鎔
잔디를가꾸며李炳壽
눈썹의美學李英一
제44호(1991.12.21.)
〈특집,우리부산(釜山)>
金井山은名山이다文仁甲
동래(東萊)역사의편린成洛九
우리모두釜山人蔡珞鉉
매력의부산박홍길
東來金剛園을거닐면서朴福欽
漂着記安泰景
영원히낯선고장李元雨
푸른지대具滋粉
348/특집Ⅲ
승중상(承重喪)정신득
교도소의겨울文仁甲
오해의강宋斗成
구두를꿰매면서박홍길
장대골黃井煥
알프스의산자락만스치고
/이웃사촌安泰景
집에있는여자/겨울개나리具滋粉
호우(豪雨)가쏟아지는밤에朴福欽
回想되는길목마다보람스런
追憶들蔡珞鉉
수탉의노래김병규
李守一과심순애의고향金大商
신발이기태
지리산풍경은成洛九
가짜전화(電話)文翰圭
괜찮은사람/外道의흔적박희선
구라파紀行I전희준
민주라는것崔榮岱
낙조청강에다배를띄우고
/‘유네스코맨’입니다李元雨
길韓榮子
성지곡수원지의가을정일야
임금님의女色崔瑄鎬
金井山이좋아서李海珠
먼잿빛기억으로/아들과
갈잎배김희정
아버님날낳으시고/동심(童心)
자라던추억의마당에서
/인스턴트인간李炳壽
부산사람들의사랑이야기李夢熙
내영혼의외로운돌섬하나
/삶의터전에서朴松竹
산문의길張光子
그리워라,벗이여李英一
달같은인생길박우야전
釜山의追憶배석권
제45호(1992.11.30.)
故鄕古刹의追憶/春日漫筆문인갑
우리의14대총선에대한소감최영대
고향의목소리/염주와묵주
/팔일시장황정환
정신적실향과빛나간애향심/雪花
의숲속을가다/은퇴후3년안태경
여자의기다림박우야전
木花와문학/女花遺産과傳統
/人倫배석권
잔혹한세월이해주
까뮈의〈異邦人>에대한小考최선호
꽃피면생각하는활천의봄
/꿈많던못가를다시거닐며
/승마와미녀와낙양수음장성낙구
가치관과욕구/의창세창(醫窓世窓)문한규
동민의날/자동차는기차,
기차는화차이병수
虛氣진故鄕의봄/설날有感채낙현
머리잿골양철집박홍길
迷忘의계절/Piacerd’amor송두성
잊어가는故鄭의山河
/養老院앞에서박복흠
鄕愁/잃어버린나를찾아서이몽희
구라파紀行Ⅱ/’91夏景
스케치전희준
잃어버린우리들의고향
/나누어가지는행복박송죽
實存의故鄕을찾아서한영자
봄바람/완행열차를타는즐거움
/감이익어갈때정일야
산,산,그리고산오수환
측은지심/이세상에머무는동안장광자
앉은뱅이책상/부부/방문객김희정
매스컴타다/영남루에서/신경
과민탓이로소이다이원우
고향을찾아서/문명의흐름을
보며이영일
꿈엔들잊힐리야/풍경
/밤그리고안개구자분
고향을지키는사람들박희선
<수필>1호~70호/349
꽃이파리는날리고/어둠
속에서나갑순
사랑의힘고김토근
故暈圃金土根선생님영전에이원우
제46호(1993.7.25.)
〈故淸磎崔榮岱先生追慕文〉
청계최영대선생을추모함박홍길
淸磎선생의영전에황정환
이지상에머물러있는시간들을
위하여/삼위일체의신비박송죽
곱게늙는다는것박우야전
餘白으로흐르는강물/오천
원짜리바지안태경
개울물속의달과나를보며
/울화통成洛九
아름답게늙어가는연습
/예비부부와사주朴福欽
三百里閑麗水道/최고의찬사文仁甲
부처가곧내마음/乾杯蔡珞鉉
황홀한사람/날마다성장黃井煥
금전캐는외팔이박홍길
만추정일야
부활韓榮子
책한권을들여다보면서
/3초의여유李炳壽
눈오는날의抒情宋斗成
전봇대에매달린강사/세개의
요강/청려장짚은뜻은李元雨
새벽을달리며나갑순
老路에피는꽃/高空回路를
통한歸國배석권
충무가는길전희준
눈오는밤에이해주
산정의백산호초/安分知足具滋粉
손녀의한마디말崔瑄鎬
환영(幻影)장광자
순금열쇠주인을기다리며
/제비꽃이내게와서박희선
오월에부치는편지김희정
빨래하는마음이영일
제47호(1993.12.25.)
거창한고을/화양黃井煥
흙의자장가배석권
기러기산이로잡아/주말농장과
Y군/차(茶)에생명을걸고李元雨
思友曲/해장국의風味文仁甲
두렵다는것/꿰맨구두뒷얘기박홍길
혼자만의시간에서서/말,
더구나모국어成洛九
추억의정검다리/사랑의
어려움박우야전
은혜의빛둘레朴松竹
작은바리공주李夢熙
푸르고푸른잔디/피렌체의
음악회/빛나는자리具滋粉
진돗개와푸들강아지崔瑄鎬
어느日記帳에서朴福欽
소음공해/마지막남은일어책安泰景
승화전희준
호박80개를딴이야기/성철
큰스님영결식장에서李炳壽
희망의종소리정일야
차선(次善)의길을걸으며張光子
절반은그리움羅甲順
갈밭박희선
잊을수없는스승李海珠
禁煙時代宋斗成
새친구,다람쥐친구/수리수리
사바하오수환
落葉지는登山길蔡珞鉉
시간의문화文翰圭
350/특집Ⅲ
제48호(1994.7.30.)
〈고거당(渠堂)정신득선생추도문〉
정신득선생을추모함문인갑
한거인의영원한가심에이원우
〈고익정(益町)오수용선생추도문〉
익정선생,산다는게뭡니까박홍길
조롱박심은뜻은/문득멈추어
서서안태경
까치둥지박우야전
헨리⋅라이크라프트의私記崔瑄鎬
거짓말/사물을보는시각李炳壽
추억의강변酒酊文仁甲
옛글새로운정취/혈육의정
/순간과영원成洛九
가로수/나의반려자배석권
꽃눈이내린다/서투른祝詩채낙현
예언(豫言)/석어곡(石魚谷)黃井煥
십자가와피뢰침박홍길
자라지못한아이정일야
휘파람소리박희선
홍시와안경/길에서쓴편지구자분
인연나갑순
겨울가로수宋斗成
40년만에찾은제주도/구봉산⋅
구덕산산책전정식
生과死한영자
아름다운축복의만남박송죽
무너져가는전통적윤리의식이해주
후로다의고독이원우
30년이지났어도/슬럼프의참뜻문한규
아름다운사람,아름다운인생오수환
<기고>겨울아자리아윤미순
<기고>마음의거울을자주
보겠다李炳守
제49호(1995.2.25.)
나의趣味遍歷/過去를
불사르며문인갑
고향선영(先瑩)에돌아와서
/노졸(老拙)과수제(數題)
/새해를맞으며成洛九
자아를잃어버린현대인들/
가을유정(有情)박우야전
고향강변에서의추억/독서력이
수학능력인것을李炳壽
부모다운부모/친구전정식
봄이오는산길에서/가을순례안태경
마더데레사황정환
먹을갈며/儒敎精神과現代文明배석권
겨울추억속의두사람/그저
그런이야기둘이몽회
<明心寶鑑>시대는지났는가
/<兩班傳>兩班賣買契約에
대하여崔瑄鎬
흐림그리고갬송두성
마음비우기李海珠
한자루춧불되어문한규
가을여행전희준
평등한군복무/칫솔의고마움李炳守
수채화속에환생하는봄박송죽
일요일오수환
밤에우는매미처럼박홍길
덧옷같은친구박희선
아버지의눈한영자
선생님의유고집(遺稿集)
/노래방허실(虛實)이원우
별난삶에서교훈을얻는다채낙현
눈이깊은사람/분리수거윤미순
<기고>‘솔직히’와‘근사하다’
란말의재음미허정
<수필>1호~70호/351
제50호(1995.10.27.)
<회원의글>
자기와의만남金秉圭
匠人精神文仁甲
寒山寺의종을치다
/아내의환갑잔치안태경
선고유집(先考遺集)을
정리하며李炳壽
푸대접받는직업인
/주간지인생文翰圭
창공/특정밤미사/고리쇠黃井煥
금단과자율許鉦
운수좋고기쁜날채낙현
코알라의눈물⋅코알라의눈빛전정식
독립공원의死刑場金大商
접혀진페이지具滋粉
네편의짧은이야기李夢熙
비내리는날의여름산
겨울바다전희준
6월이오면송두성
어느날의여담장광자
노인은스승이다李炳守
나무의모습,사람의모습배석권
앞을보고살아간다박우야전
부부망신쇼李元雨
宗敎의自由一日本의옴
眞理敎에대한難感崔瑄鎬
연필글씨를지우면서박홍길
여행길에서박희선
낮달/편지윤미순
새생명의뒤뜰에서韓榮子
겨울바다/샘물호스피스정일야
사람의향기-연극11월의
월츠-나갑순
길김희정
그대들이있는한/사랑이라는
말이주는의미朴松竹
<기고>평범하게산다는것하창식
<고세완(世莞)박복흠선생추도문>
가아(假我)를털고산정(山情)
에영원하소서박홍길
<축서>한국원,조영조,문인갑,성낙구
<축시>박송죽
<卷頭言>釜山文壇의燈燭文仁甲
<祝辭>軒軒丈夫입니다그려金尙勳
<‘수필부산’을말한다>
<수필>의발자취를되돌아보며李海珠
<隨筆>誌의오늘과내일李夢熙
오늘을위한옛수필의
되살핌成洛九
<특집I>작고동인의대표작
그물한코정신득
약속朴文夏
病床漫想박태을
배님김현주
<특집II>나의대표작
계단을오르면서박우야전
盛裝한慈悲송두성
일상을여과하는아침산책길崔瑄鎬
日王과歷史와金大商
인연의자락장광자
조롱박넝쿨아래서의사연李元雨
바둑과인생許鉦
기와지붕의곡선배석권
세월따라바람따라기쁨도
슬픔도전정식
칫솔의고마움李炳守
하느님보소서黃井煥
名妓芙蓉墓를찾아서文仁甲
풍속도具滋粉
이런사랑도채낙현
호박잎과카레전희준
삶의뒤뜰과그여유成洛九
달빛,그혜안박홍길
역사앞에겸허한자세를李海珠
책에대한감사李炳壽
미신과과학생활문한규
흰동백꽃지던날韓榮子
호수에그린수채화나갑순
352/특집Ⅲ
제51호(1996.5.31.)
〈別錄〉紀念辭,第50號出版文仁甲
友情의條件文仁甲
다섯손가락박홍길
비듣는소리/나를얽매는번호안태경
스승과제자/낙엽일대기박우야전
프란시스베이컨의隨筆「裁判에
관하여」에대한一顧/포샤가
받은반지에대한小考崔瑄鎬
운명철학/미주연수단에
참가하여許鉦
오스만제국마지막황태자의
죽음/감옥과황금관(黃金棺)전정식
사랑과보람/차가운이상주의황정환
끊임없이돋아나자라는일엽파초
잎같이/세모의감회에곁들여전희준
우리의퍼지(fuzzy)적삶/보호
되어야할자연성(自然性)이병수
귀신에게흘린이야기/L교수론李元雨
도둑혼사(婚事)는제발말고/젊은이는
나라의장래/몽양과렌의만가成洛九
육감(六感)/과잉친절李炳壽
地下鐵에서回春의기쁨을
/江湖를더렵히는雜輩蔡珞鉉
따스한가을속의여심1/따스한
가을속의여심2윤미순
슬픔의터널에서/지금나는
슬프다宋斗成
사과와요구르트하창식
단지혼자具滋紛
답장준비박희선
달빛속의온실배석권
필리핀短想金大商
웅장한대륙의숨결李海珠
<기고>난초꽃이피는소리金尙禧
제52호(1997.2.15.)
웃는美德文仁甲
〈한권으로읽는조선왕조
실록〉을읽고崔瑄鎬
사라져서는안될음성/한여름
밤의꿈박우야전
감동(感動)을함께할때
/그대는어느별로돌아갔는가
/낙동강과필연의물레바퀴成洛九
실족(失足)황정환
세상에서가장큰횡재(橫財)/마흔,
그어느해질녘의日記/빗방울소묘(素描)
/닷새동안의베트남나들이하창식
우체국에갑니다/말똥에굴러도
이승이좋다金尙禧
J여고홈컴데잉/三代訓長
/존경할사람이아무도李炳壽
와불(臥佛)/소리없는소리전정식
문명의발상지/눈을감으면
/선생님,등돌리세요박홍길
미안함을아는문화/산의정기와
인간의장기(壯氣)배석권
會長친구의죽음채낙현
사제(私製)엽서를쓰며
/犬之勞李元雨
고향의침묵오수환
人間能力/인간회귀許鉦
安全의文化文翰圭
普陽湖畔에비내리고宋斗成
민속춤은스승이다/개의혼(犬塊)李炳守
呑雲의자유와손자의경고
/어떤술값金大商
바람아불어라/두런두런새어
나오는말박희선
윤활유/지폐속의도안인물
/純綷와非純綷(1)전희준
몰운대의낙조/잠식당하는
녹색지대안태경
백두산천지에올라李海珠
<기고>天刑의섬小鹿島姜中九
<기고>사랑스런주영에게구정숙
<수필>1호~70호/353
제53호(1997.10.28.)
他人의눈/枯死木의受難안태경
찔레꽃/홀로설수있는사람
/어린시절의추억박우야전
象嵌靑瓷에어린눈물/어머니金尙禧
서러운인내의세월/뇌내자성
(腦內自省)/온미치광이의변成洛九
1호짜리그림/僧寶宗刹松廣寺姜中九
나의아버지/세상에서가장귀한
직업/세상거꾸로보기河昌植
아름다움/말,말,말/고향우물
/새옹지마許鉦
다듬잇소리/어느날의실수구정숙
두知性의울먹임채낙현
형식주의(形式主義)문한규
산책/글스케치전정식
매계빵/행복의번지수/돼지리어카
탄이야기李炳壽
고통의의미/회색빛슬픔을
안게하는오후朴松竹
聖堂지하실의비밀문서
/萬里長城회상金大商
免無顔/어느퇴임통지서전희준
두先賢의慧眼文仁甲
옛날의토종꽃배석권
자존심/불멸의여인되어具滋粉
죽음연습송두성
〈다이아나-고독한프린세스〉
를읽고최선호
추악한(?)베스트셀러작전
/개사돈이원우
화성인은없다박홍길
<기고>나의오솔길윤용흠
제54호(1998.8.31.)
멋이있는餘生을위하여
/나혼자만의卒業式文仁甲
‘아리랑’과金山의회상
/上海의독립운동유적金大商
조그만푸른꽃의비밀
/아이누민족박물관전정식
멕시코(Mexico)기행
/선운산선운사(禪雲寺)姜中九
자투리를찾아서/紅挑洞에서안태경
犯法者와投石者/내마음의
비너스윤용흠
별이빛나는밤에/유머가
있는인생박우야전
감사하는생활/용서할수
없는친구文翰圭
53년만에만난친구/그의
영전에촉서(屬書)를태우며
/세들어살면서도/금강원엔
예대로비가오는데成洛九
一水去士채낙현
아버님의마지막미소/내마음
속의소중한하늘구정숙
우리집행운목(2)/본의아닌
도박꾼이되어李炳壽
부부/투쟁과화합/스승의날을
맞으며許鉦
고대이집트문명전을보고
/어머님을생각하며최선호
다리놓기/떠나야섬이보인다金尙禧
말의원리와인생박홍길
숲길을내려와서/純綷와
非純綷(Ⅱ)전희준
拙著<IMF야까불지마라〉
이야기李元雨
나의눈물주머니한영자
낮은목소리박희선
마지막우동송두성
돌의美(2)배석권
조고각하(照顧脚下)윤미순
〈기고〉꿈속의금강산金海永
354/특집Ⅲ
제55호(1999.5.3.)
우리집君子蘭讚美文仁甲
가을산박우야전
不安한衣裳文化/聖知谷의가을
情趣채낙현
아파트베란다의여치/황제와
선사의사생관전정식
여생은금혼의덤/춘일(春日)
단상(斷想)/얼굴은웃고속으론
울고/사랑의승리와업적成洛九
늘어가는미움살장본/연말에
생각나는두분의스승金大商
落葉想念/역사는페러독스인가
/가슴아프게하는것들윤용흠
산을오르며/긴,흰구름의
땅뉴질랜드구정숙
향기/아쉬움/종소리되어구자분
무표정황정환
幻想의모서리에얽힌感懷金海永
바람과함께사라지다/욕심
/역사위에서/술과안주허정
父情의참뜻/동물의노후文翰圭
계곡의해빙은되고있건마는
/내이름은행복李炳壽
해운대해수욕장모래밭
발자국의언어는오수환
천년의고도쿄토(京都)
/부처님의미소姜中九
문흥수부장판사의‘사법
개혁촉구의글’을읽고최선호
떠나야섬이보인다(2)/까치소리金尙禧
‘쉼’을생각하며윤미순
음치의노래/파그산한협곡의
급류타기안태경
대일문화개방의자세/고령화
사회의노인복지정책이해주
한그루팽나무가있는비탈밭
풍경/忠直이罪전희준
귀울이박홍길
사돈의궁둥이/나더러보신탕에
대해말해보라고李元雨
전화레슨宋斗成
도시속의은행나무/가부장제의
몰락배석권
누운풀처럼자신을낮추어라박희선
思友曲文仁甲
불제자가된연유
/제2모작인생의출범李海珠
한그루의나무/日曜山行秘錄金海永
캐나다에다녀와서박우야전
처서를지나서배석권
제4의물결/물빛心像[I]윤용흠
괴테탄생250주년을맞이하여최선호
국치일(國恥日)에즈음하여
/복된여생(餘生)成洛九
선인동(仙人洞)황정환
오솔길/장산산책(萇山散策)전정식
가치관과욕구/독일사람의
참모습(?)文翰圭
친구의한(恨),민족의한
/베스트셀러와양서李炳壽
이결실의계절에/여행에서
얻는것구정숙
거꾸로쓰는모자/행복지수
/사기한/인내를가르치는교육
/가정의달에許鉦
30년만에이룬작은소망
/보원사(普願寺)의옛터에서姜中九
해운대해수욕장모래밭
발자국의언어는(2)오수환
제56호(1999.12.20.)
<수필>1호~70호/355
이나이에거리의가수가된다李元雨
어머니의看病日記/휴대폰有感
/‘1억4천5백만원’의꿈
이야기/1999년봄을맞으며하창식
돌아온반딧불이/추억속의
富士山안태경
江湖를더럽히는雜輩채낙현
명퇴산박홍길
젊음이아름답다지만宋斗成
건조지대전희준
우연의기쁨윤미순
〈기고>말의생명력/봉숭아꽃물
/소중한기쁨윤옥자
제57호(2000.6.30.)
웃기는‘시원하다’는말文仁甲
게발사보텐/쓸쓸한풍경화안태경
황혼이미지/보리밥향수박우아전
우리말과한글에대한소고
/고시례(高矢禮)이야기金海永
그때남강도흐느꼈을거야
/비밀(秘密)金尙禧
우리말을아름답게채낙현
구월산(九月山)을바라보며
/생명의신,그와의속삭임
/동래온천의역사와문화
/화란의춘신(春信)과
한국의춘정(春情)成洛九
옛고향같은연길(延吉)/백제의
혼이서린호류지(法隆寺)와
나라(奈良)姜中九
월계수황정환
수면제로서의독서/내고향
유래비李炳壽
고맙다목련아윤옥자
어떤언론인/溫井里에서흐른
눈물金大商
바다가없어도파도소리를
듣는다박희선
겨울산행/세월(I)/세월(II)구정숙
명예욕비즈니스/잔머리대신
돌머리/따분한화학,재미있는
화학하창식
새뮤얼헌팅턴의<문명의충동>을
읽고/로베르트미헬스著<現代
民主主義의政黨社會學>을
읽고최선호
슬픔이있는풍경셋/대마도의
한국유적과유물전정식
脫皮[2]윤용흠
아름다운거부/불면의미학과
변화의바람허정
목련,오목련선생님이시여오수환
봄을기다리는마음/새천년의
꿈과그리고미몽배석권
자화상박홍길
누가언어를학대하는가송두성
젊게살아가는지혜/간노이로제
걸린현대인/이런기막한일도문한규
熱愛/치롱구니具滋粉
노랫가락에미쳐서이원우
<기고〉전생업이라는사슬황다연
제58호(2000.12.30.)
너무오래된추억속의낭만文仁甲
연도회/고고한거인의생애황정환
둔감(鈍感)의지혜/병원의
하루박우야전
투명한부(富)와청빈(淸貧)
기질/중용과요즘우리/가치관
혼돈과시민고언成洛九
먼그대,봉래산/梅香具滋粉
356/특집Ⅲ
제59호(2001.8.30.)
오참,동이족(東夷族)/한일
고대사미스테리실사기행金海永
니체사망100주년을맞이하여
/병원에서처방전을받아서
약방에서약을사고최선호
일본관광의자존심닛코(日光)
/깨끗하고시원한정원
소쇄원(瀟灑園)姜中九
戀母夜又윤용흠
만행,파란눈의그스님
/진실의원형을찾아서황다연
무채색을꿈꾸며/수필이왜
영화관에갔는가金尙禧
가부장제(家父長制)의몰락배석권
중국유일의여황제/태평천국
(太平天國)과계림(桂林)전정식
독자의작가시대,작가의독자
시대/몇살까지살다갈꼬
/유효기간李炳壽
세계자연유산의섬야쿠시마
(屋久島)기행(산행1)/다카치호
(高千橞)등반기(산행2)이해주
해낭과타래버선윤옥자
새끼넥타이를목에다건교장
/‘향수(鄕愁)’를부르며이원우
선풍기와난로와의사이/삼원회
(三元會)회관을세우면서박홍길
꿈틀거리는중국/나와너와의
관계/가톨릭의문화유적허정
나뭇잎이웃고있을때/내가
그린풍경화속의나무안태경
선비정신다시찾자채낙현
약속/봉숭아구정숙
1900의전설/추억여행
/에스컬레이터위를뛰는남자
/사람다워야사람이지하창식
박형께전희준
鬼國狂人/야시만들기김대상
돈을세탁한다송두성
탈출놀이/虛空한영자
긴그림자박희선
생일李夢熙
장구나치며살아야지文仁甲
파랑새는어디로/인생의결실박우야전
북소리이해주
그인생의황금기를/역사왜곡(歪曲)에
부쳐/버려진돌부처,초라한아버지
/봄바람타고남도700리成洛九
유연자약송(悠然自若頌)/삼각산
(三角山)이화목산(和牧山)이
된이야기金海永
대중목욕탕(大衆沐浴湯)에
대하여/할머니에대한추억최선호
아직도나의짐은무겁고
/흔적을남기며지우며朴松竹
어차피혼자가는길장광자
까치곁에서/藏書를버리면서안태경
자리貪하는老氣채낙현
캔지스강과바라나시/조금은
슬픔같은것이묻어날때전정식
자연이라는보약/베를린의5월문한규
우리말이죽어가는현장박홍길
나의문학수업시절전희준
똥꿈두개李炳守
친구윤미순
노래취입을하며/우정출연이원우
좋은사람/취미(趣味)생활허정
히오데자네이로/영어를잘하려면
/밥상물리기,밥상떠나기
/가슴따뜻한세상을꿈꾸며
/드라마‘아줌마’하창식
曉雪山行/易地思之윤용흠
덕유산종주기/어머니사진
/신비로운피요르드랜드국립
공원姜中九
새천년을맞으며/팔공산의명월구정숙
먼지황정환
<수필>1호~70호/357
밤꽃향기의유혹/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李炳壽
어떤징후(徵候)/아버지의믿음송두성
여로具滋紛
누더기박희선
조화로운삶의힘,그들눈부신
꿈길따라/대비(大悲)때문에생긴
아름다운질병/법정스님의풍요로운
신뢰의향기앞에서황다연
야스쿠니신사의한국원혼金大商
同壻愛와호박덩굴/빛과만남한영자
거칠마루[荒嶺]소식/처용의나라金尙禧
얼음홍시배석권
어떤生日선물오수환
담배유감윤옥자
〈기고〉어머니내어머니여허현숙
〈기고〉이름장미
제60호(2002.7.26.)
부산隨筆의本流/酒道九段文仁甲
차에앉아핸들만잡으면/얼굴박우야전
해변산책/오늘과다른내일
/온돌찬미李海珠
남북대화와국민갈등/밝고긍정
적인자세로/감성의물결,
과격의파장成洛九
言語의地脈略考/지혜로운
사람들/청가개비오동나무에
올라간이야기<동화>金海永
서양사상과동양사상의차이최선호
영혼으로볼태우는內心의고질병朴松竹
벌레한마리/입석버스에서안태경
오사마빈라덴/웃음이있는풍경전정식
제2의새출발/개미와배짱이
/지나친癌恐怖症문한규
돈안쓰고살수없소박홍길
村夫의日常전희준
중구(中區)에만사람사나
/“굳세어라금순아!”李元雨
11월의주왕산/이나라교육
걱정앞선다허정
사필귀정/딸들을위한생각(1)하창식
조공열전(鳥公列傳)/시간의소
용돌이윤용흠
연대부관정대위/실상사
(實相寺)姜中九
도선(道善)의비석황정환
숙모님49제에부쳐/신경성
접두병李炳壽
空樓具滋粉
법에도없는것박희선
순금의시간속에서피어나는
젊음/긴침묵의성문앞에서황다연
두언론인의초상金大商
꿩도잃고알도잃고한영자
낮은데로흐르는물
/로트렉과의만남金尙禧
사회대학입학첫날
/해낭과타래버선윤옥자
파랑새허현숙
항아리비우기장미
그때영화,요즘영화배석권
그苛烈한생명의채찍질송두성
〈기고〉동행손수영
제61호(2003.7.7.)
<머리말>새걸음의자세박홍길
어느出版紀念會에서
/車中情談-30년전의수필-文仁甲
전통과새시대
/일일일선(一日一善)박우야전
문화유산을어떻게보존
358/특집Ⅲ
관리할것인가/‘빨리빨리
기질’의음지와양지李海珠
친구와겨울오대산에서/조병화
(趙炳華)시인을회고하며成洛九
죽음에대하여/경험(經驗)에
대하여최선호
코스모스옆에서/벗은가고
추억은남고/느리게걷기안태경
이빠진노인의웃음
/자기양심에박은못박홍길
十八番/사과나무죽다전희준
의사(醫師)와환자(患者)사이
/이시대의진정한의사
박두성⋅김민성李元雨
친구/눈의추억허정
走馬看山식인도여행기
/기술자와결혼하지말지어다하창식
〔續〕鳥公列傳/꿈,그구름빛
미스테리윤용홈
아름다운사진/북국의
도시퀴벡(Quebec)姜中九
지하철황정환
현해탄에핀매화/생존신고/무른
감도쉬어가며먹는지혜李炳壽
구원의빛,가을/긴사랑의
여행길황다연
어느소나무/십자수윤옥자
자라지않는것들/우리동네허현숙
영점사격장미
소금양치칠배석권
매혹/강안개속에서손수영
나의鬪病記/내가죽으면채낙현
뜻밖의결혼선물/어느
할머니의자살문한규
양심의불감증박송죽
마산친구박희선
우산韓榮子
진달래꽃일기/장산산책유감(有感)
/배려할줄아는마을의풍경
/소주(蘇州)문학,역사기행전정식
안개속으로사라지다송두성
春三月二題金海永
제62호(2004.4.1.)
<머리말>새로운출발의다짐
-‘수필부산문학회’로이름을
바꾸면서-박홍길
<고유정(惟亭)채낙현선생추도문>
<조시>채낙현형영전에성낙구
<조사>사유의정자에서편히
쉬소서박홍길
마지막수필文仁甲
막장길/두루두루황정환
갈아끼운내몸의부속품/생일
잔치/내년사월이면안태경
방황과동경/빛난별들
무색으로지다成洛九
효도관광/張家界를가다李炳壽
공대지원자가적은이유
/갓바위부처에대한재판최선호
태풍‘매미’/‘등단’유감이해주
의료공해의참뜻/철학없는
사람들문한규
오늘을아름답게살기위해
/소나기황다연
국보4호를아십니까/제왕의
수도리마(Lima)姜中九
어머니의소리/녹슨문손수영
겨울소묘/여자의기다림박우야전
순리를따라가자/서해의
외딴섬홍도허정
어떤여행金大商
주롱의펭귄은지금도그자리에
서있을까/유혹하는홍시
(紅柿)金尙禧
나를슬프게하는것들/물빛
心象[II]-漫筆數題-윤용흠
분재(盆栽)/생명의노래박송죽
수필을찾아서韓榮子
<수필>1호~70호/359
제63호(2005.4.22.)
제64호(2005.12.20.)
(특집)<다시읽고싶은작고회원의글>
닭을치던무렵김정한
못쓰는回答펀지김소운
골뚜기의曲藝김병규
弱者의辯허천
미국에서보낸甲申년여름/노년의
항변/인접국과역사왜곡허정
봄이오는길목에서/老人敎育
有感/해맞이안태경
무한한아름다움의자연미와
사랑의길황다연
엉터리학사모를쓰고/그들이
집으로돌아올때까지姜中九
새벽의이슬방울韓榮子
두고온고향/어부가된친구
/두개의망부석(望夫石)홍관옥
누님집사진틀/여백의자유를
어떻게누려야할까이해주
느티나무의추억허정림
영혼의세계/교장의좌석문한규
꿈,그구름빛미스테리
/그들의죽음윤용흠
「복음성가」를부르며/새생명
탄생전후/어느날일기
/장님의〈성서〉필사李元雨
뒷이야기장광자
웃음예찬文仁甲
향기/물리치료실풍경윤옥자
두륜산새벽의산울림
/백설단상(白雪斷想)박우야전
‘칠공주’는싫어요/용원
기림비박홍길
가족묘지/시각차(視角差)李炳壽
고정관념박송죽
여백에남긴절규(絶叫)
/노부모와젊은아빠와成洛九
오월이오면그리운것이많다박문자
내가살아온길최선호
울면서읽은책,<꽃으로도
때리지말라>/노부부와애완견전정식
해무(海霧)/외짝우정손수영
마산친구송두성
어느애너키스트의회고록金大商
봄눈장미
烏飛梨落/하룻밤풋사랑전희준
비토섬에서박희선
부활절허현숙
그리운시베리아장광자
금정산단상박희선
거꾸로됐으면/나라를없애려는
수상한징조들/온뫼가눈으로
덮였습니다박홍길
앙코르기행/호치민시기행전정식
한시대의화성(畵聖)배석권
IQ아버지EQ어머니지혜
조부모윤옥자
행복준비허현숙
바다장미
먼저떠난친구둘전희준
고독예찬송두성
우리박서방/주님,제죄를
용서해주소서李元雨
<기고>다시새해를시작하며허정림
<기고>黑龍萬里삼다의돌홍관옥
<기고>어장가는길박문자
<머리말>내실을다져야할때이해주
아,白頭山天池문인갑
고독의상표/구라파의노인들문한규
나이들면서최선호
360/특집Ⅲ
선택의기로(岐路)/목탄화풍경
속에떠나는연습朴松竹
나의인생나의꿈韓榮子
토막생각金大商
시선(詩禪)일치의왕유(王維)
의시/김소운(金素雲)과그수필
/한문수필의재음미成洛九
빈손으로보내고장광자
아주특별한유서/장기기증
등록후일담李元雨
나의꿈나의인생/들고양이
삼대(三代)이해주
디딜방앗간의전설박홍길
인물화전희준
금혼식/미련한여름나기안태경
별이된사금파리송두성
잠들지않는길박희선
후회/친구의마음붙든청정국
뉴질랜드李炳壽
내탓이오/지금은하현(下弦)박우야전
향원익청(香遠益淸)의벗
/백두산기행전정식
말과글/돈/광뚱성(廣東城)
여곡허정
시원한여름을보내며/단풍잎을
밟으며/눈덮인세상을
바라보며/비행기체질하창식
우울한일요일(GloomySunday)
/인도의소는과연행복할까姜中九
어머니/글쓰기윤용흠
제자리/드는정나는정윤옥자
민족의호신불/광안동그집황다연
보자기장미
같이정먹자허현숙
겉멋/완행버스손수영
여명(黎明)허정림
106세까지는살아야지
/최상급촌놈홍관옥
영화같은추억한편박문자
<기고>사랑은기다리는것정재분
<신인상작품>일찍일어나는새
(EarlyBird)/행군의아침최홍석
제65호(2006.7.10.)
<머리말>날로새로워져야할
‘수필’이해주
다시태운집념의연기
/통감(通鑑)을다시새기며成洛九
여행지에서겪은일/참이존중
받는사회/고층아파트유감하창식
선생질사십년/가을의단상(斷想)
/베트남,캄보디아답사기허정
82세의도전/자동화시대안태경
타오르는밤바다/추억의노래이해주
망각과추억/양심에어긋나게
잘살아뭣하나박우야전
흰머리와대머리/재주는곰이
하고문한규
책10만권의힘/선의얼굴황다연
헌옷/시의이미지속에살아
있는고향의미적향수朴松竹
군군신신(君君臣臣)의나라
/억새전정식
할머니의소원/현충일이오면윤옥자
散調는비에젖고연밥은
영글어/잊음은황홀한쾌락이다金尙禧
가져야할사람/아름다운
베트남처녀와결혼하세요姜中九
바람장미
혼자서걷는즐거운행복문인갑
나무는사람이다/유끼오(行男)
의죽음윤용흠
대숲을거닐면서박홍길
스승의날허현숙
오월의노래/요란한봄맞이박문자
나비되어/낙화허정림
<수필>1호~70호/361
그림자韓榮子
호주브리스번에서/아름다운
뉴질랜드의뒤안길최홍석
크로이처소나타/비오는상해의
거리에서손수영
인생하산길/나는증언한다李炳壽
텃밭가꾸기전희준
수필풍물도金大商
이좋은세상에장광자
불리고싶은이름정재분
무임승차한죄박희선
복음성가로하루를보냅니다李元雨
飛行雲이흐른다송두성
<기고>농월정/안경을쓰는때황원준
<기고>우리아파트의가치정철규
<신인상작품>7월이열리는첫날
/만년필이경자
제66호(2006.12.26.)
<머리말>포구나무위의까치집이해주
思友曲文仁甲
고목/인생유전(人生流轉)박우야전
오르골인형손수영
골목길/풍악산을다녀와서
/종심(從心)에이르러서허정
속달우편물/양보의풍속문한규
나도모르게흘린눈물한방울이해주
〈여백의자유>를음미하며
/다름과틀림을생각해본다성낙구
행복배우기허현숙
나의첫새벽필름을들여다보며황다연
부산노래를다시테이프에
담습니다/해운대로떠납니다이원우
내일흔의삶과꿈전희준
복점시비(卜占是非)/에바의사랑윤용흠
시간의타임머신을타고
/영혼의심층(深層)촬영기朴松竹
폐허된절터에서/가깝고도먼
섬백령도(白翎島)姜中九
나무로서다/쌍춘풍경허정림
존경할수밖에없는이유
/아버님전상서/딸아이의연주회
/한여름밤의꿈하창식
쪽빛바다는가을이되고
/파란만장박문자
할말이없다박희선
생각과사람의일생/행복론셋전정식
가을찻집/가장훌륭한보배윤옥자
미식에대하여/열렬히증오하라황원준
삶의자락에부는바람송두성
어느할머니의뒷모습한영자
바깥마당송장메뚜기박홍길
작두위에서장광자
벚꽃찾아남도삼백리
/방해받는고종명(考終命)안태경
이얼마나멋진세상인가최홍석
J신부님의은퇴식정재분
얼짱,몸짱,마음짱/죽어서
사는길이병수
병든감잎과홍시金尙禧
<기고>허무,그설레던나이정인조
<기고>아내의수상정약수
<기고>영원한씨앗김훈
제67호(2007.6.30.)
<머리말>아름다운휴식이해주
장하고자랑스럽다우리수필
부산문학회文仁甲
元老를생각한다송두성
주산에얽힌추억/학문과사랑,
그리고전쟁/인연따라왔다간
피천득(皮千得)선생성낙구
슬픔의힘을옮겨서/파랑새이몽희
시월애(侍月愛)정인조
꽃을가꾸며/당연한것이
감사한이유전정식
옥상의잡초밭/짧아진가을안태경
362/특집Ⅲ
사랑그미침에대한변주곡박문자
까치를기다리며허정림
명약박희선
서로를빛내며장광자
‘신선한충격’에대하여
/달과꿈손수영
나의유토피아/명장(名將)들의
죽음윤용흠
인도인의수리개념속엔윤회가
있다/움직이는꽃황다연
조승희와이스마일액스,그리고
호모엑스쿠탄스/<헤르만헤세전>
을보고정약수
아전인수(我田引水)/승자도
패자도없는인생박우야전
꽃바구니와우표값/볼리비아
아이들윤옥자
사내다움/질마재의흙신발황원준
나의하늘이허현숙
소록도세천사/천하명산
황산(黃山)姜中九
아이스크림과인연/산이부르는
소리김훈
내삶의여정에문학이란朴松竹
시간의문화/청빈문한규
진고인의밤을축하하며
/웃음의미학허정
나그넷길에서세상살이이야기를
듣다전희준
돌에서묻어나는그리운추억이해주
작은행복/가방하창식
모란의향기장미
비량스님살아숨쉬는내고향
생비량/음식이약이다이병수
새치기없는세상최홍석
후손의사죄김대상
내가잘못됐는가박홍길
중도포기의여유정재분
‘신나는’노래로내게는밤낮이
없다/때론맹목(盲目)이인생을
바꾼다?/어떤주례후일담이원우
나의텔레비전/세상까지의
거리정철규
거칠마루[荒嶺]소식金尙禧
<신인상작품>작은개안(開眼)
/저잣거리에서배운다김혜자
제68호(2007.12.20.)
<머리말>자연의순환李海珠
초극(超克)의길송두성
봄맞이산행/쓸쓸한밥상안태경
말과행동/나와남허정
기도의빛과향기/생명의어머니
사랑으로온4월황다연
내시심의고향을숙도박송죽
유년의기억/아우슈비츠수용소
/고맙습니다/예리한관찰과
끊임없는노력하창식
화교(華僑)손녀딸과교포(僑胞)
손녀딸김훈
이가을에허현숙
삶의신비와그희열/사회생활과
마음의녹성낙구
부자최귀동/거울을기피하는자
/조금은천천히박우야전
25시의한국인김대상
고향에는영웅이없다이해주
재주는곰이하고문한규
강의전설/나의노래(1)이몽희
히틀러의점괘/졸시‘난초’해설윤용흠
대만기행일기/생명존중과
음식문화전정식
친구/치인(癡人)의독백황원준
꽃분홍색/방아잎을그리워하며손수영
콜로라도강의조약돌윤옥자
가을아침백양산에서최홍석
그들을보내며박희선
가을달빛에부치는편지
/고인을추모하며허정림
<수필>1호~70호/363
친구,트랜지스터/운좋은해상
표류체험학습이병수
회자정리(會者定離)김혜자
동지팥죽정약수
추사(秋史)와그의고택(古宅)
/고구마단상姜中九
60년모은사진첩을불사르며문인갑
운문산정상에서세상살이전희준
절간의소박홍길
엎지른동이의물장광자
나침반장미
나흘동안의일에대하여
/마이카정철규
애장품/‘평화의마을’에가면이원우
설원으로의여행박문자
산울목길정인조
<신인상작품>친정어머니
/여름날의기억심득순
제69호(2008.6.30.)
<머리말>나무도떠날때를
안다회장李海珠
<고수봉문인갑선생추도특집>
<영결식조사>선생님,너무멀리
가십니다박홍길
이밤도별은빛나는데이해주
수봉(秀峰)문인갑(文仁甲)
교장을추모함성낙구
임은가고슬픔만송두성
선생님을추모하며박우야전
명복을빌며허정림
저는너무나못난제자였습니다이원우
문인갑선생님을회고한다김훈
사랑이담긴복주머니박송죽
화들짝놀라서장광자
가지않은길/괄호밖의남자
/2008년2월11일하창식
시크릿/창자를냇물에씻다손수영
친정어머니/깜/12월의
어느멋진날심득순
과대포장/오천원짜리바지안태경
경계선앞에서/나의노래(2)이몽희
비만병이현대병이다/사월을
보내면서허정
자유로운주장과그자율성
/총구(銃口)앞의인간성낙구
釜山에서사는福이기태
구원의풍경/그날금오산향기황다연
규격화된무덤들박우야전
‘부산갈매기’를같이불렀
으면합니다/죽었다가다시
태어나면이원우
아,낙동강허정림
바다야미안해윤옥자
돌아갈수없는풍경박문자
/바벨탑과고층아파트
/우리가잃어버린것들정약수
히틀러와그정부(情婦)김훈
벙어리중국배낭여행기
/이런주례를서보고싶다姜中九
취미/타이완타이페이기행일기전정식
큰나라견문/우리풍토에서
자란것들전희준
그래도아름다워허현숙
가짜전화문한규
중국어를배우며최홍석
우박으로쏟아져내린기암괴석,
홍도정인조
사랑의기쁨/할미꽃윤용흠
지금,아들에게편지를쓰고
싶다/왼손에게정철규
가면장미
바람에대한아포리즘
/혼자떠나는여행황원준
보링인간/단수필의미래전망이병수
울고싶을때는울어야지박희선
얼굴을펴면박홍길
때로는술이약이되는구나송두성
인생에정년은없다이해주
<기고>천적(天敵)황선영
<기고>나의유통(流通)기간오기환
364/특집Ⅲ
제70호(2008.12.1.)
<축시>다시새벽길떠나리니이몽희
<축서>이종훈,성낙구,이해주
<축화>金登美,김영희,구해인
<화보>수필부산의보람
(회기,회지,45년간의화보)
<머리말>한국수필문학발전을
위한주춧돌되기를이해주
<축하글>
<隨筆>誌창간시절을회고해
보며이유식
높은지성과정서적창작
의욕이꽃피운보람강석호
<특집Ⅰ>여명기<隨筆>비화(秘話)
허천과<수필>동인들장성만
우하박문하의수필사랑수필관이해주
제1호맨처음의글,序章김일두외
<특집Ⅱ>작고회원의글
樂山莊雜記金廷漢
구두쟁이영감님정신득
壁書大吉金秉奎
外道人生박문하
어머니의軆臭文仁甲
엽전金玄玉
그날의印象許天
綠窓의周邊吳道煥
<초대의글>
차를마시고싶은곳정목일
여체(女體)도창회
<우리회원의글>
붓세의눈물윤용흠
일흔고개청춘아박홍길
내탓이오송두성
봄꽃이허전한까닭안태경
나의고향박우야전
어른이존경받지못하는이유
하나이병수
접시꽃을바라보며정인조
약수터의한담성낙구
오직부르고싶었던
이름이기에박송죽
촛불허정
하늘나라신선들이놀던마추픽추姜中九
화음황다연
2008년의흑백사진들전희준
독도유감윤옥자
오해에관한세가지에피소드이몽희
웅숭깊은만남허정림
역사서를읽고우울해진까닭전정식
방약무인(傍若無人)이기태
어느날갑자기박희선
루프트한자비행기를타고최홍석
어머님을닮아가는누님정약수
자유로워지자장광자
귀천(歸天)김대상
두분스승과<수필>부산이원우
가요와클래식손수영
벼락이치던밤에황선영
‘햄릿’짜릿한감동체험김상희
겹벚꽃이핀낙원오기환
눈밭에나무로서다박문자
왕대포정재분
궁둥이에난종기하창식
추억심득순
그리운거짓말황원준
서쪽하늘이경자
어머니허현숙
‘조상(祖上)’과부산비엔날레김훈
진흙쿠키장미
시간을버리다정철규
<기고>
어느친구의넋두리남기욱
유월의지리산이상금
통각(痛覺)의소리강정이
<신인상작품>
어느로맨티스트의일상최헌
눈물젖은도시락배기형
<특집Ⅲ>수필부산문학회발자취
수필부산문학회해적이▹역대회장,▹거쳐가신동인,그그리운모습들
<隨筆>총목차(제1호~제70호)▹특별기고해주신분들▹제1호부터제70호까지의통계▹역대편집인
<수필>1호~70호/365
특별기고해주신분들
강석호김동필김상훈김용언○고김종출○고김하득
김학도창회민인식박연구송지영신택환
윤소암이유식○고이주홍장성만정목일조경희
조민식(이상19분)
*역대편집인:허천,오도환,박문하,박지홍,김병규,장성만,
이남원,김정한,김일두,차동석,송정수,정신득,
김현옥,박정관,구철회,최윤수,이종석,박기하,
구본룡,최해춘,이해주,최해갑,정재훈,박태을,
김현주,최영대,박송죽,노치홍,이근숙,황정환,
신중옥,최선호,김정자,한영자,채낙현,성낙구,
심상옥,오수용,이원우,송두성,박홍길,윤옥자,
박희선,박홍길
제1호부터제70호까지의통계
◦게재총작품편수:2,9261편
◦집필자총인원:136명
◦집필자총연인원수:1,836명
◦고인이되신회원수:20명
◦거쳐가신회원수:56명(단이분들이앞으로임무를다한다면회원으로복귀할수있음.)
◦특별기고해주신분들:19명
◦현회원수:46명
366/우리모임소식
-제69호발간이후의행사와동정-
우리모임소식
◦2008.6.30(월).우리회지제69호출간
회장머리말,제2대회장이셨던고수봉문인갑선생추도특집
으로우리회원8분의8편추모글을싣고,이어34분회원의글53
편과두분의기고를실었다.그리고소식⋅회칙⋅주소록,화보와
구해인님의표지화로꾸며모두316쪽크기로도서출판세화에서
출간하였다.
◦7.15(화).이병수회원
단수필50편,일반수필10편을담은제6수필집<생존신고>
(교음사)를펴냈다.
◦7.15(화)~16(수).전국수필가교류대회참가
<수필세계>주관,대구프린스호텔에서있은‘수필의날’기념
제8회대회에우리회원다수가참가하여세미나,특기자랑,방짜
유기박물과,동화사등지를관람하였다.
◦7.26(토).박희선회원
맏아들김형기군의결혼식을금정구청대강당에서올렸다.
◦8.5(화)~6(수).한국해양문학제참가
광안리해수욕장과호메르스호텔에서개최된문학제에우리회
우리모임소식/367
원다수가참여하여문학의밤,연극,심포지엄,수필낭송등의행
사를펼쳤다.
◦8.9(토).이병수회원
경남통영시청소년수련관에서있은한국수필문학가협회(수필문
학사)의시상식에서제1회연암수필문학상을수상하였다.
◦8.9(토)~10(일).한국수필가문학협회세미나참가
통영청소년수련관에서있은제17회여름세미나에우리회원
다수가참가하였다.김열규교수의특강,문학토론,다음날의미
륵산케이블타기,박경리선생묘소참배,유치환선생기념과관람,
충렬사참배등의행사를가졌다.
◦8.28(목).정인조⋅이해주⋅박홍길회원
부산이낳은수필가고우하박문하선생의유고를집대성할문
집간행을위한,부산문협주최의간행위원회를서면이대감집에서
개최한바위의우리회원들이참여하였다.
◦9.5(금).정인조회원
부산시청동백홀에서있은(사)부산여성문학인회주최제16회
부산여성문학상시상식에서‘올해의문인’으로뽑혀수상하였다.
◦9.24(수).이사회개최
이대감집에서우리모임이사회를개최,회지제70호특집발간,
출간때의출판기념회개최(2008.12.2.화.부산시청동백홀),신인
작품심사등의일을의논하였다.
◦10.3(금).강대욱회원
제3수필집<매화꽃향기속에>(세화)를펴냈다.
368/우리모임소식
◦10.10(금).정인조회원
동래예술인협회장으로서,동래문화회관에서동래읍성축제기념
초⋅중학생백일장을성황리에개최하였다.
◦10.10(금).하창식회원
세번째수필집<가슴따뜻한세상을꿈꾸며>(교음사)를펴냈
다.여기에는이해주⋅박홍길⋅이원우회원들의발문⋅작품분석⋅독후감이실렸다.
◦10.11(토).장광자
따님옥혜정양의결혼식을해운대센텀호텔에서올렸다.
◦10.12(일).신인상작품심사
우리모임의<수필>2008년도후반기신인상작품심사를회장
댁에서갖고,심사숙고한끝에최헌⋅배기형두분의작품을통과시
켰다.
◦10.18(토).박문자회원
아리랑광광호텔에서있은부산한국수필문학상시상식에서본상
을수상하였다.
◦11.3(월).회지제70호최종본인교정회
우리회지제70호최종본인교정회를남대문집에서가졌다.이
모임에서기고자와신인상수상자의입회를허가하고,특집제70호
발간축하회에대해서재논의하였다.
회칙/369
수필부산문학회회칙
제1장총칙
제1조본회의이름을수필부산문학회(이하‘본회’라함.)라하고,부산
에사무실을둔다.
제2조본회는수필을좋아하는사람들서로의친목을다지고,수필문
학창작과연구및그발전에이바지함을목적으로한다.
제2장사업
제3조본회는다음과같은일을한다.
(1)회지발간(해마다2권이상)
(2)수필창작과연구에관한일
(3)수필문학신인을찾아내고격려하는일.단이일을위하여
는‘수필부산문학회신인상’을제정하고,그규약을따로
정한다.
(4)회원서로의친목을다지고축⋅조의를나타내는일
(5)그밖의필요한일
제3장회원
제4조본회회원은회의목적과사업에찬동하는수필인들로구성한다.
제5조본회에가입코자하는사람은회원두사람이상이추천하고,이
사회의결의와총회의동의를얻어가입할수있다.단,본회신
370/회칙
인상을받은사람은본인이희망할경우자연입회된다.
제6조회원으로서,회지발간시특별한사유없이계속3회이상원고를
제출치않거나,2년간회비를납부치않으면자연탈퇴된다.
제4장임원
제7조본회의운영을위하여다음의임원을둔다.
(1)회장1명(2)부회장3명(3)이사6명(4)사무국장1명,사
무차장1명(5)간사약간명(6)감사1명(7)고문약간명
제8조임원의임기는2년으로하고,회장유고시는부회장(연장자)이
대리한다.
제9조회장,부회장,이사,감사는총회에서선출하고,사무국장⋅사무
차장과간사는회장이임명한다.
제10조회장,부회장,이사,감사,사무국장⋅사무차장,간사들로써이
사회를구성하며,이사회에서회원의가입,제명,회지발간,
원고심사,그밖의주요업무를심의한다.
제11조회장은회를대표하며회무를총괄한다.
사무국장은회장의명을받아회전반의운영과회계업무에
관한일을맡으며,간사는출판및홍보,섭외등의일을맡는
다.그밖의임무는통상관례대로한다.
제5장총회
제12조본회의정기총회는4월에가지는것을원칙으로하고회장이
소집한다.
제13조교정,회지배부,야유회(매년1회),그밖에필요할때에는이
회칙/371
사회의결의나회원5인이상의발의로써회장이임시총회
를소집할수있다.
제14조본회의총회성립과기능,성격은통상관례에따른다.
제6장재정
제15조본회의재정은회비,입회비,찬조금및기타수입으로충당한
다.회비는1년10만원,입회비10만원으로하고,별도로임
기동안회장은50만원,부회장은20만원,이사는10만원을
특별회비로내어야한다.그리고모임때의경비와출판비는
회의잔고로써하되,부족액은임시회비를거두어충당한다.
제7장부칙
(1)이회칙의미비한사항은통상관례에따라시행하되,이사
회의결의를거쳐야한다.
(2)이회칙은1977년4월29일부터시행한다.
(3)이회칙은1990년,1991년,1993년,1994년,2000년,
2003년,2004년,2007년에각각일부수정하여시행한다.
372/우리모임소식
수필부산문학회신인상규약
1.이상은‘수필부산문학회신인상’이라한다.
2.이상은,수필부산문학회(이하‘본회’라함.)회칙제3조3항에
따라,수필문학에뜻을둔신인을찾아내고격려하는일을그목적
으로제정한다.
3.이상은본회가공고한절차에따라,응모한작품가운데우수한작
품을쓴자에게준다.
4.이상은다음과같은절차에따라시상한다.
1)수필분량:200자원고지15장안팎,2편이상
2)접수마감및보낼곳:매년2회3월말,9월말,본회사무국장
3)심사방법:본회이사회의추천에의한저명수필가3인이상의
심사결과로결정하고,이를그해4월15일,10월15일안으로
본인에게통지함을원칙으로한다.
4)상의형식,규모,내용등의결정은본회이사회의결의에따른다.
5)시상식은그해4,10월말에가짐을원칙으로한다.
6)이상에관한공고는본회회지<수필>에하고,그밖의다른매
체에도할수있다.
<부칙>
1)이규약에미비한점은통산관례에따르되,본회이사회의결의
를거쳐시행한다.
2)이규약은2004년1월14일부터시행한다.
주소록/373
374/주소록
회원주소록
성명아호우편
번호주소및근무지집전화
직장전화
李海珠
(회장)
凡聲612-712
해운대구재송1동1200.더샵센텀파크
1차(아)112-703
전부산대학교상대학장
kt7040016@hanmail.net
743-0103
016-591-8091
文翰奎南濟607-804
동래구명륜1동279
전동의의료원원장
ararakii@hanmail.net
552-0211
850-8701
011-845-3553
朴松竹雲涯604-851
사하구하단2동492.대우에덴프라자903
전부산여류문학회회장
홈페이지:www.psjpoem.pe.kr
이메일:psj432@yahoo.co.kr
204-1822
016-848-1822
金大商碧山611-089
연제구연산9동57-116
현대사문제연구소대표
754-6277
010-6589-6277
成洛九茶園609-766
금정구부곡2동244-7.대우(아)102-2203
전부산개성중학교교장
759dw@hanmail.net
513-2345
016-841-2346
장광자
(부회장)
林田604-720
사하구당리동17-2.혜성(아)104-1103
sky2007@yahoo.co.kr
293-2524
010-9811-2204
이몽희
(이사)
秋江612-742
부산시해운대구우1동.롯데(아)7-1202
mong310@hanmail.net
741-5484
011-550-5485
이원우牧秋616-760
북구금곡동56-1.한솔(아)103-803
전명덕초등학교교장
lww54@lycos.co.kr
937-4356
011-9515-4356
박홍길
(고문)
먼재607-760
동래구낙민동172.한양(아)2-606
전동의대학교인문대학장
558-2832
019-9162-2832
전희준
(부회장)
然谷626-812
경남양산시물금읍물금리690-9
전개금고등학교교감
youngok_119@yahoo.co.kr
055)382-3141
017-554-9936
안태경以山608-822
남구문현3동145-31.현대(아)1-1608
전배정고등학교교장
esan145@hanmail.net
646-5178
010-2633-5178
이기태白泉607-753
동래구온천2동707.럭키(아)15-105
전부산지방검찰청동부지청장,
변호사이기태법률사무소
553-2345
506-8660
011-837-3450
주소록/375
성명아호우편
번호주소및근무지집전화
직장전화
송두성
(이사)
然竹612-758
해운대구좌동1333.대우1차(아)108-2201
전부산시교원연수원원장
701-5162
010-5701-5162
박희선
(이사)黙葉609-815
금정구남산동974-13(45/4)
점핑논술속독학원원장
silent-leaf@hanmail.net
513-8590
326-9322
016-872-9322
이병수玄峯614-751
진구개금3동455.신개금LG(아)210-1203
전개금고등학교교장
leebs220@hanmail.net
898-1797
011-9306-1797
박우야전범주612-824
해운대구우1동1410.부산대우드럼프월드
마린(아)A동502
전초등학교교장
704-0644
010-7159-8754
전정식한가람612-754
해운대구좌동1288.신시가지
대동타운(아)503-902
전부산상업고등학교교장
701-6207
010-4817-6298
허정
(부회장)
友雲612-775
해운대구좌동1337.현대(아)109-401
전신도고등학교교장
hj09330@yahoo.co.kr
915-0922
010-5506-0922
하창식
(이사)
607-786
동래구사직2동1017.쌍용예가(아)128-1202
부산대학교공과대학고분자공학과교수
csha@pusan.ac.kr
507-7065
017-841-7066
金尙禧素巖614-751
진구개금3동596.신개금LG(아)106-1704
soam339@hanmail.net,
soam339@yahoo.co.kr
897-3394
018-526-7866
姜中九
(이사)
山河607-751
동래구목천동500-1.우성베스토피아(아)
111-606
전부흥중학교교장
kjk380@hanmail.net
554-8289
010-4463-8289
윤용흠南村612-795
해운대구좌3동1274.한일(아)104-1402
전동래상업고등학교교장
747-8707
016-734-8707
윤옥자한샘604-755
사하구다대1동1552대우(아)102-1402
전초등학교교장
nnyoun@hanmail.net
카페:다음한샘아동문학
342-3778
018-356-5502
황다연
(감사)
611-751
연제구과정로234연산동.주공(아)117-205
daboyeon@hanmail.net
755-3930
010-2559-3518
장미
(편집간사)
608-756
남구대연3동255-1.장백장미(아)
102-1001
해운대여자중학교교사
sea-rose@hanmail.net
626-8631
011-869-8631
376/주소록
성명아호우편
번호주소및근무지집전화
직장전화
허현숙612-719
해운대구반여1동아시아선수촌(아)119-2003
초읍초등학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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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3862
816-7611
010-2829-3862
손수영호정431-717
경기도안양시동안구관양2동
인덕원삼성(아)108-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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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9536-0556
허정림
(사무국장)
翠靜606-804
영도구동삼2동940-4.
jlhur33@empal.com
403-1444
017-345-1444
박문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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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구서4동195-29.이성한한의원3층
park2815@hanmail.net
522-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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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석曉汀614-789
부산진구연지동353-1.세동한신(아)105-1601
부경대학교국제통상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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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4585
629-5756
017-567-6527
정재분609-420
금정구금성동222-1(1/4)
mmaaa1@hanmail.net
517-5604
010-5798-8976
황원준619-901
기장군기장읍교리.태영(아)2-1606
동래문화원사무국장
hwj7148@hanmail.net
722-7148
010-8782-7148
정철규
(사무차장)
62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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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337-6384
010-3137-4127
이경자617-818사상구모라2동1336-5
313-6887
정인조林山607-816
동래구수안동221.동부산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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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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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若水
(鎭儂)
솔내60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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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인문대학영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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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2033
016-518-6489
김훈虎巖612-712
해운대구재송동1200.센텀파크(아)108-703
kimhoon36@hanmail.net
744-3727
554-4455
010-9514-3232
김혜자
(정희)
61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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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3357
011-865-3357
심득순61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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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9827
010-8560-9827
황선영먼뫼614-012
진구가야2동.벽산@1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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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6-2986
011-598-2986
주소록/377
성명아호우편
번호주소및근무지집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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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헌
(若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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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0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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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금609-713
금정구구서2동우성@5-1005
부산대학교사범대학독어교육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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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9422
510-2627
010-7768-2627
최헌613-766
부산시수영구망미동777삼성@7-1401호758-2876
016-872-7829
배기형志岩607-111
동래구명장1동135-3(15/4)528-8891
016-9661-8891
378/편집후기
편집후기
◦지령70호,뜻있는출간이다.면면히자라온한국수필의거목,
앞으로더욱튼튼히뿌리내리고무성한잎을키워아름답게꽃피기
를기대한다.
◦45년간의역사를간추려보고발표한글들의제목을정리해봤
다.주마등처럼스쳐가는정든얼굴들속엔이미이승에안계시는
분들도많다.인걸은가시어도영원한것은예술인저,좋은흔적남
기려는자세자체가삶의보람아니겠는가.이런텃밭가꾸는데조
그마한이바지가된것에기쁨을느낀다.(먼재)
◦계절은어김없어어느덧가을해가서산으로기우는11월입니다.
유난스레여름을달구던땡볕의담금질로,이땅에더없는풍년을선
물해준가을은쓸쓸히손을흔들며내일을향해떠나갑니다.오곡백
과무르익은올가을은우리에게도꽉채워진결실의계절이기에가
슴벅찬감회에젖습니다.
◦<수필>제70호는고희기념호로서,회원님들의옥고와멀리서가
까이서보내주신축하의말씀들을아울러,더없이풍성한가을걷이
를하게되었습니다.그리하여다시금새로운시작의첫걸음을내디
디려합니다.새로운마음으로새롭게태어나켜켜이속알가득채
워나갈수필부산문학회의무궁한발전을기원하며,우리더불어자
축의깃발을힘차게드높일것을열망합니다.
편집후기/379
축하의글과그림과표지그림을보내주신존경하는선생님들께허
리굽혀인사올립니다.
◦뜻깊은제70호에함께하지못한회원님의소식을전합니다.늘
바쁜중에도빠짐없던문한규원로회원님과김혜자회원께서갑작
스런병환으로이번호에글을싣지못하였습니다.하루빨리쾌유하
시기를기원합니다.
◦제70호특집발간에즈음하여협찬금을주신고문인갑선생님의
유족님께,광고협찬을주신좋은강안병원이사장구정회박사님께
고마운인사말씀드립니다.
◦어법에따라확실하게교정을보아주시는박홍길고문님의큰수
고에대하여고맙고미안하다는인사말씀올립니다.출간을맡아
수고를다해주신세화도서의권여사님과그식구들,마음을다해
주시는경애하는우리회원님들모두모두고맙습니다.
◦<수필>제71호에실을원고는2009년4월30일까지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사무국장翠靜)
신인상모집

2008.겨울.특집통권제70호
인쇄
발행
:2008년11월25일
:2008년12월1일
발행처
발행인
:수필부산문학회
:이해주
인쇄처
주소
전화
e-mail
:도서출판세화
:부산광역시부산진구부전2동532-4
:051)807-4350
:booksh21@paran.com
값9,000원
※이책의발간에있어,2008년도부산광역시문예진흥기금의도움을
크게받았으므로고마움의뜻을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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