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The called constructor method for WP_Widget is deprecated since version 4.3.0! Use
__construct()
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유학기_이집트로 날다] 비행기 검은 상자는 무엇이었을까? - 중동 천일야화
[유학기_이집트로 날다] 비행기 검은 상자는 무엇이었을까?

조선일보 노석조 인턴기자

2007년 9월 12일

어머니 안 나오셔도 돼요! 괜찮아요. 군대도 잘 갔다왔는데 뭘.

인천공항 까지는 어찌됐든가야된다고 하신다.

어머니는 인천 공항으로 가는 버스안에

서 아들의 손을 놓지 않으셨다.아버지는 어떤가.얼굴에는 잔뜩 아쉬움과 불안감으로

음 한 조각없이 "혼자 가라고 내버려둬"라고 덤덤히 말씀셨다.허나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그런 아버지 모습에서마음은 더 뜨겁게 달궈진다.

청운이란 걸나이 스물 여섯에 처음으로 품었다.

그리고 카이로로떠났다.

처음 만난 이슬람.

미스르(아랍어로 이집트라는 뜻) 에는 교회가 없는 줄 알았고,

이집트에는 초승달이 아닌 태양신’라’가 그들의 사상을 지배하는 줄로 알았다.

대한민국은 정규 교육 과정을 꽤나 성실히 받아 온 나 노석조였다.

하지만 이집트 땅에 발을 들여놨을 때한국의 성실한 학생의이집트 상식은

영화 ‘미이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부끄러웠다. 나와 한국의 교육과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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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행 비행기는 걸프 지역을 막 지나가고 있었다.

당시 알아들을 수 없는 아랍어 안내 방송이 나온 후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옆 좌석에는 이집트 특유의짧은 곱슬머리에 강한 향수를 뿌린덩치 큰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승무원이 우리 좌석 앞에 왔을 때 곱슬 머리 아저씨는

개의치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승무원과 아저씨는 짧은 대화를 나눴고,

승무원들은 따로 검은 상자를 그에게 건냈다. 난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에서는

같은 아랍 사람들에게 별도의 기념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줄로 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의아함 반 불만 반의 표정으로 제공된 기내식 양고기를 열심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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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로 적힌기내식 메뉴판을 보며 조만간 이 놈의 글자들을 다 읽으리라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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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내다 보니 태양은 황갈빛의 사막 지평선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잠시 후 아랍어로 안내 방송이 나오자 기내는 다소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듣는(물론그 전에들었겠지만 전혀귀담아 듣지 않았던)아랍어.

앞으로 내가 배울, 배워야 할 언어라고 생각하니무작정 귀담아 들어보려 애썼다.

두리번 거리며 소란의 원인을 찾으려 하는 나는옆의 아저씨가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던 검은 상자의 뚜껑을 열려는 모습에 시선이끌렸다.

어린 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을 열어 보듯이 조심스러우며 기대찬 표정으로

열던 모습.절실함과 감사함 거룩함마저 느껴지던 순간.

블랙 박스 안에는검갈색의 대추 열매와 빵과 양고기가 간결히 담겨 있었다.

‘앗, 뭐야. 기념품인 줄 알았는데 도시락이었잖아?’

곱슬머리 아저씨,나의 의아함을 느꼈는지 뭐라 설명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지금 유일하게 기억하는 그 말 한마디

‘라마단 카림 رمضان كريم

자비롭고 자비로운 달 라마단.

그렇다 2007년 9월 13일은생애 처음으로북아프리카 이집트 카이로에

두 발을 내딪는노석조 역사의 새 페이지가 쓰여지는날인 동시에이슬람에서는

18세기 동안 변함없이이어져온이슬람력의 아홉 번 째 달 라마단의 첫 날이었다.

이집트 땅에 닫기도 전 하늘에서 부터 노석조는 검은 도시락을 통해 이미 하나의

‘다름’을 체험했다.목격했고 신기해 했고 익혔다.

아랍인들의 삶과 사상과 문화가 깊이스며들어배어 있는 그들 종교를 사랑해야지

다짐했다.그리고 잘 사랑하기 위해 공부하고 이해해야지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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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사막 벌판뿐이겠지란예상과 달리 비행기는

촘촘한건물 더미로 채워진카이로라 불리는 도시에 내렸다.

나 돌새의 유학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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