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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내 여자 친구, 아랍어 - 중동 천일야화
내 여자 친구, 아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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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백주년 기념관으로 향하는 지하 통로를 걷는 나를 뒷걸음치게 만든 글자가 있었다.

Arabic 아랍어였다.

지하통로 벽 한면에는 수십여개의 언어로 ‘나는 널 사랑해’라는 어귀가 전시돼 있었다.

수년간 이 통로를 지나다니며 단 한번도 잠시라도 멈춰 전시된 말들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허나, 아랍어를 제2의 언어로 구사하게 된 나는 이 날 통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우히부카.

취업 준비한다고 정신없이 공부하다보니 아랍어에 대한 애정이 식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부터 2년 동안 나는 정말 아랍어에 푹빠졌었다.

누군가 나에게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면

난 당연히 있다고 외치며

그녀의 이름은 ‘아랍어’라고 대답했다.

정말 난 아랍어를 사랑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며

아침에 눈떠서 밤에 눈감고 잘때까지 아랍어 생각만 하며 살았다.

관심을 쏟았고, 돈을 투자했으며 시간을 바쳤다.

아랍어는 여자친구이기도 했고, 마법주술문같기도 했다.

이 마법주술을 잘만 익혀서 말하기만 하면

딴 세상의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었고, 책에는 적혀 있지 않은 지식을 흡수할 수 있었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그들이 기차역 벽면을 경계로 이세상과 저세상을 넘다드는 환상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철썩.

통로를 거쳐 백주년기념관 국제기구자료실에서 잡지와 신문을 읽으러 정신없이 가는 나를

붙잡은 ‘우히부카’라 말하는 아랍어는 내 뺨을 철썩 후렸다.

찰싹도 아니고 철썩 후렸다.

"이제 내가 싫어 진거야?"

"나말고 딴 여자 만나는거야?"

잠시 한눈을 팔았다고 사과를 했다.

이 날 밤 집에 돌아온 나는 카이로에서 눈물로 배운 아랍어 교재와 노트를 폈다.

놓치지 말아야지, 멀어지지 않아야지.

다시 나를 부여잡았다.

여자친구이자 마법주술문과 같은 아랍어는

나의 평생의 동반자이자

나 최고의 동업자이다.

돌새 노석조

http://stonebird.co.kr

1 Comment

  1. sh84

    2010/03/07 at 10:22 pm

    자주 왔다갔다 하면서도 왜 이런게 있는지 몰랐을까요 ㅎㅎ;;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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