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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히잡썼다고 외계인이라뇨” - 중동 천일야화
“히잡썼다고 외계인이라뇨”

2009년 7월 인턴기자일 때 ‘한국에 사는 무슬림’이라는 주제로 몇 편의 기사를 썼습니다. 지금은 무슬림이나 이슬람교와 관련해 자주 다뤄지고 있습니다만, 불과 3년전만해도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고기를 말하는’할랄고기’같은 용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태원에도 할랄고기를 파는 곳이 많지도 않았습니다. 지금은 이태원을 돌아다니면 여기저기에 ‘할랄’이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여기 저기 아랍식당이 많이 생기고, 언론에서도 무슬림에 관한 기사를 많이 쓰게 됐지만 사실 아직 이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아직 지하철에서 히잡쓰고 있는 사람들이 낯설고, 왜 쓰는지 알지 못합니다. 몇 년 전 한국에 사는 무슬림들을 여럿 만나며 썼던 글인데, ‘뉴스카라반’에 다시 소개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이하 기사.

"히잡썼다고 외계인이라뇨"

홍색 히잡을 쓴 한 무슬림(이슬람신도) 여성이 얼마 전 서울 안암역에서 지하철에 올라탔다. 히잡이란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보자기 형태의 천이다.

당시 지하철에는 서 있는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 양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른 체형에 분홍색 보자기를 머리에 감아 쓴 그녀의 모습이 한국 사람들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대여섯살 먹은 꼬마가 자기 어머니를 잡아 끌며 그녀를 가리킨다.

“엄마, 이게 뭐야?”
“저건 외계인이야. 우주에서 내려 온 외계인.”

서울 지하철에서 졸지에 외계인이 된 사라(가명,23,말레이시아)씨는 고려대에서 전기전자전파 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한국에 산 지 4년째. 안 보는 척하면서 의뭉스레 자신을 바라보는 한국사람들의 눈빛도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외계인’이란 말이 들릴 때면 어렵게 배운 한국어가 야속하다.

“히잡은 제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썼어요. 외출 할 때 머리에 히잡을 두르는 건 무슬림에게 종교이기도 하지만 생활이자 문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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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 이태원 한 상가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모습 ⓒ노석조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는 여성의 정숙함을 위해 머리와 가슴을 가리도록 권하고 있다. 아랍어로 히잡은 ‘가리다’, ‘보호하다’란 의미다.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이 속한 나라, 지역, 종파, 집안의 성향에 따라 두 눈을 제외한 온 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기도 하고, 정반대로 히잡을 아예 쓰지 않기도 한다.

일례로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외국 여성이라 할 지라도 머리카락을 가리고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아바야라는 옷 착용을 의무화 하고 있다.

파티마(가명,이집트)씨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덥지 않냐, 대체 왜 이러고 다니느냐?라고 물을 때 오히려 반갑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기분 좋게 대답해요. 한국 사람들이 히잡을 이상하게 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요. 본 적이 없고 모르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파티마씨는 “사실 히잡이 이슬람에서만 사용됐던 것도 아니고 오래 전부터 아랍지역, 아프리카에서 종교와 상관없이 기후, 풍토의 영향을 받은 의복 문화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티마씨는 한국 사람들이 거부감없이 자신의 종교와 문화를 이해해주길 당부했다.

서울대 김모군(25)은 “한 여름에 머리와 어깨를 가리는 스카프를 한 여성들을 보면 이상하기도 하지만 불쌍하게 보이기도 하다”며 히잡에 대한 인상을 밝혔다. 이 학생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히잡을 쓰면 숨쉬기도 곤란하고 여름에는 특히 더 더울 것”이라며 “히잡은 무슬림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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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 대학교. 동시대 같은 여성 무슬림이지만 화려한 히잡과 두 눈마저 가리는 부르카를 입은 여대생의 모습이 대비된다.ⓒ노석조

실제로 무슬림 여성들의 히잡 의무 착용은 세계의 많은 인권 단체에서 반대하고 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공식적인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 달 22일 프랑스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부르카나 니캅 착용은 종교 문제라기 보단 자유와 여성 존엄성에 관한 문제”라고 밝히며 “자국 내 부르카 착용을 금지할 것”이라 했다.

반면 서구적 시각에서 벗어나 이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려대에서 이슬람을 강의를 하는 김영경 교수는 “히잡이 여성을 속박한다는 편견과 오해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 방글라데시 무슬림이 기도를 하기 전에 한강에서 양말을 벗고 세족을 하려는데, 낚시 하던 한국 사람이 이주노동자가 자살하는 것으로 착각해 붙잡고 말리다가 둘이 싸움이 난 일화가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 일화는 오해와 편견이 우리의 인식을 얼마나 사실과 다른 길로 이끄는지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슬람이 전체 인구의 90%인 이집트에서 유학 중인 민웅기(연세대 정외과 3학년)군은 서면 인터뷰에서 “현지에서 보면 많은 여성들이 히잡을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서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빨간색부터 화려한 꽃무늬 히잡부터 명품 히잡까지 다양한 종류를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히잡은 여자들이 외출시 외간 남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며 미의 표현으로서도 쓰기 때문에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유학생 사라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의 개고기 문화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있는 것처럼, 히잡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완전한 상호 이해는 힘들겠지만, 타 문화와 종교에 대해 보다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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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의 대형 쇼핑몰. 명품 히잡이 진열돼 있다. 히잡은 오늘날 무슬림 여성의 패션 아이템이기도 하다.

ⓒ노석조

◆무슬림 여성들의 의상

* 히잡=머리카락이 보이지 않게 덮는 가리개. “가리다” “감추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 니캅=눈을 비롯해 얼굴을 덮는 가리개. 눈 부위는 얇은 망사로 돼 있다.
* 부르카=눈과 머리를 비롯해 온 몸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 외출복.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두루 쓰인다.
*아바야=얼굴과 손, 발을 제외하고 온 몸을 가리는 검은 외출복. 사우디 아라비아 여성이 주로 입으며, 공공장소에서 입지 않았을 경우 ‘무타와’라는 종교 경찰에게 제재 당한다.
* 차도르=이란에서 쓰이는 용어로 아바야와 마찬가지로 얼굴과 손,발을 가리는 옷.

※아바야 차도르 부르카는 모양이 흡사하나 지역에 따라 달리 불린다

중동전문블로그 ‘뉴스카라반’의 중동 천일야화

돌새 노석조 stonebir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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