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The called constructor method for WP_Widget is deprecated since version 4.3.0! 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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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알카에다의 봄’ - 중동 천일야화
‘알카에다의 봄’

‘알카에다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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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문블로그 ‘newscaravan’

돌새 노석조 stonebird@chosun.com

2년 전 아랍의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지며 찾아온 ‘아랍의 봄’이 ‘알카에다의 봄’으로 변질되고 있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와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서 생긴 혼란을 틈타 아프리카에 알카에다의 세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튀니지의 한 과일행상의 분신으로 불현듯 다가온 ‘아랍의 봄’처럼, 시나브로 일어난 ‘알카에다의 봄’에 세계는, 특히 미국은 당황하고 있다.

징후는 작년 9·11테러 11주년 기념일인 9월 11일에 리비아 벵가지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이날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이 무장괴한의 공격에 잿더미가 됐다.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 대사가 질식사했고, 다른 외교관 3명도 이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오사마 빈라덴이 이끌던 알카에다의 본거지였던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의 미 대사관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괴한의 정체는 반(反)이슬람에 대한 ‘성전(聖戰)’을 기조로 하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미국은 오랫동안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추진해온 대테러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로부터 불과 4개월 뒤인 지난 16일 알제리 동남부 인아메나스 천연가스 생산시설에 있던 미국인 등 외국인 수십여명이 역시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마스크를 쓴 여단’이라는 이들은 자신들이 알카에다 출신으로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를 세우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모크타르 벨모크타르의 지휘를 받는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쓴 여단’은 미국·프랑스·영국·일본 등 가스전에서 일하는 외국인들과 알제리인들을 인질로 삼고는 미국에 복역 중인 테러범 2명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또 말리 내전에 군사개입한 프랑스에게 모든 병력을 철수할 것으로 조건으로 내걸었다. 프랑스는 말리에서 세를 확대하려는 극단적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를 소탕하기 위해 지난 11일 전투기를 보내 공습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알제리에서 인질극을 벌인 인질범과 말리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슬람무장조직이 직접적으로 연관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슬람주의라는 가치를 분명하게 서로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이같은 조직들은 카다피, 무바라크와 같은 권위주의 정권이 없어지면서 생긴 힘의 공백을 계기로 북아프리카에서 세를 불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중동전문가 로버트 말리는 “(아랍의 봄의)평화적 성격이 알카에다에 이념적 타격을 줬을지 몰라도, 독재자의 몰락으로 인한 권력 공백은 무장세력에게는 진정한 횡재였다”고 말했다. 자칭 “아프리카의 왕 중의 왕”이라 한 카다피는 반정부 성향이 짖은 이슬람주의세력을 억누르는데 주도적이었다. 자국 국민에게 잔인했던 만큼 그는 북아프리카 일대에 서식하는 무장세력에게도 잔혹했던 것이다. 알카에다 추종세력은 2011년 카다피가 사망하게 된 리비아 내전에서 리비아군의 각종 무기를 획득하며 전투력을 끌어 올렸다. 내전을 치르고 있는 말리 정부의 골칫거리인 ‘안사르 딘’같은 무장세력도 카다피 이후 리비아에서 힘을 기른 투아레그족으로 구성됐다.

‘알카에다의 봄’은 북아프리카나 아라비아반도뿐 아니라 시리아에까지 드리우고 있다. 오사마 빈라덴 시절 알카에다는 하나의 조직이었다. 하지만 빈라덴이 죽기 전후 알카에다는 하나의 우상이자 이념으로서 수많은 군소 이슬람주의세력의 선동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알카에다주의(AlQaeda-ism)이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미국이 6만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드는 테러단체도 바로 알카에다 추종세력이다. 미국 등이 군사개입해 반군을 도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면, 반(反)미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포린폴리시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반군 중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이 상당하며 이들의 목표는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고 ‘알카에다 국가’를 세우는 것”이라고 전했다. 2011년 2월 내전에서 열세에 몰린 카다피가 “반군의 배후에 알카에다가 있다”라는 주장한 당시 허무맹랑한 듯한 외침이, 그의 행적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나, 사뭇 새롭게 메아리쳐 귓전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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