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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ead.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가치 공백’사태에 빠진 아랍 세계…혁명 벌써 3년 - 중동 천일야화
‘가치 공백’사태에 빠진 아랍 세계…혁명 벌써 3년
[아랍정변 3년]

권력공백보다 가치공백이 더 큰 문제

돌새 노석조
“(아랍에) 현재로서 지속가능한 정권은 없다.”
요르단 전직 외무장관 마르완 무아쉬르(58) 카네기연구소 부소장은 그의 최신작 ‘제2차 아랍의 각성과 다원주의를 위한 전투(The Second Arab Awakening and the Battle for Pluralism)’에서 “3년간 이어지고 있는 ‘아랍 봉기’는 아랍세계에 자리잡고 있던 모든 구체제가 파산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부패한 세속주의 독재자들이 자국 젊은이들에게 살아나갈 방안을 가져다주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절망스런운 것은, 구체제가 붕괴한 뒤에도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현실이다. 무아쉬르 소장은 “현재 시리아 내전 등은 긍극적으로 아랍인들 스스로 정치적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면서 “외세의 개입으로는 다민족, 다종교인 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세속 정권에 이어 이슬람주의 세력이 급부상했지만, 이들 역시 젊은 세대에 아무 해답을 못 내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역사가 진화한다고 가정하면, 작금의 아랍 정변은 아랍인들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대전 이후 너무 짧은 시기에 인위적으로 아랍에서는 국가들이 탄생됐다. 아무개 부족, 아무개 마을주민에 불과했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우리는 시리아아랍공화국이다’라는 강요를 받았다. 아랍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족들도 ‘철권(鐵拳)’을 휘두르는 무력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오스만 제국 하에 있다 해방되는 시기라, ‘우리는 하나다’라 주창하는 나세르같은 인물은 추앙받았다. 그렇게 이집트나 시리아, 리비아 등은 해방 후 지금까지 국가형태로서 명맥을 유지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쁜 꽃도 시드는 법. 세속주의 독재자들의 얼굴에 주름이 늘고 그들의 철권도 ‘물주먹’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경제 위기로 여론이 더욱 악화하면서 “이대로 살 순 없다”는 물결이 일어난 것이다.
2010년 12월 튀니지 아랍 정변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알 할(아랍어로 해답)’은 없었다. 이집트에서 민주주의식 이슬람 정치가 시도됐지만 1년 천하에 그치고 말았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신(neo) 세속 정권’이 들어선 것인데,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자살 폭탄 테러 등이 수도 카이로 중심지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아랍인들은 형형색색의 작은 조각들을 곱게 이어 꼬매 커다란 양탄자를 펼쳐낼 수 있을까. “인샤알라(신의 뜻이라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예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 수없이 죽어가는 형제자매들을 바라보며 이들은 과거와 같은 정치체제는 아니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만 누구는 “그래서 이슬람 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하자”며 시각차를 보인다.
현재 아랍엔 ‘권력 공백’보다 ‘가치 공백’이 더큰 문제인 듯 싶다. 권력 공백이야 이집트처럼 군부가 다시 집권해 다 때려잡으면 잠시나마 해결된다. 하지만 정권의 명분은 그럴수록 작아지고 지속가능성은 떨어진다.
권력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다. 이슬람주의자들은 그 가치를 이슬람으로 메우려하지만, 그럴 경우 다원성이 훼손된다. 아랍이 정말 제대로된 ‘깨달음’을 이루기위해선 이슬람주의를 넘어서는 서구식 민주주의보다 더큰 개념의 민주주의를 자신들의 머리와 손으로 뽑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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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화가 탐맘 아잠의 작품. 그는 내전으로 시리아를 떠나야했다.
그는 다시 돌아갈 그 날을 소망하며 전쟁으로 폐허가된 벽의 사진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스타브 클림트의 명작 ‘더 키스’를 그려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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