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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봄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 심장 위를 걷다
봄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마지막 포스팅을 한 후 근 한달이 지났군요.

그동안 좀 싱숭생숭했습니다.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봄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다들 봄에 이렇게 무기력해지시나요?

만물은 생동하는데 저 혼자만 시래기처럼 축 처져있는 꼴이라니. ㅠㅠ

오늘은 날씨가 거의 초여름같군요.

간밤엔 친구랑 대학 캠퍼스로 벚꽃놀이를 갔습니다.

"역시 벚꽃은 밤에 보는 거야" 어쩌구 하면서.

신기한 것이,

분명 밤인데도 꽃 핀 부근은 환하게 빛나지요.

일본어에는 이런 풍경을 표현한 단어가 있습니다.

‘하나아카리(花明り)’라고 하는데요.

히가시야마 카이(東山魁夷)라는 일본 근대 화가의 대표작 이름이기도 합니다.

하나아카리.JPG

히가시야마 카이, ‘하나아카리’, 1968.

작년이맘 때 휴가를 내서 도쿄로 여행을 갔었는데요.

지하철 역마다 저 그림이 ‘히가시야마 카이 탄생 100주년 특별전’을 알리는

포스터와 함께 붙어있더군요.

gg.JPG

그림은 교토의 마루야마 공원에 있는 벚나무를 그린 거라고 하는데,

참으로 벚꽃을 사랑하는 일본인답다고 생각했습니다.

벚꽃 철 하나미(花見) 열풍에 대해서는 말로만 들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정말 그 열정들이 대단하더군요.

평일인데도 벚나무 아래엔사람들이 빼곡히 앉아서

꽃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IMG_9865_3(8872).jpg

(당시 우에노 공원의 풍경입니다. 다들 너무나도 즐거운 듯.

깔고 앉은 자리는 왜 다 푸른 색인지 참 궁금했습니다.)

월요일 밤마다 ‘미녀들의 수다’를 즐겨보는데

지난 월요일엔 봄 꽃놀이가 화제로 올랐더군요.

프로그램에서 마치 꽃놀이가 한국 특유의 문화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온 출연자들에게 "당신 나라에도 꽃놀이가 있나요?" 하고 물어보던데

일본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건지,

아니면 몰라서 그런건지,

일본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고 있지 않아서 보고 있는 내내 좀 민망했습니다.

벚꽃놀이 하면 일본인데.

어쨌든 작년 이맘때, 일본에서,

벚꽃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러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도쿄 국립박물관 국보실에서 다음의 그림을 보자

모든 의문이 딱 풀렸지요.

화하유락도_병풍,_카노_나가노부,_모모야마.jpg

카노 나가노부, 화하유락도병풍(花下遊樂圖屛風), 모모야마 시대.

고래로부터 이 민족의 피에는

꽃 피면 나가 놀아야한다는 DNA가 새겨져 있었던 겁니다.

사람들의 모습 좀 보세요,

어찌나 흥겨워 보이는지.

역시, 봄은 놀러가는 계절.

벚꽃이 피니까 일본 나들이를 하고싶은데

올해는 환율 때문에 도무지 엄두가 안 나는군요.

해마다 봄이면 이 그림이 생각이 납니다…..

t511(1601).jpg

당나라 화가 장훤의 ‘괵국부인유춘도’.

양귀비 언니 괵국부인이 봄나들이 가는 모습을 그린 거라지요.

말 대신 차를 타고, 주말엔 나들이나 가 볼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다시 이 그림이 떠오르는군요.

sinyb_8(7560).jpg

신윤복, 연소답청(年少踏靑), 조선시대.

역시 봄엔,

‘남녀가 어울려서’ 놀러가야.

주말엔 꽃놀이들 가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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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다사랑

    2009년 4월 9일 at 7:52 오후

    봄 꽃놀이도 곽기자님답게 분석을 하시는군요.
    일본 민족에게 꽃이 피면 나가 놀아야 한다는 DNA가 있듯이 우리에겐 늘 먹고 마시고 노래하는 DNA가 있는 것 같아요.ㅠㅠ
       

  2. 루시안

    2009년 4월 10일 at 12:12 오전

    정독 도서관에 만개한 벗꽃들속에 하루종일 책보며, 꽃보며, 봄바람에 보내고 있는 요즘인데…
    역시 봄날엔 벗꽃에 대한 단상들이 단연압도적인 것 같군요…
    "사랑한 후에 남겨진 것들"이라는 도리스 되리의 영화도 생각나고…
    시간 앞에서는 결국 모두 패배자일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삶도 겹치고….
    봄바람에 날려 하얗게 쌓여만가는 벗꽃을 그저 바라만 보게 됩니다…..    

  3. 선우정

    2009년 4월 10일 at 1:08 오전

    일본에서 꽃놀이 때 자리를 확보하는 것을 ‘바쇼도리’라고 합니다. 옮기면 ‘장소잡기’란 뜻인데, 일본기업 신입사원의 첫 업무(일본은 4월1일부터 근무가 시작)가 우에노공원 벚꽃 밑에 아침부터 죽치고 앉아서 자리를 확보하는 일이라는 농담(일부 진실)도 있지요. ‘바쇼도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쇼도리 시트’라고 불리는 비닐 깔개입니다. 봄 꽃놀(하나미)이나, 여름 불꽃놀이(하나비) 비슷한 미닐깔개를 사용하는데, 둘다 ‘바쇼도리 시트’라고 하지요. 이 시트가 대부분 파란 색인 이유는 일본에서 비슷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닐 시트가 대부분 파란색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래 명칭은 ‘블루 시트’이지요. 원래 건축 공사장에서 시멘트 양생 때 외부 차단을 위한 차단막 등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워낙 흔하게 쓰이다보니 경찰이 사고 현장을 가릴 때, 압수 수색할 때, 미성년자 용의자를 체포할 때도 가림막으로 블루시트를 사용합니다. 같은 이치로 워낙 흔하니 꽃놀이 때도 블루시트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럼 왜 공사장용부터 ‘블루’냐고요? 블루 착색제가 가장 싸서 그렇다는 설도 있고, 블루와 오렌지를 함께 사용하다가 오렌지 착색제의 위해성이 판명되면서 블루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란 설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잔디나 풀밭과 색이 달라 구별이 가능하고, 기본적으로 하늘색과 비슷하기 때문에, 튀는 것을 쪽팔려 하는 일본인들의 습성 탓에 남들 따라 모두 블루시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에노공원 꽃놀이 때 혼자 레드시트를 깔고 자리를 잡는다? 일본에선 이럴 때 ‘위화감을 느낀다’고 표현합니다.    

  4. 곽아람

    2009년 4월 10일 at 1:27 오후

    다사랑님> 그러게 말입니다… 근데 제겐 ‘노래하는’ DNA는 없어요..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가무에 능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노래 잘 하고 춤 잘 춰야 어디 가서 구박 안 받는데 ㅎㅎ

    루시안님> 아, 정독도서관 인근의 벚꽃도 좋지요. 남산 도서관에도 꽃이 만개했겠군요. 저도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참 열심히 봤어요. 그 영화도 원제가 ‘벚꽃’인 것 알고 계세요? 일본 꽃이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 역시 봄 하면 벚꽃… 심지어 봄에 쓰는 향수도 겔랑의 체리 블라섬이랍니다. ㅎㅎ

    선우 선배> 장문의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그 파란 시트에 그런 의미가 있는 줄 몰랐어요. 전 볼 때마다 참 눈에 거슬리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풍 가면 다양한 돗자리를 사용하는데, 저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더 부유한데 무슨 천막 포장같은 걸 사용하나 싶어서… 저 짙은 색깔은 하늘색과는 비슷할지 몰라도 벚꽃 빛깔과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너무 촌스럽다고 해야 하나?? 고맙습니다. 덕분에 의문이 풀렸어요. 선배도 꽃놀이 다녀오셨나요? ^^   

  5. felements

    2009년 4월 10일 at 2:56 오후

    대덕 연구단지에도 벗꽃이 만개했습니다. 아마 이번 주말을 지나면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동학사에도 벗꽃 구경하러 어제 저녁에 갔다가 차가 너무 막혀 그만 중도에서 돌아왔습니다. 연구단지에 점심 시간에 산책하는 것으로 벗꽃 놀이는 만족해야할 것 같습니다.

    히가시야마 카이, ‘하나아카리’, 작품 정말 대단합니다. "언제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답습니다.   

  6. 발랄쟁이

    2009년 4월 10일 at 3:48 오후

    곽아람 기자님 블로그맞나요?
    전 어제 기자님 책 그림이 그녀에게 다 읽고 오늘 바로 기자님 블로그 찾아서 글남겨야지 하고 이렇게 조선닷컴에 복잡한 절차의 가입을 하고 왔어요
    너무 너무 공감되는 글 너무 잘 읽었구요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닮은 점이 많이 좋았구요 동갑이구 기자님에 살았던 그 정안가던 도시에 저도 마찬가지로 살고있구요 다 아는 데라서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너무나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진작 알았더라면..기자님이 책 좀 더 일찍 내시지..
    친구가 되었더라면 좋았을텐데..아쉬움도 남구요
    할 말이많아요 ^^    

  7. 곽아람

    2009년 4월 10일 at 9:18 오후

    felements님> 대전에 계시는군요. 벚꽃은 이번 주말이 절정인 것 같아요. 전 오늘 쉬는 날이라 관악산에 꽃 구경 다녀왔답니다. 혼자 꽃구경하는 것도 나름 운치있고 좋더라고요.
    주말엔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엄두가 안 나고…
    히가시야마 카이의 저 그림은 참 좋지요? 작년 봄 일본 갔다가 동경근대미술관에서 열렸던 특별전에서 우연히 만났던 그림이랍니다. 전 아무리 노력해도 저런 그림은 못 그릴 듯 ^^;;

    발랄쟁이님// 반갑습니다~ 그 도시… 나름 역사가 길고, 전통도 훌륭한 곳인데..

    전 낯설어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랑 동갑이시군요….. 이제라도 친구가 되면 되지요. ㅎㅎ 블로그 자주 찾아주세요^^   

  8. decimare

    2009년 4월 10일 at 9:27 오후

    ‘남녀가 어울려서’ 놀러가는 것 보다….

    "놀러가서 어울림"이…더 좋을 듯….ㅎㅎㅎ

    .
       

  9. 곽아람

    2009년 4월 12일 at 3:38 오후

    decimare님> 전 어느 편이든 ‘감사합니다’~ 랍니다 ㅋ   

  10. 루시안

    2009년 4월 12일 at 11:09 오후

    앗! 이 봄이 가기전에 장국영 추모 영화제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해피투게더는 필름으로 못봤는데 이번기회에…..)
    스폰지 하우스에서는 아비정전을 해주고요….
    아. 비. 정. 전 이라…..
    아마 필름으로만 보고 또 보고, 극장직원들 얼굴도 다 익혔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아~~~봄날에 왕가위와 장국영이라니…아람님도 가슴한켠이 쏴~해짐을 느끼시죠…   

  11. 곽아람

    2009년 4월 24일 at 12:00 오전

    루시안님// 전 홍콩 영화를 잘 몰라서요.. 장국영이 나온 건 패왕별희밖에 본 적이 없답니다.. 아비정전이 그렇게 좋다던데, 잘 몰라서 ^^;;   

  12. 흉노

    2009년 4월 24일 at 10:37 오전

    홍콩 스타페리 에 가면
    헐리웃처럼 혹은 비엔나 오페라극장 옆 길 처럼
    유명한 중국계 연예인들의 핸드 프린팅이 쭉 깔려 있습니다.

    그 곳에서 잘 찾아 보시면…

    장국영의 이름이 새겨진 보도 블록이 있죠…
    핸드 프린팅이 되지 않은 채…

    다른 유명 연예인들 핸드 프린팅을 보다가
    그 앞에 다다랐을때 그 보도 블록을 보곤
    막막하게 한참을 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정말 막막하더군요…

    차—슥…

    영화로 울리더니 이젠 핸드 프린팅 자리로 까지 울리더만요…

    봄나들이
    꽃을 보고 좋아하는 것이야 어느 나라나 같지 않을까요?

    심지어는
    영국 요크셔의 리즈에 가까이 있는
    그 우울한 히스클리프도 보겠다고 사람들이 몰려 가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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