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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eu, Michael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오래 미적거렸습니다.

휴가 후유증이 꽤나 길었고,

퇴근만 하면

거의 파김치가 되다 시피 해서는

인터넷 접속했다가 닫아버리기가 일쑤.

음, 그래서 업데이트가 많이 늦었네요.

LA의 친구집으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LA 하면 영화, 혹은 한인타운만 떠올렸었는데

이번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는 지난달 작고한

마이클 잭슨이 생각나더군요.

그가 죽기 전에는,

그가 그렇게 위대한 인물인줄 몰랐습니다.

누누이 강조했듯

일단 음악엔 문외한인데다가,

TV에 간간이 비쳤던 그의 모습은

팀 버튼의 영화 ‘가위손’ 속 조니뎁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기괴한 얼굴,

지나치게 비쩍 마른 몸,

흑인도 백인도 아닌 피부.

뭐- 거기다가 아동 성추행 논란까지.

한 마디로 비호감 캐릭터였다고나 할까요?

그의 죽음 이후 세상이 떠들썩해졌고,

누군가 말씀하시더군요.

"마이클 잭슨이 있었기 때문에 오프라 윈프리도, 오바마도 있을 수 있었다"고.

마이클 잭슨의 부고를 접한 날,

저는 문득 중학교 2학년 때 어느 늦여름의 풍경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무용 시간에

조를 짜서 음악을 선곡하고 직접 안무를 해서 춤을 추는 시험을 보았었는데

그 때 저희 조가 선곡한 곡이 마이클 잭슨의 ‘Black or White’였거든요.

낡은 교사(校舍) 앞에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국(異國) 가수의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에 맞춰

체육복 차림으로 춤 연습을 하고 있던

단발머리 여중생이

‘Black or White’라는 후렴구에 담긴 심오한 뜻을 알았을리 만무합니다.

그 곡을 정해준 사람은

저희 팀을 봐 주었던 3학년 선배였는데,

그 선배는 무슨 의도로 이 곡을 지정해 주었을까요?

시험을 보았고,

성적은 평균 정도로 나왔고,

그 날 이후로 마이클 잭슨은 기억 속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가 죽을 때까지요.

휴가 중이었던 7월 중순의 어느 토요일,

친구와 함께 헐리웃의 ‘명예의 거리’를 가 보았는데

길바닥에 잡동사니가 흩어져있고

사람들이 막 모여 있더군요.

‘누가 쓰레기를 버렸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IMG_0557.JPG

마이클 잭슨의 이름이 새겨진 별 위에

꽃과, 사진과, 추모 문구를 바친 추모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옆에서는 경찰이 질서 유지를 하고 있구요.

아, 역시 엔터테인먼트의 도시 LA답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된다는데…

죽어서 별이 되는 사람을 진정 star라고 칭할 수 있겠지요.

다음날 책을 살 일이 있어서 LA 중심가의 반즈앤 노블즈에 갔는데

서점 직원이 몹시나 큰 소리로

"마이클 잭슨추모판 타임지요? 없어요. 다 팔렸어요.

못 구하냐고요? 산타 모니카에 한 번 물어보시겠어요?"

하면서 통화를 하고 있는 겁니다.

아, 타임지까지?

하는 생각과 함께

어머, 사람들이 다 타임지를 사들이고 있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점 내부를 돌아보았더니

Life, People지 마이클잭슨 추모 기념호는 있는데

타임지는 동이 나고 없더군요.

갑자기 추호도 생각에 없었던 타임지 구매욕이 마구마구 솟아올랐습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더니

AP 통신에

타임지가 마이클 잭슨 추모 특별호를 발간했다는 기사가 떴더군요.

타임지가 특별호를 발간한 것은 9.11 테러 이후로 처음이라고요.

이것이 바로 타임지의 표지입니다.

Michael_Jackson_time.jpg

TV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건강하고까무잡잡한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타임지를 꼭 LA에서 한 권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튿날 코리아 타운의 서점에 가서 둘러보았더니

신경숙의 ‘엄마는 부탁해’는 있는데

타임지는 없더군요.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아, 여긴 한국책밖에 없어요"라는 대답이…

왠지 가고 싶었던 이 마이클잭슨 타임지 추모판은

귀국하던 날 LA 공항의 서점에서 마침내 구했습니다.

딱두 권 남아있는 걸 도리해 왔는데

서점 직원이 "You’re lucky"라고 하더군요.

옆에 있던 친구는 "아마 저게 LA에 남아있던 최후의 마이클 잭슨 타임지일거야"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공수해 온

타임지 마이클 잭슨 추모 기념호의 뒷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P090803001.jpg

You will always be the king of pop.

Thank you Michael.

가슴이 뭉클해지는 문장입니다.

물론,

그 아래의 펩시 로고만 빼면 말입니다.

타임지 두 권 중 한 권은 친구에게 선물하고,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잔뜩 묻어있을것만 같은

나머지 한 권을책장에 꽂아넣으면서

중얼거려 보았습니다.

Adieu, Michael.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6 Comments

  1. 참나무.

    2009년 8월 3일 at 9:52 오후

    휴가 이야기 기다렸어요
    L.A다녀오셨군요

    저도 마이클 생시엔 별로 좋아하지않았는데
    타계 후 많이 알게된 정보로 가슴이 짜안~해지더라구요

    귀한 타임지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이야기도 많으시겠지요…^^*   

  2. God with us

    2009년 8월 4일 at 12:06 오전

    You will always be the king of pop.

    Thank you Michael………………

    찡……………하게 다가옵니다. 샬롬!

       

  3. wonhee

    2009년 8월 4일 at 4:58 오후

    휴가 잘 다녀오셨군요.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Billie Jean, Beat It 등을
    들으며 사춘기를 보낸 저에게 그의 노래들은
    특히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뮤비라는 장르를 제대로 확립하고
    한 단계 업 시킨 장본인이라고도 할수 있겠죠.
    굉장한 완벽주의자였다고 하지요?

    타임지 뒷면 감동적입니다.
    광고로 하지 않고
    문구만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타임지 입장에서는 막대한 광고수입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었겠죠? ㅎ   

  4. 곽아람

    2009년 8월 4일 at 11:18 오후

    참나무님/ 저도 생전의 마이클에겐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아직도 그를 생각하는 사람들로 전세계가 뜨겁더라고요.

    God with us 님// 굉장히 상투적인 문구라고 생각했는데.. 찡하더군요. 펩시만 빼고.

    원희님// 제 사춘기엔 음악이 전혀 없었답니다. 마이클 잭슨 노래에 맞춰 춤 추며 무용 시험 준비할 때만 빼구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광고로 신문, 잡지가 먹고 사는 건 마찬가지인가봐요. 그래도 펩시 광고라 청량감이 있더라고요 ㅎㅎ   

  5. 풀트로틀

    2009년 8월 11일 at 2:48 오후

    누군가에게 언제나 영원한 무엇이 된다는 것은, 꼭 왕이 아니라도 대단한 일겁니다.

    요즘같은 비디오 시대에는, 글로 읽은 마이클이나 음악으로 듣는 마이클과 함께 공연실황 DVD 적극 추천드립니다.

    마이클 잭슨: 라이브 인 부카레스트 [Michael Jackson: Live In Bucharest-The Dangerous Tour]

    10~15년전 공연이 왜 그리 유명한지는 봐야 알겁니다. 편집이 촌스럽긴해도 공연의 내용은 입이 떡 벌어집니다. 그의 위대함은 뛰어난 음악성으로 세계를 아우른 것이 바탕입니다만, 그 공연이 세계 팝 음악계와 쇼 비지니스에 미친 영향도 대단했습니다.

    관점 차이가 분명하긴 하군요. 전 되려 저런 광고를 실어준 펩시가 고마워서 펩시 콜라를 하나 사먹었는데요. ㅎㅎ   

  6. 곽아람

    2009년 8월 11일 at 3:46 오후

    풀트로틀님/ 아, 부카레스트 공연 얼마전에 TV에서 하는 거 봤어요. 근데 전 시끄럽기만 하고 도무지 적응이…….-_-;; 펩시 콜라를 사 드셨다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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