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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가을, 슬픔의 맛이 느껴질 때 - 심장 위를 걷다
가을, 슬픔의 맛이 느껴질 때

소슬바람이 붑니다.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생각나는 시가 한 수 있어서

여기 올립니다.

醜奴兒

少年不識愁滋味 소년시절 슬픈 맛이 어떤 것지 몰라
愛上層樓높다란 누대에 오르길 좋아했지요
愛上層樓 높다란 누대에 오르고 올라
爲賦新詞强說愁 새 노래 지으려고 억지로 슬픔을 짜냈지요.

而今識盡愁滋味 지금은 이제 슬픈 맛 다 알기에
欲說還休 말하려다 그만둔다
欲說還休 말하려다 그만둔다.
却道天凉好個秋 아 ! 서늘해서 좋은 가을이어라 했지요.

辛棄疾 (1140-1207)

언젠가 친구의 홈페이지에서 보고

마음에 들어서 담아둔 시인데

시를 지은 신기질(辛棄疾)이란 사람은

중국 남송의 시인이자 정치가라고 합니다.

이런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쩐지 마음이 쓸쓸할 것만 같지요.

슬프고 마음이 쓸쓸한 것이 괜히 멋있게 보여

각종 문학작품 속의 주인공들과 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최대한 ‘비극적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소녀 시절의 제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땐 왜 그랬을까요?

살다보면 인생의 슬픈맛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제 안에서우러나게 되어 있는 건데요.

시정(詩情)이 묻어나는 그림들을 많이 그린

남송의 화가 마원(馬遠) 의 그림을

한 점 곁들여봅니다.

F200909161348392989623909.jpg

馬遠,《高士與仙鶴圖》, 水墨絹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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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shlee

    2009년 10월 29일 at 8:58 오후

    1140-1207
    800년 전 …사람의 마음이나
    요즘 사람의 마음이나
    소슬 바람 부는 가을을 느끼는 마음은 비슷하네요.
    말하려다 그만둔다
    말하려다 그만둔다
    그런 마음 알것 같은 요즘~

       

  2. 곽아람

    2009년 10월 29일 at 9:07 오후

    원래 이 시에 ‘書博山道中壁’ 이라는 부제가 있다고 합니다. ‘박산(博山)으로 가는 도중, 벽에 쓰다’는 뜻이지요. 저도 그 구절, ‘말하려다 그만둔다’가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습니다…   

  3. 2009년 10월 29일 at 9:23 오후

    저도 어릴때 비극의 여주인공처럼 생각했었어요. 아프고, 여리고 ㅎㅎ
    아마 그때는 그런 류의 이야기가 많았고 그 영향을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밝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슬픔이 뭔지 아는 사람은 오히려 담대하고 유머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웃는 사람이 되자’ 가 제 바람중에 하나인데, 요즘은 잘 안되서 반성하고 있습니다.
       

  4. 곽아람

    2009년 10월 29일 at 11:15 오후

    연님/ 전 요즘 삶의 모토가 ‘인생 뭐 별거 있나’ 인데 어쩐지 연님의 모토랑 통하는 것 같아요. 전 요즘은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요.. 근데 다정해지기가 참 어려워서…. ㅎㅎ 아, 수양이 필요할 때인가봐요    

  5. shlee

    2009년 10월 30일 at 12:40 오전

    슬픔의 맛
    추파춥스로 몰아내요.
    한 깡통 올려놨어요.
    ^^
    스크랩 했으니
    슬픔의 맛도
    줄어 들겠죠?
    몸살 감기도 심인성인듯~
    씩씩한 하루 하루 맞이 하길~
    ^^   

  6. noonoo

    2009년 10월 30일 at 2:06 오전

    900년 전 소년도 사춘기를 앓았나 봅니다…
    인간이란…
    참…

    그러고 보면 900년 전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왔나보고요…

    우리는 누구입니까…
    ㅠㅠ

       

  7. dhleemd

    2009년 10월 30일 at 6:50 오전

    將軍山

    고요한 달빛을 깔고 귀뚜라미 소리만 은은한데
    타박타박 옮기는 발걸음마다 따라오는 솔잎 향기
    마음 아닌 것이 없지만 보이기까진 인연이 필요할 뿐

    091029 酉時
       

  8. 곽아람

    2009년 10월 30일 at 1:03 오후

    shlee님/ 추파춥스 보고 왔어요. 너무 예뻐서 버릴 수 없을 것 같은 깡통이네요. 그 통에는 리힌텐슈타인이 그림들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사탕을 먹을 땐 리힌텐슈타인을~
    감기는 거진 다 나았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

    누누님/ 정말 많은 분들이 900년 전에 대해 생각하시는군요.. 전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 시를 본 적이 없어서 새롭게 느껴집니다.. 아, 정말 우리는 누구일까요? 누누님의 질문이 절 복잡하게 합니다………..ㅠㅠ

    dhleemd님// 어머, 직접 지은 시를 올려주신 거예요? 전 중국 옛 시가인줄로만 알았답니다. 참 좋네요. 밑에 091029 보고 알았다는.. ㅎㅎ   

  9. dhleemd

    2009년 10월 31일 at 6:56 오전

    아직 이런 정서가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향치, 기계치, 몸치, 와는 반대이고 음치는 고치려고 노력중입니다.
    자연은 책보다 훨씬 절실한 깊이가 있답니다.
       

  10. 곽아람

    2009년 11월 5일 at 12:51 오전

    dhleemd님/ 책보다 깊이 있는 자연을 마주대한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엔 도심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실천이 쉽지는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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