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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백석의 맛 - 심장 위를 걷다
백석의 맛

이른바 ‘학술서’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선,

‘어렵다’

그 다음이

‘나는 바보일까?’

페이지를 넘기며 무수한 좌절을 경험한 다음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과연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 ‘그는 천재인가?’

… 그래서 저는 전공서적을 제외하고는학자들이 쓴 책을 잘 안 읽습니다.

지루하고 어렵기 때문이지요.

제가 무슨 수능 준비하는 고3도 아닌데,

세상에 즐비한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제쳐두고

굳이 의무감에서, 혹은 지적 허영심때문에

재미없는 책들을 읽는데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학자가 쓴 책’에 대한 그런편견을 깨뜨려주는 책을 한 권 만났습니다.

백석의

국문학자인 저자는

음식이 소재로 나오는 백석의 시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저는 백석의 작품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백석의 작품에 음식 이야기가 그렇게 많이 나온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백석’ 하면 일반적으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로 시작하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쓴 ‘서정시인’으로 생각하지 않나요?

…..저는 그랬거든요.

백석.jpg

백석입니다.

근데 이번에

지진 달재생선, 연소탕, 나물지짐, 꼴뚜기회, 멧돼지고기, 개암범벅, 참치회, 명태 창란젓

등등

엄청난 음식들이 등장하는 그의 시들을 읽고 있자니…

마르고 창백한데다가 예민한 손가락을 지닌

전형적인 문인일 것만 같은’아티스트’ 백석의 이미지는 싹 사라지고,

진수성찬 차려놓고아귀아귀 먹어치우는 엄청난 미식가에다가 대식가로서의

백석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박혀버렸습니다.

네, 환상이 사라진 것이지요.

다음의 시를 한 번 보시겠습니다.

눈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루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연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옛날 한가하고 즐겁던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여름볓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의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든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어느 하루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려났다는 먼 옛적 큰마니가

또 그 짚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어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아버지가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절절 끓는 아르굴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이게 뭐냐고요?

바로 ‘국수’랍니다.

이 시의 제목이 ‘국수’랍니다.

국수를 가지고 이렇게 예찬을 하다니..

오늘 점심 때 "잔치국수에 오뎅 한 개 어때?" 하시는

데스크의 제안을

"국수는 배가금방 꺼져서안 돼요.그게 간식이지 어디 밥인가요?

구내식당 가서 밥 먹어요. 밥"하고 단번에 거절했던 저로서는,

입이 쩍 벌어질 뿐입니다…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데다가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하다’니

전 처음에 이 시의 제목이 ‘눈(雪)’인줄 알았습니다.

근데 자세히 보니 맨 앞에 ‘눈이 와서’라는 구절이 있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시에 산꿩 고기도 나오고,

무슨 육수국도 나오고 하는 거 보니까

멸치다시 국물에 만 국수도 아닌 것 같은데…

‘고담 소박’, ‘수수하다’ 뭐 이런 형용사는 좀 안 어울리지 않나요?

….느끼하고 기름질 것 같은데 ^^;

어쨌든 ‘백석의 맛’의 저자는

시인의이러한 국수 예찬에 대해

"백석은 음식을 ‘존재’의 차원에서 제시함으로써 당대의 지배적 경향이었던

쾌락주의나 영양주의에서 벗어난다"고 풀이합니다.

저자는 또 "음식에 대한 백석의 사유는 동양의 영성주의적 경향과 궤를 같이 한다"면서

"그는 당대 문화 속에서 음식의 의미가 어떻게 변질되어가고 있는지 깊이 통찰하고,

자신의 음식을 통해 당대의 지배적 문화에 대한 저항을 드러내는 동시에 잊혀가는 우리

고유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하지요.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인 ‘백석 시에 나타난 음식의 의미 연구(서울대학교, 2008)’을

일반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백석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데

그래서 그런지 정말 쉽고 재미있게 잘 읽힙니다.

사람들이, 특히 소위 ‘먹물’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 중 하나가

‘현학적인 글’=’훌륭한 글’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인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언가에 대해 쓴 글이 어려워지는 것은

글 쓴 사람 자신이 자신이 쓰려고 하는 것에 대해정확히 알지 못하기때문입니다.

어렵게 쓰는 것보다 쉽게 쓰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신문 기사도 마찬가지거든요. ^^;

저자는 서문에서

"논문 형식 그대로 학술서로 내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논문을 참고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도서관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인문학의 대중화’같은 거창한 말을 들먹일 것 없이,

소수의 한정된 독자를 위해 거의 동일한 내용을 책으로 펴내는 일은

종이 낭비이자 자연 파괴를 부추기는 일이 아닐까?"라고 말합니다.

저는 저자의생각에 100% 동의합니다.

거창한 고담준론으로’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하기 이전에

학자들 스스로가 상아탑 안에 갇힌 자신들을

반성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로 하여금백석 시의 음식을 주제로 논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시 한편,

이 곳에 올립니다.

처음 보는 시지만

이 시가 참 좋았거든요.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라는 구절을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일단 제게는…

어떤 무언가 덕분에 너무나 행복하고 마음이 풍요로와져서

진창같은 현실쯤이야 잊어버릴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봄 잠풍 날씨, 새 구두를 신은 가난한 동무,

언제나 같은 넥타이를 매는 내 곁에 있어주는 고운 사람…

얼마나 행복할까요?

전간장에 지진 생선보다는 소금 뿌려 석쇠에 구운 걸 좋아하기 때문에

‘진장에 지진 달재 생선’은 큰 감흥이 없지만요. ㅎㅎ

(달재생선은 ‘달강어’의 방언이라네요. 근데 ‘달강어’도 뭔지 잘 모르겠어요.

‘성댓과의 바다물고기’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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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사랑한 시인, 백석 시(詩) 다시 맛보다

  • 입력 : 2009.12.04 22:02

백석의 맛
소래섭 지음|프로네시스|276쪽|1만3000원

모밀국수, 인절미, 금귤, 청배, 감자떡, 가지냉국, 노루고기, 개장국, 전복회…. 백석(白石)의 시 속에서는 갖가지 음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현재까지 알려진 백석 시 100여 편 중에 음식이 나오는 시는 60여 편에 이른다. 등장하는 음식 가짓수는 무려 110가지다.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음식을 사랑한 ‘맛의 시인’으로서 백석을 재조명한다. 저자는 "백석 시에서 음식은 모순적인 것들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고,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의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한 예로 〈북신(北新)〉의 화자는 ‘부처를 위하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를 풍기는 모밀국수에 부처와는 어울리지 않는 ‘털도 안 뽑은 도야지 고기’를 얹어 삼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난데없이 소수림왕과 광개토대왕을 떠올린다. 저자는 이를 "’모밀국수’에 담긴 부처의 계율과 세속의 식욕이라는 모순이 고구려에 불교를 들여온 소수림왕과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대왕을 통해 다시 한 번 변주되고 있는 셈"이라고 풀이한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대중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수정·보완한 것이다. 영화 《식객》의 장면을 예로 들고, 매 챕터의 끝머리에 백석에 얽힌 일화와 1920~30년대의 음식 풍속을 소개해 흥미를 유도한 배려가 돋보인다.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16 Comments

  1. 참나무.

    2009년 12월 9일 at 11:04 오후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이 시를 오래 전에 처음 만난 날 윤동주시인이 생각났더랬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 기사 지난 토요일 종이신문 책소개에서 읽자마자 보관해뒀어요…쇼핑커트에다…^^
       

  2. shlee

    2009년 12월 10일 at 12:10 오전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절절 끓는
    아르굴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국수?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국수를 의인화한건가요?

    조금전에 백석의 눈이라는 시를 읽었거든요.
    그런데 백석의 글을 올려서
    참 희한하다는 생각을…

    백석의 시는 단편소설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석

    초저녁 이 산골에 눈이 내린다.
    조용히 조용히 눈이 내린다.
    갈매나무, 돌배나무 엉클어진 숲 사이
    무리돌이 주저앉은 오솔길 위에
    함박눈, 눈이 내린다.

    초저녁 호젓도 한 이 외딴 길을
    마을의 여인 하나 걸어간다
    모롱고지 하나 돌아 작업반장네 집
    이 집에 노전결이 밤 작업에 간다.

    모범 농민, 군 대의원, 그리고 어엿한 당원―
    박순옥 아맹이의 위에 눈이 내린다
    지아비, 원수를 치는 싸움에 바치고
    여덟 자식 고이 길러내는 이 홀어미의 어깨에,
    늙은 시아비, 늙은 시어미 정성으로 섬기여,
    그 효성 눈물겨운 이 갸륵한 며느리의 잔등에
    눈이 내린다, 함박눈이 내린다.

    이 여인의 마음에도 눈이 내린다
    잔잔하고 고로운 그 마음에,
    때로는 거센 물결치는 그 마음에
    슬프고 즐거운 지난날의 추억들 위에,
    타오르는 원수에의 증오 위에,
    또 하루 당의 뜻대로 살은 떳떳한 마음 위에,
    눈이 내린다. 눈이 쌓인다.

    다정한 이야기같이, 살뜰한 쓰다듬같이
    눈이 내린다.
    위안같이, 동정같이, 고무같이
    눈이 내린다.
    이 호젓한 밤길에 눈이 내린다.
    여인의 발자국을 그리며 지우며,
    뜨거워 뜨거운 이 여인의 가슴속
    가지가지 생각의 자국을 그리며 지우며
    푹푹 나리여 쌓인다. 그 어느 크나큰 은총도
    홀아비를 불러 낮에도 즐겁게
    홀어미를 불러 이 밤도 즐겁게
    더욱 큰 행복으로 가자고, 어서 가자고
    뒤에서 밀고 앞에서 당기는 당의 은총이.

    밤길 위에,
    이 길을 걷는 한 여인의 위에
    눈이 내린다,
    눈이 내려 쌓인다.
    은총이 내린다.
    은총이 내려 쌓인다.

       

  3. 곽아람

    2009년 12월 10일 at 5:10 오후

    참나무님/ 전 처음 읽었던 시랍니다. 근데 참 좋았어요. 윤동주에 비해 더 따뜻한 느낌이랄까 ㅎ

    shlee님/국수를 의인화한 것 같습니다. 백석의 시가 산문같아서 싫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단편소설같아 좋다고 하시니 정말 사람의 취향은 제각가이죠. 저는 읽어갈 때 리듬감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   

  4. bahan

    2009년 12월 10일 at 7:59 오후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읽고 푹 빠져버렸지만 그의 다른 시는 잘 몰랐는데 소개해 주셔서 고마워요. 어쩜 꼭 안성맞춤 블로그 같아요.
       

  5. 곽아람

    2009년 12월 10일 at 8:35 오후

    ‘남신의주유동 박시봉방’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예요. 반갑습니다 ㅎㅎㅎ   

  6. 김준학

    2009년 12월 12일 at 5:29 오후

    요즘같은 겨울날 참 따뜻하고 좋은 시 들인거 같아요~ 특히 제마음이 요즘같을 때에는~
    마음의 여유, 안정을^^ 좋은 책 알게되서 넘 고마워요! 내일 서점가서 바로 찾아봐야죠ㅎㅎ   

  7. 김남희

    2009년 12월 12일 at 8:16 오후

    저자와 개인적으로 알아 이 글을 읽어보시게 했더니 좋아하셨어요 ㅎㅎㅎ    

  8. 곽아람

    2009년 12월 13일 at 6:23 오후

    김준학님// 마음이 어떠시길래? ^^; 저도 마음의 여유와 안정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ㅎㅎ 백석 시는 담담해서 참 좋아요.

    김남희님//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일땜에 읽었지만 좋은 책 읽어서 참 좋았어요 ㅎㅎㅎ   

  9. 김준학

    2009년 12월 14일 at 12:23 오전

    주말에 잘쉬셨어요^^? 31살에 찾아오는 그런 마음있잖아요ㅎㅎ 연말이라 더욱 바쁘고, 할 것은 많은데, 무엇인가 남는것은 없는 그런 마음!
    그리고 서점갔다가, 아람님 책 있는 것들도 보니 왠지 기분좋았어요!    

  10. 곽아람

    2009년 12월 14일 at 9:24 오전

    잘 쉬었답니다ㅎㅎ 너무 잘 놀아서 몸살 기운 극심.. 기상하기가 어려웠다는.. ^^;

    그래도 전 연말이 좋아요. 어딘지 들뜨고 기분이 좋아서!   

  11. 풀트로틀

    2009년 12월 14일 at 7:00 오후

    ㅎㅎㅎ 첫 직장 입사시험에서, 2차 작문 시험의 주제가 ‘장마’였답니다.

    장마 때면, 솥뚜껑 뒤집어 돼지 기름둘러 지지던 김치전은 겨울 김장김치의 마무리였고, 다리 접어 바닥에 내려 앉은 교자상 위에서 탁탁탁 칼 소리 내며 모양 나오던 칼국수 생각이 난다는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칼국수 한그릇 뚝딱 비우고, 따끈하고 바삭한 김치전을 옆에 두고 만화책 너댓권 읽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라는…

    어찌 보면 어문계열과 전혀 무관한 제가 그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주제인 ‘장마’보다 그에 딸린 음식 이야기였었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편집장님이 입에서 흐르는 침 때문에 뽑으셨다고 하더군요. ㅎㅎㅎ 본문을 읽다보니 그 생각이 나네요.

    음식 관련된 글을 읽다보면, 젤 큰 문제가 먹고 싶어진다는 건데… 집에 가는 길에 일산서 유명하다는 닭육수로 끓인 닭개장 국수집에 들러야겠군요. 결대로 찢어 넣은 닭 가슴살에, 둥둥 떠다니는 고추기름과 태양초 고추 가루로 벌건 맛을 내고 근대 자루에 제주도산 고사리가 팍팍 들어간 닭개장 한그릇 먹고 이번 주 추위나 잊어야 겠습니다.

    날 추워진다는데 두번째 감기 조심하시길.   

  12. 곽아람

    2009년 12월 15일 at 11:58 오후

    대체 어떤 직장이었길래.. 주제가 ‘장마’ ㅎㅎ 근데 김치전, 칼국수 이야기 나오는 거 보니 역시 그 누이동생의 오라버니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누이동생분께서 지난주 금요일에 집으로 절 불러서 미역국과 등심으로 거하게 생일상 차려주었거든요. ‘요리’ 혹은 ‘음식’에 관한 건 핏줄인가요? 아.. 근데 저도 이 글 읽다보니까 닭개장이 먹고싶.. 묘사도 어찌나 생생하신지!   

  13. 우지환

    2009년 12월 16일 at 10:33 오전

    백석의 시와 음식이라. 재미있는 연구인듯 합니다.
    저는 백석의 시를 읽으면서 갈매나무라는 것이 참 궁금해졌어요. 가로수를 유심히 쳐다봐도 갈매나무는 잘 보이질 않더라구요.

    기온이 왕창 떨어져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날에, 기자님 덕분에 백석의 詩를 잠시나마 떠올리며 훈훈해져 갑니다.    

  14. 곽아람

    2009년 12월 16일 at 11:25 오후

    저도 갈매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참 궁금한데.. 제 마음 속의 갈매나무의 모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결국 마음 속 나무인 것 같아요. 실제로 보면 실망할지도. ^^;   

  15. 노석조

    2009년 12월 18일 at 3:56 오후

    읽어 볼까요?   

  16. 곽아람

    2009년 12월 19일 at 12:38 오전

    네.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일단 저는 추천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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