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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피아졸라를 들으며 오스카 와일드를 읽는 새벽 - 심장 위를 걷다
피아졸라를 들으며 오스카 와일드를 읽는 새벽

피아졸라의 ‘Adios Nonino (안녕 노니노)’를 듣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함께 보고 있는데

음악은 ‘듣는 것’인 동시에 ‘보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듣기만 했다면

아코디언이 협연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

첫부분의 피아노 독주가 끝나고 나면

제가 좋아하는 격렬한 바이올린 소리에

아코디언 연주가 곁들여집니다.(근데 저 악기가 아코디언이 맞긴 맞나요? ^^;)

이 곡은 피아졸라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사부곡이라고 합니다.

(‘아디오스 노니노’는 ‘잘 가요 할아버지’라는 뜻으로

‘노니노’는 피아졸라가 자신의 아버지를 불렀던 애칭이라는군요.

우리말로 하면 ‘영감님’ 정도가 될까요?)

피아졸라라는 작곡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서인데

그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피아졸라의 ‘리베라 탱고’를 연주하지요.

탤런트 송옥숙씨가 첼로를 연주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곡이 ‘리베라 탱고’였다는 것만 알았을 뿐,

피아졸라가 누군지, ‘리베라 탱고’가 뭔지 전혀 몰랐습니다.

며칠 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요.

클래식수첩.jpg

저희 회사 문화부에서 클래식을 담당하시는 선배

김성현 기자가 최근 펴낸 책입니다.

신문에 연재하던 ‘클래식 ABC’에 살을 덧붙여 엮었어요.

제 블로그 이웃들은 다 아시겠지만

저는 정말 클래식 문외한인데,

선배에 대한 ‘의리’때문에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왕왕초보인 제게는 살짝 어려우면서도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그 중에서 피아졸라에 대한 챕터와

‘탱고 열기로 제야를 달군 바렌보임’이라는 챕터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피아졸라는 알고 보니 선배의 표현에 따르자면,

‘뜨거운 거리의 음악인 탱고를 서늘한 콘서트장으로 옮겨온’

작곡가였더군요.

지휘자 바렌보임은 2006년 12월 31일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 필하모닉을 이끌고 탱고 음악회를 열었고요.

그 챕터의 마지막에 언급된 곡이 피아졸라의 ‘안녕 노니노’랍니다.

전 정통 클래식을 들으면 대개 졸음이 오는데

이 곡은 ‘리베라 탱고’와 마찬가지로 흥겹고 신이 납니다.

조만간 피아졸라의 음반을 구매할 예정입니다.

음악을 몇 번이나 반복재생시켜놓고

다음의 책을 읽었습니다.

l9780141439693.jpg

펭귄 클래식 시리즈 중 하나인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입니다.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가

웅진에서 번역 출간한 펭귄 클래식 시리즈가

그 아리따운 깜장색 자태를 뽐내며 쫙 꽂혀있는 걸 보고서는

무작정 집어들어 빌린 책이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이었습니다.

l9788901082080.jpg

‘행복한 왕자’를 비롯한 오스카 와일드 단편들은

어릴 때 많이 읽어서 다시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어른이 되어 읽어보니

내용도 내용이지만

묘사가 너무나도 섬세하고 아름답더라고요.

원문을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어제 퇴근길에 교보문고에 들러 원서를 샀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아했던

‘행복한 왕자’와 ”나이팅게일과 장미’를 읽어보았습니다.

사파이어로 된 두 눈에

칼집엔 루비가 박혀있고,

온몸엔 황금이 덮여있는 동상

‘행복한 왕자’ 이야기를 저는

학원출판사에서 나온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지금 기억해도 그 전집이 번역이 상당히 잘 되어 있어서

이번에 웅진에서 나온 번역본과 비교해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더라고요.

초등학교 때 읽었던지라

오스카 와일드라는 작가가 영문학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지요.

안델센과 비슷한 동화작가로 생각했는데….

대학에 입학한 후 영문과 전공수업을 듣던 과 친구들이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을 읽는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아는 ‘행복한 왕자’ 쓴동화작가 오스카 와일드랑,

저들이수업시간에 읽는다는 희곡 쓴 오스카 와일드가

같은 사람인가?

한참을 헷갈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 때는 제비가 왕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참 좋았습니다.

‘이 세상만큼이나 오래된’ 피라밋에 대한 묘사,

눈에 박힌 사파이어와 칼집의 루비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몽땅 나눠줘버린 왕자에게 제비가

"제가 왕자님께 이집트에서 루비랑 사파이어를 가져다드릴게요"라고 하는 장면.

그 루비와 사파이어는 이렇게 묘사가 되어있네요.

The ruby shall be redder than a red rose, and the sapphire shall be as blue as the great sea.

붉은 장미보다 더 붉은 루비와 넓은 바다만큼 푸른 사파이어.

참 상투적인 표현이다 싶으면서도

몹시나 아릅답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았지요.

겨울이 되었는데도 왕자를 돕느라 이집트로 떠나지 못한 제비는

숨이 끊어져왕자의 발밑에 툭떨어지고,

그순간 납으로 된 왕자의 심장이 소리를 내며 부서집니다.

도시의 권력자들은 금칠이 벗겨져 보기 흉해진 왕자의 동상을 용광로에 녹여버리는데요,

부서진 납심장만큼은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 쓰레기 더미에 죽은 제비와 함께 버려집니다.

그리고 신(神)은,

천사를 시켜 그 도시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가져오라고 하지요.

천사는 왕자의 납 심장과 죽은 제비를 가지고 신에게갑니다.

‘You have rightly chosen,’ said God, ‘for in my garden of Paradise this little bird shall sing

for evermore, and in my city of gold the Happy Prince shall praise me’

"제대로 골라왔구나." 신은 말했다 "내 낙원의 정원에서 이 작은 새는 영원히 노래할 것이고,

내 황금의 도시에서 ‘행복한 왕자’는 나를 찬양하게 되리라."

어릴 때는 이 결말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만,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어보니

이게 과연 왕자와 제비에게 유익한 결말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신은 제비를 자기 정원에서 계속 노래하도록 부려먹고,

왕자도 자기를찬미하도록 하겠다는이야기잖아요. -_-;

이건 결국 노동착취…..

도시의 냉정한 행정가들과 다를 게 뭡니까.

과연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순수한 동심으로 이 이야기를읽었던 어릴 때의 제 감동일까요,

아니면 서른 넘어서 다시 이 이야기를 읽는 닳고닳은 어른으로서의 삐딱한 시각일까요?

문득 궁금해지는군요.

‘행복한 왕자’를 읽고 나서

‘나이팅게일과 장미’를 읽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행복한 왕자’보다는 덜 알려져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의 딸을 짝사랑하는 학생이 고민에 빠집니다.

여자가붉은 장미를 가지고 와야지만

무도회에서 자신과 춤을 춰주겠다고했거든요.

그런데 그의 정원에는 붉은 장미가 없습니다.

고뇌에 찬 학생의중얼거림을 들은나이팅게일이

‘마침내 진정한 사랑에 빠진 사람을 발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그 학생에게 붉은 장미를 구해다 주기로 결심하지요.

그러나 그 정원에는

‘바다의 거품만큼 하얗고,산 위에 쌓인 눈보다 더 하얀

(as white as the foam of the sea, and whiter than the snow upon the mountain)’ 장미와

‘호박왕좌 위에 앉아있는 인어아가씨의 머리카락만큼 노랗고,

풀 베는 사람이 낫을 가지고 오기 전의 초원에 피어난 수선화보다 더 노란

(as yellow as the hair of the mermaiden who sits upon the amber throne, and yellower than the daffodil that blooms in the meadow before the mower comes with his scythe)’장미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식의 비유와 묘사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as의용법과 비교급을 배우기에 아주 좋은 ‘성문 기본영어’용 문장이라는생각이 듭니다.^^;)

마침내 나이팅게일은

학생의 창가에 있는 장미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는데,

그 장미는 붉은 장미가 맞기는 하나,

겨울에 서리맞고 얼어버린데다가 폭풍우에 가지가 부러져서 올해엔 장미를 피울 수 없는 나무이지요.

어떻게 붉은 장미냐고요?

영타 치기 힘든데 이왕 시작했으니 이것까지만 하겠습니다…

‘흰 비둘기의 발만큼 빨갛고, 바닷속 동굴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커다란 부채 모양 산호보다 더 붉은

(as red as the feet of the dove, and redder than the great fans of coral that wave and wave in the ocean-cavern)’ 장미랍니다. -_-;

대단하죠?

비둘기의 발이 빨갛다는 걸, 이 문장 읽으면서 깨달았다는….

오스카 와일드도 흰 장미, 노란 장미, 빨간 장미, 다대구 맞춰서

뭐만큼 어떻고 뭐보다 어떻다고 지어내기 위해 무지 노력했을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분홍장미도 묘사해 주지!)

장미나무는 말합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고.

밤새도록 나의 가시에 너의 심장을 박은 채 내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그러면 너의 피가 내 잎맥으로 들어와 내 것이 될 거라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이팅게일은 그렇게 합니다.

달빛 아래에서 나이팅게일이 노래함에 따라가시가 박힌 그녀의 심장에서 피가 흐르지요.

그리고 꽃이 피어납니다.

장미는 처음엔 ‘강 위에 드리운 안개처럼’ 창백했다가,

이윽고 ‘신부의 입술에 키스한 신랑의 얼굴처럼’ 홍조를 띱니다.

그러나 나무는 외칩니다. 더 깊게 가시에 가슴을 누르라고요.

아직 자신의 심장은 붉어지지 않았으니까요.

나이팅게일은 더욱 더 가까이 장미가시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고,

고통이 커질수록 그녀의 노래는 더 열광적이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이팅게일은 ‘죽음으로만 완성될 수 있는 사랑의 노래’를 부른 후

더할 나위없이 붉은 장미를 남기고는 죽습니다.

장미를 발견한 학생은 기쁨에 들떠 그 꽃을 여자에게 가지고 가지만,

왕의 시종 아들로부터 보석을 선물받은 여자는 꽃을 거들떠보지도 않지요.

화가 난 학생은 장미를 거리에 버리고,

그 위를 마차 바퀴가 지나가버립니다.

"사랑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라고 중얼거리며 학생이 다시

철학과 형이상학의 세계로 돌아가 책을 읽기 시작하는 걸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어릴때는

나이팅게일의 희생정신이 감동적이면서도 슬펐고,

무의식적으로죽음의 미학비스무리한 것을 느껴서

이 이야기를 참 좋아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과연 어린아이가 읽어도 되는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왜 저는 HIV가 생각나죠?

저만 그런가요? -_-;;

아, 오늘도 또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나이팅게일이 등장하는 그림 하나 올립니다.

서양 동화에서 나이팅게일은 참 단골로 등장하는 새인데,

동화만 읽다가 어느날 읽은 위인전에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존재를 발견하고는

의문에 빠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 왜 이 여자는 새 이름을 가지고 있지? 하고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저는 아직도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왠지 노래를 잘 불렀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

nightingale.jpg

William Adolphe Bouguereau (1825-1905) French
THE SONG OF THE NIGHTINGALE, 1895
Oil on canvas
55 x 35 inches
Gift of Mr. Robert Badenhop, 1954.12

그림 왼쪽 윗편 가지에

자그마한 나이팅게일이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지요.

맨발의 소녀는 슬프고 지친데다가 외로워보입니다.

실연당했는데

저 새는 사랑노래만 불러대니

불난데 부채질하고 있는 격일까요?

문득, 유리왕의 ‘황조가’가 떠오르는군요.

아, 이 쓸데없는 연상작용이란…………. -_-;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p.s. 그나저나 아침에 일어나 다시 검색해 보니,

‘안녕 노니노’에 등장하는 악기는 아코디언이 아니라 아코디언을 개량해 만든 손풍금 ‘반도네온’이랍니다.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에 빼놓을 수 없는 악기라네요.

astor_piazzolla_bandoneon_2.jpg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피아졸라.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phiaram로 이사합니다.

12 Comments

  1. 참나무.

    2009년 12월 19일 at 7:58 오전

    선후배간의 격려 참 아름답습니다
    친절한 글도 고맙게 잘 읽었고요
    저도 요즘 ‘백석의맛’과 같이 섞어가며 잘 읽고있는 책이라 더 반가운데요…^^

    대단히 죄송하지만 이 포스팅과 관계없는 질문 급해서 드립니다

    왜 요즘 포스팅 할 때미디 엮인글이 따라댕기는지요
    지금도 엮인글 제목이 ‘클래식수첩’이라 안심하고 클릭했다가
    튕겨져 나가버려 다시 로긴하고 들왔습니다

    운영자한테 물으면 시간걸릴거고…;;
    혹시 기자님이니까 아시나하구요…

    다시한 번 개인적인 질문이라 죄송합니다.

    덕분에 왼쪽에 있는 쬐꼬만 카나리아도 전 오늘 첨봤어요
    좌우지간 대단하신분…^^*   

  2. 곽아람

    2009년 12월 19일 at 10:17 오전

    글쎄, 저도 왜… 엮인글이 생기는지 모르겠어요. 당황스럽네요 –;;
    운영자한테 질문하셔야할 듯.

    왼쪽에 있는 새는 카나리아가 아니라
    나이팅게일입니다!!
    카나리아는 노란색~
    근데 저도 나이팅게일은 실물을 본 적이 없어요.
    이야기책에서만 읽었을 뿐^^   

  3. 파이

    2009년 12월 19일 at 3:10 오후

    ㅍ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쩜 이렇게 웃음을 주시는지요! ㅎㅎㅎㅎ

    설마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어보니
    이게 과연 왕자와 제비에게 유익한 결말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신은 제비를 자기 정원에서 계속 노래하도록 부려먹고,
    왕자도 자기를 찬미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잖아요. -_-;
    이건 결국 노동착취…..
    도시의 냉정한 행정가들과 다를 게 뭡니까.]

    ^^

    아는 친구가 이태원 게이바에 갔었는데,
    놀다 보니 은근 화가 나더라고 해요.
    안그래도 멋진 넘들이 귀한데,
    남자들까지 덤비니 이거야 원~ ^^

    행복한 왕자..
    어린 저는 마음이 많이 아펐었어요.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어디까지의 희생이 행복일까 싶었던거 같아요.

    나이팅게일과 장미,
    교수의 딸과 짝사랑하는 학생,
    그리고 학생과 나이팅게일..

    가장 마음 편한 사람은 교수의 딸이네요.

    장미도 아마 나이팅게일에게 마음이 있었나봐요.
    나이팅게일이야 일편단심 학생이고
    학생의 마음은 오로지 교수의 딸.. ^^
    음.. 어쩌면 나이팅게일이 오스카 와일드 자신일지도?
    전후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나이팅게일 한 사람이잖아요.

    동화 다시 읽기! 재미나요.
    나이팅게일을 흘겨 보는 심통난 실연녀도 귀여워요. ^^
    저 정도의 미모면 금새 새사람이.. ㅎㅎㅎ
    표정만 나긋나긋해진다면요~

       

  4. 곽아람

    2009년 12월 19일 at 9:12 오후

    파이님/ 저도 어릴 때, ‘행복한 왕자’를 읽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그리고 마음이 아픈 건 지금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왕자보다 제비가 더 가엾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사람들은 제비를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타인의 희생에 감화되어 봉사와 희생이라는 것을 깨달은 존재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집트로 못간 제비가 그저 가엾네요.

    장미는.. 왜 나이팅게일에게 그런 걸 요구했을까요?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그런 걸 요구하면 안 되는데… 가엾은 건 나이팅게일이고, 학생은 결국 학문의 세계로 돌아갔기때문에 그다지 상처받진 않았답니다. 사랑받는 자들이 결국 승자란 이야기? ^^;   

  5. 김준학

    2009년 12월 20일 at 12:07 오전

    토요일 조선일보에서 이 기사 봤어요ㅎ 새해 1월의 독서목록으로 땡기는데요^^
    그리고 어릴때 봤던 <행복한왕자> 동화 너무 잘기억해요~ 저두 참 안타까웠죠.
    제비가 이집트로 가는게 성공하고ㅎㅎ 왕자도 더욱 멋진 동상으로되고, 봉사와 희생이 정말 현실적인 해피엔딩으로 이어져 끝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나이팅게일과 장미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오스카와일드도 독서목록에 당첨^^   

  6. 2009년 12월 20일 at 10:05 오후

    어릴 적 읽었던 나이팅게일이 나왔던 동화가 떠오르네요.. 배경이 중국 황실?이었던 것 같은데.. 줄거리는 기억이 잘..^^;; 그 새가 나이팅게일이 맞는지도 확실치 않네요 ㅎㅎ

    전 클래식 중에서 드뷔시의 달빛과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좋아해요. 리스트의 곡도 좋아하구요. 바렌보임이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cd 를 예전에는 많이 들었던것 같은데, 덕분에 생각나서 cd틀어봤답니다 ㅎ   

  7. 곽아람

    2009년 12월 20일 at 10:26 오후

    김준학님/ 저도 ‘행복한 왕자’가 해피엔딩이었으면 했는데.. 그랬다면 그렇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겠죠? ㅎㅎ 전 디즈니에서 나온 ‘인어공주’, 해피엔딩으로 바꿔놓아서 좀 싫더라고요.. ^^;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다시 읽고 있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가요. 옛날에 중고등학교때는 쉽게 읽었던 것 같은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는..
    연님// 연님이 말씀하신 나이팅게일 동화는 안델센일 겁니다. 중국 황실의 황제가 황금으로 된 나이팅게일을 선물받고 진짜 나이팅게일을 내쫓는데… 나중에 그게 고장나서 후회한다 뭐 그랬던 것 같은데 저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나요 ^^;

    전 클래식은 정말 모르는데 베토벤의 월광은 좋아합니다. 드뷔시의 달빛은 들어본적이 없고요.. 리스트는 격정적이었던 것 같긴 합니다.. ^^;   

  8. 김준학

    2009년 12월 21일 at 11:22 오후

    하긴 그렇네요ㅎ 인어공주 마지막에 물거품으로 끝나는 비극이 인상깊으면서, 지금도 좋아하는 이유인거 같아요~오스카 와일드 꺼 찾아보면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생각했었는데^^ 연초에는 이 책이 가방에 있겠죠~
    저두 미술만큼 클래식 정말 아직 잘몰라요ㅎㅋ 단지 마음으로 그냥 보고 느끼고 싶을뿐이에요~ 미술, 전시회에 다가가는 것처럼, 부담없이 조금씩 다가가니,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작은 실내악 공연도 꽤 괜찮더군요~    

  9. 김주형

    2009년 12월 22일 at 9:04 오후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또 재미있는 얘기보따리가 한 아름이군요.

    신의 도구로 사용되는 ‘행복’한 왕자의 최후를 보며 작가의 의도가 있다면 꽤나 냉소적이었겠구나 싶어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정말 그랬다고 하는군요. 나이팅게일의 결말과 복선을 보니 더더욱 아람님의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HIV의 연상은 도대체 어떤 과정에서 나왔을까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그 탐미가 지나쳐 동성애에 빠져 불행한 최후를 맞았는데 사인은 매독이었다고 하는군요.

    장미에게 피를 빨리며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최후를 맡게되는 오스카의 나이팅게일은 금단의 사랑을 추구하는 동성애적 모티프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가시나무새의 전설로 신부에 대한 금단의 사랑을 애기한 콜린의 소설과도 통한다고 할까요..

    아무튼 대단한 연상작용이고 큰 재능입니다^^   

  10. 곽아람

    2009년 12월 23일 at 1:39 오전

    김준학님/ 작은 실내악 공연이라니 어쩐지 마음이 가는데요. 전 클래식은 대공연장에서밖에 들은 적이 없어서 거의 졸았던 기억이… -_-; 뮤지컬도 대공연장에서 하면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소극장에서 본 뮤지컬은 좋았는데. 클래식과도 친해져보려하는데 마음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김주형님/ 아.. 오스카 와일드의 의도가 냉소인가요? -_-; 그럼 저의 깨끗한 동심은 어디로 가는거죠?? ㅠㅠ
    HIV는 나이팅게일의 피가 장미의 잎맥으로 흘러들어간다니까.. HIV는 혈액을 통해 전염된다니까.. 그냥 생각난건데…
    원서를 보면 나이팅게일은 she로 나옵니다. 여성형이에요. 근데 장미나무는 계속 Tree로만 나오는군요. 성이 묘사되어있지 않아요. 근데 학생은 남성인데.. 음.. 그게 동성애가 되나요? ^^;
    오스카 와일드가 동성애자였다는 건 저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혼당하고는 평생 아이들을 못 보고 살았다고 하더군요…   

  11. 김주형

    2009년 12월 24일 at 4:44 오후

    아, 나이팅게일이 she 군요 정말. 붉은 장미도 brother로 표현된 것을 보면 남성에 가까운 it 이니 여기서도 동성의 관계는 없네요.

    "오스카 와일드 환상동화"라는 성인용 일러스트동화책의 서평에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자기만 아는 거인에게서 동성애적 결속감이 있다는 표현을 읽었는데 아마 그 평론가는 나이팅게일이 여성인지 몰랐나 봅니다. 다른 두개도 확인해보니 제비는 확실히 he 로 나오고 거인의 어린이도 little boy로 나오긴 하는데…얽어매려면 얽어맬 수도 있겠으나 딱히 동성애적 결속감을 끄집어내기는 다소 무리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이나 행복한 왕자, 제비에게서 오스카 와일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팅게일이 노래했던 "Love that is perfected by Death, of the Love that dies not in the tomb"는 그가 평생을 추구했던 사랑이요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답받지 못하고 영원히 안식을 찾지 못하는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돌을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말입니다. 미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의 동성애도 그러한 탐미의 추구였겠지요. "one last burst of music"을 내뿜고 죽어가는 나이팅게일의 모습, 그리고 세상의 물욕과 허영, 무기력한 지식, 실용만을 숭상하는 세상에 덧없이 잊혀지고 버려지는 ecstasy red의 붉디 붉은 장미 또한 그의 불운한 최후를 스스로 예감하고 냉소한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오스카의 의도에는 냉소 뿐 아니라 하늘나라에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는 왕자와 제비, 나이팅게일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애정도 함께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가치가 없다고 외면당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소진하여 만들어 낸 사랑을 위한 사랑, 아름다움을 위한 아름다움의 쾌락이 그가 말하고 싶어했던 것이 아닐까요. 비극적인 결말에 의해 더해지고 기억에 남는 그 쾌락과 감수성 말입니다. 그리고 쓰여진 시기를 보면 이 동화들에는 자신의 두 아들들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다고 봐야겠지요. 비록 두 아들은 그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성까지 바꾸며 외면했지만 오스카는 죽을때까지도 그 아들들을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아람님의 깨끗한 동심과 감성은 그 자체로 온전하니 이 추운 날씨에 어디로 보내지 마세요~^^

    인터넷에 주문한 책 두권이 도착했어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아람님의 책과 보내겠군요.

    즐거운 성탄연휴 보내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12. 곽아람

    2009년 12월 25일 at 12:18 오전

    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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