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빌딩문을밀고나오는순간에찬바람이휘익스쳐갑니다.
파킹랏이층담벼락에걸쳐져있는담쟁이잎들이바람에흔들거립니다.
여름내내초록으로넘실대던손바닥만한무성한잎들이
싸늘한바람한자락에노오랗고붉게물들어진옷깃을너울대며찰랑거립니다.
냉냉한저녁바람이얇은옷을뚫고온몸에파고들어발걸음을빨리합니다.
차안에성큼올라타고는운전석옆자리에놓아둔가디간을걸칩니다.
9월의한가운데…
이렇게가을은오고있습니다.
슬며시옆자리에다가앉는가을을겸손하게맞아드리고싶습니다.
잔뜩가라앉은재빛하늘의구름도회색입니다.
집에기다리는사람도없는데퇴근하는마음이바빠집니다.
아무래도비가쏟아질듯한기색입니다.
이렇게어둠이밀려오는시간의흐린날씨는
열일을다제치고그냥바삐집으로돌아가고픈마음뿐입니다.
포근하고넉넉하고따뜻한훈기가스며들어있는내집…
어느새마음한자락엔
따뜻한집안의풍광이묻어듭니다.
하이웨이를내려설즈음에빗방울이앞유리창에떨어집니다.
신호에걸려기다리면서
하나…둘…셋…떨어지는빗방울을세듯이바라보다가
문득마음에하나의詩가떠오릅니다.
그여름의끝
그여름나무백일홍은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폭풍에도 그다음폭풍에도쓰러지지않아 쏟아지는우박처럼붉은꽃들을매달았습니다 그여름나는폭풍의한가운데있었습니다 그여름나의절망은장난처럼붉은꽃들을매달았지만 여러차례폭풍에도쓰러지지않았습니다 넘어지면매달리고타올라불을뿜는나무 백일홍억센꽃들이 두어평좁은마당을피로덮을때 장난처럼나의절망은끝났습니다
지난나의여름은아름다웠고…풍요로웠습니다.
그풍요로움의끝인8월중순경에
하나의절망이나를휘감았습니다.
그러나여름이끝나가면서
가을이온세상을수채화로만들어갈즈음에
나의암담함도끝을냈습니다.
나는이제아리조나로떠날마음의준비가다되었습니다.
詩人이폭풍의한가운데에서있으면서
여러차례의폭풍에도쓰러지지않고
넘어지면다시매달리면서꽃을피웠듯이
나도그렇게여름의끝을견디면서
이제오롯이서있을수있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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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의저녁은어둠이빨리찾아듭니다.
한바탕쏟아질듯한비는어느사이멈추었습니다.
하나둘네온싸인의불이밝혀지는가운데
낯익은동네로접어들며집에도착합니다.
난차고안에차를집어넣고는잰걸음으로집안으로들어갑니다.
아무도없는집의텅빈적요가나를반깁니다.
을씨년스런날씨의입김에서벗어나고자
나는커피메이커에다커피를내립니다.
그리고는오디오의버튼을누릅니다.
요즈음저녁마다즐겨들었던
나나무수꾸리의청아한목소리가거실안에퍼집니다.
향긋하고구수한커피향이곱게피어납니다.
잠시소파에기대앉아서눈을감습니다.
음악이흐르고…
커피향이휘감기고…
그리움이떠돕니다.
한참을그렇게앉아있다가벌떡일어납니다.
나는외출복을갈아입기위하여Walk-InCloset안으로들어갑니다.
이제맛있는저녁식사를준비하면될것입니다.
EvenNow-NanaMouskou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