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농익은 가을향기처럼…

좌우로는선인장이듬성듬성보이는하늘끝이안보이는끝없는사막도로입니다.

저길을어느토요일이른아침에두시간동안운전을하였습니다.

호수를보고싶은간절한욕망으로….

오늘은이정도만하자…하고자리에서일어나주위를둘러보니

20,000스퀘어피트가넘는사무실에저혼자뿐이었습니다.

평일에는그래도몇명씩다른부서에도사람이남아있기는하더만금요일이라서그런지…

흠…저는아직당분간은계속남아서일을해야할상황입니다.

시카고와는달리이곳은책상마다칸막이가있을뿐전체의사무실을확~~터놓아서

한눈에100여명의직원들을휘익훝어볼수가있어서좋기는하지만

너무산만한느낌도없지않아있습니다.

하루종일컴퓨터의화면을보고일하여뻐끈한목을좌우로흔들어주면서

핸드백을어깨에걸치며사무실을나섰습니다.

빌딩문을나서니싸늘한밤공기가휘익달려듭니다.

낮에는여전히뜨거운햇살이사정없이내리쬐이고있지만

밤에는기온이많이내려가서쌀쌀합니다.

이렇게…사막의가을은깊어가나봅니다.

훵하니비어있는넓직한파킹랏을가로질러한쪽끝나무숲옆에세워놓은

자동차가있는곳으로걸어가면서숨을크게들이마셧다가내쉽니다.

온몸이짜릿해지면서기분이상쾌해집니다.

쌉쌀한밤공기에묻어날라오는나무향과주위의잔디밭에서뿜어나오는싱그런내음에

피곤함이일시에풀려지듯세포마디가노곤하여지고

하루종일정신없이바쁘게일을하였지만그만큼마음은여유롭습니다.

잠시자동차에기대어밤하늘을올려다봅니다.

한없이펼쳐진검은밤바다같은하늘에별들이총총이보석처럼박혀있습니다.

이렇게아무때나올려다볼수있는하늘이있다는것…

그자체만으로도행복함으로가슴이뿌듯해집니다.

볼수있으니까…..

소녀처럼별하나나하나,별둘나둘…소리내어세어봅니다.

한참을밤하늘을올려다보는데아이들의얼굴들이그림처럼떠오릅니다.

가슴한복판이아퍼집니다.

아이들을생각할때마다심장에통증을느낍니다.

밤에잠을자다가도깨어뒤척이다보면여지없이그통증이가슴을휘익훝어갑니다.

잘있겠지…그래다잘있을꺼야…

혼자서묻고혼자서대답을합니다.

이렇게그리워할수있는가슴이있다는것도감사해야할것입니다.

그러다가뜬금없이이멜리아가떠올랐습니다.

이멜리아는이곳에오자마자제가일을가르키고있는같은부서의여직원입니다.

그녀의아버지는백인미국인이고어머니는멕시코인입니다.

그녀에게는아이가셋이있습니다.5살,3살,1살.

남편은멕시코인인데올봄에훌쩍혼자서멕시코로떠났다고합니다.

헤어짐에는어떤이유든있겠지만그것으로그들의결혼생활은끝장이났고

현재양육비때문에변호사를만나고있다고도했습니다.

그런그녀는매일나를부러운눈으로바라보는듯합니다.

아침마다나에게입고있는옷이잘어울린다,멋있다…등등에서부터

일을척척해내는나를그녀는그큰눈에미소를띠우면서바라봅니다.

제책상위에놓여진아이들사진과에니카사진을보고

넌참좋겠다…하고말하기도하였습니다.

혼자자유로운생활을하고있는제상황이그녀의눈에는얼마나편하게보였을까…

두딸들이이미대학교를졸업하여자립을하였다는말에

주위의많은새로운동료들조차저를부러운눈으로대하기도하니까요^^

그런데오늘이멜리아는비슷한질문을아침에한번물어보고,

오후에또한번물어보고,

저녁퇴근무렵에는정말바보같은것을또물어보았습니다.

그렇지않아도일을배우는속도가느려서저런돌대가리…하고

속으로짜증이배어있던나는걍화를내버렸습니다.

너는3주전에일시작할때부터내가그렇게말했는데도또물어보니?

도대체매일네가하는일이이런것인데…아직도감이안잡혀?

의자에앉은상태였던그녀가얼굴이벌개지더니잠깐고개를꺽었습니다.

그순간속으로아차…하였지만이미난말을뱉어낸후였습니다.

퇴근시간이5시인데도30여분을넘기면서씨름을하는듯하더니

주말잘지내..하고활짝웃으며퇴근을하였습니다.

미소로인사를마주하여주면서도저애가속은끓겠지?하는맘이들었습니다.

그녀가어떤상황인지잘아는데다가아침마다출근전에한아이는유치원에,

다른두아이는베이비시터에게맡기고출근하느라종종거리는싱글마더인그녀를

안타깝게생각하고여러가지를이해하여주려고노력을하고있기는하지요.제가.

그렇지만이렇게머리가돌아가지않다니…휴…ㅡㅜ…-.-;;;

그래도제딴에는열심히하려는태도를보이는그녀를생각하면서

잠시저자신을돌아다보았습니다.

저역시잘난것하나도없는데말입니다.

다음월요일에출근을하면다서첨부터자세히설명을하여주고

그녀의어깨를툭툭…다둑거려주어야겠다는마음이들었습니다.

그나저나깊어가는시월의밤하늘은유난히높으면서도캄캄함조차온통아름답습니다.

나는정막감이휘도는파킹랏의한쪽끝에서있습니다.

일정한간격으로서있는가로등불빛아래로

주위는어둑어둑한풍광과더불어아늑하고도신비롭기까지합니다.

그사이로나무향이배인가을의밤바람이

휘익얼굴과머리와온몸을쓸어주고갑니다.

문득하나의깨달음이스칩니다.

이렇게고운밤바람에묻어오는깊게농익은가을향기처럼

그렇게그윽한여인이되려면

저자신을많이비워야할것같습니다.

비우면비울수록그빈자리에가을향기가가~득스며들수있도록….

저녁8시가다되어가는시간이라배가고파집니다.

아..지금이시간에집에가서밥을하자니그렇네요.

차라리바로저옆에있는레스토랑’올리브가든’까지걸어가서

롱아일랜드아이스티를곁들여서

맛있게구어진뉴욕스테이크를먹는것이더좋을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