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떠나기전에딸과같이지도를보며
일단사방이절경인OakCreekCanyon까지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다른캐년을둘러보기로하였습니다.
집을떠나서세도나에도착할때까지2시간동안
하이웨이를거의80마일이넘게달리다가
속도제한이15마일인산속의길을굽이굽이돌아가면서
우리둘이의입에서는끊임없이감탄사가새어나왔습니다.
어쩌면앞뒤좌우가이토록신비로운풍광의연속인지….
거의8,000피트까지올라갔다가다시내려오는길중간쯤
커다란케년의계곡아래로
울창한소나무숲속에서있는아담한집들을발견하고는
빨려들듯이그곳으로들어갔습니다.
분위기가좋은장소를발견하면그집의커피를꼭마시고싶어하는제취미…때문입니다.
JunipineResort라는이름으로도알수있듯이
사방에아름들이소나무가셀수없이많이서있었습니다.
깊은산속의아침햇살이소나무와낙엽송사이로너울대고있었습니다.
딸의손을잡고저집을돌아서뒤뜰로가는동안에
짙은향이코끝을간지렵혔습니다.
그향을맡는순간에울컥까닭을알수없는슬픔이가슴을치밀고올라왔습니다.
눈을감고가슴을열며숨을크게쉬어봅니다.
어린시절에하루종일밖에서뛰놀다저녁무렵집으로돌아오면서맡았던
군불냄새같기도하였습니다.
아니…마치낙엽태우는냄새같기도하였고,
어쩌면시가를피우는사람이옆을스쳐지나가는듯하기도하듯이
그렇게진하면서도마치고향처럼안기고싶을정도로아련한향기였습니다.
그런데글쎄…그향이소나무향이었습니다.
어린왕자!
지금밖에서는마른바람소리가들린다.
낙엽이구르고있다.
창호(窓戶)에번지는하오의햇살이지극히선(善)하다.
이런시각에나는티없이맑은네목소리를듣는다.
구슬같은눈매를본다.
하루에도몇번씩해지는광경을바라보고있을그눈매를그린다.
그리고이런메아리가울려온다.
“나하고친하자.나는외롭다.”
“나는외롭다…..나는외롭다….나는외롭다….”
어린왕자!
이제너는내게서무연(無緣)한남이아니다.
한지붕아래사는낯익은식구다.
지금까지너를스무번도더읽은나는
이제새삼스레글자를읽을필요가없어졌다.
책장을훌훌넘기기만하여도네세계를볼수있기때문이다.
행간에씌여진사연까지도,여백에스며있는목소리까지도
죄다읽고들을수있게된것이다.
몇해전,보다정확하게말한다면1967년5월,
너와마주친것은하나의해후(邂逅)다.
너를통해서비로소인간관계의바탕을인식할수있었고,
세계와나의촌수를헤아리게된것이다.
그때까지보이지않던사물이보이게되고,
들리지않던소리가들리게된것이다.
그러니까너를통해서나와마주친것이다.
……………..
……………..
아,이토록네가나를흔들고있는까닭은어디에있는것일까?
그건네영혼이너무도아름답고착하고조금은슬프기때문일까.
사막이아름다운건어디엔가우물이숨어있어서그렇듯이……
법정(法頂)스님의<어린왕자에게보내는편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