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맨하탄뒷골목의허름한악기점에한사나이가트럼펫을팔려고온다.
어설픈흥정끝에트럼펫을넘긴사나이는악기점을걸어나가려다말고
마지막으로한번만불게해줄수없냐고청한다.
행색이초라한사나이는비장한얼굴로트럼펫을불기시작하고,
곧악기점을닫을꺼니까간단히끝내주었으면하는마음으로있던악기점주인은
흐르는트럼펫연주를들으면서깜짝놀라며,
황급히하나의레코드를찾아내어판에걸어놓는다.
트럼펫연주와똑같은멜로디의피아노연주를들으면서사나이는더욱놀랜다.
악기점주인은’도대체이아름답고훌륭한연주를하는피아니스트가누구냐’고캐묻지만,
‘그것은내비밀이야…’하면서시작되는사나이의회상.
1900년대에Virginian이란이름의대형배가유럽과미국을오가고있었다.
한번에약2,000여명이승선할수있는이배에는,
주로유럽에서미국신대륙을찾아오는많은이민자들과,
소수의여행하는상류층사람들이대부분이었다.
뉴욕항.
손님들이다내린빈배의1등석,
피아노위에놓여있던작은바구니에서갓난아기를,
배의석탄실에서일하고있는흑인노동자인데니부드맨이발견한다.
그는1900년이시작되는첫해,첫달에그를발견했다고해서아기의이름을
자기이름과아기가있던바구니에적혀있던이름을붙여서
‘DannyBoodmanT.D.Lemon1900’라는긴이름을지어주고는키우지만,
불행하게도그는석탄실의사고로아이가6살때에죽고만다.
한번들어본연주곡을막힘없이치는1900.
그는어렸을때부터총명한머리로글자를배우고신문을읽기시작하여
데니부드맨을기쁘게하였었다.
바다위에서만생활하는천재.
바다의배안에서태어나고,
바다의배에서만자라난고독한천재였다.
사람에게버림받았지만,
배우지못한따뜻한인간으로부터사랑을받으면서
석탄실에서자라난천재였다.
그의뛰어난연주는모든사람들에게기쁨과행복을안겨주었다.
1등석의그랜드피아노로부자사람들을상대로연주를할때나,
아래층에있는조그만피아노로가난한이민자들을위하여웃음으로연주를하던그는,
모든승객과선원들의사랑을받으며,
육지에한번도내릴생각을하지않고,
그렇게바다위에서만산다.
Virginian호의악단에서트럼펫을불고있는MaxToony.
1900가27살되던해에만난,
동갑내기맥스와배안에서소중한우정을키워나간다.
맥스는1900에게육지에내려가한번만이라도땅을밟아보라고권유한다.
여러번의간곡한부탁에육지에내려가볼것을결정한1900은
배안의정들었던많은사람들과작별인사를나누고,
맥스가선물로준오버코트를입고가방하나를들고내려가기시작한다.
그러나계단중간지점에서굳어버린듯서있는1900.
결국뒤돌아서서다시배안으로돌아오고만다.
[그때나는소리쳤었지.내려가…제발그계단에서내려가보라구….]
6년동안1900와우정을쌓던맥스는1933년,홀로배에서내린다.
그뒤많은세월이지난뒤Virginian호가노후해서폭파한다는소식을들은맥스는
아직도그배에서살고있을1900을찾으러오는데…..^^
거실의불을끄고작은조명등하나만켜놓은채영화를보고나니,
어둠이짙게드리워졌다.
오늘로써3번째보았던…^^
나는냉장고에서맥주한병을꺼내어패리오로나갔다.
오랫동안먼곳을응시하던내눈앞에,
캄캄한어둠속에서거대한배가보인다.
자기를찾으러온맥스-이세상에서유일한친구였다고고백한-에게그는말했다.
"피아노를봐.건반은시작과끝이있지.
어느피아노나건반은88개야.
그건무섭지가않아.무서운건세상이야.
무한한건반의키보드를나에게준다면,나는아무것도연주할수없었을꺼야.
세상은한도끝도없이길로이어지고
수만갈래로뻗어있는길속에서어느하나를선택한다는것…
한여자를사랑하고,하나의집을가지고내땅을가진다는것….
그선택의옳고그름의판단을어떻게할수있겠어?
수많은사람들이이배를거쳐갔어.
그들의희망이여기에있어.
육지라구?그건내게너무큰배야.
내게너무아름다운여인이고,끝나지않을여행이며,너무강한향수야…
내가절대로못만들음악이었어.
그래서나는배를못내렸던거야.
차라리죽는거라면몰라도…."
땅위에서솟아오르는뜨거운열기로후끈하다.
뒤뜰,어둠속에서나는병맥주를입으로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