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눈부시게 빛나는 시간들이여!

8월의한가운데였지만,

그리고깊은산속이었지만,

기후는엄청더웠다.

세쿼이아의EagleView를하이킹한후지친몸으로예약한캠핑장에오니오후4시반경.

우리옆의사이트는약삼십대중반으로보이는멋쟁이부부였다.

게다가남자는잘생겼고여자는매우뛰어난미모가돋보였다.

5살,7살정도의남매가보였다.

서로"하이,네이버"하면서손을흔들어주었다.

세쿼이아국립공원에는

한국의북한산처럼계곡물이철철넘치도록흐르는곳이있다.

세쿼이아의젖줄인카위아Kaweah강이흐르고,

계곡의화강암들이수백만년동안흐르는물에깎여반들반들하다.

그계곡사이로캠핑사이트가조성되어있다.

그래서세쿼이아의여러곳의캠핑장에서도

단연인기가좋은랏지폴LodgePole캠핑장이다.

잠시캠핑장언덕위로올라가주위를둘러보니

계곡으로흘러내려오는카위아강의물줄기가매우약하다.

저물역시겨울내내내린눈이녹아흘러내리는물이니까.

그래도세쿼이아와송림사이로보이는조그만텐트들이앙증맞다.

이곳의적설량은대단하다.

겨울도길다.

그래서많은눈이내리면쉐쿼이아의가지들은눈의무게를이기지못하여부러지고만다.

캠핑사이트바로위로그가지들이메말라여기저기많이너부러져있다.

밤에캠프화이어할려고그가지들과나무를아찌가주위에서모아왔다.

그런다음텐트를칠테니까나는의자에앉아쉬라고한다.

아찌도지쳤을텐데

뚝딱뚝딱금방텐트를쳤다.

일단누워서잠시쉬기로한다.

더워서텐트좌우에있는공기망을열어놓고잠시잠이들었는가싶었는데

꿈속인듯어디선가들려오는소리에눈이떠졌다.

낮고부드러운남자의목소리,

뭔가조르는듯한어린여자애목소리가엉켜들려왔다.

잠시그들의소리를듣는다.

그들의분위기가그대로전해져온다.

따뜻하고다정하고사랑스러운부녀의대화를듣다보니

먼꿈나라로들어가는듯,

잠시나도삼십여년전의시간속으로빠져든다.

여자애는계속조르고

남자는여전히목소리의톤을올리지않고

부드럽게답해준다.

가끔부인의목소리도들리고

어린아들의목소리도날아온다.

아,참좋구나!그들의평화로운오후한순간이내가슴속가득히번져

뜬금없이눈시울이적셔진다.

아찌에게들키지않으려고옆으로돌아눕는다.

이튿날아침,

이제열흘간의미국서부자동차여행을마치는시간이다.

이곳에서집까지의운전시간은대략12시간정도.

게다가최소한점심,저녁두번의식사는사먹어야하니까

두시간정도더걸린다고생각하면부지런히내려가야한다.

서너시간씩교대로운전하면서달린다.

아찌가운전하는동안

의자를약간뒤로눕히고편안히앉아

지금까지다녔던곳을하나하나떠올려본다.

간혹막히는부분에서아찌에게물어보면

우리의대화까지아찌는다말해준다.

흠….나보다더기억력이뛰어나다.

눈부시게빛나는순간순간들이었다.

배낭을메고힘들게산위로올라가서만난것들,

편편하게만들어진트레일좌우의나무숲에싸여걸었던시간들,

햇빛,

바람,

아찌와마주앉아기도하였던시간들,

서로가서로의고통을위로해주고

서로가서로의상처를어루만져준시간들,

걸을수있어서감사했던순간들,

볼수있어서감사했던순간들,

느낄수있어서행복했던순간들,

아,

죽음껴안기,

그리고삶껴안기.

그러면서살아가는것.

그러는사이어느새PalmSpring를지나고있다.

2014년8월17일(일)

여행열하루쨋날,

미국서부자동차여행을마치고집으로돌아오면서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