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 종주(5) North Kaibab Trail의 협곡사이를 걷기

GrandCanyonRimtoRimDay2

RibbonFalls에서올라와약한시간정도는

트레일좌우가시야에들어오는길이었습니다.

맨앞으로세사람이걸어가고

중간쯤에제가걷고

제뒤로는친구와가이드가걸어옵니다.

나는천천히걸으며순간순간을즐깁니다.

32파운드의배낭은전혀무겁게느껴지지않았거니와

날씨는걷기에환상적으로안성맞춤이었고

햇살은따사로왔습니다.

햇빛이말을걸다

권대웅

길을걷는데
햇빛이이마를툭건드린다
봄이야
그말을하나하려고
수백광년을달려온빛하나가
내이마를건드리며떨어진것이다
나무한잎피우려고
잠든꽃잎의눈꺼풀깨우려고
지상에내려오는햇빛들
나에게사명을다하며떨어진햇빛을보다가
문득나는이세상의모든햇빛이
이야기를한다는것을알았다
강물에게나뭇잎에게세상의모든플랑크톤들에게
말을걸며내려온다는것을알았다
반짝이며날아가는물방울들
초록으로빨강으로답하는풀잎들꽃들
눈부심으로가득차서로통하고있었다
봄이야
라고말하며떨어지는햇빛에귀를기울여본다
그의소리를듣고푸른귀하나가
땅속에서솟아오르고있었다

누군가여행은창작활동이라고합디다.

저는하이킹은,

자신과의싸움이고

자신을정화시키는시간이라고생각합니다.

어느순간부터깊은협곡이시작되었습니다.

저는가끔씩뒤를돌아보면서힘겹게걸어오는친구를바라봅니다.

웅장하고거침없고,

그러면서수많은비밀을지닌듯한협곡사이를

계속걸어내려갔습니다.

BrightAngelCreek은여전히트레일옆으로따라왔습니다.

저물도흘러흘러

협곡맨아래로흐르는콜로라도강과하나가됩니다.

위의사진을좀더확대해서찍었습니다.

깊은협곡의바위들이대략이런모양새입니다.

어제는이렇게절벽과절벽사이로난길들이대세였는데

오늘은협곡과협곡사이를걷는길입니다.

저는걸으면서

앞의풍경과

좌우로보이는비경에연신감탄을합니다.

림투림을하루로하는사람들은

걷기에급급해서이렇게아름다운풍경속에빠질시간이없을듯합니다.

조금쉽게설명을하자면,

하늘아래보이는꼭대기노스림에서부터시작하여

사진맨아래부분에초록색으로보이는부분까지

협곡을걸어내려오는것입니다.

초록색나무들이있는곳이BrightAngelCampground와

PhantomRanch가있는곳입니다.

그거리가약14마일(22Km)입니다.

그협곡맨아래로콜로라도강이흐르는것을볼수있으신지요.

그랜드캐년은더이상의설명이필요없을만큼

많은사람들에게너무나잘알려져있는

미국최고의국립공원가운데하나입니다.

그랜드캐년의노스림에있는NorthKaibabTrail을

걸어계속내려가다보니

위에서그저내려다보면알수없는깊이를지니고있었습니다.

지금도돌이켜보면,

이날협곡사이로몇시간동안걸었던트레일이주는감동은

제게는최고였습니다.

잠시쉬면서점심을먹었습니다.

저바위아래로졸졸흐르는BrightAngelCreek에가서손을씻었는데

물이매우차가웠습니다.

점심을먹으면서

트레일을걷는사람들을바라봅니다.

다시길위에섰습니다.

여전히맨앞으로Ron,

그뒤로는그의아들Ryan,

그리고Diane이걸어갑니다.

앞에보이는세청년들은NorthRim으로올라가는가봅니다.

협곡사이로흘러내려오는다른원천의물이

BrightAngelCreek과합쳐집니다.

이곳은겨울에눈이많이내리기때문에

그눈이녹아땅속에들어가있다가이렇게여전히흘러나옵니다.

몇개의다리를지나게되었는지

이제는셀수가없습니다.

여전히천천히,그러나끊임없이쉬지않고걸어오는친구를바라보면서

어떤이야기가떠올랐습니다.

스코틀랜드의로보트1세는잉글랜드의침략으로나라를빼았기고

간신히산속으로도망쳐목숨을구할수있었습니다.

그는동굴속에웅크리고앉아절망과불안에몸을떨었습니다.

모든것을다잃은듯한기분이었습니다.

그때그는조그마한거미가집은짓는광경을보게되었습니다.

집은생각만큼잘지어지지않았습니다.

거미줄은붙었다가떨어지기를반복했습니다.

그런데도거미는포기하지않고계속해서집을지었습니다.

그리고끝내집을완성했습니다.

한갓미물에지나지않는거미가자기집을짓기위해

끈질기게도전하는것을본로버트왕은

왕국을되찾는일을절대포기하지않기로결심했습니다.

그리고마침내왕위를되찾고,

1328년잉글랜드로부터독립했습니다.

로버트왕이거미에게서보았던인내와끈기를

저는친구에게서봅니다.

생각지도않았던허벅지근육통에서벗어난지불과며칠,

이길을걸을수있을까…하고번민을많이하였지만,

저하고의약속을지키기위하여

그는이렇게이겨내며걷고있는것입니다.

저푯말뒤로는

PhantomRanch까지0.75마일이남았다고쓰여있었습니다.

와우….다왔구나.

표지를보고나서얼마쯤걸은후에

마침내팬톰랜치PhantomRanch입구에도착하였습니다.

RibbonFalls에서부터약4시간정도걸었네요.

우리는의자에앉아친구가오기를기다리고있었는데

드디어그도밝은얼굴로우리앞에나타났고

우리는모두환호성을울렸습니다.

자~

이제는팬톰랜치에가서

시원하고달콤한레모네이드를마시면됩니다.

2013년11월1일(금)

그랜드캐년종주길

NorthKaibabTrail을다내려와서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