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BY 모가비 ON 3. 24, 2009
<할미꽃>
부엉이울어예도
고즈넉한긴침묵
아침해저녁달도
망연히바라보며
망각의
긴흐름속에
잦아지는잔기침
긴한숨실에꿔어
매미옷만들어서
보고픈손자보려
손가락내밀어도
끊어진
인연의가닥
잇지못해애닮다.
(2013.12.29월하시조문학제20호상재)
백두옹(白頭翁)이라함은머리털이허옇게센늙은남자를이르는데
국어사전을보면식물로분류할때할미꽃이라고한다할미꽃의뿌리는.해열제또는열성이질을고치는데쓴다
왜할미꽃일까?할머니의허리처럼고개가아래로구부러진꽃모양때문일까?
백과사전을보면그것은바로할미꽃날개씨모양때문이다.꽃이핀후꽃잎이떨어지고나면그자리에암술날개
가하얗게부풀어져마치백발노인이머리칼풀어헤친모양이되기때문이다.백두옹(白頭翁)이라는명칭도여기에
연유한다.
할미꽃에는꽃모양과같은슬픈전설이있다.
"옛날깊은산골에두손녀를둔할머니가살고있었다.손녀들이성장하여시집을보냈는데얼굴은예쁘나마음씨
가곱지않은큰손녀는이웃마을의부잣집으로시집보내고,예쁘지는않으나마음씨고은둘째손녀는나뭇군에게
시집을보냈다,
세월이흘러늙고쇠잔해진할머니는큰손녀에게의탁할려하였으나큰손녀는늙고병든할머니에게날이갈수록
박대가심하여어느추운겨울몰래집을나와마음착한작은손녀를찾아가다가작은손녀네집을마주보는산자
락에이르러지처숨을거두고말았다.
이듬해할머니를찾은작은손녀는마을사람들의말을듣고양지바른곳에무덤을만들어드렸는데그자리에서할
머니모습을닮은이름모를꽃이돋아올라사람들이할미꽃이라하였다"한다
그래서인지는몰라도할미꽃의줄기에는흰털이많고,꽃대는허리굽은노인을빼어닮았고,꽃잎떨어진후에는
그자리에흰머리카락풀어헤친모양새가닮아있고뿌리가약해옮겨살지못하며또한열나고배아픈데는물론
가루를내어서구데기가득실대는뒷간에뿌리는구충제로도사용할수있는일들..하며모두가죽은할미의혼이
서려있다는사실들은전해오는전설이그럴듯하기도하다
할미꽃을보면누구나그러하듯할머니가생각난다.
어릴적학교에서돌아올때면대문앞에서기다려주시던할머니.
명절때면허리춤에서꼬깃꼬깃한지전을펴서손에쥐어주시던할머니,
길쌈을하시면서옛날콩쥐팥쥐이야기를들려주시던할머니,
어쩌다잘못을저질러도머리쓰다듬어타이르던할머니..
이렇게할머니에대한기억어디에라도그리움이서려있지않은것이없다.
우리들의할머니,우리들의어머니들,
한평생을살면서아들딸들에게어디존경과사모의눈총하나받아보았을까?
우리들의할머니,우리들의어머니,그렇다고손주,자식들을원망이라도해보았을까?
한도많고고생도많았던한세상살면서하셨으면서도팔자려니안으로위로하며
인고의세월을마음다스리며사시었던할머니어머니들이아니었던가?
자라오면서삶이바쁘다는핑게로할머님아버님어머님무덤가에서무덤덤히보아오던할미꽃
오늘우연히찾은할미꽃을보면서또다른상념에빠진다.
지금쯤고향의할머님무덤가에도피어나기시작할꽃
지금쯤고향의아버님무덤가에도피어나기사작할꽃
지금쯤이역에계신어머님무덤가에도피어있을까?
나이가들면서세상보는이치야모두제각각이겟지만
나도이쯤되어점잖은척이라도할나이에꽃이왜측은하기만할까?
할미꽃,
이제는아이들에게"할미"라는다소천박한말보다는"할머님꽃"이라고해야할것같다
꼬부라진하얀솜털박힌손가락을흔들면서
아들손주들을애타게부르는듯한들대는모습을보면서
차마"할미"라는이름을함부로부르지못하겠다.
(2009,03.25고침)
(사진:2009/03/24올림픽공원에서)
아리랑
할미꽃/박인희(http://kr.blog.yahoo.com/parkjch3)
할미꽃/박인희
찬바람몰아치던겨울이가고
눈녹는산과들에봄이오면
무덤가에피어나는할미꽃이여
누구를기다리다꽃이되었나
산너머저마을에살고있는
그리운막내딸을기다리다가
와로이고개숙인할미꽃이여
무엇이서러워서꽃이되었나
뻐꾸기봄날을노래부르고
얼었던시냇물은흘러가는데
슬픈사연전해주는할미꽃이여
애타는그마음이따스하여라